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난티나무 > 그림책 15 "동화속 왕자를 잡으러 가자"

 2003, Tourbillon




퐁과 퐁의 인형 쟈쟈는 동화 속 왕자를 생포해서 연구해 보고 싶었어.


(페이지 생략 - 방 안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퐁과 쟈쟈. 오른쪽 페이지 아래엔 연못 그림.)

"우린 불행한 공주로 변장만 하는 거야, 그리곤 연못가로 가자." 퐁이 말했어.
"언제나, 처음 나타나는 두꺼비가 바로 동화 속 멋진 왕자거든.
그럼 우린 뽀뽀를 하고 왕자를 집으로 데려오는 거야."
"멋지다!" 쟈쟈가 대답했어.




퐁과 쟈쟈는 다락으로 올라가서...


(페이지 생략 - 채반을 뒤집어 쓴 퐁, 천 드레스를 입은 쟈쟈가 계단을 서둘러 내려오는 그림)

퐁은 낡은 채반으로 왕관을 만들어 썼어.
쟈쟈는 천 한 조각으로 드레스를 만들었지.
그리고 둘은 연못가로 달려갔지.




"훌쩍, 훌쩍!" 두 친구는 흐느꼈어.
"우린 슬픔으로 가득찬 공주들이야. 누가 우리의 상처 입은 마음을 어루만질 줄 알까? 훌쩍, 흑!"

그 말에, 혹으로 뒤덮인 커어다란 두꺼비가 불쑥 튀어 나왔어.
"그래, 공주들, 애인을 찾고 있나?" 두꺼비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어.




"난 아니야!" 작은 혹들에 질린 퐁이 서둘러 말했어.
"하지만 쟈쟈 공주는 맞아."
쟈쟈가 퐁을 째려 봤어.

훌쩍 한 번 뛰어서 두꺼비가 쟈쟈 앞에 섰어.

"뽀뽀해, 쟈쟈 공주. 그럼 난 변할 거야.
두꺼비의 이름으로 약속하는데,
너희들은 내가 아주 낭만적이고 아주 세련된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될 거야."
두꺼비는 입술을 앞으로 주욱 내밀었어.




"어서 해, 쟈쟈 공주야!" 퐁이 쟈쟈를 부추겼어. "뽀뽀해."

쟈쟈는 기분이 나빴어. 투덜거리면서 입술을 두꺼비의 뺨에 갖다 대었지.

"아니, 아니지." 두꺼비가 머리를 흔들면서 말했어.
"입에 하는 거지, 뽀뽀는. 그렇지 않으면 일이 잘 안 될 걸."


(페이지 생략 - 두꺼비에게 뽀뽀하는 쟈쟈. 오른쪽 페이지는 몽글몽글 연기.)

쟈쟈는 눈을 꾹 감고 얼굴을 찡그린 채, 두꺼비에게 뽀뽀를 했어.

그리고 뿅! 그 작은 동물은 폭발했지!




대신에?
한 작은 녀석이 나타났어.




"짠, 나야! 비스코토 왕자!"

걘 근육과...
배와...
다리 180도로 벌리기를 보여줬어.




그리고 한동안 또 허세를 부렸지.

갑자기 비스코토가 멈추더니 시계를 봤어.
"5분 후에 텔레비전에서 축구 경기를 해!" 비스코토 왕자가 소리쳤어.
"너희들, 티브이 있니?"

퐁과 쟈쟈는 어처구니가 없어 고개를 끄덕였어.


(페이지 생략 - 퐁이 쟈쟈에게 속삭이는 그림. 오른쪽엔 현관문 앞에서 퐁에게 화를 내는 쟈쟈.)

"빨리, 경기가 시작될 거야!"
퐁과 쟈쟈, 멋진 왕자는 집으로 돌아가길 서둘렀어.

"너 쟤가 낭만적이고 세련되었다고 생각하니?" 퐁이 쟈쟈의 귀에 대고 소곤거렸어.

"그걸 말이라고 해! 같이 이렇게 만들었잖아!" 쟈쟈가 말했어.




