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프 입장에서 이 이야기는 한 번 도 진짜 사랑을 해 본 적 없는 바람둥이의 '첫사랑'이고 안나 입장에서는 정해진 규범 밖으로 벗어난 적 없는 말하자면 한번도 생동하는 삶을 살아 본 적 없는 사람의 ' 첫 생의 체험'인거죠. 의미를 찾자면 그럴 거예요.
그런데 이 소설의 결말이 그렇게 느껴지나요? 해피 앤딩 같으세요?"/92쪽
처음 읽었을 때 톨스토이선생께서 혹평했던 이유를 알 것 같다고 (감히) 생각했다. 다시 읽으면서는 제목에 숨은 뜻이 무엇일까 궁금했다. 결말과 연결지어 생각해 보면,서로 완전한 사랑을 갈구했다기 보다..저들에게 사랑은 헛헛한 일부분을 채우는 걸로 충분한 건 아니였을까,사랑을 몰랐던 남자가 그녀를 만나면서 비로소 사랑에 눈을 뜨게 된 것 같은 느낌은 아직 느낄수 가 없었다. "구로프와 그 딸이 걷고 있는 거리에 눈이 내리고 있다. 이것은 <사실>이다.그런데 기온은 영상3도이다. 눈이 내릴 수 없는 기온이다.이 역시 <사실>이다.그럼에도 눈이 내린다.공존할 수 없이 상충되는 이 두 사실이 지금 분명히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영상 3도임에도 눈이 내리는 것은 대기 상충의 기온이 따뜻한 땅 표면의 기온과 다르기 때문이다.그래서 문제는 언뜻 해결될 듯하다.그렇지만 여전히 혼란스럽게 해결되지 않는다.지상의 어떤 사실을 <진실>로 받아들여여 하는가에 있어서 그렇다."/278 <열린책들 중에서) 처음 읽었을 때는 결말의 모호함이 마음에 들었던 것 같은데, <중급한국어>를 읽으면서 알았다.저들의 사랑은 결코 해피앤딩으로 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었던건지도 모르겠다고... 다시 읽었을 때도,열린결말이란 생각은 마음에 들었지만 머릿속이 복잡해졌다는 감상을 남겨 놓은 걸 보면, 구로프와 안나는 사랑의 본질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었던 건 아니였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 그러나 두 사람은 잘 알고 있었다. 가야 할 길은 아직도 멀고 멀며 가장 복잡하고 어려운 부분은 이제 겨우 시작되었다는 것을.
완전한 사랑에 이르렀는데 비로소 사랑의 삼각형을 완성했는데 이 사람들한테 찾아온 게 뭔가요? 뭘 알게 됐나요?
고통입니다.(...)'/9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