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쇼크, 다가올 미래 - 초대형 AI와 어떻게 공존해야 하는가
모 가댓 지음, 강주헌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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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가 대중에게 널리 이용되면서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관심, 나아가 인공지능 자체에 대한 기대와 경각심 등의 복합적인 감정이 다시 한번 폭발하는 시기가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그 열기가 한풀 꺾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어쨌든 이 시점에서 지혜로운 사람은 이 최신 기술을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수단으로 잘 활용할 것이고, 어리석은 사람은 별 관심을 두지 않거나, 아니면 놀라거나 신기해하기만 하다가 그 기술이 주도하는 세속의 흐름에 휩쓸려 살아가며 점점 더 자신의 삶에 대한 주도권을 잃게 될 것이다.

모 가댓의 『AI 쇼크, 다가올 미래』는 현시점에서 인류가 인공지능에 대해 어떤 생각과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를 인간적인 관점에서 제시하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은 어려운 기술 용어를 나열하거나 복잡한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사를 시시콜콜 다루지 않는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이 책은 인류에게 위기도 될 수 있고 새로운 번영의 기회가 될 수도 있는 인공지능을 어떻게 하면 되도록 인간에게 이롭고 선한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을지에 대한 저자 나름의 고민을 담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가 바라보는 인공지능에 대한 이미지가 흥미롭다. 우선 저자는 인공지능을 ‘초능력 외계인’과 ‘미성숙한 아이’라는 이중적 존재의 관점으로 접근한다. 근본적으로 다양하고 압도적인 초능력들을 지닌 외계 생명체 같은 존재가 돌봄과 교육을 받아야 하는 미성숙한 형태로 지구에 떨어졌다. 인간은 이 미지의 존재가 인간과 인공지능 양쪽 모두에게 파괴적인 결과를 불러오지 않도록 양육할 임무를 맡게 되었다. 인간은 ‘좋은 부모’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이 럭비공 같은 존재가 초래할 위기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인공지능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이 사람들에게 있음을 알려준다. 한때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들이 기대와 다르게 인간 사회의 어두운 민낯을 여지없이 드러내는 결과를 보여주어 황급히 서비스가 중단되는 사태를 우리는 목격한 바 있다. 이를 통해 저자는 인공지능이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의 핵심 변수가 인간이 제공하는 자료에 있음을 지적한다. 왜냐하면 인공지능은 어떤 의미에서 인간이 낳은 자식이고, 자식은 부모를 닮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자식의 능력이 시간이 지날수록 인간 존재의 능력을 상회할 것이며, 인간이 결코 따라잡을 수 없는 탁월함을 취하게 될 거란 사실이다. 이 차이는 인간의 창의성이나 상상력에 근거한 희망이나 장밋빛 전망을 무색하게 만들 정도일 것이다. 따라서 저자가 보기에는 지금 시점이, 다시 말해 아직 어린아이라고 할 수 있는 인공지능이 바른길을 따라 정상적인 성장을 할 수 있도록 교육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이 책이 취하는 흥미로운 또 하나의 확장적 관점은, 존재의 보편성이라는 측면인데, 과거 인간이 인권을 확대하고, 권리의 측면을 여성과 동물과 생태계에까지 확장한 것처럼, 기계에게도 그 보편성을 적용해야 하지 않을까, 라는 문제의식이다. 이처럼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은 인간의 번영이나 위기의 관점을 넘어 더 큰 틀에서 인간에게 새로운 인식의 변화를 요구한다는 점에서 더 큰 중요성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 네이버 「디지털감성 e북카페」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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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루스의 교육 - 키로파에디아 현대지성 클래식 51
크세노폰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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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인 중에서 성경, 그중에서도 구약성경 후반부의 이스라엘 패망과 이후에 전개되는 부분을 유심히 읽어본 사람이라면 상당히 흥미로운 인물을 만나게 된다. 바로 ‘고레스 왕’이라는 인물이다. 개역개정 성경에서 ‘바사’의 왕 ‘고레스’로 번역되는 그가 바로 페르시아의 키루스 대왕, 이 책에서 크세노폰이 역사상 가장 뛰어난 통치자로 평가했던 그 사람이다. 선민사상에 따른 타 민족에 대한 배타성이 특징이기도 한 유대인에게조차도 위대한 인물로 평가받는 그는 성경 세계를 넘어 포괄적인 인류 역사에서도 매우 주목할 만한 리더십을 보여준 인물임을 이 책은 보여주고 있다.


저자 크세노폰은 인간의 본성을 미루어볼 때 사람을 통치하는 일은 너무나 어렵다고 생각했다. 차라리 짐승을 통치하는 것이 더 쉽다고 표현한 것을 통해 인간의 통치 행위라는 것이 얼마나 지속되기 어렵고 무너지기 쉬운 것인지 그 속성을 정의했던 것이다. 하지만 지난 역사를 통해 그 법칙을 깨는 인물 하나를 발견했으니, 그가 바로 페르시아의 키루스 대왕이었다.

