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48] 쌀나무

 ‘쌀나무’란 참 어처구니없는 말입니다. ‘고추나무’ 또한 몹시 어이없는 말입니다. 도시내기란 이런 엉터리 말을 하는구나 하고 여길 만합니다. 쌀나무 아닌 ‘벼포기’입니다. 고추나무 아닌 ‘고추포기’입니다. 마땅한 삶을 마땅히 들여다보지 못하고, 마땅한 자연을 마땅히 받아들이지 못할 때에는, 삶이며 넋이며 말이며 뒤죽박죽 흔들리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아이들로서는, 아주 시골 아이가 아닌 여느 아이로서는, 때로는 시골 아이로서도, 벼포기 아닌 쌀나무를 생각하거나 느낄 수 있으리라 하고 깨닫습니다. 왜냐하면 벼가 무럭무럭 자라 우리가 먹을 쌀을 이루는 포기포기란, 나무가 사람한테 소담스런 열매를 맺어 나누어 주듯 고마운 나눔을 베풀기 때문입니다. 고추를 좋아하건 안 좋아하건, 조그마한 고추포기에 주렁주렁 달린 붉거나 빨간 고추알이란 참말 고추열매라 해도 틀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쌀나무 아닌 벼포기요, 고추나무 아닌 고추포기입니다. 어른으로서 옳지 않은 말을 자꾸 되풀이하면서 아이들마저 엉터리 말에 길들도록 하는 일이란 딱하며 슬픕니다. 다만, 올바로 말하든 아직 올바른 말매무새를 깨닫지 못했든, 내 마음밭에 착하며 너른 생각나무를 한 그루 심어 보살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4344.4.2.흙.ㅎㄲㅅㄱ)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누리말(인터넷말) 60] naver me beta

 한국말 다루는 사전에도 ‘메일(mail)’과 ‘이메일(email)’이라는 영어가 실립니다. 영어를 쓰는 사람들은 인터넷에서 쓰는 편지라는 뜻으로 ‘email’이라는 새 낱말을 지었고, 한국말을 쓰는 사람 또한 인터넷에서 쓰는 편지라는 뜻으로 ‘누리편지’라는 새 낱말을 지었습니다. 그런데 한국말을 쓰는 한국사람은 한국말 ‘누리편지’를 좀처럼 쓰지 않고, 영어로 ‘이메일’이나 ‘메일’이라는 낱말만 씁니다. 한국사람이 쓸 낱말을 한국사람 스스로 빚고도 한국사람 스스로 안 씁니다. 이런 말버릇은 천천히 뿌리를 내리다가는 그예 깊이 뿌리가 박히면서, 인터넷으로 마주하는 누리마당을 꾸미는 이들은 으레 ‘beta’ 같은 꼬리말을 붙이면서 한결 돋보이려고 애를 씁니다. (4344.3.31.나무.ㅎㄲㅅㄱ)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누리말(인터넷말) 59] 댓글쓰기

 누리집마다 글을 쓰는 자리가 있고, 글을 쓰는 자리에는 댓글을 남기도록 짜 놓습니다. 글을 쓰는 곳이기에 ‘글쓰기’라는 그림단추를 마련하는 곳이 있으며, 글쓰기라는 이름을 한자말로 옮겨 ‘작성(作成)’이나 ‘문서작성(文書作成)’ 같은 이름을 쓴다거나 아예 영어로 ‘write’를 쓰는 곳이 있어요. 댓글을 쓰는 곳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느 곳은 쓰임새 그대로 ‘댓글쓰기’라 이름을 붙일 테지요. 그런데, ‘댓글쓰기’라는 이름을 수수하게 잘 붙이면서도, 글을 읽은 느낌을 함께 적는 그림단추에는 ‘cool’과 ‘bad’라는 영어를 적고 맙니다. 이러다가는 ‘좋은 글에는 엄지를!’이라는 말꼬리를 붙입니다. ‘좋아’나 ‘싫어’라든지 ‘훌륭해’나 ‘따분해’ 같은 말마디를 넣을 수 없었을까요. ‘잘 읽었어요’나 ‘재미없어요’ 같은 말마디를 넣으면 어떠할까요. 곱게 쓰는 말마디는 곱게 읽는 눈썰미로 이어지고, 착하게 쓰는 말투는 착하게 듣는 말결로 예쁘게 흐릅니다. (4344.3.30.물.ㅎㄲㅅㄱ)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함께 살아가는 말 47] 낱말책

