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마태우스님이 ID 에 대해 쓰신 글을 보고 나도 내 ID 에 대해 쓰고 싶어졌다.
 
알라딘에 들어오며 메일 계정을 만들 때에는 회사에 입사하기 전부터 고심을 했었다. 회사에 가면 새로운 이메일을 만들 텐데 뭐라고 할까? 그 전처럼 바보처럼 짓지는 말자. 그래서 난 내 이름도 연상되고 뜻도 좋고 이래저래 무난한 sunnyside 라는 ID 를 생각해 낼 수 있었다.
 
나의 첫번째 ID 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언니의 부탁으로 언니의 친구가 인터넷을 깔아주러 우리집에 왔다. 아무 생각 없이 옆에서 작업하는 것을 지켜봤는데 넷츠고라는 서비스에 등록하며 ID가 필요하다고 했다.
 
아, ID... identity? 이렇게 중차대한 결정을 지금 내려야 한단 말이지? 옆에선 낯선 사람이 ID를 뭘로 할 거냐 질문을 던져놓고 대답을 기다리는데 난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몇 분을 생각했지만, ID 를 정하는 일은 내게 너무나 어려웠다.
 
끝내 스스로 생각하지 못한 난, 결국 난 컴퓨터 위에 있던 플라스틱 휴지걸이에 눈이 갔다. 곰돌이가 그려 있었고 'beani'라고 씌여 있었다. 그래서 내 ID 는 'beani'가 되었고 이미 'beani'가 등록된 곳에서는 'beaniii'가 되었다.
 
후에 내 ID 에 대해 한참을 생각했다. 난 결국 나 자신을 나타내는 단 하나의 단어를 찾지 못했고, 고작 휴지걸이에 쓰여진 글자로 내 ID로 정했다. 내가 싫어하는 나의 모습 - 소심함, 결단력 부족이 그대로 드러난 것 같아 기분이 우울해졌다.
 
그 뒤 난 누군가에게 내 ID, 그리고 그에 담긴 내 이면을 털어놓았다. 내 이야기를 들은 그는 나에게 '너는 여성이다. 여성은 여러 곳의 성감대를 가지듯(남성이 한 군데에 집중된 데에 반해) 여러 개의 역할과 정체성을 가질 수 있다. 고로 제한적인 단어로 자신을 표현해야 하는 ID가 너에게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뤼스 이리가레이라는 여성학자가 이에 대해 얘기한 바 있으니 참고해보라'고 말해주었고, 나중에 그의 논문을 출력해 주기까지 하였다.
 
난 감동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내 소심함과 우유부단함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내 ID 는 멋드러진 여성학 이론과 어우러지며 여성 고유의 multiple identity의 표상이 되었고, 그 뒤로 난 내 ID 를 사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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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4-09-11 2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아....멋진 분을 곁에 두셨네요. 지성을 저렇게 적시에 제대로 풀어낼 수 있는 사람....소중히 여기세요.^^
그리고, 서니사이드...밝고 귀여운 님에게 참 잘 어울린답니다.^^

sunnyside 2004-09-11 2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소중한 인연이었는데, 지금은 끊어졌답니다. 아쉽죠. ^^;
절 밝고 귀엽게 봐주시니, 제 ID 가 자기 몫을 다 하고 있는 것 같아 기특하네요. ^^

mannerist 2004-09-11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People Call Me Lucid! => 줄여서 pcmlucid 쓰던 어느날 곰브리치 할배의 서양미술사 책을 뒤적이다 탄생한 아이디가 mannerist랍니다. 평생 흉내쟁이 이상은 못 될 매너 팔자랑 딱 맞아떨어지는게. 근데 sunnyside님 ID가 훨씬 더 멋져요. 뜻으로도 통하고 음운학(맞나?)적으로도 통하지 않습니까. 핫핫. 부럽사옵니다.

