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파란여우 > 눈물이라니, 실존은 어금니를 깨물어야 한다구
오지리에 두고 온 서른살
공선옥 지음 / 삼신각 / 1995년 11월
평점 :
품절


오래된, 소멸의 지나간 고단했던 풍경을 바라보면서 현재 진행형의 나는 대체로 다음과 같은 심정을 갖는다. 첫째는, 아픈만큼 성숙해졌다. 둘째, 지긋지긋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악몽이다. 그리고 또 하나, 소멸은 되었지만 기억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만약에, 내가 아닌 제3자의 자세거나, 타자적 위치에서 이러한 고단했던 소멸의 풍경을 한꺼풀 걸러서 바라본다면 사람들은 무어라고 감탄적 형용사를 내뱉을 텐가. 아, 대단하다. 라고 말할 것인가. 그러나 이것은 배부른 식탁을 앞에 두고 포만감에 젖어있으면서 경계를 넘어 자신을 대신해서 고통을 겪은 사람을 향한 값싼 동경의 대상일 뿐인 요설이다. 최근에 그녀의 신작을 두고 세간에서는 상당한 호평을 계속 보여준다. 독자들은 책이라는 매개체를 통하여 대리경험을 하는 것이지만, 대리경험한 것만을 두고 저자의 뼈에 붙은 살점같은 체험을 두고 '대단하다'는 한마디로 호들갑을 떨 뿐이다. 그러므로 독자의 간접체험은 완벽하지 못하고 저자는 독자가 완벽한 체험에 근접하도록 최대한 심혈을 기울이는 법이다. 그러나 공선옥이라는 작가는 풍만한 호들갑을 떠는 간접체험자로서의 독자를 최대한 자신의 세계로 이끌고 가는 특별한 비법이 있다. 왜 그런가. 그녀에게는 도대체 무엇이 있어 가벼운 혀놀림을 연발 쏟아내는 얼치기 독자의 가슴에 멍 자국을 만드는 듯한 징 소리의 미어짐으로 탄식하게 만드는 것인가.

"그 해 여름 나는 시골 직행버스 안내원이었다."로 시작하는 1984년 여름. 광주 이야기를 풀어 나가면서 공선옥의 계간지와의 만남은 이렇게 출발한다. 그리고 그녀의 출신성분과 자전적 이야기인 <오지리에 두고 온 서른 살>을 읽으며 시대의 흐름이란 기록하는 자의 것이라는 명언에 추호의 의심도 없이 동의하게 만드는  공선옥의 소설에서는 하층민, 그리고 상처받은 여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그녀의 신산한 조각난 지난 세월의 흔적을 작가의 글에서 만나는데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러나 공선옥의 여주인공들은 괴로워하고 고통스러워하지만 끝내 자신을 표류속에서 난파되게끔 방치하지 않는다. 흔히 1980년대를 배경으로 씌여진 소설들이 그 후로 어떤 틀을 이어나가지 못한 것은 1980년대의 민주화로 명명되어진 '항쟁'을 다룬 이야기들이 화염병 몇 개를 던지는 현장에 있었거나, 주변의 친구들이 그런 투쟁을 하는 것을 목격했다거나 하는 자신의 시대적 체험을 부풀리기 방식으로 덧칠하는 진실의 과장이나, 포장 내지는 트릭을 쓰는 대체방식의 글쓰기를 눈요기로 보여 주었다는 일회성이라는 유한성때문이었다. 현장감을 상실한 글은 탄력성을 잃는다. 유동적인 흐름을 끌고 가지 못한 운동권 소설들은 지금, 어느 출판사의 지하 창고에서 썩고 있는지 모르겠다. 한 때는 이러한 글쓰기의 유형을 유행사조처럼 여기던 때가 분명히 우리에게는 있었다. 일회성 감각과 다작적인 양적 추구의 글쓰기의 사치스런 허영기는 단연코 공선옥의 절절한 체험 앞에서는 등을 보이고 사라져야 했을지도 모른다. 육체적 체험과 정신적 교감이 일치가 되는 글쓰기가 얼치기 독자에게 오래 애정을 받는 것은 이러한 정직성을 바탕으로 하는 투명한 글쓰기의 기본자세다. 그런고로 공선옥의 여주인공들은 비록 부평초처럼 지리멸렬한 한 순간을 휘청거리곤 하지만 반드시 어떠한 귀결점에 이르고 만다는 특성이 있다. 이 소설에서 공선옥은 두 여자를 상반된 위치로 설정했지만 사실은 한 남자로 인한 상처의 영혼을 소유한 인물로 그린다. 그리고 그녀들의 지긋지긋한 번민과 갈등, 아픔과 상처를 티끌 하나 남김없이 고스란히 독자에게 보여 줌으로써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당신이 은이라면?" "채옥이였다면?" 이런식의 신경세포를 부르르 떨게 만드는 질문을 독자에게 던지는 방식이 공선옥이 잔뜩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는 독자의 손목을 휘어잡고 끌어 당기는 소설 방식이다.

