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보다 문학이야기를 듣는 재미가 있었던... 

"삶에서 우연이란 종종 잔인한 가면을 쓰고 나타납니다.가면의 이름은 '하필'이에요.(...) 이 소설의 작가는 이 과정을 마치 관찰일지를 쓰듯 건조하고 담담하게 그래서 불현듯 서늘한 느낌이 들도록 쓰고 있지요(..)"/201쪽 까지 읽으면서.. 예전에 읽은 기록을 찾아보았다.









2008년 읽은 나의 기록은 아주 짧았다 -'별것 아닌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것' 은 가끔 단막극으로 나올 법 한 극의 요소들이 담겨 있는 인상을 받았다.감히 완벽하다고 말하고 싶을 만큼,슬픔을 끌어 내는 그 절박한 감정과 사람들의 감정이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너무 짧은 단편이기도 했고, 스포일러가 될까봐 줄거리는 기록되어 있지 않은, 그런데 지난 기록을 읽으면서 나는 스코티의 죽음과 무너지는 부모의 슬픔을 어떻게 느꼈을까... 그럼에도 슬픔을 이겨낼 수 있는 무언가가 있을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했던 것 같다. 감히...빵이 줄 수 있는 위로에 대해 생각했던 건지도.








"제 생각에 사실 이건 빵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빵, 맞아요.우리가 일주일에도 몇 번씩 먹는 바로 그 빵이요.세 개의 빵,그게 이 소설의 전부입니다."/211쪽  다시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을 찾아 읽어봐야겠다. 아니 읽어 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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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카프카 생전에 발표되었던 <변신>의 표지입니다. 이 작품이 출간될 때 카프카는 출판사에 한 가지 부탁을 했다고 해요. 절대로 벌레의 모습이 보여서는 안 된다고 여기서도 그렇죠?"/132쪽











카프카의 바람과 달리(?) 벌레 그림이 그려진 표지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표지에 인물이 닮겨 있었던 걸까 생각하다가 오리지널..표지로 출간된 책도 있다는 걸 알았다.
















"(...)남자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쥐고 있고 반쯤 열린 문틈으로 보이는 것은 어둠뿐입니다. 아무것도 없어요.아니,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요.보이는 것은 무섭지 않습니다.정말로 무서운 것들은 눈에 보이지 않죠. 오직 상상만 할 수 있을 뿐입니다. 생각해보세요.정말 우리를 두렵게 만드는 것은 어떤 것들인가요? (...)진정한 공포는 우리가 알지 못하고 보지 못하는 텅빈 공간에서 비롯됩니다"/1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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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프 입장에서 이 이야기는 한 번 도 진짜 사랑을 해 본 적 없는 바람둥이의 '첫사랑'이고 안나 입장에서는 정해진 규범 밖으로 벗어난 적 없는 말하자면 한번도 생동하는 삶을 살아 본 적 없는 사람의  ' 첫 생의 체험'인거죠. 의미를 찾자면 그럴 거예요.

그런데 이 소설의 결말이 그렇게 느껴지나요? 해피 앤딩 같으세요?"/92쪽



처음 읽었을 때 톨스토이선생께서 혹평했던 이유를 알 것 같다고 (감히) 생각했다. 다시 읽으면서는 제목에 숨은 뜻이 무엇일까 궁금했다. 결말과 연결지어 생각해 보면,서로 완전한 사랑을 갈구했다기 보다..저들에게 사랑은 헛헛한 일부분을 채우는 걸로 충분한 건 아니였을까,사랑을 몰랐던 남자가 그녀를 만나면서 비로소 사랑에 눈을 뜨게 된 것 같은 느낌은 아직 느낄수 가 없었다. "구로프와 그 딸이 걷고 있는 거리에 눈이 내리고 있다. 이것은 <사실>이다.그런데 기온은 영상3도이다. 눈이 내릴 수 없는 기온이다.이 역시 <사실>이다.그럼에도 눈이 내린다.공존할 수 없이 상충되는 이 두 사실이 지금 분명히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영상 3도임에도 눈이 내리는 것은 대기 상충의 기온이 따뜻한 땅 표면의 기온과 다르기 때문이다.그래서 문제는 언뜻 해결될 듯하다.그렇지만 여전히 혼란스럽게 해결되지 않는다.지상의 어떤 사실을 <진실>로 받아들여여 하는가에 있어서 그렇다."/278 <열린책들 중에서)   처음 읽었을 때는 결말의 모호함이 마음에 들었던 것 같은데, <중급한국어>를 읽으면서 알았다.저들의 사랑은 결코 해피앤딩으로 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었던건지도 모르겠다고... 다시 읽었을 때도,열린결말이란 생각은 마음에 들었지만 머릿속이 복잡해졌다는 감상을 남겨 놓은 걸 보면, 구로프와 안나는 사랑의 본질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었던 건 아니였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 그러나 두 사람은 잘 알고 있었다. 가야 할 길은 아직도 멀고 멀며 가장 복잡하고 어려운 부분은 이제 겨우 시작되었다는 것을.

