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밤 마감뉴스 첫번째 꼭지도(만두 사장 자살), 두번째 꼭지도(불량 수산물 유통) 세번째 꼭지도(불법 수입농산몰) 먹거리 얘기로구나. 요즘 먹거리에 대한 논란이 한창이다. 일명 '쓰레기 만두'로 지목된 '불량 무를 이용한 만두소가 들어있는 만두' 사건이 터진 이후 전 매스컴은 매일 같이 걱정스러운 먹거리 이야기들을 쏟아내고 있다.

정말 걱정이다. <차라리 아이를 굶겨라>라는 제목의 책도 있었지만, 말처럼 먹거리가 불량하다고 해서 생략할 수는 없는 법이다. 하루 세 끼를 꼬박 먹어야 삶을 연명하는 우리들이기에 먹거리 문제는 어찌 보면 당면한 가장 큰 문제일 것이다. 오늘 식탁에 올라온 음식에 농약이 얼만큼 대장균이 얼만큼 있을까를 걱정하지 않고 믿고 먹을 수 있는 세상이 빨리 와야 함은 당연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요즘의 먹거리 대논란이 자칫 식생활의 계급화를 낳는게 아닌가 하는 걱정도 된다. 지금도 대형 마트에 가보면 일반 야채 과일 코너가 있고 유기농 야채 과일 코너가 따로 있다. 처음엔 그것도 모르고 무슨 야채가 이렇게 비싸담 하고 사다 먹었지만, 그것이 원래 비싼 유기농 채소임을 알고 난 후에는 그냥 일반 야채코너에 가서 사 먹는다. 가뜩이나 1인분 먹거리에는 낭비가 많은 법인데 좋다는 것 다 먹고서야 한정된 예산을 맞출 수가 없다.

그래도 예전에 비하면 이나마도 럭셔리한 거다. 과거 대학교 때 친구들과 자취하던 시절에는 돼지 콜레라다, 광우병이다 터지기만 하면 쾌재를 불렀다. 아싸~ 고기값이 내려가겠구나. 이김에 배 터지게 먹어보자. 우리는 파동의 주인공들을 잔뜩 장봐다가 좋다고 먹으면서 히히덕 대곤 했다.

어쩌면 웃을 일이 아닌지도 모른다. 지금도 불량 만두든 중국산 농산물이든 없어서 못먹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다. 유기농이 좋은 줄을 누가 모르겠는가? 무농약인증농산물이라는게 있다는 것도 알고, 그나마 깨끗하게 재배되었다는 먹거리에는 이것저것 요란한 딱지가 붙어 있다는 것도 안다. 좋은 줄은 다 알지만 모든 사람이 다 좋은 것만을 먹을 수는 없는 것이다. 최소한 지금으로서는.

고로 지금의 먹거리 논란이 철저하게 시스템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전개되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나만 우리 가족만 좋은 것을 먹고 살자고, 그냥 야채 위에 명품 야채, 명품 야채 위에 황제 야채를 쌓고 또 쌓는 게 최선은 아닐 터다. 사람이 먹으라고 내놓은 모~든 먹거리들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을 구축하는게 맞을텐데...

이러한 시스템이 몇 가지 법을 만든다고 해서 구축될 것 같지는 않다. 농약 안 쳐서 덜 자라고 못생긴 놈들 장에 내다놨더니 사 가는 사람 아무도 없더라, 라는 농부의 푸념이 없어야 한다. 하청업체에 원감절감하라고 압력 넣는 기업의 횡포도 없어야 한다. 감시하라고 했더니 뒷돈 받고 눈감아주는 공무원도 없어야 하고, 먹을 거 없는 굶는 사람도 없어야 한다.

농약 안치고도 안전한 먹거리를 만들려면 그만큼의 비용이 들기 마련이다. 그것에 소요되는 비용은 농부의 책임도 아니요, 하청업체의 책임도, 소비자의 책임도 아니요. 사회 전체가 떠맡아야 하는 부분이다. 그리고 이거 제대로 한다고 했을 때 몇푼 더 내야 할지도 모르는 세금 역시.. 기꺼이 자진납세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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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지 2004-06-15 0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합니다.

