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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딸의 딸
최인호 지음, 최다혜 그림 / 여백(여백미디어)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정말 오랜만에 읽는 에세이.
작가들의 에세이는 문장력이 좋아 읽는 맛이 있다.
너무나 쉽게 편안하게 쓰여진 수필.
이제 겨우 네 돌이 된 딸이 있어서인지, 또 작가만큼이나 그 손녀딸을 사랑하는 아빠를 봐서인지 100% 공감하면서 때로는 눈물도 글썽이면서 읽었다.
나도 내 딸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하고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굳은 결심을 하게 되고, 한편으로는 죽고 싶어도 이제는 죽을 수도 없다는 막중한 책임감에 어깨가 무거울 때가 많다.
"고통스럽고 괴로울 때면 '나는 내가 낳은 딸이 있다'라는 생각으로 용기를 잃지 않았다. 다혜만 생각하면 힘이 솟고 투지를 느끼곤 했었다."
이 문장을 읽다가 커피숖에서 청승맞게 혼자 울고 말았다.
너무나 격하게 공감하고 자식이 부모에게 주는 무한한 책임감과 기쁨과 삶의 용기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던 탓이다.
결혼 전에는 아이에 대해 부정적이었고 자식이라고 하면 의무감만 느껴졌는데 막상 아이를 낳고 보니 나를 짓누르는 그런 불행한 의무감이 아니라 어쩌면 내가 세상에 태어난 의미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한없이 소중하고 충만한, 가슴벅찬 고결한 의무감처럼 느껴진다.
저자는 내가 느끼는 이런 감정들을, 부모라면 누구나 느낄 그런 보편적인 충만하면서도 가슴벅찬 감정들을 너무나 편안하고 일상적인 문체로 잘 풀어낸다.
<길 없는 길>이라는 아주 오래 전 소설을 한 번 읽었을 뿐인데 역시 작가답다.
뒷부분의 손녀딸에 관한 에세이는 아직 그 위치에 있지 않아서인지 100% 공감하기는 힘들었다.
다만 내 딸을 나보다 더 사랑하는 것 같은, 하루 종일 손녀 생각을 하면서 너무나 기뻐하는 우리 아빠의 마음을 빗대어 생각해 봤다.
아빠와 나는, 작가와 딸처럼 꽤나 애틋한 관계다.
아빠와 나는 성향도 비슷하고 (무엇보다 책을 너무 좋아한다) 가치관이나 스타일의 싱크로율이 아주 높아 다른 자식들 보다 훨씬 더 특별한 관계고 이런 애정을 느끼게 해 주는 아빠에게 늘 감사하다.
저자의 딸 다혜씨도 이렇게 훌륭한 글을 써주는 최인호님을 아버지로 뒀으니 얼마나 행복했을까.
첫 자식인 나를 사랑하기 때문에 첫 손주인 내 딸을 또 끔찍하게 예뻐하고 귀애하는 우리 아빠.
내 딸도 시간이 지나 책 속의 손녀딸처럼 할아버지를 그리워 하는 편지를 쓸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