이 책을 읽다가 정말 화가 치밀어 한 대 갈겨주고 싶은 대목,
상훈이 현장활동으로 공장에 위장취업해서 들어갔다가 은이를 만난 후, 은이에게 결혼을 하자는 이상한 프로포즈 장면은 전통적인 지주계급의 우월성과 일방적인 자세를 볼 수 있다. "내가 뒤집어 쓰고 있던 이 질긴 지주 자본가 자식의 껍질을 나는 은이 너로 인해서 온전히 벗을 수 있게 되었다. 은이야, 나한테 오는 것을 주저하지 마라. 너는 내게 당당히 걸어와라."-(96쪽) 상훈은 에로스 없는 사상의결혼을 자신의 집 중농출신의 딸인 은이에게 제안한다. 에로스 없는 결혼이라니, 이게 무슨 신파조인가. 돈에 팔려가는 몸도 아니거늘 사상에 일방적인 녹아듬으로 결혼을 하라니. 그리고 스스로 당당해지라는 건방진 조언까지 서슴치 않고 해대는 꼴은 이미 이 결혼의 불길한 종말을 암시한다. 얼마 후 이 어처구니 없는 사상의 사생아같은 상훈은 무책임한 말로 또 한 번 자신을 합리화하는데 최선을 다한다. 물론, 이번에도 사상을 골자로 핑계되는 상훈의 요설은 가히 볼 만하다. "난 널 사랑할 자신이 없어. 결국 나란 놈은 한계가 있었어. 내가 은이 너를 사랑한다고? 내가 너와 결혼함으로써 나는 내아버지가 착취해왔던 네 아버지 진산에 대한 죄갚음이 되리라고 믿었는지도 모른다. 우스운 얘기다. 어차피 나란 놈의 가죽을 벗겨 보면 거기에는 더러운 지주의 피가 흐르고 있다. 끈끈하고 냄새나는 악질 지주의 피. 자본가의 피"-(99쪽) 스스로 자본가의 피를 더럽고 악질적인 피라고 규정하며 은이에게 제안했던 에로스 없는 결혼의 도망갈 구멍을 만드느라 여념이 없는 자학적인 사상의 쇼를 읽다보면 상훈이라는 인물의 책임감 없고 먹물의 허무맹랑한 이념의 헛구역질을 만나는 것 같다.

