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터디 위드 X 창비교육 성장소설 9
권여름 외 지음 / 창비교육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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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보고 찾아봤을 공포 이야기.

겁많은 저조차도 어릴적 친구들 사이에 껴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공포 이야기를 들었었고, TV에 방영되는 프로그램은 눈을 가리거나 누군가의 등뒤에 숨어서 봤던 기억이 있어요. (그땐 전설의 고향이 압권이었죠. ㅎㅎ)

그래서 『스터디 위드 X』를 보는 순간! '아이들이 좋아하겠는데?!'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는데요, 역시나 보자마자 읽겠다고 ㅋㅋㅋㅋ

때마침 여름이고 방학이라 휴가철에 읽기에도 딱입니다!!!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가장 익숙한 '학교'가 이야기의 배경이 되어 더 흥미롭게 다가와요. 그리고 그저 '공포'가 주는 오싹함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성장기에 겪는 불안과 두려움이란 감정이 공포에 젖은 인물을 통해 나아갈 수 있는 '성장'을 담은 이야기랍니다.


수아야, 너 늦둥이 동생이 하나 있다고 했지.

네 영상에 나온 귀신은 둘이었어.

p.33

학교 괴담집 『스터디 위드 X』에는 짧은 6편의 공포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요.

그중 가장 오싹했던 이야기는 책의 처음을 장식한 《스터디 위드 미》였어요. 정말 무서운 거 못보는 겁많은 저로서는 이 이야기를 읽고 뒷 이야기도 이러면 어쩌나, 이 책을 완독할 수 있을까란 걱정을 했을정도로 간담이 서늘!!

무엇보다 전교 1등인 수아가 함께 공부하자는 의미에서 진행하던 브이로그 유튜브 영상에서 어느날 부터 보인 수상한 형체를 발견한 소연이 그 존재를 알려주었을때 보였던 수아의 반응이 압권이었답니다.

웃겨 죽겠다는 듯 손으로 입을 가린 채 대답하던 수아. 그리고 수아가 사라진 뒤 소연의 혼잣말. 반전에 반전이 주는 오싹함이!!!🥶 장난아녔습니다.👍

오래전이나 가능했던 잔인한 일이

지금도 어디에선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이야기.

소름 돋는 건 그런 게 아니겠어?

p.89

이 이외도 학교 폭력 피해자를 대신해 알 수 없는 존재 상현이 탈출할 수 없는 카톡 채팅방으로 가해자들을 초대하며 일어나는 이야기 '카톡 감옥', 매년 1학년 8반 30번이 된 학생은 불행해진다는 '영고1830', 학교에 떠도는 하수구 괴담 '하수구 아이', 죽음후에도 학교에서 수업중인 교실 '벗어나고 싶어서', 트위터 부계정을 둘러싼 소문 '그런 애'를 통해

성적과 친구 관계, 학교 폭력 등 청소년들이 현실에서 마주할 수 있는 문제가 『스터디 위드 X』의 공포에 녹여진 이야기를 만날 수 있어요.

첫 이야기를 빼고는 간담을 서늘하게 만드는 오싹함이 덜해 아쉬웠지만, 공포를 통해 아이들의 불안과 두려움을 날려버릴 수 있도록 현실 문제를 더한 공포이야기라는 점에서 색달랐던 학교 괴담집으로, 여름방학 맞이 휴가철에서 가볍게 읽기 좋아요!! :D

ps. 무서우면 어쩌나 걱정해놓고 막상 덜 무서우니 아쉬운 이 감정은 뭘까요?!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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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하는 소설 - 미디어로 만나는 우리 창비교육 테마 소설 시리즈
김애란 외 지음, 배우리.김보경.윤제영 엮음 / 창비교육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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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다음 세대가

언어를 생각의 도구로 쓰지 않는다면,

더 이상 그릇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면,

사람의 마음은 앞으로 어디에 담길까?

p.187

어느 순간부터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한 숏츠 영상.

글은 둘째치고 이젠 긴 영상조차 외면받는다. 긴 회차의 드라마도 요약본으로 보며 그저 누군가가 정리해 준 것으로 대신한다.

