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복 있음, 출장 가능
로버트 A. 하인라인 지음, 최세진 옮김 / 아작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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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SF 고전을 읽는 것은 때로 과거에서 상상한 미래와 현재 상상하는 미래의 차이를 비교하는 기회이기도하면서 과거에 상상한 미래가 현실에서 어떻게 반영되어 있는지에 대한 생생한 확인 작업이기도 하다. 책이 씌어진 해는 1958년이고 아폴로 11호가 달에 유인우주선을 착륙했을 때는 1969년이다. 이 소설은 당시로서는 아직 가보지 않은 달에 가고 명왕성에도 가고 또 안드로메다 성운에 있는 베가라는 별의 행성에까지 여행한다. 저자가 당시 우주복 만드는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공상 소설에 과학적으로도 치밀함을 비여준다. 최근 출간된 마션이 스스로가 갖춘 지적 자산과 보유하고 있는 식량 및 공기 등등을 이용해 화성에서 수백일을 홀로 살아남은 것과 비교해, 이 작품속에서는 우주 깡패들에게 납치되어 달과 명왕성에서 살아남기를 하다가 죽을 고비를 여러번 넘기고 우리보다 지능이 엄청 발달한 우주인에 의해 구조당하지만 그 우주인 역시 지구인이라는 존재를 대표해서 주인공 일행을 재판하는 아슬아슬한 과정을 지나 지구로 귀환하는 내용을 닮고 있다. 

주인공은 막 대학 입학을 앞두고 있는 소년으로 어릴 때부타 달에 가는 것이 꿈인데,? 한 비누회사에서 공모한 표어대회에서 1등을 하면 달여행을 보내준다는 소식을 듣는다. 비누 표어는 비누 포장지에 써서 보내야 하는데 마침 아르바이트하는 약국 주인이 아이를 위해 해당 비누를 염가에 판매하여 많이 판매하게 만들고 포장지를 사정하여 얻어낸다. 이렇게해서 엄청나게 많은 비누 포장지에 엄청나게 많은 표어를 써서 공모해서 1등으로 뽑혔으나 알고보니 동일 내용인 경우 우체국 소인이 찍힌 순서로 1등을 결정한다는 거였고, 수많은 표어룰 한꺼번에 처리하느라 늦게 보낸 주인공 킵은 으뜸상에 당첨되어 우주복을 상품으로 받는다. 그것은 실제로 우주인들이 우주여행에서 입었던 진짜 우주복이었다. 

비누회사에서는 이러한 이벤트 이후, 원하면 현금 500불과 교환해주겠다고 제안했지만, 등록금 압박에도 불구하고 킵은 우주복을 포기하지 않고 오스카라는 이름을 붙여 실제로 동작하도록 이곳저곳을 손보고 때로 우주복을 입고 우주인 흉내를 내며 돌아다닌다. 그러던 어느날 통신모듈을 손본 후 테스트하는데 난데 없이 답변이 들려온다. 여기는 풍뎅이 피위나와라 호출 피위 나와라. 이 때 하늘에서 비행접시 같은 불빛이 나타나며 시험용 통신 장비에서 목소리가 들린다.? 피위가 풍뎅이에게 대답하라. 아마추어 무선사로 생각하고 계속 장난을 하는 킵 여기는 풍뎅이 수신했다 누구인가. 목소리는 한술 더 뜬다. 여기는 피위 나를 그 쪽으로 유도해줘.? 

이렇게 해서 그 불빛이 나는 비행접시를 착륙시키는 데 도움을 준 킵은 우주선에서 나오는 두 생명체, 한명은 피위라는 꼬마 여자 아이, 또하나는 피위가 엄마 생물이라 부르는 외계인이 우주선에서 뛰쳐 나오는 걸 목격하지만 갑자기 정신을 잃고 깨어난 곳은 달이다. 호기심 꾸러기 천재 꼬마 아가씨 피위는 아버지가 어릴 때 응모했던 달여행 행보 상품에 당첨된 아버지 대신 달 여행을 왔다가 사고를 치고 우주해적에 잡혔다가 함께 잡혀있던 우주경찰 엄마 생물과 함께 우주선 한척을 훔쳐 도망치다가 지구까지? 뒤쫓아온 우주 해적들에게 킵과 함께 다시 잡혀 달로 돌아가는 길이다.

둘은 우여곡절 끝에 달에 착륙후에도 탈출하는 데, 실용적 기능을 갖추고 단단히 준비한 진짜 우주복을 갖춘 킵과 달리 여행용 우주복에는 충분한 산소도 없고 장비도 부족하다. 죽을 고비를 넘겼을 때는 다시 그 악당들에게 잡힌 상티고 그들은 이제 꽝꽝 얼어붙은 명왕성의 어느 기지로 옮겨지는데. 그곳에서도 생명을 건 탈출의 모험이 기다리고 있다. 

