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그 계좌에 있던 돈이 3백만 원 남짓이었다는 건 도준의 기억 속에 없었다. 도준이 기억하는 자기 돈은 1억 3천이었다.
- P63

"고작 다섯 번 연속으로 짝수가 나오는 일이어떻게 사기인가? 그들 모두의 죽음은 독립시행이다. 그들의 운명을 내가 조작할 이유도, 능력도 없다. 운명을 조작할 수 있다면 그냥 너 하나의 운명을 조작해버리지, 네까짓 게 뭐라고 너하나 때문에 여럿의 운명을 조작하겠는가?"
- P65

하지만 사실, 벨도 이게 이 정도로 대박이 날줄은 몰랐다. 그래서 진심으로 인간에 감탄했다.
"정말 인간은 대단히도 어리석은 존재구나."
- P113

이 소설에서 악마는 인간에 대한 열렬한 탐구자이며, 인간의 최대 이해자일 수밖에 없다.
- P117

예를 들어 사랑과 돈은 결과적으로 미래지향적인 가치들이며, 인간성에 대한 낙관적 이해만큼이나 과대평가된 것들이다. 그런데 인간성에 대한 이 낙관적 기대를 포기한다면? 인간은 그렇게 어렵사리 미래를 지향하며 살아갈 필요가 없는 존재들일지도 모른다.
- P119

이제 파우스트적인 인간상을 대변하는 ‘의지‘는 오히려 철저하게 개인화되어서, 다른 사람의 불행조차도 자신의 행복을 위한 조건으로 활용된다.
- P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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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주택
공동체를 설계하는 건축
야마모토 리켄, 나카 도시하루 (지은이), 이정환 (옮긴이), 박창현 (감수) 안그라픽스 2025-03-06, 296쪽, 건축이론

🏘 책을 읽으며 이렇게 어려운 책은 우유의 역사, 주기율표 나왔던 책 이후로 오랜만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대면 모임도 무엇을 얘기해보겠다가 아닌 이 책에 대해 다른 분들의 말씀을 들으며 조금이라도 무지를 좁히고자 하는 마음으로 참석했다. 모임에 참여한 다른 분이 초반 이런 말씀을 하셨다. 이 책이 결국 예전으로 돌아가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고. 어릴 때 동네 구멍가게가 커뮤니티 역할을 하며 구심점을 이루던 시절을 말씀하셨다. 그 얘기를 듣는 순간, 내가 이 책을 극한 이론서로만 읽었다는 실수를 인지했다. 그리고 같이 나누는 책에 대한 이야기가 쉬워졌다.

🏘 생각해보면 예전에는 동네 주택가마다 커뮤니티가 있었다. 모임에 내게 깨달음(?)을 주신 분 말씀처럼 대표적인 건 동네 구멍가게. 우리집은 내동생과 내 이름 한 자씩 따서 ‘선민슈퍼‘라는, 절대 슈퍼가 아닌 순도 100% 구멍가게를 했었다. 가게 앞 평상은 동네 사랑방. 그때는 도시락 밥도 서로 빌리고 빌려주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밥을 빌리다니, 상상도 못 할 얘기다.

🏘 주택가만 그런 건 아니었다. 슈퍼를 접고 이사 온 복도식 ‘삼익아파트‘. 지금 내 나이보다 많은 그 아파트는 여전히 인천에 존재하는 낡은 아파트지만, 어릴땐 나름 준수했었다. 역대급 더위라는 여름, 사람들은 복도에 돗자리를 펴고 수박을 먹었다. 에어컨도 없었지만 선풍기도 두 개씩이나 있는 건 생각을 못 했던 시절. 사람들은 복도를 지나갈 땐 가장자리로 깡총깡총 넘어갔다. 심지어 가장 덥다는 날엔 돗자리를 펴고 현관을 열고 복도에서 자기도. 그러니 커뮤니티가 어떤 장소가 아니라도 없으려야 없을 수가 없지 (???).

🏘 지금이야 주택도 드물고 아파트도 사생활이 보장되는 계단식이 거의 대부분이긴 하지만, 그게 아니라도 예전 같은 진짜 커뮤니티는 없다. 커뮤니티 대신 공동체라고 쓰기엔 어쩐지 무거운 느낌이기도 하고. 아, 공동의 적이나 불만사항이 있을 경우 커뮤니티는 활발하다. 단체 하자 보수 요구라던가, 뭐 이런 식이라면. 그래도 최근 아파트는 커뮤니티 센터도 있고 인터넷 카페도 있는데, 구축 아파트나 주택은 확실히 공동의 무언가는 떨어진다.

