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의회주의의 정신사적 상황 코기토 총서 : 세계 사상의 고전 23
카를 슈미트 지음, 나종석 옮김 / 길(도서출판)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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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와 자유주의에 기반한 의회주의가 같은 방향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대립할 수 있음을 지적한 카를 슈미트의 통찰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유용한 것일까.

인터넷의 발전 등으로 수많은 정보망으로 촘촘하게 연결된 오늘의 세계에는 의회주의의 ‘자유‘와 민주주의의 ‘평등‘을 체제 내에서 잘 조화시키는 길이 있을 듯하다. 기든스의 ‘제3의 길‘은 그러한 길들 중 하나의 길이라 여겨진다...

민주주의의 정치적인 힘은 그것이 이방인이나 평등하지 않은 자, 즉 동질성을 위협하는 자를 배제하거나 격리할 줄 안다는 데서 나타난다. 달리 말하자면 평등의 문제에서 중요한 것은 추상적이거나 논리적이고 산술적인 유희가 아니라 평등의 실질인 것이다.(p24)

선거권의 일반성은 어떤 다른 것을 의미하고 있다. 즉 모든 성인은 단순히 인간(인격체)로서 그 자체에 의해(eo ipso) 다른 모든 인간과 정치적으로 동등한 권한을 지녀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자유주의 사상이지 결코 민주주의 사상은 아니다.(p27)

사람들이 현대 의회주의라고 부르는 것 없이도 민주주의는 존재할 수 있고 민주주의 없이도 의회주의는 존재할 수 있다. 그리고 민주주의가 독재의 결정적인 대립물이 아닌 것처럼 독재는 민주주의의 결정적인 대립물이 아니다.(p67)

극도로 일관적이고 포괄적인 체계 속에서 입헌주의 사상과 의회주의가 입각하고 있는 것은 공개성과 토론이라는 두 가지 원리다.(p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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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파 사전 - 대한민국을 이해하는 두 개의 시선
구갑우 외 13인 / 위즈덤하우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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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주의자들을 우파로, 세계주의자들을 좌파로 분류하는 일반기준은 ‘분단‘과 ‘한미동맹‘이라는 특수한 상황 아래에서 우리에게 적용되기 어려움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소득불평등, 소수자 문제까지 문제의 범위를 확대했을 때 ‘좌-우‘의 이분법으로 성향을 구분하는 것은 환원주의에 불과함을 깨닫는다...

그런데 상이한 영역의 자유에 대한 좌우파의 상이한 태도를 보면, 좌파와 우파를 가르는 가장 심층의 기준은 역시 평등과 불평등에 대한 태도에 있음을 알수 있다. 좌파가 직접민주주의를 옹호하는 이유는 정치적 권리의 분배에서 가능한 한 실질적인 평등을 달성하는데 가치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그러한 정치적 평등을 통해서만 사회경제적 평등을 실현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좌파가 경제적 자유를 제한하고자 하는 이유는 경제적 자유가 경제적 불평등을 강화한다고 보기 때문이며, 이들이 위계와 전통, 권위를 비판하면서 개인의 자율성을 옹호하는 것은위계와 전통, 권위야말로 불평등의 결과이자 재생산의 동력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우파의 입장은 이 모두에서 반대라고 보면 된다.

한미 동맹의 예외성은 한국의 좌우 균열 구조를 독특하게 만들었다. 일반적으로 우파는 민족이나 주권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지만, 한국의 우파는 민족주의를 독차지하지 못하고 있고 한국의 주권을 제약하는 주한미군의 감축 및 철군에도 반대한다. 오히려 한미 동맹의 불평등성에 반대하는 좌파에 민족주의 세력이 포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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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발한다 - 해제ㅣ드레퓌스 사건과 지식인의 양심 책세상문고 고전의세계 47
에밀 졸라 지음, 유기환 옮김 / 책세상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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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퓌스 사건에 대한 지성인 에밀 졸라의 외침.100년 전 프랑스에서 일어난 사건이 주는 교훈이 오늘날 대한민국에게 유효하다는 사실은 ‘역사의 진보‘보다 ‘역사의 순환‘을 뒷받침해준다... 이제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안에 비춰진 드레퓌스 사건을 다시 읽어볼 차례다...

