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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가 사는 곳 - 정인 소설집
정인 지음 / 문학수첩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그 여자가 사는 곳이라고 해서 초원 위에 그림같은 집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행복한 곳일거라 생각했는데...
그 여자가 사는 곳이 현재의 내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이라는 게
내가 애써 부인하고 싶은 우리나라의 현실이 가슴 아프게 다가오네요.
너무나 냉혹한 현실, 실제로 경험하고, 경험하지 않더라도 현재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
소설이라고 하면 현실이 아닌 가상의 현실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현실보다 더 사실적인 이야기...
아름다운 문장 속에 슬픈 우리들의 자화상이 녹아 있는 것 같아
읽는 내내 가슴 속 깊은 곳에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자꾸 일어나는 것 같아요.
눈물 한 방울 훔치고...
그 여자가 사는 곳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모두 다 현실에서 소외되고 저마다의 문제를 안고 있는 사람들인데 왠지 모르게 낯설지 않은 모습들이네요.
가족의 생계를 위해 한국으로 결혼을 온 베트남 처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선량하게 살아온 아파트 경비원,
베트남 결혼 이민자의 다문화가정,
다람쥐 쳇바퀴 같은 삶의 샐러리맨,
실직자,
남편을 여위고 불구의 아들을 키우는 어머니,
믿었던 사람에게 사기를 당하는 사람,
뒷골목의 손자와 할머니,
중국 조선족 여성...
모두가 다 우리와 함께 어울려 사는 사람들인데...
한결같이 그들의 삶은 희망이란 두 글자가 무색하게 절망 속에 살아야되는 걸까요?
사회의 약자나 소수가 보호받고 삶을 희망을 찾을 수 있어야 되는데,
스스로 약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 다른 누군가를 밟고 일어서야 하는
비정한 현실을, 감추고 싶은 이야기를 보는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네요.
중국 조선족이나 베트남의 결혼 이주자들, 그리고 아이들...
도시에서는 신문이나 TV에서 몇 가구당 얼마라는 통계가 그다지 와 닿지 않지만
요즘은 거리를 지나거나 지하철을 타면 심심찮게 우리와는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들을
자주 보게 되는 것 같아요.
우리와는 다르다고, 그들을 알게 모르게 관심 밖으로 몰아낸 건지도 모르겠어요.
어떻게 보면 미움보다 무관심이 더 나쁠지도
비록 전체적인 이야기의 주제는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꼬집고 있지만
소외된 인물들에 대한 작가의 따뜻한 시선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책 속의 인물들은 비록 고통스러운 삶을 살았지만
우리들의 조그마한 관심이나 배려가 있다면 현실에선 따뜻한 삶을 살 순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