다연엉가 2004-06-15 0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정말 공감합니다. 한때 생협에서 음식을 조달해 먹다가 보니 이거 영 살림이 말이 아니더라구요. 그리고 울 집에서만 먹어서도 안되는 것이고 . 지천에 널린것이 음식인데 어찌 다 골라 먹을수가 있나요. 그 다음부터는 융통성있게 먹이고 있습니다.
음식에도 부익부 빈익빈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mannerist 2004-06-15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예 매너는 신경 끄고 먹고 싶은 거 다 먹고 삽니다. 저희 학교 사학과 김모 교수님의 영향이 큰데요, "요즘 세상에 목숨 안걸고 먹을 수 있는 게 어디 있느냐?" 그냥 즐겁게, 맛나게 먹습니다. 어제도 라면에 냉장고 구석에 쳐박힌 만두를 넣어서 맛나게 먹었지요. 그날 저녁 매너 엄니 왈, "냉장고 구석에 만두 남은거 있는데 버려야겠다. 요즘 바뻐서 것두 못챙겼네." "거 내가 먹구 얼마 안남았어." "...아프다고 지랄 떨기만 해 봐라." "걱정 마슈. 내일 남은 것두 마저 다 먹을테니." ㅋㅋㅋ...

sunnyside 2004-06-15 1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울타리님, 생협에서 파는 것들이 비싼 모양이군요? 그러게 말입니다. 이렇게 골치 아프게 하나 먹는 것마다 의심 안해도 되는 날이 빨리 왔음 합니다.
매너님, 저랑 비슷하시네요. 저도 엊그제 냉동 만두 먹었어요. ^^;

sooninara 2004-06-16 0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협은 무농약..저농약..유기농등으로 재배하기에 물건값이 비싸요..저도 생협 물건만 먹다가..요즘은 섞어서 먹어요..양념등은 생협걸로...그나마 믿고선..
먹거리의 계급화..정말 맞는 말입니다..아이들 먹을건데..좋은거 먹이고 싶죠..가정경제는 힘들고..비싼 생협과자..아이들은 별로인듯하고^^..
전 냉동만두는 안먹은지 일년 이상되네요..

sunnyside 2004-06-16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쿤요.. 제 몸 하나야 괜찮다고 해도, 아이들 생각하면 정말 좋은 것 먹이고 싶을 것 같아요. 흑, 그 누가 가정경제와 가정의 식탁에 이리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단 말입니까...

hanicare 2004-06-22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에 와닿는 글이네요. 나만 잘먹겠다는 마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위장까지 걱정하시는 마음이 담겨서 그런가봐요.먹는 것의 계급화-이 지점에서 참 씁쓸하단 생각이 들면서 적극적으로 사고하시는 써니싸이드님의 마음생김새가 시원시원하게 다가듭니다.(써니싸이드 업때문에 닉에사 자꾸 계란후라이가 연상된다는^^;)형용사가 아니라 마음을 움직이는 동사의 글입니다.추천 한 번 누르고 갑니다.
 

바꾼지 얼마 안돼는 회사 컴퓨터가 며칠 전부터 이상하더니, 오늘은 급기야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초기 화면을 바꾸어버렸다. 이상한 바이러스를 먹은게 아닌가 싶다. 나야 (모범사원이므로 당연) 알라딘이 홈페이지였는데, 오늘 아침부터는 www.17777.com 이라는 이상한 사이트가 홈 페이지로 열리는 것이다. 게다가 도구 => 인터넷옵션 => 홈페이지 설정에 들어가도 바꿀 수가 없게끔 되어 있으니, 이러나 저러나 하루에도 수십번을 띄우는 홈페이지를 이 사이트로 봐야 한다.

