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있는 이 시간, 내 손이 춤추는 시간이 좋다.
손가락들은 특이한 발레 무용수가 되어
얽히고설킨 하나의 이야기를 써내려간다.
이 이야기는 나의 이야기다.
그렇지만 이 이야기가 나의 것은 아니다.
- P9

내 어머니는 자기 딸이도랑에서 구토하는 것을 지켜보았지만, 나는 내 딸이 토하는 모습을 보지 않겠어. 그럴 수는 없어. 결코 그렇게 하지는 않겠어. - P16

아버지가 머리카락에 쏟아붓는 정성에는 참을성과 엄격함, 애정이 녹아 있었다.
- P27

노나의 손가락은 굽고, 살갗은 양피지처럼 쭈글쭈글하지만 눈빛만큼은 세상을 꿰뚫어보듯늘 창창했다. 그가살아온 일흔다섯 해 세월 위에 올라앉아 세상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했다.
- P28

독서광이라고 할 정도로 책 읽기를 좋아하는 그는 책들이 가득 들어찬 도서관의 고요한 분위기에 매번 홀린 듯 끌려들어갔다. 가끔 책장 넘기는 소리가 들릴 뿐인 그 공간에는 종교적인 무엇인가가 흘렀다. 비밀스런 의식이 숨겨져 있는 분위기랄까.
-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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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그가 전생에 뭔가 잘못한 일이 있어서 그 값을 치러야 하는 거라고, 속죄해야 하는 거라고, 아무튼 이번 생은 앞서왔던 생이나 다음에 올생에 비해 더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수많은 생 가운데 그저 하나일 뿐이라고 어머니는 말했다.
-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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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생각을 지운다는 생각조차 없이 그저 멍하니 구름과 바다의 물결을 좇는 시간.
- P7

나도 비행기를 타본 사람이 되었으니까.
- P44

누군가와 기억을 나누지 않으면, 즉 누군가의 마음에 살지 않으면 살아도 살아있지 않는 듯한 기분이 들때가 있다. 그런 기분을 자신이 스스로 이해해주고 바라주면 이내 괜찮아지지만 모든 순간을, 그리고 평생을 그렇게 살 수는 없다. 
- P54

웃고 있지만 지겹다는 생각, 그런 생각을 하는자신이 끔찍하다는 생각, 그냥 홀로 누워 완전히 고립되고 싶은 생각. 그게 내가 늘 홀로 떠난 이유였다. 내게 여행은 낭만이 아니라 도피에 가까운 행위다. 
- P55

사는 동안 마중 나가는 다정이 자연스레 몸에 밴다면 좋겠다. 버스나 기차가 멀어질 때까지 손 흔들고 배웅하는 사람이 되는 것도 좋지만,
멀리서 누가 온다고 했을 때 먼저 나가 맞이하는 사람이고 싶다. 
- P72

나는 이곳을 오래도록 그리워하겠구나. 지구 한편에 ‘아는 마을‘이 있어 오래 따뜻하겠구나.
- P75

아, 눈앞의 이 삶이 전부가 아니지, 느끼게 해줄 여행지가 슬픔과 후회에 너무 오래 발목 잡혀 있기엔 그래, 삶에는 다른 좋은 일도 많지, 생각하게 만들어줄 여행지가.
- P79

올려다본 하늘엔 아무것도 반짝이지 않았지만 나는 반짝이는 마음 하나를 쏘아 올렸다. 우리가 그저 안녕하기를. 밤이 지나면 아침이 찾아올 테니까. 그걸 아니까. 고생 끝엔 웃어버리기. 동그란 얼굴들 마주 보고푸하하 웃어버리고 나면 정말로 다 괜찮아졌다. 고생담이 모험담이 되는 한 끗 차이는 결국 웃음이란 걸. 어쩌면 인생도 그렇지 않을까. 
- P167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 그리고 동시에 나 또한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낯선 여행지,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배낭을 메고 혼자걸을 때 느껴지는 짜릿한 감정, 바로 해방감이다. 그 누구와도 연결되지 않아 나를 증명할 필요가 없는, 여기 머물렀다는 흔적도 없이 훌쩍 사라져버릴 수 있는 이방인의 자격. 
- P192