마션에서 보았던 실제적인 우주 여행에 대한 묘사가 이미 이 때에도 이루어졌으며, 특히 우주복의 기능이 스토리를 통해 다각적으로 상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1969년 아폴로 11호를 타고 달에 간 사람들의 우주복을 연상시키는 통통하고 덩치큰 오스카가 당시 우주복의 기술이었다면 현재는 마션에서 보이는 것같은 훨씬 날렵한 모습일 것 같은데 그 기술의 완성은 베가행성에서 입고는 것처럼 거의 입은 것이 느꺼지지 않는 형태일 듯하다. 그들이 구출되어 온 새로운 행성은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생명체가 우리가 상상할 수도 없는 방향으로 진화하여 꿈의 기술을 달성한 곳이다. 그들 눈에 지구인의 현재 진화 상태는 원시인에 불과하고, 그 본성은 매우 파괴적이기 때문에 우주 전체에 위협이 될 수도 있다고 판단한다.

특히 그 외계인들의 전혀 다른 생물학적 특성, 즉 성이 남과여로 나뉘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과 수백만년의 수명, 그리고 그 과정에서 대부분의 몸의 기능이 새로운 것으로 대체되고 수정되고 다른 사람들의 것과 합쳐지면서 한 사람이 스무명 넘는 인격을 가진 것 등등의 묘사가 흥미로왔다.


엄마 생물이 여성이 아니거나 거의 아니라는 사실을 언제쯤 알게 됐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건 상관없었다. 엄마라는 존재가 되는 건 태도의 문제지 생물학적인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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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식탁
게리 웬크 지음, 김윤경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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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식품은 직간접적으로 뇌에 영향을 미치고, 삶에 영향을 미친다. 인간은 향신료, 동식물의 각 부위, 약물, 커피, 차 니코틴, 초콜릿 등의 모든 음식을 먹어왔고, 그것의 효능을 경험해 왔다. 여기서는 이러한 음식물 중 단시간에 많은 양을 섭취했을 때, 뇌의 기능에 변화를 주는 화학물질을 포함한 경우가 있다. 커피, 당분, 헤로인, 알코올, 니코틴, 마리아나, 일부 향신료 및 향정신성 식물과 버섯이다. 이러한 음식은 뇌의 작용점에 도달할 때까지 충분한 양을 섭취하지 않으면 그 효과를 알아차리기 힘들다. 육두구의 경우 엑스터시로 전환되는 화학물질을 가지고 있으나 식생활에서는 아주 조금씩만 사용하기 때문에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지만 한통을 한꺼번에 다 복용했을 경우 환각증세를 겪는다. 


미토콘드리아의 동력 장치는 세포들의 생명을 유지하는 동시에 그 과정에서 세포들을 활발하게 손상시킨다. 음식의 대사 과정은 지방과 당분 단백질 속 탄소 결합을 깨트려 최대한 많은 에너지를 확보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은 세포들에게 탄소 원자 찌꺼기를 남겨놓았고,  탄소 찌꺼기는 산소와 결합해 이산화탄소로 배출된다. 피 속의 헤모글로빈은 개개의 세포들이 호흡에 필요한 세포를 얻지만, 이렇게 숨을 쉬면서 늙어가는 동안 미토콘드리아는 세포 조직을 손상시키는 활성산소 분자를 만들어낸다. 활성산소는 노화와 함께 자연적 항산화 체계를 서서히 무너뜨리고 몸속 세포들을 파괴한다. 폴리페놀은 과일과 채소에서 발견되는 천연 항산화 물질이다. 사과와 차 앙파에서 발견되는 케르세틴, 포도껍질에서 레스베라트롤 등이 있다. 우르솔산은 장기적으로 건강을 지켜줄 중요한 영양소중 하나로 과일(사과 껍질, 크랜베리, 프룬 등)에서 발견되는데, 암세포 성장을 억제하고 뇌기능을 향상시키며 비만이 뇌에 끼치는 악영향을 억제한다. 


계피는 벤조산나트륩의 천연 공급원으로, 대사과정에서 벤조산나트륨으로 바뀌어 뇌 속 벤조산나트륨 수치를 높인다. 벤조산나트륨은 뇌 속 신생 신경 세포의 탄생을 자극하고 기존 신경 세포의 생존을 촉진하는 신경영양인자 화합물질의 수치를 크게 올린다. 지난 10년간의 수많은 연구에서 벤조산나트륨은 뇌의 퇴행성질환을 예방하거나 진행을 늦춰주고, 제2형 당뇨병 환자의 혈당수치를 내리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25퍼센트까지 낮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저자의 연구에 의하면 강황에서 추출되는 쿠르쿠민은 알츠하이머병이나 파킨슨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강력한 항산화 및 항염증 성분을 함유한다. 찻잎과 커피, 코코아, 콩, 포도 등 우리가 늘상 섭취하는 여러가지 음식에서 나오는 플라보노이드는 학습과 기억에 필요한 특정 단백질 및 효소와 직접 상호작용하여 새로운 기억이 더 잘 형성되도록 돕고, 신생 신경세포의 탄생을 유도한다. 성년 초기 여성이 플라보노이드가 풍부한 초콜렛 음료를 마시면 뇌의 혈류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복잡한 과제의 수행 능력이 크게 향상된다. 그렇다고 해서 플라보노이드 위주의 식단이 고령자의 학습능력과 정신 기능 감퇴를 예방한다는 건 아니다. 그런 사례는 입증되지 않았다.


