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사슬에서 풀리다 - 해방기 책의 문화사
이중연 지음 / 혜안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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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투, 농구, 배구, 씨름, 야구, 축구, K-1, 스타크래프트를 비롯한 온갖 게임, … 사람들 눈길을 끄는 운동경기(인터넷게임도 운동으로 친다면)가 넘칩니다. 운동경기는 가짓수가 하나둘 늘어나는데, 나라안에서만 하던 운동경기가 나라밖으로도 퍼지며 미국 프로농구, 프로야구, 미식축구, 아이스하키, 프로레슬링 들이 들어왔고, 월드컵축구라든지 올림픽이라든지 갖가지 새로운 운동경기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고되게 일하는 사람들은 몸이 고단하여 책을 즐기기 어렵습니다. 운동경기도 마찬가지입니다. 땀을 뻘뻘 흘린 뒤에는 시원한 술 한 잔을 마시지, 무슨 책을 볼까요.


.. 책은 먼지에 쌓여 고통스러웠겠으나 해방의 준비였기에 가슴 벅찼으리라. 고서점 주인 황종수의 마음이 그랬으리라. 유길서점이나 일성당서점만 그랬던 것이 아니다. 대개의 한글책 고서점 경영인은 ‘지식인’이었지만 뜻을 이루지 못한 채, 책을 통해 역시 ‘실의의 사람’을 만나고 있었다. 학생이 찾아오면 ‘문화 사정 일반을 이야기해 주고 은근히 민족주의를 고취’했다. 한글 책이 하루에 한 권밖에 팔리지 않았지만 그 ‘한 권’을 찾는 이들을 통해 민족의식의 보존을 전망하고 있었던 것이다 ..  〈29쪽〉


 지난날에는 지배계급만 누리던 책 문화였고, 지배계급 봉건통치 얼개가 무너진 뒤로는 일제식민지살이에 눌려서 숨막히던 책 문화입니다. 1945년 해방을 맞이하며 책 문화도 비로소 숨통을 트려고 했는데, 곧바로 들이닥친 것은 끔찍한 전쟁과 또다른 독재정권. 전쟁은 그나마 싹트려던 자유와 민주와 평등과 통일과 독립을 밑바탕으로 우리 삶터 이야기를 다룰 만한 사람을 죽여 넘어뜨렸고 자연 삶터를 무너뜨렸으며, 독재정권은 온갖 방법으로 사람들을 짓누릅니다. 운동경기 퍼뜨리기는 이때 독재정권이 휘두른 ‘사람들 바보 만들기’ 가운데 하나입니다. 입시위주 주입식교육은 또다른 ‘바보 만들기’였고요. 더구나 입시로 짓눌린 젊은이들이 운동경기처럼 몸을 움직이기도 하고 흠뻑 빠져들 만한 것에 마음을 쏙 빼앗기게 한다면, 제아무리 사슬에서 풀려나 자유롭게 뻗어나가려 하던 책 문화도 그만 고꾸라질밖에 없지 싶습니다.


 - 하지만 해방 직후 좌익서적이 많이 출판된 것을 좌익의 ‘선전활동’ 때문만이라고는 볼 수 없다. 당대의 중심적 출판분야는 사회적 수요의 반영이다. 〈57쪽〉

 

 - 좌익서가 독서인에게 ‘충격’을 주었다면, 이들 계몽 서적은 ‘감격’과 ‘감동’을 주었다. 〈60∼61쪽〉


 요즘은 충격을 주는 책도, 감격과 감동을 주는 책도 자취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독도 문제로 들끓으면 ‘일본놈 욕하기’나 잠깐 반짝하듯이 할 뿐, 일본이 우리 역사를 어떻게 비틀고 있는지, 독도 문제가 어떻게 되어 있는가를 사람들 스스로 책이라도 한 권 뒤져 보면서 알아보지 않습니다. 벌써 바보처럼 길들어 버렸는걸요.

 

 이제 책이란, 가벼운 재미를 담은 것, 또는 시간 때우는 읽을거리뿐일까요? 책으로 얻는 지식은 인터넷으로 찾아보면 되고, 우리가 온몸 부대끼며 얻던 경험과 슬기는 괜히 땀 빼는 짓일는지요. 앎(지식-책)과 함(경험,슬기-실천)이 함께 움직이면서 세상을 올바르게 느끼고 자기가 걸어갈 길을 다부지게 이어 나가는 흐름은 사라져야 할 것일는지 모르겠습니다.