집에 도착하자마자, 비스코토 왕자는 텔레비전 앞에 앉았어.
"얘들아, 간식 좀 먹을 수 있을까?" 왕자가 말했어.
"그리고 등에 받칠 쿠션도 하나 더~."




퐁과 쟈쟈는 왕자의 간식을 준비했어...




그리고 둘은 왕자에게 그걸 가져갔지.

"이거 정말 맛이 없잖아, 이 쨈바른 빵!" 비스코토 왕자가 투덜거렸어.

쟈쟈랑 퐁은 서로 눈빛을 주고 받았어.

"아니, 정말 끔찍한 마쵸(남성우월주의자)잖아!" 퐁이 소리쳤어.
"쟤를 두꺼비로 돌려놓고 싶어!" 쟈쟈가 말했어.




둘은 왕자를 잡아서 창문을 열고는, 쓩!  왕자를 연못에 다시 빠뜨려버렸지.




퐁과 쟈쟈는 왕자를 해치운 것을 만족해 하면서 악수를 했어.

그리고 둘은 티브이 앞에 앉았지. 왜냐하면 축구 경기가 시작되었거든.

"너 동화 속 왕자들은 모두 다 이렇다고 생각하니?" 퐁이 물었어.
"아마도 아니겠지." 쟈쟈가 대답했지.
"연못에 다시 가야 겠어." 퐁이 말했어.
"그래, 근데 다음 두꺼비한테는 니가 뽀뽀해야 돼." 쟈쟈가 경고했어.








갑자기, 상처 투성이 머리 하나가 창문에 나타났어.
"어, 얘들아, 만약에 내가 착하게 굴고, 너희한테 간식을 마련해 준다면,
너희와 함께 경기 끝부분을 볼 수 있을까?"

퐁과 쟈쟈는 웃으면서 서로 쳐다보았어.
"좋아!" 둘은 함께 소리쳤지.





쨔잔~, 이제, 비스코토 왕자는 (조금) 매력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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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superfrog > 열일곱 개의 매캐하고 막막한 일상.
나 이뻐?
도리스 되리 지음, 박민수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8월
평점 :
품절


"부부간의 증오... 그게 어떤 건지 알아요? 그건 아주 특별한 종류의 증오에요. 결혼하지 않은 사람은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그런 감정이죠. 난 부부 사이에서 왜 살인이 일어나는지, 충분히 이해해요. 오히려 더 자주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게 신기할 뿐이에요. 하지만 정작 문제는 상대방을 죽이고 싶다는 생각 따위가 아니에요. 가장 끔찍한 건, 그런 살해욕을 느끼고 나서 또 금세 새로 구입할 자동차의 색깔에 관해 얘기를 나누고, 아이들과 다투고, 함께 잠을 자고, 뭐 먹고 싶냐고 묻고 하는... 그런 상황이에요. 그런 일관성 없는 생각과 행동, 그건 정말 못 참겠어요. 정말 끔찍해요."

영화 <파니핑크>의 감독으로 잘 알려진 도리스 되리의 소설 <나 이뻐?>에 실린 단편들 중 <꿀>의 이 구절을 읽으면서 소름이 돋을 만큼 화들짝 놀랐다. 얼마전에 남편과 다툰 후에 들었던 생각이 책에 고스란히 옮아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살해 욕구 정도는 아니었겠지만, 감정의 끝을 아무렇게나, 타의에 의해 마무리지어야 하는 그 무책임한 상황에 몹시 절망했었다. 사람 사이, 어느 관계가 맺고 끊기 쉬운 게 있으랴만은 부부 사이만큼 얽히고 설켜 그 시작과 끝을 알 수없는 관계도 또 없으리라. 결혼이란 이런 것인가, 한 사람과 부대끼며 살아야 하는 건 이런 고통스런 절망감을 뱃속에 담고 얼기설기 봉합하고 살아가야 하는 것인가, 그런 생각들 때문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그러나 절망감이 매시간을 지배하기에는 감각은 너무나도 쉽사리 마비되고 망각은 편리한 도구가 돼주었다. 마찬가지로 작가는 이렇게 같은 모양새의 결론을 내린다. '사람들이 화해를 하는 건 더이상 그 사람이 밉지 않아서가 아니에요. 오히려 미워하는 것이 너무나 피곤해서죠."

