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과학 형사대 CSI 25 - CSI, 베이징에 가다!, CSI 시즌 3 어린이 과학 형사대 CSI 25
고희정 지음, 서용남 그림, 곽영직 감수 / 가나출판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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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SI 시리즈를 2011년 초에 처음 만났으니, 인연이 꽤 깊다.  벌써 시즌 3의 다섯번째 이야기를 읽고 있으니 말이다.  글을 쓰는 중에도 CSI는 27권이 나왔다고 하니, 25,26권을 쓰고 바로 다음 이야기를 만나봐야 겠다.  가나출판사에선 히트를 친 만화책이 워낙 많아서 처음엔 <그리스 로마신화>정도의 만화책으로 알고 읽었다가, 과학상식이 넘쳐나는 동화임을 알고 푹 빠져 버렸었다.  한영재, 이요리, 반달곰, 나혜성이라는 독특한 케릭터들이 시즌 1을 이끌었던 것이 그리 오래전 이야기 같지 않은데, 이 친구들은 벌써 사회인이 되어버렸고, 시즌 2에서 만난 황수리, 양철민, 신태양, 강별, 최운동, 장원소, 소남우, 송화산 역시 자신의 길을 찾아 어린이 과학 형사대를 떠났다.

 

 

 시즌 3에서는 화학형사 고차원, 생물형사 한마리, 물리형사 강태산, 지구과학 형사 은하수가 나오고 있는데, 이 아이들 역시 시즌 1, 2 처럼 비슷한 성격으로 이야기를 끌어나가고 있다.  교과서 과학을 풀어주고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아이들 눈에는 차원이와 마리, 태산이와 하수의 애정전선도 무시못할 포인트이기에 다음권을 기대하게 만든다.  이번 이야기의 프롤로그는 하수의 어린시절 사진으로 시작되는데, 외모에 자신이 없는 하수가 어린시절 사진을 보는 차원이와 태산이를 오해하면서 생긴다.  살을 빼기위해 다이어트를 하다 쓰러지는 하수와 어린시절 사진이 귀엽고 좋다는 태산이에 말에 어쩔 줄 모르는 아이들.  딱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의 반응이다.

 

  애정관이 하나의 포인트이긴 하지만, 과학 형사대의 백미는 역시 과학상식으로 풀어내는 사건해결이다.  중국에서 초대를 받아 베이징에 가게된 아이들.  역시나 그곳에서도 아이들은 놀 수가 없다.  사라져 버린 한국 유학생이 화재사건에서 시신으로 발견되는데, 범인은 누구일까?  화학형사 답게 차원이가 분별 증류를 통해 원유에서 프로판가스, 가솔린, 나프타, 등유, 경유, 중유를 분리해내어 범인을 잡아낸다.   두번째 사건은 베이징 초등학교에서 벌어지는 불꽃 튀는 자존심 대결.  탁구와 족구에서 각각 승점을 얻은 베이징 초등학교와 CSI 팀. 마지막 대결에서 승부를 내야하는데, 귀신이 나오는 흉가체험이란다.  귀신이라니 말도 안된다고 하면 되는데, 정말 귀신이 나왔다. 이걸 어쩌나? 태산이가 들려주는 빛의 정체, 빛의 파동과 간섭으로 만들어 지는 홀로그램이 사건 해결의 열쇠다.  빛의 간섭성을 이용해 입체적인 정보를 기록하고 재생하는 것을 홀로그래피라고 하고, 이 기술에 의해 만들어진 제품을 홀로그램이라고 하는데, 신용 카드나 지폐에도 위조를 막기 위해 이용되고 있으니 과학기술이 이용되어지는 것은 많고도 많다.

 

  차원이가 중국에서 만나기로 한 아저씨가 사고를 당했단다.  머리에 상처가 있고, 돈을 훔친 사람도 잡혔는데, 뭐가 문제일까?  돈은 훔쳤지만 상해는 입히지 않았다는 청년. 공장이나 건물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와 안개가 합쳐져 하늘이 뿌옇게 보이는 현상인 스모그 현상으로 일어난 사고라는 것을 하수가 들려준다.  중국의 미세 먼지와 함께 대기는 높이 올라갈수록 온도가 낮아져야하는데, 이와 반대 현상인 '역전층'으로 인한 대기오염과 천식으로 넘어진 것을 밝혀낸 아이들. 대단하다. 베이징에서 돌아오자 마자 곧바로 겨울방학이 되었단다. 이번엔 또 어떤 사건이? 유명가수였던 이형수의 죽음.  자살일까? 타살일까?  마리가 해양생물들의 특징을 알려주면서 사건을 해결해준다. 

