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궐 장식 - 조선왕조의 이상과 위엄을 상징하다
허균 지음 / 돌베개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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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허균씨는 꽤 많은 책을 저술한 것 같다.

사찰 장식에 관한 책을 너무 재밌게 읽어 신간 신청해 뒀던 이 책도 내친 김에 읽게 됐는데 사찰 장식 보다는 재미가 떨어진다.

유교와 불교 문화의 차이 때문일까?

하여튼 이 분이 쓴 책은 꼼꼼하고 사진이나 설명도 훌륭해 민화 이야기도 읽어 볼 생각이다.

 

궁궐 장식이라고 하면 돌난간에 새겨진 서수, 즉 해치나 사자, 치록 등과 같은 상상의 동물들에 대한 설명, 또 길상 문양, 처마의 기와 장식 등을 일컫는 것인데 건축에 문외한이라 얼른 와 닿지는 않았다.

공간이나 건축 그 자체 보다는 역사적 의미에 더 관심이 많은 탓에 궁궐 구경을 가도 그런 부분들은 무심히 지나쳐 버렸기 때문이다.

요즘 궁궐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져 주련이나 현판 등에 대해서도 공부하려고 하는데 건축 부분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면 훨씬 더 입체적인 이해가 될 것 같다.

일단 시경이나 서경, 주역 등 유교 경전에 대해 좀 알아야 할 것 같고 한자 공부도 필수겠다.

책을 읽을 때마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확실히 조선는 점잖고 우아한, 그러면서도 매우 소박한 사대부들의 나라였고 궁궐이나 왕은 그 중에서도 최고의 선비 문화를 보여 준다.

궁궐의 이름이나 장식 문양, 현판이나 주련 등에 담긴 뜻이 참으로 고매하다.

미국식으로 세계화 되는 바람에 전통 유교 문화나 한자 등에 대한 관심도가 매우 떨어진 분위기가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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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과 오만의 역사
이희진 지음 / 동방미디어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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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진씨가 쓴 <전쟁의 발견>을 재밌게 읽었던 터라 기대감을 갖고 읽은 책인데 기대에는 좀 못 미쳤다.

역시 시의성이 너무 떨어진다고 해야 하나?

다른 분이 쓴 리뷰에서도 읽은 바지만, 식민사학 문제는 이제 어느 정도 극복이 되고 저자가 주장하는 바는 어느 정도는 해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적어도 식민사학 문제나 백제 대륙설,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저자의 생각에 동의하고 별 이의 제기할 것도 없기 때문에 새롭지가 않았다.

제일 궁금한 것은 임나를 어떻게 보느냐는 것인데, 제목은 정확히 생각이 안 나지만 어딘가에서 읽은 바로는, 임나가 일종의 가야 연맹체 같은 역할을 하고 그것을 이끈 사람이 백제의 성왕이었다고 했다.

책을 다시 한 번 읽어 봐야 할 것 같다.

이 연합체제에 왜도 포함이 되어 있어 한반도에 사신 등을 보냈다고 했다.

<일본서기>가 천황의 권위를 높히기 위해 많은 부분에 과장이 지나쳐 신뢰하기 힘들다는 평도 들은 것 같다.

어찌 됐든 8세기에 출간된 엄청난 고서인 만큼 당대의 기록이라는 가치는 인정해 줘야 할 것 같다.

광개토대왕비 역시 당시 고구려인의 입장에서 쓴 비문이므로 신묘년조의 해석이 사실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저자의 생각에 동의한다.

정말로 고구려가 백제와 신라를 지배하고 있었는지 여부는 사실이냐 아니냐를 비문의 글자로 판단할 일은 아닌 것 같다.

광개토대왕이 5만의 군대를 보내 왜를 물리친 것을 두고, 저자는 <전쟁의 발견>에서 왜의 세력이 그만큼 커서라기 보다는 대군을 이끌어 큰 전투 없이 한 번에 해결하려는 일종의 전략이었다고 해석했는데 다른 책에서는 당시 왜의 세력이 5만 대군으로 정벌할 만큼 컸다고도 해서 역시 논란이 많겠으나 일단은 쓰여진 대로 해석하는 게 맞을 것 같다.

