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공주]를 봤다.

실은 영화 보기 전에 전혀 기대를 안했다. 영화의 내용도 하려는 말도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는 나로서는, 영화를 보고 여기에 동화되고, 감정을 이입시킬 자신이 없었다. 조금은 외면하고 싶은 맘도 있었을 거다. 요즘의 나는 잡으면 바스라지는 낙엽 마냥 그렇게 말라 빠진 감성으로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정말 다행스럽게도, 영화는 재미있었다. 게다가 코까지 시큰했다!! (물론 영화관 안에는 내내 훌쩍 거리는 관객들이 한 둘이 아니었지만)

아마도 영화 속의 모습이 내가 살아온 것과 많이 닮아서 그랬나보다. 우리 집도 엄마의 목소리가 아빠보다 쬐~금 더 크다. (^^;) 아빠는 착한 분이고, 남한테 싫은 소리 못하시고, 영화 속의 박해일처럼 평생 공무원으로 사셨다.

철 없는 딸(=> 나) 역할도 빠질 수가 없지. 나 역시 집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집에서 떨어져 나와 살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했는데, 실제로 그렇게 되었다. 뭐, 오래 전 내가 사춘기 때의 일이다. 요즘도 집에 자주 가지 않는 버릇은 여전하지만..

영화는 우려처럼 신파도 아니었고, 연출도 세련됐다. 뭐니뭐니 해도 캐스팅이 제대로다. 닮았다~ 하고 보니 고두심과 전도연, 정말 모녀지간인 듯 똑 닮아 있다. 국화꽃 향기, 아이앰셈, 맥심 커피믹스를 통해 '착한' 이미지를 착실히 심어온 박해일은, 대체할만한 사람이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역에 잘 맞았다. 한국 영화계가 귀여니 소설에 파묻힌 요즘, 그래서 더 반가운 수작이라고 감히 칭해본다.

울 아부지 어머니도 한번 보여드리고 싶은데...
당신들 얘기를 큰 스크린으로 보시기가 민망하면 어떻게 하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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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우주 2004-07-12 0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게 보셨군요...^^

sooninara 2004-07-12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고 싶어요..친구가 전도연 싫다고해서 투모로우를 봤다니깐요..

마태우스 2004-07-12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보고 싶어요. 어제 봤는데 막판 30분을 자버렸거든요. 엄마랑 볼까도 생각중...

sunnyside 2004-07-12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주님도 재밌게 보셨죠? ^^ 저도 박해일이 멋있다고 생각합니다. '일상에서 더욱 찬란한' 매력이 돋보이는 배우인 것 같아요.
수니나라님, 친구분은 왜 전도연을 싫어할까요? 배우가 연기를 잘하는데, 싫어할 이유가 뭐람? ^^ 꼭 보세요.
마태우스님, 어제 영화를 보고도 또 보고 싶다시는 마태우스님.. ^^ (저도 종종 그렇습니다. 제가 슈렉2 보다 졸았단 얘기는 안했죠? 저 슈렉 2 보고 싶어요. ^^;)
 

어제 두 달 전 아기 낳은 친구네 집에 놀러 갔다. 두 달 만에 아기는 몸무게가 두 배가 되고, 머리 숱은 많아졌으며, 세상에... 뒤집어 놓았더니 머리를 들었다! 딸랑이도 꽤 오래 동안 쥐고 있었다.

그런데 아기를 아무리 들여다 보아도 누구를 닮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누굴 닮았냐, 물어보니 엄마와 아빠를 반반씩 똑같이 닮았단다. 대체 어디가 닮았냐 물으니, 입꼬리가 살짝 올라 가는 것은 아빠를 닮았고, 콧구멍이 벌름하는 건 엄마, 머리카락이 지성인 것은 아빠, 이마가 살짝 튀어 나온 건 엄마를 닮았댄다.


 

 

 

 

 

 

 

 

 

 

 

 

 

이마는 그렇다 치고, 콧구멍, 입꼬리라니... 아기 얼굴이 누구를 닮았는지는 부모 본인들도 모르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글고 머리카락이 지성이면 그냥 지성이라고 하는 거지, '머리카락이 아빠 닮았네'라고는 보통 말하지 않는다;;


내가 보기에 아기는 탤런트를 닮았다. 누군고 하니 '파란 만장 미스김의 10억 만들기'에서 미스 김을 쫓아다니던 순정의 사장님, 또는 영화 '바람난 가족'에서 문소리의 입양한 아들을 무지막지한게 던져버린 술주정뱅이. 정말 비슷하다. 생각해보니 아주 많은 아기들의 얼굴이 이 탤런트(찾아보니 이름이 '성지루'씨라고 한다.)를 닮았다. 아니지. 그럼 아기들이 이 아저씨를 닮은 게 아니고 이 아저씨 얼굴이 아기 얼굴을 닮은 거겠다. 어린 아기의 얼굴을 중년의 피부 속에 담고 있는 이 아저씨, 정말 볼 수록 독특한 마스크인 것 같다.