 

  에필로그는 일본에 다녀온 태산이가 아이들에게 선물해준 인형이야기를 전해주는데, 이 때문에 책을 읽는 아이들은 다음권을 기대하게 된다.  과학 상식만큼 중요한 사건이 터지니 말이다.  태산이가 건내준 선물을 자신에게만 준 선물로 알고 있는 하수가 마리의 인형을 보고 오해를 하게 되고, 차원이는 마리와 하수에게만 선물을 준걸로 알고 또 다른 오해를 하게 된다.  태산인 사건 해결은 잘하면서 어쩜 이런 방면으로는 이렇게도 둔하지 모르겠다.  아니, 제 3자의 눈으로만 보이는 애정관일까?  어찌되었든, 다음권에 이들의 짝사랑 이야기는 계속 될 듯 하고, 마리 엄마의 교통 사고 목격자가 나타났다고 하니, 기대되어 질 수 밖에 없다.  궁금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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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은 공감이라고? : 디자인학 주니어 대학 9
김상규 지음, 김재훈 그림 / 비룡소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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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소년 인문 교양서라고 칭해지는 <주니어 대학> 시리즈의 9번째 이야기는 '디자인학'이다.  꽤나 작은 책속에 별의별 내용이 다 들어있는데, 인문 교양서라고 되어있지만 재미있다.  부모가 읽기에도 아이들이 읽기에도 부담없이 읽을 수 있고, 흥미유발에 제격인 책이다.  이 시리즈를 만들때, 전공 학문의 핵심 주제를 전공자인 전문가들이 직접 흥미로운 사례를 들어가며 쉽게 소개하고,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맞춰 다양한 학문의 즐거움을 일깨워 주고 미래 설계에 도움을 주고자 기획되었다고 했었는데, 딱 맞는 말이다.  중생인 딸아이도, 이제 초등 고학년이 되는 작은 아이도 둘다 좋아하니 말이다.  물론, 아이들이 좋아하는 분야가 다르기때문에, 작은 아이같은 경우는 '생명과학'에 대한 내용에 흥미를 가지고 책을 읽었었고, 큰아이는 '문화인류학'에 관심을 보였었다.

 

 

  이번 '디자인학'에서는 1부 모든 게 디자인이라고?, 2부 멋진 디자이너들, 3부 디자인학, 뭐가 궁금한가요? 로 나뉘어져 있는데, 어디서부터 읽어도 막히는 부분이 없게 구성이 되어 있다.  막연히 디자인은 패션이나 산업만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책을 보니 학문적으로 보면 디자인학은 공학, 예술, 경영학, 인문학에 조금씩 걸쳐 있다고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디자인은 더 나은 삶을 위해 창의적인 생각을 실현하는 것이 기본적인 출발점이고, 생각하고 만들어 내는 활동으로 앎과 실천이 함께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것이다.  글로 풀어내니 어렵게 다가오는것 같지만, 디자인 활동은 보편적 아름다움의 실현으로 이를 실현하려면 계획하고 구상한 것을 구체적으로 표현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단다.  단지 기술이라고 생각을 했던 디자인을 '디자인학'에서는 여러 측면에서 생각을 하게 해주고 있다.

 

  디자인은 우리의 실생활과 동떨어져서 생각할 수 없는데, 최초의 디자인은 그림문자인 픽토그램이라고 한다.  올림픽에서 경기 종목을 알리는 픽토그램은 디자인으로 인식하면서 벽화는 그렇게 생각을 하지 않았었다.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아가는 검색 과정도 디자인된 것이라고 하는데,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쉽게 찾고, 다음 페이지로 넘어갈 때 어떤 내용을 어떻게 보여주어야 실수를 줄이고 더 편하게 보일지등이 모두 디자인 된 것이라고 하니, 디자인이 포함되지 않는 것이 없는것 같다.  지금 자판을 치면서 주위를 둘러보니, 디자인 활동이 이루어지지 않은것이 한군데도 없다.  컴퓨터, 책, 핸드폰, 스탠드, 화병 등 내 눈 앞에 펼쳐진 모든 것이 디자인이다.

