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밑의 혁명 - 쟁기질과 비료에 내몰린 땅속 미생물들의 반란
데이비드 몽고메리 지음, 이수영 옮김 / 삼천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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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숲책

숲책 읽기 166 흙을 가꾸는 이웃님하고


《발밑의 혁명》

 데이비드 몽고메리

 이수영 옮김

 삼천리

 2018.7.13.



  발밑의 혁명》(데이비드 몽고메리/이수영 옮김, 삼천리, 2018)은 앞서 나온 《흙》이라는 책하고 짝꿍입니다. 앞서 선보인 《흙》은 여러모로 살핀 ‘흙’을 다루었다면, 《발밑의 혁명》은 이 흙을 어떻게 ‘돌보며 사랑할’ 적에 우리 삶이 새롭게 피어나는가를 들려준다고 할 만합니다.


  모두 375쪽에 이르는 도톰한 책인데, 한 줄로 갈무리한다면 ‘흙을 갉지 말고 쓰다듬으면 즐겁다’라고 할 만합니다. 씨앗이 깃들어 무럭무럭 자라날 만한 흙은 쟁기로도 어떤 쇠삽날(트랙터)로도 ‘갉’지 말라지요. ‘흙을 갉으’면 그야말로 흙이 아파하면서 고름이 맺혀 딱딱하게 바뀐다지요.


  오늘날 우리는 땅갈이를 합니다. ‘갈다’라고 하지요. 그렇지만 숱한 쟁기질은 ‘갈이’라기보다 ‘갉기’이기 일쑤입니다. ‘갈다·갉다’가 어떻게 비슷하면서 다른가를 읽어야 해요. ‘흙결을 바꾸려고 갈아엎는다’면 무엇이 바뀔까요? 여태 지렁이랑 풀벌레랑 잎벌레랑 벌나비랑 새가 어우러지던 흙이 오직 사람 손길을 타는 쪽으로 바뀝니다. 집이며 터전을 빼앗긴 지렁이하고 풀벌레하고 잎벌레는 이 땅을 어떻게 바라보면서 달려들까요?


  풀죽임물을 뿌리고 비닐을 덮어버리는 땅이 되면, 이리하여 ‘갉는’ 몸짓을 되풀이하면 이 흙에서 살아가던 뭇숨결은 사람을 어떻게 바라보면서 달려들까요?


  이 별을 푸르게 돌보며 감싸는 숲은 사람 손길이 안 닿기 마련입니다. 사람 손길이 안 닿은 숲에 있는 흙은 까무잡잡합니다. 이러면서 고소하고 달근한 냄새가 퍼져요. 이와 달리 쇠삽날이 끝없이 지나가고 풀죽임물을 듬뿍 치는 땅에서는 퀴퀴한 냄새가 날 뿐 아니라 풀 한 포기조차 날 틈이 없고, 가랑비에도 흙이 쓸립니다. 가벼운 바람에도 흙먼지가 날리고요.


  일본 한자말로 ‘무경운’이나 ‘자연농’이라 합니다만, 흙한테서 얻으니 흙을 고이 쓰다듬고 사랑하면서 흙한테 고스란히 돌려주면 흙은 언제나 향긋하면서 싱그럽기 마련입니다. 해바람비를 머금은 흙은 늘 튼튼하면서 보송보송합니다.


  자꾸자꾸 생각하고 헤아릴 노릇인데, 모든 나라 어느 곳에서도 이어오는 옛이야기 가운데 하나인 “콩 석 알”을 되새기고 아이들한테 들려주며 어른 스스로도 곱씹어야지 싶어요. 콩 석 알을 심을 적에 사람이 석 알을 다 차지하지 않습니다. 사람 한 알, 벌레 한 알, 새 한 알입니다. 석 알 가운데 한 알만 사람 몫으로 삼으라 했어요. 벌레랑 새하고 똑같이 나누라 했습니다. 왜냐하면, 벌레하고 새가 이 흙을 언제나 살뜰하고 찰지게 가꾸는 빛손이거든요.