아세틸콜린

아세틸콜린은 자연계 어디에나 존재하는 신경전달 화학물질로,  사람의 뇌에는 대뇌피질, 해마 등 수많은 경로에서 아세틸콜린이 작용하여 학습과 기억을 가능하게 하고 주의력과 기분상태를 통제한다.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는 해마와 대뇌피질에 뻗어있는 아세틸콜린성 신경세포가 서서히 죽어간다. 식단에서 얻어지는 콜린과 당분의 대사작용으로 미토콘드리아에서 나오는 아세틸기를 결합해 아세틸콜린 싱경세포가 아세틸콜린을 합성하지만, 신체 내에서 콜린이 부족해서 아세틸콜린이 덜 합성되는 것이 아니므로 콜린 보충제를 먹는다고 해서 알츠하이머를 예방, 치료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신 부분적으로 아세틸콜린을 비활성화하는 효소(아세틸콜린에스테라제)를 억제하는 물질을 부분적으로 알츠하이머 증상의 완화에 사용한다. 보툴리눔독소는 신경말단에서 아세틸콜린이 분비되는 것을 억제하는데, 이 독소는 혈액뇌장벽을 통과하지는 못하지만 미주신경이 횡경막에 아세틸콜린을 분비해 정보를 전달하지 못하게 하여 호흡을 멈추게 만든다. 


아세틸콜린은 서로 다른 두 단백질 수용체에 작용을 일으키는데, 90퍼센트가 무스카린성 아형, 10퍼센트는 니코틴성이다. 약물을 통해 이들 수용체를 차단/억제(길항제)하거나 촉진/자극(작용제)하여 뇌와 몸의 효과를 일으킨다. 예를 들어 남아메리카의 식물에서 발견되는 쿠라레(화살독에 이용)는 니코틴성 아세틸콜린 수용체의 길항물질로, 횡경막에 위치한 니코틴성 수용체를 차단해 질식사를 일으킨다. 무스카린성 아세틸콜린 수용체를 차단하는 아트로핀과 스코폴라는 새로운 기억을 만들어내는 기능을 손상시켜 혼동과 졸음을 유발시킨다. 햄릿의 왕을 죽게한 사리풀은  이 무스카린성 아세틸콜린 수용체를 차단하는 스코폴라민 성분을 가지고 있으며 저자는 이 차단막이 부교감 신경계의 영향이 몸에 미치지 못하게 하여 뇌에 연속적으로 발생한 화학 신호 때문에 횡경막에 대한 통제력을 잃어 질식한 것으로 보았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야에서도 마녀의 독약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몰리를 먹으라는 충고를 듣는데,  이 몰리는 스노드롭의 추출물로 효소 아세틸콜린에스테라제를 억제하는 성분 갈란타민을 함유한다. 이렇게 아세틸콜린 수치를 높이면 호메로스의 시대에 스코폴라민과 비슷한 성분이 함유된 독성 식물의 해독작용이 되었을 것이라는 거다.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은 기쁨과 슬픔을 결정하는 화학물질이다. 노르에피네프린성 신경세포는 뇌의 하반구에 있는 청반핵에 위치한다. 도파민성 신경세포는 중뇌를 시작으로 앞쪽의 기저핵과 전두엽에 분포한다. 노르에피네프린을 합성하려면 구리가 필요하지만 축적되는 구리의 농도는 필요한 양을 초과하고, 이것은 다시 뇌를 특정 위혐에 놓이게 한다. 도파민의 주요 경로중 하나는 철분을 축적해 멜라닌 색소 물질을 만들어내는데, 철분 역시 산화과정을 통해 신경 세포를 산소에 취약하게 한다. 뇌는  음식물에 함유된 아미노산 티로신으로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을 생성한다.  티로신은 효소와 철분의 작용으로 L-도파로 전환되고 L-도파는 다시 도파민으로 전환된다. 따라서 철분이 부족하면 이 두 화학물질의 수치가 감소하여 가벼운 우울증이 발생할 수 있다. 도파민은 다시 다른 효소의 도움으로 노르에피네프린으로 전환하는데, 이 때 비타민 C와 구리가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인도와 타이 등에서 자생하는 인도사목에서 발견되는 레세르핀은 신경전달물질이 시냅스 소포로 이동해 저장되는 것을 막는다. 소량 섭취하면 진정효과를 다량 섭취하면 우울증과 같은 기분변화를 일으킨다. 암페타민은 노르에피네프린과 도파민이 시냅스에 진속하게 분비되도록 유도하고 재흡수를 막는다. 이로 인해 도취감이 일어나고 피로감과 따분함이 줄지만, 암페타민이 뇌에서 빠져나가면 심한 피로와 우울증같은 반동 현상이 일어난다. 암페타민의 지용성을 높여 약물의 흡수를 빠르게 하여 더 큰 도취감과 중독성을 일으키는 약물(스피드)이 개발되었고, 이보다 더 지용성이 뛰어난 더 큰 도취와 환각을 일으키는 엑스터시가 만들어졌는데, 이것들은 암페타민과 유사하여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 세로토닌의 재흡수를 막고 이들의 분비량을 늘린다. 