 

  그렇다면, 좋은 디자인은 무엇이고 나쁜 디자인은 무엇일까?  디자인과 기능은 분리해서 생각할 수가 없다.  어떤 제품을 디자인이 좋아서 선택했다고 말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스타일이 마음에 들어서 선택했다는 의미일것이다.  우리는 흔히, '딱 내 스타일'이라는 표현을 하는데, 디자인이 아닌 스타일을 두고 하는 말이란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는 'GOOD DESIGN'을 선정하고 있는데, 디터 람스라는 디자이너는 좋은 디자인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진짜 좋은 디자인은 착하고 정직해야 한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   2부에서 만나는 '멋진 디자이너들'은 아이들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할 듯 하다. '아이 러브 뉴욕(I♥NY)'이라는 로고를 탄생시킨 밀턴 글레이저의 사회적 역량, '어포던스'(한눈에 보고 알아차려서 어떤 행동을 유도하도록 디자인한것)가 좋은 디자인을 하는 후카사와 나오토의 실생활 디자인, 다양한 캐릭터의 아버지인 하비에르 마리스칼의 이야기는 '디자인'에 대한 푹 빠지게 만들어 버린다.

 

  책을 통해서 저자는 디자인의 기준, 디자인학과에서 배우는 것, 디자이너와 엔지니어, 디자인과 예술의 차이, 전도유망한 디자인 분야 등 디자인학과 디자인 관련 진로에 관련한 궁금증을 풀어주고 있는데, 디자인학의 기본 개념을 이렇게 다양한 사례를 들어 재미있게 알려주는 능력이 대단하다. 사람들이 생활하면서 크고 작은 불편을 느끼게 되고, 그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세우고 실천하는 과정이 바로 디자인이란다.  멀게만 느껴지는 디자인을 바로 가까이에 있는 실생활로 연결시켜주고 있는 주니어 대학 9번째 시리즈인『디자인은 공감이라고?』은 '디자인학'에 대한 개론서이면서 흥미를 유발시켜주는 인문서이다.  이 책으로 모든걸 얻을 수는 없지만, 이 시리즈의 기본 취지처럼 더욱더 많은 관심을 갖게 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책임에는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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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까지 따듯해지는 북유럽 스타일 손뜨개 소품 마음까지 따듯해지는 북유럽 스타일 시리즈
Applemints 지음, 김수정 옮김, 송영예 감수 / 참돌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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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엔 역시 손뜨개가 눈에 들어온다.  책방 구경을 갈때마다 눈에 보이는 것이 뜨개 소품이나 패턴들이다.  게다가 북유럽 스타일이 들어있는 책들이 어찌나 많은지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다.  워낙에 주변에 북유럽 스타일을 표방하는 가구나 침구들이 많아서 이제는 새삼스럽지도 않지만, 여전히 눈에 들어오는것은 어쩔 수가 없다.  큰 아이가 딸이라 우리집에도 뜨개실이 참 많이도 굴러다닌다.  겨울만 되면 목도리와 장갑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곤 하는데, 내눈엔 썩 예쁜 작품이 나오질 않는다.  만들어서 아이가 하는 경우를 도통 볼 수가 없고, 이것도 저것도 아닌 작품들 투성이니, 예쁜것 좋아하는 나이의 아이가 작품이라고 말하기도 뭐할 정도다.  그렇다고 내가 솜씨가 좋아서 아이의 작품을 손을 볼 수도 없으니 그냥 집안에 뒹굴거리다 사라지기 일수다.