유명해지고 싶다. 속물같지만 솔직한 심정이다. 
- P193

목적을 향해 직진할 뿐이다. 그런 길에는 실패가 없다.
하지만 우연도, 행운도 없다.
- P200

도전은 두렵고 실패는 아프다. 현실에서 수없이 겪어봐도 힘든 건 여전하다. 꿈은 허망하고 희망은 잔인하다. 더 이상 어떻게든 실패하지 않기 위해 애를 쓴다. 차마 발 한번 담가보지 못하고 고개만 빼꼼히 들어보고는,
보장되지 않는 승패의 확률에 덤비기보단 차라리 포기하는 것이 안전하다. 
- P201

 사람을 만나는 일에도, 경험과 도전에도 모두 검증과 계획이필요한 세상. 위험한 사건 사고의 가능성을 최대한 비하기 위해서겠지만, 그 조심스러움이 지나치면 우연과 새로움이 들어설 곳이 없다. 간접 경험이 너무 쉽기에 마치 해본 것 같은 기분이 들면 호기심도 쉽게 사라진다. 적당히 알고, 적당히 경험하고, 적당히 깨달아가며 내 감각은서서히 무뎌지고 있었다.

- P202

검증된 리뷰도, 계산된 일정도 필요 없는 여행. 그래서 완벽했던 여행.
- P205

 다 하고 싶지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다 가지고 싶지만 다 버리고 싶다. 유명해지고 싶지만 사라지고 싶다.
어쩔 수 없이 앞으로도, 매일 매 순간 이렇게 양가감정에 휘둘리며 살아가겠지. 
- P207

일상을 여행처럼, 이라는 캐치프레이즈는 그럴싸하지만 결론적으로 말하면, 일상은 여행이 아니기 때문에 노력하지 않고는 즐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나도 노력은 한다. 집근처를 다른 눈으로 바라보기 위해 애쓴다.  - P216

여행은 ‘모른다‘를 몸에 익히는 경험이다. 
- P218

오늘을 더 적극적으로, 여행자로 살아본다.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될지 가늠해보곤 한다. 세계의 안녕이든 나의 안녕이든, 이렇게 우연과 필연을 넘나들며 낯선 세계와 부딪히는 여유가 얼마나 남았을까. 이런 심산한 마음을털어버리려고, 여행 짐을 싼다.
- P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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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단순화할수록 그에 비례하여 우주의 법칙도 간결해져 고독은 더 이상 고독이 아니고, 가난은 가난이 아니며, 약점 또한 약점이 아니게 될 것이다. 당신이 공중에 누각을 지었더라도 그 일이 결코 헛되지는않으리라. 누각이 있어야 할 곳은 바로 그곳이기 때문이다. 이제 누각을 받칠 토대를 쌓기만 하면 된다.
- P464

아무리 삶이 초라해도 받아들이고, 또 살아라. 외면하지 말고 욕하지 말아라. 잘못된 것은 삶보다는 당신이다. 당신이 가장 부유할 때조차 당신 삶은 가장 빈곤해 보일 수 있다. 모든일에 흠만 잡는 사람은 천국에 가서도 흠만 잡는다. 당신 삶이 빈곤하더라도 그 삶을 사랑하라. 구빈원 신세를 지더라도얼마든지 유쾌하고 신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저녁 노을은 부자의 저택 창문이든구빈원 창문이든 똑같이 아름답게 물들인다. 봄이 오면 구빈원 앞이든 부자의 저택 앞이든 똑같이 눈이 녹는다. 
- P470

