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하루 (2021.7.9.)

― 인천 〈시와 예술〉



  날마다 나무를 바라보노라면, 이렇게 춤을 잘 추면서 아름답구나 하고 새삼스레 느낍니다. 인천을 떠나던 2010년 가을에 곁님하고 “우리는 나무로 우리 집을 빙 두를 수 있고, 마당에서 노래하고 춤출 수 있는 보금자리를 누리자”고 생각했습니다. 곁님은 ‘시골 아닌 멧골’로 가기를 바랐기에, 아직 머무는 시골은 작은 보금자리요, 앞으로는 너른 보금터인 멧숲을 누리려는 꿈을 그려요.


  인천에서 태어나서 자라는 동안에도, 큰아이를 2008년에 낳고서 같이 골목마실을 하는 사이에도, 큰고장이며 서울에서 자라나는 나무는 늘 ‘춤스승’이었습니다. 작은 골목집에서 지붕을 덮는 나무도, 길거리에서 매캐한 기운을 걸러내는 나무도, 바닷물결 소리를 내면서 춤추기에 누구나 숨쉴 수 있다고 느꼈어요.


  칠월 한복판은 한여름이기에 한 해 가운데 햇볕을 가장 신나게 듬뿍 누리는 철입니다. 둘레에서는 이맘때가 가장 덥다고 여기거나 놀이철(휴가시즌)로 치는 듯싶으나, 실컷 햇볕을 머금으면서 몸을 살찌우고, 신나게 땀을 쏟으면서 찌꺼기를 내놓는 나날로 맞아들입니다.


  어제 〈시와 예술〉을 들렀으나 아무래도 어제 잊은 책이 있어 다시 들릅니다. 고흥으로 그냥 돌아갔다가는 내내 서운하게 여길 테니, 책 한 자락 값을 즐겁게 쓰려고 살며시 깃듭니다. 책집을 지키는 분이 바라볼 적에도 늘 새로운 책터일 테고, 책손으로 걸음하는 눈으로 마주할 적에도 어제오늘은 참으로 새로운 책칸입니다.


  지난해하고 올해가 다르고, 올해랑 열 해 뒤가 달라요. 모든 하루는 즐겁게 피어나는 꽃입니다. 배다리 한켠 하늘집(옥탑방)에서 살며 큰아이를 낳을 적에, 이 하늘집은 해바라기를 하고 빨래를 너는 즐거운 터였습니다. 마당집으로 옮긴 시골에서는 집 둘레로 나무가 무럭무럭 크기를 바라면서 해바라기·바람바라기·비바라기로 보내며 풀꽃바라기로 하루를 살아가고요. 인천에서 살던 무렵에는 큰아이를 안거나 업거나 걸리면서 골목꽃을 만나고 골목놀이를 했다면, 넷이서 고흥 시골에서 지내는 오늘은 아이들이랑 틈틈이 자전거를 달려 바닷가 모래밭으로 마실하면, 맨발에 맨손으로 모래밭을 밟고서 햇볕을 골고루 먹다가 바닷물에 몸을 맡깁니다.


  땀을 식히려고 나무 곁 풀밭에 앉아서 글 한 줄을 남깁니다. 손등으로 땀을 훔치고, 손가락으로 붓을 쥡니다. 발걸음도 손길도 마음입니다. 글자락도 책도 마음입니다. 마을도 책집도 마음이요, 비바람이랑 해랑 별도 마음이에요.


  서로서로 마음이기에 만나서 말을 나눕니다. 다 다르면서 나란한 마음이기에 맑게 퍼지는 눈길을 누리는 이곳에서 느긋합니다.


ㅅㄴㄹ


《Ways of Seeing》(John Berger, British Broadcasting Corp, 1972/2008.)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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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글이라는 꽃 (2023.3.9.)

― 청주 〈달꽃〉



  청주 마을책집 〈달꽃〉은 2023년 3월 30일까지 연다고 합니다. 네 해에 이르는 책살림은 접습니다. 책집이 떠난 자리에는 다른 가게가 들어설 테고, 다른 이야기가 이어가리라 봅니다. 그러나 그곳에 책집이 있던 자국은 언제까지나 흘러요.


  우리말 ‘자’는 ‘길이’가 있는 ‘단단한 것’을 가리킵니다. 앞에 서거나 스스로 나서려고 하는 숨결도 ‘자’를 넣습니다. 집(ㅁ)으로 둘러싸는 받침을 넣은 ‘잠’은, 반듯하게 누워서 꿈으로 나아가는 길을 나타내고, ‘잠기다·잠그다’로 잇는데, ‘잠’이 나비한테도 사람한테도 새몸과 새빛으로 깨어나는 길을 밝히는 말밑이듯, ‘자리’는 모든 곳을 짓거나 이루는 바탕을 나타내요.


