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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쇼크 - 과잉 인구 시대, 지구와 인류를 위한 최선의 선택
앨런 와이즈먼 지음, 이한음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평점 :
600 페이지에 달하는 두께에 약간 질리고, 분석하는 글이라기 보다는 취재 형식이라 읽을까 말까 정말 고민했던 책.
인구가 지나치게 많은 것보다는 적은 게 더 좋은 거 아닐까 평소 생각했던 터라, 요즘 인구 부양 정책과 반대되는 이런 주장에 흥미가 생겨 신간 신청을 했는데 내용이 한 눈에 들어오질 않아 처음에 애를 많이 먹었다.
요즘은 역사나 예술 관련 책만 읽어서 그런지 사회 분야 책은 쉽게 읽히질 않는다.
미루고 미루다가 대출 기한에 임박해 지금 아니면 다시는 못 읽을 것 같아 억지로 몇 장을 읽어 나가다 보니 저자의 글솜씨에 빠져 들었다.
사실 학자가 쓴 분석적 글은 아니라 명료하게 근거와 주장을 내세우는 깔끔한 스타일의 책은 아니고, 기자처럼 취재 형식으로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면서 근거가 되는 여러 사례들을 모아 최종적으로 결론을 내는 만연체의 책이라 호흡이 좀 긴 편이다.
역자가 사회과학서를 주로 번역했던 사람이라 그런지 문장이 매끄러운 편이다.
과거 농업시대에는 농사를 짓기 위한 노동력의 필요와, 높은 유아사망률 때문에 평균 7~8명의 아이들을 낳았다.
자손이 번성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축복이었다.
유아사망률이 높고 평균 수명이 낮을 때는 아이를 많이 낳아야 안정적으로 가계를 이어갈 수 있었는데 의학의 발전과 녹색혁명을 통해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1900년에는 겨우 16억에 불과했던 인구가 2015년 현재는 71억에 달하고, 2100년에는 100억을 돌파할 것으로 본다.
한마디로 지구라는 한정된 생태 공원에 단일 개체가 너무 많아 개체수를 줄이려는 인구압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유전자 변형 식물이나 육식에 대한 환경단체의 반발이 심하긴 하나 녹색혁명이 아니었다면 수많은 인류가 굶주림에 시달렸을 것이고, 아무리 가축에게 먹이는 곡류가 지구를 망친다고 주장해 봐야 육류 소비에 대한 욕구를 줄이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운 그레이드 어쩌고 하면서 자연으로 돌아가자, 덜 소비하자, 채식 위주로 가볍게 살자 주장하지만 풍요롭게 살고자 하는 인간의 이기적인 본성을 억누르기는 힘들 것이다.
그런 면을 인정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현실적이다.
석유의 대안 에너지인 풍력이나 조력 등도 현재 기술로는 생산성 있게 변하기가 요원하고 아무리 곡류의 품종을 개량해도 지력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단지 굶주림의 시간을 늦출 뿐 언젠가는 맬서스의 인구론처럼 생산량이 수요량을 따라가지 못해 굶어죽는 이가 생길 것이라고 본다.
기후변화, 환경오염 등도 전망을 우울하게 만든다.
선진국에서 소비는 더 많이 하면서 후진국의 인구증가에 책임을 돌린다고 비난하기도 하지만, 이제 전지구적으로 대다수의 인구는 도시에 밀집되어 있고 농사를 짓던 과거와는 달리, 후진국 빈민층도 도시에서 살아가기 위해 자원을 소비할 수밖에 없다.
저자는 조심스럽게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경제적이고 현실적인 방법이 아이를 적게 낳는 것이라고 결론짓는다.
한마디로 공간이 부족하니 인원수를 줄이자는 것이다.
의외로 이것은 간단한데, 중국처럼 한 자녀 갖기 운동을 몇 세대만 지속하면 인구는 이른바 적정 인구라고 하는 20억명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한다.
두 명의 남녀가 결혼해 한 명만 낳는 세대가 몇 대만 지속되면 된다.
선진국이든 후진국이든 여성의 권리가 높아지고 사회 참여율이 늘어날수록 여성은 아이를 적게 낳고 싶어한다.
성공적으로 피임을 시행한 국가로 저자는 콘돈 보급이 활발한 태국과, 종교지도자가 교리 해석을 통해 산아제한을 장려한 이란을 들고 있다.
반면 가톨릭은 여전히 피임을 반대한다.
필리핀의 경우 가톨릭이 매우 격렬하게 반대한다고 한다.
마치 국가가 세금 낼 사람 줄어들면 연금 부족해질까 걱정하는 것처럼, 가톨릭도 인구가 곧 신도수일테니 교세 확장을 위해서일 것이다.
저자는 인구가 줄어들면 노동력이 귀해지기 때문에 경제성장 없이, 즉 GDP 가 줄어든다 해도 임금이 올라 개인 소득에는 문제가 없을 거라고 낙관한다.
사실 이 부분에 대한 전망이 모호하다.
인구 감소를 걱정하는 이유는, 경제가 성장한다고 가정해야 자본주의 사회가 돌아갈텐데, 당장 인구가 줄면 재화를 소비할 사람이 줄어 기업의 이득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애를 많이 낳아야 소비인구를 유지할텐데 물건을 만들어도 써 줄 사람이 부족하니 소득이 줄 수 밖에 없다.
14세기 유럽에 흑사병이 돌아 1/4이 사망하자 노동자가 귀해져 임금이 상승하고 봉건영주의 인신속박이 약해졌다고 하는데, 과연 우리 시대에도 인구가 급격히 줄어든다면 노동력의 가치가 귀해져 오히려 살기 편해질 것인가?
세계 최저 출산율을 자랑하는 한국의 경우, 아무리 정부가 많이 낳으라고 권장해도 여성들은 이미 다자녀를 거부하고 있다.
한국 같은 경우 이민자를 받아 노동력을 공급해야 하는데 오랜 기간 동안 동질성을 유지해 온 사회다 보니 다문화는 새로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저소득국가도 여성이 교육을 받고 사회진출이 활발해지고 도시민이 더 많이 늘어나면 정부가 강요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출산율은 떨어질 수밖에 없으리라 본다.
국가정책으로 한 자녀 갖기를 강요한다면 빅 브라더에 대한 공포감으로 대다수의 사람들은 반발할 게 틀림없다.
그보다는 여성의 사회참여율을 높히고 원치 않는 임신을 방지하기 위해 피임법을 교육하고 낙태를 허용하는 게 훨씬 현실적일 것 같다.
(반대로 인구를 늘리고 싶다면 결혼 밖의 출산에 대해서 정책적으로, 문화적으로 좀더 개방된 자세를 가져야 한다)
출산율을 높히기 위해 애쓰는 요즘 같은 시대에 정반대되는 책이라 꽤 인상깊게 읽었고, 전지구라는 거시적 관점에서 보면 지구라는 공간과 생태계의 자원은 한정되어 있으니 결국 어느 시점에는 적게 낳는 수밖에 없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