읽지 않고, 쓰지 않고, 생각하지 않고, 매사에 이미 남들이 반응하는 대로만 반응하며 그저 검색할 뿐인 사람들. p.205

과연 우린 '인간 사회에서 자신의 의사나 감정 또는 객관적 정보를 서로 주고받을 수 있도록 마련된 수단'인 미디어를 제대로 활용하고 올바르게 소통하고 있는 걸까?

혹 미디어 범위를 국한해 생각하며 '말'과 '글' 그리고 '책' 또한 미디어라는 사실을 잊고 있진 않은가?

『연결하는 소설』을 통해 숨 쉬듯 자연스럽게 스며든 일상 속 미디어 이야기를 통해 미디어의 본질과 소통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그것도 하나하나 주옥같이 은근하게 파고드는 8편의 이야기로.


 

결핍은 벗기고 벗겨도

계속해서 껍질이 나타나는 양파와 같았다.

한 겹 벗기고 나면 괜찮아질 줄 알았는데,

또다시 얇은 껍질이 나타났다.

두 눈이 새빨갛게 되도록 나의 결핍을 벗기고 나면,

그 자리엔 어떤 것도 남지 않았다.

p.73

『연결하는 소설』은 미디어를 테마로 담은 청소년 소설집으로

'마지막 화자'를 통해 언어의 탄생과 죽음을 들려주며 마음 울리는 《침묵의 미래》,

누구보다 많은 시간을 가지고 있었으나 누구와도 이야기할 수 없는 유령 공선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천천히, 빈 부분 없이 다 읽는 독서 메이트를 찾으며 우리가 대충 훑으며 소비하면서 놓치는 것이 무엇인지 묻는 《시트론 호러》,

후원 아동으로 미디어에 맞춘 삶을 살아왔던 윤미와 자신이 원하는 선물을 당당히 이야기하며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후원 아동을 통해 미디어의 힘에 대해 이야기하는 《후원 명세서》,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물며 채워지고 채워지던 장바구니와 남들이 좋아하는 내용의 블로그 글을 쓰는 문호를 통해 진정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묻는 《위시리스트》,

키즈 유튜브의 진실을 고발한 언니에게 편지 형식을 빌려 지아가 전하던 진실 《지아튜브》,

중고 거래 앱을 통한 타인과의 소통을 그린 《무료나눔 대화법》,

익명성을 바탕으로 소통하던 인터넷 세상과 온전히 자신을 드러내야 소통할 수 있는 마인트넷을 통한 시대 변화를 표현한 《고요한 시대》,

모든 것을 AI가 대신하는 세상에서 ’앎‘에 대한 탐욕으로 200살이 넘도록 생명 연장을 한 황재윤을 통해 글과 글 사이를 머물며 사색하는 공간의 의미를 그린 《바이센테니얼 비블리오필》

총 8편의 단편 소설을 만날 수 있다.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이 작품의 행간 속에서 함께

고민해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p.248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노래와 말들이 생각지도 못한 속도로 사라져 결국 자기 자신이 '살아 있는 테이프'로 전시되는 '마지막 화자'가 될 거라고. '혼자 하는 말이 아닌 둘이 하는 말, 셋이 하면 더 좋고, 다섯이 나누면 훨씬 신나는 말'이 아니던가?!

미처 깨닫지 못한 언어와 글 그리고 책에 대해 더 깊이 있게 생각하게 만들던 『연결하는 소설』.

무엇보다 미디어의 변천 과정에 따라 '언어'에서부터 '인쇄', '소셜' 등의 소재를 다양한 시선으로 만날 수 있어 좋았다.

단편 소설이 주는 짧은 호흡으로 아이들 또한 쉽게 읽을 수 있고, 이야기를 통한 간접 경험으로 자신의 일상 속 미디어가 가진 힘에 대해 알아보며, 앞으로 생각하는 힘을 잃지 않기 위해 어떠한 태도와 지향으로 미디어를 대하고 올바르게 활용해야 하는지 고민해 볼 계기를 마련해 준다.

더욱이 책을 읽고 쓰고 사색하는 이들이라면 더 많이 공감될 이야기 『연결하는 소설』로, 청소년뿐만 아니라 성인도 읽기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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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베르의 조각들 - 소설보다 먼저 만나는 작가
Reference by B 편집부 엮음 / REFERENCE BY B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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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베르의 조각들

: 소설보다 먼저 만나는 작가』

Reference by B 편집부


에세이 / 200 p.