그러나 우리의 은이는 자신의 정직함과 투명한 삶의 자세에 관한 성찰적인 꼿꼿한 모습을 잃지 않는다. 세탁기가 없어 밤마다 늦게 돌아오는 남편의 최루탄에 절은 옷을 손으로 빨며 그녀는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그녀는 그 때 흘린 눈물의 성분이 최루탄때문이었는지, 세상으로 향하는 열정의 억눌림이었는지 도대체 그 무엇이었는지 모른다고 했다. 정말 몰랐을까. 그녀의 눈물은 자신을 향하는 단단한 다짐이었다. "니가 나를 택했던 시기의 섣부른 선택을 시행착오였다고 순순히 인정하고 너는 네 갈길로 가면 되는 거야"-(99쪽)두 아이를 데리고 그 후 작가 공선옥은 소설보다 더한 구질구질맞은 삶을 살았지만 끝내 상훈의 무책임함과 도덕적인 기만성에 끌려가지 않는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아, 통쾌하다. 그녀가 스스로의 삶에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모습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앞 부분에서도 나타나 있다. "적어도 나는 너보다 어른스럽다. 비록 환경은 너보다 형편없지만 너는 니 아버지가 주는 학비로 다른 사람이 해 주는 밥을 먹으며 학교에 다니고 있지만, 나는 내 스스로 살림을 하고 내 스스로 학비를 마련하고 내 스스로 밥을 지어 먹으며 학교를 다닌다. 나는 너처럼 감상에 젖을 한가할 틈이 없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너보다 우월하고 나는 너보다 잘날 여지가 있다. 내 삶이 너보다 곤궁한 만큼 나는 너보다 튼튼한 의식을 지녔으므로."-(18쪽)을 읽으면서 이십여년전에 안락하다 못해 삶이 나른하다고 푸념을 하던 내친구 K에게 던진 비수같은 나의 날카로운 말이 갑자기 한번에 다시 과거의 시점으로부터 날아와 확 꽂히는 것이다. 체험의 기억은 오랫동안 몸안에서 머물고, 먼 곳으로 달아나지도 않는다. 소멸과 생성의 법칙앞에서 이러한 주체적 의식의 발의는 지금도 가끔 욱신거리며 아퍼오고 공선옥의 저 핏발서린 서늘한 말은 몸서리 쳐질만큼 뜨거운 문장이다. 그리고 십년이 흐른 후 공선옥은 비참하리만치 처절한 여자로 그린 채옥과 오지리를 다시 찾고 떠나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이 난다. 그러나 은이가 자아성을 완벽하리만치 간직하고 있는 여성상으로 그린것에 비하여 채옥은 타자에게 끊임없이 상처를 받고 그것에 뒤틀리고 자아를 상실하는 불행한 여인으로 전락시키고 마는 공선옥. 그녀는 왜 그렇게 두 여성의 도식적인 그림을 상반된 위치에 그려넣었던 것일까. 오지리에 두고 온 서른 살의 기억을 여전히 글로 표현하는 작가에게 채옥의 세상으로부터의 기구한 치임은 작가 자신이 어쩌면 휘둘림을 당한 내면의 치유하기 어려운 깊은 상처의 또 다른 모습은 아닐까 싶은 얼치기 독자의 애매모호한 섣부른 추측일 뿐, 지금도 알 수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출처 : 알라딘도서팀 > [미리 보는 새책] 이상한 나라 앨리스 팬을 위한 희소식





올해는 앨리스를 좋아하는 한국의 독자에게는 각별한 한 해가 될 것 같습니다. 마틴 가드너의 <주석 달린 앨리스>가 4월에 출간되었고, 또 이 책이 출간될 예정이니까요. 존 테니얼의 삽화가 그려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있고, 로버트 사부다의 팝업북이 있고, <주석 달린 앨리스>까지 끝내 구입하셔서 '이제 앨리스는 그만!'이라고 공언하신 분들이라면 페이퍼를 읽지 마세요. 이번에 소개할 <이상한 나라 앨리스> Classic Illustration Edition은 정말 못견디게 가지고 싶은 책이니까요. 무엇보다 그림책에 욕심이 많으신 분이라면 첫눈에 반할 정도입니다. '그림없는 책을 무슨 재미로 본담'이라고 투덜거렸던 앨리스라면 이 책을 아주 좋아할 겁니다. ^^

