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레터

뽀게터블님. 

추억에 관련된 시를 드릴까, 이별에 관련된 시는 너무 아프겠지, 하다가 골라낸 것이 '흔적' 이에요. 제 댓글은 이걸로. 

 

   
  흔적

                                       -박연준


남자의 가슴이 왜 좋은지 알아요?
종이처럼 평평하니까
여자의 가슴이 왜 좋은지 알아?
무덤이 두 개나 있으니까

그날, 엎질러진 밤은 환하게 어두웠다
밤이 환할 수 있다니
내 무덤가에서 밤새 뒤척이던 손가락들은
아침이 되자 무덤 속으로
아예, 아예 들어가버렸다

혼자 목욕을 하는 저녁이 찾아왔을 때
외로운 팔과 다리, 등, 배, 가슴, 흐린 얼굴
도저히 내것이라고 하기 어려운 각각의 개체들이
거울 속에서 서로 어색하게 꿈틀대고 있을 때
하얗고 둥그런 왼쪽 가슴에 난 이빨자국
보랏빛으로 선명하게 찍힌 당신의 자국

이렇게 금세 흔적을 남기다니
내 몸은 소문이 빨라
맨 아래 발가락들까지
열 가지 목소리로 수군대고 있는데
보랏빛은 지워지지도 않는데
어둠이 환할 수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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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9-12-21 1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둠이 환할 수 있다니!

L.SHIN 2009-12-21 1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렇게 내가.. 시를 잘 이해했던 적이 있었던가..
이해하고 나니까 왠지 부끄 모드..퍽퍽. ( >_>)
하지만 시가 참 예쁘네요.
아름다운 사랑이 지나가고 난 흔적을 보는 여인의 밤은
그렇게 환할 수 있었다니!

다락방 2009-12-21 23:37   좋아요 0 | URL
시 정말 좋지요? 저도 박연준 시인의 시는 정말 다 쏙쏙 이해가 되요. 부끄럽긴 뭐가 부끄러워요, L-SHIN님. 말씀하신 그 부분이 저도 가장 좋아요. 어둠이 환할 수 있다니!

순오기 2009-12-21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속눈썹이 찌르는 비명'에 있는 시군요.
시인이 80년생이던데 시를 보면 예사롭지 않아요~ 흠!

다락방 2009-12-21 23:38   좋아요 0 | URL
네, 그 시집에 있는 시 맞아요, 순오기님. 제가 시집은 잘 모르겠고 잘 읽히지 않는데 이 시인의 시집은 아주 자주 인용할 정도로 좋아요. 이 시집의 많은 시들이 아주 가슴에 쏙쏙 박힌답니다. 정말 예사롭지 않은 시들, 예사롭지 않은 시인이에요!

비로그인 2009-12-22 0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나와 같은 시간을 산 사람인데, 이 사람이 이런 거 쓸 때 난 뭐 했단 말인가요 흐흑

다락방 2009-12-22 08:11   좋아요 0 | URL
전 뭐하고 있었을까요? 쌍커풀 수술이나 해놓을걸 ㅜㅡ

Forgettable. 2009-12-22 09:12   좋아요 0 | URL
쌍커풀 수술 하지 않는게 더 예쁜거 같아요, 안하길 잘했어요!

비로그인 2009-12-22 10:11   좋아요 0 | URL
전 코 수술이나 좀 해놓을걸-_-;;;(지난번 그냥 이비인후과 수술로 한 것 이제 코 안아파지니까 살작 후회중)

다락방 2009-12-22 13:02   좋아요 0 | URL
뽀게터블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마구 감동하여 눈물 흘리고 있음)

Jude님/ 젊었을 때 했어야 하는걸까요..orz

Forgettable. 2009-12-22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고맙습니다. ^^
슬픈 마음은 접어두고(아직도 동생이랑 얘기만 하면 눈물이 날 것 같지만)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려구요.
따뜻한 시 정말 고마워요!