넋두리_솔직히 sunnyside 들을 때마다 계란후라이가 생각납니다. -_-;;;;;;;
자박 들어갑니다. 퍼퍼벅~ 아령들고 부들부들 떨고 계신 아리따운 손 편히 수이시길.
잘못했어요. ㅜㅡ

sunnyside 2004-09-11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 사실 sunnyside 에는 계란 노른자 의미도 있어요. 난 계란 노른자를 좋아했는데, 언니는 안 먹었죠. 계란 하나를 삶으면 나는 노른자, 언니는 흰자를 먹곤 했어요. 뭔가 사물의 정수 같지 않습니까? 내 생물학 지식이 맞다면 닭이 되는 건 노른자, 흰자는 노른자가 닭이 되기 위해 필요한 영양분일 뿐이잖아요. (아님 말구요. ^^;)

mannerist 2004-09-12 0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빔밥의 친구 sunnyside up! 아니겠습니까. 밥먹기 싫어하는 얘들에게 간장과 더불어 친근한 존재이기도 하구요. 오늘도 조카놈 둘이 놀러왔는데 그 맛난 보쌈(!)을 안먹기에 결국 매너가 계란후라이에 간장 해서 밥 비벼먹였다죠. -_-v

둘 다 영양분이고, 노른자와 흰 자 사이의 희멀건 끈이 귀여분 병아리가 되구, 고놈이 자라면서 단백질 덩어리인 흰자와 노른자를 먹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핫핫. ^^;;;

sunnyside 2004-09-12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여? 이거 아는 체 함 해볼라다가 스타일 구겼네요. 에구에구~ ^^;

sunnyside 2004-11-05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때 말한 뤼스 이리가레이의 논문에 바로 이런 구절이 있었다고 한다.

"여성은 하나도 둘도 아니다. 거칠게 말해, 그녀는 한 사람 혹은 두 사람으로 동일시될 수 없다. 그녀는 모든 충분한 정의에도 저항한다. 더욱이, 그녀는 어떤 "적합한" 이름도 가지고 있지 않다.(CS: 26)"
 

10시부터 지기 서재에서 온라인 실시간 퀴즈 대회가 열린댑니다.

한 문제 당 도서생활권이 만원, 만원~ (사행심을 조장하여... ^^;)

유럽의 도박사들도 이 대회의 우승자를 쉬 점치지 못하고 있다는데...

마니들 참여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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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04-08-19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초긴장상태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누구죠??
노브레인서바이버에서 스피드퀴즈를 하려면 눈이 똥그래지고 숨도 안쉬는....
갑자기 이름이 생각안나네요....^^
ㅎㅎㅎ
지금 밥먹다가 뭐하는건지??
이러다 시간 놓쳐서 또 울겠어요..ㅎㅎ

sunnyside 2004-08-19 0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문천식이요. 동생이 만식이죠. 그 표정 정말 웃긴데..

아영엄마 2004-08-19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니사이드님.. 응원해 주셨는데 한 번도 일 등 못했어요.. 머리회전도 늦고 손도 안 따라줘서... 그래도 님의 응원이 큰 힘이 되었답니다! 고마워요~~

책읽는나무 2004-08-19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문천식!!
헌데 지금 젝 그문천식의 눈풀린 모습 딱이네요..ㅠ.ㅠ
문제 넘 어렵고 힘들었어요!!
손이 떨려서리~~~~
검색이 안됩니다요...ㅠ.ㅠ

ceylontea 2004-08-19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시 것은 깜빡해서... 후반부에 참여했는데.. 정말들 빠르시죠??
2시엔 회의가 없었으면 좋겠고..
오늘 지현이는 10전에 재운다.. 아니면 11시이후에 재운다...
아니면... 아빠가 재운다가 될 것 같아요... 히히

sunnyside 2004-08-19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님, 기회가 두번 더 있잖아요. ^^ 도서생활권이 그리 멀지 않습니다. 화이팅!!
책읽는나무님, 자자~ 긴장 푸시고 스트레칭 하시면서 2시를 기다려 주세요. 책읽는나무님도 화이팅 하시구요. 두 분 다 응원해도 괜찮지요? 문제는 많으니까요. ^^

sunnyside 2004-08-19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론티님, 한문제만 맞춰도 성공하시는 거니까요. 회의 있어도 5분 늦으시고, 첫 문제 맞추고 들어가세요. ^^ 건투!!

sooninara 2004-08-20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써니님..응원 감사..^^ 13일의 금요일 문제는 '번개'라고 했는데 틀렸어요..
말벌보다는 번개가 더 극적이고 드라마틱하죠?
 

