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일상 이야기 - 어느 프랑스인이 본 처가의 나라 꼬레
에릭 비데 지음, 니코비 그림, 최미경 옮김 / 눈빛 / 200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떤 이는 이 책을 읽으며 '단점이 많이 느껴진다'고 했지만,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찬찬히 읽어 내려가다 보면, 이 책을 쓴 에릭 비데라는 사람이 얼마나 '우스갯소리'로 지금 우리 한국 사회와 문화에서 문제가 되는 대목을 '웃음으로 넘기며 비판해 주며 껴안고 있는'지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이는 '몰라서 대충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느낌과 생각을 이 책 하나를 읽으면서도 제대로 잡아채지 못한다면, 우리들 눈길이나 눈높이는... 우리 세상과 사회를 제대로 못 읽고 겉핥기로 그쳐 버리지 않을까요? 진작에 읽었던 책이지만, 이제서야 느낌글을 하나 띄웁니다.


- 책이름 : 한국의 일상 이야기
- 글 : 에릭 비데
- 그림 : 니코비
- 옮긴이 : 최미경 옮김
- 펴낸곳 : 눈빛(2003.11.15.)
- 책값 : 8500원



 이 책 하나 13 ― 돈만 많이 벌게 해 주면 좋아?
 : 에릭 비데, 《한국의 일상 이야기》



 (1)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침을 먹습니다. 무김치와 배추김치와 마늘절임과 조개젓, 이렇게 네 가지 반찬을 차려 놓고 먹습니다. 밥은 누런쌀에 누런콩으로 지었습니다. 콩은 하루 동안 불리고 누런쌀도 서너 시간은 불린 뒤 짓습니다. 밥그릇이 넘치지 않을 만큼 밥을 담습니다. 밥을 풀 때면 더 담고픈 마음이 굴뚝같은데, 흰쌀밥이라면 두 그릇쯤 먹어야 속이 든든하다고 느끼나, 누런쌀밥일 때에는 한 그릇으로도, 때로는 반 그릇으로도 든든합니다. 한 숟가락 떠서 적어도 서른 번에서 쉰 번은 씹어야 목구멍으로 솔솔 넘어갑니다.


.. 피맛골의 입구 안내판에 써 있는 것처럼, 서울의 역사 유적의 가치가 충분히 있는 지역인데, 이 지역을 철거한다는 것은 정말 유감스러운 일이다. 영리를 추구하는 것이 서울시의 도시개발정책 입안자에게는 무엇보다도 우선적인 목표인 모양이다 … 공동의 자산인 환경이, 개인의 자산인 부동산과 영업의 이익을 위해서 희생당하는 것이다 ..  (168쪽)


 오늘은 일산 나들이를 가는 날. 설거지를 마친 뒤 가방을 챙기고 길을 나섭니다. 배다리 철길다리 밑을 지나 건널목을 두 번 건넙니다. 한 시 조금 넘은 때인데 학교옷 차려입은 고등학교 아이들이 많이 보입니다.

 참외전거리를 지납니다. 과일가게 늘어선 이곳에서 물고기 몇 가지를 파는 할머님은 오늘도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덥건 춥건 따뜻하건 시원하건, 할머님은 늘 그 자리에서 꼭 그만한 차림새로 손님을 기다립니다.

 과일가게 끝에 자리한 양과자집에 들릅니다. 일산 같은 새도시에서는 구경하기 어려운 옛날 양과자를 두 근 삽니다. 양과자집 아저씨는 낡은 저울로 무게를 답니다. 집에서 당신이 손수 붙인 흰 봉투에 과자를 담습니다. 푸짐한 봉투 둘을 옆지기 가방에 넣습니다.


.. 사실 서울이 가지고 있는 자연과 시골스런 모습이 바로 서울을 살 만한 곳으로 만드는 것이다. 서울의 매력은 즉각적으로 눈에 띄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매력은 깊이, 내부에 숨겨져 있고, 그래서 이태원, 강남, 인사동 등 누구나 찾는 거리만을 보는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다. 진정한 모습을 위해서는 찾아나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시내의 높은 사무실이 있는 건물들, 사람이 넘치는 백화점 등, 도쿄ㆍ뉴욕ㆍ파리에 비해서 다를 것이 없는 것이다. 서울의 매력은 도보로, 산보를 하면서 코를 들고 바람을 쐬며, 김기찬의 사진에 등장하는 것처럼 뒷골목을 다닐 때 발견하게 된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산에 등산을 가기는 하지만 도시에서는 거의 걷지 않는다. 그런데 걸어다녀야만 두 건물들 사이에 끼어 있는 작은 시장을 발견할 수 있고, 시내 한가운데에 위치한 작은 야채밭, 복잡한 골목 구석에 있는 맛있는 허름한 식당, 막다른 골목에 끼어 있는 구멍가게를 보게 되는 것이다 ..  (109∼111쪽)


 은행에 들러 돈을 찾습니다. 통장이 다 되어 새것으로 바꿉니다. 이참에 전기값(살림집 3660원, 도서관 7960원)을 낼까 하고 창구 직원한테 내밉니다. “아, 공과금은 안 받습니다. 공과금 수납은 저기 문 옆에 있는 기계에서 하시면 되고요, 쓰는 방법은 옆에 있는 직원이 알려줄 것입니다.” 고작 두어 달 앞서까지만 해도 공과금을 받던 은행인데.

 기계로 낼까 하고 잠깐 생각하다가 그만두기로 합니다. 아직 우리 동네 우체국에서는 공과금을 받아 주고 있으니 그리로 가야겠어요.


.. 한국의 진정한 커피숍은 사실 정교하게, 그럴듯하게 실내장식을 한 그런 카페가 아니었다 … 즉 미국에서 들어온 이들 커피숍의 유일한 목표는 뉴욕이나 방콕, 도쿄, 서울이 모두 같은 양식을 지향하는 것이다 … 대학로 같은 데서는 실내장식을 잘해 놓았다는 구실로 프랑스식으로 말하자면 양말 짠 물과 같은 미국식 커피를 황당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  (60쪽, 79쪽)


 은행에서 나선 뒤 지하상가로 들어갑니다. 길거리에는 사람이 몇 없다고 느꼈으나 지하상가는 바글바글입니다. 사람숲을 헤치며 전철역 쪽으로 갑니다. 지하상가를 거치고 싶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지하상가로 들어가야만 합니다. 인천이라는 곳에서는, 동인천역과 제물포역과 주안역 둘레에 건널목이 없거든요. 부평역은 몇 군데 있지만 한참을 돌게 되어 있고, 정작 역 앞으로는 갈 수 없습니다. 그래, 어디에든 지하상가만 꼬불꼬불 어지러이 빼곡빼곡 만들어 놓고, 이곳 사람들 장사를 해야 한다면서 건널목 놓기를 안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걷기 힘든 어르신들, 몸이 아프거나 고단한 사람들, 짐을 잔뜩 짊어진 사람들, 유모차를 끄는 어버이들, 자전거를 타고 오가는 사람들, 바퀴걸상을 타고다니는 사람들, ……은 어쩌지요. 지하상가 장사꾼들 ‘장사권리(상권)’가, 보통사람들 ‘사람권리(인권)’보다 앞서야 하나요.


.. ‘절도 있는 음주’라고 술병에는 적혀 있지만, 한국인들의 지침서에는 술이든, 목욕탕 물이든, 설거지용 물이든, 난방이나 냉방용 에너지 또는 식사 준비건 항상 절도를 잊고 넘치게 하라고 되어 있다. 매일 남한에서 버리는 음식물만으로도 북한의 주민을 먹여살릴 수 있다고 작가 황석영은 어떤 인터뷰에서 말한 바 있다 ..  (37쪽)


 동인천역에 들어옵니다. 전철이 한참 들어오지 않아, 모두들 한참을 기다립니다. 서울로 떠나는 전철이지만, 낮에는 아주 드문드문 다닙니다. 서울 지하철 같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지요. 전철 시간을 ‘서울 가는 보통 편’과 ‘용산 가는 급행’을 사이사이 맞추어 놓으면 사람들 기다리는 시간과 수고를 훨씬 덜 텐데.

 십 몇 분을 기다린 끝에 소요산 가는 전철 하나 들어와서 탑니다. 제물포역에서 여대생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잔뜩 탑니다. 우리 옆자리에 둘이 앉고 둘이 서서 신나게 수다를 떱니다. 연예인 ㅇ씨 두다리 걸치기 문제, 자기네 커플링이 얼마짜리네 하는 문제, 내 남자친구가 다른 여자를 좋아하고 있으면 어찌하겠느냐 하는 문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제 귀청이 떨어질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얼마나 옆사람들 수다떨기에 굽히지 않으면서 책읽기에 마음을 쏟을 수 있느냐고 하느님이 시험하는지 모를 일.

 이 여대생들이 서울까지 가는가 싶어서 속으로 한숨을 후유 하고 쉬는데, 부처님이 도와주셨는지 부평역에서 모두 다 내립니다.

