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계약 1 뫼비우스 서재
할런 코벤 지음, 김민혜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세계적인 인기 작가 할런 코벤, 그는 평범한 사람이 유괴, 살인 등의 범죄에 저도 모르게 말려들어 온갖 고생을 하다 겨우 일상으로 돌아오나 했더니 아찔한 반전 한 방으로 모든 게 뒤집어진다는 설정을 가진 일련의 완성도 높은 서스펜스 스릴러들로 정평이 나 있다. 국내에도 <영원히 사라지다> <밀약> <마지막 기회> <단 한 번의 시선> 같은 작품들이 소개되어 반응이 괜찮았는데 이 작품들은 각각 다른 주인공들이 활약하는 독립적인 이야기로 진행되어 서로 이어지는 바는 거의 없다(일부 작품들에서 등장인물을 한두 명 정도 공유하는 정도). 하지만 코벤의 진정한 출세작은 따로 있었으니 스포츠 에이전트인 마이런 볼리타가 매번 주인공으로 등장해 활약하는 8편의 시리즈가 바로 그것이다. 요즘은 독립적인 작품들(보통 스탠드 얼론이라 부른다)에만 몰두하고 마이런 볼리타 시리즈는 잘 쓰지 않는 것 같은데, 아무튼 1995년에 발표된 <위험한 계약>은 할런 코벤이 분신과도 같은 마이런 볼리타를 세상에 처음 선 보인 작품이라 제법 의의가 있다 하겠다.

 

작가가 아무리 같은 주인공으로 연속되는 시리즈를 쓰고 싶어도 독자들이 환영하지 않으면 제대로 시리즈가 이어지지 않을 텐데, 이 작품을 읽어보니 마이런 볼리타는 너무도 매력이 넘치는 인물이라 무려 8편이나 되는 시리즈에서 활약하고 독자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어렸을 때부터 날리던 농구 실력을 가진 그는 백인은 점프를 잘 못한다는 속설과는 달리 점프도 높았고, 투견과도 같은 투지가 있어 발군의 득점력과 리바운드 능력을 자랑하는 포워드였다. NCAA(전미대학농구)에서 우승컵도 거머쥐고, NBA에서도 명문 보스턴 셀틱스에 8위로 지명되지만 시즌 초반에 다리에 치명적인 부상을 입어 첫 해에 은퇴하는 비운의 선수가 되었다. 올해야 보스턴 셀틱스가 잘나가지만 9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드래프트 2순위로 뽑은 선수가 약물로 사망하는 등 악재가 무척 많았는데, 만약 마이런 볼리타가 실제 인물이었다면 셀틱스의 저주 중 한 명으로 기억되었을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는 계속 뛰었어도 크게 빛을 보긴 힘들었을 거라고 보는 게 고작 193센티미터의 백인 포워드가 NBA에서 성공한 사례가 없기 때문이다. NBA팬으로서 순간 흥분해 엉뚱한 이야기를 늘어놓고 말았다. 

 

선수로서는 운이 좋지 못했지만, 다른 스포츠 에이전트와는 달리 직접 스포츠 세계의 한복판에서 뛰었던 경험을 살려 선수들에게 인간적으로 다가가는 마이런 볼리타. 아직까지는 햇병아리 에이전트에 불과하지만 풋볼 계의 대학 최대어 크리스천을 손에 넣은 뒤로 모든 것이 달라질 태세다. 그런데 미남에 에이스 쿼터백에 성격도 좋은 크리스천에게는 한 가지 아픔이 있었으니, 치어리더였던 애인 캐시가 대학 내에서 실종된 채 2년이 지나도록 발견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캐시가 죽었다고 생각하지만 가족들 마음은 어디 그럴까. 재미있는 건 지금은 헤어졌지만 마이런과 전에 사귀던 애인이 캐시의 언니 제시카라는 것이다. 제시카가 크리스천에게 마이런을 에이전트로 소개시켜줘 지금의 관계가 맺어졌다고 보면 틀림없을 듯. 캐시는 비록 없지만 관계자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가 서서히 아픔도 잊혀져갈 무렵 모든 것이 바뀌는 사건이 일어난다. 죽었다고 생각한 캐시의 누드 사진이 실린 잡지가 크리스천에게 배달되어 오고, 캐시로 추정되는 목소리로부터 전화도 걸려온다. 게다가 캐시 실종 사건을 나름 혼자서 조사하던 제시카와 캐시 자매의 아버지도 거리에서 칼에 찔려 사망하는 사건도 벌어진다. 혼란스러워져만 가는 상황 속에서 제시카는 사건의 재조사를 옛 애인 마이런에게 부탁하는데, 그는 제시카의 마음을 다시 얻기 위해 그리고 고객인 크리스천의 마음을 안정시켜주기 위해 진실을 파헤치기로 결심한다.

 

미국의 미스터리/스릴러에 등장하는 탐정을 보면 크게 두 가지 유형이 있는 것 같다. 필립 말로나 루 아처같이 세상의 모든 고민을 혼자 얼싸안은 듯한 우울하고 멜랑콜리한 분위기의 탐정들이 있는가 하면, 어떻게 사건의 핵심을 파고들 것인가 보다 어떻게 하면 효과적인 농담을 구사할 수 있을까만 연구하는 듯한 유쾌한 재치꾼 타입이 또 있는 것 같다. 재치꾼 타입 하면 고전에 해당할 렉스 스타우트의 아치 굿윈 탐정도 있고, 그레고리 맥도널드의 플레치나 로렌스 샌더스의 맥널리가 떠오를 법한데, 마이런 볼리타 역시 선배들과 마찬가지로 끝내주는 농담 실력과 확실한 장난기를 보여주는 재간둥이다. 그에게는 캐시의 실종이라는 핵심 사건 말고도 그가 관리하는 선수가 갱들로부터 협박을 받고 있는다는지 하는 온갖 악조건이 넘쳐나는데, 어떤 불리한 상황 속에서도 농담을 그치지 않는 그의 모습에 시종일관 미소를 띄며 페이지를 넘겼다. 꼬이고 꼬인 난제들을 거침없이 풀어나가는 마이런과 그의 절친한 친구 윈의 활약은 그야말로 시원시원해 적수가 없을 지경. 참고로 윈은 마이런 볼리타 시리즈의 또 다른 주인공이라 할 정도로 비중이 큰데, 엄청나게 잘 생긴 얼굴에 적들은 다짜고짜 죽여버리는 냉혹한 심장을 가지고 있다.