앞으로 몇 시간만 기다리면 올림픽 예선 3차선 한국과 말리의 대결이 펼쳐진다. 한-멕시코전이 끝나던 순간부터 기다리던 한-말리전. 말리 선수들이 유연하고 개인기도 끝내준다던데… 오늘도 한국 선수들은 멋진 경기를 펼칠 수 있을까?

글 깨나 쓰는 사람 중 축구를 좋아하는 팬이라면 누구든 축구의 매력을 언어로 표현하고 싶어 안달을 하는 것 같다. 그만큼 축구는 단순히 재미있는 스포츠를 넘어서는 무엇인가가 있다. 당대의 문장가라 불리는 김훈은 이 축구의 묘미를 멋드러진 글로 표현해 낸 적이 있다.

“공으로 싸우고 공으로 노는 모든 경기들 중에서 축구의 공은 가장 인간의 몸과 가깝다. 축구의 공은 그 경기를 하는 사람뿐 아니라 보기만 하는 사람들이 몸으로 이해할 수 있는 속도로 움직인다. 농구나 핸드볼의 공도 인간의 몸에 가까운 공이지만, 그 공은 보는 사람의 몸이 수용할 수 있는 한계를 넘는 속도로 움직인다. … 월드컵 스타디움에서 환호하는 관중들은 자신의 국적의 자부심을 환호하기보다는 인간의 몸의 정직성을 환호하는 것이다. 내가 축구를 좋아하는 까닭은 인간이 기어코 땅에 들러붙어서 땅 위를 달리며 발로 차는 경기이기 때문이다…”

 

 

한국에 김훈이 있다면 해외에는 에두아르도 갈레아노가 있다. 그 역시 축구가 전문이 아닌 남미의 대표적인 좌파 지식인인데 이채롭게도 <축구, 그 빛과 그림자>라는 수필집을 남겼다. 아주 옛날 내가 쓴 알라딘 리뷰를 보면 이 책에서 뽑아낸 주옥 같은 문장이 있다.

* 선수 : 마을 사람들은 그를 우러러보며 부러워한다. 프로 축구 선수는 공장이나 사무실에서 구출된 것이며, 사람들은 즐기기 위해 그들에게 돈을 낸다. 복권에 당첨된 것이다.

* 골키퍼 : 그는 항상 혼자다. 시합을 항상 멀리서 지켜봐야 하는 신세다. 골대에서 움직이지 않고 세 개의 통나무 사이에 홀로 서서 자신에 대한 총살이 집행되기만을 기다려야 한다.

* 팬 : 해가 떨어지고 나서야 팬들은 겨우 자리를 뜬다. 텅 빈 스타디움에는 어둠이 내리 깔린다. 스타디움은 홀로 남게 된다. 팬 또한 자신의 고독 속으로 되돌아가서 '우리들'이었던 존재에서 '나'의 본모습으로 회귀한다.

* 주심 : 주심은 땀을 뻘뻘 흘린다. 다른 사람들의 발 사이를 오가는 하얀 공을 끊임없이 쫓아다녀야 한다. 주심도 당연히 그 공을 가지고 게임을 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그에게는 그러한 축복이 허용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지 그 곳, 공이 굴러다니고 날아다니는 그 성스러운 녹색의 장소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는 온갖 모욕과 욕설, 돌팔매와 야유를 감내할 수 있다.

내가 보기에 축구가 매력 있는 까닭은 가장 단순한 룰이 지배하기 때문이고 가장 과격한 공놀이이기 때문인 것 같다. 축구는 손을 제외한 신체 기관으로 공을 몰고 가 상대편 골문에 넣으면 된다. 물론 농구도 핸드볼도 마찬가지지만 둘 다 손만으로 공을 몰아야 한다. 손보다는 덜 섬세하지만 훨씬 강력하고, 뇌의 컨트롤을 종종 벗어나는 다리는 그것을 핑계로 허구헌날 부딪히고 걸고 넘어진다.