  ‘자위·자욱·자국’으로 뻗으면 삶결이 깨어나거나 묻어난 바탕을 나타냅니다. 책집이 있던 자리는 앞으로 잊힐 만하지만, 책집으로 만나던 자욱이며 자국은 책손 마음에 가만히 남을 테지요.


  우리는 자고 깨어나는 하루를 누리면서 언제나 새롭게 달라지면서 거듭나는 마음입니다. 어제하고 오늘은 누구나 다른 숨결이자 삶입니다. ‘나’는 ‘나아가’려고 생각을 ‘낳’고는 ‘날아오’르듯 ‘너머’로 가서 ‘너’를 만나 뭇삶길을 ‘넘나들’려는 숨빛입니다. 달에도 꽃이 피고, 꽃에도 별빛이 있고, 별에도 바람이 불고, 바람에도 길이 있어요.


  나는 너보다 높거나 낮지 않습니다. 너는 나보다 낫거나 나쁘지 않습니다. 서로 다른 몸짓이자 같은 넋입니다. 같은 하늘을 누리고, 같은 땅을 디디며, 같은 풀꽃나무 곁에서 푸르게 어우러지는 숨소리입니다.


  마을책집 〈달꽃〉에 깃들면, 해가 들어오는 자리에서 배움터를 환히 바라볼 수 있습니다. 책집 앞 배움터를 오가는 아이들은 책집을 얼마나 알아보았을까요? 마을책집 가까이로는 북적이는 밥집이나 옷집이나 술집이 많습니다. 우리는 밥옷집이라는 살림살이 곁에 책과 글을 어느 만큼 사랑스레 놓는 하루일까요.


  서울을 닮아가는 작은고장은 따분합니다. 스스로 서려는 작은고장이나 시골은 아름답습니다. 훌륭한 책을 읽어야 훌륭한 사람이 되지 않습니다. 글을 잘 여미어야 돋보이지 않습니다. 삼월에 피는 들꽃이 있고, 일찌감치 이월에 나는 들꽃이 있습니다. 느슨히 칠월이며 팔월에 깨어나는 들꽃이 있고, 까마중 같은 들풀은 십일월이나 십이월에까지 가만히 흰꽃을 피우곤 합니다.


  다 다르게 꽃이요, 마음으로 다다르는 꽃입니다. 다 다른 손길로 다 다르게 피어나는 책 한 자락을 곁에 둔다면, 누구나 다 다른 오늘을 새롭게 글꽃으로 여밉니다.


ㅅㄴㄹ


《서점원고지》(shys, shys, 2020.10.7.첫/2020.11.9.2벌)

《어서오세요, 책 읽는 가게입니다〉(아쿠쓰 다카시/김단비 옮김, 앨리스, 2021.11.5.)

《마법 걸린 부엉이》(이묘신, 브로콜리숲, 2019.9.27.)

《카레라이스의 모험》(모리에다 다카시/박성민 옮김, 눌와, 2019.1.7.)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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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사람 (2022.10.19.)

― 서울 〈카모메 그림책방〉



  어제 하루는 책짐을 잔뜩 짊어진 채 서울 여러 곳을 휘휘 걷고 달렸습니다. 오늘은 아침에 마을책집 한 곳만 들러서 책상맡에 앉아 얘기꽃(동화)을 쓰다가 고흥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는데, 앞서 들른 창신동 책집에 찾아온 다른 손님이 꽤 큰소리로 수다꽃을 한참 피웁니다. 일찍 일어나서 걷고, 또 걷고, 내처 걷습니다. 한참 땀을 빼고서 〈카모메 그림책방〉에 닿습니다. 가을볕이 따끈따끈 내려앉습니다.


  책시렁을 헤아리다가, 그림책을 읽다가, ‘자벌레’ 그림책을 오랜만에 되읽다가 ‘레오 리오니’ 님 삶길을 노래꽃(동시)으로 문득 적어 봅니다. 처음 ‘레오 리오니’ 님 그림책을 만난 해는 1988년이라고 떠오릅니다. 그무렵에는 그림님 이름을 몰랐어요. 책집에서 동무를 기다리며 문득 집어든 책을 읽다가 눈물이 핑 돌았어요. 1994년에 네덜란드말을 배우는 배움터에 들어갔으나 그림님이 네덜란드사람인 줄 몰랐습니다. 네덜란드말을 가르치는 이들은 이분 그림책을 알까요?


