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중독자 - 사람들은 왜 돈 성공 관계에 목숨을 거는가
올리버 버크먼 지음, 김민주.송희령 옮김 / 생각연구소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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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은 경멸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삶의 동기와 자극을 얻기 위해 계속 힐끗거리면서 발을 끊지 못하는 자기계발서에 대한 비판서.

이런 책이 한 번은 나올 거라 기대하고 있었다.

<꿈꾸는 다락방> 이나 <시크릿> 같은 책들이 수백만 부 팔리는 걸 보면 왜 이렇게 배가 아픈지.

자기계발서 읽고 성공하는 사람은 책을 쓴 저자 뿐이라는 말이 어찌나 실감이 나는지 말이다.

책 제목인 <행복중독자>는 사람이 계속 행복할 수만은 없는데 우리 사회는 항상 행복하라고 강요하고 있다면서 다양한 감정의 파도를 즐기라고 충고한다.

나 역시 파도에 출렁이는 돛단배처럼 하루에도 기쁘고 슬픈 감정에 휘둘리는 내 자아가 너무 싫어 언제나 행복한 마음 상태를 유지하면 얼마나 좋을까 고민했던 사람이다.

나는 마치 양극성 장애처럼 극단의 고양 상태와 최악의 우울감을 하루에도 몇 번씩 넘나드는 매우 약한 자아의 소유자이기 때문에 더더욱 행복한 상태에 대한 갈망이 컸다.

그러나 그런 편안한 마음 상태를 늘 얻기는 불가능하다는 걸 깨달았다.

삶이 늘 좋은 일만 일어날 수는 없다면 반대로 항상 나쁜 일만 생기는 것도 아니니까 너무 유난떨 거 없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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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생과 사의 수수께끼에 도전하다 - 다치바나 다카시의 암과 생명에 관한 지적 탐구
다치바나 다카시.NHK스페셜 취재팀 지음, 이규원 옮김, 명승권 감수 / 청어람미디어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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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일본의 저널리스트 다치바나씨가 이번에는 암에 관한 책을 냈다.

기자가 쓴 책이라면 어쩐지 전문성이 떨어지는 느낌이 들어 (한 두번 실망한 게 아니다) 잘 안 읽는데 다치바나씨의 책이라면 믿음이 갔다.
본인이 방광암에 걸려 수술을 한 후에 쓴 책이라 더욱 진정성이 느껴진다.
사실 나는 학교에서 암에 관해 배우기도 했지만 일상에서 흔히 접하지 않아서인지 큰 관심은 없었다.
그저 막연히 유전자 이상으로 걸리는 병이겠거니 생각해 왔다.
그런데 할머니와 엄마가 연달아 폐암과 위암에 걸리고 보니, 더군다나 할머니가 항암 치료를 받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로 갈등에 휩싸이게 되고 보니 암이 얼마나 심각하고 무서운 병인지 마음에 확 와 닿았다.
다치바나씨와 가까웠던 저널리스트가 폐암으로 죽었기 때문에 책에 폐암에 대한 내용이 자세히 나온다.
폐암이라면 담배 피우는 사람이나 생기는 병인 줄 알았는데 할머니는 평생 술 담배는 입에 댄 적도 없는 분이라 진단이 나왔을 때 쉽게 믿을 수가 없었다.
이미 양쪽 폐에 큰 덩어리가 발견되어 뇌나 다른 부위에 전이는 안 됐지만 수술은 불가능할 뿐더러, 할머니는 소세소성암이었기 때문에 항암 치료 밖에 없다고 했다.
그 때 할머니 연세가 만으로 85세.
만약 다른 사람이 그 나이에 폐암에 걸렸다고 한다면 살 만큼 살았으니 크게 억울할 것은 없겠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막상 내 가족이 당하고 보니 도저히 포기할 수가 없었고 편안히 죽겠다는 할머니의 의지를 강력하게 꺾고 본인으 반대에도 불구하고 항암 치료를 시작했다.
치료가 시작되기 전에는 기침이 너무 심해 잠을 들 수가 없을 정도였는데 치료를 시작한 후부터는 기침도 줄고 호전되는 느낌이 들어 희망을 갖게 됐다.
주치의 말로는 치료를 하지 않으면 2~3개월 안에 돌아가시고 치료를 하면 2~3년 정도 더 사실 수 있다고 해서 그 말에 희망을 가졌던 것 같다.
그러나 결국 할머니는 잠깐 좋아지는 것 같더니 치료를 시작한지 8개월 만에 돌아가셨다.
나는 의사이면서도 할머니의 병세를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고 내가 원하는 쪽으로 해석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얼마나 어리석은 기대였던지...