 

크리스천을 모든 걸 가진 사나이라고 표현한다면 마이런 역시 마찬가지다. 래리 버드 같은 농구 솜씨에 제리 맥과이어 같은 인간미, <다이 하드>의 존 맥클레인 형사 같은 유머 감각과 터프함, 셜록 홈스 같은 추리력을 한몸에 겸비했으니 요즘 유행하는 말로 엄마 친구 아들이 아닐런지. 마이런은 그간의 치밀한 조사를 통해 용의자를 몇 명으로 압축하고는 결말 즈음해서 용의자들에게 함정을 판다. 원래 미스터리/스릴러에서 논리와 추리로 범인을 압축하지 못하고, 함정 수사를 통해 범인을 밝혀내는 건 하수의 방법이다. 할런 코벤이 이렇게 허무하게 끝낸단 말야, 하고 혀를 찼는데 기우였다. 범인의 정체를 마이런은 미리 알고 있었고, 그렇게 생각한 이유도 결말에서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추리로 밝혀낸다. 유머와 하드보일드적 세계관, 정통 미스터리가 공존하는 독특한 맛이 있는 엔터테인먼트 소설로서 수준이 대단히 높다. 무엇보다 마이런 볼리타는 한번 믿어봐도 괜찮은 놈이라는 걸 보증한다.

 

 

 

 

p.s/ TV쇼나 시트콤 등 대중문화에 기반한 농담이 엄청나게 많은데 일일이 역주를 단 번역자, 편집자의 노력 덕분에 한층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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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ngbong 2008-05-26 1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이런 볼리타'가 전 너무 좋네요..페이드 어웨이도 출간되었으니 다음 시리즈도 꼭 나와주길 바래봅니다.

jedai2000 2008-05-27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페이드 어웨이> 봐야 하는데 말이죠. 이런 시원한 스릴러 소설이라면 얼마든지 좋아요 ^^
 
가타부츠
사와무라 린 지음, 김소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가타부츠'란 생소한 단어는 책의 설명을 따르면 고지식하고 융통성 없는 사람 혹은 착실하고 품행이 바른 사람을 뜻한다고 하네요. 비슷하지만 서로 같은 뜻은 아니라고 할 수 있는데, 과연 이 단편집은 무척 고지식하고 융통성이 없어 고초를 치루는 사람도 나오고, 성실하고 착한 성품을 가진 인물이 약간의 일탈을 하거나 쉽게 해결되지 않는 미스터리를 만나는 등 우리 주위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흔하고 평범하다 할 수 있는 사람들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책입니다. 세상의 수많은 사람들 가운데 특별한 사람은 특별하다는 말 그대로 적은 수를 차지할 테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박하고 평범한 삶을 살아가고 있을 것입니다. 대범하지 못해 다른이가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신경 쓰여 잠도 오지 않고, 하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이 있어도 쉽사리 나서지 못하는 우리 소박한 사람들 모두에게 경의를 바친다는 마음으로 썼다는 [가타부츠]. 그러나 주인공들은 모두 갑남을녀에 불과해도 6편의 이야기마저 그저 평범에 그치지는 않습니다. 모두 나름의 독특한 맛이 있어 즐겁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맥이 꾼 꿈>은 불륜남녀가 나옵니다. 첫눈에 반해버린 남녀는 안 되는 걸 알면서도 서로에게 이끌리지만 둘다 워낙에 심성이 고운 사람들인지라 배우자와 자녀들에게 폐를 끼칠까봐 전전긍긍하죠. 내내 상대에게 끌리는 마음과 망설이는 마음 사이에서 고민하다 두 사람은 차라리 죽기로 결심합니다. 죽어야만 이 관계가 끝날 수 있으니까 말입니다. 하지만 둘의 불륜 관계는 한 사람만 사라져도 지속될 수 없죠. 때문에 서로 자기가 죽겠다고 다투는 모양이 재미있습니다. 결국 의견 통일이 되지 않고 두 사람은 서로에게 알리지 않은 채 각자 있는 곳에서 자살을 시도하는데, 뜻밖의 결말이 그들을 기다립니다. 산뜻한 마무리 느낌이 괜찮지만 너무 소품인지라 그저 가볍게 읽을 만한 작품입니다.

 

<주머니 속의 캥거루>는 철없는 여동생에게 시달리는 오빠의 이야기입니다. 다른 건 다 괜찮지만 유독 남자 문제에 있어서만은 지나친 소유욕으로 인해 늘 버림받고 상처받고 망가지는 여동생과 그런 그녀를 보듬어주느라 정작 자기 실속은 못 챙기는 오빠가 있습니다. 하지만 오빠에게 이번에야말로 절대 놓치기 싫은 애인이 생기게 되면서 문제가 생깁니다. 여동생은 오빠에게도 강렬한 독점욕을 가지고 있었던 거죠. 오빠는 자기가 독하게 마음을 먹고 여동생을 물리쳐야 그녀의 삶도 주체적이고 긍정적인 쪽으로 변할 거라 생각합니다만 절대로 끊어질 수 없는 끈적끈적한 끈이 남매 사이에는 있었죠. 보는 내내 오빠의 결단을 강력하게 응원했지만 운명에 휘둘리고 마는 어쩔 수 없는 마무리에 깊은 안타까움이 남았던 작품이예요.

