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와, 여기는 꾸룩새 연구소야 - 새박사 다미의 부엉이 펠릿 탐구생활
정다미 지음, 이장미 그림 / 한겨레아이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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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책 읽기 148


《어서 와, 여기는 꾸룩새 연구소야》

 정다미 글

 이장미 그림

 한겨레아이들

 2018.2.12.



제비는 몸길이가 18센티미터 정도야. 머리깃, 배깃, 날개깃, 꼬리깃이 보이지? 특히 머리깃은 정말 작아. 깃털이 총 몇 개였는지 궁금하지? 내가 세어 보니까 총 2247개였어. 이것보다 100개 정도는 더 있을 수 있을 거야. (14쪽)


예전에 청딱다구리 사체를 본 적이 있는데, 혀 끝에 가시가 있어서 깜짝 놀랐어. 나무에 구멍을 뚫고, 혀 끝에 있는 가시로 먹이를 낚아채는 거야. 낚싯바늘처럼 말이야. (28쪽)


지금까지 우리 집 주변에 어떤 동물이 살고 있는지 알아보았어. 직접 만나거나, 여러 가지 흔적을 통해 알게 된 동물도 있고, 또 펠릿을 분해해 알게 된 동물도 있었지. 이제 우리 동네 동물 지도를 그려 보려고 해. 이 지도를 보면 어느 곳에 어떤 동물이 사는지 알 수 있지. (48쪽)



  아이들이 새를 얼마나 좋아하는지는 어른 스스로 아이가 되어 보지 않고서는 모릅니다. 어른이 되어도 새를 그대로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나, 꽤 많은 분들은 어른이 되면서 새는 까무룩 잊기 일쑤예요.

  아이들은 길을 걷다가도 새가 보이면 멈춥니다. 버스나 기차를 타더라도 새가 날갯짓하는 모습을 눈치채고 창밖을 바라봅니다. 조금 더 가까이 다가서서 새를 만나고 싶습니다. 새가 온몸을 덮은 깃털을 쓰다듬고 싶습니다. 새랑 하늘을 훨훨 날면서 신나게 놀고 싶습니다.


  《어서 와, 여기는 꾸룩새 연구소야》(정다미·이장미, 한겨레아이들, 2018)는 어릴 적부터 새를 좋아하는 마음을 그대로 이어서 어른인 몸으로도 새를 즐겁게 살피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여러 새 가운데 올빼미하고 부엉이 두 갈래 새를 이야기해요.


  올빼미하고 부엉이 두 갈래 새는 깊은 멧골에서 살기에 여느 마을에서는 좀처럼 못 만납니다. 두 갈래 새를 만나려면 숲으로 가야 하고, 숲에서도 살금살금 다녀야겠지요. 아주 마땅합니다만, 새는 소리가 몸짓을 아주 빠르게 알아차려요. 낯선 발자국이나 소리라면 이내 자리를 뜰 테지요.


  새를 만나려면 새처럼 움직여야 한달까요. 새를 가까이에서 보고 싶다면 숲하고 하나가 되어 매우 부드럽고 조용히 다녀야 한달까요.


  먹이, 찌꺼기, 속덩이, 주검, 깃털을 바탕으로 새가 남기는 자취를 살피고, 새가 걸어온 길을 살피는 글쓴이는 아이들이 새를 남다르게 마주하는 길을 밝히는데, 이 책은 무엇보다 한 가지가 아쉽습니다. 책에 쓴 말이 매우 어렵습니다. 어른한테도 만만하지 않고, 누구보다 아이들한테 썩 어울리지 않아요. 어른만 읽는 책이라 하더라도 말씨를 부드러이 가다듬으면 좋겠어요. 어린이가 스스로 읽을 책이라면 딱딱한 학술말이나 갖은 영어를 그대로 쓰기보다는, 어린이가 바로 알아듣거나 곰곰이 돌아볼 만하도록 풀어내면 좋겠습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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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사 우종영의 바림
우종영 지음 / 자연과생태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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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책시렁 54


《나무의사 우종영의 바림》

 우종영

 자연과생태

 2018.11.27.



