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와 어른의 갈등

 

 어린이와 어른의 갈등은 전 인류의 역사에 걸쳐 끝없이 이어졌왔다... 어른들의 가장 분명한 죄악은 - 신체적 질병과 마찬가지로 신경질적이고 정신적인 장애 - 어린이에게 반영되어 어린이의 삶 속에서 이러한 부분들이 첫 징후로 나타났다... 죄 없는 어린이들은 오랜 세월 어른들의 실수로 인해 숙명적으로 일탈된 상태에서 발달을 진행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왔다.(p181)

 

 20세기 초 지식인들이 사회 문제 원인을 어린이 교육에서 찾으면서 가정과 학교 문제가 공론화되기에 이르게 되었다. 이에 마리아 몬테소리(Maria Montessori, 1870 ~ 1952)는 <어린이의 비밀 Il segreto dell'infanzia>를 통해 아동 발달, 교육적 지원의 가능성과 어려움 그리고 어린이와 어른들의 관계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몬테소리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크게 부모의 임무와  어린이의 권리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부모는 어린이의 보호자다. 그러나 어린이의 창조주는 아니다. 부모는 마음을 열고 준비된 마음으로 매우 중대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부모는 아동의 권리를 인정하고 이를 위해 투쟁해야 한다. (p193)... 우리는 운명적으로 우리 미래의 삶을 위해 어린이를 새롭게 보아야 한다.(p192)

 

 오랜 시간 동안 어른들의 법칙에 의해 문화가 상당히 발전해왔음에도, 어린이는 사회적 보호를 받지 못했다. 어린이는 자신의 가정에서 물질적이고 도덕적인 자원만 제공받았다. 사회는 이 부분에 대해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았다.(p194)... 이러한 사회에서 부모의 임무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부모만이 자신의 자녀를 구원할 수 있고 또 구원해야 한다.(p195)

 

 20세기 초 당시 아동에 대한 체벌이 일반화된 상황 속에서 몬테소리는 아동의 권리와 보호를 주장했고, 몬테소리 교육법을 보급시켰다. 그로부터 1세기가 지난 지금 어린이들을 둘러싼 환경문제는 얼마만큼 개선되었을까? 경제적인 여건은 과거보다 나아졌지만, 아이들 입장에서 생각하려는 노력은 아직 부족하다고 여겨진다.

 

 우리 어린이집에서 값비싼 장난감을 마음대로 가지고 놀게 하더라도 어린이들은 장난감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이것은 나를 놀라게 했다... 이 사건을 통해 나는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것과 가치 있는 것을 사용할 수 없을 때 마지막 수단으로 장난감을 사용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장난감이 어린이들에게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물론 어린이는 끊임없이 성장하고 있으며, 자기 발달을 돕는 모든 것에 매혹되지만 한가한 활동에는 민감하지 않다.(p129)   

 

  아이들의 발달과 성장을 돕기 위한 부모의 노력이 값비싼 장난감보다 낫다는 몬테소리의 조언 속에서 부모들의 길을 찾게 된다. 좋은 장난감이나 옷을 사주는 것으로 부모의 역할을 다했다고 부모들 스스로 위안하는 것은 아닌지... 아이들이 원하는 것은 그런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부모와 함께 하는 시간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부모와 함께 요리를 하거나 - <아빠와 아들> -, 아빠와 역할을 바꿔보거나 - <내가 아빠고 아빠가 나라면> - , 함께 놀이를 하면서 같이 보내는 시간 - <아빠랑 함께 피자 놀이를> - 을 어린이들이 진정 원하는 것이 아닐까.  5월 5일 어린이 날을 맞이해서, 많은 어린이들이 부모와 함께 행복한 하루를 보내길 바라면서 이번 페이퍼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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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05 00: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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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05 09: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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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e 2018-05-05 02: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빠와 함께 피자놀이를‘ 오랜만에 보니 반갑네요. 아이들 어릴때 아빠랑 많이 했었거든요. 책 따라서

겨울호랑이 2018-05-05 09:58   좋아요 1 | URL
^^:) 그러셨군요. 저 역시 아빠들이 아이들과 어떻게 놀아야할 지 잘 모르는데, 그 방법을 잘 알려주는 책이라 생각합니다.