 하지만 부평역에서 우루루 타서 우리 옆자리에 앉은 사람들은 큼직한 엉덩이와 허벅지로 자꾸 옆으로 밀어붙이는 아주머니들. 다리 쫙 벌리는 늙수그레 아저씨도 싫지만 엉덩이를 자꾸 밀어붙이는 늙수그레 아주머니도 싫습니다. 두 번째 시험인가요?


.. 나는 “사소한 요소들이 어설플 때 시장은 특히 아름답다”라고 말하고 싶다. 사실 너무 완벽한 시장은 시장이 아니다. 그렇게 되면, 그것은 백화점ㆍ쇼핑센터, 또는 미국인들이 말하는 쇼핑몰이 된다 ..  (50쪽)


 그예 책읽기를 접고 눈을 감습니다. 그냥 자자. 마음을 달래자.

 전철 장사꾼 서너 사람이 지나가고 목소리 높은 사람들 조잘거림이 여러 차례 물결칩니다. 이제 전철은 종로3가. 드디어 내릴 곳. 잠깐 사진관에 들러야 합니다.

 겉옷을 입고 큰가방을 뒤에 멜 즈음, 나이든 아저씨 한 분이 제가 앉던 자리에 앉으려고 잽싸게 다가옵니다. 제가 앉던 자리에 아직 사진기가 얹혀져 있는데. 그 사진기 깔고 앉으시려고요? 아직 짐을 추스르지 못했지만 얼른 사진기를 듭니다. 한두 푼짜리도 아니지만, 한두 푼짜리가 아니라 해도 그렇게 우격다짐으로 하면 사진기 망가지기 쉽습니다.

 한 번 더 큰숨을 몰아쉽니다. 내릴 문 앞에 섭니다. 전철이 서고 문이 열립니다. 우리 옆에 선 아주머니 한 분이 먼저 내립니다. 그 다음으로 우리들이 내릴 즈음, 타려고 서 있던 사람들 가운데 파란옷을 입은 늙수그레 아주머니 한 분이 깡총 뛰듯 전철에 올라타며 제 오른팔께를 밀칩니다. ‘뭐여?’ 하고 잠깐 사이에 속으로 빠르게 생각하다가 오른팔에 살짝 힘을 줍니다. 아주머니는 “어머나?” 하면서 튕겨집니다. 내릴 사람이 다 내릴 때까지 기다리며 뒤에 서 있던 사람들 가운데 아주머니 한 분이, “내리지도 않았는데 먼저 타구선!” 하고 다 들으라는 듯이 큰소리로 말합니다.


.. 손때 묻은 사물에 대한 애착, 일상용품에 대한 이런 애정의 관계는 한국의 현대 사회와는 무관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 한국의 사회에서는 신상품이 광고되고 판매원 등을 통해서 판매가 촉진되며, 사용하던 물건은 버려지거나 바로 교체가 된다 … 광란의 소비는 넘치는 폐기물 처리의 문제를 야기할 뿐만 아니라, 더 철학적인 정체성의 문제를 제기한다. 한국 사회는 신상품, 새 것, 최신 제품의 사회이다 보니, 대부분의 가정에 십 년 이상 된 물건이 있는 경우가 드물다. 신제품에 대한 열광은 특히 컴퓨터ㆍ휴대폰 등 신기술 상품에 대해서 심하지만, 자동차의 경우에도 그러해서 아직도 거의 새차이고, 번쩍거리는 데도 바꾸는가 하면, 주택의 경우도 이삼십 년 이상을 넘는 경우가 없다 ..  (39쪽)


 옆지기가 작은볼일을 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음, 종로3가 전철역에서 작은볼일이라……. 넓디넓은 종로3가 전철역이지만 뒷간 하나 찾기란 몹시 까다롭습니다. 지금까지 알아내기로는 두 군데에 있습니다. 모두 표를 끊고 안으로 들어가서 맨 끄트머리 구석에 있습니다. 우리가 내린 곳에서 가까운 쪽에 있는 데로 가 봅니다. 생각했던 대로, 뒷간으로 드나들 만한 문이 없습니다. “어쩔 수 없네. 밑으로 들어가서 갔다 와야겠네요.”


.. 개고기 소비에 대해서 분개하는 사람들은 그러면 소를 먹지 않고 숭배하는 인도인들이 타 대륙의 쇠고기 소비를 금지해 달라는 압력을 넣으면 타 대륙에서 쇠고기 소비 금지를 수락할 것인가. 또 이슬람교도들이 돼기고기 먹는 것을 금지시키려 한다면 얼마나 가소롭다고 여길 것인가. 인간과 희귀동물에 대한 금식사항을 제외하고는 채식주의자처럼 모든 고기를 삼가지 않는 한, 각 문화 내에서 수용가능한 동물 간의 계급을 결정한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  (84∼85쪽)


 13번 나들목으로 해서 밖으로 나옵니다. 바깥에서 맨 먼저 우리를 반기는 모습은 기호 ○번 아무개 후보 걸개천. 기호 ○번 아무개 후보 걸개천은 다른 후보 걸개천과 견주어 엄청나게 많이 나붙었습니다. 문득, 저 아무개 후보가 내건 약속이 무엇이었는가 헤아려 봅니다. 으흠, 으흠, 으흠 …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다른 후보 약속하고 그다지 다를 것 없어 보였는데. 그래도 한 가지 뚜렷하게 떠오르는 아무개 후보 약속은 ‘새 집을 50만 채 짓겠다’인데, 새 집이란 다름아닌 아파트 한 가지.


.. 오늘날의 한국은 빨리 돈벌기, 비양심적이라도 쉽게 노력없이 버는 돈에 대한 열망이 강한 것 같다 … 실업자는 사회에서 거의 만장일치로 배척하는 대상이며, 심지어 가족들조차도 수입원을 상실한 이에게 손가락질을 한다 ..  (40쪽)


 2001년부터 단골로 다니고 있는 ㅅ사진관에 닿습니다. 맡겨 놓은 사진을 찾고 티맥스400 필름 열 통을 삽니다. 벌써 여러 달 앞서부터 흑백필름 사기는 하늘별 따기처럼 어렵습니다. 제가 즐겨쓰는 일포드델타400 필름을 주문해 놓은 지도 석 달은 된 듯한데 아직 한 통도 못 받고 있습니다. 오늘 어렵게 장만한 티맥스400 필름도 얼마 앞서 조금 들어온 녀석들이라고 합니다. 필름 한 통 값이 거의 6000원. 예전과 견주어 무척 많이 올랐는데, 앞으로는 이 값보다 더 많은 돈을 치르더라도 물건이나 제대로 구경할 수 있을까 모르겠습니다. 너무도 반가운 이 필름에 입을 맞추고 껴안으며 가방에 챙겨 넣습니다.


.. 분당에서 나는 여기가 사람 사는 곳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 도시는 영혼이 없으며, 도대체 사람을 맞이할 줄도 모르는 그런 곳인 것 같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서울사람들이 그토록 살고 싶어하는 주거지역 중의 하나이다 … 한국에 처음 왔을 때부터 나는 계속해서 머리속에 질문을 던져 보곤 했었다. 어떻게 똑같이 생긴, 정감 없는, 환경을 무시하는 아파트를 계속해서 짓고 있는 것일까? 이런 종류의 아파트 건설계획은 이미 오래 전에 프랑스에서는 중단이 된 상태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여기저기 조금만 여행을 다녀 보면, 아무리 조그마한 도시라도 어디나 높게 치솟은 아파트들이 있으며, 이런 아파트들은 계속해서 땅위로 솟고 있다는 사실을 보게 된다 ..  (91∼92쪽)


 3호선 전철을 탑니다. 종로3가에서 3호선 줄기 자리는 매우 좁습니다. 이 좁은 자리에 보호문을 놓는 공사를 합니다. 좁은 종로3가 전철역에는 앉을 자리, 걸상이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청소하는 아주머니들은 쉼없이 전철역 바닥을 걸레질로 닦습니다. 가방이라도 내려놓을까 했지만 축축하게 젖은 바닥에 내려놓지는 못합니다. 구파발 가는 차는 보내고 대화 가는 차를 탑니다. 터덜터덜 달리는 전철이 구파발을 지나고 드디어 밖으로 나와 햇볕 보이는 창밖 모습이 펼쳐집니다. 오늘은 얼마만큼 새로 ‘올랐나’ 하고 북한산 둘레를 헤아립니다. 그동안 짓고 있던 아파트들은 거의 공사가 끝난 듯합니다. 그런데 그 아파트들 앞으로 펼쳐져 있던 논이 죄다 갈아엎혔습니다. 그 자리에도 아파트를 또 올려세우려나? 이러다가 구파발 전철역 둘레부터 대화역 있는 데까지 죄 아파트만 득시글득시글해지는 건 아닐는지?