 

 

 

  어렸을 때, 엄마는 솜씨가 참 좋으셨다.  초등학교가 아닌 국민학교에 다니던 시절 방학이 되면 병에다 옷을 입혀서 인형을 만들어 주셨는데, 방학숙제로 가지고 갔던 기억이 난다.  누가봐도 내 솜씨는 아니었지만, 어찌나 예쁘게 만드셨던지, 항상 숙제를 집으로 가져가지 못하고 학교에 몇달씩 전시가 되곤 했었다.  엄마를 보면 금방 인형이 나오고, 조끼가 나와서 손뜨개가 참 쉬운거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정작 내가 뜨개질을 배워야만 하는 중학생이 되니, 이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는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고, 엉터리고 뭔가를 하지는 않지만, 엄마만큼 고도의 집중력으로 단시간에 만들어 내지는 못한다.  뜨개질은 시간과의 싸움이고 자신과의 싸움이기전에 사랑이 기본으로 깔려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으니 얼마나 힘들었겠는가?  아이를 낳은후에 유일하게 제대로 만든 게 아이의 스웨터였다.  아이에게 입힐 욕심에 얼마나 기를 쓰고 만들었는지 모른다.  그러니, 뜨개질은 사랑이 없으니 참 고역이 아닐 수가 없다.

 

  책은 아란무늬 가방을 시작으로 밧줄무늬 머플러까지의 Contents를 먼저 보여주고 있다.  요거 한번 만들어 보고 싶은데 하고 호기심을 일으키자마자 뜨개방법 포인트 레슨을 시작하면서 23가지의 소품들의 뜨개도안과 함께 뜨개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어찌나 세심하게 알려주고 있는지, 도안만 가지고도 충분히 소품하나를 만들 수 있게 해주고 있다.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내가 중.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엔 대바늘 뜨기나 코바늘 뜨기가 가정시간에 들어있어서, 도안을 보고 뜨개를 하는게 그다지 어렵지는 않다.  물론, 이렇게 도안과 뜨개방법만 나온것은 아니다.  정말 초보자들을 위한 배려도 잊지 않고, 코바늘뜨기 기초와 대바늘뜨기 기초도 실려있다.

 

 

  하트 부분의 통과구멍에 머풀러의 아랬단을 넣어주는 타입의 미니 머플러나 지나치게 소녀스럽지 않지만 코디하기에 유용한 오프하이트 뜨개칼라는 당장 뜨개실을 가지고 만들어 보고 싶을정도로 사랑스럽다.  짧은 줄기뜨기로 탄탄하게 떠서 보온효과가 뛰어난 삼각머리 빵강 벙어리장갑은 이렇게 쉽게도 장갑을 뜰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하면서, 내 머릿속에서 나올 수 없는 뜨개방법들을 알려 주고 있다.  Basic Lesson은 실과 바늘 쥐는법, 첫코 만드는 법, 시작코같이 가장 기초적인 것을 알려주는데, 오래전에 손을 놓았던 이들도 금새 따라할 수 있게 해주고 있어서 용이 하다.  게다가 'Material Guide'에서는 책에서 사용한 실을 소개해주고 있는데, 사진과 함께 바늘호수와 함께 대체가능한 실까지 알려주고 있으니 이 책 참 친절도 하다.  북유럽 손뜨개 시리즈를 찾아보니 손뜨개 가방, 손뜨개 모자가 따로 있던데, 책 속에서 만나지 못했던 다양한 뜨개도안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서 궁금해 진다.  머릿속에 있는 패턴은 겉뜨개와 안뜨개밖에 없으니 이렇게 사랑스럽고 멋스러운 문양이 나올 수 없을 테니 말이다.  소품마다 도안과 뜨는법을 알려주고 있는『북유럽 스타일 손뜨개 소품』은 손뜨개를 오랜만에 하는 내게도, 처음시작하는 딸아이에게도 참 유용한 책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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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일, 스미레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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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분명 『무지개 곶의 찻집』의 작가인 모리사와 아키오의 장편소설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첫 장을 넘겼는데, 여간 무서운게 아니다.  표지도 달달하니 꼭 로맨스 소설같이 생겨서는, 1장에서 만난 '워커홀릭 좀비'는 예상을 뛰어 넘어버렸다.  몇장을 넘기지 않고도 이거 스릴러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모리사와 아키오의 작품이 맞나 하고 지은이를 다시 확인했다.  첫 장면을 이렇게 무섭게 만들어서 읽는 사람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는지, 나와는 좀 맞지 않는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은 조금만 더 읽어보자는 생각으로 앉아서 읽다가 마지막 장을 덮어버린것으로 끝이날 정도로 기우였다.  '와우~!' 소리가 절로 날 정도로 재미있기도 하고, 생각을 하게 만든다.