 

 

그나저나 아기를 키우는게 보통이 아니다. 친구 아들은 그나마 잘 울지도 않고 잠도 잘 자는 순둥이였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친구 집에 있는 시간 동안 네 번 밥을 먹고, 네 번 잠을 잤으며 응아를 두번, 쉬야를 두번했다. 그니까 아기가 울고 보채는 것과 관계 없이 아기를 키운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닌, 죽노동인 거다. 휴.. 다시 한번 세상의 모든 엄마에게 존경을.

**보너스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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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rysky 2004-07-11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쿠쿠, sunnyside님 글을 읽고 저 탤런트분 사진을 보니 정말 그렇네요. 닮았어요. ^-^
흔히 아기들은 다 예쁘다고 하지만, 저는 아기를 키우는 엄마들이 다 예쁜 것 같아요. 알라딘의 수많은 엄마님들께 제 존경을 바칩니다. ^^

sooninara 2004-07-12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너스컷 죽이네요..그런데 저탤런트 닮았다고 했다간 친구분이 삐질걸요..
닮긴 닮았네^^ㅋㅋ

sunnyside 2004-07-12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tarry sky 님, 맞습니다. 엄마들이 이쁘지요. 그렇게 생각해주시는 starry sky 님 마음도 예쁜걸요? ^^
수니나라님, 그래서 얘길 안할라구 꾹 참았는데, 끝내 말해버렸어요. ^^; 친구가 원체 성격이 둥글해 놓으니, 좋다고 맞장구 치더군요. ㅋㅋ

ceylontea 2004-07-14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일 위에 왼쪽 사진 너무 귀여워요... ^^
 

회사 동료 2인의 추천을 받고 [마스터 앤 커맨더]를 DVD로 빌려 봤다.

[마스터 앤 커맨더]는 마스터이자 커맨더인 오브리 함장(러셀 크로우 분)이 프랑스 함대 아케론 호를 격침하라는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분투한다는 내용의 해양 영화이다.

영화는 시종 오브리 함장이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197 명의 대원들을 어떻게 이끌고 위기를 극복했는가에 초점을 맞춘다.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리더십의 교과서' 같은 영화라고나 할까.

그런데 문제는 이 '리더십의 교과서'라는 말이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말 뜻 그대로라는 데 있다. 영화는 마치 <겅호!> 또는 <하이파이브>와 같은 자기계발서를 읽듯이 197명의 대원이 목표를 완수하는 데 있어 일어날 수 있는 위기, 그리고 대처 방안을 나열하고 있다. 내용을 분해하여 단락을 나누고 싶을 정도이다.

Chapter 1. 공동의 목표를 팀원들에게 자각시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Chapter 2. 부관이 팀원들에게 신뢰를 얻지 못할 때 리더는 어떻게 조언해야 하는가?
Chapter 2. 가장 믿었던 동료가 자신의 리더십에 대해 불신을 표출할 때, 리더는 얼마만큼 단호해야 하는가?
Chapter 4. 목표 달성이 불가능하다는 회의주의가 팽배해 있을 때에 리더는 이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교과서는 이렇게 리더십의 항목을 어마어마한 세트와 고증된 역사 속에 끼워 하나씩 보여준다. 왜 예시를 보여주기만 했을까? 러셀 크로우가 잠깐식 연기를 멈추고 부연 설명이라도 곁들여 주었으면 더 좋았을 걸. 온통 카리스마로 휘감은 러셀 크로우가 부하들을 향해 일갈하고는 카메라를 향해 말한다. "이럴 때 리더는 이렇게, 저렇게, 요렇게 행동하여 팀원들의 사기를 진작시키고 목표를 향해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습니다. 믿거나, 말거나... "

십 몇 년의 학교 경험으로 미루어 보건대, 교과서들은 대략 재미있지 않다. 학창 시절 버릇이 도졌나? 실은 영화를 보다가 중간에 30분 이상을 졸아서 영화를 제대로 봤다할 수도 없다. (하긴 난 영화를 보다 자주 졸기는 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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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나면 나도 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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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ylontea 2004-07-09 1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시면 사진 올려주세요... ^^

nrim 2004-07-09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냐... 방금 이거보고 따라해봤는데요.. 닌자 같지 않고 차도르를 쓴 이슬람 여인 같더군요.. ^^;;

mannerist 2004-07-09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덕분에 즐겁게 키득댔습니다. 사진도 사진이지만 거기 달린 설명도 참 재밌네요. =)

1. 다른 닌자들이 수상쩍게 여기지 않을 스타일의 티셔츠를 고르세요. 저는 "점원" 유니폼 한 장을 골랐습니다. 왜냐하면 "점원"은 닌자 그 자체니까요.

3. (전투시 복면이 느슨해지지 않도록 소매를 단단히 잡아당기세요.)

