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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는 삶 - 배우고 익히는 사람에게 필요한 모든 지식
앙토냉 질베르 세르티양주 지음, 이재만 옮김 / 유유 / 2013년 2월
평점 :
제목이 고풍스러워 참 좋다.
말 그대로 "공부"하는 지성인의 삶의 자세에 대해 쓴 책이다.
전에 읽었던 새무얼 스마일즈의 "자조론"과도 일맥상통 하는 느낌이다.
그 책을 읽을 때는 결혼하기 전이라 상당히 공감했었는데, 지금은 아이가 둘인 직장인이다 보니 현실적인 조언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저자는 지성인의 존재를, 남성에게 한정지었기 때문에 아내는 조력자로 나온다.
지성인의 소명을 받은 사람이 저자처럼 독신의 수도승이 되지 않고 가정을 이룰 경우, 남편은 노동을 통해 가족을 먹여 살리는 가장이므로, 아내는 여가 시간에 남편이 지적인 삶에 몰두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도와야 한다고 말한다.
심지어 남편이 지성인이 된다면 아내 역시 그 업적을 같이 누릴 수 있다고 한다.
유명 작가나 화가들의 아내가 남편의 조력자가 되어 예술적 삶을 같이 누리는 경우를 상정해 볼 수 있겠다.
그러나 현대 사회는 다른 누군가를 통해서가 아니라 (남편이든 자식이든지 간에) 독립적인 개인으로서 성취하길 원하므로 21세기에는 해당되지 않는 말 같다.
직장에서 돌아온 남편이 아내와 아이들을 팽겨쳐 두고 자신의 서재로 들어가 독서에 몰두한다면 불평없이 그것을 지지해 줄 아내가 몇이나 될까.
나처럼 여자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나 역시 남자들처럼 직장에 나가 오랜 시간 노동을 통해 돈을 벌어와 가족을 부양하고 있지만 집에 들어오면 또다시 가사일과 육아를 해야 하고, 잠을 줄여야만 내 지적 생활을 누릴 수 있다.
가족을 부양하는 의무를 다했기 때문에 집에 돌아와 내 시간을 갖는다고 하면 사회적으로 매우 비판받는 사람이 될 게 뻔하다.
내가 책을 읽는 것이, 여기에 나온 "지성인"의 모습에 해당하는 것은 감히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어쨌든 나름대로 열심히 책을 읽고 있으나 가족들에게 좋은 평가를 얻지 못한다.
남편은 먹고 사는데 아무 상관도 없는 책들을 왜 쓸데없이 머리 아프게 읽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하고 (그 시간에 잠을 자라고 한다) 아이들 역시 내가 좀더 자신들을 돌봐 주길 바랄 것이다.
"여자와 지적 생활" 혹은 "가정과 지적 생활의 양립" 이런 주제로 책이 나오면 좋겠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갖게 된 건 말할 수 없이 기쁘고 행복하다.
결혼하지 않고 아이들 낳지 않았다면 절대로 몰랐을 인생의 기쁨이긴 하지만, "지적 생활"이라는 삶의 양식과는 상당히 병행하기 힘든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