자연에는 암페타민 유사물질이 많이 이는데 아프리카산 식물인 카트는 가벼운 각성 효과를 덕기 위해 잎을 씹거나 잎을 달여낸 즙을 먹었다. 선인장 로포포라 윌리암시는 메스칼린으로 알려진 성분이 구조상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과 비슷하지만 뇌에 빠르게 흡수되는 지용성을 띄고 있고 거의 대사가 되지 않아 소변으로 배출하여 재활용하였다. 육두구 역시 많은 양을 섭취하면 도취감이 나타나기도 하나, 장기간에 걸쳐 다량 섭취하면 정신병 증상이 나타난다. 샤프란, 계피, 등과 같은 향신료도 화학적으로 향정신성 물질을 함유하나 수치가 매우 낮다. 


코카 나무에서 분리해낸 코카인은 시냅스에서 주로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 세로토닌의 재흡수를 차단한다.  신경세포들의 효과를 강화하여 뇌에서 나트륨 이온 통로와 결합해 신경 세포들이 서로 정보를 주고받지 못하게 하고 통증 신호의 전도를 차단한다. 뇌에 작용하면 각성도가 높아지고, 허기가 줄고, 일상에서 느끼는 쾌감이 강렬해진다.  


반면 어떤 식품(약물)은 반대로 도파민 수용체의 기능을 차단한다. 왜 이런 것이 필요할까. 정신병 환자에게 일부 효과를 보이기 때문인데, 그렇다고 도파민의 기능변화가 정신병을 일으키는 원인이라는 것이 밝혀진 것은 아니다. 도파민 수용체에 대한 길항작용이 뇌 어딘가에서 일어난 화학작용의 오류를 보상해주는 것에 불과할 수도 있다고 한다. 


우리의 앎은 불충분하고, 뇌를 향상시키는 물질은 없다. 

우리의 뇌는 변화무쌍한 환경에서 수백만년 동안 복잡한 진화를 통해 정교하게 진화되어 왔다. 이 길고 긴 진화 과정의 진실은 물리 공식처럼 딱 들어맞는 법이 없으며 뇌지식은 대체로 불안전하다. 감정과 지각 인지 등의 다양한 측면에 존재하는 풀지 못한 의문들과 입증되지 못한 이론들은 숱하게 많은 사이비 과학과 엉터리 보조식품들을 만들어내곤 한다.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그 어느 물질이라 하더라도, 단일 식품 혹은 보조제로서 인지 기능을 향상시키거나 노화를 늦추는 식품은 없다는 것이다. 노화에 따른 인지력 감퇴는 한두가지 원인이 작용하는 것이 아니며, 그 많은 원인 만큼이나 치료 방법 역시 다양하지만, 특정 질병이나 외상이 아닌 한, 자연스런 노화에 대한 치료법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한다. 다만 뇌의 효율을 일시적으로 끌어올려주는 흥분제들로 앞에서 책에서 소개한 각종 식품들을 사용할 수는 있지만, 이것들은 단지 흥분제일뿐 인지력 개선에도 IQ 향상에도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며, 그러한 식품은 단 한 건도 보고되지 않았음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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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모마일 2017-04-10 0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흥미로운 책이네요. 보관리스트에 담아갑니다.

CREBBP 2017-04-10 10:40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휴보이즘 - 나는 대한민국 로봇 휴보다
전승민 지음, 오준호 감수 / Mid(엠아이디)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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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개그콘서트에서 시작된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말이 우습지만은 않은 이유는 그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어떤 영역에서든 국가대표가 되기 위한 희생과 노력은 엄청나다. 우리 땅의 척박한 제도와 빈약한 지원하에서 무관심으로 길러낸 수많은 국가대표들의 존재에 대해 무지한 경우도 많다. 1등을 하려면 2등과 3등이 있어야 하고 수없이 많은 무등의 노력이 함께 있어야 함에도, 우리는 1등만 기억하고, 또 그 1등이 세계에 나가서 다시 또 1등을 했을 때 그들이 하는 종목에 열광한다. 치열한 경쟁과 작전과 반전이 드라마를 쓰듯 아슬아슬한 경기 상황을 제공해주는 스포츠 경기가 아닐 때에 우리 관심은 훨씬 적어진다.

 

로봇에 대한 무관심은 인체를 모방하는 하드웨어 기술에 대한 실망감을 반영한다. 우주에 로켓을 수도 없이 쏘아 올리고, 인간의 유전자 지도를 분석해내고 컴퓨터가 인간 최고의 체스챔피언과 바둑 챔피언을 이기고 음악을 작곡하고 예술작품을 만들어내고 소설을 쓰는 시대에 인간을 닮은 컴퓨터가 인간과 비슷해진 정도는 이제 겨우 시늉만 내는 단계같다. 무수히 많은 SF 영화에서 인간인지 로봇인지 구분 불가능할 정도로 똑똑하고 정교한 로봇이 등장하지만, 더 많은 무수한 SF를 현실로 만든 다른 수많은 기술들에 비하면 현재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로봇의 수준은 가상의 세계에서 익숙해진, 높아진 눈이 기대하는 것에 못미친다.

