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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중국에 빠져 한국사를 바라보다
심재훈 지음 / 푸른역사 / 2016년 8월
평점 :
품절
재밌게 읽었다.
제목이 인상적이라 선택했는데 좀더 압축적인 제목을 붙였으면 어땠을까 싶다.
페이스북에 올렸던 글들을 출판한 것이라고 하니 좀 놀랍다.
신변잡기 글이나 있는 줄 알고 한 번도 접속해 본 적이 없었는데 이런 양질의 글이 올라 오다니.
나도 시대에 뒤쳐진 사람인가 보다.
공감할 내용들이 참 많았다.
학벌주의가 이렇게 강력한 기제인지 새삼 깨달았고 민족주의에 함몰된 고대 사학계의 현실도 안타깝다.
고대의 영광이 오늘날 후손들의 자부심이 될 수 있는가?
그것이 실체가 없는 만들어진 허상에 불과할지라도?
민족에 함몰되어 역사를 소설로 만들어 버리는 행태들이 참 아쉽고 저자의 일갈을 시원하게 읽었다.
고대사야 말로 자료가 적으니 상상의 나래를 펴기 쉬워 인터넷 상에서 유사 역사학이 난무하는 것 같다.
저자의 인생 이야기를 쓴 앞부분을 읽으면서 무척 부러웠다.
내가 가고자 했던 길이 아닌가.
좀 감상적인 말이지만 다시 태어난다면 내가 제일 좋아하고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일, 역사학자가 되고 싶다.
서양사도 좋지만 특히 중국사가 너무 재밌다.
우리 모두는 그리스인이다라는 말처럼, 고대 중국사는 그 보편성 때문에 동아시안인이라면 특히 흥미진진하게 공부할 수 있는 것 같다.
철학과 교수였던 아빠는 여자가 교수가 된다는 것은 집안이 아주 좋지 않은 이상 불가능하다고, 자격증을 가진 직업을 택하고 역사는 취미로 삼으라고 했다.
사학과를 나와 잘 되면 임용고시 합격해서 교사가 되는 것인데 연구하는 교수는 멋있어 보여도 학생들에게 시달리는 교사는 전혀 좋아 보이지가 않아 결국 이과를 갔고 직업적으로는 안정됐으나 언제나 마음 한 구석에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소망이 남아 있다.
마치 대리만족을 하듯 깊이 공감하면서 책을 읽었다.
내 아이들은 경제적인 부담없이 자기가 좋아하는 직업을 택했으면 좋겠다.
원하는 일을 하는 것도 부모 세대의 노력과 희생이 있어야 가능한 것 같다.
결국 금수저로 태어나야 가능한 일인가 싶기도 하고...
수필과 논고가 섞인 개성적인 양식의 책을 무척 재밌게 읽었고 나처럼 중국 고대사에 관심많은 사람들을 위해 좋은 책을 많이 내주길 바란다.
저자가 추천했던 국립경주박물관의 일본 고분전 도록도 꼭 읽어 보려고 한다.
(도서관에 신간 신청을 했더니 이미 다른 사람이 신청한 상태라 그 사람이 먼저 빌린 후 예약을 해서 내가 다음에 읽었다.
그런데 밑줄이 어찌나 많이 그어졌는지, 그것도 질나쁜 볼펜을 썼는지 볼펜 찌꺼기까지 더해져 너무 화가 났다.
공감할 부분이 그렇게나 많았으면 사서 읽을 것이지, 새 책을 어쩜 그렇게 엉망으로 만들어 놓을 수 있는지 그 뻔뻔함이 놀라울 따름이다.
도서관에 항의할 수도 없고 너무 화가 나서 여기에라도 기록해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