다락방 2009-12-22 13:02   좋아요 0 | URL
응, 올려놓고 좀 더 생각해봤어요. 이 기분에 이 시는 좀 안어울리나? 하고 말이죠. 그런데 다른 시로 바꾸려고 했을때는 또 이 시 만한게 없더라구요. 시험문제 풀 때도 고치면 틀리니까, 이 시도 고치지 말아야지, 했어요.
이 시에서는요, 예쁜 부분에만 집중해서 기분이 좀 나아졌으면 좋겠어요. 어둠이 환할 수 있다니! 하고 말예요.

비로그인 2009-12-22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 님 우리 같이 성형이나 하러 갈까요?(심각하게) 다락방님은 그냥 마사지나 받고 전 좀 고치고. ㅋ

다락방 2009-12-22 13:04   좋아요 0 | URL
음, Jude님. 그럼 우리 계모임 할까요? 성형계모임. 일단 Jude님이 먼저 코수술 하시고, 다시 차곡차곡 모아서 제가 쌍커풀 수술 할게요. 아니아니아니다. 제가 더 나이가 많잖아요. 그러니 제가 더 급해요. 일단 제가 먼저 쌍커풀 수술을 하고 그 다음에 Jude님이 코수술 하세요. 아니아니아니다. Jude님이 더 어리니까 한살이라도 어릴때 먼저 하는게 낫겠죠. 저는 이미 늦었으니. Jude님이 먼저 코 수술하세요. 아, 저는 쌍커풀도 하고 싶고 입술도 좀 두텁게 하고 싶어요. 안젤리나 졸리 처럼요. 흐흐

무해한모리군 2009-12-22 18:38   좋아요 0 | URL
주드님 전 얼마전에 애인이란 인간한테 '코만 살짝 고쳤어도 진짜 예뻤겠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이거 수술 하란 소릴까요? --;;

비로그인 2009-12-23 09:59   좋아요 0 | URL
우리 아예 점을 보러가요, 점을. 그러고 결정합시다.
 

외삼촌의 아기가 걷기 시작한지 얼마 안되었을 때, 그렇게 뒤뚱뒤뚱 걸으며 뛰는것에 흠뻑 빠져있을 때였다. 나는 그 아기의 뒤에 혹은 옆에 항상 붙어 있었는데도 그 아기는 창문에 손을 넣고 닫았으며, 식탁 모서리에 이마를 찧었고, 장식장에 머리를 넣고 장식장 문을 닫았으며, 심지어는 뛰면서 벽에 온 몸을 부딪치기도 했다. 그때마다 아기는 자지러지게 울었고, 나는 왜 내가 곁에 있는데도 이런 일이 일어나는걸까 안타까워했다.  

그 전부터였을것이다. 나는 그보다 훨씬 전부터 언제나 '내가 보지 않는 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때때로 걱정을 하는 사람이었다. 특히 아이들에 관해서는 더했다. 나는 아이를 낳아본 적도 없고 길러본 적도 없으면서, 게다가 아기들을 딱히 좋아하지도 않는 무심한 여자사람이면서 그래도 언제나 어른들이 보지 못하는 어떤 곳에서 아이들이 다칠까봐 혼자서 걱정을 하고 혼사서 떨고는 했다. 한번은 샤워를 하다가 아기들이, 아주 작은 아기들이 손가락을 문에 넣고 닫으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이 들어서 실제로 문에다 손가락을 넣고 살짝 닫기까지 해보았다. 다 닫기도 전에, 그러니까 아주 조금만 문을 움직였는데도 괴상한 비명을 질러댈 만큼 손이 아팠다. 이걸 아기들은 어떻게 견디지? 어른이 곁에 있어도 아주 찰나의 순간에 아기들에게는 이런일이 흔하게 일어날텐데, 그땐 정말 어떡해야하지?  

대체 왜 이런 걱정들을 내가 하고 있는건지도 모르면서도 한번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아무리 잊으려고 고개를 마구 저어 보아도(실제로 나는 잊고 싶은것들이 떠올랐을 때는 심하게 고개를 젓곤 한다)쉽게 그 끔찍한 장면들이 지워지질 않았다. 

그래서, 그래서, 내겐 이 책이 더할나위 없이 소중하게 다가왔다. 