문제의 명세서는 발견 직후 정보국장 상데르 Jean Sandherr 대령의 수중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언제인가 ‘자료 유출‘이 발생했습니다. 이런저런 문서가 없어졌고, 이 문서들은 오늘날까지 행방이 묘연합니다. 그리고 명세서 작성자가 누군가에 생각이 미치자 사람들은 조사도 않고서 대뜸 그건 참모 본부 장교이자 포병장교일 수밖에 없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이것은 분명한 이중의 잘못, 이 명세서가 얼마나 피상적으로 조사되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이중의 잘못입니다.(p91)

저 비밀의 방에서 조심조심 묻어야만 했던 그 말할 수 없는 것들, 전 유럽을 화염에 휩싸이게 할 수도 있다던 그 위험한 것들은 과연 진실이었을까요? 아닙니다! ... 기상천외한 삼류 소설을 실화로 만들기 위해 그는 모든 것을 날조했습니다. 군사 법정에서 낭독된 기소장을 주의 깊게 살펴보면, 이 사실은 금방 드러납니다.(p94)

일반에 공개할 수 없는 기밀 서류, 모든 것을 정당화해주는 기밀 서류, 우리가 경배해야할 기밀 서류, 볼 수도 없고 알 수도 없는 전지전능한 신과 같은 기밀 서류! 저는 그 기밀 서류의 내용을 온몸으로 부인합니다!(p95)

비요 장군. 부아데르프 장군, 공스 장군이 드레퓌스가 무죄라는 사실을 안 지 일 년이 지났건만, 그들은 여전히 그 무시무시한 진실을 숨기는 데 급급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잠을 잘 잡니다! 그리고 그들은 아내와 자식들을 몹시 사랑합니다!... 양심적인 피카르 중령은 끔찍한 뇌우가 조금씩 힘을 축적하고 있거니와, 진실이 세상에 알려질 때 그것은 엄청난 폭발력으로 온 세상을 강타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p98)

그렇습니다! 지금 우리는 비열한 광경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빚더미와 죄악으로 얼룩진 자들은 무죄를 선고받고, 한 점 오점도 없는 명예로운 이는 오욕의 구렁텅이에 빠져 있지요! 이 지경에 이른 사회라면 그 운명은 파멸밖에 없습니다.(p101)

여론을 오도하는 것, 여론을 집단 정신 착란으로 몰고 가 사악한 협잡에 이용하는 것은 범죄 행위입니다. 인권의 위대한 자유 국가 프랑스를 병사하게 할 가증스러운 반유태주의의 어둠 속에 몸을 숨긴 채 일반 서민들을 중독시키고, 반동과 배척의 열정을 부추기는 것은 범죄 행위입니다. 증오심을 유발하는데 애국주의를 이용하는 것은 범죄 행위입니다.(p104)

프랑스 법정은 보고 책임자로 하여금 증인 피카르를 공개적으로 공격하도록 방치한 후, 증인 피카르가 자기 입장을 설명하고 변호할 때에는 비공개 밀실을 만들었습니다. 저는 이것이야말로 또 하나의 범죄 행위이며, 이 범죄 행위는 전 세계의 양심을 뒤흔들 것이라고 단언합니다.(p105)

진실이 전진하고 있고, 아무것도 그 발걸음을 멈추게 하지 못할 것입니다... 한쪽에는 햇빛이 비치기를 원하는 범죄자들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햇빛이 비칠 때까지 목숨을 바칠 정의의 수호자들이 있습니다. 진실이 땅속에 묻히면 그것은 조금씩 자라나 엄청난 폭발력을 획득하며, 마침내 그것이 터지는 날 세상 모든 것을 날려버릴 것입니다.(p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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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15 08: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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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16 11: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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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17 13:3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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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보수정치의 농촌사회적 기원 - 농협.정부.집권당의 농정 트라이앵글 형성과 전개 농협대학교 협동조합총서 2
이향철 지음 / 역사비평사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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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성장에 의한 모든 생산요소의 도시•공업 부문 집중, 도시근로자와 경작농가의 소득격차 확대 등은 농촌 사회에 기반을 둔 농업단체, 정당, 나아가 농업정책을 담당하는 정책 당국에 위기의식을 심어주고, 어떤 형태로든 정책적 대응을 불가피하게했다.(p281)... 고도성장기에 확립된 농업 부문에 대한 이익유도와 이를 통한 안정적인 정권재생산이라는 자민당과 농협계통조직의 이익교환관계는 아시아태평양전쟁 이후 새로운 일본 정치시스템을 특징짓는 중요한 요소를 형성했다.(p283)

