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연기하라
로버트 고다드 지음, 김송현정 옮김 / 검은숲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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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표지를 나무라기는 좀 뭐했지만 책 표지의 남자가 마음에 안들어서 책을 선택하고 싶지 않았다고 한다면 웃길지 모르겠지만 실상은 그랬다. 책을 다 읽고 난 후에 그의 썩소의 의미가 다소 이해가 갔기에 책 표지는 내용에 비하면 그렇게 중요한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국의 우중충한 날씨가 이 책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햇빛이 쨍쨍하더라도 다소 이상할 것도 없겠다 싶기도 했다. 날씨가 사람에게 많은 영향을 주는 것 또한 부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하여튼 브라이턴 사람들은 원래 그러지 않는냐는 말이 종종 등장하는 걸 보면 그런걸 염두해 두었던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목구멍에 세 든 남자>라는 공연의 장남이자 주인공 역인 토비의 이야기는 별 다를것도 없이 시작되었다. 연극의 내용 또한 이 사건의 전주곡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연극은 실패작이라고 말하기에는 2%정도의 부족함이 있었다. 현실에서는 이 소설과 같은 일들이 종종 일어난다. 내막은 모르지만 킁킁 뭔가 냄새가 나긴해도 권력의 소용돌이 속으로 파고들어 가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책을 읽고 나니 내용적인면에서 책표지는 매우 적절했다.

서류상으로는 부부 관계였지만 곧 이혼을 앞둔 전처 제니로부터 연락이 온다. 어떤 사람이 자꾸만 자기를 주시하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직접 와서 말을 걸지는 않지만 눈빛은 제니의 상점앞을, 그리고 그녀를 계속해서 주시하고 있다고. 그 사람이 토비와 관련이 있다고 한다. 제니를 여전히 사랑하고 있는 토비에게는 다른 구실을 주는, 절대 거절할 수 없는 절호의 기회가 되었다. 이제부터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토비가 데릭이라는 인물을 만나서 그에 대해서 알게 되면서 부터 조금씩 조금씩 수렁으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데릭은 극적이기까지 해서 아마도 토비가 배우라는 점을 매우 적절하게 활용했는지 모르겠다. 턱밑만 간지러 줘도 알아서 다 해줄것만 같은 토비의 특성을 건드리기 시작한다. 여전히 제니를 무지막지하게 사랑하고 그녀가 결혼하려는 사람과 심하게도 관련이 있어서 토비가 절대 빠져나갈 수 없도록 만든다. 데릭은 토비의 전처인 제니가 결혼하려는 로저라는 사람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있었다. 13년전에 문을 닫은 로저네가 운영하던 콜보 나이트라는 회사, 그리고 거기서 일했던 사람들이 대부분 암으로 죽었다는 이야기, 조금만 더 파면 진실을 알 수 있을 꺼라는 막연한 궁금증과 제니에게 로저를 떼어 놓아야 한다는 사실이 토비를 가만있게 만들지 않았다.

 