  모든 말은 어버이가 맨 처음 들려주면서 물려주는데, 어른이 되어 이웃말을 처음 배우려는 사람한테는 그림책하고 노래책(동시집)이 어울립니다. 네덜란드말을 배우려는 이웃님이라면, ‘네덜란드말로 나온 레오 리오니 그림책’을 장만해서 읽으면 무척 아름다우리라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말을 배우고 싶은 이웃나라 사람한테는 어떤 그림책이나 노래책을 건넬 만할까요? 우리는 아직 ‘우리말을 우리말답게 사랑으로 여민 그림책이나 노래책’이 거의 없지 않나요? 무늬는 한글이되 우리말이 아닌 책이 수두룩합니다.


  잘 볼 수 있기를 바라요. 서두르려는 마음을 털어내고서 느긋하게 찬찬히 보는 눈빛을 밝히기를 바라요. 책집 골마루를 한나절쯤 천천히 거닐고 또 거닐면서 두리번두리번 되읽고 새로읽는 눈망울을 가꾸기를 바라요.


  봄에도 꽃이 피고 가을에도 꽃이 핍니다. 봄볕도 온누리를 살리고, 가을볕도 온누리를 살립니다. 봄바람도 싱그럽고 가을바람도 싱그럽습니다. ‘자연 예찬’이 아닌 ‘숲을 노래’하는 마음을 한결같이 품을 적에 비로소 어른입니다. ‘문화 비평’이 아닌 ‘살림을 짓’는 손길을 아이들하고 누릴 적에 즐거운 어른이에요.


  풀씨를 돌보는 손길이 마을을 살린다고 느낍니다. 나무씨를 보듬는 손길이 나라를 살리는구나 싶습니다. 마음씨를 사랑하는 손길이 이 별을 빛낸다고 생각해요.


  다시 등짐을 짊어지고서 전철나루로 걸어갑니다. 버스나루에 닿아 꾸벅꾸벅 졸며 시외버스를 기다립니다. 시외버스를 한참 달리고서야 잠을 깹니다. 버스가 전라남도로 접어들 즈음 바깥으로 별이 보입니다. 머잖아 서울에도 별이 돋기를 빕니다.


ㅅㄴㄹ


《비밀의 숲 코끼리 나무》(프레야 블랙우드, 창비, 2022.9.30.)

《하나는 뱀이 좋아》(가니에 안즈/이구름 옮김, 나는별, 2022.9.17.)

《꿈틀꿈틀 자벌레》(레오 리오니/이경혜 옮김, 파랑새, 2003.11.15.첫/2007.5.28.3벌)

《곰인형의 행복》(가브리엘 벵상/이정기 옮김, 보림, 1996.8.30.첫/2009.2.20.15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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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아름답게 (2022.10.19.)

― 서울 〈뭐든지 책방〉



  어제 어쩌다가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라는 데를 아마 열다섯 해 만에 지나가 보는데, 이 앞에 선 ‘지킴이(경비원)’가 사람들을 매섭게 노려보면서 입가리개나 차림새를 꼬치꼬치 따지면서 윽박지릅니다. 어깨띠를 차면 스스로 대단하거나 잘난 줄 알며 ‘마름’질을 일삼는 허수아비 모습을 보며 피식 웃었습니다.


  입가리개로 코를 옴팡 안 덮는 길손이 하나라도 있으면 〈교보문고〉에 큰일이라도 터질까요? 그런데 ‘교보문고 안쪽에 있는 찻집’에 바글거리는 사람은 아무도 입가리개를 안 하면서 재잘재잘 큰소리로 수다를 떠는데요? 이들더러 왜 ‘입다물고 입가리개 똑바로 써!’ 하고 윽박지르지 않을까요?


  우리는 넋나간 나날을 보냅니다. 고작 1미터도 아닌 10센티미터 옆에서는 깔깔깔 떠들면서 입가리개를 안 합니다. ‘어깨띠를 두른 지킴이’는 저쪽은 안 쳐다보면서 이쪽을 지나다니는 사람들한테 이 말 저 말 무섭게 읊습니다.