<나 이뻐?>라는 경쾌하다 못해 우스꽝스러운 제목을 단 책에 실린 열일곱 편의 단편들은, 그러나 제목과는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게 숨이 턱턱 막히는 한여름 무더위 속에 발가벗고 앉아 있는 듯한 숨막히는 절망감을 느끼게 한다. <초파우에서 온 착한 카르마>의 어리숙한 베이비 시터 아니타는 <트리니다드>에서 떠나버린 남편 때문에 삶은 가재처럼 돼 버린 고용주를 너그럽게 보듬어주고, <신부>에서 자신의 차를 들이받은 여자의 웨딩드레스를 입고 화장실 거울에 자신을 비춰보던 엘케는 <저 세상>에서 바다에 빠져 죽은 연인이 저 세상에서 보내는 메시지를 듣기 위해 250마르크를 마련한다. 침대 위 벽에 날개를 붙이고 잠이 들던 '나'는 저 이야기에서 룸펜이 돼버린 옛 연인을 찾아가 그를 위해 '월요일의 호밀빵'을 굽는 '그녀'가 된다. 그들은 일상에서, 연애에서, 결혼생활에서 다투고 화해하고 위로하다 지치고 지쳐 요양원으로 숨어들고 달디단 꿀을 스푼 한 가득 퍼먹으며 감각을 마비시킨다.

어느새 나는 노파와 나를 찍은 비디오가 텔레비전 뉴스에 나오는 장면을 상상하고 있었다. 물방울무늬 넥타이를 맨 잘생긴 저널리스트가 내게 마이크를 들이대고는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을 한다. 장애인 할머니를 차에 태웠다가 나중에 패스트푸드점에 갖다버린 이유가 무엇입니까? 그처럼 우유부단하고 허약하고 아무런 비전도 없이 살아가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부모님을 자주 찾아뵙지 않는 건 왜 그렇습니까? 이제는 친구 크리스와 함께 살 때가 된 것 같은데요. 아직도 그렇지 않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대학에서 학업을 중단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당신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누구세요?>의 한 장면에서 보듯이 지금과는 '다른 삶'을 동경하는 그녀들은, 그러나 단순하게 머리모양을 바꾸거나 새로운 연애를 하거나 플로리다에 집을 얻는 것처럼 욕망하는 대상을 얻는 것으로 채워지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동경은 손 안에 쥘 수 없으므로 동경이 되고 소유하는 순간 허망한 일상이 되어 동시에 다른 하나의 동경을 배태한다.

가벼운 마음으로 경쾌하고 밝은 단편을 기대한 독자에게 이 열일곱 편의 단편들은 장맛비가 오는 요즘 출근길 다리를 휘감는 젖은 바지처럼 난감하다. 그 난감함은 이내 절망과 허망함을 이끌고 온다. 삶은 이런 것일까, 암퇘지가 찾아낸 트뤼플 버섯은 결코 암퇘지가 먹을 수는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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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날개 > 리뷰 쓸 타이밍을 놓쳐버린 책들..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르겠다. 워낙에 아침잠이 많아 애들 학교 보내기 위해 일어나는 시간도 비몽사몽이다. 어영부영 아침먹고 배드민턴을 다녀오면 12시가 넘는다. 점심 챙겨 먹을 때 쯤 애들이 들이닥치기 시작하고, 공부를 봐줘야 한다.

그것 뿐이랴..!  그 시간동안 들어오지 못한 알라딘에는 읽어달라고 외치는 페이퍼들이 즐비하다.. 페이퍼 읽고 댓글 달다보면 몇시간은 훌쩍 지나간다.  그러고나면 저녁준비해서 먹어야 하고, 청소며 빨래도 저녁때 다한다.  이러고나면 책은 언제 읽고, 리뷰는 언제 쓰느냐고...ㅠ.ㅠ

이런저런 결과물로 리뷰쓸 타이밍을 놓쳐버린 불쌍한 책들이다.. 리뷰 쓸려면 시간을 넘 많이 잡아먹으므로 도저히 쓸 시간이 없다....ㅡ.ㅡ 쉽게 리뷰 쓰는 분이 무지 부럽다...

