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핀 - 최고의 프로만 아는 성과 창출의 비밀
전옥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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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을 찾아 서부로 달려가던 골드러시 시대에 있었던 일이다. 더비라는 한 남자가 반드시 금광을 찾겠다고 결심하고 삽과 곡괭이를 들고 서부를 떠돌았다. 운이 좋았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더비는 광맥을 찾았다. 그런데 삽과 곡괭이로 파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그는 고향으로 돌아가 돈을 빌려 착암기 등 채광에 필요한 장비를 구입했다. 금광에서 채굴한 금으로 빚은 금방 갚을 수 있었다. 문제는 그 다음에 일어났다.
갑자기 금맥이 끊겨버린 것이다. 그는 포기하지 않고 끈기 있게 파내려갔다. 하지만 금은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결국 금이 없다고 판단한 그는 고물상에 장비들을 싼값으로 넘기고 고향으로 돌아갔다. 장비를 인수한 고물상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광산기사를 데리고 가 조사를 했다. 그 고물상은 더비가 포기한 지점으로부터 약 1미터 아래에서 수백만 달러어치의 가치가 있는 금광맥을 발견했다. 

마케팅과 조직의 귀재, 인생의 비전과 꿈을 이루는 성취의 비밀법칙을 전하는 전도사, 난해한 용어로 가득한 경영서적에는 나오지 않는 현장에서 ‘일’과 ‘성취’라는 씨름상대와의 샅바싸움에서 이기는 법에 대한 직설적인 이야기를 전해준다는 평을 받고 있는 저자 전옥표. 저자는 경영, 자기계발서적에 자주 등장하는 ‘1미터만 더’ ‘조금만 더’ 라는 제목을 갖고 있는 더비의 안타까운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더비는 결단력도 있었고 끈기도 있었고 심지어 운도 있었지만, 그 원인을 (나폴레온 힐의 글을 인용하면서) 지질의 단층에 대한 지식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만약 지질의 단층에 대한 지식이 있었다면 금이 나오지 않는 지층은 금광맥이 시작될 전조임을 알았을 것이라고 한다. 또는 자신의 지식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고물상처럼 전문가에게 물어보았을 텐데 그러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성공을 눈앞에 두고도 실패한 직접적인 원인은 지식의 부족이었다.

위의 사례를 통해 내가 느낀 점은 전문가라면 전문가답게 끊임없는 지식탐구와 변화하는 상황에 맞게 뒤처지지 않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내가 모르면 묻고, 배우고, 익혀야하지 않겠는가? 다른 책에서 본 내용이지만, 인간관계에 대해서 누구보다 독특한 철학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완전히 고개를 숙이고 납작 엎드려야 해요.”
자신보다 뛰어난 인물을 만나거나 배울 것이 있는 사람을 만났을 때 그렇게 한다는 말이다. 자존심이고 뭐고 다 팽개치고 오로지 한 사람에게 견마지로(犬馬之勞)를 다한다는 것이 그의 철학이다. (사실 난 아직 이 경지의 변방에도 못 간다)

저자는 잠든 의식을 깨우고, 열정을 불어넣어주는 국내외의 수많은 사례를 소개해주고 있다. 매스컴을 통해서 익히 알게 된 함평군의 나비축제 이야기 역시 내 생각의 패러다임을 바꿔주는 계기가 되었다. 이석형 군수가 취임했을 때 전남 함평군의 상황은 최악이었다. 재정자립도는 10퍼센트를 간신히 넘겼고 이를 해결할 돌파구도 보이지 않았다. 함평군 사람들은 자신들의 고향을 천연자원, 관광자원, 사업자원 등이 없는 3무(無)의 고장이라고 불렀다. 그렇다고 다른 시도를 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 대다수 사람들의 생각이었다.

이 군수는 먼저 이 패배감부터 없애야 한다고 판단했다. 공무원들을 포함한 군민들은 ‘어차피 우리는 안 된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이 말을 바꾸는 것이 먼저였다. 이 군수는 ‘어차피’라는 말이 나올 때마다 ‘도리어’, ‘오히려’라는 단어로 바꾸라고 끊임없이 지시했다. 공무원들이 이 군수를 일컬어 ‘오히려 군수’라는 별명을 지어줄 정도였다. 그런데 말이 바뀌자 생각이 바뀌었고 생각이 바뀌자 방법이 보였다. 함평을 알릴 수 있는 나비축제를 해보자는 아이디어도 생각이 바뀌었기에 나올 수 있었다. 제주에서 나비를 사들여 나비축제를 기획할 때만 해도 다른 시, 도의 비웃음을 샀다.
그러나 함평나비축제는 문화관광 최우수축제로 선정되었고, 자치단체 축제의 롤 모델로 꼽히며 함평의 복덩어리가 되었다. 함평군의 나비축제는 말버릇의 변화로 긍정적 사고를 하게 되면서 기획, 진행 될 수 있었다.

경영의 구루 피터 드러커는 ‘너무 쉬운 건데 왜 생각을 못했을까’라는 평가를 받는 혁신이 가장 훌륭한 혁신이라고 말했다. 가까운 것, 작은 것부터 실천해서 직접적인 변화를 일궈내는 것이 진정한 혁신이라는 것이다.