그런데 난 이 사이트를 살펴보고 조금은 감동 먹었다. 보아하니 중국의 야한 사이트 중 하나인듯 한데 그 화면이란게 참으로 수수하다. 캡쳐해봤다. ^^;



 

 

 

 

 

 

 

 

 

 

한국의 나쁜 사이트들에 비하면 이 얼마나 수수하고, 인간적이며, 감당 가능한 수준인가? 저기 구석에 영화 <밀애>의 포스터도 보인다.

가끔 메일을 잘못 클릭해 이상한 사이트에 가게 되면, 창이 수 십개 뜨면서, 버얼겋고 시커먼 그림이 화면을 뒤덮고, 도대체 어디가 다리고 어디가 팔인지도 분간 안가는 기기묘묘한 자세들로 뒤엉킨 남 / 여 / 남여 / 여여 / 남남의 솔로 / 커플 / 그룹들이 떼지어 등장하지 않느냔 말이다. (오해하지 마시길... 결코 제 취향이 아닙니다. ^^; )

그런 감당키 어려운 사이트에 몇 번 당하다 이런 새색시같은 얌전한 사이트를 보니.. 중국이 자본주의 문화 범람이 어쩌고 해도 아직 여기만큼 심각하진 않구나 생각도 들고.. 한국의 야한 사이트들도 딱 요수준 만큼만 자제해주면 월매나 좋을까 하는 잡생각이 잠시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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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5-12 0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 / 여 / 남여 / 여여 / 남남의 솔로 / 커플 / 그룹들이 '구분할정도의 시야를 가졌다면 오우~ 한두번이 아닌것 같은데요~

진/우맘 2004-05-12 0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님...당근송이 처음 유행할 때 우리 반 아이들에게 보여주려고 다 불러모았습니다. 쥬니버에 있는 건 알았는데, 제가 네이버 사용을 않거든요. 그래서, never라고 잘 못 주소를 입력했더니..... 거시기/거시기+거시기/떼로 거시기/남자거시기+여자거시기가 주르르르륵...... 아이들은 옆에서 눈을 반짝이고 있지, 정말 신의 손으로, 초인적인 속도를 발휘해서 창을 닫느라 진땀이 뿔끈 나더군요.
....아이들이 혹여나 무언가를 봤다면....그냥 당근이려니...착각해 주기만 바랄 뿐.TT
(제가 그 얘기를 했더니, 직장 동료가 그러더군요. "어? daum.co.kr.로도 한 번 들어가 봐!" -.-;)

sunnyside 2004-05-12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쉬 폭스바겐님... 유윈! ^^
진/우맘님, 당근이려니.. ㅋㅋㅋ 검색창에 무심코 알파벳을 자판으로 놓고, "보아" 같은 유명 키워드를 쳐도(ex : qhdk) 이상한 사이트가 나온답니다. 뛰어난 잔머리를 가진 분들은 모두 그 산업 종사자들인 듯.. ^^

sooninara 2004-05-12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가 당근이죠?? 나 순진 아줌마^^ 정말 새색시같은 사이트군요..
서니사이드님..뽁스님말이 사실인가요? 어디가 물이 좋은지 갈쳐주시죠..ㅋㅋㅋ
 

난 어제 이 시간 쯤 '설득의 법칙'에 대해 리뷰를 써서, 그 글에서 왜 설득의 법칙이 여섯 개 뿐인가? 눈물로 호소하기, '약점 잡아 위협하기', 먹는 걸로 꼬시기 등은 왜 설득의 법칙이 될 수 없는가에 대한 문제제기를 한 바 있다.

과연 오늘 위 같이 약간 '변칙적인' 설득방법이 훨씬 강력함을 입증하는 사례가 발생하였다. 내가 오늘 써먹은 방법은 '약점 잡아 위협하기'! 그에 대한 대가로 얻어낸 것은? 놀랍게도 '오페라 카르멘' 관람권이었다.

친구 A양의 완벽한 이중생활을 알고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 그 친구는 벌써 몇 년된 남자친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상대와 몇 달째 밀애를 즐기고 있다. 또한 비밀을 한시라도 혼자 간직하면 입에 가시가 돋는 친구의 성격상, 친구는 그 둘 사이에 벌어졌던 일을 모두 나에게 털어놓았다.