 

4세기에 활동한 진구황후가 실은 3세기에 등장하는 히미코 여왕이었다는 주장은 다른 책에서 한 번 확인해 봐야 할 것 같다.

두 갑자를 뒤로 물려서 쓴 책이라 진구황후 얘기가 히미코 여왕 얘기와 딱 맞아 떨어진다고 했는데 이 부분도 확인이 필요하다.

진구라면 드라마 <근초고왕>에서 작은 소국 야마타 왕국의 공주로 백제에 문물을 배우러 온 미개한 여인으로 나오는데 근초고왕의 아들과 결혼해 일본 열도를 정복하는 걸로 나온다.

일본인들이 보면 기절초풍할 얘기겠지만 드라마에서는 나름대로 백제의 문화 전수와 도래인의 기원을 이런 식으로 해석한 것 같다.

대륙백제는 처음부터 워낙 황당한 소리라 생각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 교과서에 실린대로 요서 경략 정도는 했다고 알고 있었다.

그런데 저자는 요서에 백제군을 뒀다는 것도 부정하는 입장이라 이 부분은 신선하게 다가왔다.

저자에 따르면 백제가 요서 지방에 군현을 뒀다는 것은 순전히 남조의 역사책에만 나오는 것이고, 실제로 요서를 지배한 북조의 역사책에는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다.

전연이나 북위 등과 대립하고 있었던 양나라 등에서 남의 땅에 마음대로 백제왕을 책봉해 버렸다는 것이다.

실제 지배력은 행사하지 못하면서 직위만 갖고 있는 셈이랄까?

그런데도 역사스페셜 등에서 백제의 관직 담로가 그 지역에 있었다는 정황 증거 등을 들어 요서 경략을 사실화 했던 것을 비판한다.

나도 TV 보면서 어설프다 생각은 했었는데 책에서 확인하니 역시나 싶다.

대륙백제도 결국은 일본의 임나일본부와 일맥상통하는 민족주의적 주장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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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화에 홀리다 - 조선 민화, 현대의 옷을 입다
이기영 지음, 서공임 그림 / 효형출판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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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나왔을 때 도서관에 신청해 놓고 차일피일 미루다가 드디어 읽게 됐다.

표지도 너무 예쁘고 민화 작가 서영임씨의 도판들이 책의 아름다움을 더해 준다.

저자는 특이하게 사회과학을 전공하고 기업체 연구소에 있다가 도자기의 아름다움에 눈을 떠 도자기 회사를 차린 이력을 갖고 있다.

도자기 도안으로 민화의 가능성에 주목했고 민화가 어떻게 발생했고 현대까지 이어져 왔는지 그 과정을 재밌게 설명한다.

사실 민화 예찬론이면 어쩌나 걱정을 했고 어떤 부분은 일방적인 찬양과 감탄 일색이라 휙휙 지나가기도 했지만 17세기 진경산수화부터 시작해 조선 사대부들과 중인 계층, 또 상공업과 농업 경영의 발전으로 부를 획득한 서민층 등의 예술 표현 욕구들을 민화의 발전 과정으로 연결시키는 글솜씨는 아주 매끄럽다.

아래에 인용한 책을 꼼꼼하게 밝혀 놨는데 일단 출처를 밝힌다는 점에서는 좋은 일이긴 하나, 민화의 역사 부분은 거의 모든 글이 전부 인용문이라 자신의 견해가 없는 것 같아 조금은 아쉬웠다.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사람이 아닌 것 같아 이해는 한다.

전에 살림 총서 중 어떤 책을 읽는데 기존에 읽었던 번역서와 토씨 하나 안 틀리고 똑같이 베끼면서 출처를 밝히지 않아 굉장히 화가 났었던 기억이 있는데 그거에 비하면 양심적이긴 하다.

허균씨가 쓴 민화 이야기도 있던데 같이 한 번 읽어 봐야겠다.

 

한 가지 의문은 왜 민화는 일본의 우키요에처럼 세계적인 명성을 얻지 못했을까?

비단 국외 뿐이 아니라 국내에서도 진경산수화나 풍속화에 비해 그다지 대접을 받지는 못하는 것 같다.