도시 빌딩숲은 광합성을 방해한다. 바람이 불어도 움직이지 않는 숲, 나무는 흔들리지 않는 빌딩을 처음 만난 날 얼마나 당황스러웠을까. (21쪽)


나무는 온몸으로 말한다. 특히 나무의사는 나무의 몸짓을 민감하게 관찰해야 한다. 잎, 가지, 줄기 모두가 나무의 상태를 표현한다. (90쪽)


나무가 태어나려면 빈틈이 있어야 한다. 숲에서 빈틈은 나무들이 벌려 놓은 공간이다. 숲의 틈은 수많은 씨앗이 경주를 준비하는 곳이다. (176쪽)


대학에서 학생을 선발하는 기준을 바꾸면 어떨까. 많이 걸은 친구들에게 그에 따른 점수를 더 주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다. (298쪽)


인도의 옛 시 〈하리반사〉에는 “새들이 없는 집은 양념하지 않은 고기와 같다”고 했다. 나무가 커지니 제법 많은 생명을 품기 시작했다. (338쪽)



  새로 태어나는 아이들은 어린이집을 거쳐 초등학교를 지나면 바야흐로 입시지옥이라는 굴레에 갇혀야 합니다. 한국이라는 삶터가 이렇습니다. 너도 알고 나도 아는 일입니다. 이 굴레는 바뀔 낌새가 아직 없습니다. 이 또한 너도 알고 나도 압니다. 우리는 앞으로도 새로 태어나는 아이들이 입시지옥이라는 굴레에 갇히기를 바랄까요? 우리 아이들이 싱그러이 뛰노는 터전이 아닌, 쳇바퀴처럼 시멘트교실에 갇혀 형광등 불빛만 쬐고 교과서만 펴고 시험문제 점수에 들뜨도록 내몰아야 할까요?


  대학입시에 들어가는 돈이 어마어마합니다. 나라에서 들이는 돈도 어마어마하고, 집집마다 들이는 돈도 무시무시합니다. 이 엄청난 돈을 사람들이 저마다 제 보금자리를 일구거나 텃밭을 마련하는 길에 쓴다면, 또 마음을 닦도록 마실을 다니거나 책을 사읽거나 이웃돕기에 쓴다면, 우리 터전은 얼마나 아름다이 거듭날까요?


  《바림》(우종영, 자연과생태, 2018)은 나무를 돌보는 길을 걷는 아재가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바림’이란 낱말이 낯설어 사전을 살핍니다. “물감으로 한쪽을 짙게 바르다가 다른 쪽은 차츰 옅게 바르기”를 나타낸다고 해요. 곰곰이 헤아리니 중·고등학교 미술 수업에서 얼핏 들은 적이 있는 듯합니다. 아마 들었을 수 있는데, 들었어도 이 이름대로 그림놀이를 할 겨를은 그때에도 그 뒤로나 드물었어요.


  학교가 나쁠 일은 없고, 사회가 못될 일은 없습니다. 다만, 학교도 사회도 좋은 알맹이로 좋은 길을 가꾸기보다는 쳇바퀴에 가두거나 굴레에 갇히도록 내몰기에 그악스러울 뿐입니다.


  ‘바림’이라는 말처럼, 좋은 알맹이가 흐르는 학교나 사회 한켠을 찬찬히 어루만지면서, 어른도 아이도 학교 바깥에서, 아니 우리 삶터 모든 곳에서 사뿐사뿐 걷고 놀고 뛰고 달리고 눕고 쉬고 자고 먹고 마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아름드리숲을 한쪽에 몰아놓기보다는 나라 곳곳이 크고작은 숲정이가 되기를 바라요.


  이를테면 찻길을 통째로 없앤 뒤에 아스팔트를 걷어내고서 나무를 심을 수 있어요. 생각해 봐요. 서울로 치자면 광화문부터 동대문에 이르는 찻길을 몽땅 숲정이로 돌릴 만합니다. 자동차는 땅밑으로 다니도록 바꾸고 말예요. 자동차를 달리고 싶으면 땅밑으로 가도록 하고, 사람은 풀밭 우거진 땅바닥을 맨발로 가만히 거닐면서 나무그늘을 누리도록 온나라가 숲터로 달라질 수 있습니다. 돈을 쓰려면 이런 데에 이처럼 쓰기를 바라요. 그러면 우리는 누구나 나무를 돌보고 풀을 아끼며 삶을 사랑하는 숨결로 다시 태어날 만하지 싶습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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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말/사자성어] 악전고투



