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군가를 응원한다는 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그럼에도 애쓴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될까하여 고민하고 고민하여 진심을 담은 글을 읽었다. 이 책은 작년 공저로 참여했던 고민 상담책 <옆자리 사람인데요, 고민이 있어요>의 자매책인데... 음 상담도 응원도 참 어렵고, 무엇보다 당사자에게 오히려 상처가 되지 않아야하기에 조심스럽게 느껴진다. 또 한 편으로는 건조하게 담담하게, 친구처럼 편하게 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 응원 글을 올 2월 같이 했었다. 쉽지 않았다. 내 마음 한 구석엔 이런 생각도 있었다. 온실 속 화초님이시군요. 이런 의문도 있었다. 응원을 해달라는 것 같지만, 이건 그냥 불평을 늘어놓는 건데? 그리고 여러 번 이런 마음도. 내가 뭐라고 감히 응원을 해드릴 수 있을까. 그래서 공저를 준비할 때 참여할 수가 없었다. 그랬기에 책을 읽으며 이렇게 응원을 해드렸구나 하다가, 읽는 동안 애정이 더해져 내가 응원을 받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 내가 썼던 글을 다시 읽어 보았다. 그때 나는 힘들었지만, 최대한의 진심어린 응원을 남기고자 애를 썼다는 게 보였다. 그렇기에 책 속 응원의 진심이 보이고, 다른 독자에게도 보이지 않을까 확신을 가져본다. 나도, 당신도 목차에 나온 응원을 받는 사람이 될 수 있음을 안다. 목차를 다시 읽어 본다. 오늘의 나와 맞는 응원은 78쪽 ‘오늘도 행복할 당신에게‘이다. 다시 그 부분만 읽어봐야겠다. 응원이 필요한 어느 날 처방전을 받는 것처럼, 혹은 골라 먹는 아이스크림처럼 그렇게 맞춤으로 읽어도 좋으리라. 개인적 추척. 눈으로 말고 천천히 낭독이 더 마음 깊숙히 들어온다. 어디는 눈으로 어디는 소리로 읽었는데, 편지는 역시 낭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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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면도날‘ 이란 읽고 싶지 않은 제목. 서머싯 몸의 또 다른 책이 거의 십 몇 년 전부터 집에 있는데도 이상하게 읽고 싶지 않았다. 책을 완독하고 나서 생각했다. 이 책을 진작 읽었어야 했는데. 집에 있는 서머싯 몸의 책을 난 왜 읽지 않고 있었을까. 구원에 이르는 길은 면도날을 넘는 것처럼 어려운 것일지도. 그런데 작가가 말한 것처럼 개인의 가치는 다 다르므로 고행이 없어도 우리는 우리의 성공담을 만들지도. 이번 독후기록은 아직도 답을 고민하고 있는 질문들.





🍉 전반부에 래리와 그 외 인물들은 래리의 진로를 가지고 갈등한다. 다행히도 래리는 아껴서 살면 먹고살 만한 돈은 가지고 있다. 내가 소설 속 인물이라면 래리를 이해하거나 지지할 수 있을까? 래리는 분명 매력적인 인물이고 소설 끝까지 나로서는 동경할 수밖에 없는 인물이다. 그러나 내 친한 친구나 가족이라면 뜯어말렸겠지. 래리가 세상을 돌아다니고, 탄광과 농가에서 일을 하며 얻은 것은 무엇일까?



🍉 모두 다 미워할 수 없고 자신만의 가치로 살아가지만, 이 중 내 마음이 편하고 친구가 되고 싶은 인물은 어이없게도 수잔이었다. 수잔은 여러 남자의 내연녀로 살지만, 자신만의 지조와 원칙이 있고 몸을 파는(?) 것에 프로패셔널한(적절한 우리말이..)정신이 있었다. 래리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자신을 구하고 사망한 전우 얘기를 수잔에게 한다. 언뜻 불안정한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이는 수잔은 그 누구보다 안정적인 삶을 산다.