키루스 본인이 미처 다 돌아보거나 만나보지 못할 정도로 광대한 지역, 사람들로부터 두려움을 느끼게 하고 복종하게 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 요인은 무엇이었을까? 저자 크세노폰은 그것을 키루스가 받은 교육에서 찾는다. 그래서 이 책은 키루스가 과연 어떤 교육을 받았기에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통치자가 될 수 있었는지 탐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키루스 자신의 성품이나 자질, 그가 품은 야망 등 타고난 개인적 요소들도 그의 주요 성공 요인이기는 했지만, 외부 요인이라 할 수 있는 교육의 차원에서 가장 특징적이었던 것은 페르시아의 교육 시스템이 법률에 따른다는 것이었고, 이 페르시아 법률의 특징은 공동체의 이익을 우선한다는 것이었다. 이는 동시대의 다른 나라들과 차별화되는 점이었다.


이 책은 한 국가 또는 제국의 독특한 교육관, 교육철학, 교육체계를 보여준다. 페르시아의 교육 시스템은 한 사람의 남성을 올바른 시민 또는 군인으로서 국가와 사회에 이익이 될 수 있는 훌륭한 사람으로 자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소년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생애 주기의 단계를 세심하게 나누어 마지막 순간까지 명예로운 인생을 살아갈 토대를 만드는 특징을 갖고 있다. 물론 귀족 신분에 한해 경험할 수 있는 특권이기는 했지만 통치자 또는 리더의 기본 사상과 행실을 이타적 관점에서 바라보게 하는 훈련을 시킨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 책은 키루스 대왕의 통치자 혹은 리더로서의 탁월한 인생 스토리를 엿볼 수 있는 재미도 있으나 그 역시 한계가 있는 한 사람의 인간일 뿐임을 보여준다. 결국 그가 통치하던 기간 동안에는 이상적인 국가 통치 체제를 유지할 수 있었으나, 그의 사후 벌어진 페르시아의 내부 분열과 쇠망 과정은 인간의 선한 의지 또는 집념이 대를 이어 유지되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다시 한번 확인해주는 시간이기도 했다.

* 네이버 「디지털감성 e북카페」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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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뼈, 드러난 뼈 - 뼈의 5억 년 역사에서 최첨단 뼈 수술까지 아름답고 효율적이며 무한한 뼈 이야기
로이 밀스 지음, 양병찬 옮김 / 해나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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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에 대한 이미지를 떠올리면 우선 긍정적인 느낌은 아닐 것이다. 우선 우리의 삶을 지탱해주는 가장 중요한 인체 요소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드러나는 경우, 예컨대 사고나 사건으로 인해 뼈가 외부로 노출되는 경우 중 좋은 기억으로 남을 만한 일이 있을 리가 없다. 소중한 것은 잘 보이지 않거나 인지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의 대표적인 예로 뼈를 들 수 있을 것이다. 더군다나 뼈와 연결된 가장 대표적인 이미지는 죽음이다. 그래서 약간은 거부감이 먼저 일어난다. 하지만 문화에 따라 뼈는 일상에 가장 밀접하게 관여하고 있는 생활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로이 밀스 박사의 『숨겨진 뼈, 드러난 뼈』는 우리가 좀처럼 인식하지 못하는, 특별하게 주목하지 않은 뼈에 대해 제목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숨겨진 부분과 드러난 부분으로 크게 구분해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를 제공한다. 책을 포함해 뼈와 관련한 대중문화 콘텐츠라면 주로 범죄와 관련된 내용이 많았던 것 같은데, 이렇게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역사와 문화, 의학적인 범주를 아울러 하나의 뼈 관련 이야기를 흥미롭게 엮어낼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고 그 탁월한 글솜씨에 부러움을 느꼈다.