.. 이때 한성도서가 출판권을 갖고 있던 이광수의 《흙》(1933)을 다시 찍으면 공장을 새로 지을 수 있다고 주위에서 권고했지만, 사장 이창익은 ‘친일파’ 이광수의 책을 해방된 조국에서 간행할 수는 없다며 찍지 않았다 ..  〈25쪽〉


 젊은 힘, 다부진 부딪힘, 세상을 스스로 헤아려 보려는 움직임이 사라져 가는 이 마당이니, 옳고 바른 생각으로 자기 개성을 마음껏 뽐내면서 살아가려는 이야기는 뒷전으로 밀리는 일이 자연스러울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사슬에서 풀려났으나 자유로이 뻗어나가지 못하는 우리 책 문화, 우리 삶터가 참 딱하고 안쓰럽습니다. 그러나 이런 우리 모습을 딱하거나 안쓰럽다고 느낄 사람은 아주 드물게 되었지 싶습니다.

 

 《책, 사슬에서 풀리다》를 읽으며 우리네 역사가, 문화가, 사회가, 사람 삶이 참 억눌리고 짓눌린 얼개에서 조금도 나아지지 못했음을 느낍니다. ‘책이 모든 것이라거나 책을 꼭 읽어야 한다’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책 하나로 열어젖힐 수 있는 모든 실마리와 아름다움’이 죄 사라지는 우리 모습이지 싶습니다. (4339.6.4.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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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약의 순간
사이토 다카시 지음, 이규원 옮김 / 가문비(어린이가문비)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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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이름 : 도약의 순간
- 글쓴이 : 사이토 다카시
- 옮긴이 : 이규원
- 펴낸곳 : 가문비(2006.4.24.)
- 책값 : 9000원


 자전거를 타고 제주섬을 한 바퀴 돌았습니다. 제주섬 한 바퀴를 도는 데에는 그다지 힘들지 않았으나 꼬불꼬불 바닷가길을 하나씩 찾아다니면서 도느라, 또 자전거 타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을 이끌고 다니느라 좀 고단하기도 했습니다.


.. 평소 책을 읽지 않는 사람에게 책을 한 권 읽는다는 것은 때로는 고통스럽게 느껴질 만큼 힘든 일이다. 하지만 책을 1백 권쯤 읽은 사람치고 책을 싫어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자전거 타기에 비유하자면, 타는 요령을 익히고 나면 넘어질 일이 거의 없어진다는 것이다. 나아가 5백 권, 1천 권을 읽고 나면 한 손으로 아이스크림을 핥으면서 자전거를 타는 것과 같은 경지에 오르는 것이다 ..  〈36쪽〉


 그렇게까지 힘든 자전거 나들이는 아니었으나 함부로 만만하게 볼 수 없는 나들이를 마친 뒤, 자전거 나들이가 한결 수월하고 가벼워졌습니다. 웬만한 거리는 자전거로 오갈 수 있구나 하는 자신감이 좀더 붙었고,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자전거를 오랫동안 타는 일도 그렇게까지 힘들다고 느끼지 않습니다. 이번 나들이에서는 ‘빨리 달릴 수 없어 아쉬운’ 한편으로, 무거운 짐을 잔뜩 짊어진 채로 하루에 여덟∼열 시간을 달렸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힘이 더 늘었지 싶습니다.


.. 또 만화 세계에서 확고한 지위를 쌓고 있던 데즈카 오사무는 만화상 심사위원을 의뢰받는 일이 많았는데, 어느 때부턴가 심사위원 의뢰를 받으면 거절하기 시작했다. 후배 만화가의 작품을 평가하기보다는 후배들과 같은 자리에 서서 평가를 받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  〈44쪽〉


 제주섬 나들이를 하기 이틀 앞서 《도약의 순간》이란 책을 선물받았습니다. 자전거 나들이를 할 때면 짐은 되도록 줄여야 하는데, 꼭 이때 맞추어 책을 선물한 선배가 얄궂다고 느낍니다. 더욱이 책겉을 보면 ‘천재처럼 열망하고 도약하라!’는 글월이 적혀 있습니다. 책이름 “도약의 순간”이란 말도 썩 달갑지 않습니다. “뛰어오르는 때”, “펄쩍 뛰는 그때”쯤으로도 붙일 수 있을 텐데, 일본책이라서 일본사람이 쓰는 한자말 그대로 붙였구나 싶습니다. 그래도 애써 선사해 준 책인데 어느 만큼 읽어야지요.