 

<역에서 기다리는 사람>은 웬만큼 쓰면 재미있을 수밖에 없는 이상심리를 다룹니다. 1인칭 화자인 주인공은 묘한 취미가 있는데 그건 역에서 약속한 사람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즐기는 것입니다. 초조하게 개찰구를 들여다보고, 역에서 사람들이 쏟아져나오면 기대와 절망이 뒤섞인 눈으로 약속한 사람을 애타게 찾는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은 애잔하고 비탄에 찬 아름다움이 있어 주인공에게는 일종의 감동까지 주죠. 평소와 같이 역에서 취미 생활을 하는 주인공의 눈을 사로잡는 여인이 있습니다. 몇 시간이고 지칠 줄 모르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여인을 보며 흡족한 기분을 느끼고 있는데, 마침내 여인이 기다리는 남자가 나타납니다. 반갑게 다가가는 여인과 그녀와 전혀 모르는 사람인 듯 행동하는 남자, 기묘한 풍경이죠? 그날 주인공은 남자를 뒤따라가서 죽이고 맙니다. 그 이유가 밝혀지는 마지막 문장이 꽤 소름 끼치는 마무리를 만들어냅니다.

 

<유사시>는 남편, 아들과 함께 그럭저럭 행복한 삶을 사는 주부의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주부는 이제 유치원에 다니는 아들이 사고를 당할까봐 늘 걱정하며 꿈에서까지 압박을 받습니다. 처음 낳은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걱정하는 건 누구나 그럴 수 있다 하겠지만, 주부의 고민은 조금 다릅니다. 아이에게 사고가 생길 때, 즉 유사시에 내가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게 아닐까 하는 것입니다. 평범한 주부니만큼 운동 신경도 없고, 남들보다 강한 모성을 가진 것도 아닌 것 같아 주부는 거의 강박증에까지 시달립니다. 아들이 친구네 집에 놀러 가 있어도 안절부절못하고, 아들이 혹시 베란다에 매달리게 될 때 즉시 달려가는 동선에 방해될까봐 베란다에 쌓인 물건들도 모두 치워뒀어요. 이렇게 거의 정신에 균형을 잃을 정도로 유사시 강박증에 매몰될 때쯤 진짜로 주부의 가족에게 사고가 벌어집니다. 하지만 주부는 그 상황에서 현명하게 대처를 하는 모습을 보여, 마침내 자기를 침몰시키고 있었던 고민에서 벗어났음을 알리며, 더구나 따스한 심성으로 가족을 배려하는 몇 뼘쯤 성장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흐뭇하고 감동적인 결말이 인상적인 뛰어난 단편입니다.

 

<매리지 블루, 마린 그레이>는 미스터리나 서스펜스에서 자주 사용하는 기억상실을 소재로 썼습니다. 결혼을 앞둔 남자가 아내될 애인의 집에 인사를 드리러 갑니다. 바닷가 시골이라 여행하는 마음으로 차를 타고 가는데, 애인이 어느 해변에서 잠깐 쉬다 가잡니다. 내려보니 웬지 낯설지가 않네요. 분명히 처음 와보는 곳인데 말입니다. 사실 그 해변에서는 3년 전 살인사건이 있었는데, 정말 공교롭게도 남자는 딱 그 시점에 교통사고를 당해 3일 간의 기억이 없습니다. 혹시 내가 죽인 건 아닐까, 번민하는 남자. 그래서 처음 와보는 해변이 낯익은 건 아닐까? 혹은 결혼 전 우울증(매리지 블루)은 아닐까도 생각해보지만 아무리 고민해도 자기가 범인인 것만 같습니다. 가장 미스터리 소설 분위기가 나는 작품이고 결말에 반전이 한번 더 있습니다만 작가의 과욕이 낳은 빗나간 반전이 아니었나 싶네요. 왜 남자가 그 해변에 익숙한지도 후반부에 깔끔하게 설명되며, 한결 같은 사랑으로 맺어지는 남녀의 모습도 보기 좋은데 또 한번의 반전을 통해 찝찝한 기분으로 책장을 덮게 만듭니다. 한번 더 비틀면 그만큼 충격을 주는 효과는 있지만 그동안 공들여 쌓아온 이야기, 분위기와 맞는지를 작가는 잘 살펴야 했습니다.

 

<무언의 전화 저편>도 굉장히 뛰어나 일상계 미스터리의 수작이라 할 수 있을 만한 작품입니다. 주인공이 우연히 알게 된 친구. 이 친구는 어떤 상황에서든 할 말은 하는 올곧고 성실한 사람입니다만 의외로 주변의 인기는 없습니다. 왜 이 좋은 사람을 몰라줄까 생각하지만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친구가 그전에 살았던 아파트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했는데, 살인범에게 쫓기던 여자가 살려달라고 아무리 비명을 질러도 아무도 신고해주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바로 옆집에 살던 친구도 경찰에 연락을 취하지 않았죠. 다음 날 몰인정한 현대인이라는 비난 여론이 거세게 쏟아져서 친구도 인터뷰를 하지만 '떳떳하지 않은 짓은 하지 않았다'고만 밝힙니다. 그 태도에 친구는 사회 전체에 이지메를 받게 된 것이며, 애인과도 헤어져야 했고, 매주 토요일 새벽 3시 10분에 걸려오는 무언의 전화에 시달려야 했던 것입니다. 누군가 친구를 비난하려 무언의 전화를 거는 것일까요, 아니면 저승에서 살해당한 여자가? 전화의 정체와 왜 항상 올곧았던 친구가 신고를 하지 않았는가가 드러나는 결말이 기가 막힙니다. 무책임한 언론의 횡포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는 작품이예요.

 

이상 6편의 수록작을 살펴보았습니다. 뒤표지 문구에 "소박하고 성실한 사람들을 위한 오마주, 다채로운 레파토리, 전례를 찾을 수 없는 독특한 맛의 단편집"이라 되어 있는데 상당 부분 동의합니다. 등장인물들이 대체로 평범해 역시 평범한 제가 읽기에 한창 더 몰입할 수 있었으며, 각각의 이야기들은 비슷한 내용이 하나도 없어 다양한 요리를 한 상 쫙 펼쳐두고 먹는 기분이었어요. 아주 자극적이지도 않지만 절대로 심심하지 않은 이야기들. 사와무라 린이라는 작가와의 첫 대면은 상당히 만족스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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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8-01-21 1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요^^

jedai2000 2008-01-21 1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만족스러웠어요 ^^

그린브라운 2008-01-22 2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굉장히 멋져보입니다 ^^ 좋은 책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jedai2000 2008-01-22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저는 아주 좋게 읽었는데 어떻게 보실지 궁금하네요 ^^
 

* 완벽하게 주관적인 순위입니다.