은연중에 나타나서 콘푸라이트의 호랑이 기운이 솓아나요 를 따라할 것만 같은 시드란 사람의 등장으로 사건에 대한 의문점을 더욱 증폭시킨다. 이책은 한번 잡게 된다면 끝까지 읽어야만 한다. 내가 그러고 싶지 않을지라도 작가가 끝까지 따라오라고 하고 자꾸만 내게도 토비에게 그런것처럼 턱밑을 간지럽게 만든다. 내가 토비라면 궁금증이 일지라도 이리저리 헤집고 다니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내가 사는 곳은 지극히 평범한 현실이니까. 하여튼 토비가 달리니까 나 역시도 따라서 달리고 있었다. 어쩌면 누군가가 지령을 내린것처럼 토비는 토비가 가야할 길을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초반에는 블록버스터급이 아니였다. 내 기준으로 블록버스터급은 5인 이상이 죽어야 하기 때문이다. 점점 블록버스터급을 향해 달리고 있는 이 책은 궁금증을 마구 불러일으키면서도 되돌아보면 별일이 아닌 것 같기도 하다. <마키아벨리 의정서>를 읽을때의 기분처럼 가슴이 두근거린다.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불사르겠다는 주인공처럼 토비도 알 수 없는 미궁에 빠져든다. 그리고 독자는 같이 빠져들 수밖에 없는 매력을 마구 발산하면서 새로운 국면에 치닫게 된다. 새로울 것도 놀라울 것도 없이 이 안에는 출생의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 이제는 경찰에게 쫓기는 숨막히는 추격전이 시작될때였다. 서서히 좁혀오는 거리안에서 옴싹달싹 하지 못하고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미묘한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게 했다는데에서, 별개 아닐지도 모르는 사건일수도 있었지만 흔하기도 하지만 읽는 내내 결말이 궁금해졌다. 토비의 연기가 꽤나 좋았던 것인지도 모른다. 작가의 잘 짜여진 이야기가 한물간 연기자 토비를 비롯해서 여러 등장인물과의 관계를 매우 적절하게 이야기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거기에 소스로 적절한 유머까지 겻들여져서.  은근한 부채질로 인해서 그 여파가 이리 커질 줄 알았더라도 멈추지는 못했을 것 같다.

 

"아내하고 몇 년 전에 갈라섰습니다."

"안타까운 예기구려. 사람들은 그런 걸 두고 산업재해라고 한다오." (1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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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번지 유령 저택 3 - 유언장에 숨어 있는 비밀 456 Book 클럽
케이트 클리스 지음, M. 사라 클리스 그림, 노은정 옮김 / 시공주니어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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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엔 책을 읽으면서 '가족'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가족은 무조건적이라거나 헌신적이여야 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할때라는 것, 그리고 생각보다 가족이 마냥 그렇지만은 않다는 씁쓸한 생각등 여러가지 생각이 든다. 세상 모든 사람이 등을 돌려도 언제나 내 편이 되어 줄 '가족', 하지만 때론 헛웃음 지어야 할지 모르겠지만 제일 먼저 돌아서는게 '가족'일수도 있다. 다행히도 이렇게 저렇게 살아가고 있지만, 재미있고 유쾌한 동화를 읽으면서 '이건 뭔가?' 싶기도 하지만 그렇다는.

 

쿠리쿠리 스멜이 남긴 유언장을 둘러싼 남매끼리의 피바람이 일어났을 법한 이야기가 나온다. 피바람은 어른들 세계에서나 그렇고 43번지 유령 저택에서는 그런일이 벌어지지 않아 매우 바람직하다고 생각중이다. 사람은 죽을때나 되어야 변하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진리를 확실하게 깨어주며 쿠리쿠리 스멜가의 남매는 좋은 사람으로 변신해준다. '이렇게 쉽게 사람이 변해, 그게 말이 될까?'  세상에 말이 안되는 일이 꽤나 많이 일어나는 걸 보면 가능하겠지.

 

법적으로도 현실적으로 확실하게 가족이 된 부루퉁, 올드 미스, 드리미 호프는 또 한번의 위기를 맞게 된다. 드리미는 자기를 쫓아 온 털복숭이 개를 키우고 싶어한다. 부루퉁은 자신이 개를 닮은, 개 같은 사람으로 살아왔다는 편지글에서처럼 동족이라 좋다고 말하지만 올드 미스는 고양이 같은 사람이라(견원지간인지라) 개는 싫다고 강력하게 말한다. 고양이 같은 사람은 웃기지 않지만 개 같은 사람은 웃기다. 우리는 상대방을 욕할때 개 같은 혹은 개xx라 하며 욕하곤 한다. 상대방을 높게 쳐주는 거다.(이말의 의미는...)