 오늘날은 누구나 어디에서나 인터넷을 쓸 수 있습니다. 애써 셈틀을 안 켜더라도 손전화로 인터넷을 씁니다. 종이로 된 책이 없어도 낱말뜻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어요. 셈틀을 켜서 인터넷을 열지 않더라도 손전화로 영어 낱말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손전화에는 영어 낱말 찾아보기는 있어도, 우리 낱말 찾아보기는 없기 일쑤입니다. 한국말을 배우거나 한국말을 살피려는 사람이 없기 때문일까요. 한국사람이라면 한국말을 모를 까닭이 없으니, 굳이 우리 낱말을 찾아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인가요. 낱말이 가득 적힌 책이기에 낱말책입니다. 이야기를 담은 책이면 이야기책입니다. 그림으로 빚어 그림책이요, 동화를 실어 동화책이며, 사진으로 일구어 사진책입니다. 구태여 새로운 낱말을 빚으려고 ‘낱말책’ 같은 이름을 떠올리지 않습니다. 글자수를 줄여 ‘말책’이라 할 수 있을 테지만, 괜히 글자수를 줄이기보다는, “낱말 담은 책”이라는 느낌이 잘 살도록 ‘낱말책’이라 할 때에 한결 알맞으면서 좋다고 느껴요. 이리하여 우리는 한국 낱말책입니다. 일본사람은 일본 낱말책이에요. 중국사람은 중국 낱말책을 쓰겠지요. 책상맡에 종이로 된 낱말책을 여러 가지 올려놓고 뒤적여 봅니다. (4344.3.28.달.ㅎㄲㅅㄱ)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누리말(인터넷말) 58] FAQ MORE

 ‘FAQ’가 무슨 뜻을 가리키는가를 알아보려고 누리집 찾기창에 넣으면, “frequently asked question”을 줄인 영어로, “자주 묻는 질문”이라고 풀이합니다. 으레 이렇게들 이야기하고, 어느 곳에서는 “자주 묻는 질문”이라는 말마디를 게시판 이름으로 삼기도 합니다. 그런데, ‘質問’이란 “묻는 말”입니다. 묻는 말을 가리키는 한자말 ‘질문’ 앞에 ‘묻는’을 넣으면 겹말입니다. 영어를 고스란히 옮기다가 겹말을 쓰는 셈이라 할는지 모르지만, 우리 스스로 우리 말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또렷하게 깨닫지 않으니 이런 번역에 이런 영어를 아무렇지 않게 쓴다고 해야지 싶습니다. 우리 말로는 “자주 묻는 말”이나 “자주 묻는 이야기”나 “궁금한 이야기”입니다. “묻고 알려주기”는 말 그대로 누군가 물었을 때에 누군가 알려주는 자리요, “궁금한 이야기”는 누가 묻기 앞서 궁금해 하리라 여기는 이야기를 먼저 밝히는 자리입니다. 영어를 쓴대서 글이 더 짧아지지 않을 뿐 아니라, 그닥 멋있지 않습니다. 우리 말로 짤막하게 “궁금해요”라든지 “궁금이”라든지 “궁금궁금”이라든지 “궁금”처럼 적어 놓으면 됩니다. 또는 “알쏭달쏭”이나 “알쏭알쏭” 이나 “알쏭” 같은 말을 써 보아도 돼요. (4344.3.28.달.ㅎㄲㅅㄱ)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