이 책에 보면 항암제가 절대 근치 요법이 될 수 없음이 잘 설명되어 있다.
소아 백혈병 같은 경우는 예외겠지만 대체적으로 암은 완벽하게 나을 수 없다고 한다.
왜냐면 그것은 유전자의 문제이기 때문에 나이가 들면 세포 분열시 DNA 복제시 오류가 축적되어 변이가 생기는 암은, 다세포 생물의 숙명이라고 했다.
즉 나이가 들면 암 발생 확률은 당연히 올라 갈 수 밖에 없다.
그런데 할머니가 건강 검진을 했을 때 내과 의사가, 지금까지 암에 걸리지 않고 잘 살아 왔으면 이 연세에 암에 걸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했는데 대체 무슨 의미로 했던 말일까?
암이야 말로 젊어서는 생기기가 어렵고 나이가 들수록 생길 가능성이 높은 질환인데 말이다.
근치가 어렵다면 연명 치료에 불과한 항암제에 매달리기 보다는 고통을 완화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임종을 준비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는 말에도 동의한다.
현대의학이 이런 부분들을 소홀히 하기 때문에 대체요법이 들어설 여지를 주는 것 같다.

암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등에 대해 쉽고 비교적 정확하게 설명한 책이다.
더불어 나 역시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다.
의학과 전혀 관계가 없는 사람인데도 관심을 가진 후 책을 보면서 연구해 이렇게 훌륭한 저서를 내놓는 걸 보면 다치바나씨의 지적 능력에 감탄할 뿐더러, 지식 획득에 책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왜 그가 문학 대신 과학 등과 같은 논픽션에 가치를 두는지 새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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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2-06-19 0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까지 암에 걸리지 않고 잘 살아 왔으면 이 연세에 암에 걸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 ; marine님뿐만 아니라 이글을 읽은 분의 이해를 돕기 위해 해설을 덧붙입니다.
나이가 들면서 암의 위험요소가 축적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일정 나이가 지나면 다른 요소에 의해 사망하게 됩니다. 그래서 폐암같은 것은 나이가 들면서 사망율 점차 증가하다가 peak를 이루고 다시 감소합니다.
예를 들면 100세 되신 분은 (폐암의 사망율의 정점을 지났으며,) 암보다 자연사나 폐렴, 골절에 의한 합병증의 질병이 더 강력하게 사망원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marine 2012-06-19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에 따르면 암은 나이가 들수록 발병률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고 합니다. 세포분열에 따른 DNA 복제 오류가 축적되어 변이가 생긴다는 거죠. 엄마가 위암에 걸린 후 걱정이 돼서 할머니도 건강검진을 받으려고 했는데 그 의사분 말로는 80세 넘은 분이 암에 걸릴 확률은 거의 없다는 거였습니다. 저는 그 말을, 일정 나이가 될 때까지 암에 걸리지 않고 살았기 때문에 할머니 같은 분은 암에 대해서는 큰 걱정할 필요가 없는 걸로 이해했습니다. 제 생각에는 아마 그 내과 의사분도 그런 의도로 하신 말씀 같구요. 그런데 결과적으로 폐암에 걸려 돌아가셨고 암이라는 건 나이가 들수록 생길 확률이 높은 것이란 걸 새삼 확인했습니다. 이제까지 암에 안 걸리고 잘 살았으니 앞으로 걸릴 가능성은 없겠구나 아니라 나이가 들수록 암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지겠구나 하는 걸 염두에 둬야 한다는 거죠. 일본은 고령 대국이다 보니 고령자의 세 명 중 한 명은 암이라고 하네요. 책을 읽고 나서 암보험에 가입 안 한 게 갑자기 걱정이 되더라구요.

마립간 2012-06-20 15:21   좋아요 0 | URL
학문적으로 맞다고 할 수 없지만 실질적/현상적으로 '일정 나이가 될 때까지 암에 걸리지 않고 살았기 때문에 암에 대해서는 큰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이해해도 큰 차이가 없습니다. 소아암의 경우, 암이지만 나이가 많을 수록 발병률/사망율이 높은 것이 아니고 호발하는 나이가 지나 성인이 되면 그 암이 잘 발생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의지력의 재발견 - 자기 절제와 인내심을 키우는 가장 확실한 방법
로이 F. 바우마이스터 & 존 티어니 지음, 이덕임 옮김 / 에코리브르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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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하일 칙센트미하일의 <flow> 이후 오랜만에 만나는, 가슴 뛰는 책.

