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의 경제학
이재희 지음 / 탑북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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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할까 봐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아주 흥미롭다.

예술에 관한 이야기라기 보다는, 예술을 소비하는 일반인들을 위한 책이라 더 관심이 가는 듯하다.

소비자 입장에서 미술이라면 첫 번째는 순수한 감상일 것 이고 두 번째가 바로 이 책의 주제인 경제적 활동, 즉 구입이다.

애호가 입장에서 순수하게 구입하는 경우도 있으나 요즘처럼 미술 시장의 규모가 커진 상황에서는 투자로써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미술품은 다른 투자 상품에 비해 비교적 안정성이 있는 편이라 위험을 분산시킨다는 의미로 부유층들이 구입하기도 한다.

소유하고 있는 동안 감상하는 즐거움이 있고 오래 소장하고 있으면 나중에 다시 팔면서 오히려 가치가 오를 수도 있으니 확실히 미술 작품은 경제적 비중이 큰 것 같다.

(이번에 집을 사면서도 느낀 바다. 지금까지 집은 거주하는 곳이고 일종의 소모품이라 생각했는데 20년이 지난 아파트 가격이 오히려 물가 상승률을 뛰어 넘을 정도로 올라 있고 그 동안 거주하는 경제적 이득까지 누렸으니 이런 최고의 투자 상품이 어디있나 싶다. 이런 간단한 경제적 원리를 모르고 살았으니 돈벌기는 틀린 것 같다)

미술품은 비싸다고만 생각했는데 의외로 80% 정도의 거래는 500만원 이하에서 이뤄진다고 한다.

100만원 이하가 50%를 차지한다고 하니 뉴스에 보도되는 고가의 작품들은 극히 일부인 모양이다.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책도 굳이 소장해야겠다는 생각이 안 드는 판에 값비싼 미술 작품 구입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지만, 수집을 염두에 둔다면 미술 감상에 대한 수준도 덩달아 높아지는 긍정 효과가 있을 것 같다.

저자는 미술 감상자의 수준을 다섯 단계로 나누었는데 내가 느끼는 감동은 작품을 봤을 때 순간적으로 드는 좋은 느낌, 뭐라 딱히 표현할 수 없지만 그냥 기분이 좋아지고 가슴에 울림이 생기는 정도, 겨우 1~2단계 수준인 듯하다.

1단계는 초등학생 수준의 감상, 즉 그림을 보자마자 느껴지는 감상이고 2단계는 작품의 내용이 어떤지 살필 수 있고 3단계는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고 4단계는 객관적으로 작품의 특성을 설명할 수 있고 5단계는 전문가 수준이 비평이라고 한다.

수집가가 되려면 적어도 3단계 이상의 안목이 있어야 하는데 내 경우는 겨우 1단계의 아주 초보적이고 즉자적인 감상이라 갈 길이 먼 듯 하다.

그럼에도 그림을 봤을 때 느껴지는 순간적인 미적 쾌락이 너무나 강렬하고 크기 때문에 큰 관심을 유지하고 있다.

스탕달 신드롬이 충분히 이해된다.

감정이 고양되고 가슴이 끓어 오르면서 설명할 수 없는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는 그림들이 있다.

저자도 안목을 키우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미술 교육이 아니라 자주 보는 것이라고 했다.

직접 감상하고 느끼는 것이 가장 핵심적인 감상법이라고 한다면 유수의 미술관을 갖춘 유럽이나 미국 사람들이 몹시 부럽다.

미술을 단순히 감상의 측면에 국한시키지 않고 보다 넓게 경제적 관점에서 또 일반 소비자의 입장에소서 본 점이 인상적인 책이었다.

남편은 우체국 직원, 부인은 도서관 사서를 하면서 한 사람의 월급은 오직 작품을 구매하는데 쓰고 평생 모은 작품을 워싱턴 갤러리에 기증한 미국 수집가 부부 이야기가 나온다.

평생 오로지 순수 애호가의 입장에서 예술품을 수집했다는 점도 대단하지만 부부가 뜻을 같이 했다는 점에서 정말로 부럽다.

맨 마지막에 어떻게 국가가 미술가를 지원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는데 내 생각에는 대중 교육과 미술관 지원 등이 최선일 것 같다.

미술이 대중 문화처럼 쉽게 즐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책에 나온 바대로 정부 인사들이 특별히 예술적 안목이 높은 것도 아니니 잘못하면 세금 낭비가 될 수 있고 특히 미술은 대중의 수준과는 거리가 있는 엘리트 분야가 아닌가.

직접 지원보다는 미술관의 세금 감면, 대중을 위한 미술 교육의 확대 정도가 최선의 방법일 듯하다.


