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마주한 책. 안을 쓸쩍 보니 그림도 많고 쉽다. 기본, 중급, 고급으로 나누어져 있다. 설마 나는 기본과 중급까지는 무난하겠지. 나름 책 읽기를 사랑하고 짧은 글이라도 매일 쓰는 사람인데. 이런 자신감으로 빌렸다. 기본편 챕터 1, ‘웬과 왠‘부터 움찔. 이건 내가 매번 헷갈리는 맞춤법. 문장이 궁금증을 포함하면 ‘왜‘와 비슷한 ‘왠‘, 그게 아니면 ‘웬‘이란다. 왠지 빼고는 다 웬. 절묘한 설명.
맞춤법을 내가 많이도 모른다는 점에서 비통했지만, 책 자체는 유익함을 넘어서 재미있었다. 설명을 너무 잘한다. 잘하다 못해 웃기다. 역효과 나는 존대말. 카페 직원의 ‘아메리카노 나오셨습니다.‘라는 말은 ‘나왔습니다‘로 해야 한다. 올바른 문장이 오히려 예의 없는 것처럼 구는 사람에게는, 개소리는 그냥 개무시하면 된다고 한다. 그림도 살짝 엽기적인. 이 작가님 좀 멋있다!
요즘 아이들이, 아니 어른들도 문해력이 낮다고 한다. 한참 이슈였던 심심한 사과 (심할 심, 깊을 심 한자를 쓴 매우 깊은 사과), 사흘은 3일인가 4일인가 (4일은 나흘), 이자겸의 난(화분의 난이 아닐세), 금일(금요일 아님) 같은 사례들이 한참 돌던 때가 있었다. 처음 유튜브에서 그런 영상을 볼 때는 설마 그럴까 싶었는데, 알고 보니 설마 그랬다. 맞춤법이 곧 문해력으로 연결되는 건 아니지만, 맞춤법과 어휘력이 문해력의 시작이 아닐까. 언어는 자신과 한 사람이 세상을 어떻게 보는지, 표현하는지를 확장하기도 제한하기도 한다.
내가 아는 단어의 개수가 내가 사고할 수 있는 크기. 그러니 나는 나를 이해하고 당신을 알고 세상 속에서 소통하기 위해 나의 문해력을 늘려야 한다. 문해력을 늘리자는 전도사가 되어야 한다. 그러니 일단 맞춤법, 어휘력부터. 책 뒤표지에 쓰여 있는 문장. ˝사소한 맞춤법 하나가 이미지, 성과, 관계를 좌우합니다.˝
아이들도 어른들도 읽을 수 있는 책
나중 창피당하지 말고, 지금 공부합시다냥.
(냥은 틀린 맞춤법이 아닌 냥냥족의 말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