 

인간의 뇌를 흉내내는 소프트웨어 발달은 사용자가 미처 따라가기 힘들 속도로 미칠듯 발전하는데, 사람의 몸동작을 흉내내는 하드웨어의 발전 속도는 왜 이다지도 느린걸까. 인간의 몸은 수억년에 걸쳐 정교하게 적응된 진화적 산물이고 인간의 논리적 사고와 계산 결과로 만들어내는 정신활동은 학습이 큰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있다. 인간이 걷는 것은 특별한 노력 없이 스스로 터득할 수 있는 주어진 능력이다. 반면 계산 능력은 학습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컴퓨터 소프트웨어가 무어의 법칙에 따라 매 2년마다 배속으로 용량을 키우며 인간의 학습 능력을 모방하기 때문에 그 가속의 작용 속에서 윤리적 사회적 쟁점을 파악하기조차 어렵게 되는 동안 하드웨어는 비약적 속도의 발전이 피부로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

 

걷는 일은 간단하지만 움직이는 기계는 바퀴로 굴러간다. 수많은 근육과 신경의 사이에서 수없이 많은 정보의 조합들이 몸을 지탱하고 골격을 움직여 걷는 일에 비해, 큰 덩어리들을 이어붙여 인간을 흉내내는 기계는 걷기가 엄청 힘들다. 인간의 모습과 닮은 로봇을 휴머노이드라고 하는데, 휴머노이드의 핵심 기술은 얼마나 잘, 빠르게, 자연스럽게 걸을 수 있느냐가 첫번째 관문이다. 80년대부터 휴머노이드 로봇을 만들었던 일본의 혼다는 30년동안 휴머노이드 로봇 아시모에게 쏟아부었고, 현재 가장 빠르게 걷고 뛰고 춤까지 출 수 있는 만능 로봇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로봇을 만들었다. KAIST에서 아주 약간(매년 약 2억)의 연구비만을 지원받아 겨우 10여년에 걸쳐 만들고 있는 로봇의 이름은 휴보다(나무위키에 의하면 아시모 개발비에 비해 1/1000 수준이라고 한다.) 휴보는 작년(2015년) 미국 재난구조로봇 경진대회에 나가서 1등을 했다.

 

재난구조로봇 경진대회는 일본의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를 계기로 미국방연구소에서 거액의 상금을 걸고 진행하는 로봇 경진대회다. 방사능 때문에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인간 대신 로봇이 사고 현장에 직접 들어가서 밸브를 잠그고 할 수 있었다면 사고가 최소화되고 복구도 빨랐을 것이다. 하지만 중심을 잡고 서서 걷는 것만으로도 구현하기 힘든 로봇 기술의 현주소에서, 경잰대회의 미션은 차량을 타고 직접 운전하고, 문을 열고, 장애물을 보고 판단하여 울퉁불퉁한 곳을 넘어가서 밸브를 찾아 잠그고 장비를 찾아 벽을 뚫는 고난이도 동작을 포함한다. 로봇 과학자들은 이 미션을 보고 DARFA가 미쳤다고 저게 어떻게 가능하냐고들 했다는 후문인데, 그것을 한국의 척박한 환경에서 만들어진 로봇 휴보 DRC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으며 수행하여 우승한 것이다. 왜서인지, 아시모는 참가하지 않았으나, 일본의 다른 로봇을 포함한 세계 유수의 로봇들이 곳곳에서 넘어지고 자빠지며 실패를 하는 것과 달리, 성공적으로 미션을 수행하는 로봇 휴보는 유튜브 영상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세월호에 들어가서 작업하게 될 로봇도 아마 휴보를 계승한 어떤 것일 듯하다.

 

하지만 유튜브로 확인하면 그 동작은 매우 느리고 답답하다. 순식간에 몸을 비틀어서 한 발을 먼저 내려 중심을 잡는 동시에 몸을 구부리고 다른 발을 차에서 빼 땅에 딛는 차에서 내리는 그 간단한 동작을 휴보는 얼마나 긴 시간 동안에 해내는지.. 인공지능의 세계는 인간의 두뇌를 훌쩍 뛰어넘었지만 그 인공지능을 담는 로봇의 하드웨어 기술은 아직 초보적인 수준에 불과하다. 인간처럼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가지려면 아직 미지의 세계와 같은 두뇌가 인체 구석구석의 근육들에게 신호를 보내어서 움직이는 인간의 몸을 흉내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대신 기계는 인간의 감각을 대신할 각종 센서들과 근육을 대신할 액추에이터,  벨트 체인, 감속기 등을 연결해 몸체를 형성하므로, 인간이 갑자기 큰힘을 쓰거나 정밀한 동작을 다 할 수 있는 것처럼 힘과 정밀성을 모두 갖춘 유연함을 따라갈 수 없다. 이러한 제약 속에서 무수히 많은 실험과 공학적 계산을 통해, 첫번째 관문인 걷기를 통과해서, 울퉁불퉁한 곳을 걸으면서 중심을 잡고, 중력에 저항해 동시에 두 발을 공중에 올리는 동작이 포함된 뛰기를 넘어지지 않고, 기계에 무리가 가지 않으면서 가능하게 하고, 넘어져도 일어나고, 양옆으로 뒤로 회전하고 춤도 출 수 있는 단계까지 무수한 실패와 좌절이 있었을 것이다.

