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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보험 절대로 들지 마라
김종명 지음 / 이아소 / 2012년 4월
평점 :
의료정책에 대해 연구하는 가정의학 전문의의 글.
의사수가 10만을 넘어서니 의사라는 집단도 하나의 특성을 지닌 동질적인 존재로 보기 힘든 것 같다.
일단 나는 보험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사람이라 여기서 비판해 마지 않는 암보험, 실손보험, 태아보험, 어린이 보험, 저축보험 등등에 하나도 가입하지 않았다.
특히 어린이보험의 경우 외래 진료비가 본인부담금이 3천원 내외로 쌀 뿐만 아니라, 입원을 할 경우는 10%만 부담하면 되니까 왜 따로 보험에 가입해야 하는지 의문이었다.
남들 다 한다는 실손보험이나 암보험 하나도 없는 게 어쩐지 불안했는데 책을 읽고 나니, 그것도 보험 정책을 연구하는 의사의 글을 읽고 나니 어느 정도 안심이 된다.
보험이란 위험 분산이라는 개념으로 본다면 작은 액수의 돈을 내서 치료비가 많이 들 경우를 대비한다는 점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자동차 보험처럼 말이다.
저자는 사보험의 지급률이 40%에 불과하고 보장 범위가 적으며 일정 기간이 지나면 계속 보험료가 오르기 때문에 (갱신) 사보험에 돈을 쓰느니 차라리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건강보험료를 올려 보장 범위를 넓히자고 한다.
민간 의료보험의 대표적인 나라인 미국의 예가 나온다.
미국 의료는 영리법인이기 때문에 주주들의 배당금이나 관리자의 연봉이 매우 높고 관리 비용도 많이 든다고 한다.
민간 보험이 없으면 맹장 수술에 천 만원 이상 들고 자연분만을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직장인은 50%를 부담하는 한국과 달리 75% 정도를 부담해 주기 때문에 실업자가 되면 곧 의료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인다.
기업체 역시 직원들의 의료보험 부담율로 부도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매우 비싸다고 한다.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전국민 의료보험이 없는 나라라고 하니 자본주의가 가장 발달한 미국답다.
오바마의 개혁으로 전국민 의료보험에는 실패했지만, 대신 보험회사의 지급률을 80% 이상으로 높히고 그 이하로 쓰게 되면 개인에게 환급하도록 했다.
한국 역시 책의 지적대로 국가에서 민간 보험에 대한 보다 강도높은 규제가 필요할 듯 하다.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건강보험의 보장률을 현재 60%에서 90%까지 높히면 굳이 사보험에 들 필요가 없으므로 건강보험료를 조금 더 내더라도 대부분의 국민에게는 훨씬 이익이라고 한다.
현재 비보험으로 된 비싼 검사들과 처방들을 보험으로 바꾸고, 간병 서비스까지 포함시킨다면 따로 민간 보험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특히 보험료는 고소득자일수록 부담이 크고 대부분의 근로 소득자는 소득 재분배 효과에 의해 부담률이 줄어들 뿐더러 절반은 기업체에서 부담하므로 여러 모로 봤을 때 건강보험 하나로 질병을 커버하는 것이 이익이라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무상의료라는 개념이 등장하는데 책에 자세히 다뤄져 있지는 않고, 두 가지 예로, 하나는 암 진단시 70% 정도와 6세 미만 입원료의 90%를 건강보험에서 부담하는 것이 등장한다.
할머니와 엄마가 각기 폐암과 위암으로 수술받으셨는데 실제 암환자로 등록되니 질병 치료에 거의 돈이 들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엄마 같은 경우는 암보험에 가입이 된 상태라 7천만원 정도의 목돈이 나왔지만, 할머니는 연세가 많으셔 아무 보험에도 들어있지 않아 치료비를 걱정했으나 투병 생활 동안 대부분 국가에서 부담이 돼서 큰 돈이 들지 않았다.
대신 간병비는 가계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간병인 비용을 보험으로 해결하자는 저자의 주장이 신선하게 들린다.
나 역시 할머니 투병 과정에서 암 치료비 보다 간병비가 더 나가는 걸 보고, 간병 서비스 보험에 가입해야겠구나 생각했었다.
본인 부담금의 한계 역시 현재 40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내리자고 한다.
그렇다면 재원은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
역시 세금을 통한 보험료 인상 밖에 없다.
저자는 조선일보에서 건강보험 재정 규모를 악의적으로 높게 잡아 세금폭탄 운운했다고 비난했는데 돈이 많이 드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이건희 같은 대한민국 최고의 부자가 보험료 상한선 때문에 한 달에 건강보험료로 160여 만원을 내는 것은 부당하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최고 상류층은 재산 규모에 맞게 무한히 많은 보험료를 내서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주장은, 어쩐지 강압적으로 들려 얼마나 호응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대신 근로소득 기준으로 직장가입자의 건강보험료를 책정하는 현재의 법 대신, 근로소득 외의 종합소득을 기준으로 보험료를 내자는 주장은 일리가 있다고 본다.
금융소득이나 부동산 등이 많은데도 지역가입 대신 직장가입자가 되어 보험료를 작게 내는 것은 형평성의 문제가 있다.
또 금융소득이 많은 사람은 피부양자더라도 보험료를 내야 한다는 주장에도 동의한다.
이런 식으로 과세 범위를 늘려 건강보험 하나만으로 질병에 대비하자는 게 이 책의 핵심 내용이다.
그런데 저자는 외래 진료비가 싸기 때문에 국민들의 의료기관 이용률이 높은 것에 대한 닥터 쇼핑 내지는 도덕적 해이에 대해 너무 가볍게 다룬 느낌이 든다.
입원을 할 정도라면 질병이 심각하기 때문에 (직장인의 경우 일상 생활을 못하게 되고 간병인도 필요하므로 개인의 부담도 커진다고 생각한다) 도덕적 해이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은데 외래 진료의 경우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또 낮은 수가 때문에 단위 시간당 많은 환자를 봐야 수익 구조를 맞출 수 있는 현 의료 체계에 대한 고찰도 부족해 보인다.
이런 측면에 대한 분석이 더해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