  <너 어디 있니? / 마르크 레비 / 북하우스>

 하이드님의 뿅가는 리뷰를 읽고 점찍어 두었다가, 만두님께 선물 받은 책..

하이드님이 말씀하신 대로 아주아주아주 재밌었다.  몸은 비록 떨어져 있지만, 마음만은 항상 같이 있는 그들의 끈끈한 사랑이 너무나 부러웠다.  각자의 삶을 따로따로 살아가면서도 그 영혼의 맞닿음이 느껴지는 이야기..
책을 읽으면서 에릭 시갈의 <닥터스>를 잠깐 연상했다. 물론, 진행방향은 완전히 다르지만..
결말도 맘에 든다. 이 작가의 다른 책들도 읽어봐야겠다.

 

 <회색영혼 / 필립 클로델 /   media2.0>

플라시보님의 근사한 리뷰를 읽고 찜해놓았다가, 진주님께 선물받은 책..

약간은 어둡고..음울한 느낌이지만, 인간의 심리를 제대로 그려낸 작품.  첫 장부터 튀어나온 한 소녀의 살인사건은, 그 내면에 숨겨져 있던  마을 사람들 각각의 외로움과 고통을 드러나게 한다.  숨죽여 읽었다. 마지막장을 덮고나면 웬지 짠~한 느낌이 밀려온다. 그래그래, 다 이해해~ 라고 말해주고 싶다.

 

 <키친 / 요시모토 바나나 / 민음사 >

 언니네 책장에 꽂혀있길래 슬그머니 들고온 책. 나중에 슬그머니 갖다놔야지...

 세 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이야기인줄도 모르고 읽었다가 세번째에 다른 주인공들이 나와서 잠깐 당황했다. 감성을 자극하는 글들이 조용조용 기다리고 있었다. 읽으면서 잠깐 생각했다. 이런 글은 알라디너들도 잘 쓰는데.....ㅡ.ㅡ;;
금방 읽어버렸다. 재미는 있었으나 극찬 받는 이유는 잘 모르겠다. 이 책에 대해 써놓은 몇몇 리뷰들을 읽으니 그 수준이 보통이 아니었다. 이렇게 분석을 철저히 해놓다니.... 지레 겁먹고 리뷰 포기..

 

 <나이팅게일 / 안데르센 / 웅진닷컴>

멋진 그림 몇 장을 보고서 혹해, 올리브님께 선물받은 책..

나이팅게일을 어렸을 때 읽었지만, 중국이 배경인줄 몰랐다. 근사한 그림이 숨넘어갈듯 펼쳐진다. 포토리뷰가 가장 적당하나, 실론티님이 이미 근사하게 올리셨다.  그냥 리뷰라도 올리면 좋겠지만, 난 글자 몇 개 안되는 동화책 리뷰는 정말이지 못쓰겠다. 아영엄마님이 존경스럽다..

 나중에 나중에 이 책들을 다시 읽게 되면, 그때나 정식으로 리뷰 써볼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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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물만두 > 나만의 상반기 베스트 도서

나도 한번 해봅니다.

5월까지 53권을 읽었군요. 만화, 동화 빼고요. 점점 줄어드니 참...

1.  콜린 덱스터의 책을 빼놓을 수 없군요.

2.  오, 이 책 정말 대단합니다.

3. 이 작품이 좋았습니다. 잔잔한 여운이 남는 작품이죠.

4.  놓칠뻔한 일본 추리 단편집이죠. 새로운 작가와의 만남은 언제나 즐겁습니다.

5.  매트 스커더의 전 시리즈의 출판을 바라며... 아자~

6.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7.  숨은아이님 아니었으면 제가 감히 볼 수 없었을 작품... 감사드립니다.