2018-05-05 10: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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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05 10: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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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05 10: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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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05 14: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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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05 14: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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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06 11: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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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8-05-05 16: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어린이날입니다.
어제보다 기온이 많이 올라간 날씨같아요.
겨울호랑이님, 가족과 함께 즐겁고 좋은 주말 보내세요.^^

겨울호랑이 2018-05-05 16:26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날이 어제보다 더 좋네요. 서니데이님도 행복한 연휴 되세요!^^:)

데미안 2018-05-16 22: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헉, 어린이날,어린이는 왜 햄버거와 피자를 좋아한다고 생각할까? 특별한 날에 부모들이나 보호자들이 생색내며 사주는 것들이 아이들 입장에서는 선물받고 대단한 것이라 생각하는 것뿐이고 어른들은 특별한 날에는 어른들 입장에서 아이들이 좋아할 것이라고 추측되는 것을 사주는것이 결국 아이와 어른 사이의 진정한 소통을 전제로 못한 것은 아닐까 싶더군요. 저희 아이들은 연어알초밥과 쑥된장을 좋아하니까 어린이날 그런 걸 선물해줄 걸 그랬어요. ㅋㅋ

겨울호랑이 2018-05-16 22:40   좋아요 0 | URL
^^:) 아이들 입장에서는 부모의 선물을 마지못해 ‘기쁘게‘받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부모에게 아이가 옆에 있는 것 자체로 기쁠 수 있다라면, 아이들에게 부모 역시 그렇지 않을까하는 질문도 하게 됩니다. 함께 하는 시간. 그 자체로도 큰 의미가 있겠지만, 데미안님께서 말씀하신 소통의 출발이라는 면에서도 의미있다 여겨집니다^^:)

데미안 2018-05-16 22: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비슷한 맥락인 것같아 적어 봅니다
 

인기가 많은「고 녀석 맛있겠다」시리즈는 각 권의 구성은 비슷하지만, 많은 여운을 남기는 책입니다.

난폭한 공룡 티라노사우루스는 육식 공룡입니다. 때문에 다른 공룡들은 티라노사우루스를 피하기 바쁘지만, 어린 초식공룡들은 티라노사우루스가 자신들을 잡아먹는 존재라는 것을 알지 못합니다. 이들에게 티라노사우루스는 ‘덩치 큰 어른‘일 뿐이기에 티라노사우루스를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자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어린 초식 공룡들을 보면서 처음에는 티라노사우루스는 당황하지만, 이들과 어울리면서 사랑과 우정을 느끼게 됩니다. 그렇지만, 이들은 함께 할 수 없는 존재들이기에 결국 이별을 맞이하게 됩니다. 동화책으로는 드물게 죽음과 이별을 다루면서도, 등장하는 공룡들 서로가 아름다운 존재로 기억되며 이야기가 마무되기에 시리즈 전체가 잔잔한 여운을 남깁니다.

영원한 사랑을 말하기보다 생명의 한계를 인정하면서 그 안에서 ‘순수함‘으로 사랑과 우정이 꽃피우는 것을 그려내는 이야기는 아이보다 읽어주는 부모가 더 큰 공감을 하게 됩니다. 단순한 구조의 이야기지만 이야기에는 공통된 장치가 하나있습니다. 그리고, 이 장치는 서로 대립되는 육식공룡과 초식공룡 세계를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합니다.

책에는 그러한 장치로서 ‘빨간 열매‘가 등장합니다. 이 열매는 초식 공룡들의 먹이가 되지만, 육식 공룡에게는 먹이가 되지 못하는 식량입니다. 그렇지만, 티라노사우루스는 빨간 열매를 먹음으로써 트리케라톱스나 스테고사우루스와 같이 공감하면서 사랑과 우정을 찾아가게 됩니다.

빨간 열매는 무엇일까요? 그런 궁금증이 들었습니다. 작가가 말해주지 않아, 저 스스로 생각을 해봅니다. 먼저 이 이야기 전체가 큰 ‘은유‘라 가정해 봅니다.