 

 

 

 

책이든 영화든 음악이든, 각자가 받아들이는 것은 다르다. 누군가 감동한 부분에서 나는 아무것도 찾지 못했을 수도 있고, 내가 감동한 부분에서 다른이들은 도대체 그게 왜? 라고 반문할런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건 반문한다고 답할 수 있는게 아니다. 그건, 그냥 그런거다. 어쩔 수 없다. 사람이 좋아지는 것도 어쩔 수 없는 것처럼, 내가 감동했다는데 뭘 어쩌란 말이냐.  

그러니까 이 책에서 홀든은 순간적인 생각으로 이렇게 내뱉은걸지도 모르지만, 나는 홀든을 사랑하게 되고 말았다. 

그건 그렇다치고, 나는 늘 넓은 호밀밭에서 꼬마들이 재미있게 놀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곤 했어. 어린애들만 수천명이 있을 뿐 주위에 어른이라고는 나밖에 없는 거야. 그리고 난 아득한 절벽 옆에 서 있어. 내가 할 일은 아이들이 절벽으로 떨어질 것 같으면, 재빨리 붙잡아주는 거야. 애들이란 앞뒤 생각 없이 마구 달리는 법이니까 말이야. 그럴 때 어딘가에서 내가 나타나서는 꼬마가 떨어지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거지. 온종일 그 일만 하는 거야. 말하자면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나고나 할까. 바보 같은 얘기라는 건 알고 있어. 하지만 정말 내가 되고 싶은 건 그거야. 바보 같겠지만 말이야.(pp.229~230)

아니아니, 홀든. 너는 전혀 바보같지 않아. 지금 니가 하는 말들이 얼마나 내게 위안을 주는지! 

 

그리고 나는 오랜 시간이 지나 이 책을 만나게 된다. 

 

 

 

 

여섯살때 이미 세살짜리 아이에게 불을 지른 아이를 어떻게 치유할 수 있을까? 치유가 가능하긴 한걸까? 그 아이가 여섯살이 되기까지 겪어야 했던 그 많은 일들을 그 아이에게 '없었던 일'로 만들어 줄 수가 없는데, 그럴땐 대체 어떻게 해야할까? 여섯살 아이에게 그 모든것을 잊으라고 말할 수 있을까? 끊임없이 사랑한다 속삭여주면, 널 믿는다고 속삭여주면 그것은 완벽한 치유가 될까? 아니, 이미 영혼을 많이 다친 아이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에, 아무리 어른이라도 지치지 않을 수 있을까? 그게 될까? 선생님이 나를 길들였으니 나에게 책임도 있는거에요, 라고 말하는 아이를 더이상 아프게 하지 않는 일이 가능할까? 

나는 토요일, 부산으로 가는 KTX 안에서 이 책을 읽으면서 몇번이고 책장을 덮어야 했다. 이 모든 것이 실화인데, 이 모두가 다 실존하는 인물들인데, 그 아픔의 크기는 도저히 현실의 것이라고 믿고 싶어지질 않아져서. 그리고 솔직히 고백하자면, 내가 이런 상황이 아니라는 것에도 감사했다. 그러니까 이런 아이의 상처를 돌보아주는 역할을 내가 맡질 않았다는 것에. 나라면 토리 헤이든처럼 할 수 없었을 테니까. 여섯살 쉴라를 언제나 끊임없이 사랑해주고 아껴주며 돌보아 주는 일을 내가 잘 해냈을리가 없다.  

그러니까 나는 언제나 그런 아이들을 걱정한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아무것도 해낼 수 없는 사람. 

 

일요일, 부산에서 돌아오는 길. 1박을 했던 짐으로 가방은 무거웠는데, 돌아오는 길에 친구 생일 선물도 샀고, 엄마의 화장품도 샀다. 한쪽에는 내 가방이 한쪽에는 쇼핑백 두개가, 나는 어깨가 빠질 것 같았고, 그 추운 날씨에도 더워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쉴라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서점까지 들러서 책을 사면 나는 길바닥에 쓰러져 버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서점으로 향했다. 하루만 견디면 인터넷으로 편하게 배달 받을 수 있어, 심지어는 더 저렴하기까지 하지. 그러니 오늘은 그만 이 무거운 짐을 들고 집으로 가란 말이야, 라는 생각은 쉴라를 빨리 만나고 싶은 욕망에 지고 말았다. 