아마추어 그림이라 굳이 평론할 가치를 못 느끼는 걸까?

민화 작가가 그린 그림들을 보면서 민화는 일종의 일러스트레이션이고 디자인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즉 얼마든지 현대화 시킬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부분에서 발전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아쉬운 점은, 대부분 상징과 은유 같은 도상 체계들로 이루어져 있어 한자나 유교 경전으로부터 멀어진 현대인들이 그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르네상스 그림들의 도상을 현대인이 쉽게 이해하는 것은, 유럽식으로 세계화가 됐고 여전히 기독교가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설명을 많이 안 해도 관람자가 쉽게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잉어 두 마리가 있으면 연이어 과거에 합격하라는 의미인 줄 어떻게 알겠는가.

전통문화의 단절이 아쉬운 대목이다.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중산층의 삶이 향상되면서 개인의 주관성과 레저 활동등에 관심이 생기면서 사실주의나 인상주의가 발달했고 역시 에도 시대의 조닌 계층의 생산력 향상으로 대중문화인 우키요에가 탄생했듯 조선 후반기에도 상공업으로 부를 쌓은 사람들이 민화나 판소리 같은 서민 예술을 발전시켰다고 보통 이야기 하는데 여전히 조선은 사대부들의 나라이고 대중예술을 논하기에는 힘이 약해 보인다.

요즘 들어 민중의 삶에 관심을 보이고 연구가 진행되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당시의 사회적 배경이나 관습을 무시하고 지나치게 현대적 관점에서 의미부여를 하는 건 경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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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속고 있는 28가지 재테크의 비밀 - 현 자산관리사가 폭로하는 금융사의 실체와 진짜 부자 되는 법
박창모 지음 / 알키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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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저축 드는 문제로 요즘 고민하고 있던 터에 누가 추천해 줘서 읽은 책이다.

가능하면 이런 자기계발류나 재테크 책은 안 읽으려고 하는데 자극적인 제목과는 달리 내용은 비교적 건전한 편이라 성공한 독서라 하겠다.

저자의 마인드가 마음에 든다.

먼 미래의 은퇴 자금 먼저 걱정할 게 아니라 당장 종잣돈 만드는 게 우선이고 더 중요한 것은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여 목돈이 급하게 필요할 때 적금이나 펀드 등을 헐지 않고 쓸 수 있게 계획을 세우라는 것이다.

전에 읽은, 은퇴자금은 3억으로 충분하다는 책에서도 이런 얘기를 봤던 것 같다.

국민연금을 기본적으로 준비하고 개인 연금 하나 정도 들면 되고 나머지는 노후에도 은퇴할 생각하지 말고 작은 월급이라도 나오는 곳에서 일하라는 것.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저축성 보험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다.

기본적으로 사업비를 10% 정도 차감하기 때문에 적어도 7년 이상은 유지해야 겨우 원금이 나오고, 10년 이상 묵혀 둬야 수익이 나기 때문에 현금 유동성 확보에 장애가 되고, 차라리 적립식 펀드에 투자하는 게 낫다는 입장이다.

기본적으로 나는 보험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사람이라 이런 조언은 수긍하는 바다.

할머니가 폐암으로 돌아가셨는데 워낙 건강하셨고 옛날 분이시라 보험 같은 건 전혀 없었다.

그래서 치료비 걱정을 많이 했는데 뜻밖에 국가암환자 관리에 등록이 되어 실제 치료비는 거의 나오지 않았다.

물론 간병인 대신 가족들이 간호를 했기 때문에 그 부분은 비용적인 면이 발생할 것 같다.

어쨌든 의외로 병원비가 많이 나오지 않아 깜짝 놀랬던 기억이 난다.

그 다음부터는 의료보험에 대해 신뢰를 하게 됐고 굳이 사보험을 따로 들지 않으려고 한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기본적으로 아이들은 입원해야 할 만큼 중병이 드물 뿐더러 입원을 하게 돼도 6세 미만은 국가에서 10% 본인부담금만 내면 전부 지원해 준다.