 

로봇과 사투를 벌이는 KAIST 연구원들의 노력을 읽으며, 다시금 인간의 몸이 얼마나 정교하게 진화했는지를 실감하게 된다. 전기를 흘러넣으면 수축되는 인공 근육으로 관절을 움직일 수 있는 기술이 실용화된다면 로봇 공학은 비약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인데, 우리나라에서도 그것을 연구하는 팀이 있다고 한다. 이 책은 대전에서 휴보의 첫 버전인 KHR-1 시절부터 꾸준하게 개발 과정을 취재하던 동아일보 과학부 기자가 쓴 휴보에 관한 글들로 구성되어 있다. 아쉽게도 2014년에 출간된 책이라 2015년 재난구조대회에서 우승한 버전인 휴보 DRC에 대해서는 설명이 없지만, 그동안 휴보가 만들어지기까지 흘린 노력들과 직면했던 어려운 점들, 그리고 조금씩 성공 신화를 쓰는 과정들이 기초적인 로봇에 대한 작동 설명이 깃들여져서 쓰여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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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발
반디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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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같이 행복한 사회는 불가능한가. 낙원을 건설하려고 뿌린 피는 더이상 동작하지 않는, 아니 처음부터 동작 가능하지도 않았던, 공허한 미몽의 실현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생겨난 찌꺼기로 체제를 유지한다. 전세계 인류 역사를 통해 이런 게 가능했던 사회가 있었을까. 한 때 막스의 ‘공산주의 유령’이 뜨거운 피를 수혈받아 동구와 구소련을 지배하던 당시에도 북한처럼 폐쇄되고 억압된 사회였을까. 동작 불능의 체계를 인정하고 수정하는 대신, 그 오작동 사회를 설계한 실패자를 신격화하고, 애초 피뿌리며 꿈꿨던 세상이 바로 지금 여기라고 바로 눈 앞에 있다고 속고, 속이고, 속는 척해야 그 궁핍 속에서도 목숨을 유지할 수 있도록 기형적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는 곳. 그곳에서 오늘도 사람들은 무대위의 연극 배우처럼 유령처럼 감정 마저도 당의 요구대로 통제당하며 살아가고 있다. 언론을 통해 통제된 사회 제도에 대해 듣고 막연히 그곳의 사회를 상상할 수 있지만, 소설이나 영화를 통해 그런 통제가 사람의 감정과 인간관계, 그 속에서의 삶을, 그 깨알같은 디테일들을 어떻게 지배하고 있는지를 더 상세히 경험할 수 있다. 물론 이 소설이 제목부터 ‘고발’이고, 서구 사회에 북한의 실상을 고발하고자 하는 취지가 어느 정도 담겨있다고 보면 북한 체계에 대한 모순을 알리려는 작가의 분투하는 모습을 상상해볼 수 있기에 다른 공산권 치하의 소설과 비교하기에 무리가 있을지도 모른다. 밀란 쿤데라와 아고타 크리스토프, 미하일 불가코프 등이 최근 읽은 공산권 배경의 소설인데, 사회고발이 목적이 아니지만 억압되고 통제된 현실 속의 개인을 조명하기에 그런 체계의 실상을 경험해볼 수 있다고 한다면, 이 소설 고발은 공산주의 사회 건설의 과정 중 불가피하게 낳은 억압과 통제 도구가 결국은 그 동작불가의 사회를 굴리는 유일한 수단이 된 모습을 포착한다. 책의 내용보다 더욱 드라마틱한 건, 북한에서 현직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반디(저자의 필명)의 원고가 밀반출되어 츨간되기 까지의 과정이다. 책 끝 부분에 그 과정이 간단하게 적혀 있지만, 궁금해서 찾아보았는데 조선미디어의 뉴스와 이슈의 북한 편에서 상세히 볼 수 있다. 목숨을 걸고 썼고, 목숨을 걸고 탈북하는 사람에게 부탁을 했는데, 탈북자는 너무 위험하므로 일단 탈북에 성공한 후 반드시 사람을 보내 그 원고를 빼나가겠다고 약속을 한다. 그 탈북자는 함께 간 일행이 모두 공안에 잡혀 북송되는 와중에 탈북단체의 도움으로 아슬아슬하게 탈출을 했고, 이후 정착 자금을 받아, 자신을 도운 사람에게 그 원고 이야기를 한다. 원고는 북한에 볼 일이 브로커를 통해 밀반출되는데, 탈북자가 반디 작가에게 편지를 써서 안심하고 브로커에게 원고를 맡길 것을 얘기했고, 특히 김일성 서적으로 위장을 하도록 이야기를 해서, 전달하도록 지시한다. 이 때 만일 원고가 검문에 걸린다든가 발각되었다면, 반디는 아마도 살아남지 못했을 것 같다. 작품들은 작가 자신이 북한의 작가 협회에서 활동하는 작가로서, 북한의 실상을 그냥 티브이에서 전하는 형태로 피상적으로 적은 것이 아니라, 그 동작 체계 내에서 신음하는 개인의 내면, 그 억눌린 흐느낌과 몰래 우는 울음과 꾸며 내는 웃음과 그러한 모순들을 적나라하게 작품 속에 녹아 내었는데, 이는 단편집에 나오는 여러 에피소드들을 보면 알겠지만 아주 사소한 일이나 농담도 조소로 해석되므로 이런 류의 원고를 몰래 쓴다느 것 자체가 목숨을 건 글쓰기이다. 단편집이고 각 작품마다 배경과 인물의 시점 성격들이 다양하기 때문에 여러 각도로 볼 수 있는데, 주제는 거의 한 가지로 모아진다. 예전에 없어진, 한국의 연좌제를 상기시키는 출신 성분이라는 굴레에 갇혀 신음하는 개인, 앞서도 언급했지만 스스로를 속이고 모두를 속이고 당이 원하는 감정을 만들어내야 하는 가상 감정의 세계, 세계적으로도 이목이 집중되었던 대기아에 맨몸으로 산허리 초목들을 쥐어뜯어 성과를 내야 하는 주민들, 이주권은 물론 이동권마저 통제된 곳에서 임종 직전의 부모 방문 마저도 허락되지 않는 현실에 통탄하다가 몰래 기차에 오른 자의 운명, 이러한 비참한 상황 묘사에도 불구하고, 인간이기에 기쁨과 슬픔과 희망과 웃음마저도 잃지 않고 살아가는 모습에서, 북한 사회의 내미한 모습을 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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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호기심을 위한 미스터리 컬렉션 - 당신이 믿는 역사와 과학에 대한 흥미로운 가설들
맹성렬 지음 / 김영사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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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미스터리인지 아닌지를 알려면 먼저 무엇이 미스터리가 아닌지를 알아야 한다. 지식은 업데이트되지 않는다면 고인 물처럼  썩는다. 어릴 때 학교에서 배운 것을 수십년간 써먹는 건 썩어가는 더러운 물을 마시고 사는 것과 같다. 어떤 지식이 낡은 것이 되는 과정은 과학의 패러다임의 변화다. 우리의 앎은 학교에서 배워서 알고 있던 것과, 배우지 않았는데 살면서 알게 되는 것들과, 책이나  TV를 통해 새로운 이론이나 과학으로 완전히 자리잡아 지식이 된 것들이 마구 섞인 채로 저장되어 있다.