집에서 키우던 고양이가 나가고 드리미도 개를 데리고 집을 나간다. 퉁과 올드미스도 이일로 싸우게 되고 합법적으로 가족이 된 공동묘지 삼총사는 또 이렇게 헤어지게 된다. 잠깐의 헤어짐이 오랜 관계를 유지시켜 줄때도 있다. 때론 헤어져 있는 시간이 약이 될때도 있고. 서로의 마음을 잘 헤아릴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부부도 주말 부부가 좋다고 누가 그러더군요) 쿠리쿠리 스멜이 남긴 어마어마한 재산을 서로 갖겠다고 두 남매는 변호사를 통해서 티격태격하지만 웃기게도 서로의 얼굴을 보면서 대화를 나누지는 않는 듯 하다.(책속에서는 솔직하게 쓰고 있어서 두 사람이 어떻게 보면 귀여운면도 있었다) 미운정이 더 무섭다고 둘이 함께 싸우고 지내는 시간이 많았더라면 두 사람의 상태가 더 악화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것도 사람 나름이라고??)

 

쿠리쿠리 스멜은 생전에 친절하고 좋은 사람이였다. 자식들을 잘못 키웠다며 걱정하면서 생을 마감하신듯하다. 남매가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기를 바란듯. 올드 미스 다음으로 쿠리쿠리 스멜이 두번째 유령으로 등장한다. 글자 처리가 눈을 매우 피로하게 했다. 재미있게 읽을 찰나에 집중력을 떨어 뜨리고 말았다.  겁나라 만나 식당의 메뉴판을 보니 나도 먹고 싶어졌다. 쿠리쿠리 스멜이 남긴 유치하지만 나름 고심한 수수께기도 있었고 깨알같은 재미가 책속에 담겨져 있다.

 

"그래도 당신을 사랑하잖아요." 라는 말은 언제 읽어도 감동적인 것 같다. 말로 하지 않으면, 표현하지 않으면 사랑이라고 할 수 없는 것 같다. 말뿐만 아니라 사람은 눈빛과 행동을 통해서도 말을 한다. 상대방이알아듣게 말해야 한다는게 매우 중요한 것 같다. 유치하지만 솔직하게 그게 매력적인게 아닐까. 꼬옥 안아주는 것, 그것도 매우 좋은 것 같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같이 놀기도 하고 이야기도 나눌 형제가 있다는 게 얼마나 행운인지 두 분도 알 게 될 거예요. (드리미가 쿠리쿠리 스멜가의 남매에게 보내는 편지중에서) 쿠리쿠리 스멜 남매가 얼마나 행운인지 알게 되었다는게 이 책속에서 정말 행운적인 매력이였다. 중요한점은 아이를 개처럼 훌련시키면 안된다는 점. 아이를 진정 사랑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아는 것. 정말 중요한 것 같다.

 

전에 어떤 지혜로운 유령이 말했듯이 때로는 보잘것 없는 푼돈도 어마어마한 가치를 지닐 수있고, 작은 변화부터 실천하면 결국에는 커다란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법이지요.(111쪽)

 

 

(시공주니어에서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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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번지 유령 저택 2 - 다시 뭉친 공동묘지 삼총사 456 Book 클럽
케이트 클리스 지음, M. 사라 클리스 그림, 노은정 옮김 / 시공주니어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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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이 끝나고 이제 2권이다. 1권으로 끝나기에는 무지 아쉬웠고 만화책처럼 약간의 감질거림과 적절하게 책이 나와 주고 있기에 이야기는 끊기지 않고 이어간다. 책장을 펼치면 일리노이 주 겁나라 시가 한눈에 보인다. 구석에 정신병원에서부터 43번지 주택도 보이고 고아원이랑 병원이랑 아래로는 상점과 은행 도서관 법원과 열쇠 전문점등등 다양한 곳이 등장하는 걸 보니 아무래도 이곳이 나오려나 보다. 나에게도 이정도의 추리력이 있다. 추리력이라고 하기에는 좀 그런가.

 

 

종이로 <일리노이 주 겁나라 시>를 만들수 있는 놀이가 나왔으면 좋겠다. 예나 지금이나 그런 놀이를 무지 좋아한다. 어릴적에는 별로 없어서 하질 못했지만 지금은 생각보다 하지는 못하고 있다. 이번에는 무슨일이 펼쳐질까 궁금함에 책장을 빨리 넘겨보았다. 이번장에는 암호가 등장하는데 학창시절에 요상한 암호를 만들어서 친구들끼리 편지를 주고 받았던게 생각이 나서 재미있었다. 살짝 유치하기도 하지만 그것이 바로 참 매력이 아닐까. 언제부터인가 유치하면 큰일나는 것만 같아져 버렸다. 아무래도 유치해지면 안되는 나이가 되어 버려서 그런것일까.

