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문제 정말 풀 수 있겠어? - 단 100개의 퍼즐로 두뇌의 한계를 시험한다! 이 문제 풀 수 있겠어? 시리즈
홀거 담베크 지음, 박지희 옮김 / 북라이프 / 201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 프롤로그 첫 줄에서 "대체 수학이 왜 필요한가요?" 라는 질문으로 부터 시작한다. 수학은 괴로운 부분도 많았지만 아는 문제를 풀어나가는 손맛이 참 좋다. 조용한 공간에 '쓱싹쓱싹' 소리가 울려퍼진다. 눈을 쓸어 내리는 소리와 비슷한 부분도 있지만 아는 문제를 풀어내는 것은 신나는 일이다. 명탐정 코난이 "범인은 바로 당신이야." 라고 외칠때 역시나 논리적으로 범인을 맞추고 싶어진다. 누가 범인인지 촉은 오는데 무엇때문에 그러한 일을 벌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만화속에서는 정황상 증거를 다 주어지지 않을때도 있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힌트가 숨겨져있다. 그것만으로 범인을 맞추었을때의 쾌감과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었을때의 느낌은 좀 비슷하다.


책속에서는 수학적인 지식과 과학적인 지식이 필요할때도 있지만 때론 넌센스 느낌의 퀴즈도 포함되어 있다. 그런부분에서 인생의 모든것이 때론 퀴즈로 만들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어려운 문제도 퀴즈처럼 차분하게 풀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머릿속에서 문제를 키우다보면 답이 없다. 목록 다음에 문제를 해결하는 9가지 열쇠를 쥐어준다. 수학은 조금씩 좋아지고 있고  수수께기는 무척 즐긴다. 추리소설 퀴즈 문제가 나오면 책을 이리저리 뒤집어 보면서 풀어보는데 때론 생각지도 못했던 답이 나올때가 있다. 제일 좋아하는 것이 아무래도 밀실 살인사건이다. 때론 저자가 생각해낸 방법인가 싶을 정도로 어이없는 경우도 있다. 어떻게 보면 그런 문제들은 심한 창의력을 요구한다. 어렵게 생각하면 너무 어렵고 쉽게 생각하면 생각보다 쉽게 풀릴수 있는 문제들이다. 저자가 말한것처럼 난이도가 높은 것도 있기 때문에 포기하지 말고 계속 생각해보기가 첫번째 열쇠다. 문제해결 능력을 높이고 싶다면 곧바로 해답으로 넘어가지 말고 충분한 시간을 들여서 문제를 차곡차곡 머리에 담자. 저자의 말처럼 이부분이 중요하다. 예전에 이해가지 않았던 문제들이 시간이 지나면 쉽게 풀려 나갈때가 있다. 참 신기한 일이다. 두번째는 문제의 내용을 정확히 분석하기다. 예전부터 수학을 공부하든지, 그것이 무엇이든지 문제의 내용을 정확히 분석하기 위해서는 이상하게 느껴지는 부분을 주의해서 반복해서 읽어보아야 한다.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풀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문제만 잘 읽어도 반이상은 답을 물고 늘어질 수 있다.


세번째 체계적으로 생각하기는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가?' 하는 문제처럼 특히 논리 문제를 풀 때 유용하다. 이런 문제들은 책을 읽으면서도 자주 접해서 그런지 다른 지식적인 문제에 비해서 쉽게 느껴졌다. 실제상황에서 그런 경우가 주어진다면 사람들의 교묘한 속임수에서 빠져나와 진짜 범인을 잡을 수 있을까? 잘 모르는 퀴즈는 머릿속에 담아두고 다른 퀴즈로 넘어갔다. 저자의 말처럼 알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 끄적여서 답으로 가는 과정을 조금씩 만들었다. 모르는 문제는 정말 모르겠다. 뒷장에 답이 있으니 이것을 참아내는 것이 가장 힘든 부분이다. 참고 또 참아서 문제해결 능력을 높여보자.