마틴 가드너의 앨리스가 주석판 앨리스라면, 베틀북 클래식의 첫번째 권으로 6월 13일에 출간될 예정인 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일러스트레이션판 앨리스입니다. 20세기 초에 활동한 일러스트레이터들이 그려낸 앨리스의 다양한 모습들을 한 권의 책에 알차게 실려있습니다. <이상한 나라 앨리스>의 삽화의 올스타팀이라고 할까요? 또, 루이스 캐럴의 원문을 꼼꼼히 살린 점도 높이 평가할만합니다. 이미 원서로 많이 알려진 책이기도 합니다.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지 않는 사람에게 캐럴의 말장난은 아무리 노력해도 100% 이해할 수는 없을 겁니다. 저 역시 앨리스를 좋아해서 여러 번 앨리스를 읽었지만 솔직히 번역본으로는 캐럴의 '말장난'이 왜 재미있는지 모르겠더군요. 그리고 원서를 읽었을 때는 부족한 영어 실력과 배경지식으로 역시 그의 위대한 '말장난'의 맛을 알기는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캐럴의 책에는 '그림'이 있습니다. 온갖 기괴한 것이 출몰하는 이상한 나라를 여행하는 데에는 글보다는 역시 그림이 좋은 안내자이지요. 상상한 것 이상의 그림을 만날 때 삽화는 책을 이해하는 도구에서 한단계 업그레이드 되어 책을 새롭게 해석하는 틀이 되기도 합니다.

기존에 출판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는 주로 존 테니얼의 삽화를 만나셨다면, 이 책에서는 또다른 맛의 그림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존 테니얼은 물론 찰스 로빈슨, 아서 래컴, 윌리 포거니, 마거릿 태런트 등 20세기 초기에 활동했던 유명 일러스트레이터 29명이 그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그림들이 실려 있답니다. 고전적인 느낌의 그림, 푸근한 유화 느낌의 그림, 섬세한 그림, 기괴한 그림, 장난스러운 그림, 장식적인 그림 등 하나의 텍스트가 이렇게 여러가지 방식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도 참으로 놀랍습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출간된 이래 수없이 많은 일러스트레이터에 의해 그려졌습니다. 이 책은 비교적 옛날 일러스트레이터들이 그린 그림답게 고전적인 아름다움이 넘칩니다. 레이스, 부풀린 소매, 하얀 양산, 부드러운 금발 머리, 푸른 잔디밭에서의 티파티. 빅토리아 시대의 풍요로움과 우아함, 낭만이 넘친답니다. 특별히, 이 책에 수록된 일러스트레이터들은 명성에 비해 실제 작품으로는 만나기는 힘든 작가들이라 기쁨이 배가됩니다.

 
정말 유명한 앨리스의 첫장면. 회중시계를 가진 토끼의 뒤를 쫓아간 앨리스는 정말 '이상한' 나라로 빠져듭니다. 테니얼의 앨리스가 기괴했다면 첫장을 장식한 앨리스는 참 소녀답게 이쁩니다. 푹식해보이는 금발도 그렇고, 빨간 입술도 그렇고... 느긋하면서도 활동력이 있어 보이는 소녀네요.

 
아기가 돼지로 변해버렸습니다! 이 앨리스는 어떤가요? 앞의 아이보다 훨씬 도회적으로 보이는 여자 아이입니다. 소녀다운 나긋나긋하면서도 때묻지 않은 아름다움보다는 씩씩한 아이다움이 더 느껴지는 앨리스입니다. 여러 명작동화에 삽화를 맡은 아서 랙컴의 그림입니다.


 

아주아주 무례하고, 아주아주 어이없고, 아주아주 괴상한 티파티. 빈정거림의 명수 토끼와 제멋대로 매드해터, 그리고 잠꾸러기 도올마우스의 티파티에 버릇없이 끼어든 앨리스의 모습. 다들 이상한 구석이 많은 사람과 동물들이죠. 이상한 나라에서는 오히려 정상일수도 있겠군요.