  무당벌레가 날지 않고, 딱정벌레가 사랑을 속삭이지 않고, 벌나비가 찾아들지 않고, 새가 내려앉지 않고, 지렁이가 춤추지 않고, 잎벌레가 갉작거리지 않고, 사슴벌레가 문득 고개를 내밀지 않고, 사마귀가 알을 낳지 않고, 개미가 돌아다니지 않고, 개구리가 노래하지 않는 곳이라면, 사람도 숨쉬며 살아가기 어려운 땅뙈기라는 뜻인 줄 모든 배움터에서 가르치고 모든 어버이가 마음으로 새길 적에 온누리가 아름답고 즐거이 거듭나리라 생각합니다.


ㅅㄴㄹ


건강한 흙은 건물 구조를 떠받치지 못한다. 땅이 단단하게 안정되어야 그 위에 건물을 올릴 수 있다 … 자연은 수백 년이 걸려야 기름진 겉흙 2.5센티미터를 만들어 내는데, 우리는 아무 생각 없이 몇 세대 안에 겉흙을 모두 파괴하는 길을 밟아 온 것이다. (26쪽)


농약을 어마어마하게 쓰는데도 모든 작물의 30∼40퍼센트는 해충과 질병 탓에 수확 전에 사라진다. 전 세계에서 생산된 모든 식품 가운데 4분의 1정도는 수확 후에 못쓰게 되거나 생산 단계와 소비 단계 사이에서 폐기된다. (42쪽)


오랜 기간 땅을 갈지 않은 그곳의 흙은 거무스름한 빛깔에 고슬고슬하고 지면 바로 밑은 촉촉하가. 우리가 기억하는 한 가장 건조한 해였는데도, 그가 처음 일구었던 칙칙하고 누런빛이 도는 흙을 떠올려 보면 뽐낼 만한 발전이다. (131쪽)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이들은 농부의 돈을 원합니다. 피복작물로 잡초를 관리한다는 건 농부가 화학제품을 그렇게 많이 사용할 필요가 없다는 뜻입니다. 농부에게 돈이 더 남겠죠.” (162쪽)


사람들이 흙의 상태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면 세상은 바뀔 것이다. 니컬스는 “오늘날 농업에서 가장 중요한 도구는 삽입니다. 흙을 파서 흙을 들여다봐야죠.” (209쪽)


10년 전에 그는 흙 속에 가축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적절한 양분을 공급하면 수확량이 늘어난다고만 배웠다. “지렁이가 잡초 씨앗을 먹고 겨울 동안 소화시켜서 우리 대신 잡초를 관리한다는 걸 몰랐습니다.” (30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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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골목 고양이 - 진정한 동물 영웅들 시튼의 동물 이야기 5
어니스트 톰슨 시튼 지음, 장석봉 옮김 / 궁리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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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nestEvanThompsonSeton #ErnestSeton #Seton #AnimalHeroes


숲노래 숲책

숲책 읽기 157


《뒷골목 고양이》

 어니스트 톰슨 시튼

 장석봉 옮김

 지호

 2003.7.30.



  《뒷골목 고양이》(어니스트 톰슨 시튼/장석봉 옮김, 지호, 2003)는 아프면서 따스한 책입니다. 아프지만 따스하고, 아프기에 따스한 책이랄 수 있습니다. ‘시튼 이야기’는 하나같이 이런 얼개예요. 오래오래 사람하고 함께 지낸 숱한 이웃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어느새 ‘이웃 아닌 고깃덩이’밖에는 아닌 듯 바라보는 눈길 탓에 괴롭고 아프며 고단한 삶이 춤춥니다.


  어느 한켠만 아프지 않습니다. 골목고양이도 아프고, 골목고양이를 괴롭히는 사람도 아픕니다. 한켠은 몸이 아프고, 다른켠은 마음이 아픕니다. 숲을 돌보는 곰도 힘겨우며, 곰을 사냥하려는 사람도 힘겹습니다. 한쪽은 몸이 힘겹고, 다른쪽은 마음이 힘겹습니다.