<오류>

153p

도널드 저드(1828-1994)

-> 1928년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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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를 통해 본 문화 이야기
김동섭 지음 / 신아사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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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도에 발간된 책이라 그런지 너무 오래된 느낌이라 읽을까 말까 잠시 망설였지만 역시 어떤 책이든 읽고 나면 보람이 있다.

언어로 살펴보는 각국이 문화 이야기인가 생각했는데 언어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내용이 많아 전부 이해하지는 못했다.


기억에 남는 것들 몇 가지

1) 한국어는 색채 구분이 명확하지 않다.

어려서 봤던 책에서는 영어의 색 표현이 단조로운 반면 한국어는 아주 다양하다고 했었는데 정반대 이야기가 흥미롭다.

오히려 한국어는 푸르스름하다 이런 식의 모호한 표현이 많은 반면 영어는 색 자체를 sky blue, marine blue 이런 식으로 정확히 지칭한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옛 그림들이 하늘을 파란색으로 표시하지 않은 이유가 파란색 안료가 없어서 파랗게 인식하지 않았다는 글을 읽은 기억이 난다.

전통적으로 한국에서 통용된 색깔은 검정, 흰색, 빨간색, 노란색, 파란색 이 다섯 가지이기 때문에 푸른 계통을 전부 파랗다고 인식했다는 것이다.

초록과 파란색이 정확히 구분되지 않는 셈이다.

화려한 색체를 자랑한 르네상스 시대 그림들을 생각해 보면 색채 표현의 다양성이 이해가 된다.

반대로 한국어는 친족 관계를 표현하는 어휘들이 매우 복잡하다.

영어에서 단순히 사촌이라 표현하는 반면 우리는 내외, 촌수까지 정확히 구분하고 있다.

이런 어휘들을 통해 사회 구조를 살펴 볼 수 있는 듯하다.

다른 예시로 미국인 학자가 원주민 부족에게 햄릿의 줄거리를 설명해 줬는데 이들은 어머니와 결혼한 작은 아버지를 증오한다는 갈등 관계를 이해하지 못했다고 한다.

형사취수혼을 당연하게 생각하므로 처음부터 이것은 문제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언어가 사고를 제한한다는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2) 한국어는 우랄-알타이어계라 할 수 있는가?

저자가 정확히 구분하지 않았지만 전에 읽은 책에서도 그렇고 여기서도 의문을 표한다.

어쩌면 한국인들은 오래 전에 한반도에 정착해 단일 민족으로 지내 왔기 때문에 유럽의 언어들처럼 서로 섞이지 않고 독자적으로 발전해 온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고립어인 중국어와도 전혀 다르다는 게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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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간으로 백제를 읽다 - 나뭇조각에 담겨 있는 백제인의 생활상
백제학회 한성백제연구모임 지음 / 사회평론아카데미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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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고 어려울까 걱정했는데 목간 발굴에 관한 이야기라 전시회 도록 같은 느낌으로 빨리 훑어 볼 수 있었다.

돌에 새긴 금석문은 만들기가 힘든 만큼 중요한 정책이나 법령 등이 많았던 반면, 목간은 물품의 꼬리표 같은 실제적인 역할을 담당해 당시 사람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된다.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30만 점 이상의 엄청난 목간이 쏟아져 나온 반면 우리나라는 보존상의 문제 때문에 겨우 수백 점에 불과하다고 하니 안타깝다.

중국처럼 쓰고 난 후 목간을 한꺼번에 버리는 폐사지가 발견된다면 훨씬 풍부한 자료를 얻을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목간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세금 수취와 군역과 요역 징발을 위한 호구 파악에 있는 것 같다.

신라 촌락 문서와 같은 기록들이 목간으로 남아 있어 흥미롭다.

사비 도성을 5부 5항으로 나누어 어디 사는, 무슨 직책을 가진 누구 이런 식의 신분증 같은 목간이 남아 있다.

또 위덕왕이 관상성 전투에서 사망한 아버지 성왕을 기리기 위한 세운 능사지에서 목간이 발견됐는데 다른 절에서 사월 초파일을 맞아 보내온 물품들이 적혀 있다.

자기사와 보현사는 절 명칭이 나온다.

子基寺, 즉 아들을 기리는 절이라는 뜻이라 흥미롭다.

저자는 위덕왕이 죽은 아들을 위해 세운 절 이름이 혹 자기사가 아니었을까 추측한다.

법왕 때 세워진 백마강 너머의 왕흥사의 원래 이름이 자기사였을 수 있다고 추론하는데 확실한 근거는 없지만 흥미로운 가설이다.