 악전고투 끝에 간신히 → 온힘 바친 끝에 겨우 / 온힘 다한 끝에 가까스로

 악전고투를 했으나 → 온힘을 다했으나 / 용을 썼으나 / 악을 썼으나

 악전고투의 연속이었다 → 잇달아 애썼다 / 잇달아 용썼다 / 잇달아 악썼다

 죽을힘을 다하여 악전고투하였으나 → 죽을힘을 다하였으나 / 죽을힘을 다해 싸웠으나

 척박한 땅과 악전고투하면서 → 메마른 땅과 싸우면서

 한 시간을 악전고투해도 → 한 시간을 용써도 / 한 시간을 땀빼도


악전고투(惡戰苦鬪) : 매우 어려운 조건을 무릅쓰고 힘을 다하여 고생스럽게 싸움 ≒ 고전악투



  어려워도 힘을 다하여 싸우기에 “온힘 다해 싸운다”고 합니다. “있는 힘껏 싸운다”거나 “죽을힘을 다해 싸운다”고도 해요. 때로는 ‘힘쓰다·애쓰다’라고만 할 수 있고, ‘악쓰다·용쓰다’를 쓸 만합니다. ㅅㄴㄹ



파리에서는 몇 천 명이나 이런 생활을 하고 있다. 악전고투하는 예술가, 학생

→ 파리에서는 몇 천 사람이나 이렇게 산다. 힘들지만 애쓰는 예술가, 학생

→ 파리에서는 몇 천 사람이나 이렇게 살아간다. 온힘 다하는 예술가, 학생

→ 파리에서는 몇 천이나 이렇게 산다. 있는 힘껏 싸우는 예술가, 학생

→ 파리에서는 몇 천이나 이렇게 지낸다. 용을 쓰고 악을 쓰는 예술가, 학생

《하얀구름 외길》(조지 오웰/권자인 옮김, 행림각, 1990) 25쪽


여자들이 남자들의 환상을 받아들여 악전고투하는 꼴은 어째 좀 이상하다

→ 여자가 남자들 꿈을 받아들여 용쓰는 꼴은 어째 좀 아리송하다

→ 여자가 남자들 바람을 받아들여 애쓰는 꼴은 어째 좀 얄궂다

《훔치다 도망치다 타다》(유미리/김난주 옮김, 민음사, 2000) 71쪽


혼자 악전고투하는 엄마라도 안 때릴 사람은 안 때려요

→ 혼자 애쓰는 엄마라도 안 때릴 사람은 안 때려요

→ 혼자 악쓰는 엄마라도 안 때릴 사람은 안 때려요

→ 혼자 용쓰는 엄마라도 안 때릴 사람은 안 때려요

《사랑하는 나의 아들아 8》(토베 케이코/주정은 옮김, 자음과모음, 2005) 182쪽


수마睡魔와 악전고투하는 모양이다

→ 잠깨비랑 힘겹게 싸우는 듯하다

→ 잠이랑 힘들게 싸우는가 보다

→ 잠을 겨우겨우 떨치는구나 싶다

→ 쏟아지는 잠을 힘겨이 쫓는다

《원전집시》(호리에 구니오/고도 다이스케 옮김, 무명인, 2017) 38쪽


툇마루에 앉아 실실 웃으며 악전고투하는 나를 구경했다

→ 툇마루에 앉아 실실 웃으며 용쓰는 나를 구경했다

→ 툇마루에 앉아 실실 웃으며 악쓰는 나를 구경했다

→ 툇마루에 앉아 실실 웃으며 애쓰는 나를 구경했다

《날 때부터 서툴렀다 2》(아베 야로/장지연 옮김, 미우, 2018) 85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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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은 서럽다
김수업 지음 / 휴머니스트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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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책시렁 43


《우리말은 서럽다》

 김수업

 나라말

 2009.8.3.



