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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조선을 깨우다 1 - 영어 조선 상륙기
김영철 지음 / 일리 / 2011년 10월
평점 :
품절
국립중앙도서관 신간 코너에서 발견하고 흥미가 생겨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면서도 2권까지 있다 보니 계속 순서가 뒤로 밀렸던 책이다.
영어 방법론이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있었는데 우리 시대 영어가 마치 신분을 가르는 척도처럼 되어 버린 세태의 근원을 되짚어 보는 인문학서였다.
효종 때 제주도로 난파되어 처음 조선을 방문한 하멜 일행부터 시작한다.
당시 스코틀랜드 사람이 한 명 끼여 있어서 그 사람이 최초의 영어 사용자다, 아니다 논란이 있다고 한다.
중요한 건 아니고, 이미 일본에서는 네덜란드의 학문을 받아 들이는 난학이 성행하여 근대 사회 수립의 바탕이 됐던 만큼 그저 신기한 이방인으로만 치부하고 말았던 조선 당국의 태도가 안타깝다.
효종 역시 심양에 볼모로 잡혀가 청나라에서 10여 년을 살았으니 당시 서양의 무역과 항해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었을텐데 북벌론이라는 명분에 집착하여 중요한 시기를 흘려 보내고 말았다는 점이 안타깝다.
조선이 일개 난파선원 몇 명에 의해 변화되길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한 발상이었을까?
천주교의 자생적 발생이라는 독특한 문화를 가지고 있는 조선에서 프랑스 신부들의 선교 활동이 활발해졌는데 천주교를 매개로 서양 문명과 만날 수는 없었는지 아쉽다.
물론 그들이 선교를 앞세워 결국은 제국주의적 침략을 일삼았음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조선은 자생적으로 천주학이 발전한 만큼 종교를 넘어서 신학문의 도입으로 넘어갈 수는 없었을까 아쉬운 대목이다.
일제 시대 때도 이미 영어는 출세할 수 있는 중요한 언어로 등극하여 심지어 학생들이 일본인 교사의 발음을 문제삼아 교사를 바꿔 달라는 동맹 휴학을 할 정도였다고 한다.
예나 지금이나 근대 이후 미국이나 영국 등의 영향력은 엄청났던 모양이다.
며칠 만에 (근 2주만에) 나머지 2권까지 다 읽었다.
도서관에서 너무 집중해서 읽는 바람에 약속까지 까맣게 잊어 버리고 말이다.
나에게 이런 집중력이 있었다니, 놀라운 일이다...
뒤로 갈수록 조선이 어떻게 근대화가 됐는지 외국과의 교류는 어떻게 맺게 됐는지 그 과정이 상세하게 잘 나온다.
읽으면 읽을수록 고종의 시대판단적인 착오, 이를테면 미국이 황실 가족을 보호할 것이라는 착각, 미국이 조선에 우호적일 거라는 일방적인 짝사랑이 미국에 엄청난 이권을 내주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사실이 참 슬프다.
또 드라마에서 이상적으로 그려졌던 알렌이란 사람이 사실은 주미공사를 하면서 이권 챙기기에 혈안이 됐고 그외 언더우드 등의 선교사들도 본국에서는 누리지 못했을 상류층 생활을 즐긴다고 비판하는 걸 보고 참 씁쓰름 했다.
서재필이 미국 사회를 이상화 시키는 것도 결국은 대등하지 못한 관계에서 나오는 무조건적인 부러움, 열등감의 발로가 아니겠는가.
오늘날 이 정도로 대한민국이 성장하여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더 이상 동경과 부러움의 대상으로만 그들을 바라보지 않아도 된다는 게 참 다행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