오늘도 지난 금요일밤을 새 연인과 보내고, 토요일에 예전 남자친구의 부모님을 찾아가 선물을 드렸다는 가증스러운 친구의 고백을 들었는데... 뭐라뭐라 대화를 계속하다 나보고 술을 사라고 재촉을 한다. 어라, 이 겁대가리 없는 친구뇬을 보게나.

여기에서 '약점잡아 위협하기'의 힘은 강력하게 발휘된다. 네가 간이 배밖에 나왔구나... 감히 나한테 술을 얻어먹을 생각을 하다니...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혀봤냐... 내가 입열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

하하하, 그리고 여섯 시간후 좀 전에 걸려온 친구의 전화 - "카르멘 좌석 예매해놨다. 예전에 네가 보고 싶다고 했던게 생각이 나서... 토요일에 시간 비워놔~". 그리고 마지막에 덧붙이는 말 - "이젠 입연다, 이런 걸로 겁주면 안돼. 마지막이야~"

푸하하, 기꺼이 받아주지. 하지만 카르멘이 아니라 카르멘 할아버지를 본들 너의 이중생활을 내가 알고 있다는 사실이 사라지겠느냐? 카르멘은 순간이고 약점은 영원하리라. 움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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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4-05-11 1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사람은 바르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진/우맘 2004-05-11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오...서니사이드님~ 인상과 다르게 상당히 비0하고 0철하시군요! 멋져요~!!!
같은 글을 보고 다른 것을 느낍니다. 저는, 역시 사람은 가끔 나쁜 짓을 해서 득도 봐야 한다..뭐 그런 교훈이 떠오르는걸요?^^

sunnyside 2004-05-11 1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길래, 마태우스님 자나깨나 양다리 조심하시라니까요. ^^
네, 진/우맘님 쏠쏠합니다. 님도 약점 있는 친구 많이 사귀세요~
 

<칼의 노래>가 마침내 알라딘 주간 베스트 1위로 등극했다. 대통령이 그 책을 읽겠다고 언론에 밝힌 날, 우연히 찾아온 신문기자에게 미리 말은 해두었지만, 확인하고 나니 재미가 있다. 하기사 나도 발표 후 그 책을 다시 꺼내보았으니, 왜들 이러나 싶지는 않다.

대통령이 그 책을 '또' 읽는다니 한편으로 우려스럽고, 한편으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려스러운 것은, 설마.. 혹시.. 대통령이 이순신과 자신을 동일시하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김훈이 그려낸 이순신에는 분명 거부하기 힘든 매력과 카리스마가 있다. 변명하지 않고, 피하지 않고, 열세인줄 알면서도 일자진으로 적을 맞아야 하는 운명을 받아들이는 영웅의 모습이 있다.

헌데... 대통령은? 무인이 아니라, 정치인이다. 이순신이 혐오해 마지 않던 '정치'를 하는 사람이다. 내가 생각하는 정치인은 자신의 뜻을 펼치기 위해 사람들을 설득하고 자신의 신념을 전파하고 이의 관철을 위해 나름의 정치 시스템에서 통할 수 있는 힘을 모으는 사람이다. 민주주의에서의 힘이라면 의정의 좌석수도 되겠고, 선거에서 지지하는 유권자수도 되겠고, 물론 광화문에 촛불을 불러모을 수 있는 힘도 포함될 것이다.

이순신은 자신의 부하들을 이끌 수 있었는지 몰라도 조정의 정치인들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지는 못했다. 누군가를 처형한 날 일기에도 '아무개가 군령을 어기기에 베었다'(끝). 자신과 정을 통한 여인의 시체를 눈앞에서 보고도 '내다 버리라'고 명령하는 무심한 사람이었다.

난 이런 대통령을 원하지는 않는다.