경영, 자기계발 분야의 책들을 읽다보면 잠시나마 힘이 솟는다. ‘그래 나라고 못할 것 있나. 나도 한번 해보자!’
그러나 이 마음이 결코 오래가지 않는 것이 문제다. 책 따로 나 따로 가 아니고 단 한, 두 가지 만이라도 직접 실천해봐야 그 맛을 알고 느낌을 알고 열매를 딸 수 있을 텐데, 나의 현주소는 그렇지 못하기에 나도 1m 앞에서 금맥을 놓쳐버린 더비와 다름없다.

‘이 책에 나온 것은 한 번 모두 따라 해보고 싶다. 실천하고 싶다.’
이 책을 내게 선물해준 지인이 한 말이다. 그분의 열정이 부럽다. 그래서 나도 내가 실천해야 할 부분에 밑줄을 그었다.
킹핀을 노려라 - 볼링에서 스트라이크를 얻으려면 눈앞에 가장 가까이 보이는 1번 핀이나 맨 뒤의 10번 핀이 아니라 1번과 3번 사이에 보이는 5번 핀을 노려야한다. 이처럼 문제의 핵심을 일컬어 ‘킹핀’이라고 한다. 킹핀은 변화의 촉발점이다. 킹핀을 모른 채 하는 일은총알이 없는 총으로 사격을 하는 것과 같다. 저자는 킹핀에 대해 이렇게 덧붙인다.
‘킹핀 이외에는 어떤 것도 양보하고 바꿀 수 있지만
  성공의 핵심인 킹핀을 결정하면 반드시 지켜나간다는 것이다.’ 

독일의 철학자 헤겔은 “열정이 없다면 결코 위대한 업적을 이루 수 없다.”라고 열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저자는 누구나 열심히 하는 시대에 이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한다. ‘핵심을 알고 공략하라’고 권유하고 있다. 문제의 해결방식을 찾는 차이점, 차별화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저자는 킹핀의 실행 솔루션을 5가지로 요약하고 있다.
첫 번째, 위기라고 선언하라. 문제의 본질인식부터 다르게 해야 한다.
두 번째, 문제에 이름을 붙여라. 잘못된 문제정의는 재앙을 부른다.
세 번째, 보이는 문제로 만들어라.
네 번째, 킹핀을 잡아라.
다섯 번째, 불도저처럼 밀어붙이지 말고 임계점을 자극하라.

저자는 「손자병법」에 나오는 전기의 경마이야기를 인용하면서 ‘고민’만 하지 말고, ‘생각’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생각은 머리를 써서 사물을 헤아리고 판단하는 것이다. 고민이 ‘쥐고 끌어안는 것’이라면 생각은 ‘풀어 헤치는 것’이다. 많은 리더들이 고민에 빠져서 문제를 회피하고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선택하여 보려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어떤 변화를 시도해보지도 않고 결과에 대해서 ‘당연히 그럴 것’으로 단정해버린다.
뛰어난 리더는 보고 싶지 않은 상황도 보려고 하며, 그런 상황에 부딪혀서 생각하고 변화를 추구한다.  문제 창조자가 되기 위해서는 불안감, 두려움,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생각하는 습관’을 체질화하여야 한다고 역설한다.
생각의 노트는 아이디어를 초월하여 즉시 실행할 수 있는 아이템도 포함 될 수 있다고 하는데, 나 자신을 돌아볼 때 나는 생각이라고 했지만, 거의 대부분이 고민수준이었다. 고민을 생각으로 바꿔야 하겠다.

약 10년 전 곁에서 잠시 모셨던 의학계의 원로 한 분이 계셨다. 대학병원장을 역임하셨던 신경외과학회의 어른이신데, 젊은이들과의 대화와 어울림도 좋아하시면서 다른 사람들이 당신을 찾아오기 전에 먼저 다가가셨던 참 소탈하신 분이셨다. 그분에게 배운 점이 많지만, 이 책을 읽으며 문득 그 어르신이 생각났다.
내게 친절에 대한 개념정의를 새롭게 해주신 분이다. 인사만 잘하고, 환자에게 미소를 짓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지적해주셨다. 그것은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서 가장 기본적인 것이고, 보다 중요한 것은 질 높은 전문성이라는 것이다. 인사만 잘하고 치료가 형편없다면, 인사는 잘 못해도 전문성 있는 치료가 더 낫다는 것이다. 물론 이 두 가지를 다 겸비할 수 있다면 진정한 ‘친절’의 평가를 내릴 수 있다고 강조하셨다.

같은 이야기를 저자에게서도 듣는다.
 “서비스 담당자들에게 요구되는 친절이라는 개념을 생각해보자. 그냥 웃고 인사만 잘하는 것이 친절인가? 그렇지 않다. 그 정도의 친절은 기계도 할 수 있다.
손님이 묻는 질문에 정확하게 대답할 줄 알고, 용모도 단정하고, 예의바른 것이 첫 번째다.
두 번째로, 손님의 욕구를 눈치로 파악하고, 묻지 않아도 이런저런 상품이 있다고 구매를 유도하는 것이다. 손님 입장에서 자신이 말하지도 않은 욕구를 해결해준 직원에게 감동하는 것이 진정한 친절이다.
기업경영의 최우선 목표는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내고 반영하여 고객 니즈를 충족시켜주는 것이다. 고객의 욕구를 파악하는 보편적인 방법은 소비자의 소리를 듣는 것이다. 이 때 세 종류로 구분해서 들을 줄 알아야한다.
첫 번째, 소비자가 입 밖으로 하는 소리.
두 번째, 소비자가 굳이 표현하지 않는 소리.
세 번째, 소비자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소리다.”