  늑대를 쫓아내고서 빠른길을 닦고 나무를 베고 잿빛집을 올린 사람은 즐겁게 살아가나요? 그처럼 넓디넓은 숲이며 들을 밀어내고 번쩍거리는 큰고장을 세운 사람들은 ‘서로 땅을 알맞게 나누면서 사이좋고 아름답게’ 살아가는가요?


  숲이나 들이나 멧골에서 여우가 사라진다면 ‘여우만 사라지지 않’습니다. 여우를 둘러싼 모든 숲짐승하고 새가 얽혀서 같이 죽거나 괴롭습니다. 이뿐인가요? 풀꽃나무도 ‘사라진 여우’하고 맞물려 나란히 고달픕니다. 그리고 사람한테까지 이 슬픈 수렁이 찾아들지요. 처음에는 멋모르고 숲이며 들이며 멧골을 밀거나 깎은 사람일 텐데, 한때 주머니에 돈 몇 푼 들어와서 히히덕거릴는지 모르나, 어느새 빈털털이가 됩니다.


  사람은 숲을 밀어내면서 왜 빈털털이가 될까요? 이 수수께끼를 풀 수 있나요?

  옛이야기가 쉽게 알려줍니다. ‘노랗게 반짝이는 돌을 낳는 거위’ 이야기를 들은 적 있는지요? 거위는 날마다 ‘노랗게 반짝이는 돌’을 조금씩 낳아요. 거위가 날마다 낳는 ‘노랗게 반짝이는 돌’은 가난하던 살림집을 조금씩 일으킵니다. 다만 크게 일으키지는 않아요. 먹고사는 근심을 씻어낼 만큼 일으키지요.


  사람으로서 거위를 아끼고 보살피고 다독이는 나날이라면 그 살림집은 내도록 넉넉합니다. 알맞게 받아서 누리고, 알맞게 모아서 건사하는 길이라면, 그 사람이 죽어서 흙으로 돌아간 뒤에도 그 살림집은 넉넉할 테지요. 그리고 ‘노랗게 반짝이는 돌을 낳는 어미 거위’는 ‘노랗게 반짝이는 돌을 낳는 새끼 거위’도 낳지 않겠어요? 다만 꼭 한 마리만 낳겠지요.


  젊은 날에는 손꼽히는 사냥꾼이었다는 시튼이지만, 늑대 우두머리를 괘씸한 덫을 놓아서 잡아죽인 뒤로는 ‘사람이야말로, 아니 서울살이에 길든 사람이야말로, 이 푸른별에서 가장 더럽고 못나고 끔찍하고 사납고 나쁜 목숨붙이로구나!’ 하고 깨달았다지요. 그때 뒤로 사냥총을 버린 시튼은 붓을 쥐었다지요. 이러면서 ‘이 푸른별을 물려받아서 살아갈 어린이가 읽을 이야기’를 차곡차곡 써내려 갑니다. 그동안 스스로 벌인 짓을 눈물로 뉘우치는 마음을 담아서 온갖 사랑길을 밝히고, 《뒷골목 고양이》는 숱한 사랑노래 가운데 하나입니다.


  우리는 꽃처럼 말하고 읽는 어른이어야지 싶습니다. 우리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이 꽃답지 않다면 ‘말답지 않다’는 뜻입니다. 누구를 놀리거나 깎아내리거나 비웃거나 비아냥거린다면, 우리는 어른이 아니지요. 그저 우리 입에서 나온 그 말이 고스란히 우리 모습인 셈입니다.


  어른이라면, 거짓을 거짓이라 말하고 참을 참이라 말할 줄 아는, 철든 숨결이어야지 싶습니다. 봄에 봄노래를, 여름에 여름놀이를, 가을에 가을웃음을, 겨울에 겨울살림을 짓는 상냥한 몸짓일 적에 비로소 어른일 테고요. 돈을 벌어서 집안을 먹여살리는 일은 나쁘지 않습니다만,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어른스러운 철든 길로 함께 손을 잡고서 나아가 보지 않으시겠어요? 꼭 한 걸음을 내딛으면 어른이라는 자리를 차츰 열 수 있습니다.


