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의 탄생 - 퇴계 이황부터 추사 김정희까지
김권섭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도서관 서가에서 우연히 발견한 책.

제목 때문에 지나칠 수가 없었다.

저자가 전문 학자는 아닌 탓에 선비에 대한 본격적인 분석은 아니고, 모범이 될 만한 여러 이름있는 선비 열전이다.

기대보다는 내용이 알차서 열심히 읽었다.

한시 소개를 많이 했는데 제대로 음미하지 못해 아쉽다.

한시는 한글로 번역을 해 놔도 기본적인 소양 부족으로 즐기기가 어렵다.

역사책에 나오는 이황이나 이이, 정철, 정약용, 김정희 등 유명 선비들도 그저 고매한 정신의 소유자인 것은 아니고 감정을 가진 섬세한 인간이었음을 보여준다.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은 감수성도 예민한 모양이다.

사적인 편지글에 담긴 희노애락이 마음에 와닿는다.

부모와 아내, 형제, 자식들, 친구들에게 보내는 편지에 담긴 애틋한 마음이 인상깊다.


<인상깊은 구절>

101p

"성수침은 노년에 병으로 목숨이 위태로워지자 아들 성혼에게 "죽고 사는 것은 常理이다. 한 번 돌아감은 실상 쉬운 일이다."라며 태연히 말했다. 옷을 갈아입고 잠자리에 들더니 그대로 운명했다. 벼슬에 초연했던 사람답게 죽음마저도 태연하게 받아들인 것이다.

137p

"임진왜란이 일어났을 때 주변에서 피란할 것을 권유했지만, 그녀는 이를 거절했다. "내가 하늘처럼 섬기던 어른을 잃은 지 이미 8년이나 되었는데, 이만해도 목숨이 질기지 않느냐. 하물며 이런 큰 난리를 만나 산소 곁에서 안 죽고 어디 가서 살아 보고자 할 것이냐. 나는 이미 뜻을 결정했다." 라고 결연한 뜻을 보였다. 임금이 의주로 피란 갈 때 그녀는 율곡의 신주를 모시고 파주로 갔다.

307p

"평생 동안 몸을 붙일 곳도 없어 사방으로 떠돌며 빌어먹기까지 했으니, 사람들이 대부분 천하게 여겼다. 그러나 몸이야 곤궁했어도 불후의 명시를 남겼으니 한때의 부귀로 어떻게 그와 같은 명예를 바꿀 수 있으랴!"

324p

"고산은 <알겠다고 세상을 떠나가 버린 아들은/나의 8년 동안의 손님이었음을>이라고 적었다."


<오류>

123p

"조선을 건국한 태조의 둘째 사위가 율곡의 5대조이다."

->태조의 둘째 사위는 심종이다. 율곡의 5대조는 이명신인데, 심종의 사위다. 즉, 태조의 사위가 아니라 태조의 둘째 딸의 사위이다.

181p

"1551년에 왕자(훗날의 선조)를 낳은 명종이 은사를 내려"

->훗날의 선조가 아니라 순회세자이다.

288p

"석주는 조카 심기원을 불러 자기가 써 두었던 글을 모두 전해 주었다."

->심기원은 석주 권필의 조카가 아니라 제자다.

436p

"왕통을 따지면 진종은 철종의 5대조가 되고 (철종-헌종-순조-정조-진종), 가통으로 치면 4대조(철종-전계대원군-은언군-진종)가 된다."

->왕통을 따지면 진종은 헌종-익종-순조-정조-진종으로 5대조가 되고, 가통으로 치면 전계대원군-은언군-진종으로 3대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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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라는 유산 - 영조와 조선의 성인군주론
김자현 지음, 김백철.김기연 옮김 / 너머북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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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은 독자를 흥분시킨다.

번역투의 문장이 가독성을 다소 떨어뜨리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아주 재밌고 흥미롭게 읽었다.

존 던컨 교수가 쓴 "조선 왕조의 기원"을 읽었을 때와 비슷한 흥분이다.

저자가 한국 사람이면서 미국에 가서 한국학을 전공하는 특별한 이력의 학자라 더 흥미로웠다.

문장이 만연체고 번역투라 눈에 확 들어오지 않는 부분도 있었는데 역자 후기를 보니 문학을 전공한 저자의 스타일인 모양이다.

학술서 번역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보여 주는 책 같다.

전공자가 너무나 꼼꼼하고 세심하게 역주를 달아 줘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성인군주라고 하면 그저 수사적인 문구에 불과한 줄 알았는데 영조가 이러한 이상적 군주상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큰 공을 들였는지 새삼 알게 됐다.

그 뒤를 이은 정조 역시 할아버지의 노력을 이어받아 관료와 백성의 어버이이자 스승으로서 자리잡은 듯 하다.