책에선 실제 저자가 대기업에 입사한 시절부터 임원이 되기까지 직장생활 중 그의 생각과 실천, 성공사례들이 중간 중간 실려 있다. 남의 이야기만 나열했다면 이 책도 다른 경영분야의 책들과 차별점이 별로 없었을 텐데, 본인의 진솔한 이야기가 참 좋았다.
저자가 입사5년차가 되었을 때 나름대로 위기감을 느끼면서, 경력도 중요하지만 본인의 몸값을 올려놓아야겠다는 생각에 죽기 살기로 외국어(일본어)에 매달렸던 이야기나, 독종소리를 들어가면서 평일에는 회사 일에 몰두, 휴일과 퇴근 후에는 개인의 역량강화를 위해 체계적으로 공부를 해나갔던 이야기. 전국에서 최하위인 ‘꼴찌조직’의 수장으로 부임해서 혁신을 주도. 10여 년간 최하위에 머물렀던 그들을 3년 만에 1등으로 변화시켰다는 이야기는 실질적으로 가슴에 와 닿는 내용들이다.        
저자는 겸손하게 ‘운이 좋았다’고 표현했지만, 결코 운만으로 그리 된 것이 아니라는 것은 그 때 함께 했던 직원들이나,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이라면 공통적으로 느끼게 될 것이다. 
책에는 언급이 안 되었지만, ‘나를 따르라!’고 손짓만 하는 리더가 아니라 ‘따라 오도록’이끌었던 리더였으리라고 내 마음에 그려진다.
또한 ‘감성경영’‘지식경영’을 실천했기에 가능했으리라 판단이 된다.

나의 ‘생각’이 ‘고민’의 옷으로 바꿔 입기 전에, 문제의 핵심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해결방식을 찾아 실행하는 과정을 이뤄나가는데 큰 도움이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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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보다는 소설에서 배워라>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경영학보다는 소설에서 배워라 - 명작에서 훔친 위대한 통찰
안상헌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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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책을 읽어도 각기 읽는 사람에 따라서 그 맛이 다르게 느껴진다. 무엇을 느끼는가? 문장의 기술인가? 등장인물들의 각기 다른 성품인가?  저자는 책을 읽으면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나의 모습, 너의 모습이 어떤 융화를 만들어가며 살아가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미 경영은 경영학 전공자와 경영분야의 전문가들의 영역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인생도 경영이다. 그래서 ‘인생경영’이란 말이 만들어졌다.

소설의 특징은 다양한 인물들의 등장 속에서 빚어지는 갈등이다. 그러나 그 갈등을 갈등으로만 그칠 것이 아니라 긍정의 모습, 너와 내가 함께 호흡하며 살아가는 공동체 속에서 합일점을 찾고, 나 자신이 겉돌지 않는 삶을 살아가기 위한 방법을 찾는 것이 지혜로운 소설 읽기 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는 ‘명작에서 훔친 위대한 통찰’이라는 책의 부제처럼 폭 넓은 독서와 깊이 있는 성찰을 통해 그의 생각을 독자들에게 조분하게 들려주고 있다.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소설을 통해 ‘인생의 힘든 순간을 견딜 수 있는 가치를 발견할 수 있고, 일상에 가로막힌 자기 삶의 새로운 영역을 펼쳐 보일 수 있다’라는 믿음으로 책을 선정하고, 글을 썼다고 한다.

책의 내용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부조리한 현실 속에서도 자신의 소명을 발견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을 극복한 계기를 찾아본다. 2부에선 우리 시대에 새롭게 정립해 보아야할 일의 자세와 기술을, 3부에선 삶의 방식을 개척해 낸 사람들을 통해 구체적인 삶의 방식을, 마지막 4부에선 인간의 마음과 세상의 이치들을 말해주는 책들을 살펴본다.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을 소개하면서, 카프카가 그의 일기에 남긴 글을 인용했다.
“나의 머릿속에 있는 세계는 놀라운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나를 해방시킬 것이며, 나를 괴롭히지 않고 어떻게 그것들을 해방시킬 것인가?”
카프카 자신이 해방구로 택한 것은 글쓰기였다. 그러나 그 자신을 괴롭히지 않고 그것들을 해방시키길 원했으나,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밤잠 안자고 흰 새벽을 맞이하도록 글을 쓴 카프카는 사무실(법률사무소)에서 근무 중 몇 번이나 꿈을 꾸면서까지 졸았다. 급기야 이 이야기가 그의 아버지 귀에 들어가고 그의 아버진 노발대발 화를 냈지만, 카프카는 이렇게 쓴다.
‘그러나 나는 오늘밤에도 계속 쓸 작정이다.’
덕분에 우리는 그의 글들을 읽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읽혀질 것이다.