제 상상력의 원천은 바로 환희입니다.

즉 즐거움이죠.

상상한다는 것은

인생에서 매우 즐거운 일입니다.

p.28~29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항상 함께 해왔으나 너무나도 작아 미미한 존재감을 보이던 '개미'가 공포스러운 존재가 되리라는 걸.

그래서였을까? 시간이 많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학창 시절 『개미』를 읽었을 때의 강렬함이 남아있고, 수많은 책이 출간되었음에도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하면 가장 먼저 이 책을 떠올리게 된다.

정말 학창 시절 그 당시 혹여나 '개미'가 내 귀속으로 들어오면 어쩌나 걱정하며 잠이 들곤 했더랬다. ㅎㅎㅎ (겁 많은 1인(>﹏<))


그런데 베르베르 작가가 개미를 연구하기 시작한 나이가 여섯 살부터였고, 일곱 살에 첫 소설을 썼으며, 열네 살 때부터는 백과사전을 만들듯 메모를 모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그가 태어난 횟수가 112번이고, 그가 만든 영화가 3편이며, 개미 책의 출간까지 수정한 횟수가 120번이었다는 것은? (개미 소설을 각색한 비디오 게임도 제작 중이래요.(소곤소곤))

나처럼 작가의 책은 읽었으나 그에 대해 잘 모르거나 『신』, 『타나토노트』,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 등 그의 역대 책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베르베르의 조각들 : 소설보다 먼저 만나는 작가』를 펼쳐보자.


프랑스 파리에서 그를 직접 만나 아침부터 저녁까지 동행하며 담은 그의 일상생활 모습부터 그의 역대 책과 업계 전문가들과 독자로부터 듣는 그의 이야기 그리고 소설가로 데뷔한 아들 인터뷰까지 다양한 편집과 구성으로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가를 만날 수 있다.


소설가가 되는 비결은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글을 쓰는 것

p.175

그는 특별한 휴일 없이 17세 무렵 개미를 소재로 한 장편 소설을 만들기로 결심하고 나서 꾸준히 매일 아침 8시 30분부터 정오까지 글을 써왔다고 한다.

매일 아침 같은 시간, 하루도 빠짐없이... 이것도 놀라운데 이러한 습관이 지루하다거나 바꾸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없다고 하니, 천상 작가인 건가?!란 생각도 잠시!

여섯 살부터 개미를 연구하고, 코트디부아르까지 마냥 개미를 찾아 나섰으며 '르 누벨 옵세르바퇴르'에 개미에 관한 평론을 발표할 정도로 개미 전문가였다는 그가 '은박지 속에 사는 개미 여왕이 개미들이 정신을 개혁해나간다는 이야기로 시작해 책을 출간하기까지 약 100개의 버전이, 120번 이상 수정 작업을 거쳤다'는 사실에 감탄과 반성을 하게 된다.

매번 블로그 1일 1포스팅을 목표로 했다가 실패하길 여러 번 반복했던 나는... 🧎‍♀️


이처럼 『베르베르의 조각들』이란 작가 분석집을 통해 우리가 몰랐을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가의 면면을 만나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인간의 뇌에 관한 최신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인간을 탐구하고 인류의 과거·현재·미래를 살펴보는 『뇌』

고양이가 주인공으로, 고양이가 본 세계사를 담은 3부작 『고양이』, 『문명』, 『행성』

9년에 걸쳐 준비한 가히 '베르베르식 우주의 완성'이라 할 수 있고, '천사들의 제국'에서 수호천사로 활약한 미카엘 팽송이 '신'에서 신의 후보생이 되어 신이 되기 위한 경쟁에 뛰어든 『신』

그가 30년 동안 꾸준히 글을 쓰며 출간한 역대 책에 대해서도 만날 수 있다.


자신의 책을 읽고 자유를 느끼거나 행복하면 좋겠다는 그는 '결과적으로 미소가 지어지는 희망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책을 쓴다고 한다.

지금도 집필 중이고 앞으로도 자신의 책을 읽어주는 독자가 있는 한 계속해서 글을 쓸 예정이라는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가. 집필의 원동력 호기심으로 쓰일 앞으로의 그의 행보도 기대가 된다.

