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샤오홍의 황금시대 - 긴 사랑의 여정을 떠나다
추이칭 지음, 정영선 외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그녀가 고삐 풀린 야생마처럼 초원 위를 질주하려 할 때에는 천지가다 그녀를 무서워할 정도였다. 그녀는 마치 세상을 지배하려는 듯 전혀 거리낌 없이 그 어디에도 구속되지 않는 삶을 살았다. 그렇게 멋지게 살아가다 그녀 내면에서 타오르는 불꽃에 데어 화상을 입기도 했다. 샤오홍의 삶은 그랬다. (73쪽)
그녀의 삶은 그랬다. 시대가 달랐다. 1911년에 태어난 그녀의 자유로운 영혼은 국가와 집안에 귀속되었다. 그 시대의 여자는 가구와도 같은 존재였다. 평상시에는 말수가 적었지만 그녀는 스스로의 자유를 위해서는 입을 다물지 않았다. 태어날때 그녀의 삶도 순탄할 것만 같았다. 부모님은 상태가 나빴지만, 그녀를 끔찍히도 사랑해주는 할아버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다만, 할아버지는 그녀가 태어날때부터 연세가 많았다. 샤오홍은 그때 죽음이란 그림자에 대해서 알게 된다. 곧 혼자 남겨질 것이라는 것도. 12살에 혼담이 오고갔다. 그녀는 곧 스무살이 되어가고 학교를 졸업하면 약혼자와 결혼해야 하는 기구한 운명에 처하게 된다. 당연히 부모님 말을 따라야 하는 시대가 그녀의 가슴에 불을 당기고 만다.(아버지가 폭군이 아니고 계모도 따스한 사람이였다면 그렇게 반항적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요즘 세상에도 그런 혼담도 오고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녀가 알았다면 한소리 단단히 해두었을 것이다.
그녀는 여러번 혼담을 피해서 도망다닌다. 사랑했던 남자도 있었지만 그에게는 가정이 있었다. 그는 경제적으로 편치 않았기에 불타올랐던 사랑은 그저 꺼져버린 아궁이속과 같았다. 그녀 또한 집안에서 경제적인 압박에 거지나 다름없는 신세로 전략하고 만다. 그런 상황에서 손을 내민다면 그 누구라도 뿌리칠 수 없을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손을 뻗은 사람은 과거의 약혼자였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 그녀의 삶은 보란듯이 그녀의 행동을 비웃어 주기도 했지만 전혀 웃기지도 슬프지도 않은 묘한 상황이였다.
그녀가 철이 들고 나서 누구라도 그녀에게 조금이라도 애정을 내비치면 그녀는 상대방에게 열배의 사랑으로 보답하려는 맹목적인 사랑을 보여주었다.(145쪽) 할아버지께 받았던 맹목적인 사랑이 그녀에겐 절실히 필요했다. 그동안 사랑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어쩌면 그것을 채우기 위함이였을지도 모른다. 헤어질때의 그녀의 모습은 때론 철저하게 담담해보였기 때문이다. 그럴땐 매우 현실적인 사람으로 보였다. 어쩌면 핍박당하다 죽었을지도 모를 큰 위기에 다가온 사람이 있었다. 두사람은 함께 글도 쓰고 지식을 나누며 행복하게 살 수 있을꺼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배웠다고 한 그 남자는 샤오홍을 철저히 무시했다. 그녀의 재능이나 모든것을 짓밟기 일쑤에 난폭한 폭력까지 휘둘렀다. 그럼에도 그녀는 참아내었다. 그를 사랑한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그녀의 자존심에 상처를 내고 싶지 않았던 마음도 컸다. 두사람의 대단한 애정이 이것밖에 되지 않는 다는 것을 주변사람들에게 맞아 죽는 것보다 알리고 싶지 않았다. 그토록 자존심이 강했다고 해야할지, 미련하다고 해야할지 모르겠다. 그런 그녀가 그의 눈에는 얄밉게 보였다. 사랑한다는 마음이 쓰레기통에 처박히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그녀의 삶속에는 늘 사랑의 집착이 따라다녔다. 그로인해 그녀는 삶의 동반자와 살아가는 것과 동시에 죽음에 가까이 다가서고 있었다. 그녀는 짧은 삶을 살았지만 글을 따라가다보면 지독한 추위와 배고픔, 끝까지 맹목적인 사랑에 굶주려 있었다. 어쩌면 그것이 그녀를 살아가게 하는 힘의 원동력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녀의 미래를 내려다보지 못한 것처럼, 죽어가는 순간까지 외롭게 세상을 등지지는 않았다. 행운인지는 몰랐으나 전쟁통에도 끝까지 그녀를 지켜준 이가 있었다. 그녀의 삶은 쫓겨다니듯 불안했고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전쟁통 같았다. 그녀의 남편도 심약한 성격에 충분하지는 않았지만 끈을 놓지 않았다. 그녀의 삶이 서른을 얼마 넘지 않아서 끝이 날꺼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괜찮아질것도 같았다. 하지만 이미 알고 있었다. 그녀의 불나방같은 사랑은 읽는 이를 가슴아프게 하지 않았다. 그녀의 우울하게 느껴지는 사랑이나 삶에도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 담담하게 느껴졌다. 생각해보면 그녀는 그런것 조차 원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저 자신의 작품으로 스스로를 보여주고 싶은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녀의 삶은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는 했지만 온전히 스스로의 자유의지에 따라 결정한 것이다. 그렇기에 누군가의 이런저런 말따위는 듣고 싶지 않을 것이다.
<자음과 모음에서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