 

 

 

 

서점에 도착해서 그 무거운 짐들을 들고 직원에게 이 책을 찾아 달라고 했다. 그리고 계산하고 다시 가방에 넣고 서점 바깥으로 나오는데, 머플러 안으로 땀이 난다. 아, 난 대체 뭘 하고 있는거지? 대체 왜 이러고 있는거지? 왜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쌩고생을 하는거지? 왜? 

다 내가 바보라서 그렇다. 바보라서. 아, 정말 바보같아서 속이 다 상한다. 

 

이 모든 것들과는 별개로, 나는 정신을 차려야 한다. 맹세컨대, 정말로 사람은 나약해지면 끝장이다, 라고 세드릭 프레보가 말했다. 서른이 훌쩍, 아주 훌쩍 넘어도 근사한 청년 앞에서는 심장이 거세게 팔딱거리다니, 노가리를 뜯는 손이 떨리다니,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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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꼬 2009-12-21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이런 걱정쟁이 다락님이 좋아라. 부산에선 괜찮았어요? 그러니까 누구처럼 술 먹고 방에서 넘어지면서 커튼을 붙잡아 뜯고 하지 않았냐구. 주말에 다락님 생각 많이 했다오.

2009-12-21 10: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해한모리군 2009-12-21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아이 표지가 바뀌었구나.. 백만년째 보관함 대기중인데 꺼내주고 싶어라..
전 아흔살이 되어도 근사한 청년을 만날 일이 있으면 코르셋에 버버리 스타킹을 챙겨신는 할머니가 되고 싶어요..
(사실 제가 아크아로빅 하는 곳에 그런 분이 있어요. 매번 존경심을 품게되요)

다락방 2009-12-21 10:53   좋아요 0 | URL
저 열심히 재고소진 중이었거든요. 리스트 올린거 읽을라고 정말 노력했다구요. 그런데 저 책은 선물 받자마자 읽었어요. 읽고 있던거 던져버리고 읽었어요. 읽으니까 멈출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땀흘리며 2권도 샀어요. 그러니까요, 휘모리님. 읽어보세요. 그냥.. 읽어보시라구요.

그리고, 이쯤 됐으면 모든것들에 무심해져도 좋지 않을까요? 전 정말 너무 힘들어요. 전 제가 그렇지 않을거라 생각했는데, 너무 심장이 떨려서 어휴- 근사한 청년을 만나서 떨리고 그러는건 20대에 졸업하는게 좋았을 것 같아요. 30대가 감당하기엔 너무 벅차요. 그래서 힘들어요. ㅠㅠ

L.SHIN 2009-12-21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4,5살 쯤? 저도 저 [호밀밭의 파수꾼]을 읽으면서 다락님이 마음에 들어했던 그 부분을 좋아했지요.^^
그 당시에는 '도대체 호밀밭이 어떻게 생긴거야?'를 늘 궁금해 하면서 말이죠.(웃음)
오랜만에 이런 페이퍼, 좋아져 버렸습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해서, 손이 모자르고 어깨가 빠질 듯 해도 기어코 사볼 수 밖에 없었던 다락님의 마음에
공감하고 갑니다.

다락방 2009-12-21 11:08   좋아요 0 | URL
작년이었던가, 집앞으로 온 친구를 만났어요. 그 친구에게 어떤 책을 읽느냐고 물었더니 [호밀밭의 파수꾼]을 읽는 중이라더군요. 그러면서 꺼내서 보여주는데요, 저는 그 친구가 읽었던 책을 들고 막 뒤적였어요. 혹시 내가 밑줄 그은 부분에 그 친구도 밑줄을 긋진 않았을까 하구요.
그런데 그 책에도 이 부분에 밑줄이 그어졌었어요. 정말이지, 자지러지게 좋았답니다.