그의 작품과 그에 대해 조금 더 잘 이해할 수는 작가 분석집 에세이 『베르베르의 조각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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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에 대해 쓰려 했지만
이향규 지음 / 창비교육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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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에 대해 쓰려 했지만』

이향규 | 창비교육


한국에세이 / 244 p.

너의 추억을 함께 나눠 줘서 고마워.

p.74

한때 만화에 푹 빠져 모아뒀던 만화책과 애니메이션 OST 테이프 그리고 초등 1학년 때부터 6학년 때까지의 일기장, 친구들과 주고받은 작은 쪽지부터 크리스마스카드 등 아직까지 고이 간직되어 한쪽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나의 사물.

누구에게는 보잘것없어 보이는 물건이겠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그 시절 사람들과 장소로 이어주는 소중한 매개체이다.

이처럼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사물과 장소가 있고 그것을 통해 기억을 떠올리기도 하고, 그 끝에 나를 지탱해 준 사람들이 있었음을... 선하고 따뜻함이 가득한 글로 알려주던 『사물에 대해 쓰려 했지만』 에세이 책.

나무들끼리 꽉 물려 있지 않고 조금씩 움직일 수 있는 숨 쉴 공간이 있어 오랜 세월 동안 틀어지지 않는다는 책 속 말처럼, 가끔 이렇게 쉬어가는 시간이 있기에 무엇이든 오래 이어갈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알면 사랑하고,

사랑하면 곁에 두고 싶어진다.

p.104

만나는 사람 몇 명 없는 단조로운 일상에서 자신에게 말을 거는 존재인 물건에 대해 적어 보고 싶었다는 이향규 저자는 딸이 학교 영어 시간에 '묘사적 글쓰기'를 연습하는 것이 재밌어 보여 흉내 내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사물을 잘 묘사하려 보니 그 사물이 계속 잊고 있던 순간과 묻어두었던 마음을 깨웠고 그 안에 있던 사람들을 떠올리게 만들어, 결국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쓰인 『사물에 대해 쓰려 했지만』이다.

그렇게 엄마에 대해 그리고 아픈 남편에 대해, 함께 커가는 딸과 그리고 친구와 이웃 등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저자의 사물과 장소 그리고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나도 모르게 나의 사물과 장소와 사람을 떠올리게 된다.

식구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었을 엄마가 좋아했을 음식이 무엇이었을지 떠올려보기도 하고, 기다려 봐야 고작 몇 분인데 아이들의 속도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너무 재촉한 건 아닌지 반성을 하며 저자의 '같이 천천히 걷고, 넘어지면 부축하고, 잊으면 다시 말해 주면 된다.'라는 말을 맘속에 새겨보기도 한다.

어두운 밤 길 운전, 그때 내 속도와 맞는 앞 차를 만났을 때 저자가 느꼈을 믿음직한 선배를 만난 기분 그리고 그 차가 다른 방향의 깜빡이를 켤 때의 섭섭함에는 공감을, 서로를 살펴보는 커뮤니티 그룹 '이웃'에 대한 이야기에선 따뜻함을 그리고 아무리 엄마가 자식에게 사랑한다 말해도 아이와 같이 찍은 사진을 보면 자기 얼굴이 잘 나왔는지부터 본다는 자기애에 대한 이야기에선 빵 터져 웃기도 했던 시간.

짧은 하나하나의 이야기 속에서 만날 수 있었던 배려와 따뜻함이 가득했던 이야기였다. 쉼과 온기가 필요하신 분들에게 좋을 책 『사물에 대해 쓰려 했지만』이다.

삶은 기차 여행이다.

대강의 방향을 정했지만,

그렇다고 경로가 분명한 것은 아니다.

얼마든지 경유할 수 있다.

어쩌면 목적지가 바뀔 수도 있겠다.

그래도 함께 타고 있는 이들이 많아 안심이다.

사람으로부터 배우고

사람으로부터 위안 받을 것임을 안다.

그리고 그 힘으로 새로운 여정을 시작할 것이다.

주위를 둘러본다. 나는 혼자가 아니다.

p.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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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드 쿠쿠 랜드
앤서니 도어 지음, 최세희 옮김 / 민음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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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를 잇는 책의 힘

『클라우드 쿠쿠 랜드』

앤서니 도어 | 최세희 옮김 | 민음사


영미소설 / 824 p.

시간.

세상에서 가장 광포한 전쟁 기계.