저자는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를 펼치면서, 미로를 탈출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태세우스는 아리아드네로부터 배운 대로 그 미로에 실타래를 이용하여 들어가고 나오는데, 미궁에 빠진 우리의 삶을 돌아볼 때 꼭 필요한 것은 이 아리아드네의 실(Thread of Ariadne)같은 것이 아닐까 ? 라며 질문을 던지고 있다.
저자는 자문자답하길, 그의 실타래는 독서였던 것 같다고 한다.
책을 읽으며 용기도 얻고 미래도 생각하게 되었고 꿈도 구체적으로 변해갔다고 한다. 삶의 고비마다 책이 가야할 길의 이정표로 실타래처럼 길을 밝혀줬고, 돌아가야 할 때에는 도돌이표처럼 성찰의 표식을 남겨 주었다. 그동안 읽었던 한 권 한 권의 책들이 보이지 않는 끈으로 이어져 그를 지탱해주고, 그의 길을 알려주었다고 밝힌다.
그러면서 저자는 독자들에게 우리의 일상을 유지해주고 인생이라는 여행길에서 길을 잃지 않게 방향을 제시하는 길잡이가 되어주는 실타래, 그것을 찾아보기를 권유하고 있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 (‘희랍인 조르바’라고도 번역되기도 함)
그리스의 문학가이자 혁명가였던 카잔차키스의 역작인 ‘조르바’를 저자의 시각을 빌려 다시 접한다. 여담이지만, 내게도 조르바의 그 열정을 잠시라도 빌리고 싶어서 인터넷 어느 동호회 카페에서 닉네임을 ‘조르바’라고 쓴 적도 있다.
조르바는 카잔차키스 일생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친구이자, 스승, 동업자였던 실존인물이다. 30 여 년 전 이 책을 읽고 그 후 몇 년 지나서 다시 읽은 책이기도 하다. TV에서 주말의 명화로 2~3번 보기도 했다. 성격배우 앤소니 퀸이 조르바 역을 맡았는데 참 적격이었다고 생각했었다.  
극중 ‘조르바 댄스’가 있다. 모닥불 주위에서 처음에는 조르바 혼자, 나중엔 책속에서 ‘나’로 상징되는 카잔차키스와 춤판을 벌인다. 춤이라기보다는 율동에 가까웠지만 그 음악은 가끔 내 머릿속에서, 가슴에서 오르내리곤 했다. 처음엔 차분하게 그러나 점점 빨라지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멈춘다. 이어지는 적막감.
‘조르바 댄스’를 듣다보면 M. Ravel의 'Bolero'가 연상된다. 그만큼 ‘애잔한 열정’이 스며있다. 나 역시 조르바를 통해 ‘자유’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지만, 이 책의 저자 역시 ‘자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마에는 '내 맘대로' 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고, 가슴에는 '자유를 위해' 라는 깃발이 꽂혔으며, 팔과 다리에는 ‘세상을 정복 한다’ 는 이상이 근육으로 뭉쳐진 조르바.
자신 앞에서 당당할 수 있는 사람은 진정으로 자유로운 사람이다. 자신의 신념과 양심에 따라 삶을 돌파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르바는 삶을 통해 우리에게 묻고 있다.
“당신은 무엇을 향한 자유를 꿈꾸는가?”
저자는 경영학이나 자기계발서는 삶의 기술들만 풀어놓는 경우가 많지만, 소설을 비롯한 문학은 정답을 제시하는 대신 질문을 던진다고 한다. 저자 역시 한 권의 책을 소개하고, 정리한 끝부분에는 위와 같은 질문을 남긴다.

리처드 바크의 「갈매기의 꿈」
내가 오래전 읽은 ‘갈매기의 꿈’은 책의 절반 이상이 갈매기 사진이었다.
'Be' 라는 영화로도 제작되었고, 영화 주제가는 상당히 오랫동안 Radio에서 흘러나왔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스스로 중간 점검하기’를 배웠다고 한다.
나는 것은 갈매기의 권리다. 갈매기는 날아다닐 때 비로소 갈매기다.
날아야 자유롭다. 자유란 그 존재의 본질이라고도 표현된다.
저자는 묻는다. 인간의 본질은 뭘까?  아니 나의 본질은 뭘까?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고 그것을 할 때 자유롭다고 느끼는 것은 뭘까?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우리는 우리의 내면으로 시선을 돌려야한다고 권유하고 있다. 내면에 잠재된 새로운 가치를 찾고 그것을 중심으로 새로운 삶의 장을 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점에 공감을 표한다. 외부의 시선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해서 정작 내가 봐야 할 것, 소중하게 챙겨야 할 것을 놓치기 쉬운 우리의 일상에서 저자처럼, 저자의 방식대로 소설을 읽고 정리하며, 질문을 해보는 것도 나의 삶에 향기를 더해주는 계기가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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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그 후 - 10년간 1,300명의 죽음체험자를 연구한 최초의 死後生 보고서
제프리 롱 지음, 한상석 옮김 / 에이미팩토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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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세상에는 삶 뒤에 죽음을 생각하는 사람과 죽음 뒤의 삶을 생각하는 두 부류의 사람이 있다고 한다. 아무래도 죽음 뒤의 삶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종교를 갖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지금까지 죽었다 다시 살아난 사람들의 이야기 또는 영혼세계, 사후세계에 관련된 서적은 대체적으로 종교적 관점에서 종교가에 의해 쓰인 경우가 많았다. 이 책의 특징은 종양학 전문의인 저자가 보다 실제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연구 및 조사한 내용이란 것이다.
누구나 한 번은 가졌을 법한 궁금증들. ‘심장이 멈추고 뇌가 작동을 그만 둔 후에 우리의 의식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죽음은 과연 모든 것의 끝일까?’  ‘우리가 눈으로 보고 경험하는 이 세계 이외에 다른 세계는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등 영혼의 세계에 대한 궁금증을 저자 또한 갖고 있었다.