밖에서 거칠게 살아가는 육식 공룡인 티라노사우루스가 ‘어른‘ 또는 ‘부모‘이고, 어린 초식 공룡이 ‘어린이‘, ‘아이‘들이라면 이들이 어울릴 수도록 만들어주는 것은 ‘순수‘ 또는 ‘동심‘이 아닐까 여겨집니다. 순수한 마음으로 어른과 어린이가 교감했을 때 이들은 서로에게 소중한 존재가 될 수 있을테니까요.

물론, 시간이 흘러 어린 초식공룡이 자란 후에는 이들은 더 이상 함께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언제까지나 함께하지는 못하지만, 함께 지내는 시간 속에서 소중한 존재임을 깨닫는 것. 그것이 중요한 것은 아닐런지.

‘빨간 열매‘를 통해 「고 녀석 맛있겠다」시리즈 ‘부모-자식‘의 관점에서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부모 - 자식 관계가 공룡들처럼 서로 잡아먹는 관계는 아니기에, 제 해석이 무리한 부분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상대를 위해서 자신이 변화하는 것이 사랑이라면, 자식을 이해하기 위해 어른들 역시 바뀌어야 한다는 메세지가 있는 것은 아닌지 멋대로 추측해 봤습니다...

아마도 틀릴 가능성이 많지만, 부모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 주는 책임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런 면에서 「고 녀석 맛있겠다」는 아이를 위해 부모를 생각하게 하는 동화책이라 여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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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12 13: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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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12 13: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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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12 13: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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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12 14: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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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8-04-14 15: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공룡 나오는 책에 제목이 저러니까 사랑스럽고 친근해서 좋아요^-^ 아이들에게 다른 해석할 여지도 주는 것 같고.
연의는 공룡을 좋아하나봐요? 전 어렸을 때 공룡을 한 번도 좋아해 본 적이 없어요-ㅅ-;

겨울호랑이 2018-04-14 15:47   좋아요 1 | URL
유치원에 남자 아이들이 많아서... 축구나 칼싸움 등을 좋아한답니다..ㅜㅜ 아들같은 딸이지요 ㅋ

페크pek0501 2018-04-14 23: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생각할 거리를 던져 주는 책을 무지 좋아합니다.

겨울호랑이 2018-04-15 00:13   좋아요 1 | URL
^^:) 동화책임에도 여러 각도에서 해석이 가능한 책이라 여겨지기에 pek0501님께서도 좋나하실 책이라 여겨집니다^^:)

2018-04-16 22: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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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17 04: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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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 제가 어렸을 적에 어른이 되고 싶은 2가지 이유와 어른이 되면 하고 싶은 일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잠시 해보려 합니다.

 Long long time ago, 어른이 되면 예방주사를 더 이상 맞지 않아도 되고, 흔들리는 이가 빠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하루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습니다. (물론, 어른이 되면 예방주사 대신 내시경을 해야한다는 사실과 결국 나이들면 틀니와 임플란트 중 선택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면 결코 어른이 되고 싶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어른이 되면 하고 싶었던 일은 커다란 수영장을 ‘환타‘, ‘사이다‘로 채워 입만 벌리면 탄산음료를 먹을 수 있도록 꾸미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생뚱맞은 이야기는 이번 리뷰의 내용과 관련이 있습니다.