 “단순한 공상으로는 리얼리티가 나오지 않는 법이다. 자신이 예전에 맛본 적이 있는 현실이어야 관객에게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 있다.(29쪽)”는 대목을 읽으며, ‘그저 가볍게 성공학을 말하는 책은 아니구나’ 하고 느낍니다. 지금 우리들이 느끼기에는 천재처럼 보이는 이들이지만, 이들이 자기가 바라는 일을 찾고 즐기고 애써 밀고나갈 때에는 어느 누구도 천재라고 쉬 말하지 않았던 이들, 그러나 누가 천재라 하건 말건, 바보라 하건 말건 꿋꿋하게 자기 세계를 열고 가꾸어 나간 이들 이야기를 다룬 책이구나 느낍니다.

 구로사와 아키라, 데즈카 오사무, 빌 게이츠, 미켈란젤로, 니체, 기타노 다케시, 톨스토이, 로뎅, 고흐, 괴테와 고갱, 미야자키 하야오, 이렇게 열두 사람 이야기를 다룹니다. 일본사람이 쓴 책이라 그렇겠지만 ‘우리가 돌아볼 만한 사람’으로 일본사람이 넷이 들어갑니다. 그렇다면 한국사람이 이런 책을 쓴다고 할 때에도 1/3쯤을 한국사람 이야기로 채울 수 있을까요?

 잠깐 책을 덮습니다. 바깥에는 바람이 세게 붑니다. 여름을 앞둔 날 부는 센 바람이라, 햇볕을 쬐면서 밖에 서 있으면 참 시원하게 느껴집니다. 방에 앉아 창문으로 나뭇잎이 휘날리는 모습을 보기만 해도 시원합니다. 나무마다 헐벗고 있던 때가 그다지 오래된 일이 아니라고 떠오르는데, 어느덧 나무마다 푸른 잎사귀가 가득합니다. 어제는 길거리 은행나무에 은행잎이 가득 달린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저 잎이 언제 저렇게 달렸는가 하고요.

 그래, 저 나무들은 잎을 한꺼번에 틔우려고 겨우내 숨을 죽이고 힘을 모으고 있다가 봄이 되어 조금씩 눈을 틔우다가 날이 확 풀린 그날부터 ‘이제 때는 왔다!’ 하고서 한껏 잎사귀를 터뜨렸겠지요. 《도약의 순간》에서 말하는 사람들도 고단하고 어려운 동안을 거치면서도 자기 담금질을 잊지 않았겠구나 싶고, 다른 사람들이 느끼거나 눈치채지 못하는 일을 꿋꿋하고 다부지게 이어왔겠다 싶습니다. 중요한 것은 남이 알아주느냐 마느냐가 아니거든요. 자기 스스로 느끼기에 얼마나 알뜰하느냐, 올바르느냐, 고웁냐, 속이 꽉 찼느냐이지 싶어요. 자기 스스로 느끼기에 ‘이제 됐다’ 싶을 때까지, 또는 ‘아직 모자라니 더 하자’는 마음이 사라질 때까지 꾸준하게 자신을 지켜 나가는 일이 중요하다고 느껴요. 선배가 저한테 이 책을 선물한 뜻을 어렴풋이 알겠습니다. (4339.5.14.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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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바랄게 없는 삶
야마오 산세이 지음, 최성현 옮김 / 달팽이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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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이름 : 더 바랄 게 없는 삶
- 글쓴이 : 야마오 산세이
- 옮긴이 : 최성현
- 펴낸곳 : 달팽이(2003.10.9.)
- 책값 : 9000원


 비가 그쳤습니다. 해가 잠깐 났습니다. 세상이 아주 조용해진 듯합니다. 숨죽이던 새들은 다시 지저귀고 잔뜩 물을 품느라 힘겨웠던 땅들도 마음을 놓은 듯합니다. 논이고 밭이고 가득가득 넘칠 뻔하던 물도 조금씩 빠집니다. 나날이 뿌얘지는 하늘은 한결 깨끗해진 느낌입니다. 아쉽다면 무지개는 보이지 않고, 뭉개구름도 안 보인다는 대목.