가엾은 앨리스. 그저 장갑을 가져다주려고 했을 뿐인데 몸은 작아졌다 커졌다를 반복하고... 이 무슨 수난이랍니까. 동물들은 그저 웅성거릴뿐 뾰족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군요. 등을 보이고 있는 토끼가 바로 앨리스를 '메리 앤'이라고 부르며 장갑 심부름을 시켰던 그 정신없던 토끼겠지요.



상당히 독특한 느낌의 그림입니다. 20세기 초의 고전적인 느낌보다는 현대적인 느낌이 더 강해네요. 앨리스가 빨간 머리라니. 전형적인 영국 귀족 소녀였던 앨리스가 이 그림 속에서는 골목을 뛰어다니는 평범한 가정의 둘째딸처럼 표현되었습니다.

앤서니 브라운이 그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도 출간될 예정이라고 하니, 2005년은 정말 앨리스 팬에게는 최고로 즐거운 한 해가 -그러나 지갑은 한없이 얇아질- 될 것 같습니다.

-알라딘류화선(yukineco@aladin.co.kr)

*페이지 제작에 사용한 이미지와 새책정보를 제공해주신 베틀북 관계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전출처 : 알라딘도서팀 > [미리보는 새책] 김동성의 '나이팅게일'


작년 <엄마마중>이라는 코끝 찡한 그림책을 그렸던 김동성 씨의 새 작품이 5월 30일에 웅진주니어에서 출간될 예정입니다. '안데르센 걸작그림책'의 네번째 권으로 중국을 배경으로 하는 <나이팅게일>이라고 하는 짧은 동화를 그림책으로 옮겼습니다. 세상의 모든 보물을 다 가진 중국 황제가 나이팅게일과 친구가 되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로, 제목은 기억나지 않겠지만 왠만한 안데르센 동화집에는 꼭 수록되어 있었던 만큼 줄거리는 아마 알고 계실 겁니다.

안데르센은 <인어공주>의 첫문단만 읽어봐도 알 수 있듯, 묘사의 대가입니다. 그림보다 더 그림같은 묘사이지요. 마루야마 겐지가 <납장미>라는 작품에서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소설을 쓰겠다고 한 것처럼, 안데르센은 그림보다 더 그림같은 묘사를 이야기 속에 펼쳐보입니다. 안데르센의 묘사는 여백이 넉넉합니다. 읽는 사람의 상상력에 따라 십인십색의 그림이 그려지지요. 같은 이야기라도 화가에 따라서 전혀 다른 느낌의 그림이 펼쳐집니다.

이 <나이팅게일>에서는 문자화된 묘사는 적은 편입니다만  중국 황제의 궁전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대변하는 나이팅게일과 나이팅게일의 노랫소리, 온갖 보석으로 치장된 기계 나이팅게일, 죽음의 신과 나이팅게일의 대결, 죽음 이후의 황제의 모습 등 주목할만한 대목은 많습니다.

김동성의 <나이팅게일>의 특징은 동양적인 매력입니다. 기존의 <나이팅게일>을 그린 화가들이 근경적이고 화려하며 이국적인 중국의 풍경을 담았다면 이 그림책은 원경에서 관조하는 듯한 아름다움을 담아냅니다.  백문이 불여일견. 그림을 한 번 볼까요.



두 쪽을 가득 펼쳐지는 아름다운 전원의 풍경입니다. 영화의 롱테이크 화면처럼 그림책은 시골에서 황제의 궁궐까지 느린 화면으로 보여준답니다.



다음 페이지. 저 멀리 황제가 살고 있는 성이 보입니다.



 앞의 옆으로 길게 뻗어있는 쪽을 넘기면 이렇게 세로가 강조된 페이지가 등장합니다. 앞쪽의 한적한 페이지와는 여러보로 대조적인 그림입니다. 저 멀리 앉아 있는 사람이 중국의 황제입니다. 황제의 모습을 바로 보여주지 않고 앞에만 서 있어도 기가 죽을 것 같은 거대한 문을 앞쪽에 배치해 황제의 권위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느끼게 합니다. 한국의 단청이 연상되는 화려한 문양들이 아름답습니다.