저자는 10여 년 전, 임사체험연구재단(Near Death Research Foundation)을 설립하고 전 세계 1,300여 명의 죽음체험자들을 대상으로 방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 책은 그 결과물이다.

아직은 임사체험에 대해 널리 통용되는 객관적 규정을 없다. 임사체험 연구재단에서는 임사체험의 2가지 구성요소인 ‘임사(near-death)’와 ‘체험(experience)’을 각각 정의함으로써, 그 규정을 시도했다.

우선, ‘임사’란 특정인이 육체적으로 위태로운 상태가 되어 여건이 나아지지 않아 죽음에 이르게 되는 순간을 가리킨다. 실제 ‘죽음 체험자’들은 대개 의식이 없고 심장박동이나 호흡이 정지해, 의학적으로 분명히 사망한 상태였다. ‘체험’은 그들이 임사상태일 때 일어난 것으로 ‘한정’했다. 또한 ‘체험’은 생생하게 기억나는 것으로 한정했으며, 단편적이고 혼란스러운 기억들은 제외했다.

- 임사체험자들은 무엇을 보았나?
아주 오래전, 약 30년 전쯤?  내 기억 속 한 에피소드가 떠오른다. 인간에게 영혼이 있다면, 그 영혼의 무게가 얼마나 될까?  어느 연구 단체에서 실험을 했다. 임종을 앞둔 환자들을 체중계가 부착된 침대에 뉘어 놓았다. 그리고 숨을 거두는 순간 체중의 변화를 기록했다. 그때 평균치로 산출된 영혼의 무게가 280g 정도로 기억하고 있다.
임사체험자들 대부분은 ‘유체이탈’을 경험했다. 수술 중 또는 사고로 인해 의학적으로 숨을 거둔 상태에서 체험자의 영혼은 몸에서 빠져나가 본인의 몸과 주변의 의료진과 가족들을 내려다본다. 더 나아가 간호사 스테이션이나 이웃까지 마실을 간다. 영혼이 빠져나온 상태에서 자기 몸과 그 주변을 360도 상태에서 보았다는 체험자도 있다.

터널로 들어가거나 터널을 통과한다. 그것도 매우 빠르게 지나간다. 그리고는 신비롭거나 눈부신 빛과 만난다. 죽은 가족, 친지, 친구들과 재회한다. 생전에 한 번도 만난 일이 없던 사람이 반갑게 맞이해준 일이 있은 후, 뒤늦게 가족 앨범에서 친지라는 것을 확인하는 경우도 있다.

- 무엇을 느끼는가?
모든 감각이 매우 예민하게 고조됨. 감정이나 느낌이 매우 격렬하고 대체로 긍정적인 마음. 시공간의 개념이 달라진 느낌. 주마등처럼 삶을 회고. 비현실적인 영역을 접함 등

- 다시 살아날 때 느낌은 ?
자의 혹은 타의에 의해 본인의 몸으로 되돌아온다. 영적세계에 남을 것인가? 몸으로 돌아 갈 것인가? 를 묻는 경우에 대부분 그 답변을 주저하게 된다. 그 이유는 그 빛의 세계, 영적 세계가 너무 좋기 때문이다. 평안함이 그 사람을 에워싸고 있다. 가족 또는 모르고 지냈던 영들이나 친지관계였던 영. 천사라 이름 붙일 그런 존재 등이 “아직은 때가 아니다!”라며 등을 떠밀어서 다시 본인의 몸으로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공통된 점은 본인의 몸으로 다시 들어갈 때 결코 좋은 기분, 기쁜 마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몸은 영이 거하는 집이라는 표현이 있다. 마치 내 집을 떠나 쾌적하고 평안한 곳에서 안식을 취한 후 답답하기 짝이 없는 옛 거처로 돌아갈 때 느끼는 그런 기분으로 이해된다.

저자는 연구를 통해, 임사체험이란 현재 삶의 ‘출구’이자 다음 삶의 ‘입구’라고 확신한다. 어떤 체험자는 이렇게 증언한다. “나는 수정(crystal)처럼 영롱한 그 빛을 보았다. 그리고 죽음 이후의 삶, 현재의 삶 이후의 세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압도 되었다. 죽음이 무엇이든, 그것이 두렵지 않게 된 것이 정말 좋다.”