.. 진짜로 존귀한 것은 물 그 자체로서, 이 지구 위에서 유일하게 자연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는 생물인 인간이 물을 존중하며 맑은 물 지키기에 노력한다면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삶을 즐길 수 있고, 나아가서는 천 년 이천 년 삼라만상의 일원으로 영원히 존속해 갈 수 있는 것이다 ..  〈69쪽〉


 서울에서 지낸다면 이런 여러 느낌은 못 느끼지 싶습니다. 비가 오면 오는 대로 지저분하고 비가 그쳐도 그친 대로 지저분한 서울이거든요. 비가 오면 길이 막힌다고 아우성이고 비가 그치면 빗물이 질척거릴 뿐 아니라 빗물이 그대로 튀기건 말건 아랑곳하지 않고 내달리는 자동차로 넘치는 서울이에요.

 서울사람들은, 아니 서울뿐 아니라 전국 어디를 가더라도 이 나라 사람들은 샘물을 마시지 못합니다. 아니 않습니다. 시골에서도 그럭저럭 물이 맑은 곳이 아니고는 죄다 정수기 물을 마신다고 해야 할 만큼 물이 더러워졌습니다. 먹는샘물을 사마실 돈이 없다면 수도물을 끓여서 마실 텐데, 수도물을 그대로 마시는 사람은 아주 드뭅니다. 믿을 수가 없고 믿기가 어려우니까요.


.. 염소는 젖을 얻기 위해 기른다. 농협에서 사료용 보리를 사다가 먹이면 배 이상 젖이 나온다. 그것을 물론 나는 알고 있었다. 그러나 돈을 주고 사는 사료로 키운 양의 젖을 마시는 것은 가게에서 젖을 사는 것과 다를 바가 없는 일이다 ..  〈50쪽〉


 우리는 무엇 때문에 공업을 키우고 물건을 나라밖으로 내다 팔며 ‘아이티(IT) 강국’, ‘국민소득 2만 달러’를 이루어야 할까요? 한동안 ‘에니메이션 고등학교’를 세운다 뭐한다 말이 많았습니다. 영화 한 편 잘 팔면 자동차 몇 만 대를 파는 것만큼 돈을 번다고 법석이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컴퓨터 기술과 많은 돈이 그렇게 중요할까요? 그렇게 중요한가요? 그래서 흐르는 냇물을 손으로 떠서 마실 수 없다면 먹는샘물을 편의점이나 할인매장에서 사서 마시면 그만인가요? 우리 스스로 콩이고 팥이고 쌀이고 보리고 한 번도 스스로 씨 뿌려서 거두지 않으면서 ‘국산 유기농 곡식’만 ‘돈 주고 사서 먹으려’ 하고 있지 않나요? 그러면서 자유무역시장이다 뭐다 하여 이 나라 농촌이 끔찍하게 무너지고 죄다 빚더미에 올라앉아도 ‘그것은 우리 나라 농촌도 스스로 바뀌려 하지 않고 예전 그대로 있었기 때문’이라며 화살을 돌리고 있지 않습니까?

 중국산 곡식이나 물고기 들은 더러워서 사람이 먹을 것이 못 된다고 말하면서, 이 나라에서 거두어들이는 곡식과 물고기가 ‘깨끗한 물과 바람과 햇볕’을 먹으면서 살 수 있는 터전이 되도록 깨끗하고 아름답게 가꾸는 일에는 두 손 놓고 있지 않는지요?

 예전에 《여기에 사는 즐거움》이란 책을 읽은 적 있습니다. 일본 도쿄살이를 그만두고 외딴섬으로 들어가 조용하게 농사짓고 살아가면서 ‘이것 참 재미있구나’ 하고 느꼈던 야마오 산세이라고 하는 사람이 쓴 책입니다. 이이가 쓴 다른 책 《더 바랄 게 없는 삶》을 책방에서 얼결에 만났습니다. 책이 나온 때는 2003년. 어, 나온 지 벌써 세 해가 되었군요. 하지만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언론에 소개가 된 적이 없을까요? 소개된 적이 있어도 아주 조그맣게 실리고는 잊혀져 버렸을까요? 책방에서는 이 작은 책을 애써 보기 좋은 곳에 꽂아 두지 않았을는지 모르며, 우리들 책손도 이 책을 따로 끄집어내어 읽지 않았구나 싶습니다.

