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 엘리트, 최고들의 일하는 법을 훔치다 - 세계 엘리트들이 실천하는 21가지 업무 비결
김무귀 지음, 김세원 옮김 / 청림출판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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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잘나간다는 엘리트들을 보면, 그들의 엄청난 연봉과 영향력 때문에 없었던 시기심도 저절로 샘솟는다. 그러면서 나도 능력면에서는 그들과 같지만, 단지 그들은 부모님의 부와 돈과 배경의 차이에서 밀릴 뿐이라고 스스로 우울한 마음을 달래기도 한다. 그러나 아무리 달랜다고 그 차이가 가까워지지는 않는다. 그래서 생각할 수 있는 것이 벤치마킹이라는 방법이다.
다른 것은 바꿀 수 없다고 해도 그들이 일하는 방법 만큼은 충분히 따라 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괴짜 엘리트, 최고들의 일하는 법을 훔치다' 바로 이 책이 그들의 일하는 방법을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은 여러 분야의 엘리트 중에 저자가 직접 일했던 투자은행, 컨설팅, 자산운용사, 사모펀드와 같은 금융 쪽 업계 사람들 이야기를 하고 있다. 여기에는 단지 그들의 일하는 방식만 나온 것이 아니다. 그들의 결혼관과 연애 이야기도 나와 있어, 화려한 엘리트의 삶 밑에 가려진 그늘도 살짝 들춰 볼 수 있다. 그들의 인간적인 이야기는 전해 들은 것들이 아니라, 저자 주변 사람들 이야기라서 더욱 리얼하게 와 닿는다. 자신의 부 때문에 상대를 믿지 못하고, 그만큼 높아진 신분 때문에 자신에 어울리는 상대를 찾기도 힘들다고 한다. 엘리트라고 해서 모든 게 완벽한 것은 아니었다.

 

이 책에는 21가지 엘리트들의 업무관련 노하우가 들어있다. 처음 책제목을 보고 난 어떤 독특한 꼼수가 담겨있나 생각했다. 그들은 머리가 좋으니 지름길을 가는 방법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건 완전 잘못된 생각이었다.
그들의 노하우는 지극히 평범하면서 바른생활 교과서에 나오는 도덕적인 것들이었다. 약속 시간에 어떠한 일이 있어도 늦지 말고 10분전에 도착하라, 자신의 실수를 솔직히 인정해라, 일은 신속하고 정확하게 하라. 하찮은 일도 정성껏 하라고 한다. 그들은 고객과 회사의 신뢰를 얻기 위해 항상 긴장하고 노력한다는 것이다. 별거 아닌 거 같으나 분명 이런 점들은 나와 다른 점이었다. 나도 약속시간에 늦지 않고 일찍 가려 항상 노력하지만, 늦게 되면 자기합리화를 한다. 그럴 수도 있지 한다. 그러곤 그 일을 까맣게 잊는다. 엘리트들은 그런 점에서 철두철미하게 자기 관리를 하며, 스스로 담금질을 한다. 그렇게 똑똑하고 학벌이 좋은데 그럴 필요까지 있나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말이다. 돈을 다루는 직업이다 보니, 평판도 중요하고, 정확성도 그만큼 중요해서 그런 것도 있겠으나, 사람과의 관계에서 분명 이런 것들이 가장 중요한 기본이라는 증거일 것이다.

 