읽으면서 저자의 주장과 문장에 여러가지 의혹이 들었는데, 결국 이런 책을 쓰는 이유가 뭘까 라는 질문을 하고 싶어졌다. 욕심없이, 그저 낡은 지식을 업데이트해서, 썩은 물 대신, 최소한 정수라도 한 물을 마시고자 책을 읽는 내 바람은 한낮 욕심이란 말인가. 비문학 도서를 읽는 목적이 그렇게 작은 바람일 뿐인 내 사고방식과는 다른 차원의 책이었는데 그럼에도, 긍정적인 마인드로 책이 전하는 메시지를 한마디로 전달해 보자면 그것은 아마도 앎을 의심해 보라는 것일 거다. 소제목도 ‘역사와 과학에 대한 흥미로운 가설들’이다. 여기서, 가설이란 말을 주목해야 한다. 책의 내용은 모두 가설들이다. 즉 학계에서 주류로 받아들일만한 근거나 증거가 없는 내용으로 대개 기존 과학의 틀에서 설명하지 못하는 헛점들을 파헤치고, 이 구몽을 메울만한 다양한 새로운 가설들을  제시한다.


무엇이 이단인지를 알려면 정상을 먼저 통달하고 있어야 한다. 첫 챕터는 신대륙이 발견되기 이전 고대때부터 구대륙과 신대륙 사이에 교류가 절대로 불가능했다고 믿고 있어야 미스터리의 미스터리다움을 만끽할 수 있을텐데, 내 경우, 담배와 코카, 옥, 고구마, 닭등의 유래가 어느 대륙에서 몇세기에 전해졌는지를 알지 못하고 있었으므로, 고대 이집트 미라에서 코카와 담배가 발견되거나, 옥으로 만든 유물이 폴리네시아에서 발견되거나 구대륙의 닭과 고구마가 중남미에서 되거나 하는 일을 따져 구대륙과 신대륙간의 교류 증거로 추론하는 과정이 미스터리하기 보다는 이러한 이론이 현재 학계에서 어느 위치에 있는지가 궁금했다. 저자의 말에 의하면 그렇게 제시되는 여러가지 이론들이 역사로서 온전히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 같아서였다.


우리 주변에 한 번만 겪고 다시는 재현하지 못하는 현상들은 무수히 많다. 그것이 이론이 되려면, 그러니까 그런 현상들을 설명하려면 실험을 통한 재현이 필요하다. 재현하지 못하는 기적은 거짓말, 착각, 환상과 종종 섞이고, 부족한 설명은 미스터리는 편리하게도 전지전능하신 신의 힘이 차지한다. 신의 종류는 많다. 기독교나 불교 같은 전통적인 신 말고도 자신의 경험과 판단으로 실험으로 밝혀내지 못하는 어떤 것들에 대한 이유를 만들어 믿는 것도 넓은 의미의 종교다. 뭔가를 근거없이 믿으면 그게 신이 아니고 무엇인가.