그나저나 L.SHIN님. 이 책 굉장히 어릴때 읽으셨네요. 저는 20대 중반에 읽었거든요. 히힛

L.SHIN 2009-12-21 12:16   좋아요 0 | URL
저는 사실, 그 당시 읽었을 때는 잘 이해를 못했는데, 그 후에 좀 더 나이가 들어서..
19살쯤? 그 때는 왠지 주인공이 나와 닮은 듯 해서, 신나게 책 앞 장에 쓸데없는 '동지의식'을
끄적여 놓기도 했었죠.^^; 지금 쳐다보면, 창피합니다만.(웃음)

정말이죠, 누군가 나와 같은 부분을 좋아한다는 동질감은 은근히 반갑죠!

다락방 2009-12-21 14:35   좋아요 0 | URL
그쵸, 꽤 반갑죠. 게다가 그가 이미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었을 경우에는 아주 행복해지죠. 씨익 :)

레와 2009-12-21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 다락방 전용 운전기사 할까봐!! 응, 그러고 싶어!!

다락방 2009-12-21 11:10   좋아요 0 | URL
응응!! 좀 해줘요. 아주 힘들어서 미치겠다구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머큐리 2009-12-21 1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는 힘들고 내년엔 꼭 읽어야 할 도서리스트에 올려야 한다는 압박이~~~
가만보면 다락방님은 지름신의 사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다락방 2009-12-21 14:35   좋아요 0 | URL
아, 뭐...에.....음........제가 뭐....지르라고 이런거 쓴건 아니구요.......뭐 어떻게 하다보니깐..........음................하핫 ;;
전 그냥 호밀밭의 파수꾼도, 한 아이도 무척 좋아서요. :)

마노아 2009-12-21 1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멋지고도 따뜻한 좋은 글을 써주는 다락방님을 내가 알고 지낸다는 게 감동이에요!
호밀밭의 파수꾼도 아직 못 봤고 한 아이도 보지 못했는데, 읽기도 전에 저 책들이 너무 좋아져요.
다락방님을 혼자서 막 독점하고 싶어지는 거 있죠!

다락방 2009-12-21 14:37   좋아요 0 | URL
아, 마노아님. 마노아님 마노아님 마노아님. 안그래도 마노아님이 무척 보고싶어요. 그러니까 저는 지금 저를 좋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무척 보고싶어요. 그래서 내가 괜찮은 사람이라는, 좋은 사람이라는 위로와 격려의 말들을 마구 듣고 싶어요. 흑흑.

호밀밭의 파수꾼은 마노아님께 좋은 책이 될지 확신할 수 없지만, 한 아이는 마노아님도 분명 좋아하실거에요. 정말로요!!!!

2009-12-21 13: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2-21 14: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 2009-12-21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호밀밭의 파수꾼을 멜 깁슨과 줄리아 로버츠가 나오는 Conspiracy Theory에서 먼저 만났어요.
그후에 책을 읽었는데, 저도 저 부분에 밑줄 쫙~ 했던 기억이...

다락방 2009-12-21 15:54   좋아요 0 | URL
앗. 컨스피러시에 그 책이 나왔었던가요? 가물가물..저는 Can't take my eyes off you 노래밖에 생각이 안나요. 런닝머신위에서 막 뛰면서 부르던 그 노래요. 저 부분에 밑줄을 긋는 사람이라면, 전 정말 싫어할 수 없을 것 같아요.

무스탕 2009-12-21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와락~~~ 포옥~~~ 부비부비~~~
전 결혼 전까지 정확하게 지성이를 낳기 전까지 애를 싫어했어요. 그것도 무지무지!
그런데 내가 애를 낳고 보니 어머, 그게 아닌거에요. 이렇게 신통할수가.. 요렇게 조그만 녀석이 그렇게 큰 어른이 되는거였구나..
근데 그 감동이 사실 오래 가진 않더라구요 -_- 요즘엔 다시 애들이 귀찮아 지려고 하고 있어요. 특히나 씨끄러운 녀석들..
호밀밭의 파수꾼은 저도 몇 년째 보관함에서만 자리잡고 있는 책인데 조만간 빛을 볼듯 싶어요 ^^

무스탕 2009-12-21 15:35   좋아요 0 | URL
나 방금 정성이 메이플 스토리 주문하면서 중고샵에서 건져 같이 주문하고 왔다는...
암만 생각해도 다락방님은 지름'왕'신이셔~~~~~