.. 한국에 대한 관광안내 책자를 펴 보면, 어떤 책이든지 항상 서울에 있는 동대문과 남대문시장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한다 … 이제 몇 년 지나지 않아 남대문은 미국이나 유럽, 또는 길건너 명동에서 보는 것과 같은 엄청난 규모의 쇼핑센터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 전통적인 시장은 정감 있고, 근접한 하나의 장소로, 차갑고 특성 없는, 영혼이 없는 현대식 건물이 아니다. 그런데 이 시장이 현대의 삶에서 점점 사라져 가고 있는 것이다 ..  (53∼54쪽)


 옆지기 부모님이 사는 일산에 닿습니다. 고맙게 차려 주시는 저녁 밥상을 받습니다. 옆지기 아버님이 말씀합니다. “이명박을 찍어야 나라가 살지.” 옆지기 어머님이나 동생도 비슷한 생각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생각해 보면, 옆지기네 식구들뿐이 아니라 요즈음 만나는 둘레사람들이라면 너나없이 이렇게들 이야기합니다. “경제를 살리려면 이명박밖에 없다”고, “우리 같은 서민이 살려면 이명박이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고, “노무현 찍어 놓으니까 보라고, 이렇게 경제불황에다가 다들 먹고살기 어려워서 난리를 치잖아” 하고.

 ‘우리 아버지는 이번 대통령 뽑기를 어떻게 생각하시려나?’ 하는 생각이 슬며시 꿈틀꿈틀 합니다. 참말로 당신들이 ‘먹고살기 힘들어’서, 먹고살 수 있게 해 줄 만한 대통령감을 찾고 있을까요. 먹고살 만한 높낮이는 어느 만큼일까요. 우리는 무엇을 먹고살 수 있으면 될까요.

 돈이 안 중요하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만, 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바라볼 것이란 오로지 돈 하나뿐일는지요. 옆지기 아버님은 우리 옆지기한테, “진짜로 (대학교) 간판 없이 살 거야? 중졸로 끝낼 거야? 간판이 있어야 한다고.” 하는 말씀을 합니다. 옆지기 대신 제가 한 마디 거듭니다. “우리는 간판이 없는 길을 가고 있는걸요. 그리고 간판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세상 살아가면서 벽을 느끼지 않을 수 있도록 벽을 허무는 일을 하고 있는걸요.”


.. 외국인들에게 서울의 대로를 건넌다는 것은 두려운 경험이다. 운전자용 불이 빨간색으로 바뀌기를 한참을 기다린 후에 겨우 보행자용 녹색불이 들어오는 데다, 겨우 반쯤 건너면 벌써 보행자용 신호가 깜빡이면서 신호가 곧 바뀔 것이라는 표시를 하는 것을 보게 된다. 물론 한없이 긴 지하도나 육교가 없는 곳의 이야기이다 ..  (41쪽)


 잠자리에 들기 앞서 잠깐 창밖을 바라봅니다. 아파트 8층인 이 집에서 제법 멀리 내다볼 수 있습니다. 밤에도 불빛이 반짝반짝합니다. 자동차 불빛도 번쩍번쩍합니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남녘땅 온누리는 밤이 되어도 수많은 불빛으로 환할 테지요.

 옆지기 부모님 사는 이곳 둘레에는 옷가게가 잔뜩 있는데, 모두들 제법 장사가 되는 듯합니다. 우리야 옷 살 일이 없고, 평일 낮이나 아침에만 이 앞을 지나다녀서 사람 구경을 거의 못했습니다만, 어제 들어오는 길에도 새로 문을 연 옷가게들을 보았습니다. 듣는 이야기로는, 주말이 되면 차 댈 곳이 없이 바글바글하다던데.


 (2) ‘한국사람 삶’을 프랑스사람 눈길로


.. 한국 사회는 금융관련 범죄에 대해서 지나치게 관대하다. 2000년 7월에 3만5천 명이 대통령의 사면의 혜택을 받았는데, 3만 명이 경제사범이었다. 반면에 소위 사상범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몇 년째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물론 다른 나라에서도 그렇지만, 부유한 가정ㆍ명문대와 명문고 출신의 사기꾼들이 노조위원장이나 사회변혁을 부르짖는 사람들보다 대우를 받는다 ..  (153∼154쪽)


 《한국의 일상 이야기》가 우리 말로 나온 지 네 해가 지났고 머잖아 다섯 해가 됩니다. 글쓴이 에릭 비데 님은 네다섯 해 사이에 한국땅에서 어떤 모습을 새로 보았고 어떤 모습이 달라졌다고 느끼고 있을까요. 또는, 자기가 한국사람 삶을 바라본 이야기책을 펴내던 때하고 지금하고 그다지 달라진 구석이 없다고 느낄는지, 또는 자기 눈으로 보았을 때 안타까운 쪽으로 고꾸라지거나 벼랑으로 치닫고 있다고 느낄는지.

 우리들은 제대로 느끼지 못하거나 대충 지나치는 우리들 하루하루요 우리들 한삶인 《한국의 일상 이야기》는, 나라밖 사람이 바라보고 나서 글로 끄적였기에 책으로 묶여 나옵니다. 이런 이야기를 나라안 사람이 바라보고 나서 글로 끄적였다면 책으로 나올 수 있었을까요? 아니, 나라안에 있는 우리 스스로 우리들 하루하루가 어떠하고 우리 한삶이 어떠한 줄을 찬찬히 헤아리거나 살피고 있기나 한지요?

 우리 사회를, 우리 문화를, 우리 교육을, 우리 얼을, 우리 넋을, 우리 정치를, 우리 경제를, 우리 과학을, 우리 예술을, 우리 아이들을 우리 스스로 얼마나 곱다시 껴안으며 보듬고 있을까요. 아니, 껴안기나 할까요. 보듬기나 할까요. 그저 돈만 많이 벌 수 있게 해 주면 그만이라고들 여기지 않나요. 그 돈이라는 것도 지금 곧바로 앵겨 주면 될 뿐이라고 받아들이지 않나요. 앞으로 어떻게 되든. 앞으로 이 나라 아이들이 어떻게 살건 말건. (4340.12.11.불.ㅎㄲㅅㄱ)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2월이 접어들면 기름값이 떨어진다고 해서 기다렸습니다. 12월에 접어들었습니다. 기름값은 떨어지지 않습니다. 기름집에서 일하는 분들과 기름집을 찾아가 기름 한 통 사 와서 보일러 통에 채울 사람들 마음은 무겁습니다. 어찌어찌 기름을 얻어서 보일러를 돌립니다. 영 도 아래로 내려가지 않은 날씨이지만, 작은 방에서 옷을 껴입고 웅크리고 있어도 허연 입김이 나옵니다. 한 해 두 해 따뜻해지고 있는 날씨이니, 지난날과 견주면 기름값은 적게 나온다고 할 수 있을 테지만, 치솟는 물건값을 대는 일이란 늘 벅찹니다. 그래도 우리들 살아가는 이곳 남녘땅에서는 ‘비싸기는 해도 기름을 장만할’ 수 있고, 보일러를 돌릴 수 있습니다. 도시에서도 혜택 받는 곳은 가스로 집을 덥힐 수 있습니다. 지금쯤, 남녘보다 훨씬 춥고 서늘할 북녘땅 사람들은 어찌 지내고 있을까요. 금강산이나 개성 나들이를 해도 만나거나 부대낄 수 없는 그 북녘사람들 삶은 어떠할까요. 옷밥집 걱정이 없는 잘사는 사람이 아니라, 옷밥집 모두 걱정스러운 못사는 사람들 형편은 어떠할까요.

 지난 월요일, 서울 나들이를 하며 용산역 앞을 지날 때, 장갑 낀 손으로 딸랑딸랑 종을 흔들며 “어려운 이웃을 도웁시다!” 하고 외치는 구세군 자원봉사자들을 보았습니다. 이분들 뒤로는 으리으리하게 올려세운 용산역 새 건물과 번쩍번쩍 불빛이 빛나는 새 전자상가 건물이 버티고 있습니다. 문득, 저 큰 건물 바깥벽에 붙인 ‘장식 전구’ 불을 끄고 전기를 아껴서,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종로거리에서, 또 어느 번화한 거리에서 ‘성탄절 맞이’로 나무에 주렁주렁 매달아 켜 놓는 전구불을 줄여서 ‘이 세상 모든 가난한 사람들이 사라지고 모두모두 넉넉히 나누면서 살아갈 때까지 성탄절 맞이를 안 하면서 수수하게 살겠다’고 외치는 기업이나 정부기관이나 교회는 없을까 하는 생각.