<이책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엄마표 영어 라이팅 - 영어 읽을 줄 알면 쓸 줄도 알아야 한다!
안홍미 지음 / 글로세움 / 201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글쓰기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어린시절 일기쓰기 였다. 일기를 쓰는 것은 좋은 취지였으나 결과는 그렇지 못한 방향으로 흐르곤 했다. 방학때면 일기가 밀려서 부랴부랴 썼던 기억이 난다. 일기쓰기가 재미있다던 아이들도 있었지만 글쓰기와 멀어진 아이들이 더 많을 것 이다. 공부를 어떤 방식으로 하면 좋을지, 특히 영어교육에 관심이 많은 엄마들에게 아이들의 공부 방향을 제시해주는 책이다. 아이들이 어릴때부터 영어를 말하고 쓰는 것은 필수가 되어버린 시대이다. 저자는 말하기 혹은 문법 어떤것에 치우쳐서는 안된다고 한다. 문법은 자연스럽게 친숙해 지도록 만들어야지 내신에 문법이 필수이기 때문에 나중에 시작하면 질리게 마련이다. 라이팅과 함께 쉬운 문법부터 자연스럽게 가르쳐주는 것이 좋다고 한다.



아무도 일기를 어떻게 하면 더 잘 쓰는지, 일기의 주제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독서록은 어떤 스타일이 있는지 가르쳐주지 않는다. 아이들은 자기가 쓴 글을 고쳐본 적이 없다. '초고'나 '퇴고'는 작가들이나 쓰는 전문 용어일 뿐이다. 그러니 아이들의 글쓰기는 항상 제자리걸음이고 발전도 기대하기 힘들다. 내가 아는 30년 동안 아이들에게 글쓰기는 지겨운 숙제일 뿐이다.(52쪽) 처음에는 선생님의 관심이 좋았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검사하는 형식이라 나중에는 불편해졌다. 요즘은 중학교에서도 수행 평가로 짧은 영어 글짓기를 내주고 내신 시험에 짧은 영어작문을 하는 문제를 내기도 한다고 한다. IB교육 과정에 대해서도 설명되어 있다. 에세이에서 중요한 것은 내용이라는 주제에 맞추어 어떻게 쓰는 것이 좋은 글쓰기인지 예시를 보여준다. 언어를 배우는 능력은 타고난다는 것도 틀린말은 아니지만 언어는 배우는 것이라는 의견도 맞다고 한다.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단어를 이용하여 문장을 확장해주는 방식에 대해서 어떻게 공부하는 것이 좋은지, 학부모로써 아이와 함께 공부했던 방식이 책에 소개되어 있다. 엄마가 영어를 잘하기보다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공부방식과 관심이 더 필요한 것이라고 한다. 카드놀이처럼 단어공부를 하고 단순한 문장을 6하 원칙에 의해 점점 더 문장이 좋아지는 것이다. 문장의 형식이 맞고 틀린것에 집중하기보다 아이가 영어를 자연스럽게 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조금씩 틀린부분을 수정해주었다고 한다. 엄마표로 영어 일기 수업하기에 대한 방법이 소개되어 있어서 참고할 수 있을듯 하다. 일상을 쓰는 일기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이책에서 주어진 월별 글쓰기 주제 100개를 참고해보는 것이 좋겠다. 글쓰기에서 주제만 주어져도 훨씬 수월해질테니까 말이다. 그럼 꼬리에 꼬리를 물고 더 많은 글쓰기에 참여할 수 있겠다.





<이책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가 나누었던 순간들
장자자 지음, 정세경 옮김 / 도도(도서출판) / 2019년 7월
평점 :
절판


류스산은 지금 작은 마을을 떠나 대학에 다니고 있으며 되도록 '윈벤진'이란 작은 마을에 들어오려 하지 않았다. 가족이 딸랑 둘뿐인데 할머니가 그리운지 어떤지 아직은 실감 날 정도로 외지살이를 하지 못했다.