ㅅㄴㄹ


헤엄치는 법을 한 번도 배워 본 적이 없는데도 헤엄을 친 것이다. 하지만 그 이유는 간단하다. 고양이가 걸을 때 하는 동작이나 자세가 수영할 때와 똑같기 때문이다. (65쪽)


비둘기 주인은 분노의 눈물을 흘렸다. “내 비둘기, 내 아름다운 아놀프. 아놀프는 중요한 편지를 스무 번이나 전했소. 세 번은 기록을 세우기도 하고. 사람 목숨을 구한 것도 두 번이나 된다오. 그런데 고작 스튜를 만들려고 내 비둘기를 쏘다니. 당신을 법으로 처벌할 수도 있겠지만 난 그런 치사한 보복을 할 마음이 없소. 그래도 이것만은 지켜 주었으면 하오. 만약 비둘기 스튜를 먹고 싶어하는 가난한 이웃을 보거든 내게 오시오.” (93쪽)


(토끼몰이) 대회는 일 주일에 두 번씩 열렸다. 매번 40에서 50마리의 멧토끼가 죽었다. 그리고 우리에 있던 500마리 거의 대부분이 원형 경기장에서 잡아먹힌 것이다. (248쪽)


그해 초겨울, (아홉 살) 지미가 열병에 걸려 쓰러졌다. 늑대는 어린 친구가 그리워 마당에서 처절하게 울부짖었다. 아이는 늑대와 같이 있고 싶다고 했고, 결국 그 소원이 이루어졌다. 아이가 아파 누워 있는 방에 들어갔다. 거대한 야생 개, 아니 늑대는 자기 친구의 침대 옆을 한 시도 떨어지지 않고 지켰다. (310쪽)


말을 길들이는 사람에는 두 부류가 있는 것처럼 순록을 길들이는 사람에도 두 부류가 있다. 한 부류는 순록을 사람을 따르도록 만들고 가르쳐서 생기 있고 친절한 조력자로 만드는 사람이고, 다른 한 부류는 순록을 불만이 가득찬, 그래서 언제든 반항을 하거나 증오를 터뜨릴 준비가 되어 있는 노예로 만드는 사람이다. (349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책숲마실 파는곳]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6683120
[숲노래 사전] https://book.naver.com/search/search.nhn?query=%EC%88%B2%EB%85%B8%EB%9E%98&frameFilterType=1&frameFilterValue=3595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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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의 동물들에게 월세를 주세요
마승애 지음, 안혜영 그림 / 노란상상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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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숲책

숲책 읽기 163


《내 이웃의 동물들에게 월세를 주세요》

 마승애 글

 안혜영 그림

 노란상상

 2020.6.20.



“사람들이 산을 깎아 집을 지었잖아. 원래 야생동물들이 살던 땅과 집을 빼앗은 셈이지. 게다가 깊은 산도 많이 훼손돼서 고라니들의 먹이가 부족하거든. 그래서 배가 고파 자꾸만 마을로 내려오는 거야. 월세 준다고 생각하고 그냥 텃밭의 채소들을 좀 나눠 주면 안 될까?” (11쪽)


“엄마! 그거 알아? 도롱뇽알은 기다란 젤리 속에 있는데, 개구리알은 몽글몽글한 젤리 속에 있어. 둘이 달라!” (16쪽)


“야생동물은 사람을 매우 무서워한단다. 네가 도와주려고 한다는 것도 이해하지 못해. 그래서 너무 다가가면 오히려 공격할 수도 있어. 궁금해도 가는 동안 자꾸 상자를 열거나 만지면 절대 안 돼. 알았지? 그게 우리가 이 새를 돌봐 주는 방법이야.” (24쪽)



  사람들은 오늘날 거의 큰고장에서 살아갑니다. 우리나라로 치자면 거의 서울사람입니다. 서울이란 고장에서 살거나 서울 곁에 살거나 서울처럼 커다란 곳을 집으로 삼아요. 오늘사람은 하나같이 서울사람이라고 할 만합니다.