다락방 2009-12-21 15:56   좋아요 0 | URL
이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

아이들을 예뻐하고 혹은 예뻐하지 않고와는 별개로 '약한 존재'임에는 틀림 없으니 불현듯 그렇게 걱정이 되는건가봐요. 이건 아마 내 몸으로 아이를 낳고 나면 더해지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호밀밭의 파수꾼]이 무스탕님께도 정말 멋진 책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

치니 2009-12-21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보라뇨, 책을 사랑하고 이야기를 사랑하는 아름다운 마음씨의 소유자일 뿐. :)
이런 다락방님에게 가슴이 팔딱 뛰는 청년이 반드시 나타나서 이 모든 이야기를 듣고 바보는 커녕 너무 사랑스럽다고 할 날이 곧올 거 같아요.
하지만 저는 저 <한 아이>라는 책을 못 읽을 거 같습니다, 너무 겁나요, 에미가 되면 하찮은 롤러코스터도 무조건 겁이 나거든요. 그런데 저런 이야기, 후유증이 너무 클 거 같아요. ㅠㅠ

다락방 2009-12-21 16:15   좋아요 0 | URL
아 치니님. 치니님이 겁난다고 하시는데 갑자기 막 눈물이 날라고 해요. 네, 한 아이 읽다보면 계속 계속 눈물이 고여요. 아이들이 가진 상처 때문에도 눈물이 나고, 그런 아이들을 치유해주려고 하는 선생님들을 봐도 눈물이 나요. 아이들이 조금씩 조금씩 나아질때는 또 그런대로 눈물이 나구요. 좋은 어른들과 나쁜 어른들때문에도 눈물이 나요. 휴....

카스피 2009-12-22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밀밭 파수꾼이라 예전 공각기동대에서 스마일 맨이 읽던 책이군요.이름만 들어보고 아직 읽어 보진 못한 책이네요^^

다락방 2009-12-22 13:00   좋아요 0 | URL
전 공각기동대가 뭔지 모르고 그래서 스마일맨도 뭔지 몰라요. ㅎㅎ

2009-12-22 13: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2-22 17: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09-12-24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이 바보라면, 너무나 사랑스러운 바보로군요. ^^
다락방님 덕분에, 호밀밭의 파수꾼을 다시 읽어봐야겠단 생각 들었어요. 감사해요. 메리 크리스마스 ^^

다락방 2009-12-25 13:58   좋아요 0 | URL
문나잇님 문나잇님. 왜 좀 더 일찍 와주지 않았나요? 이렇게 댓글 발견할때마다 좋기만 한데..왜 이제서야 온거에요. 흑흑.

문나잇님, 오늘은 뭐하나요? 뭘하든 우리 메리 크리스마스에요!!
:)
 

제가 콧구멍 벌렁거려가며 이야기했던 그 영상입니다. 너무 좋아서 눈물이 다 났다는 바로 그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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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9-12-21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래는 처음 듣는데 영상을 어디선가 본 것 같아요. CF에서 봤을까요?
노래도 참 좋은데 지금 엄청 끊기고 있어요. 그래도 꿋꿋이 끝까지 다 봤어요. 스타카토예요.^^

다락방 2009-12-21 09:43   좋아요 0 | URL
이게 두번째래요. 첫번째가 엄청나게 힛트를 쳐서 더 만들었다고 하더라구요. 저는 다시봐도 화면이 안 끊기는데 왜 끊길까요? ㅠㅠ
그나저나 마노아님, 인디아 장면 봤어요? 아, 정말 좋아요.

마노아 2009-12-21 10:03   좋아요 0 | URL
다시 보는데 이번엔 안 끊겼어요. 제가 본 게 첫번째인가 봐요^^
아, 인디아 너무 좋았어요. 스페인도 좋았지만 두번째 인디아가 더 좋았어요.(>_<)

다락방 2009-12-21 10:06   좋아요 0 | URL
저는 왜 이렇게 인디아편이 마음에 드는지요. 갑자기 팔 동작 바꿔서 그들과 춤추는게 아, 너무 사랑스러워요. 눈물 날 만큼 ㅠㅠ

Mephistopheles 2009-12-21 10:15   좋아요 0 | URL
음 CF에서 보셨다는 마노아님 말씀 맞아요. 카드회사 선전에 쓰였습니다..^^

다락방 2009-12-21 10:48   좋아요 0 | URL
아악 그렇군요. 저는 이 두번째 시리즈를 보고 나서야 전편이 있다는 것도 알게됐어요. 너무 늦죠, 제가. 굼떠요..