 세상의 모든 보물을 다 가진 황제는 어느 날 책에서 '나이팅게일'이라는 새에 대해 알게 됩니다. 온나라를 발칵 뒤집어서 황제의 앞에 온 나이팅게일은 아름다운 노래로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해주지요. 황제의 마음에 든 나이팅게일은 온갖 명예와 화려한 보석에 둘러싸여 궁궐에서 살게 됩니다. 하지만 나이팅게일이 과연 행복했을까요?







짧은 이야기 속에 생과 사, 예술의 효용, 자유의 소중함,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누릴 수 있는 아름다움 등을 녹여낸 안데르센의 글도 글이지만 이것을 그림으로 살려낸 그림 작가의 솜씨도 참으로 놀랍습니다. 알라딘 독자들에게 보여줄 그림을 고르면서 참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어떤 그림을 먼저 보여줄까 하는 행복한 고민이었지요.

-알라딘류화선(yukineco@aladin.co.kr)

*페이지 제작에 사용한 이미지를 제공해주신 웅진주니어 관계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전출처 : 진/우맘 > 우리집에도 괴물이 우글우글~
우리 집에는 괴물이 우글우글 보림 창작 그림책
이혜리 그림, 홍인순 글 / 보림 / 200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무리, 내키는대로 써대는 막가파 리뷰어지만, 나름대로 몇 개의 물렁한 원칙은 있다.
그 중 하나가, 아이들 그림책 리뷰는 최소 일주일 가량은 묵혀서(?) 쓴다는 것.
내가 읽은 책 리뷰야 그냥저냥 느낀 바 그대로 끄적거려도 되지만, 그림책 리뷰는 그 효용에 완전히 관심을 끊기가 어렵다.
주관적이나마 아이들의 반응과 장단점까지 잘 갈무리해서, 좋은 그림책을 고르는 데 작은 보탬이라도 되었으면...하는 바램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변덕스러운 꼬마 독자들의 총체적인 반응을 살피자면 일주일 정도의 시간은 필요하기 마련.

그런데 오늘, 그 원칙을 깨고 받아든 지 채 24시간이 지나지 않아 리뷰를 쓰는 그림책이 있다.
바로, '우리집에는 괴물이 우글우글'. 

이걸 인연이라 그래야 하나, feel이라 그래야 하나....좋은 책을 만나게 될 때는 대개 첫눈에 반하게 된다. 그림책 같은 경우, 처음 본 순간 어쩐지 씨익, 미소가 떠오르는, 그리고 손바닥으로 자꾸 쓸어보고 싶게 만드는 그런 표지가 사랑의 전조인 샘이다.
딱, 이 책이 그러하다. 제법 큼지막한 크기에 개성있는 빛깔, 묘하게 반짝이는 은회색의 표지....색깔이란 건 참 신기하다. 차가운 금속성인 은회색이, 약간의 베이지가 가미된 것 만으로도 이렇게 따뜻해 보이다니.

표지를 열면, 큐비즘의 영향이라 했던가? 묘하게 분할된 집안의 전개도가 나오고.... 책이 나와 아이에게 속삭인다.
'그날 밤 강이는 그걸 발견했어.
오랫동안 누군가를 기다려 온 것처럼
입을 딱 벌리고 반기는 커다란 껍데기.'
아니.....껍데기? 마치 소라고동의 껍질 같은 이건 뭐지?
제목이 다시 한 번 나오는 속지 전에 불시에 끼어든 이 한 페이지는, 마치 재미있는 영화의 예고편 같다. 딸아이가 말한다.
"음...엄마, 이 껍질의 구멍 속에서 괴물이 나오는 거 아닐까?"
"엄마 생각에도 그래~"
어느덧 목소리를 낮춰 속삭이고 있는 모녀, 본격적인 괴물 탐방에 나선다!

