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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외출 - 페미니즘, 그 상상과 실천의 역사
실라 로보섬 지음, 최재인 옮김 / 삼천리 / 2012년 6월
평점 :
정말 오랜만에 읽는 페미니즘 서적.
제목처럼 내용도 비교적 온순한 편.
지루하게 페미니즘 투쟁의 역사만 나열한 것은 아니고 일, 섹스, 육아, 피임 등 여러 분야로 나눠 여성이라는 젠더에 대한 분석을 시도한다.
페미니즘이라고 하면 남성들과의 권력 투쟁이라고 생각했는데 사회 전반에 대한 복지, 모성과 아동 보호, 여성의 참정권 획득,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노력이라는 걸 새롭게 깨달았다.
영국과 미국 여성들의 여성 권리 획득을 위한 투쟁의 역사는 읽을 때마다 놀랍고, 세상에 그냥 얻어지는 것은 없다는 사실을 상기시키곤 한다.
어찌 보면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이런 권리들이야 말로 서구 여성들의 줄기찬 투쟁의 결과 그냥 얻어진 권리인 셈.
여전히 한국에서는 결혼과 동시에 직업인으로서 보다는 주부로서의 여성을 강조하는 게 현실이고 보면 아직도 갈 길이 멀었구나 싶기도 하고, 가사와 양육의 부담으로부터 벗어나 자아 실현으로서의 "일"을 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중산층 이상의 계급과 지식, 사회적 지위를 획득해야 하는데 진정으로 그것이 가능할까 아득하기도 하다.
그나마 노동계층이 사회로부터 권리를 획득하려면 참정권을 행사하고 단체로 조합을 이루어 투쟁하며 무엇보다 교육이 최우선임을 느꼈다.
한국의 사교육은 매우 기형적이긴 하지만 지식 획득이 계급 상승의 필수 조건임은 분명해 보인다.
노동계급과 중산층 이상 계급이 아무리 페미니즘이라는 동일한 영역 안에 있을지라도 같은 목표를 갖기는 어렵다는 것도 새삼 느꼈다.
나는 늘 결혼하면서 전업주부가 되버린 사람들에 대해 약간의 편견을 갖고 있었는데, 이른바 자아실현이라고 하는 직업은 사회적 지위와 고임금을 보장해 주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고 대부분의 여성들은 결혼을 통해 현실을 탈출할 수밖에 없는 노동환경에 처해 있다는 것을 잊지 말라고 한다.
그러니 상류층 백인 여성들이 이끄는 여성운동이 흑인 노동계층에게 어떤 감흥을 줄 수 있겠는가.
남자들은 페미니즘에 과잉 반응을 하기 일쑤인데 책을 읽으면서 느낀 여성운동은 곧 폭넓은 의미의 인권 운동이고 사회 복지 전반에 걸친 문제임을 느꼈다.
읽어볼 만한 가치가 충분한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