** 2007년에 출간된 책만을 포함하며, 당연히 국내에 출간된 모든 미스터리를 읽지는 못했습니다.

 

 

5위.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 - 이사카 고타로 

 





 

 

 

 

 

대학 신입생이 된 나는 난생 처음 자취를 시작한다. 이삿짐을 힘겹게 옮기고 자, 이제부터 옆방에 인사를 가자고 결심한 나는 옆방에서 잘 생긴 청년을 만난다. 어쩌다 보니 이 청년과 친해져서 서로 마실도 오가는 사이가 됐는데, 어느 날 청년이 기묘한 제안을 하는 게 아닌가. 저 끝방에 사는 부탄 남자 도르지에게 사전을 선물하고 싶다며 서점을 털잔다. 사전이 얼마나 한다고 도둑질까지 해야 하지, 고민하다가도 어느새 청년의 박력에 말려들어 서점 뒷문을 모델 건을 들고 지키는 나. 이 작품에는 두 개의 시간 축이 있는데, 여기서부터가 현재의 이야기고 또 하나는 2년 전의 이야기다. 2년 전의 이야기는 애완동물을 취미로 잔인하게 살해하는 3인조 인간쓰레기와 엮이게 되는 몇 명의 청춘들이 주인공이다. 이 두 이야기는 한 챕터마다 번갈아가며 진행되다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하나로 만난다. 이런 구성의 대가였던 빌 벨린저의 수법을 고스란히 흉내 낸 이 작품의 결말에서야 우리는 왜 사전 하나 때문에 서점을 털어야 했는지, 뒷문은 왜 꼭 지켜야 하는지의 이유를 알게 된다. 늘 독특한 구조와 신선한 이야기, 청량한 뒷맛으로 이름 높은 이사카 고타로의 작품으로 전작들의 장점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지만 전작들과 달리 우울하고 가슴 아린 마무리를 보여준다.

 

 

4위.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 - 와카타케 나나미 

 




소박하고 평범한 일상에서 미스터리 요소를 뽑아내 흥미와 몰입감을 돋우는 '일상의 미스터리' 계열 작품. 건설회사의 사보 편집장이 된 와카타케 나나미(작가와 동명으로 설정했다)는 매월 한 편씩 들어갈 소설을 선배인 소설가에게 의뢰한다. 하지만 선배는 집필을 고사하고 익명 작가 한 명을 소개시켜주는데 다행히 익명 작가는 펑크도 없이 매달 소설 하나씩을 보내준다. 4월부터 다음 해 3월까지 총 12편의 이야기는 2월에는 발렌타인 데이, 4월에는 벚꽃놀이 등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 속에 담겨 있는 미스터리를 소재로 하고 있어 전반적으로 따뜻하고 흐뭇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하지만 모든 연재가 종료되고 익명 작가와 편집장 나나미가 조우하는 결말에서는 그렇게 녹록치만은 않은 결말이 기다리고 있다. 눈을 크게 뜨고 찾아보면 소소한 우리네 일상에도 보석 같은 미스터리가 얼마든지 숨어 있다는 걸 흥미롭게 보여주는 단편집으로 몇몇 단편은 한국인이 이해하기 어렵지만 사소한 부분 하나하나까지 치밀하게 짜내려가 인상적인 결말을 만들어낸 점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3위. ZOO - 오츠 이치 

 




열일곱 살에 데뷔한 천재 작가 오츠 이치의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단편집. 총 10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으며 호러, 유머 미스터리, SF, 일종의 잔혹 동화를 비롯해 수록작들 모두가 다채로운 색깔을 보여준다. 전편이 약간은 어두운 색깔로 채색된 듯한 느낌이라 다 읽고 나면 우울해질 수도 있지만 이토록 다양한 이야기들을 거의 다 매끈하게 뽑아낸 오츠 이치의 재기와 역량만큼은 인정받아야 할 것 같다. 가장 추천하고 싶은 이야기는 남매가 영문도 모르고 철창으로 막힌 독방에 갇히면서 시작하는 'Seven Rooms'. 아직 어린 꼬마인 남동생은 몸이 작아 배수구를 통해 옆방으로 이동할 수 있는데, 역시나 일곱 개의 방에는 잡혀온 사람들이 하나씩 감금되어 있다. 매일 한 명씩 희생자들을 전기톱으로 해체하는 살인마의 손에서 남매의 운명은 어떻게 될런지 지켜보시라. 그밖에 부자 노인이 잠을 깨보니 칼을 맞아 피를 한바탕 흘리고 있었다는 '혈액을 찾아라'라는 작품은 읽는 내내 폭소를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웃기지만 범인의 정체는 완벽한 본격 미스터리의 방법으로 드러난다. 수록작 모두 독특한 맛을 가진 재미를 보장한다. 