'커다란 애벌레 한 마리가 모험을 시작했어.(본문 1~2p)
괴물이 우글거리는 불빛 도시를 지나 작은 숲으로 가는 거야.(본문 3p)
괴물들 사이를 무사히 빠져나가면 아무에게도 방해 안 받고 놀 수 있어.(본문 4p)'

주인공 강이는 꼬마 장난꾸러기, 지금 이불을 돌돌 말고 애벌레처럼 뽁뽁 기어 거실과 부엌을 통과, 자기 방에 무사히 도착하려고 한다. 그런데 그러기 위해서는 방귀쟁이 아빠 괴물, 잔소리쟁이 엄마 괴물, 놀아달라 조르는 동생 괴물을 통과해야 하는 것이다.
아....김 빠져라. 이 환상적인 그림책의 뼈다귀, 줄거리를 몇 줄로 정리하고 나니 속이 상할 지경이다. 저걸로는 '우리집에는 괴물이 우글우글'의 재미를 반의 반의 반의 반도 담아내질 못한다.

책을 읽어나가면서 유명한 두 그림책이 연상되었다. 모리스 샌닥의 '괴물들이 사는 나라'와 우리 나라 그림책인 '우리 몸의 구멍'.
마치 주문을 거는 듯 읽는 이를 휘어잡아 버리는 간결한 문장은 '괴물들이 사는 나라'와 유사한 분위기다. 군더더기 없이 매끈하게 환상의 세계에서 현실로 돌아오는 기교도 그러하고. 그러나, 괴물들이 사는 나라보다 이 책이 한 수 위라고 느껴진다. 아이의 머리 속 공상만이 아니고, 정겨운 집 안의 구조와 가족까지도 고스란히 살려가며 환상의 세계를 꾸린 때문이리라.
어쩐지 읽는 데 하나도 힘이 들어가질 않고 절로 속도가 나는 점은 '우리 몸의 구멍'과 참 비슷했다. 그런데, 어....글이 문제가 아니라 이 그림....낯이 익다. 그러다가 강이가 방귀불을 맞고 콧구멍을 벌름거리는 장면에서 무릎을 쳤다. '우리 몸의 구멍'과 같은 이가 그렸구나! 
참 신기하다. 그린이는 같아도 글쓴이는 다른데, 어쩜 이렇게 읽는 맛이 비슷할까? 그림책의 그림은, 단순한 삽화가 아니라 책을 이끌어 가는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몸소 체험하는 순간이었다.  

여섯 살 딸아이, 서너 살 무렵엔 새로운 그림책이 오면 앵콜 요청은 기본이었다. 그러던 것이 머리가 커지고, 나름대로 이해의 속도...기억력 같은 게 발달해서일까? 왠만큼 재미있지 않고서는 좀처럼 두 번 이상 되풀이 해서 읽어달라고 하는 경우가 드물다.
그런데, '우리집에는 괴물이 우글우글'은 자그마치 다섯 번의 앵콜 요청을 받았다! (나 역시, 다섯 번이나 되읽으면서도 새록새록 재미났다.^^)
책은 다섯 번을 읽고 난 후에도 멈추지 않았다. 우리는 '괴물 놀이'를 하고 놀았다. 딸아이는 애벌레, 나는 매번 컨셉이 바뀌는 괴물, 그리고 엄마 머리맡에서 손가락을 빨고 있는 둘째는 '엄마 괴물에 붙어 있는 찐드기 괴물.' ㅎㅎㅎ

참 오랜만에, 그림책과 함께 신나게 뛰어 논 기분이다. 정말 좋은 그림책은, 아이와 더불어 놀아준다. 그리고 그 중 한두 권은 이렇게, 엄마하고까지 놀아준다. ^______^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출처 : 아영엄마 > 아, 그 분~^^- 내 친구는 시각장애인









출판사 홈페이지들을 여기저기 찾아다니다가 엇! 했다.
신간 책소개글에서 눈에 들어오는 이름 석자...
왠지 낯설지 않다..^^;;
이유가 뭘까? 흐흐흐~
알라딘에 와서 책소개글을 찾아보았다.
나는 그녀가 이번 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빠바밤~~~ 무섭죠? ^^




겨울 정기 마지막 날, 카타리나는 엄마 아빠를 잃어버려 울고 있지만 아무도 카타리나에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런데, 안내견 신디를 데리고 다니는 시각장애인 마티아스 아저씨가 카타리나에게 다가온다. 카타리나는 아저씨를 통해 시각장애인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된다.