Mephistopheles 2009-12-23 08:32   좋아요 0 | URL
굼뜨다니요...이런 동영상은 언제 봤느냐가 중요한게 아니라 봤다는 것 자체만으로 중요한 거라고 보고 싶어요..^^

무스탕 2009-12-21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Jude님보다 레와님보다 아프락사스님보다 먼저 봤어요 ^^
화면 좋아요. 노래도 좋구요.
저도 꿋꿋이.. ^^

다락방 2009-12-21 09:43   좋아요 0 | URL
Korea 가 나오는 장면 놓치지 않고 보셨나요? 히히

무스탕 2009-12-21 09:54   좋아요 0 | URL
전 파푸아뉴기니가 재미있었어요. 원주민들이랑 춤추던 장면요 ^^

다락방 2009-12-21 09:55   좋아요 0 | URL
앗 저두요, 저두요!! 히히

머큐리 2009-12-21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이 춤을 마스터해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이 팍팍 드는 이유가 뭘까요?? ㅎㅎ
첫번째도 찾아주세요..ㅎ~~

다락방 2009-12-21 09:44   좋아요 0 | URL
음..글쎄요. 하하하핫. 막 기분이 좋아지지 않나요, 머큐리님? :)

머큐리 2009-12-21 09:47   좋아요 0 | URL
기분이 좋아지는 정도가 아니라...어깨가 들썩...아 근데 둘러보니 사무실이에요...ㅠㅠ

다락방 2009-12-21 09:54   좋아요 0 | URL
저도 이 영상 친구가 소개해줘서 처음 봤는데요, 그때 정말 눈물이 나더라구요. 막 좋아서.
그리고 뭐 저 역시 사무실입니다만. 흐흐흐흐흐

마늘빵 2009-12-21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이거 진짜, 그냥 막 좋아지는데요. ^^ 요고 유튜브에서 뭐라고 쓰면 찾을 수 있어요? 저 태그 문구 쓰면 나오나. 나두 즐찾해놓고 자주 봐야겠어요. 기분 꿀꿀해질 때.

다락방 2009-12-21 10:03   좋아요 0 | URL
1. [Where the hell is Matt?] 이라고 유튜브에 치면 되고요,

2. 그냥 제 페이퍼를 별찜하셔도 될텐데요. 후훗

비로그인 2009-12-21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아요, 좋아요, 좋아요. 저 이런 거 참 좋아합니다. 한번씩 여기 찾아와서 볼텝니다. 기분이 살짝 우울해질까 말까 했는데 즐거워졌어요.

다락방 2009-12-21 10:05   좋아요 0 | URL
아, 다행다행다행다행이어요~ 저도 이거 다시 보면서 막 좋아하고 있었어요. 헤헷.

2009-12-21 10: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09-12-21 10:48   좋아요 0 | URL
아 뭘까뭘까뭘까뭘까요? ㅎㅎㅎㅎㅎ

2009-12-21 10: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09-12-21 11:00   좋아요 0 | URL
이히히히 나도 떡을 준비해야겠어요. 이히히히

2009-12-21 10: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2-21 10: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와 2009-12-21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감동의 물결, 너무 좋다요~!!!


요고요고 별찜!^^*

다락방 2009-12-21 10:49   좋아요 0 | URL
난 제일 처음 봤을 때는 눈물이 글썽거렸다니깐요!!

무해한모리군 2009-12-21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집에가서 보면서 따라해봐야겠다..
나름 동작이 약간 난의도가 있는데욧!

다락방 2009-12-21 10:49   좋아요 0 | URL
휘모리님, 따라해보고 동영상 찍어서 올려줘요. 내가 또 빡- 소문 내줄게요!! 히히 :)

Mephistopheles 2009-12-21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보시면 유일하게 춤을 안추는 등장인물이 하나 존재해요..
(뭘 몰라 서성거리던 아프리카 어린이들은 제외)
애석하게도 판문점에서 위병을 서고 있는 대한민국 헌병이죠..