그런데 이렇게 단순한 룰의 축구도 살펴보면 어이 없는 규칙이 있다. 바로 ‘오프사이드’다. 내가 내 공을 몰아서 상대방의 문전까지 왔으면 넣어야지, 왜 공을 넘겨주고 나와야 할까? 상대수비가 나보다 늦은 게 왜 내 잘못이란 말인가?

그런데 이게 제대로 궁금한 사람이 또 있었던 모양이다. 오죽하면 한 권의 책으로 썼다. <오프사이드는 왜 반칙인가?>. ‘근대 축구 탄생의 사회사’ 란 부제가 붙어 있는 이 책을 보면 오프사이드가 생겨난 원인과 역사에 대해 장황하게 쓰고 있는데 대충 이런 내용이다. 축구는 언제부터인가 이기는 게 목적이 아니라 오랫동안 즐기는 것이 목적이 되었다. 이러한 축구의 재미는 여럿이 한데 얽혀 뒹구는 데 있는데 오프사이드가 없어져 버리면 누군가가 이 패거리들 사이에서 공을 멀리 빼내 버리기 때문에 재미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결국 오프사이드는 경기의 신사다움 – 상대편이 여기까지는 쫓아와 주셔야 제가 골을 넣는 것이 덜 송구하옵니다 - 과는 전혀 거리가 멀고 오히려 얽혀 뒹구는 ‘남자다움’을 유지하기 위해 만든 규칙이라는 것이다.

 

얼추 찾아보니 축구를 문화사적, 사회사적으로 풀어놓은 책이 꽤 많은 것 같다. 그 중 어제부터 읽고 있는 책이 <축구의 사회학>인데, 제목에서 각오하는 바처럼 책장이 술술 넘어가는 부류는 아니다. ^^;

몇 장 읽지는 못했지만 흥미로운 대목이 가끔 등장한다. 축구는 혁명의 적일까? 동지일까?축구라면 환장을 하는 나라, 이탈리아의 움베르트 에코는 “과연 월드컵이 벌어지는 일요일에 무장투쟁이 가능한가? 축구 경기가 있는 일요일에 혁명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하지만 책의 저자는 스코틀랜드와 파라과이의 예를 들면서 축구경기가 반정부 집회로 돌변한 예를 들고 있다. 또한 축구가 종교의 대체물인가 하는 질문에는 ‘갈등과 일치의 의식’ 이라는 측면에서 축구가 종교와 유사한 점이 많다고 주장한다. 의식이 벌어지는 경기장, 서포터와 선수들의 영적 교감 행위, 재능이 뛰어난 선수를 신격화 하는 경우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이 책을 보면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의 축구 문화에 대해서도 짧은 코멘트가 있다. 영국에서 비롯된 유럽 축구는 나름대로 긴 전통과 역사가 있으니까 사회적 계급적 종교적 국가적 측면에서 여러 고찰점이 있는데, 한국과 일본에서는 오로지 ‘집단적 사회 단결과 화합을 증진’ 하는 특징만을 지닌다는 것이다. 하긴 우리나라에 아직까지 지역 연고로 하는 프로리그가 유럽만큼의 인기를 끌지는 못한다. 오로지 A매치, 국대 또는 올대의 국제경기만이 온 국민을 들끓게 하는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이제 네 시간 후면 또 다시 이 나라는 축구의 열기에 휩싸이겠지. 그리고 내일이면 졸음을 참지 못하고 괴로워하는 직장인들이 여기저기…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일 졸려서 업무에 차질이 있을지라도(꼭 차질을 빚겠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 국가와 민족이라는 허위의식에 빠져 어리석은 아우성을 친다 하더라도, 다국적 기업이 쳐 놓은 스포츠 마케팅의 덫에 빠져든다 할지라도 난 몇 시간 후 축구를 볼 거다. 나 역시 허위의식의 위로가 필요한 소시민이며, 스포츠라는 대리전을 통해 폭력에의 욕망을 해소하는 가련한 진화의 산물이기 때문인가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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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nerist 2004-08-17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운동 하는 거나 보는 거. 둘 다 별로 안 좋아하지만 그에 대한 글과 노래를 읽는 건 재밌더군요. 그래도 언젠가 위성방송을 통해서 본 리버풀의 응원가 you never walk alone를 구장을 꽉 채운 사람들이 환장하며 부르는 장면은 뭉클. 했던게 기억납니다. 이상하게도 월드컵때보다 더요.