'그런 나이란 따로 없다.' 라는 말을 나에게 해주고 싶어졌다.

앞권의 이야기를 대략적으로 훌륭하게 한번 훑어 주면서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된다.

 

'무조건 내 생각이 옳다고 믿는, 막무가내 데이터'씨때문에 사건이 시작된다. 아동및 청소년을 안전하게 지키고 보호하기 위한 국제 운동 본부의 이사장으로 있는 이 데이터씨가  드리미 호프가 부모의 보호아래 있지 않음이 대단히 위험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제일 무서운건 독단적인 생각이다. 자기 멋대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 그것은 범죄행위다. 더욱 무서운것은 나이를 먹었음에도 여전히 독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이다. 왠지 조금 아주 조금 찔리는 부분이 있다.

 

 

하여튼 지멋대로 데이터 요 인간때문에 부루퉁씨는 정신병원에 드리미 호프는 고아원에 가게 된다. 부루퉁씨의 솔직함이 반절의 책임은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솔직한게 모든일에 있어서 좋은 결과를 얻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올드 미스라는 유령과 부루퉁씨가 드리미 호프를 맡고 있고 함께 책을 출판하고 있다고 하니 지멋대로 데이터가 당연히 부루퉁을 정신병원에 넣을 만한 상황이였으니까 말이다. 부루퉁씨의 좌절감에 빠진 모습을 보시라. 볼도 홀쭉해진게 야윈 모습과 한결 더 숱이 적어진 머리카락을 보니 나까지도 마음이 안좋을 지경이였다. 드리미 역시 그랬다. 부모라고 해서 다 자기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다는게, 부모를 선택할 수 없다는게, 참 서글픈 일이다.

 

 

부루퉁씨도 정신병원에서 탈출할 방법을 나름 모색하지만 탈출은 못하고 드리미가 좋은 수를 생각해 낸다. 원래는 올드 미스가 전에 쓴 추리소설을 발간해서 유령의 정체가 있음을 세상에 알릴 생각이였으나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가 상황에 좀 맞지는 않지만 원고가 어디에 두었는지 알 수 없는 지경이라서 그 계획은 무산되어 버렸다. 안타깝다. 올드미스가 좀 더 나이를 덜먹어서 죽었더라면 기억력이 조금은 나았을지도 모르는데. 하여튼 올드미스가 이동 도서관 차를 직접 멋지게 몰아서 탈출 계획을 시도한다. 올드 미스의 책을 찾는 과정도 담겨있다. 아마도 데이터씨의 가장 큰 죄는 바로 이것이다. 할로윈 데이를 폐지하려고 했다는 거. 유령에 관련된 책들을 모조리 불태워 없애 버리겠다고 한 점. 그 안에 부루퉁씨랑 드리미한테 한 짓도 있었지만. 사탕 아니면 골탕을 준다는 아이들이 무지하게 좋아하는 놀이를 없앤다는게 말이 되냐고. 그것은 말이지 데이터 당신에게 휴일을 없애는 것과 같은 일이야.

 

 

다행스럽게 부루퉁과 올드 미스, 드리미 호프는 한가족이 되는데 성공한다. 법대로 보얀트 판사가 일을 잘 처리한 덕분이다. 법대로 보얀트 판사가 이세상에도 어딘가에 있겠지만 정말이지 법대로만 처리한다고 될일도 아니고, 세상일이 참 어렵다. 하지만 동화에서처럼 순순하고 재미있고 하여튼 작가의 뜻대로 나가는 일이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면서. 이번편도 재미있게 읽었다. 초등학교때 읽었다면 나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부루퉁씨도 가끔 글이 잘 써지지 않을때면 심통을 부리고 올드 미스도 깜빡 거림때문에 안경을 어디에 두었는지 알지 못해 짜증을 부릴때도 있고 드리미 역시 집을 나갈일도 생길것이다.