  숱한 사람이 서울에서 살기에 나쁘지 않습니다. 숱한 사람이 서울에서 살면서 오랜 옛날부터 서울에서 사람하고 함께 살아가던 숱한 들짐승하고 숲짐승하고 새하고 풀벌레는 보금자리를 빼앗깁니다. 마을을 뒤엎어 잿빛집을 올릴 적에 마을사람만 쫓겨나지 않아요. 들짐승하고 숲짐승에다가 새하고 풀벌레도 모조리 쫓겨납니다. 여기에 풀꽃나무마저 쫓겨나지요.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아름다울까요? ‘아름답게 살기’를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내 이웃의 동물들에게 월세를 주세요》(마승애 글·안혜영 그림, 노란상상, 2020)는 이제 거의 다 서울사람인 우리 모습을 되새기면서 들짐승하고 숲짐승을 찬찬히 돌아보자는 줄거리를 들려줍니다. 책이름처럼 들짐승이나 숲짐승이 우리 텃밭에서 갉아먹거나 뜯어먹는 푸성귀 몇 자락은 ‘우리가 들짐승하고 숲짐승한테 기꺼이 내줄 만한 살림빚’이라고 이야기하지요.


  네, 우리들 사람은, 서울사람은 빚을 졌습니다. 숲한테 빚을 졌고 들짐승이랑 숲짐승이랑 새랑 풀벌레랑 풀꽃나무 모두한테 빚을 졌어요. 사람끼리 돈을 주고받을 적에만 불거지는 빚이 아닙니다. 사람만 살겠다면서 서울을 넓히고 삽질을 이을 적에도 ‘사람을 뺀 모든 숨결한테 빚을 지는 길’이 됩니다.


  앞으로 아이들은 이 터를 어떻게 누려야 아름다울까요? 이제라도 부디 ‘돈만 많이 벌기(경제성장)’는 멈추고 ‘아름답게 살기’를 살피고 마음으로도 마을에도 오늘 하루에도 담아내면 좋겠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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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것들, 요가 내가 좋아하는 것들 1
이은채 지음 / 스토리닷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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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책시렁 143


《내가 좋아하는 것들, 요가》

 이은채

 스토리닷

 2020.8.8.



우리의 몸은 모두 다르게 생겼으며 생활습관 또한 다르므로 한 가지 증상만 해소한다 해서 건강을 되찾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19쪽)


문득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 노력하는 감정 에너지와 그것들을 축적하기 위해 유지하는 비용과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35쪽)


“그동안 내 마음을 돌아볼 시간이 없었어요. 자주 내 몸을 원망했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남편에게 미운 마음이 생기기도 했고요. 누군가를 원망하며 남 탓하고 살아왔는데 내가 먼저 나를 아끼고 사랑해 줘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어요.” (58쪽)


아침을 굶든, 저녁을 굶든, 진짜 배가 고플 때를 기다렸다가 먹었다. 굶으면 큰일 날 줄 알았는데 큰일이 안 났다. (116쪽)


다시 생각해 보면 몸은 내가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마음 안으로도 잘 들어갈 수 있도록 안내자의 역할을 해주는 훌륭한 도구이다. (121쪽)


우선 마음을 비우고 ‘스승은 내 마음속에 있다’라고 생각하며 살아가기로 했다. (141쪽)



  골을 부리면서 밥을 먹으면 밥기운은 어느새 골부림입니다. 우리 몸에 들어온 밥덩이에는 ‘골부리는 기운’이 찌릿찌릿 넘쳐서 배가 슬슬 아프고 몸도 찌뿌둥합니다. 신바람을 내면서 밥을 먹으면 밥기운은 어느덧 신바람입니다. 우리 몸에 넣은 밥덩이에는 ‘신바람난 기운’이 차랑차랑 너울대며 배가 든든하고 몸도 가벼우면서 피어납니다.