 

 

2위. 살육에 이르는 병 - 아비코 다케마루 

 




<살육에 이르는 병>은 무언가 끔찍한 범행을 저지른 한 남자가 체포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곧 몇 달 전으로 되돌아가 정신에 병이 든 이 남자가 살육에 이끌리게 되는 혼란스런 심리와 여성 희생자들을 천천히 물색해 살인을 저지르는 과정이 자세하게 묘사되며, 어딘지 수상한 행동을 일삼는 이 남자를 의심하는 그의 가족 중 한 명의 여성이 나름대로 조사를 벌이는 모습이 교차된다. 마지막으로 은퇴한 형사가 우연히 이 사건에 말려들어 범인을 추격한다. 이 세 명의 시선으로 진행되는 이 작품은 뒤로 갈수록 긴장이 고조되다 충격적인 결말로 매조지된다. 뛰어난 반전과 엽기적인 살인 행각의 가감없는 묘사로 화제를 끈 작품이지만 단순히 눈길을 끌기 위해 처절한 살육 장면을 그렇게 길고 자세하게 그렸다고 보기는 힘들다. 실상 이 작품은 현대 일본 사회와 가정이 한 사람의 정상적이고 온전한 성인 남성을 길러내기 힘든 구조적 모순을 가지고 있다는 주제의식을 그것과 호응하는 훌륭한 반전을 통해 공감가게 그려내고 있다. 그동안 많은 미스터리 소설을 보았지만 주제를 이렇게 잘 살려주는 트릭, 트릭을 이렇게 훌륭하게 뒷받침해주는 주제를 가진 작품은 흔치 않았다. 그렇다고 결코 딱딱한 작품은 아니며 반전의 '깜짝쇼'만으로도 충분히 즐길 만한 작품이다.

 

 

1위. 이름없는 독 - 미야베 미유키 

 




<누군가>에 이은 평범남 탐정 스기야마 사부로 시리즈 제2작. 원래는 도저히 추리소설에 쓸 수 없을 정도로 무난하고 사람 좋은 삼십대 남자에 불과하지만, 다행히(?) 재벌의 딸과 결혼함으로써 어느 정도 특별한 설정을 부여받은 스기야마다. 그는 장인이 소유한 거대 그룹 이마다 콘체른의 사보 팀에 편집자로 근무하며 병약하지만 상냥한 아내, 토끼같이 사랑스런 딸과 함께 행복한 일상을 살고 있다. 유일한 걱정이라면 이 행복이 언젠가는 깨질지도 모른다는 고민에 자다가도 한번씩 식은땀을 흘리는 것뿐. 전작 <누군가>에서는 장인의 운전사가 자전거 뺑소니로 죽은 사건과 우연히 맞닥뜨리게 되면서 본의 아니게 탐정 일을 하게 되지만 <이름없는 독>에서는 훨씬 더 심각한 무차별 독살 사건을 조사하게 된다. 편의점 음료수병에 독약을 주입해 닥치는 대로 희생자를 늘려나가는 무서운 범죄다. 스기야마의 고생은 이것만이 아니다. 온갖 사악한 독으로 똘똘 뭉쳐 있는 듯한 겐다라는 임시직 여직원과 대결도 펼쳐야 한다. 사회파 미스터리의 거장 미야베 미유키의 끝없는 저력이 또 한번 입증되었다. 현대 사회의 모든 부분을 병들게 만드는 인간이 내뿜는 독이란 무엇인가를 탐구하는 걸작이다. 인간의 끝없는 이기심과 욕심이 독처럼 환경뿐 아니라 사회 전체를 오염시켜 가고 있는 현실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힘이 있다. 그야말로 독 그 자체인 겐다라는 캐릭터를 만들어낸 것만으로도 성공작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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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 2008-01-21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두권밖에....................;;;;

보석 2008-01-21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 읽었습니다!(어쩐지 뿌듯) 근데 페이퍼 제목은 '서양'이 아니라 '동양'이나 '일본'으로 바꿔야 할 것 같은데요.^^

jedai2000 2008-01-21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플시즈님...^^ 기회 되시면 다 읽어보셔요

보석님...-_-;; 그러네요. 얼른 수정했습니다. 바로 밑에 서양 편이 있죠. 근데 서양은 거의 미국이고, 동양은 다 일본이라 좀 그렇기도 하네요 ㅎㅎ

쥬베이 2008-01-21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위 빼놓고는 다 읽었어요^^
<이름없는 독>은 출간되자마자 샀는데, 아직 못 읽었답니다.
제다이님 추천이시니, 엄청 기대 되네요^^

jedai2000 2008-01-22 0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쥬베이님...저도 무척 아꼈다 본 책인데 과연 실망을 시키지 않더군요. 아주 좋은 작품이라 생각하는데 쥬베이님께서도 만족하심 좋겠어요 ^^

bongbong 2008-05-26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zoo의SEVEN ROOMS 굉장하지않나요^^

jedai2000 2008-05-27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븐 룸>이 젤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심지어 54세이신 저희 어머님도 재미있어 하셨다는 ㅎㅎ
 



* 완벽하게 주관적인 순위입니다.

** 2007년에 출간된 책만을 포함하며, 당연히 국내에 출간된 모든 미스터리를 읽지는 못했습니다.

 

 

 

5위. 살인자에게 정의는 없다 - 조지 펠레카노스 

                                                                                   



워싱턴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흑인 사립탐정 데릭 스트레인지 시리즈 제1작. 동료 흑인 경찰을 범죄자로 오인 사격해 사망에 이르게 한 백인 경찰 테리 퀸을, 피살자 어머니의 의뢰를 받고 스트레인지가 수사한다. 퀸은 정말 실수를 한 것일까? 아니면 광적인 인종 차별주의자일까? 스트레인지는 취미도 비슷하고 의외로 이야기도 잘 통하는 퀸에게 호감을 느끼나 때때로 보여주는 퀸의 돌발적인 폭력성 때문에 의심의 눈초리를 완벽하게 거두지는 못하고 있다. 그밖에 마약 밀매조직과 그들을 습격하여 마약을 강탈하려는 백인 쓰레기 부자父子의 이야기도 독립적으로 진행되다 최후에 스트레인지와 퀸의 플롯과 합치되는 구조를 보여준다. 쿠엔틴 타란티노 영화 문법을 떠올리게 만드는 독특한 구조와 플롯, B급 영화에서나 볼 수 있을 듯한 날 것 그대로의 생생한 폭력과 도발적인 성애 장면, 걸쭉한 욕설, 대중문화에 바탕을 둔 농담 등이 약간은 불량식품 같은 재미를 보장한다. 너무 생생해서 불편할 사람도 있겠고 싫어할 사람은 싫어하겠지만, 이런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정신없이 빠져들 만한 작품이다.