 

가족은 행복한 것만 함께 하는게 아니기 때문이다. 서로의 좋은 면도 아주 못된면도 감싸안고 사랑해줄 수 있는게 진정한 가족이니까. 뻔뻔하니 호프와 김팍새니 호프가 감옥에 들어간 것은 드리미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부모니까. 상처받지 않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아이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도대체 당신이 무슨 권리로 사람들에게 어떤 책은 읽어도 되고, 어떤 책은 읽으면 안 된다고 하는 거야? (83쪽) 올드 미스의 이 한마디에 나 역시 속이 다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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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 이야기는 음악이 되었을까 - 아름다운 멜로디 뒤에 가리어진 반전 스토리
이민희 지음 / 팜파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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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시작은 에디뜨 피아프 'La Vie en rose'로 시작된다. 그녀의 이야기는 서프라이즈에서 보고 알게 되었다. 한번쯤은 들어 보았던 음악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처음에는 음악을 들어봐야 하는게 아닐까 했지만 듣지않아도 (개인적인 생각일수도 있지만 워낙 유명한 음악들이 나온다.) 머릿속에서 음악이 연주되고 있었다. 라 비앵 로즈는 그녀가 이 부분을 부르는 목소리와 멜로디 그리고 그녀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연상되었다. 솔직히 그 다음은 들었지만 기억은 잘 하지 못하는 것 같다. 음악이 자연스레 어디까지 파고들었는지 알 수 없지만 어느 순간 '톡'하고 터져나올때가 있는 것 같다. 아마도 이 책을 읽는 순간이 아니였을까 싶다. 책을 읽는 내내 음악에 대해서 읽고 있는게 아니구나 싶었다. 음악에는 삶에 대한 애환이 담겨 있기도 하고 시대를 대변하는 사람들의 울분이라고 해야할까. 그냥 스치듯 지나가버린 음악도 있었지만 그 안에 숨겨진 이야기는 차가웠다.

 

노래가 죽은 사람을 되돌려놓을 수는 없다. 세상의 모순을 송두리째 뽑아 놓을 수도 없다. 하지만 그게 노래의 초라한 한계이자 운명이라 해도, 노래는 위기와 분노를 말할 수 있다. (81쪽) 노래는 사람들의 마음을 달래준다. 언어가 달라서 약간은 낯설게 느껴지는 음악도 있었다. 그냥 멜로디와 가사를 들을때면 좋다가도 뜻을 직역하게 되면 씁쓸하다. 내가 생각했던 느낌에서 좀 빗겨나가는 부분이 많다. 이럴바에는 그냥 노래만 듣는게 좋다. 살아온 삶이 다른면도 있지만 음악의 힘은 그 모든것을 송두리째 뒤집어 놓기도 한다. '세계는 하나다'라는 부분을 확실하게 느껴주는 것에 음악이 한몫을 단단히 하고 있는 것 같다.

 

대놓고 말하는 힙합이 그래서 매력적이다. 사회의 부조리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을 바로 험하게 해버려서 속이 시원할때도 있지만 어떨땐 욕만 줄기차게 나올때도 있어서 좀 그렇기도 하다. 노래방에서 부를땐 신나게 부르고 싶어도 빨라서 숨만차다. 음악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서도 단편 영화제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억압받던 시대에 그 노래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음악은 무생물이라서가 아니였을까.  아무래도 윤심덕의 '사의찬미'가 더 가슴에 와 닿는다. 그렇지만 '사의 찬미'역시 희미하게만 내 기억속에 머물러 있다. 이상하게 아리랑만 부르면 눈물이 난다. 아무래도 한이 절절하게 묻어나서 그런가 보다. 내안에는 그런 한이 없을지라도 부르는 순간 모두를 하나로 만들수 있는 음악이 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노래는 '풍년가'다. '풍년이 왔네. 풍년이 왔어.' 그만한 노래는 없을 것이다.