8.  세풀베다를 알게 해준 고마운 작품입니다.

9.  새로운 세계의 발견이라고 생각되는 작품입니다.

10.  경마장 살인사건과 갈등하다가 그래도 카레라 형사의 손을 들어줍니다.

아무래도 전 역시 추리 소설과 SF소설이 좋군요.

6월... 황금같은 추리 소설의 달이 될 6월... 더 대단한 작품들이 마구마구 쏟아지기를...

파산을 한다해도 쌓아놓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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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마냐 > 장 보기가 무섭다면...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
안병수 지음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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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푸드의 제국'을 읽고서 햄버거의 실체에 경악했었지. 한동안 조심하는듯 했지만, 워낙 입짧은 애들을 키우다보니, 가끔 롯데리아에서 열심히 먹인다. 지난해 `먹지마, 위험해'를 보고서는 한동안 엥겔지수가 높아졌었지. 유기농만 골라 먹다가...한알에 1000원 넘어가던 감자, 토마토에 눈 질끈 감았다. 최소한 쌀과 녹색 야채는 유기농을 쓰지만, 허벌나게 비싼 유기농 과일, 감자 같은건 포기했다. 뭐, `더 이상 먹을게 없다'를 보고서도 아이스크림 따위는 쳐다보지 않으리라 했지만, 사는게 어디 꼭 그렇냐구.

그래도 귀 얇은 이 엄마, 또 읽었다. 실상 새로운 내용보다 주워들은 내용이 많지만, 그래도 여전히 끔찍한 이야기들. 보다 구체적인 내용도 많은 책이다.

일단, 유명 제과회사 간부이던 저자가 책을 쓴 동기가 남다르다. 그는 몸의 적신호를 느끼고, 세상을 달리 보기 시작했다. 마치 배스킨로빈스 상속자이던 존 로빈스가 아이스크림의 폐해를 고발하며 음식혁명가로 나선 스토리를 연상시킨다. 이유는 몰라도 만년에 건강문제로 고통받는 과자 회사 공장장은 다들 꺼린다는 이야기나, 일본의 잘나가던 슈크림회사 사장이 돌연 회사를 닫고 암으로 숨진 사연, 아이스크림에 대한 의구심을 증폭시키는 Mr.배스킨과 Mr.로빈스의 뒷이야기 등. `오늘날 주부들은 무분별하게 가공식품을 소비해 식품산업을 번창시키고, 가족을 질병에 걸리게 함으로써 의료산업을 발전시킨다는' 시니컬한 지적에 가슴이 서늘해진다면 이미 이런 종류의 책에 발목이 잡힌거다. 일단 주요 내용을 확인해보자.

식품업계가 낳은 20세기 최대의 걸작 라면〓1인당 연간 소비량 80개. 종주국 일본 앞질렀다. 오늘날 일본의 `라멘'은 인스턴트도 아닌 것을, 우리 라면산업은 봄날, 아니 화창한 여름날이다. 인공조미료와 향료, 색소, 유화제, 안정제, 산화방지제, 점조제 등도 심난하지만 라면의 문제는 실상 면빨에 있단다. 100도의 증숙과정과 150도 전후의 유탕처리 과정, 또다시 삶아 먹으면서 세차례에 걸쳐 열처리된 탄수화물은 당지수가 높단다. (당지수는 혈당치 상승속도를 빨라지게 하는데, 열처리를 많이 한 즉석밥이 일반밥에 비해 당지수가 3배나 높다나) 영양가는 없으면서 적은 양으로 혈당치를 급상승시키고, 결국 혈당관리시스템을 망가뜨리는게 바로 열처리 공정이 많은 스낵의 특징. 저자는 3주 연속 라면을 먹으면 뇌와 정신에 이상이 생긴다는 주장도 전한다. 물론 날마다 라면 먹고 `세상에 이런 일이'에 멀쩡하게 등장하는 할아버지들이 있긴 하지만.