 2001년 어느 날, 광화문에 있는 ‘북한자료센터’에서 북녘 어린이들이 쓰는 교과서를 구경한 적 있습니다. 지금은 이때보다 살림이 더욱 나빠졌을 텐데, 북녘 어린이들 교과서는 시커먼 갱지였고 그나마 잘못 넘기면 찢어질까 걱정스러울 판이었습니다. 이런 교과서나마 아이들 앞에 하나씩 돌아갈까요. 1980년대까지는 북녘에서 책을 찍어서 중국 연변으로 보냈다는데, 이제는 원고뭉치를 연변으로 보내어 책을 찍은 뒤 북녘으로 들인다고 들었습니다. 우리들 남녘나라에서는 공짜신문이 넘치고 어마어마한 광고종이가 버려지며, 헤일 수 없이 많은 종이들이 이면지로도 안 쓰이며 쓰레기가 되는데, 이대로 세월이 더 흘러가면 북녘사람들 문화며 학술이며 교육이며 사회며 어디까지 굴러떨어질까요. 1992년을 마지막으로 더 못 찍고 있는 북녘 국어사전인 《조선말 대사전》입니다. 정치꾼이 만나고 북녘 살림살이 북돋는 공장을 짓기는 하지만, 책을 새로 찍을 수 없는데 ‘남북 문화 주고받기’는 어찌 하지요. 남녘땅에서도 북녘책을 자유로이 찾아보는 꿈을 꾸고 싶은데, 국가보안법을 몰아낸다 해도 손에 쥘 수 있는 북녘책이 남아 있을는지. (4340.12.6.나무.ㅎㄲㅅㄱ)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농부의 밥상 - 유기농 대표농부 10집의 밥상을 찾아서
안혜령 지음, 김성철 사진 / 소나무 / 2007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책이름 : 농부의 밥상
- 글 : 안혜령
- 사진 : 김성철, 이혜영
- 펴낸곳 : 소나무(2007.2.5.)
- 책값 : 11000원


 

 이 책 하나 30 ― ‘아파트 밥상’을 떠나 ‘농사꾼 밥상’으로
 : 안혜령 씀, 《농부의 밥상》



 〈1〉 나누는 밥


 새벽 일찍 잠에서 깹니다. 저녁에 일찍 잠자리에 드니 새벽 일찍 일어날 수 있습니다. 밤늦게까지 일손을 붙잡는다든지 술 마시거나 논다고 법석을 떤다든지 하면, 마땅히 새벽에 일어나지 못합니다.

 옥상마당으로 나와서 새벽별을 올려다봅니다. 새벽달도 봅니다. 새벽하늘은 아직 어둡습니다. 이 어둠을 뚫고 전철이 지나갑니다. 아, 이 새벽에 훨씬 일찍 일어나서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군요. 전철을 모는 기사가, 전철을 타는 사람들이.


.. 이 푸성귀들은 모두 이 집 텃밭에서 자라는 것들이다. 맘먹고 재배하는 왕고들빼기를 빼면, 나머지는 한 번 씨뿌려 둔 채 굳이 돌보지 않아도 절로 잘 자란다 … 이렇듯 갖가지 푸성귀를 철따라 두루두루 먹으려면 무엇보다 “심기를 골고루” 해야 한다. 식물도 사람처럼 일대기가 있어 맛있는 때가 따로 있기 때문이다 ..  〈15∼16쪽〉


 잠깐 새벽바람을 쐰 뒤 방으로 들어옵니다. 부엌으로 가서 전기밥솥을 열고 밥 한 숟가락을 뜹니다. 우걱우걱. 며칠 된 밥은 말라비틀어지고 있습니다. 밥을 할 때면 한두 끼니 먹을 만큼만 해야 하는데. 콩과 누런쌀 불리기에 시간이 걸린다는 핑계로 자꾸 여러 끼니 먹을 만큼 하다 보니, 며칠 묵히면 이렇게 되고 맙니다.


.. 더 갖기를 원하지도 않거니와, 있는 것 허투루 버리는 일도 없다. 이들이 오기 전 이곳에 살던 동광원 수녀들이 쓰던 걸레를 장금실 씨는 4년을 더 썼고, 찌글찌글한 양은 밥상 하나 물려받은 것을 20년째 탈없이 쓰고 있다 ..  〈20∼21쪽〉


 그제 낮, 이웃한 막걸리집에서 김장을 하신다기에 쭐래쭐래 찾아가서 일손을 조금 거듭니다. 저는 옆에서 사진을 찍고, 옆지기는 팔을 걷어붙이며 배추속 넣기를 합니다. 막걸리집 아주머니와 아저씨뿐 아니라 당신들 자식과 며느리까지 찾아와 해거름 어둑어둑해질 때까지 허리 아프도록 일을 합니다.

 막걸리집(낮에는 밥집으로만 하는 곳) 손님들 먹일 김치이면서, 당신들도 함께 먹을 김치이기 때문에 허투루 담지 않습니다. 젓갈도 넉넉히, 양념도 넉넉히.


.. 부인이 아쉬워할 때마다 그 자리에서 이런저런 도구며 연장 뚝딱 만들어내는 그 재미가 공예품 만들어내는 것 못지않으니, 실제로 밖에서는 작품 대접 받는 옛 물건들이 이 집에서는 구석구석에서 요긴하게 쓰이는 살림살이다 ..  〈41∼44쪽〉


 저녁 나절, 자전거 모임으로 알게 된 아주머니가 놀러옵니다. 선물이라면서 큰 반찬통을 하나 내밉니다. 반찬통에는 잡채가 가득 담겼습니다. 어젯밤 한 시부터 부지런히 무치셨다고. 아이고, 선물이라 해도 이렇게나 많이. 맛을 보니 우리 입에 찰싹 달라붙도록 싱겁습니다. 잔치집에서 으레 먹는 잡채처럼 달거나 짜지 않습니다. 좋습니다. 잡채 한 젓가락에 김치 한 점에 밥 한 숟가락이면 속이 든든하겠어요.

 지지난주, 동네에 자리하고 있는 ‘지역 공동체 예술’ 운동을 하는 분들이 갓김치를 한 접시 선물해 주셨습니다. 당신들로서는 처음으로 손수 심은 푸성귀를 손수 거두어서 손수 해 본 김치였다는데, 손수 거두고 무치고 해서 그런지 아주 맛있다고 합니다. 저는 벌건 김치는 손을 못 대지만, 옆지기는 맛있다고 이야기합니다.


.. 또 하나, 죽전산 이 골짜기가 이삼 년 안으로 사라지는 것도 근심스러운 일이다. 이미 마을 입구에 진을 치고 있는 ‘효문공업단지’라는 것이 드디어 이 골짜기까지 확장해 들어오게 되었으니, 이삼 년 안에 이 댁은 근 삼십 년 만에 다시 이삿짐을 싸야 할 형편이다. 집이야 새로 구하면 될 터이나, 이십 년 동안 정성을 들인 논밭이 사라질 것이 마음이 아프다. 땅을 새로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거니와, 가뜩이나 몸이 아프고 보면, 그야말로 “그놈의 농사” 이참에 그만두어야지 싶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서운함을 이기지 못해 “농사 조만치라도 짓는 데 가야 짚공예도 하지” 생각도 한다 ..  〈58쪽〉


 하루 내 김치 담그느라 애쓴 옆지기도 달래고, 또 도서관으로 놀러온 자전거 모임 사람들하고 길게 이야기도 나누려고 신포시장 한켠에 자리하고 있는 닭집으로 나들이를 갑니다. 한참 이야기를 하며 술잔을 기울이는데, 닭집 아저씨가 가재를 덤 안주로 건넵니다. 닭집 아저씨는 ‘우리가 시키지 않은’ 안주를, 그것도 ‘차림판에 없는’ 안주를 슬그머니 한 접시 내밀어 주시곤 합니다. 요리 솜씨 좋은 아저씨는 늘 웃으면서 칼질을 합니다. 오징어데침을 부탁하면 당신 가게 옆에 있는 물고기집에 가서 싱싱한 놈으로 사 와서 그 자리에서 손질해서 데쳐 줍니다. 저잣거리에 자리한 술집이니 이렇게 할 수 있겠지요.





 〈2〉 밥과 아파트


 그제, 도서관에 놀러온 한 분이 귤을 한 상자 자전거 짐받이에 묶어서 가지고 오셨습니다. 짧지 않은 거리를 가볍지 않은 귤상자를 매달고 오시다니. 고마우면서도 미안한 마음으로 귤을 까서 먹습니다. 냠냠짭짭 하다가 문득, 우리가 철따라 먹는 귤이며 능금이며 배며 딸기며 땅감이며 수박이며 참외며 복숭아며 살구며를, 우리 나라에서 얼마나 거두고 있을까 궁금해집니다. 요즈음은 철을 따르지 않아도 즐길 수 있는 열매들입니다. 우리 나라에서 나는 열매만으로도 우리 나라 사람들 배를 채울 만큼 될까요?

 인터넷 찾아보기를 합니다. 지금 우리 나라 식량자급률은 25%쯤이라는군요. 쌀을 빼면 5%가 안 된다고 합니다. 해마다 떨어졌으니, 앞으로는 더 떨어지면 떨어졌지, 올라가지 않으리라 봅니다. 농사꾼이 되려는 사람은 거의 나타나지 않는 가운데, 시골사람도 도시로만 나오고, 도시사람이 시골로 찾아가 농사꾼이 되려고도 하지 않는 한편, 도시에서 텃밭농사라도 짓는 사람은 너무 드무니까요.

 그렇지만 우리들은 감자며 양파며 파며 무며 배추며 호박이며 오이며 고추며 부추며 버섯이며 시금치며 얼갈이며 철없이 사서 먹고 있습니다. 집에서 밥을 하지 않고 바깥밥을 사먹는다고 해도, 밥집에서도 어디에선가 푸성귀와 곡식을 사 와서 할 테지요. 회사를 다니는 분들이 도시락을 싸 오지 않아서, 집에서 먹는 ‘쌀 부피(쌀 소비량)’가 많지 않다고는 하지만, 밖에서 사먹는 ‘쌀 부피’는 적지 않아요. 어쩌면, 밖에서 사먹는 ‘쌀 부피’가 더 많을지 모릅니다.