전에는 유교적 명분론이 말 뿐인 허상이라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오늘날의 자유 민주주의와 같은 체제 이데올로기이자 국가를 수호하는 가치가 아니었나 싶다.

숙종과 영조 정조가 망한 명나라를 왜 붙들고 제사를 지냈는지 책을 읽으면서 비로소 이해가 됐다.

우리 조상들이 그저 얼빠진 명분론자였던 게 아니었고, 신유학에 의해 통치되는 국가를 지탱하는 실제적인 힘이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영조는 명 황실의 후계자 노릇까지 자처함으로써 왕실의 권위를 높이려고 해서 관료들과 충돌했다.

제후국이라는 독특한 지위가 어쩔 수 없이 종주국의 권위를 끌어올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황형 시해 의혹 속에서 즉위한 영조는, 미천한 신분의 어머니라는 컴플렉스를 안고 평생을 정통성 확보에 주력했다.

사극와 영화 속에서 묘사되는 영조의 집요하고 철저한 강박적인 성향이 책을 읽으면서 눈에 그러졌다.

아들이 그러한 정통성 논쟁을 해결해 주길 바랬지만 역량 부족이었을 뿐 아니라, 불행히도 정신병을 얻고 만다.

다행히 손자는 할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하여 왕국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갔으니, 결과적으로 영조와 영빈 이씨, 이 비정한 부모의 결단은 성공한 듯 하다.

균역법 시행을 위한 관료들과의 줄다리기도 흥미롭게 읽었다.

하나의 법을 제정하고 시행하기 위해 얼마나 격렬한 논쟁이 있었는지, 또 통치자의 강력한 의지와 긴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됐다.

가장 재밌는 부분은 역시 사도세자 편이다.

오래 전에 봤던 MBC 사극 "대왕의 길"에서 박근형이 의심많고 노회한 영조 역을 잘 소화했었다.

작가가 정말 성실하게 사료를 읽었던 모양이다.

드마라 속의 에피소드들이 책에 많이 나온다.

또 5부의 사도세자 편에서는 최근에 본 영화 "사도"의 장면들도 많이 등장한다.

이미지로 그려져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오류>

176p

'노론 4대신' - 곧 김창집, 이이명, 이관명, 조태채

->노론 4대신은 이관명이 아니라 이건명이다. 이관명은 이건명의 형이다.

227p

"박필주는 효종의 외손자 중 하나로 친척이었고 명문 출신에 왕실과도 연결되어 있었다."

->효종의 서녀 숙녕옹주가 금평위 박필성에게 하가했고 소생 없이 일찍 사망했다. 박필주는 박필성과 같은 집안 사람이고 효종과 가족관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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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생산의 기술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23
우메사오 다다오 지음, 김욱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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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특유의 세밀함이 느껴지는 책이다.

1960년대 출간된 책으로 편지 쓰는 격식이나 타이프라이터로 글을 쓰자는 말이 나올 정도로 요즘 시대와 전혀 맞지 않는 내용도 있지만, 전체적인 주제와 방법론에는 매우 동의하고 많은 도움을 받았다.

"지적 생산의 기술" 이라는 제목이야 말로 내가 추구하는 삶의 즐거움과 방향성을 너무 잘 대변해 주는 것 같다.

지금까지는 독서, 즉 지적 활동 혹은 즐거움만 생각했는데 정보를 창조하는 지적 생산, 즉 글쓰기 측면도 고려해 봐야겠다.


1. 한번에 통독하기

나눠서 읽는 것보다는 한번에 쭉 읽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인데 항상 시간이 부족하다.

가벼운 책은 한 시간에 한 권도 가능하지만 보통 한 시간에 50~60 페이지를 읽는다면 최소 6~8시간 정도 소요되므로 이틀은 걸린다.

마음에 드는 구절이 있으면 밑줄을 긋고 두번째 읽을 때 정리하라고 한다.

확실히 책을 읽는 동안 옮겨 적으면 맥이 끊기긴 한다.

나는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기도 하고 책이 지저분해지는 게 싫은지라 북다트를 꽂아놓고 나중에 옮겨 적는다.

처음 읽을 때는 한 번에 쭉 통독한 후 체크한 부분만 다시 재독을 하면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듯 하다.

이 때 시간차를 두는 게 좋다.

어느 정도 기억에서 흐릿해질 때 다시 읽으면 간섭 효과도 없어지고 훨씬 쉽게 이해가 된다.

독서 노트 쓰는 게 항상 고민이었다.

알라딘에 간략한 기록이라도 남기긴 하지만 정리를 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나중에 보지도 않기 때문에 써야 하나 말아야 하나 늘 고민거리였다.

저자에 따르면 새로운 지식들을 전부 카드화 시켜 분류한 후 자주 들여다 봐야 비로소 내 것이 된다고 한다.