 뭐, 이 책 《더 바랄 게 없는 삶》이 대단히 깊거나 그윽한 생각이나 삶을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책이름 그대로 ‘더 바랄 것 없이 스스로 즐겁게 살아가는 내(야마오 산세이) 모습’을 말할 뿐입니다. 꾸밈도 없고 가릴 것도 없습니다. 내(글쓴이)가 바라는 것이라면 맑은 물, 시원한 바람, 따뜻한 햇볕, 여기에 이 셋이 어우러진 이 땅과 이 땅에서 살아가는 모든 목숨붙이라고 말할 뿐입니다. 그런데 술술 읽히고 즐겁게 책을 덮을 수 있군요. (4339.4.19.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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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마전선 일본군 위안부 문옥주 - 문옥주 할머니 일대기, 역사의 증언 2
모리카와 마치코 지음, 김정성 옮김, 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펴냄 / 아름다운사람들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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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이름 : 버마전선 일본군 ‘위안부’ 문옥주
- 글쓴이 : 모리카와 마치코
- 옮긴이 : 김정성
- 펴낸곳 : 아름다운사람들(2005.8.8.)
- 책값 : 12000원

 ‘한일 청구권’ 문제, 그러니까 1965년에 박정희와 김종필이 ‘한일협정’이라는 걸 맺은 문제가 2005년인 지금까지도 발목을 잡습니다. 전쟁과 식민지로 온갖 괴로움을 받아야 한 사람들이 배상을 받아야 하는 일은 둘째치고, 일본 정부와 한국 정부는 피해자가 된 사람들한테 아직까지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까닭이 있어요. 바로 우리들이 모르기 때문입니다. 알려고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모르는 일은 잘못이 아니에요. 하지만 알려고도 하지 않는 일은 잘못입니다.


.. 한국의 경우, 일본 정부는 한일 청구권 협정을 근거로 어떤 일이 있어도 지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버리지 않고 있습니다. 정말 유감스럽고 부끄러운 일입니다 .. <22쪽>


 해마다 어김없이 3.1절과 광복절을 치르면서도 이때 죽어 간 사람들, 아파한 사람들이 누구였고, 어떻게 고달팠는지를 말하는 이가 없는 게 현실입니다. 그렇다면 ‘말하는 이가 없다’고 하더라도 ‘왜 누구 아파야 했지?’ 하고 물으면서 이런 까닭을 살피려 하지 않아도 좋을까요?

 《버마전선 일본군 ‘위안부’ 문옥주》는 어느 일본사람이 종군위안부로 아픔과 슬픔을 겪어야 했던 할머니 한 분을 여러 해에 걸쳐서 만나서 이야기를 들은 뒤 자서전 틀을 빌려서 담아낸 책입니다. 책을 읽으며 참 어이없는 일이 많구나, 어째 이랬을까 싶은 한편, 왜 이런 이야기를 한국사람들이 가까이에서 받아 적고 함께 눈물을 흘리고 아파하면서 사람들이 이런 속이야기를 널리 알도록 해 주지 못했을까 싶었습니다.

 어쩌면… 그러니까, 한국사람들은 이런 책이 나와도 읽거나 소개도 하지 않는데, 바로 그런 마음이 아주 깊은 곳까지 또아리를 틀고 있어서 이런 할머니들 이야기를 뭣하러 책으로 담느냐 하고 생각하지 싶습니다. 글을 쓰는 사람도, 사진을 찍는 사람도, 그림을 그리는 사람도, 기사를 쓰는 사람도, 책을 만드는 사람도, 방송을 찍는 사람도 눈길을 안 둬요. 이런 현실을, 역사를, 삶을 담아내려 하지 않고 보려고도 않습니다. 그러면서 무슨 이야기를 펼치고 나누고 있나요? 책에, 신문에, 방송에 나오는 이야기는 도대체 무엇일까요?