그나저나, 매너 동갑내기 축구선수 오웬은 지구 지키러 갔더군요. 레알 마드리드에 -_-;

찌리릿 2004-08-18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갑자기 새벽까지 안자고 축구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불끈~
하지만.. 나는야 착실한 직장인.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서 열심히 일해야쥐.. ㅋㅋㅋ

2004-08-18 00: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sunnyside 2004-08-18 0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너님, 오웬이 레알 마드리드에 갔나요? 이런... 별루네요. 앗! 경기 시작했다. ^^

sunnyside 2004-08-18 0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찌리릿님에게만 보이기, 제가 언제 '잠 안자고' 기다린다고 했을까요? 저 자다가 이제 일어났어요. 죄송 ㅋㅋ

진/우맘 2004-08-18 0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야......서니님....오랜만에 나타나서 지성을 뽐내시고~~~~^^
 

얼마 전 지하철을 타고 집에 가다가 역 하나를 지나쳐 갔다. 이 책 <달리, 나는 천재다!>를 읽고 있었기 때문이다. 책이 그렇게 정신 없이 재미있냐고? 뭐, 정신 없이 재미있을 정도는 아닌데, 하필이면 내가 그때 이 대목을 읽고 있었다.

"늘 그렇듯 아침을 먹고 나서 15분이 지나면 나는 귀 뒤에 자스민 꽃을 찬찬히 꽂는다. 그리고 볼일을 보러 나선다. 그렇게 변기에 앉아 있으면 구린내 없이 큰 볼일을 완수할 수 있다. 좀 과장해 말하면, 화장지의 향내와 자스민의 꽃 내음이 공간을 온통 메워 주는 것이다. ... 게다가 오늘의 대변이야말로 얼마나 순수했었는지... ('순수한'이란 형용사는 바로 이런 경우를 위해 존재해 온 것이었구나 하는 깜찍한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

상상해보라. 천재 화가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살바도르 달리가 귀 뒤에 자스민 꽃을 꽂고 큰 일을 보는 광경을... 자신의 변을 '순수하다' '시원하다' 예찬할 정도이니 며칠에 한번씩 변과 일별하는 나로서는 존경을 거듭할 뿐이다.

살바도르 달리의 일기를 엮은 이 책, <달리, 나는 천재다>를 읽으면 기분이 유쾌해진다. 누구도 예상할 수 없는 괴짜였고 가끔은 주체할 수 없는 광기에 휩싸여 있는 그였지만, 내가 의외로 감명을 받는 부분은 이런 거다. 건강한, 삶의 환희에 넘치는 달리를 만날 때.

매일 아침, 잠에서 깰 때마다 난 지고한 영혼의 기쁨을 느낀다.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난 그 기쁨의 정체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건 바로 살바도르 달리라는 인간이 됨으로써만 느낄 수 있는 기쁨이다. 기쁨에 겨워 난 자신에게 묻는다. '어떤 멋지고 황홀한 날을 살바도르 달리의 날로 정해야 하지? 그리고 사람들은 갈리(주;달리의 연인)나 달리처럼 되지 않고 대체 어떻게 살아갈 수 있는거지?

때로는 작품이 원활히 진행되지 않아 막힐 때도 있지만, 달리는 그때마다 자신에게 주문을 건다.

"지나치게 신중했던 탓인가. 그림의 오른쪽 허벅지 부분이 턱없이 빈약해졌다. 그래서 자꾸 덧칠을 하다가 그만 그림을 망치고 만다...

참, 이건 극비인데,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화가인 나, 달리가 그림을 그리기 위해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조차도 모르고 있다. 하지만 바로 지금, 그 깨달음의 문턱까지 왔으니, 기대하시라. 어느 날 갑자기 고대 그리스의 작품을 능가하는 대작 한 점을 '뚝딱' 내놓게 될지 누가 알쏘냐. ... 바보 천치들은 다른 사람들을 선동하며 외쳐 대는 충고처럼 나 자신도 그리 행동할 줄 알았겠지? 허나 이는 모르시는 말씀! 난 전적으로 예외적인 존재라는 걸 여태 몰랐수?"