이런 자기 계발서야 말로 <긍정의 힘> 같은 책을 밀어 내고 베스트셀러에 올라야 마땅한데 왜 이런 훌륭한 책들은 인구에 회자되기 어려운 것일까?

너무 지루해서?

<코코넛과 지하철> 이라는 책에서, 운이 상당 부분을 결정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수용하고 받아들이는 자세를 가져야 하고, 불운을 막기 위한 방법은 평소에 열심히 훈련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진인사 대천명이라는 동양의 지혜와 일맥상통 하구나.

<의지력의 재발견> 이라는 다소 지루한 제목과는 달리 내용은 정말 유익하고 어떤 자기계발서 못지 않게 동기 부여를 강하게 한다.

의지력의 원천은 하나이다, 그러니 다이어트 하면서 직장일도 잘하기는 어렵다, 하나에 집중해라 이게 핵심이라고 할 수 있겠다.

새해 결심을 10 여 가지 세우면서 리스트를 만들지만 작심3일이 되는 게 당연한 것은, 새로운 일을 하려면 의지력이 필요한데 이게 다이어트 의지력 따로 있고 금연 의지력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모두 하나의 동력에서 나오는지라 힘을 분산하면 당연히 실패할 수 밖에 없다고 한다.

금연하면 군것질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지사.

공부 잘하는 사람이 촌스러운 것도 같은 맥락인데 하나에 신경을 쓰면 자연스레 다른 분야에는 관심과 주의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새는 몸매도 날씬하고 세련된 사람들이 공부도 잘한다고 하니, 갈수록 세상은 경쟁이 치열해지고 팔방미인을 원하는 것 같다.

 

결심을 이어나가는 방법으로 저자는 모니터링을 강조한다.

연예인들 옆에 매니저가 있고 운동선수 옆에 코치가 있듯 옆에서 목표 달성을 위해 훈련량을 체크하고 격려하면서 계속 평가한다면 결심을 이루기가 더 쉬워진다.

토크쇼에 문소리가 나왔는데 사회자가 어떻게 몸매를 유지하냐고 물어 봤더니, 평소에는 막 먹다가 영화 들어가면서 돈이 통장에 입금되면 그 때부터는 급 다이어트 모드로 들어 간다고 했다.

여기서 핵심은 "통장에 돈이 들어오면" 이겠다.

돈이 들어오면 어쩔 수 없이 강제적으로 다이어트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는 얘기.

저자도 이 점을 강조한다.

강제적인 상황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직장에 출근하는 것도 강제적인 상황과 비슷하다.

아침에 일어나 억지로 학교나 직장에 출근하는 것은 사회적인 압력이 아니면 매일 하기 어려운 일인데도 사람들은 꾸역꾸역 나간다.

그래서 검정고시나 재택근무는 성공하기가 어려운 모양이다.

 

<플로우>에서 배운 점은, 몰입의 즐거움을 얻으려면 지나치게 높은 목표를 설정하면 안 되고 조금씩 자기 실력을 업그레이드 시키는데서 재미를 찾으라는 것이고, <코코넛과 지하철>에서는 인생의 상당 부분은 우연이 많기 때문에 그저 열심히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고 운명을 받아 들여야 한다는 점이고, <의지력의 재발견>에서는 의지력의 원천은 하나이니 하나의 목표에 집중해 모니터링 하면서 평가하라는 것을 배웠다.

훌륭한 자기계발서들이니 인생의 변화를 원한다면 일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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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탐식가들
김정호 지음 / 따비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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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양질의 도서였다.

교수가 아니면 어쩐지 책 내용의 전문성이 떨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고를 때 머뭇거리는 편인데 내용이 훌륭하다.

역사서라고 하면 전에는 정치적인 사건들이 주를 이뤘는데 요즘에는 미시적인 분야에서도 많은 저작들이 나오는 것 같아 책 읽는 재미가 커졌다.

 

<한국인의 밥상> 이라는, 최불암 아저씨가 나오는 프로그램을 즐겨 보는데 한국 음식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었다.