초코파이〓모 업체 경우, 단일 제품 누적 판매액 1조원. 85억개 팔았단다. 제과시장 성장의 견인차라는데, 겉의 초콜릿이나 중간부분 파이, 안쪽 머시멜로 크림까지 모두 정제당류가 너무 많단다. 30g 초코파이 하나는 10g의 정제당을 먹는거라나. 더구나 초콜릿은 초콜릿이 아니라 `모조 초콜릿'. 카카오 열매 핵심인 코코아버터 한방울도 안 들어있다. 코코아버터를 짜내고 난 코코아 파우더 소량에 화학처리한 유지(정제가공유지)가 들어간다고 한다. 정제가공유지는 다량의 트랜스지방산(요즘 언론에서 떠드는 주요 유해성분)을 뜻한다. 물론 부드러운 파이 촉감의 비밀은 쇼트닝. 역시 트랜스지방산 덩어리다. 팽창제도 듬뿍 넣었다.

참고로 당류〓설탕식품 탐닉하면 요즘엔 저혈당증 위험도 있다. 인간은 설탕을 만들면서 약 90%에 해당되는 자연소재를 버렸다고 한다. 사탕수수나 사탕무를 그대로 먹으면 문제가 없는데, 섬유질을 다 빼버렸다. 섬유질은 혈당치의 급격한 상승을 막아준다고 한다. 예컨대 사과를 씹어먹으면 혈당치가 완만하게 상승했다가 서서히 하락하지만, 즙을 내서 먹으면 혈당치가 빠르게 상승했다가 떨어진다. 정과당과 정제포도당, 물엿, 갈색설탕과 흑설탕도 외관만 다를뿐 정제당이다. 당밀과 슈거시럽, 카라멜시럽도 아류. 아스파탐 등 대체감미료? 화학합성품일 뿐이다. 비만 등 신체건강 폐해만 생각하는데 정제당 많이 먹으면 정신건강 문제가 더 많다고 한다. 뇌가 에너지 기근에 시달려 정상기능을 못한단다. 뭐, 단것 좋아하는 특성이 비치매군 36%, 치매군에서는 83%로 오른다나?

혐오물질 범벅의 캔디〓설탕과 정제물엿을 넣고 가열, 농축한 것. 유화제와 경화유, 산미료, 조미료, 향료, 색소의 혼합체다. 혹자는 설탕 대신 물엿은 괜찮다고 하지만, 조청과 헷갈리지 말자. 시중 물엿은 정제당의 아류에 불과하다. 캔디 먹고 충치 걱정하는 건, 빙산의 일각만 본 것이란다.

〓정제당 70%, 첨가물 30%. 천연치클 대신 합상물질 베이스 추세. 향료, 색소, 유화제, 연화제, 가소제, 향 보조제가 추가된다. 껌 사용 향료 양은 보통 1%를 넘는데...이는 일반 식품 사용비율의 10배 웃도는 수준이다. 하루 세번 8g 껌 씹으면. 0.1g 향료를 섭취하는 거다. 물 한방울 수준이지만. 수백종의 화학물질이라는 점을 감안하자. 그중 환경호르몬이나 검증안된 발암물질 있을 수도 있다.

양의 탈을 쓴 이리, 아이스크림〓주원료는 당류와 지방, 물. 물과 기름을 어떻게 섞냐고? 어마어마한 양의 유화제가 비밀. 이 유화제는 각종 유해성분을 체액에 잘 섞이도록 돕는다. 또 정제당과 나쁜 지방을 동시에 섭취하는 `위해성의 상승효과'(sugar―fat connection)도 있단다.

햄버거 세트〓열량 권장량의 최대 53%, 지방 권장 섭취량의 82% . 고칼로리 식품이라는 불명예보다 더 무시무시한 것이 트랜스 지방산.

가공치즈와 가공버터〓결국 첨가물로 식품소재 변형시키는게 가공식품. 자연치즈는 우유가 응고된 것 자체. 그러나 유화제, 조미료, 향, 색소, 보존료 등 넣어 `연성가공치즈'라고 한다. 가공버터? 유지방에 물리적 충격을 줘서 지방입자 키운게 천연버터. 각종 첨가물 섞은게 가공버터다. 종종 `축산물가공품'이란 말로 위장. 자연치즈, 천연버터 시중에 거의 없다. 