 「달콤한 목욕」은 사이다로 목욕을 하는 이야기입니다. 가뭄이 들어 물이 끊긴 마을에 사는 사람들이 물 대신 사이다로 샤워를 하게 됩니다. 어린 시절에는 맛있는 탄산 음료 생각에 ‘환타 수영장‘까지 생각했음에도, 어른이 된 지금은 탄산음료의 끈적거림을 상상하면 ‘사이다 샤워‘는 별로 달갑지 않습니다. 이처럼 현실을 너무 많이 알게 되어, 안 좋은 면을 먼저 떠올리는 것이 ‘성장‘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달콤한 목욕」에서는 아이들 관점에서 끈적거리는 탄산의 느낌을 씻겨냅니다. 모두가 즐거운 마음으로 내리는 비로 사이다도 씻겨 보내고, 가뭄도 멈추게 되는 행복한 결말 속에서 이제는 잊고 있었던 어린 시절의 간절했던 (지금은 잊고 지내는)소원을 다시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저는 예전 ‘환타 수영장‘을 꿈꾸었던 것과 같은 느낌을 두 번 다시 갖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이런 잃어버린 시간의 느낌은 「피터 팬」에서 어른이 된 웬디에게 어린 피터 팬이 다시 나타났을 때와 같은 느낌이겠지요. 어른이 된 웬디는 피터 팬과 함께 다시 원더랜드로 가지 못했던 것처럼, 저 역시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지는 못할 듯 합니다. 웬디가 다시 돌아온 피터 팬을 통해 함께 했던 시간을 추억했던 것처럼, 「달콤한 목욕」을 통해 1980년의 어느 유년 시절을 잠시나마 뒤돌아 봤습니다...

 ps. 「은하철도 999」에서 여주인공 메텔이 한 명대사가 떠오르네요. ‘안녕, 은하철도 999, 안녕 소년 시절...‘

[사진] 은하철도 999 (출처 : http://elros.tistory.com/290#.Wr2vYC5uZ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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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30 09:0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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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30 10: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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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en 2018-03-30 11: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릴 때 환타, 사이다, 콜라는 ‘특별한 날‘에만 먹을 수 있는 음료였지요.
1년에 한두 번 소풍 때나 겨우 먹어볼 수 있었던 그 기가 막히고 짜릿한 맛을 멀리 하고,
이제는 소주나 막걸리를 더 즐겨 찾는 게 결국 변해 버린 ‘입맛‘ 때문이라고 생각하니,
어른이라는 형편이 왠지 조금 서글퍼지기도 합니다...

겨울호랑이 2018-03-30 12:03   좋아요 1 | URL
생각해보니 그렇네요... 저는 술을 잘 못합니다만, 생각해보니 이제는 커피를 더 즐겨 마시게 되었네요. 어렸을 때 그렇게 좋아하던 ‘짜장면‘도 이제는 좀 느끼하게 느껴지는 것도 oren님께서 말씀하신 변해버릿 ‘입맛‘때문인 듯합니다... 세월이 흘러가면서 결국 ‘변화 불변의 절대‘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파르메니데스보다는 헤라클레이토스가 세상을 조금 더 인간적으로 바라봤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AgalmA 2018-03-30 23: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치과 가는 거 아직도 너무 고역ㅡㅜ)...
와이고, 연의 그새 또 엄청 자란 듯. 몰라보겠어!(언제는 직접 봤나;;;)

겨울호랑이 2018-03-31 12:06   좋아요 2 | URL
제게도 치과가는 것이 무엇보다도 무서운 일이지요. 치과 공포증은 언제나 극복되려나... 아이들은 무척 빨리 자라는 것 같네요^^:)

2018-04-03 10:3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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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03 10: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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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문학의 기적적인 것은 완전히 기이한 것과 모험적인 것으로 해체되고 그 개별적 내용들로 인해 종종 완전히 부조리로 빠져든다. 하지만 동화문학이 현실적으로 작가가 의도한 내용을 갖고 있는 한, 그 기적적 요소도 우리가 앞에서 부정확함에 대해 다루었을 때 돌려주어야 했던 그런 상징적 진실성은 갖는다. 이런 상징성은, 즉 어린이의 부드러운 환상을 통한 이념의 반영은 진정한 동화와 자연스럽고 윤리적인 삶의 커다란 힘들을 본능적으로 조화시킨다.(p316) <추의 미학 醜의 美學> 카를 로젠크란츠(Johann Karl Friedrich Rosenkranz, 1805 ~ 1879)


 <추의 미학>에서 저자 카를 로젠크란츠는 동화의 환상적인(fantastic) 요소를 부조리하다고 비판을 한다. 또한, 동화는 상징성을 가지고 어린이들에게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성을 제시하는 기능을 하기도 한다는 것이 저자의 입장이다.