……

모든 시간과 모든 이야기는

결국 하나가 되며 같아진다.

p.768

최근 독서모임 책을 빌리러 도서관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런데 대출 가능으로 검색되었던 그 책은 있어야 할 자리에 없었고, 결국 사서의 도움으로 책을 받아 대여할 수 있었다.

매일같이 새롭게 발간되어 나온 책들에 밀려 자신의 자리를 내주고서 외로이 서고에 따로 보존되어 있던 책.😥

이렇게 '하루하루 일 년 또 일 년, 시간은 이 세계에서 오래된 책을 지워 버린'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이어주는 것 또한 기록(책)이지 않은가?!

『클라우드 쿠쿠 랜드』를 통해 세대를 잇는 책의 힘책이 세계 밖으로 사라질 때 기억은 다시 한번 죽는다는 것을 깨닫는 시간이었다.



 

처음 보는 이여, 그대가 누구건,

이 궤를 열고 놀라운 세상을 만나

깨달음을 얻을지어다.

p.19

퓰리처상 수상작가 앤서니 도어의 신간도서 『클라우드 쿠쿠 랜드』는

15세기 콘스탄티노플에서 언니 마리아와 함께 살고 있는 고아 소녀 안나와 불가리아 산속 마을의 언청이 소년 오메이르, 21세기 노인 지노와 예민한 감각을 가진 자폐 스펙트럼 소년 시모어, 22세기 우주선 안 소녀 콘스턴스

그리고 이 다섯 명을 이어주던 『클라우드 쿠쿠 랜드』 책 속 주인공 아이톤의 이야기가 번갈아 가며 700년의 시간 다섯 명의 인물들에 의해 단 한 권의 책으로 이어지며 펼쳐진다.

800페이지가 넘는 책인 만큼 긴 호흡이 필요하고, 초반 각기 다른 시간 속을 살아가고 있는 이들의 과거와 현재를 오감에 따른 느린 진도로 힘들 수 있으나(내가 그랬음😭),

책의 분량 1/3 시점부터 모든 것이 달라진다.

각자의 이야기로 시작되던 흐름이 어느 순간 서로가 서로에게 이어지며 오던 짜릿함과 우주선에 감추어진 비밀을 하나 둘 알아가며 풀어 나갈 때의 놀라움과 스릴감이 주는 쫄깃함에 읽는 속도에 불이 붙으며 그 자리에서 다 읽게 만들었던 이야기였다.

정말 초반만 잘 넘긴다면 짜릿함과 묵직한 메시지를 느낄 수 있는 책이다.



문서-한 권의 책-는

앞서 산 사람들의 기억이 담긴 안식처야.

영혼이 먼 길을 떠난 후에도

기억이 그 자리에 영원히 남게 하는 방법이지.

p.78

책 속 책 '얼마간은 동화, 얼마간은 헛고생하는 서사, 얼마간은 SF, 얼마간은 이상향을 그린 풍자 문학인 작품. 고대 소설을 통틀어 손에 꼽힐 만큼 매혹적인 작품'이자 유실된 그리스 설화 '몽상의 세계'를 뜻하는 『클라우드 쿠쿠 랜드』의 아이톤의 이야기도 흥미로웠지만 미래에 속하는 콘스턴스의 이야기가 가장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특히 종이에 질문을 적어 투입구에 넣으면 답에 해당하는 책이 책장에서 스르르 미끄러져 나오던 세계가 오래 기억에 남는다.

무엇보다 AI 시빌을 보며 우리에게 다가올 미래처럼 느껴져 그 미래는 정말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방식으로 우리를 시험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오싹하기도 하다.

책에선 절망보다 희망을 이야기한다.

세대를 잇는 안식처 '책'이 있기에 희망이 있고, 이 희망은 세계를 떠받치는 기둥이 될 거라고.

그리고 물어온다. 수천 년의 시간을 걸쳐 전해져 왔을 기록을 읽고 각자만의 방식으로 자신의 세계를 넓히며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기도 하던 우리가 앞으로 모든 것이 디지털화되고 인공지능이 대신할 미래 세대에게 무엇을 어떻게 전승할 것인지.

시간이란 괴물 앞에 기록이 가지는 가치와 무분별한 개발과 오염으로 폐허가 되어가던 지구에서의 경종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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