 그러면, 지금 우리 나라 농사꾼들이 거두어들이고 있는 쌀만으로도 우리 나라 도시사람들 밥그릇을 댈 수 있을까요. 그나마 ‘쌀 한 가지’만 놓고 보았을 때.


.. 몸이 안 좋거나 마음 한구석이 불편할 때 만든 음식이 맛이 없다는 것은 음식 해 본 사람은 누구라도 경험한 바가 있을 것이니, 그이는 나아가 식구들 몸과 마음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고 음식을 할 때면 늘 밝은 마음을 가진다 ..  〈77쪽〉


 인터넷으로 ‘식량자급률’ 숫자를 살펴보다가, 이 나라 신문 매체 가운데 한 곳도 빠짐없이 “낮은 식량자급률 걱정”과 “식량안보 대책”을 이야기하고 있는 모습도 봅니다. 그런데, 낮은 식량자급률과 식량안보를 걱정하는 모든 신문 매체가 ‘한미자유무역협정 반대’를 외치지는 않습니다. 한미자유무역협정뿐 아니라 ‘쌀시장 개방’ 문제에서도 그러했습니다.

 다른 나라와 맺는 협정뿐 아니라, 나라안에서 벌어지는 온갖 막개발을 놓고도 생각할 일입니다. 지금 온 나라는 ‘아파트 새로 짓기’가 엄청나게 물결치고 있습니다. ‘고속도로 새로 깔기’ 또한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2009년에는 인천에서 도시엑스포를 하고, 2012년에는 여수에서 또다른 엑스포를 한다지요. 2014년에는 인천에서 아시아경기대회를 한답니다. 행정수도를 충청도로 옮긴다면서, 충청도 논밭을 시멘트로 갈아엎고 새로운 공공기관 건물과 공무원들 깃들 아파트를 올려세울 계획이 나와 있습니다. 인천에서는 도시엑스포니 아시아경기대회니 하면서, ‘지은 지 몇 해 안 되는 아파트와 몇 가지 공공시설’ 있는 자리를 빼고 모두 쓸어없앤 뒤 새로운 아파트로 올려세우는 정책을 안상수 시장이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엑스포니 운동경기 세계대회니 하는 것을 끌어들이지 않더라도, 우리 나라 시골과 산골까지도 아파트가 밀려들고 있습니다. 아파트는 논밭을 가리지 않습니다. 시멘트집은 강둑과 바닷가를 가리지 않습니다.


.. 산 끼고 바다 끼어 물산이 풍부한 지역인데, 안주인 최정화 씨는 “먹는 데 그렇게 신경 안 쓴다”고 말한다. “여기서 나는 걸로 만족한다”는 것이다. 간혹 손님들이 사 오는 고기를 맛보기도 하고, 바닷가에서 생선 좀 사다 먹는 일도 있지만, “밭에서 나는 것도 다 못 먹는데, 고기까지 먹는다는 것은 없는 사람한테 부끄러운 일”이라 “배추, 고추, 된장, 고추장만 있으면 오케이”라고 한다 ..  〈84∼85쪽〉


 한쪽에서는 ‘식량주권이 사라진다’고 입으로 외치고 손으로 글을 쓰는 우리들이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식량주권을 지킬 논밭을 아파트로 바꾸려’고 몸으로 움직이고 머리로 돈벌이 셈을 하는 우리들입니다.


.. 옷을 서로 나눠 입고, 그 옷이 다 낡고 해지도록 외출복에서 평상복 또는 아동복, 작업복, 기름 닦는 걸레로 재활용되니, 소비가 미덕인 시대 정신에는 역행하는 것일지 모르나, 이름뿐인 생태주의보다 삶의 내용이 훨씬 알차다 ..  〈116쪽〉


 《즐거운 불편》(달팽이,2004)이라는 책을 쓴 일본 신문기자 ‘후쿠오카 켄세이’ 님은, 소비사회에서 아무 생각 없이 ‘많은 돈을 벌어서 많은 돈을 쓰고 많은 기계문명을 누리고 살아가는 일’이 무엇보다도 자기 몸과 마음에 얼마나 도움이 되고 있는가 돌아보고자 ‘불편하게 살기’로 마음먹고 하나씩 몸으로 옮겼습니다. 이분이 맨 처음 몸으로 옮긴 일은 ‘자전거 타기’이고, 맨 마지막 몸으로 옮긴 일은 ‘농사짓기’입니다. 우리로 치면, 서울에 살고 서울에 있는 큰 신문사를 다니는 사람인데, 자전거 타고 출퇴근하기만이 아니라 농사짓기까지 해냅니다. 마지막 ‘즐거운 불편’을 이루어내면서 우리들한테 한 마디 합니다. ‘하나도 어렵지 않다’고, ‘하나씩 이루어 갈수록 즐거웠다’고, ‘무턱대고 목표에 이르려고 할 때면 나나 식구들이나 힘들었지만, 식구들과 함께 목표에 이르려고 천천히 발걸음을 내딛었을 때 그야말로 이런 즐거운 불편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고, 마지막까지 이루어 가는 동안 ‘불편’이 떨어져 나가서 ‘즐거운 삶’이 된다’고 이야기합니다.







 〈3〉 학교와 아파트


 국민학교 적 동무가 숭의야구장 건너편에서 체육사를 합니다. 다음해에 다섯 살이 되는 딸내미를 키우고 있습니다. 이 딸내미를 유치원에 보내고 싶은데, 동네에 마땅히 보낼 만한 곳이 없답니다. 녀석과 제가 나온 국민학교, 또 녀석네 어머님이 1회 졸업을 한 국민학교에 부설유치원이 있어서 그곳을 알아보니, ‘학교 선생님네 아이들만 받아요’ 한답니다. 답동성당을 끼고 있는 이름난 유치원은 집하고 가깝기는 하지만, 워낙 이름난 곳이라 먼 데에서 찾아와 줄서서 기다리는 곳이니 엄두가 안 납니다. 어렵사리 알아본 곳은 주안에 자리한 곳으로, 버스로 데려다준다고 하지만, 집에서 유치원까지 40분 거리. 내 동무 이야기라고만 느끼지 않습니다. 이 동네에서 살아가는 모든 젊은 부부네 일이라고 느낍니다.


.. 공동체 회원이라고 해서 늘 마음이 하나일 수는 없다. 특히 돈이 되니까 유기농하겠다고 하는 이들을 대할 때면 마음이 편치 않다. 예컨대 강순희 씨는 “아직 미비한 것이 많다”지만 제 집에 없거나 모자라는 식품은 물론이고 일상용품까지 몽땅 한살림에서 구입해 쓴다. 그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 짐작되는데, 그이가 이를 기꺼이 감수하는 것은, “내 곡식은 비싸게 팔아먹겠다 하면서 남의 것은 비싸다고 안 먹는” 것이 결코 더불어 사는 자세가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독거리면서 같이 가야” 된다는 마음이 너글너글하다 ..  〈151쪽〉


 인천 중구와 동구는 오래된 동네입니다. 개발업자들 말을 빌면 ‘구 도심’입니다. 동네사람들 말을 빌면 ‘오래된 삶터’입니다. 학교장과 공무원들이 보기에는 ‘땅 팔고 아파트 많은 곳으로 옮겨 가면 학교 장사가 잘될’ 듯하여, 초중고등학교 가리지 않고 하나둘 ‘아파트 새로 많이 올려세운 곳’으로 옮기는 곳입니다. 그러는 가운데, 이 동네에 오래도록 깃들고 있던 작은 집을 허물고 30층짜리, 50층짜리 아파트를 올려세우겠다는 목표를 세우고들 있습니다.

 초중고등학교를 자꾸만 다른 구로 옮겨 버리면서 이 동네에 아파트를 50층짜리로 새로 올려세운다고 할 때, 이 아파트에 와서 살 사람은 ‘아이가 없어야’겠어요. 아이가 있으면 유치원조차 보낼 수 없으니까요. 초등학교도, 중학교도, 고등학교도 자꾸만 옮겨가니까요. 학교는 또 나중 문제라서, 그때가 되면 서울 강남 어디메에서 일어났듯이, ‘상고를 헐고 인문고로 바꾼다’는 소리, ‘서민들 작은 집을 쓸어내고 학교로 바꾼다’는 소리를 내놓지 않을까 걱정스럽습니다.


.. 김치를 담든 된장을 담든 가장 중요한 요소는 “정성”이다 … 담배며 고기보다 더 나쁜 것이 가공식품이라고 생각한다. 정성만 없는 것이 아니라 농약과 방부제, 온갖 화학조미료가 듬뿍 든 가공식품은 다른 무엇보다도 “피를 탁하게 하기” 때문이다 ..  〈174쪽〉


 제 삶터인 인천만 동네 쉼터라 할 수 있는 공원이 없다고 느끼지 않습니다. 일산 같은 곳에는 호수공원이 있고 분당 같은 곳은 강줄기를 따라서 공원이 마련되어 있기는 합니다만, 이런 데 말고, 바로 집 앞에 마련된 쉼터, 차소리와 차방귀 없이 느긋하게 쉴 수 있는 한편, 아이들이 마음놓고 뛰놀 수 있는 빈터는 얼마나 될까요. 아파트 놀이터는 사라지고, 아파트 주차장만 엄청나게 커진 오늘날, 아파트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은, 또 어른들은 무슨 재미를 누릴까요. 집안에 들여놓은 ‘최신식 전자기기’들로? 인터넷으로? 풀 HD TV로? 널따란 아파트 집구석에 꾸며놓는 놀이기구나 책꽂이로?