저자처럼 전문적으로 글을 쓰는 학자는 아니므로 그렇게까지 노력을 들일 수는 없지만 기억하고 싶은 내용들은 독서 노트에 간략하게 기록해 자주 봐야겠다.

이 때 중요한 것은 하나의 문장으로 기술하라는 것이다.

나 역시 간단하게 적겠다고 키워드만 적다 보면 나중에 읽을 때 무슨 얘긴지 모를 때가 많다.

꼭 지식에 관한 글이 아니라 해도 나의 생각과 감정을 적을 때도 가급적 문장으로 기술하면 하나의 소논문이 될 수 있다고 하니 앞으로는 메모 형식을 바꿔 봐야겠다.


2. 형식을 갖춘 일기 쓰기

중학교 때부터 열심히 일기를 썼는데 어느 순간 감정의 과잉이라는 생각이 들어 중단했다.

나중에 읽어 보면 나 스스로에게도 부끄러워 기록으로 남기고 싶지가 않았다.

저자는 감정적인 글쓰기 보다는, 나에 대한 하루 일과 보고서를 써보라고 한다.

형식을 갖춰 오늘 경험한 사건들을 나열하고 그에 대한 감상을 간단하게 쓰는 것이다.

나에게 제출하는 경험 보고서라는 형식이 신선하다.

유튜브에서 내면 관찰 일기를 쓰라는 영상이 있었는데 비슷한 맥락 같다.

한 번 시도해 보고 싶다.


3. 자료를 분류하여 자주 들여다 보기

이 책의 핵심이 바로 세분화 시켜 분류하기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이 생각난다.

요즘은 인터넷 시대라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어 수많은 자료들을 분류하는 것도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된다.

저자는 강박적일 정도로 세밀하게 자료들을 분류하여 캐비넷 파일에 세워 놓고 필요할 때 바로 꺼내서 사용한다.

컴퓨터 자료 정리처럼 폴더를 만들어 해당 내용물을 보관하고 그 폴더들을 캐비넷 파일에 보관하라는 것이다.

내가 유일하게 탐닉하는 게 바로 책인데도 절대 구입하지 않고 도서관에서 빌리는 까닭도 이 정리의 문제 때문이다.

특히 책은 부피가 커서 금방 공간을 탐식해 버린다.

공간의 활용과 자료 정리는 상당한 기술을 요하는 문제다.

책에 나온 오픈 파일과 캐비넷을 활용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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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기원과 그 배경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22
시라카와 시즈카 지음, 심경호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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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이와나미 문고 시리즈를 한꺼번에 구입해서 신간 코너에 꽂혀 있었다.

흥미로운 제목들이 아주 많아 여러 권 빌렸다.

우리나라의 살림 문고 느낌이랄까?

책 디자인이나 판형도 독서 의욕을 고취시키게 잘 만든 듯 하다.

저자 이름이 낯익은 듯 해 찾아 보니 다른 출판사에서 나왔던 책이다.

2011년도에 쓴 리뷰가 알라딘에 있어 반가웠다.

다른 번역 탓인지 아니면 독서 능력의 퇴화인지 세부적인 부분은 이해를 다 못하고 대강의 뜻만 알아 먹었다.

일본 학계의 중국사는 깊이가 있고 아주 흥미롭다.

전설 속의 나라 같은 은나라와 주나라, 그리고 많은 제후국들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쌓을 수 있었고 상형문자인 한자의 어원이 고대의 주술, 즉 제정일치 사회에 있었음을 알게 됐다.

오늘날의 종교나 사상체계와는 달리 고대 사회는 신을 섬기고 이민족 신의 액을 피하는 제액 의식이 주를 이뤘다.

은의 왕들이 왜 무축왕이라 불렸는지 이해가 된다.

갑골문에 새겨진 점복이 곧 나라를 지탱하는 근본 힘이었던 셈이다.

주나라가 세워지면서 인격신인 은의 帝 대신 비인격신인 天 사상으로 바뀐 점도 흥미롭다.

상형문자인 한자가 이집트나 수메르 문자와는 달리 문화의 단절 없이 여전히 중국에서 살아있고, 그것을 기록한 갑골문과 금문의 존재가 고대인의 사상을 이해하는 열쇠가 된다는 점이 정말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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解明 2018-10-23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글 쓰셨네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읽어 보고 싶은 책입니다.
 
인정사정, 조선 군대 생활사 고전탐독 1
원창애 외 지음 / 한국학중앙연구원(한국정신문화연구원)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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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는 흥미로운데 내용은 사실들의 나열이라 지루했다.

역사적 사실을 그대로 알기 위해서 책을 읽는 게 아니라 사실을 잘 조합해 의미를 찾아 주는 게 좋은 교양서의 역할이 아닐까 싶다.

좋은 재료로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주면 참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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