그래서 나는 태아 보험도 안 들고 아이들 보험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차라리 어떤 일이 생겼을 때 대처할 수 있도록 평소에 저축을 잘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강제적인 저축이 제일 좋다는 점에서 이 책의 저자와 같은 입장이다.

 

물론 은행 이자가 물가상승률 따라 잡기도 힘든 상황에서 투자 개념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책에 나온 바대로 불의의 사고에 대비하여 남겨진 가족들을 위해 만 65세 정도까지 보장이 되는 사망보험금도 하나쯤 있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단, 여유가 된다면 말이다.

저자는 일단 돈의 흐름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므로 지출과 급여 통장을 분리하고 지출 통장에서 체크카드를 만들어 변동지출을 관리하라고 한다.

사실 나도 신용카드 사용에 대해 부정적인데 (결산하기가 참 힘들다) 신랑이 카드는 다양하게 쓸수록 좋다는 주의라 이 부분이 맞추기가 참 힘들다.

신용카드로 쓰나 체크카드로 쓰나 어차피 나가는 돈은 비슷하고 체크카드를 쓸 경우 통장 잔액을 계속 의식해야 하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이다.

신랑이 크게 과소비하는 타입은 아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 부분은 나도 양보하고 있다.

이 놈의 신용카드 때문에 한 달 수입과 지출 맞추기가 참 힘들다.

이 달에 쓴 돈이 다음달에 나오니 정확히 얼마를 썼는지 감이 잘 안 오고 할부 같은 게 있으면 더 복잡해진다.

(사실 나는 할부도 싫어해서 일시불 할인받아 사는데 반대로 신랑은 왜 무이자 할부 제도를 이용하지 않냐는 주의다, 심지어 차를 살 때나 인터넷 쇼핑을 할 때도 돈이 있는데도 꼭 장기 할부를 선택한다. 한꺼번에 돈이 나가는 것보다 조금씩 나가는 게 이익이라는 주의다)

 

목적에 맞게 통장을 분리하라는 조언은 많이 들어 봤다.

귀찮아서 대충 한 달 쓰고 남은 돈은 따로 모으기만 하는데 적어도 여행용 통장 정도 만드는 건 좋을 것 같다.

휴가 때 여행을 가게 되면 갑자기 적자가 되는데 이 규모가 생각보다 크다.

6개월 단기 적금으로 들어 모은 돈 안에서 예산을 잡아 떠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경조사비나 예상치 못한 병원비 등은 비상금 통장에서 해결하라고 한다.

보너스가 나오면 다른 통장에 따로 모아야 흐지부지 없어지지 않고 의미있는 일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재테크도 사람의 심리를 이용하는 게임이라는 말이 와 닿는다.

지출 통제가 되고 종자돈이 모이면 다음에 할 일이 바로 투자인데 저자는 적립식 펀드를 장기간 투자할 것을 권한다.

한창 펀드 열풍이 불 때 은행 직원 말에 혹해서 동양종금에 두 개 정도 했었다.

말 그래도 매월 적립식이라 통장에서 빠져 나가는대로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목돈이 필요해 적금 뿐 아니라 이 펀드도 해약을 하게 됐다.

다행히 오르는 시점이었는지 꽤 수익이 났던 기억이 난다.

그 후로는 완전히 잊어 버리고 있었는데 (늘 돈이 쪼들려 펀드할 여력이 전혀 없었다) 이제는 좀 해볼까 싶기도 하다.

저자 말대로 여기 저기 종목을 나누어 분산투자하고 매월 적립하고 적어도 3년 이상 기다리면서 목표수익율에 도달할 때 환매한다면 큰 스트레스 없이 할 수 있을 것 같다.

 

요즘 제일 걱정되는 게 은퇴 후 연금 마련과 자녀들의 대학 등록금 문제다.

연금은 일단 집을 먼저 마련한 후 몇 년 후에 생각해도 늦지 않을 것 같고, 그보다는 대학 등록금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이 부분에 대해 조언을 받고 싶다.

저자의 생각이 내 스타일에 잘 맞아 이 사람이 쓴 다른 책도 좀 찾아볼까 싶다.