외할머니 '왕잉잉'과 어린손자 '류스산'은 이 작은 산속마을에서 함께 살았다. 외할머니는 작은 가게를 하면서 류스산을 키웠다. 류스산은 어떻게 해서든지 자신이 노트에 적어 놓은 대학에 들어가려고 해보았지만 점점 힘들어지는 것을 느꼈다. 대학을 졸업하고 여자친구한테 차이고 취직도 되지 않아서 하루하루 고민이였다. 그런 류스산 앞에 청샹이 나타났다. 류스산은 전여자친구에게 일방적으로 이별을 통보 받고선 펑펑 울었다. 류스산이 펑펑 아무때나 울수 있는 그런점이 마음에 들었다. 어떤 부분에서는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지 못하지만 펑펑 우는 것은 잘해서 다행이다. 그런 류스산이 답답해 청샹은 그녀가 있는 학교로 쫓아가자고 한다. 류스산은 기숙사 친구, 청샹 요렇게 셋은 전여친이 있는 학교로 택시를 타고 간다. 청샹은 어린시절 류스산네 동네로 잠시 살다 떠난 친구였다. 이쁜 외모와 달리 청샹은 도라에몽에 나오는 '퉁퉁이'였다고 한다. 아이들 돈을 뺏고 깡패처럼 굴었다. 류스산은 그런 청샹을 좋아했고 나중에 알고 보니 청샹은 몸이 많이 아프다고 했다. 류스산에게 쪽지만을 남겨두고 청샹도 그렇게 떠나갔다.


류스산이 어린시절 아끼던 노트에는 어머니의 쪽지가 담겨있다. 대도시에서 니가 원하는 대학에 다니고 사랑하는 사람 만나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그리고 미안하다고 말이다. 류스산은 중요한것만 이 노트에 적었는데 자신이 목표하는 꿈 그런 것이였다. 아르바이트로 보험회사 앞에서 탈춤을 있는 힘껏 추다가 사장을 날려버리기도 하고 열심히 하려고만 하면 사고가 난다. 보험회사에 간신히 취직을 했지만 3개월동안 실적이 없다. 보험회사 간부로 보이는 사람이 이 회사로 전근왔는데 하필이면 전여친의 남친이였다.


청샹의 간섭으로 인해 얼떨결에 전여친의 학교에 가서 류스산은 전여친의 남친과 한바탕 흙바닥을 나뒹굴고 만다. 전여친에게는 류스산을 사귀기전이였는지 모르겠지만 남자친구가 있었다. 류스산은 그럼에도 전 여자친구가 안쓰러웠다. 류스산은 저녁마다 어디론가 사라져서 아침에 오는 그녀에게 물어보지 못했다. 류스산은 그저 기다리기만 했다. 돈도 없고 삶에 대한 의욕도 사라져버린 것 같은 류스산을 외할머니가 트랙터로 끌고 고향으로 내려오셨다. 류스산은 꿈결처럼 '윈벤진'에 너덜거리는 구름을 타고 내려왔다. 전여친 남친과 바닥에 뒹굴고 있는 류스산과 청샹의 행동때문에 웃음이 났다. 웃다가 나중엔 코끝이 시큰, 눈물이 마구 터져나온다. 류스산은 보험회사 직원으로써 면모를 크게 보여 주지 못한다. 주변 사람들의 놀림감이 되다가 자신만의 소중한 것을 찾아 떠나기로 한다. 그러기까지 큰일들이 벌어졌다.


"형이 너무 일찍 가셨어요." 제가 형수님 잘 돌봐드린다고 약속했는데 형수님은 기어코 괜찮다고 하셨죠. 그 시절이 며칠 전 인 것 같은데 돌아보니 한평생이 다 지나갔네요." (302쪽) 한평생 팔팔하게 버티어내실꺼라 믿었던 외할머니'왕잉잉' 그리 떠나실 줄은 몰랐다. 그리고 남겨진 류스산에게는 청샹과 치우치우가 남았다. 얼떨결에 치우치우란 아이 아빠가 된 류스산과 청샹은 잠시 재미있는 나날을 보냈다. 살아 계실때 외할머니도 즐거워 보였다. 두 사람이 잘되길 바랬지만 청샹은 다시 자신이 살던 곳으로 떠났다. 어린시절 류스산이 친구들과 보냈던 '윈벤진'이라는 곳이 어린시절 추억을 떠오르게 했다. 뒷장으로 읽어나갈수록 자꾸만 눈물이 났다. <우리가 나누었던 순간들>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보내는 이 시간이 얼마나 소중하고 고마운지 깨닫게 해주는 것 같다. 그 시간을 다시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류스산은 눈을 감으면 할머니께서 해주신 요리 냄새가 날 것만 같다. 조금만 기다리라며 맛있게 먹을 손주녀석을 생각하며 요리를 만들어 주시는 할머니. 류스산이 바라보는 하늘에 가장 빛나는 별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실은 왕잉잉 할머니라면 저승사자라도 내쫓을 판으로 손주녀석 결혼하는 것 보기전에 절대 못죽어 하실줄 알았다. 죽음앞에선 으름장도, 호통도 아무것도 아니라 슬펐다.