  ‘좋은책’을 읽기에 ‘좋은사람’이 되지 않습니다. ‘좋은마음’이란 따로 없습니다. ‘좋은길’조차 없습니다. ‘좋음·나쁨’은 ‘옳음·그름’으로 가르는 굴레이자, 싸움(전쟁)을 벌이는 불씨일 뿐입니다. 우리가 ‘아름책’을 읽을 마음을 품지 않고서 자꾸 ‘좋은책’을 읽거나 알리려(추천) 한다면, 그만 끝없이 싸움을 걸면서 ‘니 쪽 내 쪽’으로 갈라치기를 하는 불구덩이에 잠겨듭니다.


  아름다움에는 좋음도 나쁨도 없습니다. 사랑에는 옳음도 그름도 없습니다. 아름다움과 사랑은 ‘니 쪽 내 쪽’을 안 가릅니다. 언제나 어깨동무로 포근히 다독이면서 돌아보는 숨결이기에 아름다움이요 사랑이고, 아름책이자 사랑책입니다. 다만, 아름책이나 사랑책은 ‘베스트셀러’도 ‘스테디셀러’도 ‘고전’도 ‘추천도서’도 아닙니다. 아름답기에 아름책이고, 사랑이기에 사랑책이에요.


  서울 바깥일을 마치고 고흥으로 돌아가려는 아침에 창신동 골목길을 걸어서 〈뭐든지 책방〉으로 찾아갑니다. 오랜만에 이 골목을 거닙니다. 동대문 쪽은 하루가 다르게 바뀌지만, 창신동은 작은집이 옹기종기 햇볕을 나누며 차분합니다. 바람도 별빛도 누구한테나 찾아듭니다. 가을도 겨울도 어디에나 스며듭니다. 우리는 무엇이든 사랑하면서 아름답게 북돋울 수 있습니다. 우리는 무엇이든 어질게 읽고 새기면서 스스로 사랑씨앗을 심을 수 있습니다.


  어린이가 있기에 이 별이 살아나고 새 하루를 맞이할 수 있습니다. 어린이 마음빛을 되새기는 어른이 있기에 이 별에 노래가 흐르며 하루가 반짝입니다. 어린이로 살던 지난날을 잊은 사람은 ‘어른 아닌 늙은이’로 뒹구는 꼰대짓을 합니다.


ㅅㄴㄹ


《식물 심고 그림책 읽으며 아이들과 열두 달》(이태용, 세로, 2021.11.2.)

《사이에서, 그림책 읽기》(김장성, 이야기꽃, 2022.1.31.)

《무등이왓에 부는 바람》(김영화, 이야기꽃, 2022.8.8.)

《곁책》(숲노래·최종규, 스토리닷, 202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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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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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삯 (2022.8.18.)

― 수원 〈오복서점〉



  오늘은 충북 충주 노은면으로 갑니다. 새벽바람으로 길을 나섭니다. 고흥읍에서 광주를 거쳐 수원 가는 시외버스를 타는데 길이 한참 막힙니다. 수원에서 충주 노은을 지나가는 13시 30분 버스를 놓칩니다. 17시 버스를 타야 합니다. 세 시간 남짓 빕니다. 어찌할까 생각하다가 〈오복서점〉으로 갑니다.


  나라에서는 전기차를 사면 이래저래 덤(보조금)을 잔뜩 주지만, 걷거나 자전거를 달리거나 버스를 타는 사람들한테 푸른삯(친환경 교통비)을 줄 노릇이라고 느낍니다. 갈수록 부릉이(자가용)가 안 줄고 늘기만 합니다. 부릉이를 여럿 굴리는 집에는 낛(세금)을 몇 곱으로 물려야 올바르지 싶습니다. 집을 한 채 아닌 여러 채 거느릴 적에도 낛을 몇 곱으로 물려야 올바를 테고요.


  아이한테는 숲(자연)을 굳이 가르칠 까닭이 없습니다. 그저 어버이로서 어른으로서 아이랑 살림을 짓는 보금자리에 숲을 품으면 넉넉합니다. 가르칠(교육) 적에는 한 가지 틀만 보고 듣고 겪는다면, 삶자리에서 숲을 품으면 늘 새롭게 빛나는 하루로 푸르게 노래할 테지요. 가르치지 말고 살아가면 됩니다.


  아플 적에는 돌봄터(병원)보다는, 멧골을 오르거나 바다에 가면 말끔히 털어낼 만합니다. 가만히 보면, 이 나라에 참다운 ‘돌봄터’는 없이 ‘앓이(병) + 터(원)’만 있습니다. ‘앓이터’를 자꾸 들락거리니 자꾸 아플밖에요. 멧골이나 바다나 들이나 숲을 밀어없애는 고장이라면, 사람이 사람답게 못 살도록 가로막는 셈입니다. ‘앓이터(병원)’를 줄이고, 잿터(아파트)는 그만 짓고, 마당 있는 집을 누리면서 마당을 나무울타리로 두르는 살림터로 바꾸어야 튼튼몸으로 피어납니다.