 

 

  역자의 글을 읽다보니 이 작품은 닛케이신문의 웹사이트에 연재되었던 소설을 단행본으로 엮은 책이란다.  연재 당시의 제목은 <러브 & 피넛>이었다고 하는데, 그래서 피넛이 그렇게도 많이 나왔나 보다.  우리 나라에서도 웹소설이 인기를 끌고 책으로 출간되는 경우가 많은데, 일본도 그런 것 같다.  게다가 작가는 애니메이션 분위기가 풍기는 이야기를 만들어보았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  첫 장면에서 내가 느낀 공포는 뭘까?...  어쨌든, 초반 이후에 이야기들은 굉장히 재미있게 다가온다.   세상사가 내 맘데로 되지 않는다는 것은 책 속 주인공을 통해서도 여실히 느껴진다.  잘나가는 거대 레코드 회사를 박차고 나와 1인 레코드 회사를 세워 워커홀릭 좀비처럼 다니던 스미레는 수면 부족으로 길거리에 기절하듯 쓰러져 잠들정도로 열정적인 인물이다.  그렇게 죽어라 키워놓은 그룹 DEEP SEA의 멤버들은 라이브 당일에 늦게 나타나 공연을 엉망으로 만든것도 부족한지, 스미레가 박차고 나온 올 업 뮤직과 계약을 했단다. 

 

  어떻게 키운 인디밴드인데하고 속상해 할 겨를도 없이, 스미레의 안식처라고 여겼던 연인 료에게선 '바이바이'라는 메시지가 오고, 스미레는 친구인 링코의 운수를 믿으며 고향인 시즈오카 현 시골 마을로 향하게 된다.  엉뚱한 메시지를 보내는 아빠와 사근사근한 엄마가 계신 곳.  다가가기 힘든 아빠라고만 생각을 했던 스미레는 아빠와 함께한 시간속에서 삶을 다시 바라보기 시작한다.  일본으로 제비꽃이라는 뜻을 가진 스미레가 아닌  영어의 ‘스마일Smile’을 철자 그대로 읽어서 ‘스미레’라고 지은 자신의 이름의 뜻을 서른이 넘어야 알게 되다니, 열정적이긴 하지만, 좀 늦다.   "웃는 건, 늘 타인을 향해서잖아?  우선 타인을 웃게 하기 위해 내 웃음이 존재하고, 그래서 타인이 웃어주면 그 웃음이 내게도 돌아온다는 거야." (p.130).  링코의 운세는 역시 스미레만을 위한 맞춤 운세인것 처럼 그녀에게 딱 맞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아빠와의 시간은 스미레를 다시 일어나게 만들어 준다.

 

  DEEP SEA의 객원 가수로 나왔던 하루토. 사람의 인연은 참 알다가도 모르는 일이다.  그가 스미레에게 연락을 해 올 줄 어떻게 알았겠는가?  뛰어난 뮤지션을 찾아내는 능력이 천부적인 스미레에게 전율을 안겨준 하루토와의 만남은 또 다시 스미레를 워커홀릭 좀비로 만들지만, 이 시간들은 결코 힘들거나 괴롭지 않게 다가온다.  하루토의 보물인 밋치가 있고, 천재 프로듀서인 도시짱과 스미레의 오랜 친구인 링코와 미사키.  하루토를 향한 스미레의 열정적인 애정은 가족같은 동료애를 보여주면서 도시짱의 표현처럼 '눈가리개를 한 채 서로 손을 꼭 잡고, 넘어지는 것도 두려워하지않고, 전력 질주하는 두 사람'(p.205)으로 그려지고 있는데,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입가가 올라간다.  자신의 일에 열정을 가지고 자신의 모든것을 쏟아부어 노력하는 이들의 모습은 아름답다.  그러기에 그들을 위해 주변 인물들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애정을 여과없이 표현을 한다.