  대단하다 싶은 밥을 먹어야 하지 않습니다. 훌륭하다 싶은 밥을 차려야 하지 않습니다. 솜씨가 빼어난 밥지기가 지은 밥을 먹기에 즐겁지 않습니다. 스스로 즐거이 마음을 다스리면서 몸을 가꾸는 길에 먹는 밥이라면 라면 한 그릇이나 과자 한 조각으로도 숨을 살립니다. 스스로 안 즐거운 채 짜증이며 골이며 부아에 시샘이 흘러넘치면, 무엇을 먹어도 몸을 괴롭히거나 죽이는 짓이 되고 말아요.


  《내가 좋아하는 것들, 요가》(이은채, 스토리닷, 2020)를 지은 분은 처음부터 이런 길을 걷거나 책까지 써낼 줄 몰랐다지요. 글쓴님도 처음에는 숱한 여느 서울사람처럼 쳇바퀴를 돌며 이 눈치 저 억지웃음에 다달이 돈을 버는 길에 나섰을 테고요.


  자, 우리는 무엇을 해야 즐거울까요? 자, 우리는 무엇을 하면 안 즐거울까요? 자, 우리는 이 삶을 어떤 꿈을 그리고 짓는 사랑일 적에 아름다울까요? 자, 우리는 이 삶에서 무엇을 하거나 안 하면 안 아름다울까요?


  틀에 박힌 삶으로 나아가니까 틀에 갇힙니다. 홀가분하게 춤추고 노래하고 웃고 떠들고 이야기하니까 홀가분해요. 몸을 살리는 몸짓은 대단하게 비비 꼬는 멋부림이 아닙니다. 몸을 살리는 몸짓은 참말로 아주 수수한 살림길입니다. 바람결대로 춤을 추면 되어요. 나무처럼 몸을 움직이면 돼요. 바람에 구르는 나뭇잎마냥 몸을 놀리고, 바람을 타는 새처럼 팔을 휘휘 저으면 됩니다.


  구름이 되어 보기로 해요. 빗방울이며 이슬이 되어 보기로 해요. 햇살이 되어 보고, 별빛이 되어 봐요. 우리 스스로 사랑하는 몸빛으로 늘 새삼스레 피어나는 오늘 하루를 지어 봐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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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의 전설 - 인간과 사자의 공존을 꿈꾸는 사람들
브렌트 스타펠캄프 지음, 남종영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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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숲책

숲책 읽기 162


《세실의 전설》

 브렌트 스타펠캄프

 남종영 옮김

 사이언스북스

 2018.7.2.



나는 사자를 동물원에 가둬 사육하는 행위에 찬성하지 않는다. 사자 보전과는 거의 관련이 없고 오락이나 여흥에 가깝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15쪽)


경이로운 생명이 하나씩 늪의 그늘에서 빠져나오는 걸 우리는 목격했다. 죽은 코끼리를 향하는 사자들의 긴 줄! 처음에는 다 큰 암사자가, 그다음에는 또 한 마리가 뒤를 이었다. 사자와 대열은 22마리까지 이어졌다. (52쪽)


마사이 족은 야생동물을 먹지 않는다. 마사이 족은 신이 그들에게 소를 주었고 소를 관리하는 게 그들의 임무라고 생각한다. (64쪽)


세계인들의 우려와 달리 세실이 죽고 나서 제리코는 세실의 새끼들을 공격하지 않았다. 제리코는 대신 세실의 가족들이 자신이 주로 머무는 땅에도 돌아다니게 하면서 그들을 안전하게 보호했다. (94쪽)


세계적인 단체 ‘세계 야생 보전 기금(WWF)’도 토로피 사냥을 명시적으로 반대하지 않는다. 이들은 트로피 사냥이 아프리카 지역 경제와 야생 보전에 도움을 준다고 생각한다. (148쪽)