  작은 헌책집 골마루를 한 바퀴 돌면서 책을 한 아름 고릅니다. 골마루를 한 바퀴 더 돌며 책을 한 아름 더 살핍니다. 숲은 ‘똑같은 풀꽃나무’가 아닌 ‘다 다른 풀꽃나무’가 저마다 싱그러이 빛납니다. 책집이나 책숲이라면 ‘똑같은 베스트셀러’를 잔뜩 쌓지 말고 ‘다 다른 아름책’을 하나만 놓아야지 싶어요.


  우리나라 큰책집은 어디를 가나 똑같습니다. 그저 ‘똑같은 베스트셀러’만 우글우글해요. 베스트셀러는 줄거리도 얼거리도 비슷합니다. 이런 책을 자꾸 더 많이 팔거나 읽힐 적에는, 우리 스스로 틀에 박힌 마음으로 길들면서 ‘다 다른 눈빛’하고 등집니다. 책집지기라면 ‘언론보도를 안 받은 책’을 알아보면서 책시렁에 놓고, 책손이라면 ‘다 다른 수수한 들꽃을 닮은 책’을 가려낼 노릇입니다.


  제대로 물어보면 제대로 실마리를 찾습니다. 뜬금없이 물어보면 뜬금없이 헤매기는 하되, 뜬금없는 길을 돌고서 실마리를 찾습니다. 모든 삶은 다 다른 길입니다.


ㅅㄴㄹ


《다울라기리의 탐험》(川喜田二郞/박종한 옮김, 명문당, 1980.12.25.)

《정상의 순례자들》(신승모, 수문출판사, 1990.2.15.)

《獨逸史 上》(R.H.텐브록/김상태·임채원 옮김, 서문당, 1973.8.10.첫/1975.3.20.중판)

《獨逸史 下》(R.H.텐브록/김상태·임채원 옮김, 서문당, 1973.8.15.)

《新稿 一般經濟史》(최호진, 동국문화사, 1954.4.20.)

《더듬거리며 하는 말》(조용란, 성요셉출판사, 1982.12.20.)

《英語に强くなゐ本, 敎室では學べない秘法の公開》(岩田一男, 光文社, 1961.8.5.첫/1961.10.25.210벌)

《漢文故事物語》(長谷川節三·荒牧純一, 評論社, 1968.첫/1970.4.20.재판)

《菜根譚》(洪自誠/鄭志明 옮김, 金楓出版社, 1988.12.재판)

《インカ文名》(Henri Favre/小池佑二 옮김, 白水社, 1977.9.10.)

《世界の人形》(世界の友會 엮음, 保育社, 1963.9.1.)

《日本人と日本文化》(司馬遙太郞, 中央公論社, 1972.5.25.)

《내고장전통가꾸기 (내고장 자랑)》(편찬위원회, 신안군, 1992.12.10.)

《全羅文化硏究 3집》(이강오와 네 사람 엮음, 전북향토문화연구회, 1988.12.31.)

《順天市의 文化遺跡》(순천대학교박물관·순천시, 1992.2.29.)

《세종학연구 1》(편집부, 세종대왕기념사업회, 1986.10.9.)

《성경속의 우리말 語原(어원)을 찾아서》(박기환, 해피&북스, 2009.2.28.)

《Doddlmoddl》(Wolfdietrich Schnurre 글·Egbert Herfurth 그림, Aufbau, 2003)

《1988年 서울 戒嚴令》(落合信彦/정성호 옮김, 일월서각, 1986.4.5.)

《시골로 가는 길》(이주형, 풀빛, 1985.3.16.)

《마밍가족 이야기》(토비 얀손/김재천 옮김, 공감사, 1997.7.10.)

《현자 나탄》(G.E.레씽/윤도중 옮김, 창작과비평사, 1991.8.10.)

《日本往來 1호》(최선규·박철균 엮음, 중원문화교류연구회 일본연구원, 1978.2.20.)

《日米關係の展開》(田中直吉 엮음, 日本國際政治學會, 1961.12.15.)

《레 미제라블》(빅토르 위고/한영순 옮김, 육영사, 1974.10.15.)

《標準陽歷 明文萬歲歷》(김혁제 엮음, 명문당, 1965.1.30.)

《新編 尺牘大方》(지송욱 엮음, 신구서림, 1915.8.16.첫/1925.1.10.15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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