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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대왕
김설아 지음 / 작가정신 / 2019년 7월
평점 :
여러편의 단편이 담겨져 있는 <고양이 대왕>이다. 책 제목과 같은 '고양이 대왕'편에서는 아버지가 회사일로 무리했다 쓰러져 병원 치료를 받고 퇴원했는데 그것이 못마땅했는지 갱생 프로그램으로 회장님댁에 가족과 함께 방문하게 된다. 그곳에서의 회장님의 웃음은 이세상의 것이 아닌, 저세상 사람도 아니지만 소름끼치는 웃음이였다. 회사에서 고분고분했던 아버지가 회장님댁에 다녀온 후로 앙칼진 고양이로 변하게 된다. 이세상에 태어나 아무리 착하게 살고 싶어도 주변환경이 딱히 도움을 주지 않는 관계상 고분고분하게 살면 안된다. 회장님댁에 종종 방문하는 것은 짱구네 아빠와 짱구의 일이기도 했다. 쉬는 날 직원들 못살게 구는 것도 이분들의 취미생활이자 덕목인가 보다. 고양이가 되자, 아버지는 더이상 한 가장을 책임져야 할 사람이 아니였다. 다 그런것은 아닐테지만 가장의 무게는 여전히 묵직하다. 그 짓눌림에 고양이가 되어버린 아버지는 나비처럼 훨훨 날아서 가족들이 싫어하는 짓 다하고선 집을 나가버렸다. 어쩌면 진즉 나가고 싶은걸 참았는지도 모른다.
바쁘게 종종걸음으로 지나쳐 가는 사람에게 병아리가 말을 건다. 병아리는 어떻게 알았는지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려준다. 내가 친구해줄테니, 내게로 오라고 말한다. 그 말에 홀려서 사람들은 하나둘씩 그 자리에 누워버린다. 하필이면 그곳이 횡단보도로 사람들도 지나다니고 차도 지나가야 하는데 사람들이 차에 치이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산처럼 그곳에 누워버려서 차들은 더이상 그곳을 지나갈 수 없게 되었다. 뉴스에서도 한바탕 난리가 나고 그곳에 있는 가족들도 내심 걱정을 많이 했다. 하지만 사람들의 표정은 너무나도 평온하고 행복해보였다. 벌써 노후를 준비하기 위해서 한바탕 난리를 치기도 하지만 현재가 행복하지 않다면 나중은 어떻게 되는걸까? 예고치않게 다가오는 불행의 그림자를 맞이하기엔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아마 이정도면 되겠지.' '이제 그만 좀.' 하는 생각이 들면 영영 쉬어버리는 일이 생길수도 있다.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준비는 되어 있지 않노라고. 태어난 순간부터 죽음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고. 그러니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했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로 아직 죽음이 와닿지 않는다. 시간이 흐르고 중년이 되어 갈때쯤에는 느끼지 않을래야 않을수 없게 되지만 말이다.
회장님의 웃음처럼 이 소설은 판타지속에 짓눌려진 현실에 욕망을 표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것은 빛난다> 편에서 소라씨는 1캐럿 다이아반지만 있으면 결혼생활이 괜찮을꺼라 믿고 있었다. 하지만 아이를 잃고서 점점 이상해져간다. 새끼 잃은 어미가 이 세상에서 제일 고통스러울텐데, 그 책임은 고스란이 소라씨의 잘못이였다. 소라씨는 간신히 다이아를 캘리로 의인화해서 그녀에게 위안을 얻는다. 그레이스 캘리의 삶은 다이아몬드처럼 반짝이고 아름다울꺼라 생각했는데 실상은 그 반대였던 것 같다. 고양이 대왕에서 아버지는 고양이로 변신함으로써 새로운 탈출구라고 해야될까 그럴수 있지만 현실에서 무리한 가장이 갈 곳은 한군데 밖에 없다. 책에서처럼 배고플때 밥을 먹는 욕구는 자연스러운 것으로 느껴지지만 육체적인 욕망은 속물적인 것으로 비유될때가 많다. 자연스러운 것인데 그렇지 못해 욕망을 다른 방법으로 해소하거나 직접적이지 못한 해소가 또 다른 욕망을 낳는다.
<우리반 좀비>는 어디선가 본듯한 좀비가 되어 버린 친구이야기였다. 공포스릴러 느낌의 이야기로 우등생이자 잘생긴 반친구 진구가 어떤 여자에게 죽임을 당하고 며칠 지난후 살아서 돌아온 이야기였다. <이달의 친절사원>은 결말이 퍽 마음에 들었다.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이야기였는데 신참이 들어오고 나서 여러가지 사건이 터진다. 신참에게 자신이 잘못한 일을 지적했는데 '어쩌라고요.' 라면서 칼을 뒤로 던졌을때, 그리고 '아악' 비명소리가 났다. 소름끼치고 무서웠다. 사람의 악의라는 것이 이토록 무섭다. 주방에서 일하는 사람이 칼을 함부로 내동댕이 치다니, 최악이다. <청년 방호식의 기름진 반생>역시 스쿠루지 영감의 뺨을 치는 방호식의 삶의 이야기를 귀기울여 들을수 있었다. 다행인것은 그에게 사랑하는 여인이 나타나 삶을 즐기며 살 수 있을꺼라는 생각이 든다.
물질적인 것을 소유하기 위해서는 모든것을 감내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돈은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서 인생의 값진 보석이 될수도 있고 그 반대가 될수도 있다. 돈은 사람을 미치게 한다. 몇가지 빼고선 무엇이든지 다 할 수 있게 해주니까.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물질적인 돈은 신보다 더 위에 있다. 그렇기에 모두가 열광하고 미치고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그 사랑 역시 유통기한이 너무 짧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