🏘 그나마 내가 살고 있는 타운하우스는 겨울에 눈이라도 치워야하니 나쁜 상황으로라도 활발한 편이다. 관리비도 같이 거두어 분리배출과 관리비로도 써야하고. 다른 곳보다 많은 편이지만, 어느 누구도 총대 매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리고 개인적으론 너무 활발한 커뮤니티는 부담스럽다. 이사 초기 활발하던 단톡방이 지금은 여러 이유로 조용해져서 다행이라 생각하는 중.

🏘 스머프마을은 만화에만 가능한 것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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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난 자질이 아니라 길러진 열정으로서의 연민,
그 힘에 기대어 또 얼마간을 살고 썼다. - P5

살아가는 동안에는 살고
죽을 때가 되어서는 죽는 것을 받아들여야겠지만
인간 없는 세상은 차라리 평화로울 수 있다고
마음을 내려놓을 수도 있지만
- P38

새로운 대륙에 닿기 직전
더 새롭고 알 수 없는 세계로 떠나버린 그들은
삶 속으로 다시 돌아오지 못했다 - P54

한 편의 시가
폭발물도 독극물도 되지 못하는 세상에서
수많은 시가 태어나도 달라지지 않는 이 세상에서
- P67

은행 금고에는
저당잡힌 감정과 생각과 시간 들로 가득할 것이다
물론 미래의 시간도 거기 갇혀 있을 것이다
- P74

그러나 위령비 뒷면의 비문은 아직 읽을 수 없다
진실은 연꽃 벽화로 덮여 있다

하마터면 그 연꽃이 아름답다고 말할 뻔했다
- P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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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해야 할지 모를 때는 일단 밥부터 먹는 거라고 배웠다. 
- P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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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치 않았는데 목소리가 덜덜 떨렸다. 내 말이 끝나자마자 인사과장이 별안간 내 쪽으로 한 걸음 다가와 나를 가로막고 섰다. 그러고는 갑자기 태세를 전환했다. 순간 알았다. 이제 약자는 저들이었다.
- P178

내가 이긴 거나 다름없지만 사는게 지겹고 내 운명이 가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P180

일본인 동료가 별 뜻 없는 농담을 하기에 오늘은 나도 ‘공기를읽으며‘장단을 맞췄다. 일본어로 공기를 읽는다는 말은괜한 말로 분위기를 깨지 않고 주변 흐름에 잘 맞춘다는 뜻인데그건 일본 조직 생활에 꼭 필요한 덕목이다.  - P185

국적과 언어만 같을 뿐 인생의 궤적이 달라 도통 말이 통하지 않았다.
- P192

그래, 나도 초년생일 땐 몰랐다. 혼자 어떤 벽이든 뚫을 수 있는사람. 혼자서도 멋지고 훌륭한 사람에겐 노조가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이 업계는 노조가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유능한 사람들만 모여 있다기보단, 노조가 필요하지 않을 만큼 독보적이어야 한다는 분위기 속에 모두 고립되어 있다는 것을.
- P200

"나는 슬프지 않으려 애써요. 프로 직장러니까."
내일은 내가 타마리바 커피를 쏴야 할 것 같았다.
- P204

퇴사를 하기로 결심했다. 장르소설에서 인물이 이야기 바깥으로 나가버리는 결말은 서사적으로 별로다. 서사적 일관성이나 완결성을 위해서는 어떻게든 그 안에서 뒹굴어야 하지만 나는 그냥 그만두기로 했다. 
- P208

AI는 고도화될 테지만 인생은갈수록 와케아리다. 다 이유가 있다. 하자도 있고 사고도 있다.
- P209

평소 지론을 떠올리며 팀장의 이야기를 반겼다. 누구나작가를 해야 세상에 더 다양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
- P210

같이 웃는 날엔 어이없는 웃음을 지을 때가 잦고 눈물을 보이는 날엔 억울해서 울 때가 많다. 웃음과 눈물의 종류가 이렇게 다양하다는 걸 서로를 통해 알게 된다.
- P211

어떤 마음도 갖지 않으려면, 역설적이게도 매 순간 마음을 더 단단히 먹어야 했다.
- P229

오늘의 내가 어제의 나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고, 이대로라면 내일의 나 역시 오늘의 나처럼 아무 쓰임이 없을 거라는 사실에 절망할까. 어떤 마음도 갖지 않겠다는 다짐은 얼마나 부질없는가. 오늘만 생각하며 꾸역꾸역 살아가다가 정해진 때에 홀가분하게 통증에서 벗어나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는데, 마음은 언제고 마음대로 되지가 않았다.
- P249

매니저 하기 싫어서 승진하기 싫고, 책임지기 싫고, 더 오랜 시간 일하기 싫어서.
- P49

"어린애들이나 이렇게 산다는 거야. 미래 없이."
"미래가 왜 없어? 나는 이렇게 쭉 살 건데? 그게 내 미래야."
- P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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