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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저맨
J.P. 돈리비 지음, 김석희 옮김 / 작가정신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진저맨이 영화로 나온다고 한다. 조니뎁 아저씨가 아무래도 난봉꾼 역할을 맡은 모양이다. 조니뎁 아저씨가 해적을 오래한것이 문제인가, 아님 땅땡이는 넓지만 배우를 한정적으로 만드는 할리우드의 문제인지는 모르겠다. 법대생인 27살 데인저필드 시배스천이라는 인물로 해군은 전역하고 거기서 나오는 장학금으로 근근이 학교를 다니고 있다. 뼈속 깊이 부르조아인듯 보이는데 지금 삶은 풍족하지 못하다. 돈만 생기면 술을 마시고 여자를 만나러 다닌다. <델마와 루이스>에서 브레드 피트의 모습이 떠올랐다. 딱 그모습이라면 좋을듯 싶다. 전에 한참 염문설로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저스틴 팀버레이크(그때 당시 내가 제일 잘나가 했었지만 지금은 덜 나가는 듯 보인다.) 앨리어스의 남편 벤 에플랙까지 갔다.
시배스천은 충분히 자신의 매력을 아는 것 같다. 여자 뒷꽁무니를 따로 쫓아 다니지는 않는다. 만나는 여자가 총 부인까지 해서 4명이였다. 그 중에서 세여인은 유부남인줄 알면서도 그에게 끌린다. 대체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 외설적인 부분이 이 소설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작가는 말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부인과 전쟁을 벌이고 나가서 술마시고 여자를 만난다. 여자를 만나는 부분이 자주 겹치기에 좀 지겹긴 하다. 그가 가는 곳은 한정적이다. 튀어봤자 술집이고 여자가 있는 곳이다.
그의 친구 오키프 역시 비슷한 부류다. 두 사람의 대화는 어이가 없다. 미래에 대해선 관심밖이고 오로지 현재를 위해서 살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만나서 술 마시고 밥을 먹고 여자 이야기를 한다. 뭐 이런식인데 그것이 다는 아니다. 전쟁이 끝난 직후라 어수선하다. 사람들 역시 전쟁의 고통을 겪어야 했으며 생활은 매우 궁핍하기 그지없다. 오키프 역시 가난에서 절대 벗어날 수 없음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 가난을 떨쳐버리기 위해서 술을 마시는 게 아닐까 싶었지만 이인간도 정신차리기 매우 힘들어 보인다.
시배스천 역시 전에는 그럴듯한 집에서 살았으니 현재 거주하고 있는 집은 현관문으로 들어갔다가 나오는 그런 형식의 조촐한 집이다. 메리언과 데인저필드는 만나면 싸운다. 아이는 징징 거리고 두 사람의 전쟁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진다. 시배스천은 아무런 책임감도 느끼지 못한다. 자기를 제발 좀 놔두라며, 신경질을 내고 심지어 그녀에게 막말과 폭력까지 행사한다. 아주 제대로 난봉꾼임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후에는 그녀가 괜찮아지길 바라면서 밖으로 나간다. 아침이 되면 그녀는 괜찮아질꺼라고 스스로 다짐하면서 말이다. 그는 매우 단순하다. 모든 상황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한다. 그저 술을 마시고 여자를 만나면서도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 가족에 대한 책임감, 함께 한 여자에 대한 사랑조차 느끼지 못하는 듯 하다. 그저 배가 고프면 밥을 먹고 술을 마시듯, 여자들에게도 그렇게 보였다.
전당포를 제 집 드나들 듯이 물건을 맡기고 돈을 찾아온다. 어떠한 물건이라도 팔 준비가 되어 있다. 심지어 자기 집에 세들어 살았던 여인의 비누까지 고이 종이에 싸서 담을 넘었던 적도 있었다. 그때 상황은 집주인을 피해서 도망을 갔던 상황이였다. 술집에서도 행패를 부리다가 경찰에 쫓기는 사건도 발생한다. 모든것에 불만이 맞고 불평을 터뜨리긴 하지만 그는 다른이들을 원망하지 않는다고 뻔뻔스럽게 말하곤 한다. 모든 사고는 자신이 저지르면서 무슨 원망을 하지 않겠다는 것일까. 무책임하게 솔직하고 그런 상황속에서도 전혀 자신을 구속하지 않는다. 자신이 하고 싶어하던 일을 모조리 다 하면서도 종종 꿈속에서 시달리곤 한다. '배신자'라는 말을 들으며 고통스러워하던 적도 있었다. 그의 내면에 어떤 아픔이 도사리고 있는걸까? 엉망징창으로 내달리는 것 같다. 본인도 자신이 '비열한 놈'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뻔뻔스럽게 솔직한 면에서는 큰 점수를 주고 싶어진다. 그렇지 않는 사람도 상당히 많기 때문이라는 이유만으로.
친구의 장문의 편지와 집주인이 집세를 내라는 독촉편지 역시 소설속에서 큰 웃음을 준다. 거기에 적절하게 대처하는 시배스천의 뛰어난 말솜씨가 한몫을 톡톡한다. 입만 열면 저 인간 따라잡을 사람 없을 정도의 언변술을 가지고 있다. 납득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지만, 상대방에게 자신의 매력을 충분히 어필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면에서 어이 없어서 웃을수 밖에 없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게 이 인간의 매력이며, 비극을 모르는게 큰 장점인지도 모르겠다. 어떤면에서는 <고도를 기다리며> 라는 고전이 떠올랐다. 고도를 기다리지만 언제 올지 모르겠다던 그 희극적이면서도 우스꽝스러웠던 면모가 생각났다. 정신없이 들쑥날쑥하게 시배스천의 내면의 이야기는 이어진다. 제멋대로이고 모든지 자신의 상황에 적절하게 맞춘다. 때로는 자신만의 생각이 확고해서 놀랄때도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어이없게 웃긴점이 매력적이였다.
<작가정신 1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