이와 같이 이 책은 사람과의 관계에 무엇이 중요한지를 알려준다. 일 잘하는 기본 요소를 말해준다. 게다가 그 비결은 어렵지 않았다. 이제 철두철미한 실천만 남았다. 아마 이게 가장 어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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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로 만든 그릇 - 편한 쓰임새와 아름다운 형태의 그릇 300점 그리고 31명의 목공예가 이야기
니시카와 타카아키 지음, 송혜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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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로 만든 그릇하면, 떠오르는 것이 제사상의 제기 그릇과 스님들이 쓰는 발우 뿐이다. 우리 집의 경우 특별한 이유는 없지만, 나무 그릇을 쓰지 않는다. 꼭 우리 집 뿐만 아니라 많은 집들이 그냥 쉽게 구입할 수 있는 도자기 그릇이나 스텐레스 그릇을 쓴다. 내 생각에 가격이나 편리성을 떠나, 나무 그릇을 쉽게 만날 수 없다는 것이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게다가 주부의 마음에 쏙 드는 그릇을 만나는 것은 더 더욱 어려워서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나무로 만든 그릇' 이 책을 보면, 남자인 나도 반하게 만드는 많은 나무 그릇들이 나온다.  31명의 일본 목공예가가 만든 실생활에 사용하는 그릇 300점을 담고 있다. 그릇 하나 하나 그냥 보기만해도 그 그릇에 음식을 담아 먹으면 건강해질 것만 같다.


책을 보기 전에는 나무 그릇이 다 거기서 거기겠지 했는데, 내 생각이 틀렸다. 예스러운 디자인의 그릇도 있고 현대적 감각이 넘치는 디자인도 있었다. 단지 디자인만 예쁜 것이 아니다. 카레를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떠먹기 좋은 그릇과 스푼을 만들어 실용성을 더한 목기도 있고, 손에 딱 맞는 쟁반도 있었다.  하나도 같은 것이 없었다. 옻칠도 난 까만 느낌의 익히 알고 있는 그것만 생각했는데, 나무 무늬를 그대로 살린 옻칠도 있었다.

그저 감탄만 나왔다.

 

그리고 여기에 나온 그릇 대부분은 목공예가가 아이와 가족 또는 자신을 위해 만든 것들이다. 사랑이 담긴 그릇이었다. 게다가 그릇을 만들고 충분히 써보고 나서 판매도 한다고 하니 디자인만 신경 쓴 작품이 아니라, 실용성도 갖춘 그릇이었다.

 

 

이 책에선 단순히 나무 그릇을 보여주기 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나무 그릇을 DIY 하는 방법도 알려준다. 중간 중간 목공예가 간단한 나무 그릇을 만드는 방법을 과정별로 알려준다. 사용되는 도구며, 주의 사항, 나무를 파는 방법, 사포질하는 방법, 나뭇결을 이용하는 법, 마지막에 기름 입히는 방법까지 말이다.
나도 만들어 보고 싶었다. 그러나 그릇을 만들기 위해선 어느 정도 도구를 갖추어야 했다. 그래서 지금 당장은 힘들지만 나중이라도 꼭 만들어 볼 생각이다.
탐나는 작품 그대로 베껴보고 싶다. 물론 결과는 천지 차이겠지만….

 

 

흙, 철, 돌 놋쇠, 유리, 나무 등, 그릇을 만드는 재료는 참 다양하다.
그런데 그 중 나무 만큼 보는 것만으로도 따뜻한 느낌을 주는 재료는 없다. 그릇을 쥐고 있을 때 닿는 촉감도 너무 차갑거나 뜨겁지 않아 거부감이 없다.
나이테는 그 자체로 멋진 무늬가 된다. 그것은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무늬이며, 나무가  살아온 흔적이다. 나무 그릇은 자연 그 자체이다. 식사 시간이나 주전부리를 즐길 때 나무그릇은 사람에게 더 완벽한 자연을 선사한다.
이것이 '나무로 만든 그릇'을 보며 내가 느낀 나무그릇에 대한 소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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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기 딱 좋은 날 - 감성돼지루미의
루미 지음 / 오후세시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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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하나 둘 늘어 나면서, 마음의 색깔은 점점 무채색이 되어가는 느낌이다. 회색 도시가 비단 콘크리트 아파트만을 얘기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삶이 무감각해진다. 일도 힘들고 즐겁고가 아니라 그냥 하는 거니까 하는 식이 된다. 개콘을 보고 한바탕 웃어도 그 때 뿐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내 얼굴은 청동 조각상이 된 듯 굳어버린다.