맛있는 음식이라고 하면 서양식 스테이크나 자극적인 중식 코스 요리 같은 것만 생각했는데, 우리의 전통 음식이 이렇게 담백하고 정갈할 수 있구나 감탄하면서 보고 있다.

이럴 때면 급격한 산업화로 인해 전통과 거의 단절되다시피 한 우리 문화가 참 애처롭다.

책에 소개된 순채라는 나물은 서거정 등이 시를 써서 예찬했던 대단한 음식인데 습지가 사라지면서 현재는 밥상에서 자취를 감췄다고 한다.

난 순채라고 하길래 미나리의 한자 표기인 줄 알았다.

차갑게 데쳐서 먹는다고 하는데 얼마나 맛있고 귀했으면 임금에게 진상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선비들의 시를 보면 음식 하나에도 어쩜 그렇게 구구절절 예찬을 하는지 그 고매한 취향이 참으로 놀랍다.

중국 고사들이 일상적으로 사용되어 서왕모의 복숭아를 훔쳐 먹는 동방삭, 이런 식의 기본 지식이 없다면 한시를 제대로 이해하기는 참 어려운 일임을 느낀다.

일례로, 우심적이라고 하면 소의 심장인데 어찌 보면 엽기적이기까지 한 이런 음식이 왜 큰 대접을 받은 것으로 이해되는 걸까 싶은데, 알고 보니 소년 시절 왕희지의 될성 부름을 알아 보고 특별히 내린 음식이라고 한다.

그래서 우심적을 대접받으면 남에게 크게 인정받은 것으로 이해했다고 한다.

 

말 나온 김에 좀 더 써 보자면, 표범의 태아니, 곰 발바닥이니, 심지어 새끼를 밴 암퇘지의 아기집 요리니 하는 것들은 요즘 시각으로 보면 엽기적인 음식들인데 산해진미로 과거 기록들에 나온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푸아그레라는 거위간이나 달팽이 요리 등도 같은 맥락이 아닌가?

<인디애나 존스> 라는 영화에서 인도의 한 부족에게 초대된 해리슨 포드가 원숭이 머리 뚜껑을 열어 골을 파먹는 모습에 기겁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때만 해도 진짜 미개인들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면 이것이야 말로 문화의 차이지 않나 싶다.

우리나라에서도 소나 돼지의 창자로 순대를 해 먹고 닭발은 되는데 왜 곰발바닥은 안되겠는가?

개고기 역시 문화 차이가 아닌가 싶다.

개라고 하면 지금은 애완견으로 생각되지만 이 책에서만 봐도 개는 당연히 훌륭한 고기로 인식되어 개요리에 관한 얘기가 많이 나온다.

어디까지를 음식으로 허용할지는 시대와 문화에 따라 매우 가변적인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에는 인권의 범위가 동물들에게로까지 확대되어 야생동물은 물론이거니와 수천년 동안 당연시 해 왔던 소 돼지 등의 가축들을 먹는 것까지도 채식주의 등을 내세워 제한하려고 하니, 확실히 풍요 속에 관대함이 성장하는 것 같다.

 

기생과 음악 보다 낫다는 승기악탕이 도미와 당면 등을 쪄서 만든 일종의 전골 요리이고, 또 다른 예로 왜관에서 전파된 스키야키라는 설은 무척 흥미롭다.

한국의 대표적인 음식으로 소개되는 신선로가 한국인의 독창적인 음식이 아니라 동남아 등에서 흔히 보는 요리라는 것도 새롭게 알았다.

전통이 반드시 독창적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니, 굳이 신선로를 한국 대표 요리에서 뺄 필요가 있을까?

고루한 유학자에서 많이 벗어나 있던 허균은 역시 음식에서도 굳이 본능을 억제하지 않고 다양한 미식의 세계를 글로 남겼다.

요리서라고 하면 정부인 장씨의 음식디미방이나 빙허각 이씨의 규합총서 등 여성이 쓴 책만 있는 줄 알았는데 안동 양반인 김유의 수운잡방이라는 조리서도 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조선 시대에도 대체적으로 부엌일은 여자가 했으나 궁중 잔치 등의 큰 연회에서는 숙수나 선부 등 남자 요리사가 활약했다고 한다.

불을 이용하는 중노동이었으니 이해가 간다.

흔하게 먹는 두부도 조선 시대 때는 손이 많이 가는 귀한 음식이라 절에서 만들어 나라에 진상했다고 한다.

고려 때 두부 만드는 절을 조포사라고 했는데 두부를 포라고 일컫었기 때문이다.