 새로 짓는 아파트들 목숨이 기껏해야 스무 해나 서른 해입니다. 이 새로 지은 아파트들은 하나같이 ‘아토피 피부병’에 걸리기 좋은 집들입니다. ‘새집병’이 생길밖에 없는 아파트들인데, 이런 새 아파트들 값이 장난이 아니옵니다. 이런 집들에서 겨우 숨붙여 살 만하게 될 때면, ‘자, 이제 재개발합시다! 재개발하면 돈 돼요!’ 하고 외치고들 있습니다. 건축업자들이야 ‘돈 돼요! 돈!’ 하고 외친다지만, 이런 아파트에 살아가는 우리들 또한 ‘돈이 된대요! 돈이!’ 하면서 얼싸안고 있습니다.


.. “숨통이 트인 삶”을 살게 되면서, 그는 돈은 벌지 못했지만 그 대신 자연 안에서 누리는 자유로운 삶이라는 더 큰 선물을 얻었으니 ..  〈203쪽〉

 





 〈4〉 《농부의 밥상》이라는 책


 《농부의 밥상》이라는 책을 읽습니다. 농사꾼들이 즐겨먹는, 아니 날마다 먹는 밥상을 죽 돌아본 이야기를 다룬 책을 읽습니다. 이 책에 나오는 농사꾼들은, 남다른 뜻이 있어서 남다른 일을 하는 분들인데, 이분들이 아닌 여느 농사꾼들 밥상도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느낍니다. 덧붙여, 농사꾼이 아니고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라고 해도 ‘농사꾼 마음’을 잘 간직하고 있는 분들 밥상도 크게 다르지 않을 테지요.


.. 어렸을 때 입맛이 평생을 좌우한다고, 푸짐이ㆍ꽃님이ㆍ아루ㆍ보리, 이름도 어여쁜 네 아이들을 위해서도 그는 제 기억대로 만든 음식들을 상에 올린다 ..  〈224쪽〉


 우리가 차리는 밥상에 놓인 밥그릇과 반찬그릇은 바로 우리들이 먹으려고 차려 놓습니다. 우리 아이들을 먹이려고 차려 놓습니다. 우리 어버이들을 먹이려고 차려 놓습니다. 때때로 이웃사람들한테 나누어 주기도 하니, 나와 내 식구와 내 둘레사람들 모두 먹을 수 있는 밥과 반찬입니다.


.. 보약이 어디 산나물뿐이겠는가. 진수성찬이라는 것과는 무관하나, 밭에서 길러 제철에 먹는 싱싱한 채소들도 여태껏 병원 신세 져 본 적 없이 건강한 이 집 식구들의 보약일 게다 ..  〈89쪽〉


 우리들이 날마다 하는 일은 얼마나 우리 삶을 가꾸고 있을까요. 우리 아닌 사람들, 그러니까 적어도 우리 집 식구들, 우리 동무들, 우리 이웃들한테도 도움이 되고 보람도 되며 즐거움도 나눌 만한 일이 되고 있을까요.

 우리들이 날마다 즐기는 놀이는 얼마나 우리 삶에 웃음과 눈물을 선사하고 있을까요. 우리 아닌 사람들, 그러니까 적어도 우리 집 식구들, 우리 동무들, 우리 이웃들한테도 웃음과 눈물이 나며 재미있어서 어깨동무하면서 함께 즐길 만한 놀이가 되고 있을까요. (4340.12.3.달.ㅎㄲㅅㄱ)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대학생은 ‘이명박’을 좋아해?
 ― 서울교대 학생들 설문받기를 보면서


 〈1〉 삶과 헌책방 문화


 지난 10월 첫머리에 서울교대학보를 엮는 기자 한 분이 찾아왔습니다. 책과 도서관과 헌책방과 우리 말과 삶이 어떻게 이어져 있는가를 조곤조곤 들려주었습니다. 그리하여 10월 29일치(397호) 서울교대학보에 헌책방 문화 이야기가 한쪽을 거의 통틀어서 실립니다.


.. 요즘 학생들, 학교신문 참 안 보죠? 토론도 하고 얘기도 나누고 주고받기가 되어야 하는데 그게 제대로 안 이루어지면 읽기가 힘들어요. 그렇게 안 읽다 보면 네 해 동안 학교를 다니면서 중요한 걸 놓치고 말지요. 그 학교를 다니기 때문에 볼 수 있는 매체가 있는데 자기 스스로 놓치고 있어요. 저도 예전에는 책을 읽을 때, 안 좋아하는 책은 안 봤지만 지금은 안 좋아하는 책들도 더듬어 봐요. 내가 안 좋아한다고 해서 나한테 도움이 되는 얘기가 없는 건 아니니까요. 책읽기는 자기 삶을 바꾸는 일이거든요. 책읽기는 책에 담긴 줄거리를 자기만 뽑아먹는 게 아니에요. 그 책을 쓴 사람하고 그 쓴 원고를 책으로 묶은 사람하고 묶여져 나온 책을 파는 책방사람들하고 팔린 책이 다시 버려진 다음에 주워모으는 사람, 그 주워모은 책을 다시 되파는 사람, 이 모두와 같이 이루어져요. 이게 ‘헌책방 문화’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생활문화예요 .. <학보에 실린 제 말>


 서울교대라는 곳을 2000년 봄인가 여름에 한 번 가 본 적 있습니다. 그때 그 학교 도서관에 들어가서 어떤 책이 꽂혔고 어떤 책을 학생들이 즐겨 빌리는지 살펴보았습니다. 학보 기자님한테 ‘요즘 서울교대 도서관은 어떻습니까?’ 하고 여쭈어 봅니다. 찬찬히 이야기를 들어 보는데, 2000년 그때하고 거의 달라진 낌새는 없고, 외려 나빠졌을지 모르겠구나 싶습니다. 여덟 해라는 시간이 흘렀다면 그만큼 새로 나오는 좋은 책(교육 밭뿐 아니라 여러 갈래를 두루 헤아려)이 그만큼 쌓였을 텐데, 그만큼 쌓였을 좋은 책을 갖추자면 학교도서관은 크기를 넓혀야 합니다. 또한, 새로 나오는 책뿐 아니라 판이 끊어져 사라진 자료와 책도 모아야 하니, 학교도서관은 해마다 조금씩 살림을 키워야 해요. 그렇다면, 서울교대 학생들은 어디에서 책을 읽을까요? 아니, 책을 읽기나 할까요?


.. 수십 년 동안 제대로 된 독자를 만나지 못해서 읽히지 못한 책이 있어요. 헌책방에 가면 내가 첫 번째 독자가 되는 그런 책이 꽤 있어요. 그런 책들도 있기 때문에 헌책방은 새책방 구실도 하고 있어요. 그러면 도서관에서 책을 버리면 이 책이 어디로 갈까요? 헌책방으로 가겠지요. 아마 수천만 수억 권이 될 겁니다. 여러 공공단체에서 자료로 갖고 있는 책들이 있어요. 자료를 새로 사야 하는데 우리 나라는 자료실을 잘 안 넓히거든요. 그 넘치는 책들을 버릴 수밖에 없어요. 빌려가지 않는 순위와 오래된 것, 그게 버리는 기준이 돼요. 안 빌려보는 책이라고 해서 그 책이 버려져야 하는 책은 아니잖아요. 이를테면 백과사전이나 국어사전은 사서 보거나 도서관에 가서 보고 말지, 빌려가서 집에서 보지 않을 테네 대여율은 0이겠지요. 그 무거운 책을 어떻게 빌려가겠습니까. 그러면 그 책들은 어디로 가야 할까요? 헌책방밖에 없어요. 그런 대목에서 헌책방은 새책방 구실도 하고 도서관 구실도 하고 있어요 ..


 서울교대학보를 엮는 기자님은 ‘학교를 마친 뒤 교사로 일하지는 않겠다’고 이야기합니다. 교대를 나오고 교사가 되지 않겠다니? 아주 뜻밖인 생각이라, 그러면 앞으로 무슨 일을 하겠느냐고 여쭈니, 아직 갈피를 잡지 않아서 찾아보고 있답니다.

 그렇지요. 교대를 나오는 바로 그때부터 교사가 되어야 하지 않고, 또한 교대를 나온다고 모두 교사가 되어야 하지 않아요. 길찾기는 지금 곧바로 할 수 있으나, 시간을 두고 두루두루 우리 세상을 부대끼고 구석구석 삶터를 두 발로 밟아 나가면서 몸으로 느껴 차근차근 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시험을 치르면서 하나같이 100점만 맞아야 하지 않듯이, 90점도 좋고 70점도 좋고 30점도 좋고 0점도 좋듯이, 우리 삶에 100점이란 어디에 있겠습니까.