<세계의 동화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100편의 동화와 민담>은 원래 아이에게 들려줄 생각으로 구입했지만, 이 책을 읽고난 후 생각을 접게 되었다. 그것은  동화 속에서 아름다움이 내 기대와는 달랐기 때문이었다. 대부분 유럽 전래 동화와 민담으로 구성된 이야기 속에서 행복한 결말은 대부분 악인들의 비참한 최후를 의미하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가 인과응보(因果應報)라고 말하는 이야기 구조 속에서 악인들은 그야말로 처참한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


 사람들은 마녀를 말의 꼬리에 매달아 들판으로 끌고 다녔다. 마녀는 이곳에서는 팔이 부러지고 저곳에서는 다리가 부러졌다. 저곳엔 도랑이, 이곳엔 바위가 도사리고 있었다. 마녀는 덤불과 나무에 부딪혀 머리는 박살이 났다. 새들은 날아와 마녀의 살점을 쪼아 먹었고, 바람은 일어 마녀의 뼈를 흩날렸다. 결국 마녀에 대한 어떤 기억이나 흔적은 한 자락도 남지 않았다.(p365) - 하얀 오리 中-


 거인과 마법사는 절망감에 빠져 손을 비비고 머리를 쥐어뜯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고약했던 그들의 지배 기간이 끝났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잭은 단칼에 그의 머리를 날려버렸다. 그 순간 마법사는 하늘로 올라가 회오리 바람에 실려 어디론가 사라졌다. 드디어 마법이 풀렸고, 그토록 오랫동안 새나 야수의 모습으로 변해 있던 모든 기사들과 처녀들은 예전의 모습을 되찾았으며, 성은 연기구름 속에 사라졌다.(p269) - 거인을 죽인 잭 中 -


 셋은 모두 만족했다. 왜냐하면 사냥꾼은 늑대의 가죽을 벗겨 그것을 갖고 집으로 갈 수 있었고, 할머니는 빨강모자가 가지고 온 케이크와 포도주를 드시고 다시 기운을 차렸으며, 빨강모자는 다음과 같은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엄마가 하지 말라고 하면 하지 말아야 해. 앞으로 다시는 길에서 벗어나 혼자서 숲으로 들어 가지 않을 거야.'(p337) - 빨강 모자 中 -


 <세계의 동화> 속의 많은 이야기에는 마녀, 거인, 난쟁이, 마법사들이 악인(惡人)으로 나온다. 대부분이야기들의 결말은 주인공들은 행복해지는 반면, 악인들은 사악한 존재이기 때문에 비참한 결말을 맞게 된다.(성냥팔이 소녀 제외) 이른바 해피 엔딩(Happy Ending)의 구조 속에서 마녀, 거인, 난쟁이, 마법사들은 진실하지 않고, 사악(邪惡)하며, 추(醜)한 존재로 묘사되고 있다. 진선미(眞善美)의 삼위일체가 최고 덕목이라면, 이들은 정확히 그 대척점에 서 있는 존재들이었다. 


 그렇다면, 이들은 과연 이야기가 전해오는 것처럼 사악한 존재였을까? 작품 속에서 이들이 사악하다는 것을 설명하는 개연성(蓋然性)있는 내용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이들은 '마법사', '마녀', '거인'으로 불리는 순간 사악한 존재로 낙인찍히고, 공식처럼 이들은 비참하게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


 악마적인 존재들은 주문을 외고 마법의 약을 만들고, 그 밖에도 태곳적부터 존재해 왔던 여러 가지 마법을 부리는 능력이 있다.... 흑마술은 남자(마법사)와 여자(마녀) 모두가 부린다는 사실이 인정되고 있음에도, 뿌리 깊은 여성 혐오증은 처음부터 사악한 존재들을 여성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마녀들은 주문을 외는 것은 물론이고, 본격적인 주연에 탐닉하며 육욕의 상징으로서 염소의 형상을 한 악마와 성관계를 가진다고 알려져 있었다. 결국 빗자루에 올라탄 마녀의 이미지는 확실히 남근 숭배와 관련이 있다. 전설은 아무런 근거 없이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이른바 마녀들이라고 불리던 여자들은 약초와 미약들을 꿰고 있다고 주장했던 나이 많은 <현명한 노파들>이었다... 임상적인 사례들은 분명히 있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마녀들은 대중적 하위문화의 한 형태를 대표했다.(p203) <추의 역사 Storia della Bruttezza> 움베르토 에코(Umberto Eco, 1932 ~ 2016) 