죽음 체험자들이 만난 사람들 중 누군지 알 수 없는 존재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미 이전에 죽은 사람들이었다. 임상심리학에 보고된 바에 따르면, 꿈이나 환각상태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생존해 있는 이들이다. 이것은 임사체험을 꿈이나 환각과 구별 짓게 하며, 임사체험의 사실성을 더욱 뒷받침 한다고 한다.

재단의 연구결과, 죽음체험은 매우 강렬하며 놀라운 것이어서 그 체험이 끝난 후에도 체험자의 삶에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일관된 변화를 가져온다. 공통적인 현상은 죽음에 대한 막연한 공포가 줄어들며,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한 믿음이 커지는 것이다. 체험자들은 대부분 이전보다 사람들과의 관계에 더 집중하고 배려를 잘한다.
죽음의 손길이 스친 후에, 다른 사람들을 돕거나 치료하는 직업을 구한 경우도 발견됐다. 주변 사람들의 증인을 통해서 확인한 부분이지만, 때로는 180도 변해서 깜짝 놀랐다는 경우도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더 인간미가 넘치는 사람이 되었다는 의미다.

일상에서 영성을 체험하려면, 우리는 ‘인간의 몸’을 잠시 입고 있는 영적인 존재라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 바바라 드 엔젤리스 (Barbara De Angelis)

노벨상을 받은 존 에클스 경 (Sir John Eccles)은 의식을 연구하는 신경과학자였다. 그는 의식이 실제로 뇌와 떨어져서도 존재할 수 있다고 주장 했다. 에클스 경은 이렇게 말했다.
“과학적 환원주의로 인해, 인간의 신비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손상되었다고 나는 확신한다. 과학적 환원주의란, 궁극적으로는 정신세계의 모든 것을 뉴런(neuron)활동만으로 설명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물질주의를 기치로 한다. 그러나 그런 믿음은 오히려 미신으로 분류되어야 한다. 우리는 ‘물질세계에 존재하는 몸과 뇌를 가진 물질적 존재’인 동시에 ‘영적세계에 존재하는 영혼을 지닌 영적존재’라는 것을 알아야한다.”

이 연구보고에 대한 회의론자들의 반응을 본다.
회의론자들은 특히 삶을 회고하는 체험이 임사체험이 아니라는 반론을 내놓았다.
1. 삶을 회고하는 체험은 심리적인 방어기제일 뿐이다.
2. 삶을 회고하는 체험은 죽어가는 뇌의 ‘기억을 담당하는 부분’에서 방전이 일어나는 단락반응(Short Circuit)의 결과다.

저자는 위의 두 가지 회의적 반응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반론을 편다. 임사체험에 대한 대표적인 회의론자인 수잔 블랙모어(Susan Blackmore)박사는 삶을 회고하는 체험을 생명이 위험한 순간에 나타나는 심리적인 방어기제로 보았는데, 이들 방어 기제에는 ..‘이전에 즐거운 기억들로 퇴행하는 것을 포함한다.’
설명은 그럴 듯해 보인다. 그러나 임사체험에서 ‘즐겁지 않은’ 기억들을 만나는 부분에 달하면 그렇지 못하다. 만일 삶을 회고하는 체험이 일종의 심리적 도피라면, ‘즐겁지 않은’ 내용이 등장할 이유가 없다.

블랙모어 박사를 비롯하여 회의론자들은 발작들, 특히 측두엽 간질과 관련된 발작들이 회고 체험을 포함한 임사체험과 유사한 경험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여러 증거들은 이런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신경학자 에른스튼 로딘(Ernst Rodin)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30년간 전문직에 종사하면서 수많은 측두엽 발작 환자들을 보았지만, 발작에서 임사체험의 징후를 본 적이 없다.’

‘죽음은 어제의 우정과 내일의 재회를 연결하는 별빛 찬란한 다리이다.’  - 마크 트웨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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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 DNA>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매력DNA, 그들이 인기 있는 이유
SBS스페셜 제작팀 & 이은아.이시안 지음 / 황금물고기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매력(魅力) :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아 끄는 힘
             fascination ; charm

매력은 타고 난다 (0).  매력은 만들어질 수 있다 (0)
매스컴과 인터넷에선 누구는 호감, 누구는 비호감이라는 말이 자주 오르내린다. 호감형으로  불리는 사람은 행복하겠지만, 비호감으로 이름 붙여지는 사람에게는 사람을 만나다는 것 자체가 큰 스트레스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누군가에게 호감이 가는 사람, 매력적인 사람으로 비춰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매력적인 사람으로 비춰지지 않아도 좋으니, 그 반대 즉, 피하고 싶은 사람이 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은 누구나 갖고 있을 것이다.
「SBS 스페셜 ‘매력 DNA - 그들이 인기 있는 이유」가 방송된 후, 프로그램에 못 다한 이야기를 보태서 책으로 엮어 나왔다.

매력적인 사람이 꼭 외모가 아름다운 사람이 아니라는 말에 공감한다. 아무리 외모지상주의로 치닫고 있는 요즈음이지만 ‘매력’은 보다 복잡하다. 내면적이다. 꼭 집어서 이야기하기엔 부족한 점이 많다.