완전한 사랑에 이르렀는데 비로소 사랑의 삼각형을 완성했는데 이 사람들한테 찾아온 게 뭔가요? 뭘 알게 됐나요?

고통입니다.(...)'/9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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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급 한국어 오늘의 젊은 작가 30
문지혁 지음 / 민음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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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장난(?)스러운 제목이라 생각했다. 너무 평범한 제목 같기도 하고.. 실제 '초급한국어'를  검색하면 문제집들이 우선순위로 검색된다. 이어 읽게 될 '중급 한국어'를 나도 모르게 중급 중국어..로 검색하는 함정에 빠지고 말았다. 무튼 언어(?)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소설인가 싶어 호기심이 갖고, 읽기 시작하자마자 단숨에 읽었다. 소설이란 생각이 들지 않아서 더 재미나게 읽혀진 것인지도 모르겠다.그런데 이것도 어쩌면 편견일지 모른다는 남자의 고백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누군가의 이야기가 서사가 되기 위해서는 '극적이고' '놀라우며' '그럴듯한'요소들이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 때문일까? 이를테면 플롯이나 개연성 복선과 반전 같은? 그건 혹시 편견이나 선입견이 아닐까? 삶은 평범하고 소설은 특별하다는 고정 관념만큼이나 해로운 것은 아닐까? 현실과 소설 사이에는 대체 어떤 벽이 세워져 있기에?"/175~176쪽


소설이란 생각보다 에세이를 읽고 있다는 착각에 종종 빠져들었다. 작가가 가진 능력이라 생각했다.캐주얼한 문체지만 작가 냄새를 풍기지 않는 듯한  언어의 한계를 누구보다 절감하며 살아가는 1인이라 비트겐슈타인의 말은 비수가 되어 꽂혔다."내 언어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를 의미한다"/65쪽 분명 소설을 읽고 있는데, 소설을 읽고 있다는 기분이 들지 않았다. 고전문학을 계속 읽고 있는 이유는, 소설이란 생각보다,내 자신에게 끝없이 무언가를 질문하게 만드는 그 힘이 좋아서인데,<초급 한국어>를 읽으면서 오랫동안 외면해 왔던 우리나라 소설도 열심히 찾아 읽어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주인공 남자의 말처럼, 이 소설은 내게 하나의 '변곡점'이 되어준 셈이다.21세기 소설의 역활은 분명 달라져 있었다.그리고 나는 그런 세련됨이 어색하고 불편해서 외면했더랬다. 비트겐슈타인의 말은 나를 더 궁지로 몰아넣는 기분이 들었지만,언어를 소설이란 세상으로 가져와 생각해 보면,소설이란 세계를 조금더 확장해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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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2024년)초에 읽기를 막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다른 책부터 읽을수 밖에 없었는데...공교롭게 읽는 책들마다 신들이 마구마구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어쩌다 한 번이 아닌 수준이었다.덕분(?)에 우리가 신을 찾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다.











"신이 정말로 있느냐 없느냐 하는 문제를 다 제쳐 놓더라도 인간은 대개 마음속으로 그렇게 믿고 싶을 때는 신을 기억한다.비록 그것이 신을 믿는 올바른 방법일 수는 없어도 신을 믿지 않는 사람들은 머리가 아프기 전까지는 신을 기억하지 않는다는 말도 틀림없이 그 때문에 생겨 났을 것이다.그러나 어찌 되었건 간에 기도문은 알아 두어야 한다."/108쪽 


"신이시여 당신이 옳기를 바랍니다"/117쪽


"신이 선택한 사람은 신만이 아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탁을 잘못 해석하는 것은 전적으로 인간의 책임인 것이다.그후 10여 년 동안 나는 재능의 부족을,기회의 부재를 행운의 결여를 탓하며 천천히 가라앉았다.(..)"/146~1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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