 

 

4위. 도시 탐험가들 - 데이비드 모렐

 







 

 

 

세월의 더깨가 깊이 쌓여 퇴락해버린 옛 건물에 몰래 숨어들어가 그곳에 남은 유물들을 살펴보며 예전에 거기 살았던 사람들의 삶을 상상하며 즐기는 일명 '도시 탐험가들'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금시초문이었으나 실제로 수많은 도시 탐험가들이 이 불법이지만 짜릿한 모험을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고. 1960년대에 폐쇄된 패러곤 호텔에 잠입하게 된 4명의 도시 탐험가와 그들을 취재하는 1명의 저널리스트. 한 가지 끔찍한 사실은 각종 특수장비와 교활한 두뇌, 사악한 심장으로 무장한 사이코 살인마도 그들과 함께 패러곤 호텔에서 하룻밤을 보낸다는 것이다. 그날의 악몽은 밤이 새도록 계속된다. 살인마의 손에서 벗어나 호텔을 탈출하려는 도시 탐험가들의 필사적인 사투가 실시간으로 펼쳐지는 이 일급 스릴러의 작가는 유명한 데이비드 모렐. 1970년대부터 스릴러 히트작을 양산한 베테랑 작가답게 모든 장면의 짜임새가 훌륭하고 긴박감이 출중하다. 잘 만든 할리우드 액션 스릴러를 장면 별로 감상하는 듯한 클라이막스를 놓치지 마시길.

 

 

 

3위. 열세번째 이야기 - 다이안 세터필드 

 





 

 

 

 

그다지 유명하지 않은 전기작가 마가렛은 애거서 크리스티+스티븐 킹+조앤 롤링을 합친 듯한 초대형 베스트셀러 작가 비다 윈터의 전기를 써달라는 제의를 받게 된다. 마가렛은 제의를 수락하고 윈터의 대저택에 머물며 그녀의 삶의 이야기를 듣지만 평생을 이야기꾼으로 살아온 그녀가 과연 사실을 말하는 것일지, 아니면 제버릇 못 버리고 또 이야기를 만들고 있는 건지 확신하지 못한다. 윈터의 부모 대에서부터 시작되는 그 이야기는 너무도 매혹적으로 독자를 빨아들인다. 독특한 성격의 쌍둥이, 때때로 출몰하는 유령, 황폐해져 가는 대저택, 괴기스럽고 음산한 분위기, 미스터리와 음모까지 18세기 고딕소설의 맛을 그럴싸하게 재현하는데 성공한 소설. 반전은 생각보다 힘이 떨어지지만, 일단 한번 손에 들면 단숨에 끝까지 읽어내리게 만드는 마력적인 이야기의 재미가 살아 있어 소설의 기본은 역시 이야기라는 걸 증명한다.

 

 

2위. 시티즌 빈스 - 제스 월터 

 




대부분의 사람에겐 휴일에 불과한 대통령 선거를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한 다시 없을 기회로 생각하는 범죄자 빈스의 갱생기가 눈물겹도록 감동적인 소설. 워싱턴 주 스포캔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도넛 제빵사로 일하고 있는 빈스에게는 사실 감추고 싶은 과거가 있었으니, 사실은 마피아와 손을 잡고 카드 사기를 일삼던 사기꾼이었던 것이다. 빈스는 여러 사정상 어쩔 수 없이 마피아 보스를 배신하는 증언을 하고는, 사법 거래를 통해 새 이름, 새 신분을 받고 증인 보호 프로그램에 따라 스포캔에 오게 되었다. 그럭저럭 새 삶에 적응에 가려던 찰나 무시무시한 인상의 레이라는 사내가 나타난다. 레이를 마피아가 고용한 킬러로 생각한 빈스는 단지 살아남기 위해 도망쳐다니기 시작한다. 여기까지만 보면 평범한 스릴러 소설과 다를 바 없겠지만, 이 작품의 감동은 빈스가 그 생사의 위기 속에서도 어떻게든 대통령 선거를 치루기 위해 분투하는 데서 나온다. 예전 범죄자 시절의 자신에게는 투표권이 박탈됐지만, 새로이 태어난 빈스에게는 투표권이 있으므로. 이 선거를 어떻게든 잘 치뤄 한 사람의 시민이 되고 싶은 빈스의 진심이 가슴을 적신다. 스포캔의 정감 있는 분위기와 쾌활한 등장인물들이 펼쳐내는 유머도 일급.

 

 

1위. 어벤저 - 프레드릭 포사이스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테러리스트들과 전쟁꾼들의 손에 의해 죽음을 맞이한 희생자들의 가족으로부터 외뢰를 받아 그들을 단죄하는 전문가 어벤저의 활약이 시종일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이번에 어벤저가 상대하게 될 적은 보스니아 내전 당시 수많은 민간인들을 죽이고 그들의 재산을 훔쳐 그것으로 부를 일군 조란 질리치. 그는 세르비아의 독재자 밀로세비치의 심복으로써 비밀 경찰 노릇을 톡톡히 하며 공포정치에 한몫을 톡톡히 하지만 독재 체제가 무너지려는 시점에서 눈치를 채고 그동안 모은 검은 돈을 가지고 남미의 섬에 요새를 짓고 여전히 호화롭게 살고 있다. 앞뒤로 절벽, 바다에는 상어, 강에는 피라냐, 열두 마리의 도베르만, 200명의 용병이 조란을 지킨다. 제 아무리 어벤저라도 이번 미션은 어렵지 않나 싶지만 그는 전문가답게 착착 준비를 시작한다. 조란의 요새로 침투하는 후반부 100페이지의 긴장감이 놀랍다. 잠입 액션 혹은 침투 스릴러의 기막히는 재미 보증!