 

  작가는 이야기를 쓰면서 1. 꿈을 처음부터 포기한 사람, 2. 꿈을 좇다가 도중에 포기한 사람. 3. 포기하지 않고 계속 꿈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에 대한 생각을 했었다고 저자 후기에서 이야기를 해주고 있는데, 어떤 인생이 좋고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스미레의 케릭터는 세 번째 부류에 속한다고 들려주고 있다.  행복이란 무엇일까?  스미레는 늘 곁에 있던 친구와 부모님의 도움으로 행복을 실감하고 있고, 작가는 행복은 얻는 게 아니라 깨닫는 것이라고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그래서 마크 트웨인의 '용서란 짓밟힌 제비꽃이 자신을 짓밟은 발뒤꿈치에도 향기를 남기는 것과 같다.'(p.133) 말을 아빠의 입을 통해서 들려주고, 네잎 클로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짓밟히고, 상처 입고, 그 결과로 누군가에게 행복을 전하는 존재가 된다니, 너무 아름답지 않아?" (p.256).  향기나는 삶을 보여주기 위해서 말이다.  작가 스스로 애니메이션 분위기를 풍기고 싶었다고 할 정도로 이야기는 쉽게 넘어가고 재미있다.  만화 같은 느낌. 저자 모리사와 아키오의 의도는 충분히 반영된 듯 싶다.  난 이런 해피엔딩이 좋다.  어떻게 해피엔딩이 되었는지는 읽어보시길...  너무 뻔하잖아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료'의 메시지 해결도 물론 빠질 수 없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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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의 황제
김희선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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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어째 이렇게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  한달에 라면 한번 먹으면 많이 먹는 내가 이 책을 읽는 이틀 동안 라면을 몇번을 끓여 먹었는지 모른다.  중학교 시절에 한시를 배우면서 죽순맛에 홀딱 반한적은 있었어도, 라면에 반해서 이렇게 먹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아니, 라면맛에 반했다는 표현은 내게 맞지는 않는것 같고, 그냥 책표지를 보곤 라면을 끓이고 있으니 이걸 어쩐다.  물론, 책을 읽는 이틀 동안의 일이었다.  이젠 내 기준으로 몇달치의 라면을 먹어서 인지, 먹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는다.  초록색 외계인들 앞에 놓여있는 라면 한그릇이라니, 이 얼토당토 않은 표지에 '훅'하고 넘어간 내가 지금은 왜 이리 웃긴지, 글을 쓰면서도 계속 비실 비실 웃고 있다.

 

 

  김희선 작가의 단편들이 모여있는『라면의 황제』는 정말 묘한 책이다.  어찌보면 발상이 끝내주는 이야기고, 뒤집어 보면 허무맹랑의 늪에 빠져서 허우적 거리기에 딱 맞는 이야기다.  책을 다 읽고도 어디서 허우적 거리고 있는지 모를 땐, 문학평론가 백지은의 글을 읽어보면 대충 감은 잡지만, 그렇다고 딱 떨어지게 이게 이거구나 하고 말할 수는 없다.  세상사가 다 그렇지 않은가?  큐브를 맞추 듯 딱 떨어진다면 그게 어디 세상사이겠는가?  확신할 수 없는 일들과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소설 속 이야기들.   여러번 배경으로 나오는 'W시'로 인해서 동일한 배경의 이야기라고 착각을 하게 만들었다가도, 전혀 새로운 이야기로 다가오는 이 묘한 이야기들은 비실거리게 만들면서도 재미있다.

 

  <페르시아양탄자 흥망사 / 교육의 탄생 / 라면의 황제 / 2098 스페이스 오디세이 / 지상최대의 쇼 / 개들의 사생활 / 어느 멋진 날 / 경이로운 도시 /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의 단편들로 엮인 글의 표제작이 『라면의 황제』다.  표제작 답게 가장 많이 떠오르긴 하는데, 어쩌면, 이야기의 연관성이 가장 적기 때문에 하나의 이야기가 툭 튀어서 비집고 들어갈 공간이 없기 때문에 그렇게 다가왔는지도 모르겠다.  정신세계와 외계의 세계를 이야기하고 다른 작품들과 달리, <라면의 황제>는 라면이 '불량식품'으로 낙인찍인 미래에 27년간 라면만 먹은 라면의 달인 김기수의 책 『내 영혼의 라면 한 그릇』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다.  라면 받침대로 사용되던 파본만이 살아남아 명맥을 이어가는 김기수의 책.  왜 그는 라면을 27년동안 먹었을까?  '한 겨울에도 라면 한그릇이면 거뜬하다'는 말이 아니어도, 누군가가 만들어낸 하나의 사실에 사상을 집어넣고 공론화해서 자신들의 이념으로 만들어 버리는 사람들. 하지만 내게 만두가게 노인의 말이 더 크게 다가오는 건 노인이 들려준 말이 진실이었기 때문이다. "그거야 당연한 거잖아.  라면 가게를 하니까 하루 세기 라면만 먹은 거지.  난 지금도 하루 세끼 만두만 먹는다고." (p.104) 