.. 헌책방 문화라고 따로 규격이 있지 않고, 헌책방을 여는 그 동네에 어떤 문화가 이루어져 있는 가운데 그 둘레에서 책을 읽으러 오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가에 따라 문화가 달라져요. 동네사람들이 동네 새책방에서 사는 책이 동네 헌책방으로 들어가게 되거든요. 학생들한테 어떤 헌책방을 따로 추천할 수는 없고, 무엇보다도 먼저 가까운 헌책방에 가면 좋아요. 집이나 학교에서 가까운 곳으로. 동네 헌책방은 자기가 태어난 곳이잖아요. 자기가 태어나고 자란 동네를 느낀 다음에야 동네 헌책방에 있는 책을 느낄 수 있고, 다른 헌책방에 가서도 비로소 느낄 수 있어요. 그 다음은 스스로 다 찾을 수 있어요. 처음에는 한두 시간쯤 헌책방에 머물며 책을 살피셔요. 눈이 가는 대로, 손이 가는 대로 그렇게 책을 만지고 차례를 살피고 그러다 보면 어느덧 헌책방 문화에 빠져 있을 겁니다 ..


 우리들이 사는 곳은 지구라는 별이고, 아시아라는 땅덩이이고, 남과 북으로 갈라져 있는 한국이라는 나라이며, 한겨레라는 피붙이이고, 무슨 시고 도고 하여 나뉘어진 곳에서 어느 동네나 어느 마을 어느 집입니다. 나와 함께 내 이웃이 있고, 내 이웃들한테도 다른 이웃이 있습니다. 모두 하나하나 이어져 있어요. 책읽기라고 한다면, 나부터 해서 내 식구며 동무며 이웃을 느끼고, 내 식구와 동무와 이웃한테 또다른 이웃이 되고 동무가 되고 식구가 되는 사람도 함께 느끼는 길잇기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일본 간다 헌책방거리만 이야기하면서 우리네 헌책방 문화를 북돋울 수 없습니다. 미국이 어떻고 유럽이 어떻고 떠벌이면서 우리 삶터나 사회나 교육이나 문화나 정치를 가꿀 수 없습니다. 지금 우리 형편이 어떠한지 꼼꼼히 들여다볼 수 있어야, 샅샅이 들여다볼 수 있어야, 시나브로 가꿀 수 있어요.



 〈2〉 이명박을 좋아하는 서울교대 학생들



 엊그제, 서울교대학교 11월 26일치(398호)가 도서관으로 왔습니다. 한 장 한 장 넘기는데, 〈제17대 대통령선거, 당신의 선택은?〉이라는 기획기사가 보입니다.  11월 19일과 20일, 이틀에 걸쳐 350 사람한테 설문받기를 한 결과를 싣습니다. 설문받기를 한 사람들 가운데 84.8%는 이번 대통령선거에 선거를 하겠다고 대답을 하는 한편, 자기가 밀어주고 싶은 후보를 다음처럼 밝힙니다.


 ┌ 없다 : 37.5
 ├ 이명박 : 28
 ├ 문국현 / 이회창 : 11.6
 ├ 정동영 7.2
 ├ 권영길 3.2
 ├ 이인제 0.8
 └ 그밖에(박근혜) 1.7


 다음 설문으로, “대통령 후보를 볼 때 중점을 두는 것”이 무엇인가 물었더니,


 ┌ 정책 : 42.4
 ├ 청렴성(도덕성) : 19.2
 ├ 업적 : 10.2
 ├ 정치 성향 : 13.5
 ├ 추진력 : 12.1
 └ 그밖에(인간성) : 2.5


 이렇게 나옵니다. 다섯 번째로 물은 말은 “자기가 밀어주는 후보를 얼마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느냐?”입니다.


 ┌ 하나도 모른다 : 11.5
 ├ 모른다 : 24.5
 ├ 보통이다 : 42.1
 ├ 알고 있다 : 18.5
 └ 아주 잘 안다 : 3




 설문받기에서 자기가 대답하는 “보통이다”는 얼마나 알고 있다는 뜻일까요. 안다는 뜻일까요 모른다는 뜻일까요. 신문이나 방송이나 인터넷에서 떠도는 소식을 조금 들었다는 뜻일까요. 조금 번거로울 수 있으나, 설문받기를 하면서, 자기가 밀어주는 후보가 내놓은 공약을 ‘시험 문제’처럼 내면서 제대로 아는가 모르는가를 따져 보면 어떨까 싶어요. 이렇게 한다면, ‘진짜로 아는지 어설피 아는지 잘못 아는지 하나도 모르는지’가 뚜렷이 드러날 테니까요.

 학생들이 밝힌 ‘자기 깜냥’을 그대로 믿는다고 하면서 생각해 봅니다. ‘모른다’가 “36%”이고, ‘안다’는 “21.5%”입니다. 그러면서 학생들이 ‘내가 밀어주는 대통령 후보에서 가장 무게를 두어 살피는 대목’은 “정책(42.4%)”이라고 합니다. 정작 그 후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일을 해 왔고 어떤 정책을 내놓고 있는지 모르면서, 그 후보가 얼마나 “깨끗한지(청렴-도덕)”, 그리고 “무슨 업적이 있는”지, “추진력은 얼마나 올바르고 알맞게” 보여주는지를 알 수 있을까요.

 마지막 물음으로 “학생들 자기 정치 성향이 어떠한가?”를 묻습니다.


 ┌ 진보 : 3.7
 ├ 중도개혁 : 22.4
 ├ 중도 : 44.3
 ├ 중도보수 : 21
 └ 보수 : 8


 이 설문받기를 놓고, 서울교대 사회과교육과 김용신 교수는, “학생들이 지지하는 후보들을 보면 진보 진형이라 할 수 있는 정동영 후보와 문국현 후보의 지지도는 합쳐도 18%를 상회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이는 우리 대학 학생들의 정치적 성향이 중도보다는 중도보수 성향에 가까움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무엇이 ‘진보’이고 무엇이 ‘개혁’이며 무엇이 ‘중도’이고 무엇이 ‘보수’일까요. 학생들은 자기 정치 성향이 어떠하다고 느끼기에 ‘진보-중도-보수’라는 말을 쓸까요.


 〈3〉 책 안 읽는 유권자와 대통령후보


 그제부터였나, 제가 사는 동네에도 대통령후보 걸개천이 내걸렸습니다. 하지만 이 동네에 살면서 대통령후보들이 내놓고 있는 정책이나 공약이 무엇인지 알 길은 없습니다. 신문을 펴고 텔레비전을 켜도 후보들 정책검증이나 공약 꼼꼼한 풀이가 담기지 않습니다. 무슨무슨 의혹, 무슨무슨 통합, 무슨무슨 지지율, 무슨무슨 방송토론 문제, …… 알맹이를 찾아볼 길이 없습니다.

 제가 조금 바지런히 움직여서 대통령후보들 인터넷방에 하나하나 들어가 구석구석 헤집으면서 공약과 정책을 살필 수 있겠지요. 그래, 저는 이렇게 해서 알아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다른 분들은 어쩌지요? 집에 컴퓨터 없는 아주머니 아저씨들은, 인터넷은커녕 자판 두들기기도 모르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어쩌지요? 움직이기 힘든 어르신들을 부축해서 투표하러 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투표하러 가기 앞서 후보들 정책과 공약을 차근차근 들려주면서 스스로 헤아리도록 이끄는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요.

 서울교대 학생들 또한(여느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새 대통령이 풀어야 할 숙제’ 1번으로 ‘경제 정책’을 꼽습니다. 그렇지만 어느 누구도 ‘경제란 무엇인가?’를 밝혀 말하지 않습니다. 연봉 많이 받을 수 있는 일자리 얻으면 경제가 살까요? 경기부양책을 쓰면 경제가 살까요? 아파트 많이 짓고 여름ㆍ겨울 올림픽, 월드컵, 엑스포, 아시안게임, 문화축제 들을 끊임없이 끌여들여서 새 건물 짓고 홍보활동 펴면 나라살림이 나아질까요? 무엇보다도, 우리한테는 “얼마쯤 되는 돈이 있어야 먹고살 만할 뿐 아니라 즐겁게 살 수 있을”까요?

 지금 우리 살림은 ‘어느 만큼이 되어야 한다’는 금긋기부터 하고 나서 ‘경제를 살리든’ 무엇을 하든 해야 하지 않을는지요. 한 사람이 살아가기에 넉넉한 집 평수가 얼마쯤인지부터 금긋기를 해 놓고 나서 아파트 재개발을 하든 옛동네 간직하기를 하든 해야 하지 않을는지요.

 더 많은 돈, 더 많은 옷, 더 큰 집, 더 비싼 밥과 술, 더 크고 빠른 차, 더 좋은 전화기와 사진기에 몸이 달아 있느라 아이들을 학원에 줄줄이 보내고 있으니 살림살이 구멍나고, 이 아이들을 대학교에다가 유학도 보내느라 그동안 쓴 돈이 엄청나게 많으니, 더욱 높고 큰 회사에 취직시키려고들 하고, 걱정없는 쇠밥그릇 일자리를 얻게 하고 싶어서 고시공부를 시키고 있지 않은지요.

