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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권으로 읽는 고구려왕조실록 ㅣ 한 권으로 읽는 실록 시리즈 1
박영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4년 11월
평점 :
삼국사기나 삼국유사 같은 역사책들을 세심하게 풀어써 대중들에게 쉽게 읽히게 한 장점은 크지만 (자료 인용이 매우 성실한 편) 대륙백제에 너무 무게를 싣다 보니 어쩔 수 없이 학술서와는 구분이 되는, 대중적 저서의 한계를 드러낸다.
백제 편을 읽으면서 그 놈의 대륙백제 때문에 한숨이 나왔는데 고구려 편에서도 어김없이 등장해 하남 위례성이 서울의 몽촌토성 등지가 아니라 황하 근처의 하북성이라 주장하니 읽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스러웠을 정도.
단지 역사서에 기록됐다는 것만으로 과거의 역사가 재구성 되는 것이 아니고, 여러 상황과 특히 고고학적 증거가 일치해야 비로소 역사로 인정되는 게 아닌가.
대륙백제와 더불어 고구려가 하북성 주변까지 지배했다는 얘기는 자의적 해석이라고 밖에는 볼 수가 없다.
삼국사기 저자가 대륙백제를 기술하지 않은 까닭은 신라인들이 남긴 저작에 그 부분이 빠져 있어 전혀 몰랐다는데 500백년 후 사람들이 전혀 몰랐던 얘기를 1,500년 후 현대인은 어떻게 그리도 잘 아는지.
그 외에 고구려 국왕의 묘호가, 왕이 묻힌 곳을 기준으로 정해진 경우는 제대로 기록이 안 된 탓이라는 주장이 흥미로웠다.
이를테면 미천왕의 경우 미천 언덕에 묻혀서 미천왕이라 하지만 실제 묘호는 따로 있었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광개토대왕비에 보면, <국강상광개토경평안호태왕>이라고 쓰여 있는데, 국강상이 바로 능이 있는 곳이지만 국강상왕이라 부르지 않는 것처럼, 고국원에 묻힌 고국원왕이나, 동천과 중천, 서천 등에 묻힌 동천왕, 중천왕, 서천왕도 각히 묘호가 따로 있었을 거라는 주장이 흥미롭다.
좀더 자료가 발굴되길 기대해 본다.
광개토왕비 조작설도 잠깐 나오는데, 일본군 중위가 발견하여 비문을 조작했다는 설은 그 이전 탁본을 통해 근거없음이 이미 밝혀진 바 있다.
장수왕이 북위에 조공한 것은 명백한 사실인데 외교 관계를 맺었다는 식으로 마치 대등한 관계였던 것처럼 묘사한 부분도 지나치게 현대적인 관점에서 보는 느낌이다.
역사 해석은 늘 당대적 관점일 수밖에 없다지만 민족주의적 시각은 결국 역사왜곡을 가져오므로 주의해야 할 부분이다.
일본의 고서기나 일본서기처럼 고구려의 역사서도 남아 있었다면 보다 풍부한 고대사를 그려볼 수 있을텐데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