농정 분야의 ‘철의 트라이앵글‘이라 할 수 있는 농협•정부•자민당의 이익교환관계는 아시아태평양전쟁 이후의 농가구성원이 자유롭게 정치적 의사를 결집하여 경제적 이익을 요구할 수 있는 상황에서 가능했다.(p293)

농가조합원 구성원의 이농에 따른 농업협동조합 정치력 약화, 농가의 다양화와 이해관계 대립, 농가조합원과 농협 계통조직의 분열•대립 등과 같은 요인이 기존의 농업정치구조에 근본적인 변화를 초래하여 농정 트라이앵글의 일각을 무너뜨리는 역할을 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p388)... 급격한 사회변동에도 불구하고 농협 계통조직-농림수산성-자민당의 농정 트라이앵글 구조가 장기에 걸쳐 유지되고 작동돠어온 것은 ‘중선거구제‘라는 일본 특유의 선거구제에 힘입은 바가 컸다.(p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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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01 10: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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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01 14: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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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01 16: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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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사회학 - 근대 민주주의의 과두적 경향에 관한 연구 한길사 한국연구재단 학술명저번역총서 서양편 6
로베르트 미헬스 지음, 김학이 옮김 / 한길사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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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세기 초를 살다간 로베르트 미헬스 (Robert Michels, 1876 ~ 1936)가 바라보는 언론과 정당과의 관계를 <정당사회학>에서 발견하게 된다.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는 것을 보면, 세상과 살아가는 사람들은 예나 지금이나 별차이가 없음을 확인한다. 여름에 무성하게 자라는 잡초가 매년 무성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여기에 절망하지 않고 매년 잡초를 뽑고 땅을 고르는 일은 현명한 농부의 일일 것이다. 이처럼, 우리 역시 가짜뉴스를 남발하는 언론과 자신의 이익에 골몰하는 정당의 욕심에 쉽게 절망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언론은 지도자가 대중에 대한 지배력을 장악하고, 보존하고, 강화하는 강력한 무기다. 언론은 물론, 유명한 선동 정치가가 집회연설을 통하여 청중에게 행사하는 집접적인 영향력을 가지지 못한다. 그러나, 언론이 발휘하는 영향력의 범위는 훨씬 더 넓고, 쓰인 언어는 말해진 언어보다 훨씬 더 멀리 전달된다.(p164)

 언론은 또한 자극적인 화제거리를 만들어서, 당권을 쥐고 있는 지도자들에게 대중의 애정을 집중시키고 또 그들의 성장을 공고히 하기 위해 자주 이용되는 수단이다.(p164)

 거대 정당의 이름으로 말해지는 ‘우리‘는 아름다운 낱말이 아니라 권력이다... 익명의 기사는 도덕적으로나 법적으로나 처벌을 두려워할 필요 없이 가차없는 악의적 비난을 유포하기에 편리한 수단이고, 비겁한 인간이 자신의 사적/공적 적대자를 음해하는 장이다.(p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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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30 12:5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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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9-08-30 15: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제는 조국의 차가 주차 중인 것도 뉴스의 가치가 되는 세상에 살고 있군요. 놀랍네요...

겨울호랑이 2019-08-30 16:01   좋아요 0 | URL
그렇습니다... 자유한국당과 언론이 조국 후보자를 이렇게 키워주는 것을 보면서 서글프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Conan 2019-08-30 16:11   좋아요 1 | URL
심지어 뉴스속보라고 써있네요~

2019-09-01 10: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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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01 14: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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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01 15: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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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01 16: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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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01 16: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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