🍉 왜 래리는 소피와 결혼한다고 했을까? 래리는 소피와의 결혼이 수행의 과정이고 탄광에서 일하는 것과 같은 것이었을까? 래리, 소피 커플의 결혼 파탄이 된 이사벨의 함정 (혹은 그들의 선택을 재검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이 일이 파탄의 원인일까? 아니면 이 일이 아니었어도 언제고 올일일까? 고의이며 악의일까? 선택을 충분히 할 수 있던 사건 일까? 이사벨의 악의는 비난하고 싶으면서도 어쩐지 그 마음을 알 것 같다. 결과적으로 소피는 약과 남자, 두 가지로 살다가 죽는다. 소피의 삶, 그리고 죽음은 어느 누가 그 인생을 판단할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다.



🍉 래리는 결국 그 오랜 시간 동안 무엇을 찾아 다닌 걸까?사람이 죽어서 그것으로 끝이라면, 더 이상 아무것도 없다면, 과연 살아가는 의미가 무엇인가?

이사벨은 사랑보다는 현실을 선택한다. 속물이 되었지만 진솔하고 비꼬는 말이나 대화도 기꺼이 받아들인다. 이사벨의 외삼촌인 엘리엇은 속물 of 속물이지만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은 진심이다. 이 둘의 삶은 나름의 가치에 부합한 삶일지도. 수잔의 안정, 그레이의 루틴을 가진 삶. 소피의 삶. 평범한 사람들이 인생을 살아가는 방식 혹은 의미는 다들 다를지도 모른다. 내가 이사벨이었다면, 내가 엘리엇이었다면, 내가 수잔이라면, 내가 그레이 매튜린이었다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나의 삶의 가치, 인생을 살아가는 방식, 중요한 삶의 선택을 할 때 기준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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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철학을 붙이는 것은 끝을 알 수 없는 인생의 바다를 헤쳐 나가는 배를 띄우는 삶인 것 같습니다. 나만을 위한 작고 단단한 배를 드넓게 펼쳐진 끝을 알 수 없는 바다에 띄웁니다. 
- P37

삶에 철학을 갖는 일은 이런 것 아닐까요. 언제 잡아먹혀도 이상하지 않을 호랑이와 공존할 수 있는, 언제 도달할지 모르는 목적지에 끝까지 갈 수 있는힘을 가지는 것 말입니다.
- P38

살면서 만나는 많은 시련이나 고통 앞에서 우리의 숙제는 그 과정 속에 숨어 있는 자신만의 의미를 찾아내는 것이 아닐까요. 아프고 힘든 시간을아무 의미 없는 시간으로 만들지 않는 것이 우리가 감내한 것들에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됩니다.
- P47

당신의 현재 아픔이 누군가에게는 거울이 되어 힘을 낼 수 있는 마중물이 될 수도 있음을 기억하세요. 당신의 삶에 박카스 한병을 얹어 놓을게요!
- P65

이루어지지 않으면 어때요, 그것도 나인 것을요. 그 실패를 경험한 것도 나고 성공한 것도 나잖아요. 그러니 내 삶을위해 도전한 나를, 최선을 다해 성실히 임한 스스로를 믿어 보세요.
- P67

저는 하루 중에 가장 좋아하는 것을 하는 시간을 꼭 가지려고 노력합니다. 그 시간에는일도 가정도 아닌 나만을 위한 것을 합니다. 그시간이 저를 단단하게 만들어준다고 믿고 있습니다.
- P69

버텨 보세요. 날이 감에 따라 버틴 시간이더해지면 그 시간이 아까워 오기가 생길지도 몰라요. 
- P72

뭐 어때요? 내가 주인공인데! 실패도 해 보고, 성공도 해 보고, 도전해 보는 거죠.
- P74

모두의 행복을 바라는 우리는 그 자체로 귀한ㅈ존재라는 생각이 듭니다. 삶의 작은 여정 안에서 크고 작은 행복을 만날 수 있는 오늘도 행복하세요.