흥정은, 파는 쪽에서 받겠다는 값을 내놓아야 손님 쪽에서 사겠다는 값을 내놓아야 시작할 수 있는데, 파는 쪽에서든 사는 쪽에서든 흥정을 해 볼 수 있도록 내놓는 값을 ‘금’이라 한다. (37쪽)


센 힘으로 잡아당겨도 끊어지지 앟도록 굵고 튼튼하게 만든 줄은 ‘바’다. 흔히 ‘밧줄’이라고 ‘줄’과 겹쳐 쓰지만, 씨름꾼의 샅에 매는 ‘샅바’는 그냥 ‘바’로 쓰는 보기의 하나다. (56쪽)


‘삶꽃’은 이른바 ‘예술’이라는 낱말을 버리고 바꾸어 쓸 만한 토박이말로 새로 만들어 본 것이다. ‘문학’을 버리고 ‘말꽃’으로 바꾸어 쓰니까 ‘예술’이 저절로 목에서 걸렸다. (95쪽)


‘우리 아버지’ 또는 ‘우리 마누라’ 하면 나와 아버지 또는 나와 마누라가 둘이면서 떨어질 수 없이 서로 깊이 사랑하여 하나를 이루어 살아가는 ‘아버지’ 또는 ‘마누라’가 되지만, ‘내 아버지’ 또는 ‘내 마누라’ 하면 그것은 곧장 아버지 또는 마누라를 내가 마음대로 이랬다저랬다 하며 내 손 안에 쥐고 살아가는 소유물로 만들어 버리고 말기 때문이다. (171쪽)


국어사전이 ‘겨레’를 ‘민족’이라 하니까 사람들이 우리말 ‘겨레’는 버리고 남의 말 ‘민족’만 쓰면서, 남녘 한국에서는 ‘한민족’이라 하고 북녘 조선에서는 ‘조선민족’이라 한다. (265∼266쪽)



  태어난 아이가 말을 익히려면 둘레에서 말을 슬기롭고 올바르게 잘 써야 합니다. 둘레에서 엉성하거나 엉망으로 말을 한다면, 아이는 엉성하거나 엉망인 말을 고스란히 받아들여서 제 마음이나 뜻을 펴기 마련입니다. 학교라는 곳에서 엉성한 교과서를 쓰거나 엉망인 교사가 있다면 어찌 될까요? 아무리 엉성한 교과서에 엉망인 교사가 있더라도 배우는 이 스스로 슬기롭게 배울 수도 있어요. 그러나 엉성한 교과서에 엉망인 교사를 바꾸지 않으면, 엉성한 줄 모르거나 엉망인지 모르면서 그저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그냥 배워서 쓰는 말이란 없습니다. 그냥 배울 수 있는 길은 없어요. 아이가 수저질을 솜씨있게 하는 데에도 꽤 긴 나날이 걸려요. 아이가 안 넘어지고 걷기까지도 퍽 오래 걸립니다. 아이가 손수 밥을 짓기까지는 얼마쯤 걸릴까요? 손수 바느질을 하고, 손수 씨앗을 심어 논밭을 가꾸기까지 또 얼마쯤 걸릴까요?


  《우리말은 서럽다》(김수업, 나라말, 2009)를 읽다 보면, 글쓴이가 이런 이름으로 책을 쓴 마음을 헤아릴 만합니다. 우리를 둘러싼 모든 삶은 참으로 오래도록 힘을 쏟아서 익힐 노릇인데, 정작 모든 삶에서 바탕이 되는 말을 제대로 익히려는 흐름이 매우 얕거든요. 더욱이 학교나 마을이나 나라에서도 말을 말답게 가꾸는 길에는 마음도 힘도 돈도 품도 안 쓰기 일쑤입니다.


  문학을 하려 해도 말을 익혀야 하고, 만화를 그리든 영화를 찍든 노래를 부르든 말을 익혀야 합니다. 수학이나 과학을 하려 해도, 정치나 행정을 하려 해도, 말이 없이는 못해요. 무엇보다도 배우고 가르치는 길은 늘 말로 폅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한국말은 어디에 있을까요? 한국말은 어디에서 어떻게 배울 만할까요? 사전다운 사전이 제대로 나온 적 있을까요? 중국 한문 말씨, 일본 말씨, 번역 말씨, 어려운 말씨, 자랑하는 말씨를 넘어, 삶을 가꾸며 짓는 바탕이 되는 슬기롭고 사랑스러우며 즐거운 말씨로 가야겠지요. 이제부터라도.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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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귀촌을 했습니다 - 하루하루 새로운 나의 리틀 포레스트
이사 토모미 지음, 류순미 옮김 / 열매하나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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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책시렁 61


《여자, 귀촌을 했습니다》

 이사 토모미

 류순미 옮김

 열매하나

 2018.6.21.