 

 

 

 

- 다음 편에는 동양 편을 쓰겠습니다만, 동양이래봐야 다 일본 쪽이겠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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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 2008-01-10 0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두편밖에 못봤네요..ㅇ.,ㅇ

보석 2008-01-10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도 본 건 2권 뿐이군요. 1,2위 작품이 궁금하네요. 보관함엔 몇 달 째 담겨 있는데;

쥬베이 2008-01-10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은 책이 전혀 없네요^^ 편향된 책읽기의 현실입니다ㅋㅋㅋ

jedai2000 2008-01-10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플시즈님...아무래도 요즘은 일본 쪽이 인기가 많으니 영미, 유럽 스릴러는 별로 관심을 못 받나보네요 ^^

보석님...제 생각엔 다들 재미있으니 취향에 맞는 게 몇 편 골라보세요 ^^

쥬베이님...사실 <열세번째 이야기>를 제외하고는 많이 팔린 책은 없죠. 잘 모르셨던 것도 이해가 갑니다 ^^
 
월광 게임 - Y의 비극 '88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아리스가와 아리스 지음, 김선영 옮김 / 시공사 / 2007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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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시절을 떠올려보라면 밤새도록 며칠이고 술판을 벌인 축제도 있고, 두근두근 떨리는 마음으로 나갔다 실망만을 안고 돌아오던 미팅도 있겠지만 역시 제일 먼저 생각나는 건 MT가 아닐까 싶습니다. 배낭과 버너, 각종 밑반찬과 술(!)을 바리바리 싸들고 산으로, 바다로 떠나는 MT! 직장에서 가는 야유회와는 달리 의무도 아니고 마음에 맞는 친구들과 함께이기 때문에 그저 즐겁기만 합니다. 밤이 깊어가면 한두 명씩 눈이 맞은 남녀가 사라져 로맨스도 꽃피고, 술에 떡이 되도 그자리에서 누워 자면 되기 때문에 부담도 없죠. 게다가 술 취한 멤버가 벌이는 막장 주정은 훗날까지 오래오래 회자되어 당사자를 창피하게 만드는 즐거운 추억으로 남기도 합니다. 아, 이렇게 적고보니 당장 MT를 떠나고 싶네요. 그때 그 멤버들은 모두 어디로 간 건지...

 

대학 문화는 한국이나 일본이나 어디든 비슷한지 에이토 대학의 법학부 신입생인 아리스가와 아리스도 첫 여름 방학 때 동아리 선배들과 함께 MT를 떠납니다. 물론 경비 마련을 위한 아르바이트는 필수겠죠. 그런데 아리스가 몸담은 동아리는 추리소설연구회라는 것이 중요합니다. 회장인 4학년 에가미 지로를 비롯해 만담가에 가까운 2학년 모치즈키와 오다 선배, 아리스 본인은 모두 미생미사, 미스터리에 죽고 미스터리에 사는 골수 마니아들입니다. 기찻간에서도 미스터리 소설 이름으로 끝말 잇기를 할 정도니까요(그런데 이 장면은 일본어로는 끝말 잇기가 되는데 한글로는 맞지가 않아, 번역자 주가 필요했다고 생각합니다).

 

목적지인 야부키 산의 캠프장에 도착한 그들은 놀러온 다른 대학의 세 동아리와 합류하게 되는데, 스터디 그룹도 있고, 산행 동아리도 있네요. 결국 총 17명의 대식구가 된 그들은 모두 젊기에 낯가림도 없이 금방 친해져 캠프 파이어도 하고, 서서히 남녀상열지사도 이뤄지며, 다시 올 수 없는 청춘의 즐거운 한때를 보냅니다. 하지만 행복한 시간도 잠시, 휴화산이던 야부키 산이 분화하며 평화로운 정경은 지옥의 한복판처럼 변해버립니다. 게다가 산을 내려갈 수 있는 길도 지진으로 끊어지고 말았어요. 완벽하게 고립되고 만 것입니다. 어쩔 수 없이 식사량도 제한하며 생존을 위한 투쟁을 벌이는 가운데 또 하나의 재앙이 그들을 찾아옵니다. 멤버들이 한 명, 한 명 살해되어 시체로 발견되는 것입니다. 다같이 힘을 모아도 살아날까 말까인 상황에 연쇄살인범까지 숨어 있다니...과연 누가 살아남고 누가 차디찬 시체가 될런지, 또한 대체 누가 범인일까요?

 

<월광 게임>은 '관 시리즈'의 아야쓰지 유키토와 함께 신본격 미스터리 열풍을 이끌었다고 알려진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1989년 데뷔작입니다. 부제는 'Y의 비극 88'로 아마도 엘러리 퀸의 명작 <Y의 비극>에서 힌트를 얻지 않았나 싶은데, 이 작품에서는 두 명의 피살자가 죽어가면서 'y'로 보이는 다잉메시지를 남기고 그것들이 사건 해결의 결정적인 단서가 되는 까닭에 'Y의 비극 88'이란 부제를 단 것 같습니다. 아리스가와 아리스는 일본에서 손꼽히는 본격파로 많은 작품을 써내고 있는데, <월광 게임>에 등장하는 에이토 대학 추리소설연구회의 대학생 아리스가 등장하는 몇 작품을 비롯해, 에이토 대학 범죄사회학 조교수 히무라 히데오와 추리작가 아리스가와 아리스가 등장하는 시리즈가 유명하다고 하네요.