1부 ‘숨겨진 뼈’ 부분에서는 주로 의학적 관점에서 뼈의 문제를 다룬다. 그렇다고 해서 막 어렵거나 복잡한 이야기는 아니다. 이 파트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뼈의 회복력과 관련된 것이다. 특히 요즘 ‘회복력’, ‘회복탄력성’ 등의 주제가 많이 언급되고 있는데, 뼈야말로 손상된 부분을 회복하고 복원하는 능력에 있어 가장 먼저 다뤄져야 할 대표적인 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뼈 속에는 조골세포와 파골세포라는 것이 있는데, 한창 성장할 시기인 인간의 몸에서, 또 질병이나 사고를 통해 손상된 몸에서 이 두 세포는 뼈의 성장이나 회복을 도모하기 위해 꾸준하고 일하고 있다. 적절한 파괴와 조성을 통해 우리 몸의 뼈가 지금의 모습을 형성하고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2부 ‘드러난 뼈’에서는 고인류학에서 패션, 비즈니스, 생활도구 등에 이르기까지 인류 문화의 다양한 측면에서 인류가 뼈를 어떻게 활용해왔는지 보여준다. 특히 고인류가 주목하지 않다가 그 실용성이 인지되면서 다양한 도구로 활용하기 시작한 이래로, 종교적으로 복을 가져다주는 일종의 부적처럼 여겨지기도 하고, 동물의 뼈에서 추출할 수 있는 원료가 상업적 가치가 있다는 점을 확인하면서 다수의 동물들이 멸종되거나 멸종 직전까지 가는 위험을 초래한 일 등이 뼈를 둘러싼 또 하나의 큰 이슈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숨겨진 뼈, 드러난 뼈』의 문장은 경쾌하다. 결코 쉽거나 가볍지 않은 주제이지만 작가의 유머러스한 감각을 통해 독자로 하여금 주제의 묵직함을 친근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글솜씨가 탁월하다. 반대로 방대한 양의 참고문헌 목록을 통해 이 책이 흥미롭고 재미있기만 한 내용이 아니었음을 확인하면서, 대중성과 교양, 전문성을 훌륭하게 조화시킨 멋진 과학서적 한 권이 탄생했음을 알 수 있었다. 많은 독자들이 이 책을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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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키피아 (양장, 한정판)
아이작 뉴턴 지음, 박병철 옮김 / 휴머니스트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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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가장 기다려지는 주말입니다. 거인의 어깨에 잠시라도 매달려 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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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현대지성 클래식 48
알베르 카뮈 지음, 유기환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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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랑 바르트는 『이방인』에 대해 “2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에서 나온 첫 번째 고전소설”이라고 평했다. ‘고전’이라고 평가받는 모든 책들은 보통 당대에 한두 번 읽히는 데서 끝나지 않고, 시대와 세대를 넘어 반복적으로 읽히면서 끝없이 재해석되며 그 생명력을 연장하고 있는 작품을 담고 있다. 『이방인』은 바르트의 예언적 평가대로 우리 시대의 고전으로 자리매김했다. 잊을 만하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라 사람들의 관심과 흥미를 유발한다. 그리고 그의 다른 작품들, 이를테면 『페스트』 같은 작품은 코로나 시대에 그 가치가 재조명되었다.

나의 『이방인』 읽기는 이번이 두 번째다. 고전답게 처음 읽었을 때와는 확실히 달랐다. 그 다름을 가능하게 한 외부적 요소 몇 개를 거론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다른 번역이다. 두 번째로 읽은 이 소설은 현대지성 클래식으로 나왔으며, 유기환 번역가에 의해 번역되었다. 이전에 읽었던 것은 서상원 번역가의 번역본이었다. 어떤 번역이 더 좋은지를 판단할 수는 없다. 다만 재독의 즐거움을 더해주는 데 있어 다양한 번역이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둘째, 현대지성 클래식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각주와 해설, 자료다. 현대지성판 『이방인』은 본편 앞뒤로 작품의 이해를 돕는 장치가 풍성하다. 앞쪽에는 동일한 번역가의 초판본 번역과 개정판 번역에 대한 옮긴이의 말 두 가지를 비교해서 볼 수 있어, 이 작품에 대한 번역가의 기본적인 생각과 거의 10년에 가까운 세월 사이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엿볼 수 있다. 이는 원작에 대해 이방인인 독자들이 알베르 카뮈의 작품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는 가이드를 제시한다.

셋째, 이 작품이 나올 당시의 알베르 카뮈가 자신의 작품에 대해 어떤 감정과 생각을 품고 있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문헌자료가 첨부되어 있다. 이 글에서는 서구사회를 지배하고 이끌어온 기독교적 세계관이 어떤 방식으로 세상과 사회, 사람들의 의식을 왜곡하고 모순적으로 만들었는지 비판하는 시각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이 카뮈 소설의 핵심 주제 중 하나인 ‘부조리’라는 개념으로 승화할 수 있었던 개연성을 보여준다.

다음으로 작품 내에서 새롭게 눈에 들어왔던 요소를 풀어보려 한다. 이 작품에서 가장 많이 거론되는 부분이 바로 주인공 뫼르소가 사람을 죽인 이유로 강렬한 태양빛을 들었다는 것인데, 실상 다시 한번 읽어보니 그 문장이 그렇게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물론 ‘태양’, ‘더위’, ‘침묵’, ‘바다’ 등의 이미지는 중요한 상징적 의미를 지니지만, 그 문장 자체가 이 작품의 성격을 규정할 만큼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카뮈의 문체가 간결하고 단선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전체 맥락에서 파악되지 않으면 역시 큰 의미를 가질 수 없다. 하나의 문장이 이렇게 한 작품의 이미지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이방인』이 제대로 읽히고 있지 않거나, 읽었다 하더라도 자신의 독서가 아니라 타인의 독서와 감상에 기댄 비주관적 독서 행태의 결과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나 역시 그 행태에서 자유롭지는 못하다. 언제가 될지 알 수는 없지만 다음의 『이방인』 읽기에서 그것을 얼마나 극복했는지 확인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 네이버 「디지털감성 e북카페」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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