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은 전반적으로 생물은 결국 유전자의 자기 복제와 생존을 위한 방식을 채택한다고 설명한다. 이 말이 상당히 불편하게 다가왔다. ‘나‘라는 한 영혼, 자아가 아닌 유전자가 자기 복제를 할 수 있는 고작 유전자 운반자라는 것도 불편했고, 과연 생물의 제일 큰 의미가 생존이라는 것도 불만스러웠다. 그러기엔 우리는 이타적인 목적을 가지기도 하고 협력하며 행동할 때도 많지 않은가. 일차적으로 떠오른 생각이었다.

🧬 보통 이타적인 것은 좋은 것, 이기적인 것은 나쁜 것이라고 여긴다. 지금은 바뀐 것 같지만, 얼마 전까지 한국의 조직에서는 자신이 희생해서 공동체에 도움이 된다면 어느 정도의 희생은 감수할 수 있다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그런 이타적인 마음도 사실 자신의 공동체를 보존하고자 하는 이기심이 함께 한다. 이 이기심을 나쁜 것으로 분류하기에는 상당히 애매해진다. 개체 간 복잡한 관계와 심리적 구조 속에서, 이타심은 좋은 것이고 이기심은 나쁜 것이라고 100% 일대일로 연결 짓는 건 어렵다.

🧬 인류 자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서로 인간끼리 돕는 이타심이 있어야 하지 않았을까. 그래야만 살아남을 수 있지 않았을까. 초기 인류에게 이타심이 없었다면 절멸했을 것 같다. 사회성과 집단지성을 발휘한 배경에는 거꾸로 살아남기 위한 이기심이 있었을지도. 그렇게 보면 이타심과 이기심이 마냥 반대되는 게 아닌 동전의 앞뒷면 같다. 계속 이기심, 이타심을 물고 늘어지는 건 내가 다른 챕터에 대해 읽고도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 5년전에도 <이기적 유전자>를 읽었으나, 글자를 읽었을 뿐 내용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 생각을 해봤다. 암이나 치매같이 예전에 없던 병이 생긴 건, 유전자가 인류 전체라는 종을 보존하기 위해서 도태되는 사람을 없애는 방식이 아닐까 하는. 음, 너무 나갔다. 우리가 유전자의 복제, 보존을 위한 운반자 정도라면 삶에 의미를 잃을 것 같다. 다시 1장으로 되돌아가 고민해본다.
생명에는 의미가 있는가? 우리는 무엇 때문에 존재하는가? 유전자만 남기고 모든 것을 잃는다면 무슨 이익이 있겠는가, 로 되묻고 싶다. 안되겠다. 3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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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성립되지 않을 것 같은 두 가지는 사실은 아주 가까이에 있다. 심지어 충돌하지도 않는다. 나는 그것이 사랑의 복합성이라고 느낀다. 이 동시다발적인 복잡함에 대해 말하는 게 문학일지도 모르겠다.
- P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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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전생애를 통틀어 현재만을 살아간다. 과거와 미래는 뒤늦은 발견이며, 기껏해야 두뇌의 부차적인 활동에서 빚어지는 산물일뿐, ‘현재‘에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한다.
- P174

아픔을 모르는 기쁨은 존재하지 않는다. 패배와 좌절 없이 행복은 우리를 방문하지 않는다. 시련의 눈물 없이 웃음에 가치가 매겨지지 않는다. 아픔을 통해 배우지 않은 모든것이 거짓이다. 적어도 "인생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그러하다. 그 질문에 대한 모든 대답이 아픔이다.
- P181

태어남은 동요를 수반할 수밖에 없다. 흔들리지 않는 것은 인생이 아니다. 의심이 가지 않는다면 신앙이 아니다.
- P182

신이 창조한 세계의 피조물 중 가장 발달한 인간이 불완전하다는 것만큼 신의 실패를 완벽하게 증명해주는 증거는 없다. - P188

나뭇잎이 계절에 따라 순환하듯 우리도 살고 죽는 문제에 구애받지 말아야 한다. 인간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오직 이것뿐이다.
- P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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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글쓰기란 안 하는 게 더 편한 일이다. 귀찮음을 극복해야 시작할 수 있다. 무엇이 아이들의 귀찮음을 무릅쓰게 만드는가. 나의 오랜 탐구 주제였다.
- P75

너의 주저함을 너무 좋아한다는말을 꼭 하고 싶었어. 주저하고 눈치를 살피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미덕이 있잖아. 열심히 눈치를 살피는 와중에 너의 글쓰기는 하루가 다르게 일취월장해왔는데, 그것도 알고 있니? 내가 거의 올해의 문장으로 뽑고 싶을 만한 것을 너는 썼지. "우리는 꼭 마지막이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는 영화를 찍으며 즐거움을 느꼈다." 너는너도 모르는 사이에 삶의 천재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
- P92