 

두 시리즈에 모두 등장하는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직업, 즉 학생과 작가에서 시리즈명을 따와 각각 '학생 아리스 시리즈'와 '작가 아리스 시리즈'로 나뉘어진다고 하는데 두 아리스 사이에 접점은 없다고 알고 있습니다. 미스터리 소설가다운 재미있는 시도라는 생각이 드네요. 참고로 '학생 시리즈'는 <월광 게임>을 비롯해 단 3작품만 나와 있었는데 작년에 15년 만에 4번째 작품 <여왕국의 성>이 나와 반응이 매우 뜨거웠다고 합니다. 편수가 적은 '학생 시리즈'는 물론이고 꼭 '작가 시리즈'에서도 대표작들을 골라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부제에서 엘러리 퀸을 떠올릴 수 있듯이, 아리스가와 아리스는 엘러리 퀸을 무척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엘러리 퀸 하면 역시 독자와의 페어플레이와 사건 해결 과정에서 논리를 중시한다는 걸 들 수 있을 것 같네요. <월광 게임>에서 작가는 정말이지 철저하게 엘러리 퀸을 떠올리게 합니다. 폐쇄된 공간, 한정된 등장인물, 독자에게 숨김없이 모든 단서를 공개하는 공정함, 논리적 해결, 심지어 '독자에의 도전장'까지 모든 점에서 엘러리 퀸의 흔적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대학생들 이야기다 보니 학생 아리스가 유력한 용의자를 연모해 수사에 혼선을 빚는다든가, 살해 동기가 사랑에 기반한다든가 하면서 로맨스에도 주력하는 건 약간 달라 보입니다(동기가 그다지 납득이 가지는 않습니다만).

 

이런 류의 본격 미스터리에서 하이라이트는 역시 탐정이 등장인물들을 모두 모은 후에 '추리쇼'를 펼치는 장면이 아닌가 싶네요. <월광 게임>에서도 탐정역인 에가미 지로가 하산 과정에서 살아남은 모두를 모아두고 진상을 밝히는 장면이 백미입니다. 하나하나 상황과 단서를 짚어 범인을 추려내는 과정은 정말이지 짜릿함마저 느껴질 정도예요. 하지만 핵심 단서 중 하나인 다잉메시지 'y'의 정체를 우리나라 사람은 온전히 추리할 수 없다는 건 유일한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물론 이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겠지요.

 

등장인물이 무척 많고 때로는 성으로, 본명으로 심지어 별명으로까지 부르기 때문에 계속 맨 처음 페이지 등장인물 소개면을 왕복하면서 읽어야 했습니다. 위에도 언급했듯이 다잉메시지의 전모를 절대 알 수 없다는 단점도 있구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척 재미있게 읽었다는 점만은 부인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일단 아리스를 비롯한 추리소설연구회 멤버들이 너무도 호감 갑니다. 죽음이 목전까지 다가온 순간에도 그들은 그간 읽었던 추리소설들을 이야기하며 편안함을 느끼거든요. 죽기 직전에도 유일한 아쉬움이 절판된 미스터리 소설을 못 구한 거라니, 이건 완전히 우리 미스터리 마니아들의 습성 그대로 아닙니까? 작가 아리스가와 아리스, 에이토 대학 추리소설연구회 4인방의 피 속에는 추리소설의 DNA가 흐르고 있습니다. 그건 우리 몸 속에 흐르고 있는 것과 같은 종류입니다. 이들을 우리가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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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 2008-01-09 0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다이님 오랜만입니다.^^흐흣...
추리소설의 DNA라...멋진데용..ㅇ.,ㅇ 고전추리소설을 떠올리면서 읽으면 괜찮을듯..
저도 사려고 담아놓았는데, 평쓰신 분들의 평점이 화끈하게 별 다섯개쯤 나와주지는 않네요.;;;;그..그래도 봐야지!

물만두 2008-01-09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추리마니아의 피를 끓게 만드는 동질의 그것!!!
별이 짜다해도 애플님 보셔야죠~

jedai2000 2008-01-09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플시즈님...너무 오랜만에 써봤네요. 제가 갑자기 백수가 되서 이제 리뷰를 좀 많이 쓰려고 생각 중이예요. 고전 추리소설을 멋지게 현대에 재현한 작품인 듯 합니다. 무엇보다 대학생들 이야기라 옛날 생각도 나고 그 분위기 자체가 좋아요. 아무래도 다잉메시지가 한국인들은 이해불가라 점수가 좀 짜지지 않았나 싶네요 ^^

물만두님...별 4개면 아주 짠 건 아닌 것 같고, 아주 재미있으니 망설이지 말고 꼭 보시라고 애플님께 전해주셔요 ㅎㅎ

쥬베이 2008-01-24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다이님!! 축하드려요^^
1월 3째주 이주의 마이리뷰 선정입니다ㅋㅋㅋ

jedai2000 2008-01-24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쥬베이님...아, 축하해주셔서 너무 고맙습니다 ^^ 한 2년만에 된 것 같은데 기분 너무 좋네요. 호호

boogie 2008-01-25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추리문학을 좋아하는데..
잘 읽고 갑니다...
자주 보고 가겠습니다...^^

jedai2000 2008-01-25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기님...추리문학 좋아하신다니 반갑네요 ^^ 앞으르도 가끔 리뷰 올릴 테니 놀러오셔요^^

이매지 2008-01-26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선 제다이님 마이리뷰 축하드려요 :)
얼마 전에 네이버 메인에도 뜨셨던데 ㅎㅎㅎ
일본의 신본격미스터리와 비교적 코드가 맞는 것 같아서 이 작품도 땡기는군요 :)
미스터리 동아리의 일원이 여행을 가서 일을 당하는 내용을
어디서 본 것도 같은데 기억이 잘 안나는군요.
(십각관인 것 같기도 한 데 맞나 -ㅅ-a)
어쨌거나 별 다섯은 아니라 망설여지지만 보고 싶네요 :)

jedai2000 2008-01-28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매지님...아, 고맙습니다 ^^ 네이버 메인에 뜨니 무섭더라구요. 하루에 3만 명 가까이 들어오시다니 ㅎㄷㄷ 근데 네이버는 조금 우스운 게 일단 메인에 띄워놓고 나서 나중에 통보를 해주더군요. 저야 상관없지만 조용하게 블로그 운영하시고 싶은 분들은 기겁하시겠던데요 ^^

신본격 미스터리 초기작이죠. 여행가서 일 당하는 건 십각관이 맞는 것 같네요. 근데 십각관에서는 둘 빼고 다 죽지만, 여기선 그렇게 많이 죽지는 않습니다ㅎㅎ 일본어를 이용한 다잉 메시지라 완전히 이해할 순 없지만 그 부분을 빼더라도 논리적인 맛이 있고, 무엇보다 분위기가 재미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