프로그램 제작진이 만난 여러 사람들 중 미국 보스턴의 터프츠 대학교 심리학과 날리니 암바디 교수의 연구 실험이 인상적이다. 성공하는 CEO의 얼굴을 일반 사람들이 가려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실험과정과 결과를 지켜본 제작진은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실험 참가자들이 단 몇 초만의 느낌만으로 뽑은 CEO는 실제 그들의 실적과 힘, 지배력, 그 회사의 실제 이익까지도 예측을 하고 있었다.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의 본능적인 판단은 우수했다.

실험결과에 대해 날리니 교수는 다음과 같은 가설을 세웠다.
“사람들이 성공하는 CEO의 얼굴을 판단하는 데에는 다른 사람들과 확실히 구분하는 기준이 있습니다. 그것이 카리스마 일수도 있고, 지배력일수도 있고, 결국 권력과 연결되는 어떤 것인데 사람들은 아주 짧은 시간 안에 그걸 알아챈다는 거죠.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우리는 반사적으로 능력 있는 사람에게 더 매력을 느낍니다. 이 미묘한 매력의 차이가 성공을 좌우하는 것입니다.”

저자들은 단순히 흥미로운 ‘매력’이야기만 풀어나간 것이 아니다. 좀 더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측면에서 매력을 해부하고 있다. 인지심리학에서 뇌의 정보처리 방법을 설명하면서 이성을 조절하는 대뇌피질을 통한 첫인상과 대뇌피질을 거치지 않고 바로 정서를 관장하는 편도체로 전달하는 경우의 설명 등이 그러한 예이다.

매력적인 사람으로 비춰진다는 것은 큰 이득이 될 수 있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적당한 실수는 애교로 봐주기도 하고, 단점을 공개하면 그 반대의 사람보다 점수가 감해질 확률이 낮다. 주변의 매력남, 매력녀를 살펴봐도 느낄 수 있는 점이지만 외모로 비춰지는 매력 포인트보다 더욱 중요하고 오래오래 가는 것은 그들의 성품이다. 책의 후반부엔 실제로 매력 있는 사람들로 불리는 인물들을 밀착 취재한 이야기가 나와 있다. 그 인물들의 공통점은 타인에 대한 배려, 경청, 소통, 미소 등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부분들이 그들의 매력 포인트를 만들어주고 있다.

SQ 라는 것이 있다. SQ는 Spiritual Quotient의 이니셜이다. 책에서는 유연한 사고와 확고한 자기 인식을 갖고 고통을 생산적으로 활용해 행동하는 사람이 SQ가 높다고 한다. 지수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누구나 갖고 있는 이 SQ. 그러나 매력적인 사람과 아닌 사람의 차이점은위에서 언급한 타인에 대한 배려, 경청, 소통, 미소 등이 자연스럽게 몸과 표정에 배인 사람인가, 아닌가의 차이. 덧붙여 이러한 점들이 타인에게 지속적으로, 한결같이 표현 될 수 있는가? 내 기분에 따라 변화무쌍하게 표현될 수 도 있고, 아닐 수도 있냐의 차이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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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기쁨 - 전 세계 유명작가 218명의 흥미진진한 집필 보고서 주니어김영사 청소년교양 8
롤프-베른하르트 에시히 지음, 배수아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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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작가에게 묻는다. “왜 글을 쓰는가?”
작가들에겐 이 질문처럼 난감한 것이 없다고 한다. 난감하다 못해 두렵다고까지 한다.
어떤 사람은 솔직하게 ‘먹고 살기 위해서’쓴다고 할 수 있겠지만, 어차피 글로 먹고 살만한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은 현실이기에, 숙명처럼 글을 쓴다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다. 속절없기에 더욱 더 사모하여 글을 쓴다는 시인도 있었다.

이 책을 쓴 사람은 함부르크 태생이다. 서평을 쓰는 비평가, 작가, 교수이다. 이 책을 쓰는데 2년이 넘게 걸렸다고 한다. 책 제목만 보면, 글쓰기의 텍스트 같은 느낌이 들지만, 그렇지 않다. 또 ‘글쓰기의 기쁨’이라니..천만에.. 기쁨보다는 절망적인 상황이 더 많이 소개되고 있다. 작가들이 불후의 명작을 탄생시키기까지의 과정과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비하인드 스토리가 많이 실려 있다. 글쓴이의 표현을 빌리면 ‘슬프고, 우습고, 분노하게 만드는 이야기들과 믿기 힘들 정도로 끔찍하고 드라마틱한 이야기들’이다.