  큰아이하고 함께쓰는 하루적이에 큰아이가 ‘두더쥐’라 적었기에 ‘두더지’라고 바로잡아 줍니다. 얼핏 ‘-쥐’로 생각할 수 있지만, ‘두더지’하고 ‘쥐’는 틀림없이 달라요. 그런데 이름으로만 서로 다르다고 알려준다고 해서 제대로 알기란 어렵습니다. 두 눈으로 보고, 곁에서 지켜보고, 두더지 살림길하고 쥐 살림살이를 헤아릴 적에 비로소 이름하고 얽힌 실타래를 풀지 싶습니다.


  ‘사자’는 이 나라에 안 삽니다. 이 나라에 안 사는 짐승이기에 우리말 이름이 없습니다. ‘범’이나 ‘곰’이나 ‘고양이’나 ‘이리’나 ‘개’나 ‘삵’처럼 ‘lion’이 이 땅에 살았으면 틀림없이 우리말 이름이 있었을 테지요. 그러나 ‘물뚱뚱이(← 하마)’처럼 ‘사자(獅子)’한테도 새이름을 붙여 볼 만해요. 들에서 살아가며 이빨이나 발톱으로 매섭게 사냥하면서 온짐승 앞에서 씩씩한 몸짓을 헤아리면서 ‘들니’나 ‘들발톱’ 같은 이름을 붙일 수 있겠지요.


  “A Life for Lions”를 옮긴 《세실의 전설》(브렌트 스타펠캄프/남종영 옮김, 사이언스북스, 2018)을 읽었습니다. “세실의 전설”이라 붙였습니다만 “사자 이야기”입니다. 사자가 사자로서 살아가도록 사자를 곁에서 지켜보고 아끼려고 한 사람들하고 얼크러진 이야기입니다. 옮긴 책에 붙은 이름은 ‘세실’이란 사자 하나를 눈여겨보도록 이끌지만, 세실 하나뿐 아니라 뭇사자가 들판에서 의젓하면서 고즈넉하다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아주 마땅합니다만, 모든 짐승은 아무 때나 사냥하지 않습니다. 꼭 먹어야겠다고 여길 적에만 비로소 사냥해요. 사냥하지 않을 적에는 매우 얌전하지요. 조용합니다. 사냥을 안 할 적에는 곁에 작은 짐승이 오가더라도, 새가 내려앉아 노래하더라도, 사자를 비롯한 큰짐승은 딱히 대수로이 여기지 않습니다.


  새를 사냥하기 좋아하는 고양이도 그런걸요. 배부를 적에는 코앞에 뭇새가 내려앉아 째르르 찌르르 쪼르르 노래해도 안 쳐다보고 낮잠만 잡니다. 먹이사슬이 있지만, 이 먹이사슬은 늘 움직이지 않습니다. 풀꽃나무하고 새하고 벌레하고 바다벗하고 들짐승은 저마다 알맞게 삶자리를 지키면서 살아가요. 그런데 유난히 사람만 이 틀을 와장창 깨기 일쑤입니다.


  사람들은 으레 재미나 장난이나 놀이를 삼아서 풀꽃나무를 건드린다든지 들짐승을 사냥하려 하지요. 아프리카 들판에서 사자가 괴롭다는데, 모두 사람 탓입니다. 더구나 사람들은 저희만 살려고 들짐승 터전을 함부로 빼앗거나 짓밟습니다. 왜 사람만 유난히 삶자락이라는 얼개를 깡그리 짓이길까요? 왜 사람만 남달리 이 지구별을 망가뜨릴까요? 말을 하고 글을 쓰고 책을 짓고 나라를 이루고 정치이니 경제이니 문화이니 예술이니 종교이니 교육이니 떠들지만, 막상 이 푸른별에서 가장 터무니없는 목숨붙이란 오늘날 사람이지 않을까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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