지금의 현 상황은 모두 대통령이 의도하고 기획한 것이다! 라는 황당한 주장을 믿지 않는다면 여기에 오기까지 대통령도 일정한 부분의 책임이 있다. 자신의 신념을 펼칠 수 있는 (현 시스템에서 통하는) 정치적 힘을 가지지 않은 책임이다. 이 부분에 대한 성찰이나 전략 없이 다시 대통령 자리에 돌아온다면 끊임없는 정치적 공방 속에서 또 다시 위기를 맞이할 수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 대통령이 "<칼의 노래>를 다시 읽겠다"라고 언론에 발표한 것 자체는 높은 수준의 정치적 행위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시점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정치적 '신'의 경지에 이른다. ^^;)

사람들의 뇌리 속에서 '노무현=이순신'이 등치되는 순간 '노무현을 탄핵시킨 야당=이순신을 끌어내리고 귀향보낸 정치 모리배들'이 되어버린다. <칼의 노래>는 1인칭 주인공 시점의 소설이기에 그를 귀향보낸 이들의 입장은 살필 필요가 없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읽기에 그 책을 읽게 된 많은 사람들 역시 <칼의 노래>를 다시 읽는 노무현 대통령의 속내만을 헤아릴 뿐, 그 이상은 필요치가 않은 것이다.

우쨌든 <칼의 노래>라도 잘 팔리니 다행이고.. ^^; (탄핵 이후 인터넷 서점 매출 OO% 하락-.-) 대통령이 그 책을 통해 원칙과 소신의 힘, 그리고 나라를 운명을 자기 것으로 받아안는 소명의식만을 배웠으면 좋겠다. 변명하지 않음(변명.. 말구 변론, 또는 해명이 필요할 때는 적극적으로 해야..), 대의만을 생각하느라 작은 것들을 보살피지 않음(많은 사람들은 작은 것들에 울고 웃고 한다는 것을 깊이 인식하시고..) 같은 것들은 배우지 않았으면 한다.

** 토요일 광화문 집회에서 무대에 설치된 스크린에 이순신 장군의 동상이 몇차례 비쳤다. 그리고 사람들은 열광했다. 히야.. 이건 뭘까? 아이러니다. 과거 '말많은' 문인들에 맞서느라 박정희 대통령이 만든 동상이 바로 광화문의 이순신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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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우산 2004-05-10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순신 동상에 그런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군...
 

집에 일찍 들어와 TV 뉴스를 보고 있자니 오늘도 역시 어지러운 뉴스들이 난무한다. 촛불집회를 둘러싼 논란과 강금실 장관의 탄핵 취하 발언, 야당들의 자충수 - 방송사 편파 보도 항의와 여론조사 조작 의혹 제기 -, 대통령 변호인단 인선 등...

그중 요즘 뉴스메이커로 떠오르는 몇몇 여성들에 대한 뉴스가 사람들의 관심을 모은다.

여성들이 뉴스 메이커로 떠오르는 건 좋은데, 듣고 있자면 가끔씩 심기 불편한 일이 생긴다. 여전히 여성들을 바라볼 때 남아 있는 성적 편견이 드러나기 때문일 것이다.  

SBS 뉴스에서는 한나라당 대변인이 된 전여옥씨와 열린우리당 대변인인 박영선씨를 붙여 뉴스 한 꼭지를 만들었다. 둘이 학번도 같고 같이 기자 경력을 시작했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둘다 여성이라는 것을 이유로 맞불을 놓은 것이다. 요즘 현안에 대한 두 사람의 생각을 번갈아 교차하여 내보냈는데.. 이건 내가 보기에 오바다.

과연 두 사람이 상대당 대변인의 발언과 자신의 발언을 나란히 교차 편집한다는 것을 미리 알았따면 인터뷰에 응했을까 싶다. 나라면 결코 응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에. 게다가 그 뉴스 꼭지 다음에 앵커가 한 말이 압권이다. 두 사람이 화려한 언변으로 앞으로 정치판을 '요리'해 줄것을 당부한다, 뭐 이런 요지였다. 앞뒤말은 잘 기억이 안나지만, 앵커가 '요리'라는 단어에 특별히 힘을 주었다는 것만은 기억한다. 두 사람의 성별이 여성임을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상기시켜주는 친절한 앵커다.