 

  어디까지가 픽션이고 어디까지가 논픽션일까?  시청 집무실에 깔려있던 페르시아 양탄자.  대한민국에 유일하게 수입되어진 양탄자가 두개가 되어 나타났다.  하나만 수출되었다면 분명 하나는 모조품이라는 이야기이지만, 어느것이 모조품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양탄자의 진위 여부를 알아 내기 위해 페르시아까지 가는 이들은 그 진실을 알아 냈을까?  어린시절 주구장창 외웠던 '국민교육헌장'속 숨겨진 비밀을 알고 있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IQ 215의 어린 소년, 최두식은 조국의 미래를 짊어져야 할 운명을 타고 났다.  그러기에 어린 소년은 컴퓨터보다 빠르고 정확한 계산으로 우주선의 궤도를 계산해 내야했고, 먼 이국땅에서 알게된 레오니드 몰로디노프에게서 배운 '인간의 무의식에 비가역적 변화'를 '국민교육헌장'속에 심어 놓는것은 그의 운명이었다.  아... 우리는 그런 시절을 보냈구나.  최두식에 의해서 민족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그렇게 태어났구나.

 

  'W시'로 향해보자.  W시는 우주선의 출몰로 굉장히 유명한 곳이다.  어느날 새벽에 나타난 우주선.  세상은 난리가 났는데, 이 우주선이 별반 두려움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하루종일 색종이를 뿌리고 아침마다 볼륨을 크게해서 척 베리의 <Johnny B.Goode>를 들려 줄 뿐, 그들이 무엇 때문에 이곳에 왔는지 알 수가 없다.  두려움이 평온으로 바껴가면서 그들은 생각을 미리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익숙함이 파괴될것이 두려운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지상 최대의 쇼>와 기이한 녹색 생물체인 외계인들을 광합성을 하는 움직이는 식물로 바꾸어버린 <경이로운 도시>는 어쩌면 하나의 연결선상에 놓여있는 이야기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쟁기를 들고 탱크와 맞선 김홍석씨를 반전 시위의 인물로 만들어 버린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까지 W시에선 참 별별 일들이 다 일어났다.

 

  분명 연결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갑자기 튀어나 온 <개들의 사생활>은 스릴러를 연상시킬 정도로 오싹하게 만들어 버린다.  여행으로 죽음에 위기에서 벗어난 어머니와 유기견들의 엇갈리는 생과 사.  반복되는 장면들은 익숙하게 다가오기에 그냥 스치듯, 아니 투명한 존재이듯 지나친다.  그것이 그 자리에 있었는지 아닌지를 생각해 보면 긴가민가 할때가 있다.  소설 속 주인공들처럼 우리 역시 그렇다.  생각할 수 없었던 이야기들을 김희선 작가는 만들어 냈지만, 그런 이야기들이 실존하지 않는다고 누가 이야기 할 수 있을까?  현실에선 벌써 이런 삶들이 가랑비에 옷 젖듯이 흠뻑 젖어있는지도 모른다.  그저 인식하지 못할뿐.  나만 유일하고, 내게 있는 익숙함만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삶이 얼마나 무서운 삶인가?  그래서 돌아보고 현실을 가끔은 이렇게 비꼬아 볼 필요가 있다.  이 세상이 유일한 세상이라고 장담할 수 있는가?  자가가 말하고 있는 기시감 처럼 말이다. 기시감, 후에 언제고 보았던 것처럼 느껴질, 지금-여기의 우연적 비극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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