변액연금이니 변액유니버셜이니 하는 저축성 보험에 대해서는 딱 맘을 접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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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순례 유홍준의 미를 보는 눈 1
유홍준 지음 / 눌와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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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온지 꽤 된 것 같은데 도서관에 구비가 안 되어 있고 신청하기도 귀찮아서 차일피일 미루던 차에, 국립중앙도서관에서 다른 책 찾다가 발견하고는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꺼내 들었다.

서가에서 우연히 발견하는 책은 지나치면 결국 못 읽게 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먼저 읽게 된다.

유홍준씨의 다른 책, <완당평전> 이나 <화인열전> 등을 재밌게 읽어서 기대했는데 역시 편안하게 잘 풀어 쓴 책이다.

신문 연재용이라 그런지 더욱 쉽게 다가온다.

저자의 말대로 이런 문화재 관련 책은 글 뿐 아니라 사진이 매우 중요한데 이 부분에 대해서도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수월관음도의 섬세한 옷자락이나 몽유도원도의 확대된 컷 등은 정말 정밀하게 잘 찍혀 있어 귀한 문화재 보는 즐거움이 더 크다.

제목이 <국보순례>라 말 그대로 국보 1호부터 쭉 설명하는 줄 알았는데 국보급 문화재로 범위가 꽤 넓다.

우리나라에 없는 몽유도원도나 수월관음도 등이 실려 있어 더욱 반가웠다.

다른 그림들도 훌륭하지만 역시 조선 최고의 화가인 정선과 김홍도 그림의 품격은 참으로 뛰어나다.

겸재 정선展 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렸을 때 분명히 나도 가서 보고 도록도 샀던 것 같은데 어쩜 이렇게 기억이 없는지 모르겠다.

성 베네딕토회에서 왜관수도원에 기증한 그림 중 <내금강산전도>는 정말 잊혀지지 않는 명작이다.

왜 정선을 진경산수화의 대가라 하는지 충분히 이해가 된다.

관아재 조영석의 표현대로 겸재는 중국 그림의 모방에 멈추지 않고 누구보다 개성있는 필치로 한국 산천의 정경을 그려 냈다고 생각한다.

단원 김홍도가 연풍 군수로 있을 때 근처 단양 풍경을 그린 화첩도 정말 볼 만 했다.

나이가 들수록 과감한 생략과 변형을 선보인 단원의 풍경화는 참으로 일품이다.

먹이 가진 여백과 농담을 시원한 필치로 너무 잘 표현했다.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화가들이다.

 

뒷부분을 한참 동안 못 읽다가 도서관 반납 기일에 걸려 어제 급하게 읽었다.

음, 역시 재밌다.

뒷쪽에는 해외 박물관에 소장된 국보급 문화재들이 소개되어 더욱 좋았다.

오히려 해외에 나가 있는 문화재들은 당시 수집가들의 감식안이 더해져 국내에 있는 것들보다 미학적인 면에서 우수하다는 느낌까지 받았다.

특히 고려 청자는 그 자태가 너무나 황홀하여 도자기의 종주국인 중국에 절대 뒤지지 않을 만큼 아름다웠다.

한국 문화를 중국과 일본의 아류 혹은 마이너리그로 보는 견해가 서구에서 강하다고 하는데 책 말미에 실린 미국 연구자의 말처럼 한국은 중국이나 일본의 화려함, 혹은 거대함과는 구별되는 단아하고 소박한, 그러면서도 우아한 분명한 차이점을 지닌 매혹적인 문화라고 확신한다.

한 가지 수긍할 수 없는 점은, 왜 꼭 일본 천황을 일왕이라 불러야 하는가다.

저자 역시 일왕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식민 지배의 역사 때문에 한국인이라면 당연히 일왕이라는 표현을 써야 하는 건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베트남처럼 황제를 표방했던 나라의 역사를 공부할 때는 당연히 황제라 불러 주면 되는 것이고 일본 천황 역시 고유 명칭이니 그렇게 부르면 되는 게 아닐까?

중국에 대한 사대주의는 외교적 제스춰에 불과했다면서 특히 고대를 배경으로 한 사극을 찍을 때는 꼭 황제 운운하면서 이웃 나라에 대해서는 너무 야박하게 구는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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