가쓰이코 씨는 “오늘은 서쪽에서 바람이 부네요.”라든가, 산길을 걷다가도 “이 이끼를 손으로 만져 봐요. 참 부드럽죠.” 같은 말을 하는 사람이었죠.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너무나 신기하고 재밌었어요. (19쪽)


도노의 자연을 사랑한 남편은 이 땅을 후손들에게 물려주기 위해 지금처럼 농약을 사용하는 농법이 아닌 땅과 강, 공기를 아름답게 지킬 수 있는 방식을 고민했어요. (22쪽)


사람이 적다는 건 다시 말해 개인 공간이 많다는 것이기도 하죠. 그래서인지 오히려 저는 이곳에서 무척 편안한 느낌을 받았어요. 제일 가까운 역도 차로 20여 분 걸릴 만큼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주위에서 들리는 것은 새들의 지저귐과 강물이 흐르는 소리, 마을 사람들이 몰고 다니는 작은 트럭에서 탁 하고 문을 닫는 소리였죠. (61쪽)


마을 어른들은 아이들이 보고 싶어서 일부러 수확한 걸 가져오거나 음식을 만들어 오실 정도지요. 저희의 존재 자체가 마을 어르신들께 활력을 불어넣고 기쁨이 된다는 사실을 실감하고서는 감사히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163쪽)



  서울에서 살며 “오늘은 바람이 맛있다”라든지 “어제는 별빛이 포근하더라” 하고 말하는 사람을 만나기는 어렵습니다. 어느 마을 어느 골목에 어떤 겨울꽃이 피었다든지, 어느 집 어느 나무에 무슨 새가 찾아와서 어떤 노래를 부르더라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을 만나기도 어려워요.


  나라 곳곳이 서울처럼 바뀌는 흐름입니다. 커다란 고장은 더 큰 고장이 되려 하고, 시골 읍내는 마치 서울처럼 자동차가 북적이거나 가게가 잇달아 서려 합니다.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가서 배우는 교과서에는 서울을 바탕으로 흐르는 정치나 사회나 문화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그런데 이런 흐름이어도 서울바라기가 아닌 시골살림을 꿈꾸는 사람이 하나둘 늘어요. 《여자, 귀촌을 했습니다》(이사 토모미/류순미 옮김, 열매하나, 2018) 같은 책이 태어납니다.


  한국이나 일본 모두 ‘귀촌’이란 한자말을 씁니다만, 이 말은 그리 어울리지는 않습니다. 시골에서 나고 자란 사람한테나 ‘시골로 돌아가다(귀촌)’라는 말을 쓸 뿐입니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 시골로 갈 적에는 ‘귀촌’이 아니지요. 그저 “시골로 갈” 뿐입니다.


  시골이 더 좋다고 여겨 시골로 갈 수 있습니다. 서울이 더 좋다고 여겨 서울로 갈 수도 있고요. 오늘날 시골살이나 시골살림을 바라는 이웃님이라면, 스스로 짓고 손수 가꾸며 제힘으로 기쁘게 웃는 하루를 누리고 싶은 마음이지 싶습니다.


  스스로 짓기에 바람맛을 느끼고 바람결을 살핍니다. 손수 가꾸기에 별빛을 읽고 별자리를 엮습니다. 제힘으로 기쁘게 웃기에 나무랑 꽃이랑 풀을 사랑합니다.


  시골에서나 서울에서나 이 대목을 헤아려야지 싶습니다. 어느 곳이든 젊은이가 어깨를 펴고 꿈을 지어야 살아납니다. 어느 고장이든 어린이가 환하게 웃고 뛰놀 수 있어야 아름답습니다. 시골이라서 다 좋거나 훌륭할 수 없습니다. 농약바람이 춤추거나 비닐집이 가득하다면 시골이 시골답기 어려워요. 시골에서 삶을 짓기로 즐거이 꿈을 품은 뭇가시내 목소리는 《여자, 귀촌을 했습니다》에 한결같습니다. 즐겁고 싶어서, 노래하고 싶어서, 아이한테 물려줄 보금자리를 오늘 넉넉히 누리고 싶습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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