나그네가 길을 가다 눈앞에 늪이 나타나자 한 소년에게 바닥이 단단하냐고 물었다. 소년은 그렇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늪에 발을 들여놓은 순간 폭빠져서 나그네가 탄 말의 뱃대끈까지 물이 차올랐다. 나그네가 소년에게 따지듯 물었다. "방금 이 늪 바닥이 단단하다고말하지 않았느냐?" 그러자 소년이 이렇게 대꾸했다. "네, 맞아요. 바닥은 단단해요. 하지만 바닥에 닿으려면 멀었어요.
아직 절반도 가라앉지 않았다고요." 사회의 늪과 유사도 마찬가지다. 다만 그것을 깨닫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 P474

나는 존이나 조너선이 모든 이치를 명확히 이해하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단순히 시간의 경과만으로 밝아올 수 없는 것이 새벽이다. 우리 눈을 멀게 하는 빛은 우리에게 어둠이나 마찬가지다. 우리가 깨어 있는 날이어야만 동트는 새벽이 찾아온다. 앞으로 더 많은 새벽을 맞이할 수 있다.
태양은 아침에 뜨는 별에 지나지 않는다.
- P479

 소로는 말한다. "내가 숲으로 들어간 것은 나 자신이 의도한 대로 삶의본질적인 사실만을 앞에 두고 살고 싶었기 때문이다. 스스로인생의 가르침을 온전히 익힐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서였고, 죽음을 맞았을 때 내가 헛되이 살지 않았다는 것을 발견하고 싶어서였다." 그는 삶이 너무나 소중하기 때문에 삶이 아닌 삶을 살고 싶지 않았다면서 허위와 망상과 탐욕에 젖은 채 허우적거리며 사는 동시대인들을 질타했다.
- P492

소로는 삶에서 무엇이 본질이고 진실이며, 어떤 것에 의미와 가치를 두어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월든이라는 자연에서 찾으려고 했다. 자연을 사랑한 만큼 자연 속에서 자연인으로 살기를 택한 그는 자연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이 책 『월든』에 꼼꼼히 기록했다. 
- P492

우리 시대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물질, 자본, 문명, 편리, 개발 같은 용어에 물들어 있다. 하지만 어떤가? 소로 시대보다 행복하고 자유로운가? 앞에서 열거한 용어가 우리 사고를 지배함으로써 자연은 마구잡이로 파괴되고 우리의 영혼은 온통 탐욕으로얼룩져 있는 것 아닌가? 지구가 기상이변으로 몸살을 앓고 인류가 팬데믹으로 고통을 겪는 것이 물질과 문명에 대한 무턱댄 신뢰와 의탁의 결과 아닌가? 이 질문에 선뜻 대답할 수 없다면 ‘월든』을 읽어 보기 바란다.
- P495

사람들은 대부분 조용한 가운데 절망적인 삶을 산다. 체념은 곧 절망으로 굳어지기 십상이다.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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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단순히 비바람을 피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몸을 따뜻하게 하는 공간으로 사용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나는 비로소 내 집에 살기 시작했다고 말할 수 있겠다. 
- P349

 언젠가 마을 텃밭에서 괭이질을 하고있을 때는 참새 한 마리가 내 어깨에 잠시 내려앉았다. 그때나는 속으로 우쭐했다. 어떤 견장을 달아도 그런 기분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다람쥐들 또한 나와 아주 친해졌는데, 어쩌다 내 발이 녀석들의 지름길을 막고 있으면 아무렇지 않게 구두 위를 밟고 지나갈 정도였다.
- P397

내가 월든 호수를 관찰하여 얻은 결과는 인간의 윤리에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다. 그것은 평균의 법칙이다. 두 개의 지름에 관한 교차 법칙은 우리를 태양계 안의 태양으로, 인체내의 심장으로 인도할 뿐 아니라 어떤 사람이 날마다 행하는 특정한 행동들과 그만을 향하는 삶의 파도를 종합하여 세로선과 가로선을 긋는다. 두 선이 교차하는 부분에 그의 인격에서 가장 높거나 깊은 곳이 나타날 것이다. 이때 그의 호숫가가 어떤 방향으로 기울었는지, 또 인접한 지역이나 환경이 어떤지 안다면 우리는 그의 깊이와 감추어진 바닥의 상태를 추정할 수 있으리라. 
  - P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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