난 지금 달리적 사고를 배울 필요가 있다. 조금은 뻔뻔하고(사실은 많이), 조금은 스스로를 과장할 줄 아는( '과장'을 지상 최대의 미덕으로 여기는...) 그런 달리를 배우고 싶다. 소심하고 조급하고 걱정 많은 나와는 안녕.

난 이제 달리의 친구가 될 거다.


<기억의 永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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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rysky 2004-07-06 0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리에 대해 많은 선입견을 가지고 조금은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면 저도 그와 조금쯤은 친해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

다연엉가 2004-07-06 0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지금 님의 글을 보고 한 번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sunnyside 2004-07-06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tarry sky님, 전 달리를 잘 몰랐답니다. 괴상한 책 표지의 주인공으로만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그에게 선입견을 가질 기회가 없었죠.. 달리에 대해 많이 알려 주세요. ^^
책울타리님, 감사합니다. 그런데 제 글을 다시 읽어보니 달리의 일기를 마치 자기계발서 읽듯 읽었더군요. '예술의 정수' 같은 건 거들떠도 안보고, 읽고 싶은데로 원하는 메시지만... ^^; 하지만 책울타리님이 읽으신다 해도 후회는 안하실 거에요.

진/우맘 2004-07-06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 달리...굉장히 재미있는 친구(?)네요.
서재폐인 진/우맘에게 갑자기 스치는 생각....달리가 서재를 꾸몄다면, '재미있는 넘'으로 분류되어 인기가 많았을까요...아니면 '깨는 넘'으로 분류되어 왕따를 당했을까요???^^;;

sunnyside 2004-07-06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달리가 이 일기의 내용으로 글을 쓰고, 자신이 그린 그림을 이미지로 올렸다면, 아마 인기 폭발이었을걸요. 하지만 약간의 안티팬이 있을 수도 있겠네요. '똥'얘기가 너무 많고, 당최 '겸손'이란 걸 모르거든요.

sooninara 2004-07-07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의 말태우스님 같은데요^^

sunnyside 2004-07-07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수니나라님, 사실 저도 그렇게 생각을 했답니다. ^^

2004-07-12 12: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우리는 그(김씨)의 가족에 애도를 표명한다"면서 "이 악한 자들은 우리의 일을 막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정부가 이런종류의 테러리즘에 직면해 계속 확고부동한 태도를 견지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노 대통령이 자유세계는 이 야만적인 사람들의 잔인한 행위에의해 협박당할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할 것으로 희망한다"고 말했다.

==============================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이고... 내 잘못은 없고, 죽인 놈들이 잘못한 거고... 사람 하나 죽었다고 똘마니 짓하던 한국놈들, 혹시 토라지면 어쩌나 걱정했드만 그런 건 아닌 것 같아 다행이고... 똘마니 하나 잘 키워놓으니 이리 뿌듯하네... 앞으로 또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르니까, 맷집이나 키워놔라... 이런 거냐?

XXX, 치욕스럽고 또 치욕스럽다. 우리는 초상을 당하고도 마음껏 울 수 없는 치욕스런 나라의 국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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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4-06-23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시....야만적이고 잔인한 행위를 시작한 건 바로 자네라네....

마태우스 2004-06-23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 말입니다. 그런 나라에 사는 게 부끄럽습니다.

비로그인 2004-06-23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근이지... 노통이 그 힘없는 사람들의 마지막 발악 따위에 협박당하겠냐... "파병 안하면 우리 주한미군 다 뺀 다음에 항모 한 두세대 끌고와서 북한하고 전쟁할지도 모르는데..."라는 잘난 니네놈들의 헛기침에 협박당했으면 당했겠지. 나라꼴이 제대로 돌아갈려면 무조건 통일부터 하고 봐야할 터...

sunnyside 2004-06-23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게 말입니다. 나같은 우매한 국민은 도저히 알 수 없는 그눔의 '국익'.. 그게 무엇이길래, 이리도 치욕스런 나라에서 오늘 하루를 연명하고 있는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