 

어떤부분에서는 음악은 최면술이나 세뇌의 일종일지도 모르겠다. 특히 클래식부분에서는 그런 가르침을 받아온 덕에 이런 곡은 '음 장송곡 느낌이 나는구나' 라고. '이 음악은 희망이 충만해' 라는 식의 배움을 받았다. 간단하게 사사 받은 건 아니였지만 복잡 다단한 내용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때는 느낌에 충만할 수 없었던 것이였을까. 그리고 요즘엔 CF나 드라마에서 좋은 곡들을 많이 쓰는 바람에 그들의 상술에 내가 넘어가 버렸다. 이럴때 정말 슬프다. 좋은 곡에 맞추어서 XX CF가 떠오를때면 정말이지 슬프다.

 

어릴 적 라디오를 듣곤 했지. 좋아하는 노래가 나오길 기다리면서

따라 부르며 미소 짓던 시절

- 카펜터스 'Yesterday Once More' 중에서 (134쪽)

내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다. 왜냐하면 따라부르기 쉬우니까. 멜로디도 좋고. 음악의 뒷이야기는 씁쓸했지만 세상을 버티게 해 준 힘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통해서 다시 알게된 음악을 우연히 길에서 듣게 된다면 음악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게 될 것 같다. 그런데 책장을 덮는 순간 짧지만 길었던 음악이야기가 함께 파묻히고 말았다.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이 음악을 들으면 기억 버튼을 '꾹' 누른 것처럼 나조차 잊고 있었던 이야기가 올라 올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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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세키 선생의 사건일지 미스터리 야! 5
야나기 코지 지음, 안소현 옮김 / 들녘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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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해전부터 이책을 읽다가 놓다가 그러다가 이제야 읽었다. 그때는 중학교 영어교사로 등장하는 구샤미라는 사람이 어이가 없다가, 뭐 이런 사람이 있나 싶어서, 어쩌면 거울을 보는 것 같아서 짜증이 났는지도 모르겠다. 아무래도 지금은 많이 호전된 상태라서 이 책이 재미있게 느껴졌나 보다. 웃겨서 배꼽 빠질것만 같은 책을 몇장 읽다가 말았는지 조금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다. 책은 언제 읽느냐에 따라서 느낌이 다르다는 말이 이 책을 통해서 실감이 났다. 이 책의 저자는 <시튼 탐정 동물기>를 썼고 그 책을 읽으며 괜찮다 싶었는데 이 책이 같은 저자가 쓴 줄은 책을 다 읽고 나서 알았다. 나 역시 이렇다. 자기 아이를 보면서 이 아이 누구냐고 묻는 구샤미 선생이나 나나 크게 다를게 없다는 것이 약간 의기소침하게 만들기도 했지만, 이제야 내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는게 큰 발전이 아닌가 싶다. 처음부터 끝까지 실실거리며 웃게 만드는 책은 참 오랜만이다. 구샤미라는 인물은 동문서답이 주고 자기 멋대로인데다가 가끔은 펄쩍 뛰게 놀랄정도로 멀쩡한 모습을 보여준다. 나도 그렇다면 그렇다. 입을 조금만 연다면 사람들은 나를 몰라볼정도로 좋게 봐준다. 고마운일일까? 하여튼 아는 사람들은 다 알아서 잘 모르는 사람들이 나를 대하는 모습을 보면 깜짝 놀라곤 한다. 아마도 구샤미네 서생으로 들어간 소년처럼 펄쩍펄쩍 뛸지도 모를 일이다.