[그림] <마녀들의 집회 Witchers' Sabbath> 프랜시스 고야(출처 : 위키피디아)


  마법사, 마녀로 대표되는 이들은 이유없이 그렇게 불리우는 순간부터 없애야 할 대상이되고, 주인공들의 잔혹한 행동 역시 아름다움(美)과 영웅적 행동으로 승화된다. <헨델과 그레텔>에서 이들 남매가 마녀를 죽이는 행위가 단지 마녀가 사악하다는 이유로 합리화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우리는 다시 생각해봐야하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늑대가 들려주는 아기돼지 삼형제 이야기>는 전래동화 속 악인이 억울할 수 있겠다는 측면을 제시해준 의미있는 책이라 여겨진다.)


 결국 <세계의 동화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100편의 동화와 민담> 속의 아름다움은 보편적으로 우리에게 받아들여지는 아름다움이 아니라, 반추(反醜)에서 나오는 '상대적 '아름다움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름다운 이야기를 누군가는 추한 존재로 되어야만 하는 동화를 지속적으로 들려주면서 사회화(社會化)시키는 과정 속에서 인류 역사가 지속되어 왔다면, 지금 우리 사회가 대립과 갈등하는 이유가 옛 이야기 속에 담겨 있는 것은 아닐런지. 그런 면에서 아이들에게 <세계의 동화>를 들려주는 것은 주저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 책은 가치가 없을까?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된다. <세계의 동화>에 담겨있는 동화와 민담 속에는 역사 속의 여러 모습이 담겨있다. 다른 민족, 마법사, 마녀, 거인, 난쟁이 등으로 표현되는 추(醜)와 악(惡)을 통해서 우리는 현재 우리 사회에 뿌리깊게 내려져 있는 약자에 대한 배려 없음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이러한 의미에서 <세계의 동화>를 통해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고 자성(自省)의 계기로 삼을 때 이 책은 가치가 있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세계의 동화>는 부모가 아이들에게 읽혀주기보다 어른이 되었을 때 읽어야 하는 책이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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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08 15:4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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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08 15: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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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8-03-08 16:4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근대 이전의 아동은 ‘작고 미숙한 어른’으로 취급받았어요. ‘작고 미숙한 어른들’이 즐겨 읽었던 전래동화는 ‘어른을 위한 동화’나 다름없죠. 이때 동화는 어린이 동화에서 볼 수 있는 권선징악 결말이 없었을 거예요. ‘아동’의 개념이 확립되면서 동화의 형식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살펴보면 흥미로울 것입니다. 고야의 퍼스트 네임은 ‘프란시스코’입니다. ^^

겨울호랑이 2018-03-08 16:49   좋아요 1 | URL
그렇군요. ‘동화‘와 ‘아동‘의 변천사도 함께 고려해서 보면 cyrus님 말씀처럼 재밌을 것 같네요. 좋은 관점 제시 감사합니다.^^:)

AgalmA 2018-03-11 02: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남성 경우 차를 여성 이미지로 취급하잖아요. 뭘 타기만 하면 반대의 성을 끌어오는 거 보면 인간 사고방식의 패턴 같기도 해요^^; 성행위와 유사성으로 보는 거니까.

프로이트 경우도 신경증이나 꿈 이미지를 성의 유사성으로 많이 해석했잖습니까.