학계에서 정상과학이라고 인정하지거나 비주류 이론이 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주류로 편입하기에는 근거가 증거가 부족하다. 오랫 동안 주류를 형성해온 이론을 뒤집기 위한 증거가 충분하다면 이제까지 비주류의 몫이었거나 가설에 불과했던 이론은 점차 힘을 얻게 된다. 연구 과제를 찾아 헤매는 전문가들의 관심과 흥미를 불러 일으켜 더 많은 증거들을 찾게 되고  이제까지 비주류 혹은 이단이였던 이론이 세계를 지배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세계를 지배하게 된다. 그리고 반대로 이제까지 진리라 믿었던 것은 낡은 것으로 전락하거나 더이상 발전할 추진력을 잃는다.그러므로 현재의 정상과학도 현재의 주류 이론도 오래전 언젠가는 비주류였고, 놀림감이었고 이단이었을 때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물론이다. 그렇다고 해서 근거도 희박하고 증거도 불충분한 주장들이 추후 모두 주류로 편입되고 메인 패러다임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런 주장들 지극히 일부만이 주류를 바꿀 중요 이론으로 바뀐다. 과학에서도 그렇고, 역사와 인문 철학 등도 시대가 요구하는 가치관에 따라 변화한다.


사람들이 가끔 헷갈리는 게 있는데, 어떤 사건이 어떤 사람에게 딱 한번 일어났고, 그것을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했다면 그것은 자연 현상이 아니라 그냥 하나의 사건이며 일화다. 일화가 신화가 되는 과정에는 역사적 필연성이 관여하지만, 한 사람의 편향된 지식으로 인한0 예외적 사건의 일반화는 그 사람의 사회적 위치에 따라 위상이 달라지기에 대중은 단단한 기반을 기초 지식이 필요하다.


UFO와 텔레파시, 초능력, 초심리 같은 것들이 그렇다. 그것들은 과학적인 추론이 불가능하다. 극이 소수의 사람들에게서만 우연히 재현된 현상을 현재 알려진 과학이 설명할 수 없다고 해서, 그것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모른다. 무수히 나타나는 UFO의 진실이, 실은 사진 조작과 착시와 유성과 드론 등등 여러가지 착각일 수도, 혹은 더 발달된 문명을 가진 외계인이 나타난 것이었는지, 그런 것들이 실제로 외계문명의 징후라 할지라도, 현재의 과학으로 짐작도 하지 못할 세계이다. 초능력, 초심리 등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진화론을 부정하는 듯한 컨텐츠에 최재천 교수와 리처드 도킨스를 폄하하는 내용을 실었는데 문장에 감정이 실려있다. 최재천 박사가 자신의 블로그에 자연선택설을 자연선택원리라고 부르자고 주장했다고 하는데, 이것이 부당하다는 내용이다.


“생물학자들에게는 오래전부터 물리학자들에 대한 심각한 콤플렉스가 있어왔다. (p173)

“잔뜩 주늑이 든 생물학자들 사이에서는 한때 물리학 선망이라는 표현이 공공연하게 쓰이기도 했다.


“최재천이 언급하고 있는 사람은 리처드 도킨스다. 그의 본업은 진화생물학자 및 동물행동학자이지만 진화론자와 무신론자, 회의론자들의 전위이자, 극렬한 다윈주의자로 전세계에 이름을 떨치고 있다.”(p173)

그렇다고 해서 물리학자인 저자가 진화론을 부정하고 주장하는 새로운 생물학적 이론은 무엇일까. 이런 저런 예를 들며 생명 현상은 대부분이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으며 진화론이 설명할 수 없는 미스테리가 있다는 것이다. 카멜레온이 포식자가 나타났을 때 다른 동료들을 위해 신호를 보낼 때 가장 극적인 색깔 변화가 나타난 사례와 나뭇잎 벌레가 나무잎과 너무 똑같아 다른 벌레가 나뭇잎으로 알고 뜯어먹는 것, 산나무두더지 똥을 먹도록 진화된 변종 식충 식물들 등의 예를 들어, 새로운 진화 패러다임에 주목할 것을 얘기하는데, 도킨스의 ‘확장된 표현형’과 ‘불가능의 산을 오르다’ 등 여러 책을 읽고, 제대로 이해를 하고도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인지, 물리학자가 생물학에 대해 얼마나 자신이 있는 것인지 의아하다.


우리의 과학과 여러 주류 학문, 그리고 시대를 대표하는 패러다임들은 불완전하고 때때로 독단적이다.  근거없는 사이비 과학과 일화와 소설들이 만들어지는 이유는 그것들이 파고 들 만한 헛점이 주류 과학과 학문에 무수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상 학문도 쫓아가기 어려운 일반 독자 입장에서, 비주류 학문들과 어차피 답을 알 수 없는 미지의 초능력 현상들을 쫓을만한 여력이 남아있기는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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