,


<이책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날의 비밀
에리크 뷔야르 지음, 이재룡 옮김 / 열린책들 / 201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흔히 문학은 모든 것을 허용한다고 한다. 따라서 나도 이 인물들은 펜로즈 계단에서 영원히 맴돌게 할 수도 있을 것이며 그러면 그들은 더 위로 올라가거나 더 아래로 내려가지 않고 항상 동시에 오르내리게 될 것이다. (12쪽)

이 책은 1933년 2월 20일 그날 오후 국회 의장 궁전에서 독일 대기업의 총수 스물네 명이 모인 비밀 회동 이야기로 시작한다.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 그들이 모여서 모의작전을 시작한 것이였다. 독일은 자금이 부족해서 초청 인사의 대다수가 곧바로 수천 마르크를 쏟아부었고 구스타프 크루프가 1백만 마르크, 게오르크 폰 슈니츨러가 4만 마르크를 헌금한 덕분에 두둑한 금액이 수금되었다. 책표지에 나온 인물은 1백만 마르크를 낸 구스타프 크루프라고 한다. 느낌상으로는 게오르크 폰 슈니츨러와 함께 나왔어야 하지 않나 싶은 생각도 든다. 그들은 죽었지만 진정으로 죽지 않았다. 그 뼈와 살의 작은 덩어리가 흙 속에서 썩어 문드러져도 왕좌는 그대로 남는다. 그들의 이름은 바스프, 바이엘, 아그파, 오펠, IG 파르벤, 지멘스, 알리안츠, 텔레풍켄이다. 우리는 이런 이름으로 불리는 것들을 알고 있다. 심지어 매우 잘 알고 있다. 그들은 사물의 형태로 도처에 존재한다.(25-26쪽)

책에서도 말하고 있지만 여전히 전범 기업들이 아닌척 하며 여기저기 우리 생활속에 친밀하게 살아가고 있다. 자각하지 않으면 망각하게 된다.


독일은 오스트리아에 손을 뻗쳤다. 온갖 권력을 쥐고 있던 돌푸스 총리가 나치당에 의해 암살당하고 후임자는 슈슈니크였다. 1938년 2월 12일 슈슈니크는 히틀러를 만나러 갔다. 거기에 있었던 일련의 일들은 슈슈니크가 히틀러에 의해 농락당하고 모욕적인 조약에 합의하고 만 나약하고 바보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고양이 앞의 쥐처럼 슈슈니크는 히틀러의 압박을 이겨내지 못하고 그의 고향을 내어주면 어떨지, 결국에는 자포자기한 모습을 보여준다. 나치에 동조한 전범들이나 기업인들, 그리고 거기에 직접적인 동조를 하지 않았더라도 암묵적인 동의를 한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로인해 벌어질 끔찍하고 참혹한 일에 대해서 그들은 생각해 본적이 있을까. 악마와 손잡지 않아도 인간은 충분히 악한 존재가 될 수 있다.


철강산업의 세계적 선두 기업티센 크루프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크루프 가문에 대한 짧은 설명을 찾을 수 있다. 일흔이 넘은 나이에 나치 당원이 되었으며 마무리는 감동적 일화로 끝맺음을 한다. 브루클린의 유대인들이 보상을 요구했지만 그의 아들 알프레트는 보상금을 지불하기 전까지 장장 2년동안 협상을 지연시켰다고 한다. 생존자 한 명당 2,250달러를 지불하기로 했고 청산금치고는 아주 소액이였다.


오스트리아 병합을 인준하기 위해서 국민 투표가 실시되었는데 반대파들은 체포되고 오스트리아 국민 중 99.75%가 독일병합에 찬성표를 던졌다고 한다. 그러나 병합 직전 단 일주일 동안 1천 7백 건이 넘는 자살 사건이 발생했다. 그리고 곧바로 신문에 자살을 보도 하는 것이 저항 행위가 될 것이었다. 탄압이 그들을 침묵하게 했다. 그래서 스스로 생을 마감한 사람들의 정확한 숫자는 미지의 영역에 남겨졌고 그들의 이름도 알려지지 않았다. 아무도 말할 수 없지만 동일한 원인이 도사리고 있었다. (131쪽)



< 이책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일곱 번째 배심원
윤홍기 지음 / 연담L / 2019년 7월
평점 :
품절


고성능 렌즈를 확 잡아 당기면서 뜻하지 않는 것을 보게 된다. 그것은 바로 사람의 머리카락이였다.