 문옥주 할머니는 벌써 세상을 떠났습니다. 앞으로 열 해쯤 뒤면 문 할머니 이름도 거의 잊혀져 버릴 테고, 이 책도 판이 끊겨서 사라져 버리겠지요. 자, 그러면 그때, 앞으로 열 해나 스무 해쯤 뒤에는 종군위안부로 애먹어야 했고 죽도록 괴로와야 했던 사람들 삶과 역사도 사라지는가요? (4338.9.12.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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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 이야기 - 소년한길 어린이문학 5
이오덕 지음 / 한길사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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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이름 : 어린이책 이야기
- 글쓴이 : 이오덕
- 펴낸곳 : 소년한길(2002.7.30)
- 책값 : 13000원


.. 쫄아들고 찔리고 하면서 산다면 그것은 감옥살이다. 그까짓 대학교 졸업을 하면 뭣 하나?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즐겁게, 모두가 잘 어울려 같이 살면 그보다 더 좋은 것이 어디 있나? 이 훌륭한 말, 훌륭한 철학, 아이 입에서 나온 이 귀한 말을 모든 어머니들이 듣고 깨달아야 하겠다 ..  〈35쪽〉


 이오덕 선생님이 쓴 어린이문학 비평에는 ‘작품 소개’나 ‘작품 비평’만 있지 않습니다. 우리 삶, 사회, 문화, 삶터 이야기가 함께 있습니다. 우리가 올바르게 살아가면 좋을 모습, 우리 스스로 느끼거나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비틀리거나 잘못된 길을 가는 안타까운 모습 이야기가 함께 있습니다.


.. 좋은 말이란 것은 아이들도 잘 알 수 있는 말, 아이들의 말이란 뜻이다. 동화나 소년소설은 아이들의 말로 쓰는 문학이다 ..  〈100쪽〉


 문학은 말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비평도 말로 합니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때에도 말로 가르칩니다. 그래, 우리 삶에서 ‘말’이란 아주 중요해요. 무슨 일을 어디에서 누구하고 어떻게 하든 반드시 있어야 하는 ‘말’입니다. 하지만 우리들은 바로 이렇게 중요한 말을 제대로 살피지 않습니다. 찬찬히 가려서 쓰려고도 않습니다. 너무 엉뚱하게, 잘못되게 쓰고 있습니다.


.. 아이들에게 주는 작품을 제대로 보려고 한다면 무엇보다도 아이들을 잘 알아야 할 것이고, 아이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주어야 하나 하는 문제를 조금이라도 생각해 놓아야 한다. 그런 마음가짐이 없이 작품을 읽게 되면 그 작품이 제대로 보이지 않게도 된다. 그리고, 문학작품에 관한 이론을 늘어놓은 글을 읽는 것은 참고가 될 수도 있지만, 어려운 말로 된 논리를 머리에 놓어 놓는 것은 대단히 해롭고 어리석은 일이다 ..  〈163∼164쪽〉


 어른문학 비평이든, 어린이문학 비평이든 누구나 해야 합니다. 문학을 읽은 사람이라면, 문학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교수만이? 전문비평가만이? 아닙니다. 누구나 할 수 있어야지요. 문학을 즐기는 사람 모두, 글을 읽을 수 있는 어느 누구라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문학도, 문학비평도 한 걸음 나아가 우리 삶을 찬찬히 담는 아름다운 자리로 거듭나리라 생각합니다.

 곧, 문학을 빚어내는 사람은 자기가 쓰려는 작품을 왜 쓰고 누가 읽도록 쓰며 쓰는 자신은 얼마나 즐거운가를 깨닫고 느껴야 합니다. 문학을 읽히는 사람은 왜 읽히려 하고 무엇을 어떻게 누구한테 읽히려 하는지를 생각해야겠지요. 비평이란 다른 것이 아닙니다. 바로 이런 것이지요.

 덧붙여, 어른문학 비평이나 어린이문학 비평이나 다를 것이 없습니다. ‘다루는 작품’만 다를 뿐이지, ‘문학을 바라보고 생각하는 마음’은 한결같습니다. 문학이 우리한테 어떤 값어치를 하고 어떤 즐거움을 선사하고 어떻게 다가오는가를 헤아리는 매무새도 마찬가지일 테지요. 이리하여 어린이문학 비평을 알뜰하게 열어젖힌 이오덕 님 책은, 어린이문학 비평으로만이 아니라 어른문학을 헤아리는 데에도 길잡이가 됩니다. 문학비평뿐 아니라 문학을 즐기며 살아가는 우리들 마음가짐을 추스르는 데에도 보탬이 됩니다. 꼭 책이란 것을 즐길 때뿐 아니라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살아가건 우리들 몸가짐을 어떻게 다스리면 좋은가를 펼쳐 보여주는 고마운 말씀으로도 자리잡아요. (4339.4.11.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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