 

 

이렇게 얼어가는 마음을 녹여줄 감정은 사랑일 것이다. 무채색으로 점점 굳어가는 나의 마음을 녹이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한 책이 '감성돼지 루미의 사랑하기 딱 좋은 날'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돼지다.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이란 영화가 떠오르는데, 여기선 돼지 루미가 사랑에 빠졌다. 사랑의 아픔에 어쩔 줄 모르기도 한다. 루미는 원래 Gloomy Pig 였는데, 너무 우울해 보인다는 주변 사람 말에 G와 pig를 빼서 루미라는 이름이 지어졌다고 한다.

 

 

 

우울한 돼지. 아무리 상상을 해봐도 연상이 되지 않는다. 고사 상에 올라간 미소 짓는 돼지만 떠오르지 세상에 우울한 돼지가 어디 있을까 생각이 된다. 책에 나온 루미의 모습도 우울함보다 너무 귀엽고 엉뚱해 보인다. 아무리 눈 양끝이 쳐진 한자 팔자가 되어도 귀엽기만 하다. 어쩌면, 그게 작가의 의도일지도 모르겠다. 겉과 다른 속마음을 표현 한 거라 할까? 삐에로의 모습이 아무리 웃고 있다고 그 속 마음도 웃고 있다고 할 수 없는 거와 같다. 루미가 귀엽고 미소와 웃음을 주지만, 루미는 사랑의 아픔에 뼈저린 고통을 느끼고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책 속에 루미는 편이점 앞에서, 버스 정류장에서, 지하철 역에서, 삼겹살집 앞 등 현실 속에서의 사랑과 이별의 아픔, 평범한 일상의 삶을 얘기한다. 너무 아름답게 과장하지도 않고, 너무 아프도록 우울하게 말하지도 않는다. 이 세상 사람이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못 이룬 사랑 때문에 다 죽지 않는 것과 같다. 보통 사람? 보통 돼지?의 삶의 투덜거림 정도다. 재미난 그림을 보고 미소를 짓다가도, 다시 생각하고 살짝 가슴이 저려지는 느낌을 즐길 수 있는 책이다.

 

 

 

그리고 그림과 색상, 표현이 너무 마음에 드는 책이다. 그림 공부하는 사람에게도 좋은 책이 아닐까 생각한다. 책 속의 그림 주변 여백이 많이 남으므로 루미 옆에 자신의 그림을 그려도 좋을 것 같고, 자신의 생각을 글로 넣어도 좋을 것 같다. 아니 그냥 다이어리로 사용해도 재미날 것이다.

회색 빛으로 변한 내 마음을 루미가 책 속의 다양한 색으로 물들어 준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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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라 일만 하는 사람은 절대 모르는 스마트한 성공들
마틴 베레가드 & 조던 밀른 지음, 김인수 옮김 / 걷는나무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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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람은 세계에서도 일 많이 하기로 일, 이등을 다툰다. 그런데 삶의 질에서는 꼴등에 가깝다. 열심히 일을 하면 생활이 나아진다고 배워왔는데 현실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게을러서 못사는 거라고 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는 과연 새벽 첫차를 타봤는지 묻고 싶다.

 

요즘 주목 받는 기업들은 대부분 IT 관련 산업들이다. 그런데 같은 IT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도 어떤 누구는 매일 같이 야근에 밤샘을 밥 먹듯이 하고, 일정에 쫓기는 반면, 어떤 누구는 모두가 선망하는 부자가 되어 여유를 누리고 있다.
열심히 일한다고 능사는 아니라는 거다.

 

'스마트한 성공들' 이 책은 죽어라 일만 하는 사람들의 문제점을 이야기 하고 있다. 성공을 위해선 다른 시각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많은 성공한 사람들의 사례를 들어 말하고 있다.

 

책에서 제시하는 성공 비결은 나름 정리해보면, 우선 시간 관리를 잘하라는 거다. 눈 앞에 보이는 급한 일보다 미래에 가치 있는 일을 우선 해야 하고, 매일 1시간이라도 꾸준히 실행해야 한다고 말한다. 도박에 올인은 위험해도, 승부를 봐야 하는 비즈니스에는 올인해야 한다고 한다.