윤진하 검사는 훈훈한 외모에 신뢰감을 주는 목소리로 국민참여재판 전담 검사로 나름 승승장구하고 있다. 검사들의 소속 부서는 담당 업무에 따라 크게 형사부서와 인지부서로 나눌 수 있다. 형사부 소속 검사들은 형사사건을 수사해 기소하고 인지부 소속 검사들은 고위 공직자등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제보받아 특수수사를 담당한다. 당연히 윤진하 검사도 인지부소속의 검사가 되고 싶으나, 학연이나 지연이 부족해서 형사부를 벗어나기 어려운 형편이다. 공판을 마쳐도 새로운 공판들이 줄줄이 있어 야근은 지속되고 있다. 정원 확충에 대해 윗선에 토로 해보았으나 전혀 보충해 줄 생각이 없다.


차장검사 박수천에 눈에 들어서 라인타기를 시도해 보기로 한다. 공판을 살펴보다 피해자 김꽃님 사건을 보게되고 노숙자 상해치사 사건에 관심을 갖게 된다. 배심원을 선정하는 방법부터 시작해서 그 배심원중에서 전 대통령 장석주가 배심원 7인에 포함되면서 세간의 이목을 끌게 된다. 가해자인 강윤호가 자백을 했고 그 전 담당검사에게 사건에 대한 전모를 들은 윤진하는 이것이 기회라고 생각했다. 상해치사 5년이 아닌 10년으로 때려서 이번기회에 자신의 능력을 확실하게 보여줄 참이였다.


상대편 변호사 김민수는 겉모습이나 재판에 참여하는 모습이 심하게 초짜티가 났다. 윤진하는 이번 싸움은 이미 승패는 끝났다 생각한다.

전 대통령인 장석주가 소싯적에 인권 변호사로서 이름을 널리 알렸으나, 배심원이 재판에 무슨 영향을 줄까 싶었다. 변호사 김민수는 능력치로 따지면 윤진하를 넘어뜨리기엔 역부족이였다. 현장검증 도중에 피의자 강윤호가 자백을 번복하면서 자신은 무죄라며 장석주의 손을 잡으며 도와달라고 한다. 수많은 인파가 이 장면을 놓칠리가 없었다. 김민수 역시 자신의 변호인이 무죄라고 생각지 못했지만 나중에 생각이 바뀐다.


"변호사는 의뢰인이 무죄판결을 받게 하는 사람이지. 무죄를 입증하는 사람이 아니야."

"무죄를 입증하는 게 아니라, 무죄판결을 받게 하는 거라고요?"

"아, 그리고 또 하나. 설마 모를 리 없겠지만 노파심에서 말하자면 말이지 …….법정에서 무언가를 입증해야 할 의무가 있는 유일한 사람은 검사야. 변호사가 아니고." (192-193쪽)


검사 윤진하와 변호사 김민수는 주거니 받거니 하며 한번씩 쥐어 패다가 결국에는 윤진하의 승으로 끝난다. 그렇게 결말이 끝나지 않았다. 윤진하는 부끄러움을 아는, 자신만의 명분이 있어야 한다는, 썩은 동아줄도 그부분을 잘라내고 잘 엮어보겠다는 야심찬 마음이 있었지만 자신의 소신을 내려놓지 않았다. 그것이 얼마나 고마운일인지 모르겠다. 작가의 말에서 성인의 윤리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았다. 아이들에게 거짓말하는 게 제일 나쁘다고 가르치는 어른들.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지고 살아가는 분들도 있으시고 거짓말도 선의의 거짓말도 있을테지만, 어른의 윤리적 기준이 어디쯤 있을지 까마득해서 보기 힘든 정도가 되어버렸다.


그럼에도 저는 윤진하 같은 사람이 좀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더도 덜도 말고 딱 윤진하 만큼의 윤리적 기준을 지닌 어른들이 각자의 자리에 버티고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만 되어도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지금보다는 훨씬 더 살 만해질 테니까요. (451쪽)




<이책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