정상인들은 '눈으로 보는 것'만을 본다고 생각하지만 마티아스 아저씨는 눈이 아니라 소리와 냄새, 촉감 등 몸의 다른 감각을 이용해서 세상을 본다. 카타리나는 아저씨를 통해 안내견을 대하는 법, 시각장애인의 문자인 점자, 시각장애인들의 생활을 알게 된다.

어린이들에게 시각 장애에 대해 기본적인 지식을 가르치면서, 장애인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법을 알려준다. 장애인을 단지 동정의 대상으로 보기보다 그들을 이해하고 함께 사는 법을 모색하게 한다. 책뒤쪽에는 점자의 원리를 설명하는 코너를 실었고, 책의 줄거리를 점자 인쇄로 소개했다.

장애인의 일상을 다룬 작가의 또다른 책 <내 다리는 휠체어>와 함께 읽으면 더 좋다.



"색깔을 냄새 맡을 수 있나요?"
카타리나가 물었습니다.
"때로는. 초록빛 토마토는 잘 익은 빨간 토마토와 냄새가 다르거든.
무엇보다도 맛이 다르고. 물건의 색깔들은 냄새를 맡을 수는 없지만, 느낄 수가 있단다. 하얀색 자동차는 검은색 자동차보다 햇볕을 받을 때 덜 뜨겁지. 그래서 냉동차는 모두 하얀색이란다. 커서 앞을 못보게 된 사람은 색깔들을 떠올릴 수 있지."

-본문 p.18 중에서



프란츠 요제프 후아이니크 (Franz-Joseph Huainigg) - 오스트리아 카린티아에서 1966년에 태어났다. 독일어와 독일문학 그리고 미디어커뮤니케이션을 공부했고, 1993년부터 오스트리아 교육예술부에서 일하고 있다. 또, '융합된 오스트리아를 위한 협회'의 대표를 맡고 있다. 저널리스트와 작가로 활동 중이며, 지은 책으로 <내 다리는 휠체어>, <내 친구는 시각장애인> 등이 있다.

김경연 - 서울대 독어독문학과에서 '독일 아동 및 청소년 아동 문학 연구'라는 논문으로 문학박사학위를 받았고, 대원미디어, 도서출판 아미, 여성신문사의 기획실장을 지냈다. 아동문학가이며 번역가로서 다수의 인문과 아동도서를 번역하고 좋은 외국도서를 다양한 정보 분석을 통하여 소개하고 있다.

옮긴책으로 <몽유병자들>, <문학이론과 문예학 방법론>, <괴테가 한 아이와 주고받은 편지>, <일하는 여성의 아이 키우기>, <붓다>, <셰익스피어>, <왕도둑 호첸플로츠>, <완역 그림동화집>(전10권), <앙리 4세의 청춘>, <비잔티움 제국사>, <달려라 루디>, '프란츠 이야기' 시리즈, <통조림 속의 아가씨>, <내 강아지 트릭시를 돌려줘!>, <나무 위의 아이들>, <오켈과 율라와 예리코>, <욘 할아버지>, <날고 싶지 않은 독수리>, <행복한 청소부>, <스타가 되고 싶어!> 등이 있다.

베레나 발하우스 (Verena Ballhaus) - 1951년 독일 운테르프랑켄에서 태어났다. 뮌헨의 회화 예술 아카데미를 졸업한 후, 무대 미술과 아동극 포스터작가, 어린이책 그림작가로 활동 중이다. 그린 책으로 <내 다리는 휠체어>, <내 친구는 시각장애인> 등이 있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울보 2005-05-21 0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해요,,
속삭이신분,,그렇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