 

이렇게 보면 죽어라 일하라는 소리 같은데, 그게 아니다. 단순한 일벌레가 되라는 것이 아니다. 책에서는 효율을 얘기한다. 나 혼자 다 일하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일을 남에게 맡길 수 있어야 하며, 일부러라도 시간을 내서 여유를 즐겨야 한다고 말한다. 쥐어짠다고 아이디어가 나오고 일이 풀리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운동도 하며, 좋은 공기도 마시고,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때 더 좋은 생각과 판단이 나온다는 것이다.

 

여기서는 성공의 포인트로 동료의 중요성도 얘기한다. 함께 여행을 가고 싶은 사람과 일하라 한다. 한 사람보다는 여럿이서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1 + 1 이 반드시 2가 아닌 4도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내용들은 사실 자기계발서 여럿 본 독자라면 다 들어봤다고 할 수 있는 흔한 얘기다. 그러나 이 책이 좀 더 나은 점은 실제 성공한 사람들이 어떻게 실천해서 성공했는지 간단하면서 알기 쉽게 정리되어 있다는 것이다. 또한 실패 사례도 함께 다루고 있어서 비교하며 어떤 점이 잘못된 것인지 생각할 수 있게 해준다. 무엇보다 읽는 사람에게 용기를 준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나 역시 이 책을 보고 용기를 내어, 그 동안 이 핑계 저 핑계로 미뤄왔던 프로그램 개발을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나 혼자 하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함께 여행할 수 있는 동료와 서로 잘 할 수 있는 것들을 함께 하기로 했다. 실패는 그다지 걱정되지 않는다. 이미 실패라면 많이 겪었기에 한 두 번 더 추가 된다고 두렵거나 겁나지 않는다. 그것보다 안 해서 나중에 후회하는 것이 더 겁날 뿐이다.
어쨌든 이것이 책 '스마트한 성공들'이 준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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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서의 괴로움
오카자키 다케시 지음, 정수윤 옮김 / 정은문고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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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서의 괴로움' 1장만 보고도 난 바로 꼬리를 내려야 했다. 이 책에 나온 책 애호가들과 내 수준과는 비교가 안됐다. 조족지혈 바로 그 단어에 맞는 것이 나였다. 나도 나름 책이 많았고, 그 때문에 오랜 동안 고민을 해왔다. 그런데 책에 나온 이들과는 게임이 안 됐다.

 

책이 많아 집이 기울어지고, 바닥이 뚫리는 일은 나에겐 없었다. 물론 일본 집이 목조 주택이라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다지만, 진짜로 그런 일이 뉴스로 있었다니 놀랍다.

 

​이 책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책 때문에 겪게 되는 행복한 고통을 이야기하고 있다. 잠 잘 곳만 남겨두고 책 둥지에서 살고, 책이 무너져 욕실에 갇히기도 하고, 많은 책 때문에 이사한지 일주일 만에 다시 이사 가는 책으로 겪는 다양한 해프닝을 이야기한다. 내용 곳곳이 남의 얘기 같지 않았다. 이사 얘기는 특히 공감한다. 방에 있을 때는 몰랐는데, 이사 가기 위해 박스에 담으면 그 수에 놀란다. 게다가 책은 무척 무거운 짐이다. 이삿짐 직원도 싫어하는 짐이다. 그래서 큰 박스에 담아서는 안 되는 것이 책이다. 짐 나르다 사람 지치게 만든다. 많은 책 때문에 나 역시 이사 때마다 고생했다. 책 정리를 다 못해 박스를 다 못 열고, 아파트 현관에 쌓아놓은 적도 있다. 빠른 시일 내에 치우겠다고 써놓고 말이다.