따지고 보면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생각과 이념을 갖고 각자 살아온 언론인 출신 대변인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 둘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하는 일마다 말마다 사사건건 비교되고 트집잡힐 것이다. 물론 가만히 있어도 튀기 십상이 그 바닥에 들어갔을 적에는 그 정도의 각오는 하고 있었겠지만 말이다. 

오늘 강금실 장관 관련 뉴스만 해도 그렇다. 강금실이 탄핵 취하 발언을 했다고 해서 '노무현 대통령과 금슬이 좋다'는 식으로 비아냥댄게 도대체 누군가? (어떤 인터넷 뉴스 사이트에서 슬쩍 헤드라인만 봐서 정말 잘 모른다..) 잘못이라고 생각하면 장관으로서 혹은 법조인으로서의 강씨만 비판하면 될 일이지, 금슬 어쩌니 하는 말에 갖다 붙이는 것은 요즘 뜨는 말로 '비열한' 은유 방식이다.

추미애 의원 역시 탄핵 표를 던진 193명 중의 한 사람으로 비판 바당 마땅하나, 마초들의 성적 폭언까지 참고 들어야 할 이유는 없다. 어쩌다 그녀가 등장하는 뉴스를 읽고 나면, 차마 눈뜨고는 보기 힘든 심한 욕들이 댓글로 우르르 달려 있다.

시국이 시국이다보니 중차대한 뉴스들이 넘쳐나지만 난 여전히도 이런 부분에 민감하다. 주말에 간 집회에서 사회를 본 최광기씨가 "여기 모두다 아는 욕 중에 가장 심한 욕을 마음껏 몇 초씩만 해봐라"라며 유도를 했더니 진짜 심한 욕들이 나오려고 했다. 그때 권해효씨가 마이크를 들어 "내가 호주제페지운동 홍보위원이다. 심한 욕을 하더라도 여성비하적인 의미가 있는 욕은 하지 말아달라"고 중재를 해주어 향후 몇 초간 일어날 일에 경직되어 있던 내 마음을 안심시켜 준 일이 있다.

욕심내지 않겠다. 하나씩 좋아지겠지. 정치판에도 재계에도 어디에도 여성들이 많이 진출하여 뉴스거리가 되지 않을 날이 오기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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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4-03-17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요, 여성들이 많이 진출해야 합니다. 그런데 주변 여성분들을 보면 후보가 여자란 이유로 표를 안던지는 일이 많더군요...

sunnyside 2004-03-17 2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그래요? 그건 어떤 이유일까요.. 고민해 봐야 하는 부분이 있겠네요..

조선인 2004-03-31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성비하도 여성비하지만 쓸데없이 학교 끌어다붙이는 거 정말 짜증납니다. 전여옥이 이대나왔다니, 역대 영부인이 이대 나왔다니 하며 학교 망신시키는데, 울화통이 치밀어요.

sunnyside 2004-04-02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그 학교, 망신당할 일이 또 있었죠. -.- 김용서 교수... 정말 대단한 냥반이시더군요. 그분이 배포하셨다는 문건을 읽어봤는데요.. 하나의 현상을 놓고 저리도 생각할 수 있구나.. 놀랍기도 하고, 나 자신을 다잡게도 되고.. 그랬습니다.

조선인 2004-04-08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윽... 또 아프신데를 찌르시는군요. ㅠ.ㅠ 그 자식 학교다닐 때도 아주 악연이었는데 지금껏 얼굴에 똥칠시키네요. 후배들이 강의실 앞에서 침묵시위를 했는데 무척 호응이 좋았다고 합니다. 다만 조교가 와서 좀 뭐라고 그랬다는데 그걸 가지고 연합뉴스에서는 시위때문에 선생님이 수업에 안 들어오신다고 수강생들이 항의했다는 식으로 보도했더군요. 정말 어이가 없어서... 우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