그러니 스스로에게 훨씬 더 관대해지면 좋을 것 같아. 야무지고 부지런한 자신에 대해서 말이야. 사느라 수고가 많아 혹시나 힘에 부치면 언제든 덜 열심히 살아도 된다는 걸 기억해줘.
*열여덟 살 정혜원에게
스물다섯 살 이슬아가 사랑을 담아
- P128

우리는 예능이나 드라마나 영화나 유튜브 영상 클립 등을 통해 여러 감정을 느끼지만, 극적인 비극을 본 뒤에도 대체로 별 탈없이 일상으로 복귀한다. 숱한 미디어콘텐츠가 주는 카타르시스 기능은 어제의 내가 변함없이 오늘의 나로 살아갈 수 있도록 안정화 역할을 한다. 라캉은 이런 안정화를 비난했다. 안정화란 어제와는 다른 내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하면서 우리의 마음을 고착시키는 부정적인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속지 않는 자들이 방황한다』에서는 그걸 ‘살균된 슬픔‘이라고 표현했다.
진정한 슬픔과 분노는 우리의 존재를 뒤흔든다. 원래 자리한 위치에서 떨어져나가게 하고 방황의 여정을 시작하게 한다.  - P142

외면하는 능력은 자동으로 길러지는 반면,
직면하는 능력은 애를 써서 훈련해야 얻어지기도 한다. 무엇을보지 않을 것인가. 무엇을 볼 것인가. 스스로에게 그리고 아이들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지 고민하며 수업에서 나온다.
- P143

그 여자애의 글 속에서 한 교사는 화자에게 이렇게 말한다.
"A가 예전에 왕따를 당한 적이 있어서 아픔이 많아. 너네가 잘챙겨줬으면 좋겠다."
그 부분을 읽고 옆에 있던 아이가 말했다.
"선생님이 진짜로 이렇게 말했다면, 정말 경솔했던 것 같아요."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교사는 자기가 가진 정보를 신중하게 선별해서 말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 한 아이의 사정을 다른 아이에게 허락 없이 노출시켜서도 안 되고, ‘왕따‘와 ‘아픔‘이라는 단어를 그렇게 간단히 한 문장에 정리해서도 안 됐다. 생각나는 것을 죄다 말하지 않는 윤리에 대해 생각했다. 교사와 학생 사이에서뿐 아니라 모든 관계에서 신중해야 하는 부분이었다.
- P153

있나는 치유를 위해 글을 쓰지 않지만 글쓰기에는 분명 치유의 힘이 있다. 스스로를 멀리서 보는 연습이기 때문이다. - P210

응미 선생님과 응숙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녹슨 몸을 실감하지 않고도 배워볼 수 있는 게 글쓰기인 것 같다고. 마음을 잘 정돈해보고 싶어서 이 글쓰기 수업에 왔다고. 
- P222

일곱 명의 아이들이 적어낸 일곱 개의 다른 머릿속 그림을 보며 나는 그들의 이름과 표정과 글씨체와 문장을 외운다. 수십 개의 질문과 함께 글쓰기 수업이 출발하고 있다. 글쓰기는 변화를 다루는 예술이며 변화는 질문 없이 시작되지 않기 때문이다.
- P245

 영원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는 모두 친구다. 지구라는 한 달걀 안에서 안부를 물으며 살아갈 것이다. 
- P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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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속에 나만 너무도 많지는 않도록 내 속에 당신 쉴 곳도 있도록 여러 편의 글을 쓰는 사이 우리에게는 체력이 붙었다.부지런히 쓸 체력과 부지런히 사랑할 체력이 부드러운 체력이우리들 자신뿐 아니라 세계를 수호한다고 나는 믿는다.
- P7

우리는 이야기의 영향을 받으며 살아간다. 남에게들은 이야기뿐 아니라 자신이 한 이야기 때문에 달라지기도 한다. 때때로 글쓰기는 본인에 관한 농담과 거짓말을 지어내는 일이다. 과장하고 축소하고 생략하고 건너뛰고 덧붙이며 스스로를위한 진실을 세공한다.
- P51

우리는 자신과 세상을 죄다 이해하기가 벅차서 허구를 이야기하기도 한다. 좋은 거짓말에는 빛도 어둠도 풍부하게 담겨 있다. 그와 함께 지어낸 거짓말로 진실 쪽을 가리키고 싶었다.
- P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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