- P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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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굽이굽이 고갯길 넘어 잠시 숨 고르고있을 텐데 왠지 게으름 피우고 있는 것 같아 안절부절못하고 있다면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고 싶어요. 세상에 묻혀 나로 온전히 살아간다는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 P9

관성에서 벗어나 변화가 필요한 순간이 바로 여행이 필요한 때인 거죠.  - P19

이건 누구나 다 아는 비밀인데요, 사실 고양이와 함께하는 삶은 매일매일이 행복입니다. 
-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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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원에 빚을 져서
예소연 (지은이) 현대문학 2025-01-25, 148쪽, 소설

🎗그 어떤 사고에 대해서 사실은 또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서 시간이 지나면 조금 더 쉽게 말할 수 있고, 혹은 기억에서 이제 잊히기도 한다. 그 기억들을 잊지 않기 위해 나오는 작품들 덕분에 기억할 수 있다는 게 고맙고 미안하고, 조금 다행이다. 제목 ‘영원에 빚을 져서’에서 영원토록 빚을 졌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나는 빚을 졌다. 그래서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오늘 내가 할 일을 해야 한다. 낭독을 마치고 든 생각이었다.

🎗 마지막이 갑자기 끝난다. 뭔가 정확하게 맺음을 맺는 것보다, 독자 스스로 대답을 내릴 수 있도록 한 게 작가의 의도인 듯 하고, 그게 이 소설에는 조금 더 어울리는 결말로 보인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소설의 힘을 느꼈다. 소설의 힘은 소설 같지 않고 현실을 마주하는 느낌. 이런 무심한 나조차도, 이런 냉정한 나조차도 ‘그 정도’까지는 가게 해 주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작가가 책의 결말을 그렇게 내는 순간,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 소설은 내게 묻는다. 이해하는 것과 가늠하는 것은 어떻게 다른 걸까? 가늠하는 건 어려운 일. 대상을 관찰해야 한다. 관찰하다 보면 연민이 생기고 사랑하게 된다. 이와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결의 질문을 이전에 스스로에게 했던 질문. 이해와 공감과 연민은 어떻게 다른 걸까. 책은 <작품해설>에서 또 다시 묻는다. 한 사람을 이해하는 일과 어떤 관계를 돌아보는 일, 그리고 참사를 기억하는 일은 어떻게 연결되는 걸까? 이 질문을 읽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내게 묻는다. 그리고 쉽지 않은 대답을 준비해 본다.


🎗 나누고 싶은 구절들

🌱 문제에도 충위가 있는 법이다. 어떤 사소한 문 제는 나를 완전히 망가뜨릴 수도 있으며 어떤 대 단한 문제는 나의 마음에 티끌 하나 묻히지 못할 수도 있는 것이다.
12p

🌱 이해하는 것과 가늠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였다. 20대를 훌쩍 지나 30대가 되어버린 석이가 이전과 어떻게 다른 마음으로 어떤 생각을 하고 결정을 내렸을지 이해하려 애쓴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65p

🌱 저한테 그런 말을 했거든요. 때때로 잊히지 않는 것이 바로 영원이라고.
66p

🌱 그러니까 기억을 추적하는 과정은 고통 그 자체이지만, 그 고통 너머에 존재하는 희미한 마음이 있다. 건너보는 마음, 살펴보는 마음, 그 기억을 안고 내일을 살기 위해 다짐하는 마음들. 
69p

🌱 ˝나는 슬픔을 믿을 거야.˝
처량하고 처절하고 절실한 것들을 믿을 거야.
113p

🌱 한 사람의 궤적이 온전히 그 사람의 몫이라고할 수는 없다. 한 사람의 궤적은 온 사람의 궤적이되고 그 궤적은 종내 알 수 없는 문양을 한 채로 우리 모두를 잡아끈다. 나는 지금 그 궤적의 현장을바라보고 있었다.
123p


#문학을낭독하는사람들
#문낭사
#빈칸놀이터프로그램
#영원에빚을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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