햄과 소시지의 아질산나트륨〓첨가물 가운데 가장 위험한 물질이라지만 햄과 소지지, 베이컨 등 육가공품의 필수품. 선홍색으로을 발산시켜 먹음직스럽게, 또 맛을 부드럽게 하고, 식중독균 등 미생물 번식을 억제해 보관성 향상시킨다. FDA도 아질산나트륨 빼는 방안 강구하고 사용량 줄이라고 권고했으나 육가공업체는 강력 반발. 대체 물질이 아직 없다는 게다. 업계 로비력이 법률 절대성 능가하는 사례.
독일에서만 금지된 성분이지만 실상 0.18~2.5g이면 사망 가능하다는 보고서가 있단다. 0.18g? 청산가리 치사량이 0.15g 이니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아질산나트륨은 육류식품의 아민 성분과 결합, 니트로사민 물질 만든다. 바로 암의 주범이다.

가공식품의 1등 효자 바나나우유〓액상과당, 백설탕, 치자황색소, 바나나향. 가공유가 성분. 치자황색소는 일본에서는 위험등급 3급이다. 향료? 보통 수백가지 화학물질 섞는데 그 속에 뇌 활동 왜곡물질, 호르몬 교란물질, 알레르기 유발물질이 얼마나 들어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초코우유〓코코아분말 사용해 더 복잡한 문제가 있다. 즉 침전을 막기 위해 안정제 카라기난이라는 또다른 첨가물을 부른다. 이게 일본에서는 위험등급 4급...4급은 발암성 물질. 급성 또는 만성 독성물질 등이 해당된다.

가공식품의 백미 청량음료〓브랜드 가치 700억달러(70조원)이라는 콜라. 액상과당, 탄산가스, 캐러멜섹소, 인산, 향료가 주 성분이다. 뼈 같은 골조직 해치고 비만 주범이라는 지적은 좀 진부하고......새로운 문제점 속속 발표되고 있다. 콜라의 인산 성분이 정신건강 위협하는 행동독리학상 물질이라고 독일 마인츠대 연구진 발표했단다. 캐러멜색소는 유전자 손상 가능성이 있고.....그렇다면 사이다는 대안? 주원료는 역시 정제당과 향료다. 요즘 인기 있는, 탄산음료도 과즙음료도 아닌 야릇한 음료들. 과즙 5% 사용하는데 기존 음료 문제 고스란히 갖고 있다.

피로회복 드링크〓매년 8000톤 정제당이 박카스 한 제품을 통해 소비자 입으로. 카페인은 그렇다치고. 안식향산나트륨은 대표적 방부제다. 이 성분 5%나 함유했다. 이를 사료에 섞어 4주간 사육시킨 쥐는 신경과민, 요실금, 경련 등 증상으로 사망했다. 

정제유, 마가린, 쇼트닝〓불안정한 불포화지방산에 수소를 강제로 붙여 포화지방산으로 만든건 한때 기적같은 일이었다. 하지만 이제 유해성이 확인됐어도 이미 생산 중단 힘들단다. 포화지방산을 먹은 쥐는 상대적으로 학습속도 느리고, 기억력 테스트에도 낮은 점수를 얻었다나. 포화지방이 실제로 뇌세포 파괴한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마가린 덩어리 2년간 실온 방치해도 벌레 한마리 접근 않았고, 곰팡이 조차 슬지 않았단다. 미국인 경우 포화지방산 1%만 섭취 줄여도 3만명 이상 심장병 환자 줄이고 의료비 10억달러 이상 절감할 수 있다고.

포화지방산 만드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트랜스지방산..이런 나쁜 지방 계속 섭취하면 필연적으로 필수지방산(오메가-3 지방산)이 부족해진다고. 아무리 지방을 많이 섭취해도 이게 결핍되면 몸은 여전히 지방 부족을 인식하고 고지방식품 탐닉의 악순환에 빠진다. 1인당 지방 섭취량 세계 최고인 에스키모인들에겐 암이나 심장병 거의 없단다. 이들은 트랜스지방산이 아니라 필수지방산 먹기 때문.