겨울호랑이 2018-03-11 09:12   좋아요 2 | URL
AgalmA님께서 말씀하시는 부분은 사람은 해석을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한다는 일종의 ‘은유‘에 해당하는 부분인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동화 역시 당대 세계관의 은유적 표현의 결과라 여겨지네요. 그렇다면, 동화에 대한 수동적 해석이 아닌 현대 관점에서 재해석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2018-03-12 19: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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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12 20:4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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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13 11: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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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13 13: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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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13 16: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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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13 20: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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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명절 연휴기간 중 동생네 집에서 하루를 묵게 되었습니다. 마침 초등학교 6학년 조카가 즐겨보는 책인 「나무집 시리즈」가 눈에 띄어 어떤 내용인가 읽어 봤습니다.

아이들에게는 선풍적인 인기가 있다는 시리즈지만, 세대가 달라서인지 제게는 그렇게까지 재밌다거나 유쾌한 책은 아니었습니다.(저만 그런가요? ^^ :) 전체적으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얌체공‘을 바라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레모네이드분수, 식인상어수조, 덩굴그네, 거대새총, 지하비밀실험실 등으로 이루어진 13층 나무집. 아마 이런 설정은 상상만으로도 자기만의 공간을 갖고 싶어하는 아이들에게 꿈과 즐거움을 가져다줄 것 같습니다. 여기에 작가들이 주인공이 되어 자신들의 일상을 과장되게 그리는 모습 속에서 마치 ‘무한도전‘등 예능 프로그램을 보는듯한 느낌도 들게 됩니다. TV 예능 프로그램에 익숙한 어린이들은 이러한 설정을 좋아할 듯 합니다.

나무집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며 사건이 계속됩니다. 작품 중 고양이가 카나리아로 변신하는 등 황당한 전개가 이어지고, 예측할 수 없는 내용이 쏟아지기에 따라가기 힘든 면도 있습니다. 그렇지만,정신없기만 한 것 같은 이 책들을 78층까지 읽고 나니,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이유를 조금은 알 갓도 같습니다.

돌이켜보면 어린시절 저 역시 집 밖에 지하 실험실같은 공간에서 로봇을 만들고 싶다는 상상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또, 수영장안을 탄산음료로 가득 채워 입만 벌리면 사이다를 마시고 싶다는 즐거운(?)꿈을 꾸었던 적도 있었구요. 그런면에서 나무집 시리즈는 우리의 어릴적 꿈을 소환시켜 주거나 깨워줍니다.

그리고 마치, 루이스 캐롤의「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나 「거울나라의 앨리스」를 연상시키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사건은 독자들로 하여금 책을 놓지 못하게 만들어 결국 끝까지 읽도록 끌고간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러한 점이 성공하여 나무집 시리즈는 서양에서 불길함을 의미하는 ‘13‘의 의미를 유쾌한 이미지로 바꾸어 놓은 것은 아닌가 여겨지기도 합니다. (나무집 시리즈는 13의 배수로 계속 출판되고 있습니다.)

조카가 가진 책이 78층까지이기에, 나머지 책은 읽어보지는 못했습니다. 비록 어른들은 이해하기 힘든 ‘어지럽고‘ ‘정신없는‘ 혼란스러운 나무집 이야기이지만, 전세계 많은 어린이들이 좋아한다면 그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저는 위와 같은 이유라고 생각합니다만, 어린이들 입장에서는 분명 다른 까닭이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부모와 아이가 이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는 것도 서로 이해하는 길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카오스 속에서 숨쉬는 생명.

정신없이 전개되는 책 내용에는 아마도 어른들은 쉽게 발견하기 어려운 동심이 숨어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면서 나무집 시리즈를 위와 같이 정리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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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18 02: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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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18 08: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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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18 13: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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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18 15: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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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8-02-18 07: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이나 어른이나 자신만의 비밀공간을 마련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

겨울호랑이 2018-02-18 08:31   좋아요 1 | URL
^^: 그렇습니다. 마음이 울적하거나 힘들 때 자신도 모르게 찾아가는 혼자만의 공간이 누구나 있지요. 커가면서 자신만의 술집으로 바뀌는 것 같습니다만.ㅋ cyrus님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남은 연휴 잘 마무리 하세요^^:)

2018-02-18 13: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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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18 15:0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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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27 17: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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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27 20: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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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27 21: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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