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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억으로 돈 걱정 없는 노후 30년 - 집자산 2억 연금자산 1억으로 지금 당장 시작하는 노후 전략
홍사황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1년 12월
평점 :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책인데도 신간 코너에 꽂혀 있길래 외면하기가 어려웠다.
자기계발류는 가능하면 안 읽으려고 하지만 가끔 자극이 필요할 때가 있으니, 요새 걱정이 노후 준비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또 눈길이 간다.
엄마 아빠처럼 퇴직 후 연금이 안정적으로 나오고 은퇴도 회사보다는 비교적 늦은 65세라고 하면 노후 준비에 큰 걱정을 안 해도 될텐데 나처럼 이직이 심하거나 자영업자들은 노후 준비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다행인 점은, 맞벌이기 때문에 가계를 두 사람이 책임질 수 있어 부담감이 줄어 든다는 점이고, 자격증이 있다는 건 예전에는 큰 메리트로 생각했는데 치열한 경쟁 구도를 몸으로 체험하다 보니 과연 60대에도 직업 전선에서 생존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이 책의 핵심은, 자기 소유의 주택 2억과 국민연금과 개인연금 1억이면 나머지는 계속 일을 해서 돈을 벌면 된다는 것인데 노동시장이 좀 더 유연해지지 않는 이상 과연 가능한 일일까 싶다.
빌딩 청소부처럼 아침부터 저녁까지 허리를 펼 새도 없이 하루 종일 일하는 60대 여성 노동자들은 겨우 한 달 버는 돈이 100만원 남짓이고 TV 프로그램에 흔히 극빈자층으로 묘사되어 나온다.
저자의 이론에 따르면 한 달에 180만원만 있어도 충분하다는데 왜 이 정도 수입이 있는 사람은 실제 생활에서 가처분소득이 거의 없는 것으로 나올까?
사회 구조 자체가 변하지 않는 이상, 즉 노년층의 일자리가 지금보다 훨씬 더 확대되지 않는 이상, 3억 가지고 여유있는 노년을 맞기란 어려운 문제 같다.
또 지병을 갖게 될 확률이 크기 때문에 60대는 그렇다 치더라도 70대에도 여전히 현장에서 활동할 수 있는 직업인이 몇이나 될까?
집이 있어 월세가 나가지 않고 개인연금과 국민연금을 합하여 한 달에 120만원씩 나오면 자식들에게 손내밀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까?
소비의 통제라는 점은 일단 수긍하는 바다.
사교육비를 줄이라는 조언도 현실적으로 충분히 받아들이고 있다.
그렇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60대 이후에도 현역에서 일하면 된다는 조언은 현실적으로 와 닿지가 않는다.
저자는 지금 받는 월급의 50%만 받아도 된다는데 50%건 30% 건 노인층 고용 자체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으니 내 사업체가 있지 않는 이상 나를 고용할 회사가 얼마나 될까?
저자는 대학 등록금과 결혼자금 마련도 학자금 대출이나 아르바이트 등을 통해 스스로 해결하면 된다고 하지만, 등록금 천만원 시대에 학교를 다니고 있는 대학생들이 졸업과 동시에 채무자가 되어 빚을 갚아야 하는데 (이것도 바로 취직이 된다는 전제하에) 그렇다면 언제 돈을 모아 결혼자금을 만들 것인가?
여자들은 그나마 혼수만 장만하면 된다지만 남자들은 적어도 전세값은 만들어야 하는데 서울 시내 작은 평수 아파트 치고 1억 안 되는 곳이 있을까?
더군다나 남자들은 군대까지 갔다 와서 취업해야 하니 취업과 동시에 학자금 대출 갚으면서 1억이 넘는 돈을 결혼 적령기까지 모으는 게 가능할까?
부모가 도와주지 않는 이상 집을 사는 것은 고사하고 전세값 만드는 것도 어렵다고 본다.
저자는 등록금이나 결혼자금을 스스로 마련해야 한다고 하는데 현실적으로는 사회 생활과 동시에 채무자가 되지 않는 이상 불가능한 얘기 같다.
노후 준비를 어렵게 하는 또다른 요인으로 저자는 부모 봉양을 들고 있는데 이것도 현실적으로 외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내 경우 친정 부모는 여전히 현역이고 (65세까지 정년이 보장된다는 점에서 매우 부러운 직업군이다) 퇴직 후에도 둘 다 연금이 나오기 때문에 자식들이 신경쓸 일이 전혀 없다.
반면 시부모의 경우는 노후 준비가 안 되어 있어 전적으로 자녀들에게 의존해야 한다.
이미 직업전선에서 물러나 더이상의 소득이 없고 심지어 시아버지의 경우 몇 달째 병원에 입원해 있는 처지라 병원비나 간병인비도 전적으로 자식들이 책임져야 한다.
부모로부터 재산을 전혀 받지 못하고 대출로 신혼살림을 시작한 처지에 부모의 생계까지 책임져야 할 입장이다 보니 현실적으로 내 노후 준비는 돌아볼 여력이 없다.
그렇다고 노후 준비가 안 된 부모를 외면할 수도 없지 않은가.
따져 보면 죄다 우울한 얘기 뿐이고 책에서 제시한대로 3억만 있으면 노후 걱정 안 해도 된다고 속편하게 생각할 수가 없다.
그런 줄 알고 본 책이긴 하지만 그래도 맥이 빠진다.
마음의 위안을 얻었던 점은, 삶을 단순화 시키라는 것.
업무나 재무 상태 뿐 아니라 인간관계도 단순화 시키라는 조언은 와 닿는다.
인맥 관리를 강조하는 세상이다 보니 정말 경조사비도 넘치게 나간다.
이제는 결혼식이나 장례식도 정말 가까운 분만 초대하여 부담주지 않는 선에서 조용히 치뤄야 할 것 같다.
그런 점에서 돌잔치 안 한 건 잘한 선택이라 생각한다.
약간은 관계가 삭막해지는 느낌도 들지만 체면치례 허례허식은 요새 같은 개인주의 사회에서는 없어져야 할 풍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