흔히 알고 있기로 연포탕은 낚지국을 말하는데 사실 연한 두부국을 연포탕이라 했으니 잘못된 사용이라 하겠다.

 

음식의 유래와, 옛 선비들의 미각 풍류를 알게 된 좋은 독서였고 마지막에 나온 저자의 말처럼 미식과 탐식의 경계는 참 어려운 문제 같다.

따지고 보면 미의식이라는 것도 먹고 사는 것과는 큰 관계가 없는 어찌 보면 신선 놀음 같은 것이기도 하기에 다산 정약용이나 성호 이익처럼 검소한 밥상만 강조한다면 음식 문화가 크게 발달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

다치바나 다카시가 말하기를, 극한의 맛은 매우 미세한 차이인데 거기에 얼마나 돈을 쏟아 부을 수 있는지에 따라 음식 문화의 수준이 결정된다고 했으니, 과연 사치스럽고 낭비인 것 같아도 미의식은 화려함 속에서 발전하는 모양이다.

오늘날 명품 산업을 비웃으면서도 장인 정신과 미의식에 결부시킨다면 무조건 비난할 수만은 없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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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본 임진왜란 - 근세 일본의 베스트셀러와 전쟁의 기억
김시덕 지음 / 학고재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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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만에 쓰는 리뷰인지...

특별히 시간이 없었다기 보다는 아기를 낳고 이사를 하고 복직하고 하는 과정들이 정신적으로 여유가 없어서 책을 읽지 못했던 것 같다.

벌써 2012년도의 절반이 가 버린 걸 갑작스레 눈치채고 도서관에서 가서 책을 빌렸다.

여전히 자료실에는 읽고 싶은 책들이 널려 있어 나름 선택하느라 힘들었다.

제목이 너무 마음에 들어 오래 전부터 읽고 싶었던 책이라 첫번째로 선택받은 책이었는데 예상했던 내용에서 다소 벗어나 약간은 맥이 빠진다.

내가 원했던 책은 아마도, 객관적인 눈으로 본 임진왜란이었던 것 같다.

책의 내용은 임진왜란에 대한 일본 학자들의 견해가 아니라 대중에게 유포된 임진왜란의 이미지에 대한 것이었다.

임진왜란이 일본인의 눈에는 당연히 정복 전쟁이었을테니 특별히 새로울 것도 없는 관점이라 맥이 좀 빠졌다.

좀 웃겼던 것은, 가등청정으로 알려진 가토 기요마사가 조선에서는 가장 악행을 저지른 장수로 기억되는데 일본 내에서는 최고의 영웅이자 민중을 사랑하는 자비로운 이로 기억된다는 점이다.

경쟁자 관계였던 고니시 유키나가가 세키가하라 전투에서 진 후 무사로서의 명예인 할복을 거부하고 자살을 하지 않는다는 가톨릭의 원칙에 따라 참수당한 점 때문에 일본 내에서 비겁한 자로 낙인찍힌 반면, 가토 기요마사는 히데요시 사후 히데요리를 배신하고 도쿠가와 이에야스 편에 섰는데도 승자이기 때문에 대중들에게 긍정적인 기억으로 남는 점은 참 아이러니 하다.

가토 기요마사의 가문에서 펴낸 책에서는 심지어 그가 조선 백성들에게 자비로운 지배자로 인식되어 자발적으로 따라 나섰다고까지 되어 있다니 역사는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엄청난 차이가 있을 것 같다.

기대했던 이순신에 대한 평가는 그다지 많지 않아 아쉬웠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고의 영웅으로 인식되는데 일본에서의 평가는, 적을 공정히 평가해 줄 정도로 아량이 넓은 일본인이라는 자화자찬에 이용된다는 수준에 불과한 느낌이라 그 역시 한국인의 관점에서 본 이순신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류성룡의 징비록이 일본에 유통되어 그 책에서 긍정적으로 서술된 이순신의 평가가 일본 내에서 업그레이드 됐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우리가 알고 있는 이순신의 공적도 상당 부분은 이 책에 의거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런 걸 보면 역시 후대에 기록으로 남긴 사람이 최후의 승자가 되는 것 같다.

다음에는 서양학자의 눈으로 본 임진왜란, 이런 주제의 책을 읽어 봐야겠다.

한국인이 인식하는 임진왜란 말고 국제적인 학계에서 임진왜란이 어떻게 인식되는지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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