4. ~ 아직 제 얼굴을 완전히 가리지는 못했지만, 곧 당신을 방법(kicked your ass)한 사람이 누군지 모를 정도로 완벽히 닌자로 변신할 겁니다.

7. 재미있지만 위협적인 닌자 포즈를 취해 보세요. 닌자로서 당신은 다른 사람을 방법하고도 멋지고 강인하게 보일 책임이 있습니다.

starrysky 2004-07-10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도 설명도 너무 귀여워요. sunnyside님과 다른 님들의 닌자 변신 모습도 궁금하고요~ ^^

sunnyside 2004-07-10 0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봤습니다. 오늘도 국가 경제 발전을 위해 열심히 땀 흘리고 있는 반도체 산업 역군이 되더군요. -.- 까만 옷이 없어 흰 옷으로 했거든요. ^^;

mannerist 2004-07-13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금 생각난건데요, 혹시 이 사진도 이분 변신 직전에 기적적으로(?)포착한 사진이 아닌가요? -_-;



sunnyside 2004-07-13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그럴지도. 가끔 사무실에 출연하는 검은 그림자가 바로... 이 분? ^^

starla 2004-07-13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하하 mannerist님두 참~ ^^; 가릴수록 이쁘구려 타입이라 -_-;;
 
이승철 7집 - The Livelong Day [재발매]
이승철 노래 / 티엔터테인먼트/코너스톤 / 2006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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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밑 단발머리 중학교 시절, 어린 내 맘을 설레게 한 남자 중 한명이 바로 가수 이승철이다.

난 '희야'가 포함되어 있는 이승철의 1집 [안녕이라고 말하지마]를 늘어질 때까지 듣고 또 들었다. 나의 이름이 '희'로 끝난다는 이유 하나로 '이 노래는 오빠가 날 위해 만든 것'이라는 환상에 빠져 허우적 거렸다. 이승철이 그 애절한 목소리로 '희야~ 날 좀 바라봐~'를 부를 때 전국의 'OO희'들 중 최소 35만 2천명 정도는 '오빠아악~'을 외쳤을 것이다. 난 지금도 '희야'가 포함된 이승철의 1집 앨범을 한국 가요사에 큰 획을 그은 명반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희야'는 부활의 1집 앨범 타이틀곡이다. 하지만 그때 부활은 잘 몰랐다.) 지금 찾아보니, 당시 이승철의 1집에는 '안녕이라고 말하지마', '마지막 나의 모습', '잠도 오지 않는 밤에'와 같은 그야말로 주옥 같은 명곡들이 줄줄이 들어 있다.

그러던 이승철이 십 몇 년 모진 생명력을 자랑하며, 일곱번째 정규 앨범을 냈다. 타이틀 곡은 '긴 하루'.

마술모자를 쓰고 있는 앨범 쟈켓 속의 이승철의 외모는 예전에 비하면 볼품 없지만 (아저씨다.. 그 누구도 피할 수 없지만. ^^; ) 이승철의 애절하고 감미로운 목소리만은 여전하다. 오히려 과거에 비하면 기교가 줄어 담백한 맛까지 느껴진다.

인트로에 바로 이어지는 두번째 트렉 '신의 질투'는 피아노와 현악기의 조화 속에 장중하게 흐른다. 첫 노래부터 무게를 확실히 잡아 주어서인지 다음 노래부터는 편하게 들을 수가 있다. 타이틀 곡인 '긴 하루'는 약간은 평이한 듯도 싶지만, 들을수록 맛이 난다.

한국 가요계가 어렵다는데, MP3 때문에 가수들이 앨범을 팔아서는 돈을 못번다던데.. 이승철이 이만큼 자리를 지켜주어서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10년 후, 20년 후에도 그 감미로운 목소리로 인생을, 사랑을 노래해주길. 나의 추억과 함께 아름답게 채색되는 가수로 남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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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nerist 2004-07-10 0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너 첫번째 여친 이름도 *희 였거든요. 노래방에서 선배들, 친구들, 여친과 함께 갔을때 별 생각없이 '희야'를 불렀는데. '저새끼 여기서까지 *희 찾는거 봐라. 그리 좋냐?'며 다구리 당했더랬죠. 쏟아지는 구박과 폭행에도 실실 쪼개던 기억이 나네요. 하하하...^^;;;;

소금사막 2004-09-12 2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데뷔때부터 지금까지 목소리가 한결같은 가수인것 같습니다... 사실 이승철이란 가수가 데뷔를 했을때 제가 초등학교 1학년도 되지 않았습니다..그래도 조금 남아있는 기억에 참 호리호리하고 여성이라고 해도 믿었을 정도의 외모를 가졌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어쩜 저렇게 목소리가 변함이 없는지...거기다 말리꽃 들을때는 진짜 눈물이 날만큼 애절한 목소리입니다... 20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점점 좋아지던 가수입니다... 지금은 당연히 왕팬이구요... 이번 제주도 컨벤션센터 공연때 못가본 것이 넘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