글을 잘 쓴다는 것은 ‘재능’일까 ? ‘훈련’의 결과 일까 ?  나는 이 두 가지 모두 좋은 글쓰기의 중요한 요소라 생각하지만, 미국의 소설가 존 어빙은 훈련과 연습 덕분에 작가가 될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어빙은 어린 시절 난독증을 앓았기 때문에 꽤 오랫동안 읽기와 쓰기에 어려움을 겼었다. 대학에 들어가서도 끊임없이 책을 읽으면서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하지만 그러면서 그 단점 속에 숨겨진 장점을 발견해내기도 했다. 
“소설가에게 중요한 가르침이 되는 교훈을 얻었다. 앞으로 나아가라, 한 걸음 한 걸음씩, 하지만 절대 서두르지는 마라. 무엇 때문에 서둘러 학교를 졸업하려고 애쓰는가? 책을 빨리 완성하기 위해 서두를 필요는 또 무엇인가 말인가?” 1942년생. 현존하는 작가 존 어빙의 말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작가라는 호칭보다는 ‘문인’을 더 선호하는 것 같다. 글 쓰는 사람들에겐(작가가 되었든, 문인이 되었든 간에)또 하나 곤란한 질문은 “무슨 글(또는 책)을 쓰세요?”란다. 이럴 때 이렇게 대답하는 작가도 있다고 한다. “나는 장편 소설가이며, 시인이고, 단편 소설가이자, 드라마작가, 시나리오작가, 저널리스트, 에세이스트, 동화작가, 교양도서작가, 여행 작가 그리고 문학 작가입니다.”

문학에도 트렌드가 있다. 역사상 최고로 유명한 어떤 작가가 활동하던 시대에는 연극극본을 써야만 돈을 많이 벌고 이름도 날릴 수 있었다. 그러니 영국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희곡을 썼던 것도 놀랄 일이 아니다. 그보다 몇 백 년 전에는 기사의 서사시, 종교 혹은 세속시가가 중요한 문학 장르로 여겨졌다. 그 시절에는 작가들이 주로 그런 서사시나 시가를 썼다는 뜻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40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소설은 음란한 연애담이나 나오는 점잖지 못한 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니 내놓고 읽을 수 있는 책도 아니며, 소설을 쓰는 작가도 별로 없었다. 18세기에도 여전히 시와 희곡은 존경받는 문학이었다. 그런데 아주 서서히 근대소설이라는 것이 생겨나 독자들을 확보하기 시작했고, 19세기에 아주 중요한 문학장르로 자리 잡았으며, 20세기에 들어와서는 문학의 대표 장르가 되어 많은 작가들이 소설 쓰기에 집중하고 있다.

독자층이 두터운 작가들은 ‘다독가’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작가이자 열성적인 독서광에 사상가인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는 한 강연회에서 이렇게 표현했다.
“나 자신을 한마디로 표현해주는 말은 독서가입니다. 물론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나는 책을 쓸 용기까지 냈던 사람이지만, 그래도 내가 쓴 것들은 내가 읽은 글들에 비하면 참으로 보잘 것 없습니다.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선택해서 읽을 수가 있지만, 자신이 원하는 글을 쓸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죠. 자신의 능력이 허용하는 글을 쓸 수 있을 뿐입니다.”

이 땅을 거쳐 가고, 지금도 우리와 함께 호흡하고 있는 많은 작가들의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특히 그들의 필기구와 창작수첩에 눈길이 머물렀다. 지금은 대부분 컴퓨터 앞에 앉아서 작업들을 많이 하지만, 작가에게 글쓰기 도구란 요리사의 칼이나 시계공의 미세 드라이버처럼 중요한 것이다. 괴테 시절로 돌아 가본다. 그 당시 필기도구는 깃털 펜이었다. 괴테는 이런 글을 남겼다. “한창 밤의 숲속을 산책하는 것처럼 도취되어 시상을 떠올리고 있는데, 갑자기 펜촉이 기분 나쁜 소리를 내거나 잉크가 튀기는 바람에 몽상에서 깨어나고 집중도 사라져 버렸던 적, 그러면 막 조그맣게 탄생하려던 작품의 새싹도 저절로 질식해 버리고 만다.”
그래서 괴테는 그 당시 이미 생산되고 있었던 연필로 작업을 하게 되었다. 잉크와 종이를 자유롭게 사게 된 것은 19세기에 들어와서다. 그 이전에는 직접 잉크를 만들어 썼으며, 서로 잉크제조 레시피를 교환하곤 했다. 좋은 잉크는 흐름이 좋아야하고, 빨리 건조해야하며, 지속력이 뛰어나야했다. 즉 글자가 날아가 버리면 안 되고, 특히 곰팡이가 피지 말아야 했다. 예전에는 잉크에 곰팡이 피는 일이 자주 있었다.

타자기가 ‘장비’수준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자판을 한 자씩 내리칠 때 마다 손가락부터 팔꿈치까지 다 욱신거렸다. 그게 온전히 내 소유물이었다면 나는 손가락 대신 망치를 들고 자판을 내리쳤을 것이다.” (그나마 본인 소유도 아니고, 출판사에서 대여 해준 듯) - 잭 런던이 남긴 글이다.

오늘날의 작가들은 자신이 사용하는 컴퓨터를 ‘콤피’라는 애칭으로 부르거나 노트북을 ‘슐렙톱’이라고도 한다. 창작 수첩에 대해선 미국의 소설가 퍼트리샤 하이스미스가 한 말을 옮기고 싶다.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 나는 반드시 창작수첩을 마련하라고 권한다. 자주 밖으로 돌아다니면서 사용할거라면 최대한 부치가 작은 것을, 혹은 집에서만 일을 해도 될만큼 여유롭다면 큰 것도 상관없다. 갑자기 떠오른 생각이나 아이디어, 즉흥적인 기분을 나타낼 수 있다면 서너 개밖에 안 되는 단어라 할지라도 적어 놓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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