향료〓연간 15억달러(약 1조5000억원) 규모. 향료 원료 규명은 불가능. 한 향료 속의 수백가지 성분들을 그대로 공개할 향료회사도 없고, 기술적으로 확인도 안된다. 20세기 후반까지 인류는 약 300만종의 화학물질 합성. 3만종이 여러 산업분야에서 유용하게 쓰인다. 이중 발암성 시험을 제대로 거친 품목은 2000종 정도. 3만종중 식품에 직간접 쓰이는 건 3800종이다...

감기 시럽〓사소한 감기에도 당류와 인공향료, 안정제, 유화제, 보존제 투성이 물약에 의존. 비타민 A가 필요하면 베타카로틴을 만들어내고, 비타민C가 필요하면 아스코르브산을 만들어내는 과학. 하지만, 이런 물질들이 자연계 존재 상태로 먹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인공적으로 만들어먹으면 꼭 탈 난다고...

짐작되겠지만, 이 정도 읽고나면...걱정부터 앞선다. 하지만, 실천이 쉽지 않다는 건 이미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호들갑만 떨 일도 아니다. 

이 책의 장점은 평소 막연하게 알고 있던 '걱정꺼리'들을 구체적으로 조목조목 분석하고 있다는 것. 이는 저자가 책 말미에 꼼꼼하게 밝힌 참고서적들 덕분이라고 생각된다. 나쁘게 이야기하면, 여기저기 짜집기를 한 부분이 적지않고, 좋게 이야기하면...정말 바지런하게 국내외 관련 서적과 논문을 꼼꼼하게 추렸다.

'먹거리'를 둘러싼 충격요법 식의 서술도 조금 가려서 들을 필요는 있다. 하지만, 저자의 포인트는 매우 중요한 핵심을 찌른다. 즉 '먹는 걸 바꾸라'가 아니라, '이런 음식을 만드는 식품회사를 바꾸도록 해보자'는 거다. (책 자체에 대해 다소 불만이 있어도 내가 별 다섯을 주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런 얘기는 더 많은 사람이 관심가져야 한다)

소시지나 햄, 잠시 구입않고 집에서 만들어 먹으면 소비자의 뜻이 결국엔 전달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그들은 이 무서운 첨가물을 빼고 만들 수 있는 기술력과 자본력이 있다고 한다. 집에서 국수 끓여먹으면, 라면 회사는 당장 천연조미료로 맛내는 연구 할 수 밖에 없고, 정제식용유 먹지 않으면, 압착해서 제대로 만든게 나올거란 얘기다.

결국엔 먹거리도 자본주의가 망친 거다. 보다 많은 이익을 위해 노력하다보니, 값싸게 화학성분에 의존, 대량생산에 나선거고, 이제 부메랑이 되어 몸과 정신을 위협하는 구조다. 럭셔리 웰빙용 특수층을 상대로 한 상품이면 모를까, 업 논리상, 절대로 돈 더 들여서 대중제품을 만들긴 어렵다. 그렇다면, 소비자가 먼저 움직여줘야 한다.

아참, 하루 아침에 어떻게 라면을 끊느냐구?. 친구 L의 남편은 하루 다이어트 코크를 4캔씩 마신다 하고, 내가 넘 아끼는 제부는 '늘씬 몸매'를 과신, 날마다 라면 밤참을 먹는단다. 적어도 식습관을 고치고, 어쩌다가 한번씩 먹는다는 수준에서 노력은 해야 한다. 지난해 인터뷰했던 분, 8개월만에 45kg을 뺐다는 그 청년은 식습관을 바꾸니, 이제는 먹으라해도 라면을 못먹겠다 한다. 조금씩 신경쓰다 보면....식품회사도 움직일 수 있다는 생각을 잊지 말자. 이제는 밥상에 신경 좀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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