 자기 삶을 가꿀 수 있도록, 내 이웃을 사랑할 수 있도록, 무엇보다도 한 번 주어진 자기 목숨을 고이 여기면서 추슬러 나갈 수 있도록 해 주는 참된 가르침과 배움은 어디로 밀려나 있을까요. 책 한 권 읽지 않고 있는, 아니 자기 마음밭을 살찌울 책 하나 손수 책방 나들이를 하며 애써 고른 뒤 온몸으로 곰삭이며 읽어내고 있지 않는 우리들 유권자이기에, 대통령 후보로 나오는 사람들도 마음밭 일구는 책 하나 가슴에 안으면서 이 나라 사람들을 살뜰히 굽어살피지 못하는 입에 발린 ‘서민’ 소리와 구름보다 높이 붕뜬 정책들과 살갗으로 느껴지지 않는 이야기들만 쏟아내고 있지 않은지요.

 “책이 모든 것”이 아니라, “책은 우리 삶”으로 느끼는 가슴이 없기에, 자기가 걸어갈 길이 ‘돈-이름-힘’이 아닌 ‘사랑-믿음-나눔’이 되고 있지 못하기에, 헛발린 이야기와 소식들이 넘쳐나기만 하고, 이 넘쳐나는 물결에 휩쓸리며 정치에 등돌리고 투표에 손놓고 자기가 하는 일마저도 자기 자신을 가다듬으며 살려주는 일이 아니라, 한낱 돈뭉치만 쥐어들려는 데로 흘려가 버리지는 않는지.

 머지않아 초등학교 교사가 될 서울교대 학생들은, 앞으로 자기가 가르칠 이 나라 아이들한테 ‘너희들이 가장 무게를 두어 생각할 대목은 이런 거야’ 하는 이야기를 어떻게 가르칠까 궁금합니다. (4340.12.1.흙.ㅎㄲㅅㄱ)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책을 보고 그 사람을 알 수 없다만
 ― 대통령 후보가 쏟아내는 말을 새겨듣는 귀를



 책을 보면서 참으로 여러 가지를 느끼지만, 참말로 여러 가지를 못 느끼기도 합니다. 백 번 듣느니 한 번 가는 편이 낫다는 금강산 구경이듯, 백 번 읽고 생각하느니 한 번 해 보느니만 못한 책읽기입니다. 그래서 책 한 권 읽지 않았어도 올바르고 훌륭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많아요. 머리에는 지식을 집어넣지 않았으나 몸으로는 ‘그것이 지식인지 아닌지도 모르면서’ 즐겁게 늘 하며 살거든요.

 책이나 글을 쓰는 사람을 그이가 써낸 책과 글로만 헤아리기 어렵습니다. 만나 보고 겪어 보고 부대끼고 일을 함께 해 보아야 제대로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만나든 겪든 부대끼든 일을 함께 하든 그 사람이 지닌 온갖 모습 가운데 몇 가지만 느끼거나 알 수 있지, 모든 모습을 다 알거나 헤아릴 수는 없습니다. 이렇기 때문에 ‘남 이야기를 함부로 하는 게 아니’라는 말이 예부터 내려오지요. 우리가 안다고 말하는 ‘남 이야기’는 그 사람이 지닌 온갖 모습 가운데 몇 줌 안 되니까요.

 하지만 여기에는 큰 문제가 있습니다. 걸림돌이 있지요. 우리는 글을 쓰거나 책을 낸 사람을 모두 다 만날 수 없습니다. 더구나 ‘죽은’ 사람은 얼마나 많습니까. 나라밖 사람도 몹시 많지요. 이런 사람들은 어쩌지요? 그네들이 남겼다고 하는 책 한두 권, 또는 글 몇 조각으로 그 사람이 어떤 사람임을 헤아려야 하잖아요.

 어떤 사람은 모진 고문을 받고 억눌려 있기 때문에, ‘자기가 하고픈 말을 다 못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이가 고문을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 먹고살 형편은 되었는지 안 되었는지 모릅니다. 추운 곳에서 벌벌 떨면서 겨우 글 한 줄 썼는지, 배불리 먹고 놀면서 대충 몇 글자 휘갈겼는지, 남한테 들은 이야기를 마치 자기가 보고 듣고 겪은 듯 써제겼는지 누가 알겠습니까.

 우리는 어떤 사람을 몸소 만나고 부대끼는 가운데 그 사람을 더욱 잘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어떤 사람을 몸소 만나고 부대끼면서 그이를 더 잘 안다고 한다면, 그이를 만나 보지 않고도 잘 알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 될 수 있어야 참다운 앎이라고 봅니다. 만나 보고 나서 ‘아, 이랬구나’ 한다면, 그이를 만나지 않고 글이나 책만 보았을 때에는 ‘잘못 알거나 비뚤어지게 생각하거나 어떤 굽거나 치우친 생각으로 그이를 바라보았다’는 이야기지요. 더구나 ‘글이나 책을 보니 참 형편없는 사람이군’ 하고 생각해 버리면서, 그 사람을 몸소 만나려고 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리하여 ‘그 사람’은 아무 영문도 모르는 채 자기를 엉뚱하게 바라보고, 잘못 아는 한편, 비틀어진 이야기로 헛소문을 퍼뜨리는 사람한테 시달릴 수 있습니다. 또, 우리 현실을 보면 이런 잘못되고 비틀리고 엉뚱한 말이 대단히 많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차분하게, 느긋하게 숨 좀 돌려 보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세상을 즐기려고 태어났습니다. 즐겁게 살아가며 즐거움을 손수 맛보고, 이웃하는 이들한테도 즐거움을 선사하고 나누면서 서로 오순도순 살아가려고 태어났습니다. 책 한 권 읽든 글 한 줄 읽든 옳고 그름을 제대로 가리면서 자신이 참답게 살아갈 길을 헤아리면 참으로 좋겠지요. 자기가 오늘 손에 쥐고 읽는 책을 펴낸 사람 됨됨이가 이러하느냐 저러하느냐를 따지기 앞서, 그이가 온삶을 바쳐서 일구어 낸 책 하나에 어떤 알맹이가 담겼는지, 어떤 줄거리가 살아숨쉬는지 느낄 수 있으면 더욱 좋고요.

 그러니 우리들은 꽤나 힘써야 합니다. 마음을 찬찬히 기울여 주어야 합니다. 눈길을 넓히고 눈높이를 알맞게 맞추어 주어야 합니다. 비록 몸소 만날 수 없이 멀리 떨어진 사람이라 해도, 마음과 마음으로 만날 수 있도록 글을 곰곰히 되새기고 곱씹으면서 읽어야 합니다. 어떤 사람 글이든, 자기가 느끼기에 얻을 만하고 배울 만한 구석이 있다면 서슴지 말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러면서도 아무개가 속임수를 쓰는지 뒤에 덮어놓거나 가리거나 숨기는 무엇이 있는가도 꿰뚫어볼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사람은 아무리 만나도 참모습을 모르게 되기 일쑤입니다. 수많은 책을 냈어도 자기 참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수 있고요. 어떤 속셈과 이익에 따라서 글장난을 치는지도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글을 쓰건 책을 내건, 그이들 삶이 이 땅에서 살아가는 뭇사람뿐 아니라 그이 스스로한테도 더없이 아름답고 즐거운지도 헤아려 볼 수 있으면 한결 좋습니다.

 글만 읽어서, 책만 보면서 어떤 사람을 제대로 알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알 수 없다’고 해서 ‘제대로 알려고 애쓰는 몸가짐과 마음가짐’을 느슨하게 풀어 놓아서는 안 될 줄 압니다. ‘제대로 알기 어렵기’ 때문에 더더욱 애쓰며 살잖아요. 제대로 받아들이기 벅찰 수 있기에 늘 곁에 놓고 되씹고 곱씹잖아요. 몸소 만나기 어렵기 때문에 더욱 깊이 살피며 힘껏 돌아보아야 좋습니다. 글로만 보든 몸소 얼굴 마주하며 만나게 되든, 어느 때나 한결같이 마주하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자기 잣대를 세우고, 둘레에서 퍼뜨리는 질낮은 허튼소리나 헛소문에 휘둘리지 않아야 좋습니다. 귀는 열되 파리나 모기가 꾀어서는 안 되며, 입을 열되 가래나 침을 마구 뱉아서는 안 됩니다.

 새 대통령 뽑는 날을 한 달쯤 앞두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숱한 말이 쏟아지고 있고, 숱한 사건과 소식이 넘치고 있습니다. 어마어마한 말잔치에서 헤어나지 못한다든지, 아예 귀를 틀어막든지, 자기가 보고픈 모습만 보려고 한다면, 새 대통령이 뽑히고 나서 또 다섯 해 동안 지긋지긋하게 이맛살 찌푸리며 살아야 할 뿐 아니라, 갖은 나쁜법이 되살아난다든지 국가보안법이 다시 또아리를 튼다든지 한미자유무역협정보다 끔찍한 일들이 터져나온다든지 하는 소용돌이에 끊임없이 휘둘릴 수 있습니다. (4338.11.12.흙/4340.11.29.고쳐씀.ㅎㄲㅅㄱ)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