 

​장서의 괴로움에는 많은 장서가들이 나온다. 몇 만 권은 보통이다. 13만권까지 가지고 있던 이노우에라는 작가도 있었다. 다들 헌책방에 책 정리를 위해 수 천 권을 팔아도 변함이 없다고 한다. 이 정도면 책이 쓰나미와 비교해도 될 정도의 재난일 것이다. 책은 분명 무생물인데도 잠깐 한 눈 팔면 책장을 넘치며 번식한다. 넘치고 넘쳐 다른 방을 넘보고, 결국 방바닥에 나뒹굴 정도로 무섭게 늘어난다. 번식력이 좋다는 바퀴벌레가 연상된다. 이렇게 책이 재난에 바퀴벌레처럼 되어도 장서가들은 책을 사들인다. 참새가 방앗간을 못 지나가듯이 책방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책 구입 비용 때문에 항상 생활도 쪼들린다. 그래도 책은 사야 한다. 난 그들의 마음이 너무나도 잘 이해된다. 나도 그들과 같은 부류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보다 보니 옛 기억이 하나 하나 떠올랐다. 나도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했다. 부모님은 시험을 잘 보면, 내가 원하는 책을 살 수 있게 해줬다. 특히 소년중앙이며, 어깨동무, 보물섬 등 웬만한 잡지는 매달 내 소유가 될 수 있었다. 클로버 문고도 내 수집품이었다. 세계의 불가사의나 신기한 얘기가 많았다. 지금은 이름이 먼나라 이웃나라로 바뀐 시관이와 병호의 모험도 그때 모았던 책이었다. 그 책들을 버리지 않고 모았다면 나도 장서의 괴로움에 나오는 사람들 틈에 낄 수 있었을 것이다. 모은 중고책 가치도 아마 나쁘지 않았을 텐데, 지금 생각해보니 아쉽다. 내 기억 속에만 남은 책들이 자꾸 떠오른다.

​그리고 난 서점만 가면 난 최소 기본이 30분이었다. 동네 서점이 그렇다는 거다. 종로서적이나 교보를 가면 기본이 2 ~ 4시간이었다. 난 연애인보다 동네 서점 주인이 부러웠다. 지금도 그렇지만, 서점만 가면, 너무 보고 싶은 책이 많았다.

 

​그러다 요즘은 이 책에도 나온 자취에 들어갔다. 자취하면 하숙 그런 거 생각할 텐데, 여기서 자취는 책을 스캔해서 보관하는 것을 말한다고 한다. 재미있다. 참 잘 지은 용어다. 종이 책을 전자 책으로 만들어 본 사람은 그 과정을 잘 알 것이다. 책을 자르고 스캐너에 넣고 그런 과정이 자취생이 밥해먹는 거와도 같기에 자취라는 단어가 너무나 잘 어울린다는 것을. 아무튼 난 많은 책을 어떻게 할 수 없어, 책을 PDF 파일로 만들고 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전자책을 진정한 책이 아니라 생각한다. 책은 종이의 느낌, 활자체, 표지 등이 모두 함께 모여 존재하는 것이라는 거다. 전자책은 그냥 정보라는 거다. 그 말이 맞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난 책을 버릴 수는 없기에 차선책으로 스캔을 시작한 것이다. 스캔한 파일은 진짜 뭔가 영혼이 빠져나간 존재라는 느낌을 전부터 받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스캔한 책이 500권이 넘었는데도 집 곳곳이 책이다.

 

​장서의 괴로움은 나의 책 욕심을 다시 뒤돌아보게 해줬다. 비슷한 부류의 사람들의 삶도 엿볼 수 있었다. 책에 관한 이야기 보따리가 터져 나오게 했다. 아쉬운 점은 저자가 일본인이라, 책 속에 나오는 책이름과 저자, 영화나 드라마 이야기를 공감하긴 어려웠다. 뭐 어차피 그들을 알고 있다고 해도 유명하든 평범하든, 그들의 서고만 내 눈에 들어왔을 것이니 불필요한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돈 좀 많이 벌어서 나도 책을 위한 집을 짓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스캔을 위해 책을 길로틴에 넣는 짓을 안 하고 싶다. 더 이상 책 망나니가 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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