 

이 세 사람은 모두 일본 메이지 시대 지식인들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다. 세상을 달관한 척하며 살아가고 정신적인 자유를 중시한다. (7쪽) 영어만 빼고 다 좋아하는 영어 선생 구샤미나 그의 친구 미학자 메이테이나 '목을 메어 자살하는 역학'이라는 강의를 하는 간게쓰씨는 어느 시대든지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매력이 살아있는 인물들이다. 어느 시대에나 요런 사람들이 있고 깊이 생각지는 않지만 다른이의 생각에 따라서 극과 극으로 평가되는 인물이기도 하다. 나 역시도 어떤 이야기속에서는 진정으로 구샤미 선생이 그 말뜻을 알아 들었는지, 아리송송하기도 했지만 역시나 과대평가이지 않았을까 싶다. 구샤미 선생의 부인 역시 남편 못지 않게 빼어난 인물됨을 선보이기도 한다. 아무래도 전쟁시라서 그런지 사람들이 제정신인게 더 이상한게 아닐까 싶다. 삶 아니면 죽음 이라는 생활속에서 어찌 제정신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세사람이 펼치는 세상살이는 코가 큰 부인을 보고 대놓고 웃어서 일을 크게 만든다든지 하는 것이다. 간게쓰는 처음에 대단히 그나마 멀쩡한 사람인 줄 알았다. <개구리 눈알의 전동 작용에 대한 자외선의 영향>이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는다고 해서 '나 역시도 음 개구리 눈알과 자외선이 무슨 관련이 있나?' 싶기도 하고 왠지 그럴듯하게 들리기도 했다. 그리하여 구슬만 깎고 있다는 간게쓰를 정상으로 평가했다는 것 자체에 나 역시도 평범을 넘어선 듯 하다.

 

이 책속의 재미는 세사람, 특히 구샤미의 어디로 튈지 모르는 모습과 서생으로 들어온 화자가 매우 정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이야기속에 숨겨진 추리적인 면모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가 그렇게 튈 수 있다는 것에 놀라며 구샤미라는 인물이 내 눈앞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 책속의 인물이라서 마냥 좋아라며 웃을 수 있었다.

 

어느날은 구샤미 선생네 집에 도둑이 든다. 도둑이 훔쳐간 것은 매우 소소해서 도둑이 들어온 목적이 무엇이였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재미있는 점은 사모님이 머리맡에 참마를 두고 잤는데 그것을 도둑이 훔쳐갔다고 한다.

"머리맡에……참마를?"

참마는 물론이고 머리맡에 단무지를 놓고 잔다고 해도 어색하지 않았다. (138쪽) 이 말에 한참을 웃고 말았다. 머리가 어떻게 된 게 아닐까 생각도 했지만 전쟁통이라면 충분히 그런 면모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말았다. 전쟁은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 하지만 나중에 그 사건의 전모를 서생이 파헤치는데 참으로 무서운 일이였다. 정말 전쟁중에는 사람의 머리가 어떻게 되는게 아닐까 싶었다. 아무리 대놓고 사람을 무안하게 하고 화가 나게 했다고 해도 그렇지 참마안에 다이너마이트를 넣어서 선물할 줄이야.

 

위장이 좋지 않아 신경질적이라는 구샤미 선생은 서생이 들어오지 않았다면 어찌 살아갔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하, 그렇다면 약을 먹는 것보다 운동을 조금이라도 하는 편이 좋겠군요."

"운동을 하면 또 신경질이 납니다."

"곤란하군요." (266쪽)

자신의 신경질이 정신병이라는 것을 깨닫았는지 구샤미 선생은 의사선생에게 물어본다. 정신병에 좋은 약은 없냐고? 그러자 의사선생이 위의 말을 한다. 하기사 나도 운동을 하면 신경질이 난다. 재미있었던 이야기는 세사람이 대놓고 구샤미네 부인을 서양식 명언으로 욕하다가 부인이 옆방에 있던 것을 알게 된다. 그때 사모님의 재치있는 한마디 "전 집에 없습니다." 이말에 또 웃음이~ 자꾸만 웃음이 나서 이 책을 들고서 계속 실실거렸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궁금했던 점은 물독에 빠진 고양이가 거의 죽을뻔 했는데 구샤미 선생이 귓가에 뭐라고 소곤거리자 바로 눈을 떴다는 것이다. 도대체 뭐라고 한 것일까? 책장을 덮으면서도 깜짝 놀랄정도로 정상적인 모습을 보며운 구샤미라는 인물을 어떻게 해석해야할지 약간은 어리둥절했다. 뭐라고 한걸까? 이것만 궁금해 하는 나도 만만치 않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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