이 곳에서 능사로 송염, 즉 소금을 보낸 목간이 발견되었다.

절에서 염전을 운영했다는 간접 증거라고 한다.

오석, 즉 도교에서 선약으로 쓰이는 오석산이라는 목간도 발견되어 백제와 도교의 관련성도 추측하고 있다.

한 두 글자에 불과한 목간을 가지고 다양한 생활상을 추론한다는 점에서 문자의 힘은 대단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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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로 읽는 세계사 - 문화의 눈으로 역사의 진실을 읽는다, 개정증보판
주경철 지음 / 사계절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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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해 보이는 제목과는 달리 흥미롭게 읽을 만한 주제들이 많았다.

다만 오래 전에 출간된 책이라 그런지 약간 촌스러운 서술 방식도 있고 오리엔탈리리즘에 빠지지 않기 위한 노력이랄까, 이런 게 다소 부자연스럽게 보이는 부분도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느낀 바는, 문화사적인 역사는 전체에서 개인으로 발전해 오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근대 사회는 "개인"의 발견인지도 모르겠다.

공동체의 일원으로써, 관습적인 틀 안에서 자신을 누르고 살다가 부가 확산되고 인권이 발달하면서 집단으로부터 벗어나도 홀로 생존할 수 있는, 그래서 나 자신의 개성을 마음껏 발산해도 전혀 문제가 없는 "개인"들이 확산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낭만적인 사랑관도 먹고 살만해진 근대의 산물인 것 같다.

18세기 영국의 개신교도들에 의해 부부간의 사랑이 비로소 사회적으로 인정받게 됐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한국만 해도 최근까지 본부인은 가정을 지키는 사람이고 사랑은 가정 밖에서나 가능한 일이라 생각했으니 말이다.

결혼은 사랑의 무덤이 아니라 이제는 사랑을 계속 지켜 나가는 과정으로 변하는 듯하다.

유아 유기 풍습도 부부간의 사랑이 널리 퍼지고 먹고 사는 게 해결이 된 후에야 비로소 아이를 가정에서 보호한다는 관념이 자리잡게 되면서 사라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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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유럽의 성채 도시 에이케이 트리비아북 AK Trivia Book
가이하쓰샤 지음, 김진희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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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들은 유럽에 대한 관심이 참으로 지대한 것 같다.

이런 책들을 보면, 일반인들도 역사에 대한 오타쿠적인 관심이 큰 듯 하다.

책 서문에도 취미 생활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는 말이 있다.

확실히 일본은 한국과 비슷해 보이는데도 매우 다른 문화권 같다.

사실 책 수준이 높은 것은 아니지만 성채에 대한 기술적인 부분들은 거의 이해를 못했다.

기계에 대해서는 겨우 스마트폰 누르는 것 밖에 못하는 사람이라 성이 어떻게 세워졌는지 나로서는 아무리 설명을 해도 이해 불가다.

다만 고대로부터 외적의 방어를 막기 위해 사람들은 모여 살기 시작했고 거주지를 삥 둘러 거대한 성벽을 쌓게 됐다는 정도로만 이해했다.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성벽은 점점 두꺼워지고 높아졌다.

대포가 등장하면서 성 안에서도 대포를 쏴야 하니 지나치게 높은 성벽은 오히려 비효율적이라 다시 높이가 낮아졌다고 한다.

한국은 대부분 산을 중심으로 한 산성 형태인데 유럽은 아예 주변을 빙 둘러 성벽을 쌓고 도랑을 파서 물을 채운 해자까지 등장한다.

석조 건축물이 중심이었기 때문에 오늘날에도 웅장한 모습을 잘 보존하고 있는 듯하다.

적이 쳐들어 오면 전부 성 안으로 들어가 항전을 한다.

성은 그야말로 방어를 위한 최상의 전략이었던 셈이다.

사람이 모여 있는 곳에 시장이 생기고 영주로부터 자치권을 얻는 도시들도 생겨난다.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으면 도시가 커가는데 제한이 생기므로 중세 사람들도 방어와 확장 사이의 균형에 대해 고심했다고 한다.

좁은 곳에 갇혀 있으면서 위생에 대한 개념이 없을 때이니 페스트 같은 역병이 한 번 돌면 저절로 인구 조절이 이루어졌다.

일부러 역병을 퍼뜨리기 위해 투석기에 포로의 목을 잘라 성 안으로 던지기도 했다고 한다.

정말로 인권은 사회의 진보와 함께 발전해 왔고 가톨릭이 지배하던 시대에 이런 형편없는 인권 의식을 보면, 종교가 도덕성을 담보한다고 말할 수도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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