다락방 2009-12-21 12:55   좋아요 0 | URL
아, 메피스토님. 봤지요. 봤습니다. 필시 둘다 어색했을거에요. 헌병도, Matt도...

레와 2009-12-21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서울편에서 나온 곳이 숭례문인가요?

다락방 2009-12-21 13:25   좋아요 0 | URL
네, 맞습니다!!!!

레와 2009-12-21 13:50   좋아요 0 | URL
불타버린 숭례문을 이렇게 보다니.....ㅠ_ㅠ

다락방 2009-12-21 14:03   좋아요 0 | URL
ㅠㅠ

루체오페르 2009-12-27 2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마음이 짠 하면서 울렁울렁하네요. 이 기분,뭘까요? 아아...ㅠㅠ
참 좋습니다. 감사히 잘 봤어요.^^

다락방 2009-12-27 23:58   좋아요 0 | URL
와- 제가 느꼈던 감정을 루체오페르님께서 느끼셨군요! 좋다니, 잘 보셨다니, 저도 좋습니다!! :)
 

사랑이 찌질해지는 건 사람이 변하기 때문일까, 환경이 변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시간이 흐르기 때문일까?  

 이 책에는 요절한 많은 예술가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 중에는 손상기가 있다. 

손상기孫詳基, 1949-1998  구본웅에 이어 한국의 로트렉으로 불린 곱추 화가. 자신이 소유한 유일한 것을 '지독한 열등감'으로 꼽았던 사람. '돌출된 가슴뼈, 외봉낙타처럼 생긴 등, 5척에도 못 미치는 키'. 그러나 그 신체적 불구를 정신적 불구로 평생 간직하기를 거부했던 화가. 불구인 탓에 역설적으로 자부심 하나로 당당하게 세상과 대면했던 인물. 그러나, 그러나, 속일 수 없었던 것은 자기연민이다. 열등감은 전혀 지치지 않고 분열, 증식한다. 


손상기는 전혀 지치지 않는 열등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준'이라는 여인을 만나 첫눈에 반하게 되고 강하게 이끌리게 된다.  

그는 첫 만남 이후, "생 이후 최초의 사랑의 동의자 준. 가을 빗속을 달려온 준. 내 아이-내 방 작업대 귀퉁이에 꺾어온 억새꽃 한 다발, 환한 기세 다칠세라 두렵네. 준의 웃음과 음성. 내 눈과 내 귀에는 쇼팽의 즉흥환상곡. 피카소가 마지막 여인 에바를 위해 제작한 미완성 작품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을 주었네" 하며 언어가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찬사로 사랑의 흥분과 열정을 표현했다. (pp.58-59)


누가 뭐라고 하든 그 둘의 사랑은 굳건했고, 그렇게 그 둘은 결혼해서 아이까지 낳았지만 생활고 속에서 여전히 행복하기를 바라는 건 무리였다. 결국 준은 아이를 남겨두고 그를 떠난다. 그들은 결혼해서 3년, 3년을 같이 살았다. 남자와 여자가 헤어지는 건 도대체 무슨 이유일까? 그토록 뜨겁게 사랑했는데 그들이 서로 헤어지게 된건 그들이 잘못된 상대를 만난 탓일까? 그들이 원래는 자신과 맞지 않는 사람인데 잘못본걸까? 시간이 그들을 그렇게 변하게 만든걸까? 환경이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나? 아니면 본디 사랑은 오래도록 변하지 않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던 걸까?
 

그녀가 떠난 뒤 3개월 후 그는 새로운 여성 연우를 만나 의지했는데, 그것은 두 여성 모두에게 슬픔이었다. 준은 그가 자신 몰래 벌써부터 한 여성을 사랑하고 있었다고 오해했다. 더구나 공식적 인터뷰에서 가난 탓에 아이까지 버린 냉혹한 여성으로 자신을 왜곡 발언하는 그에게 진저리를 쳤다. 한편 연우는 아직도 첫사랑 준이를 가슴에 담아둔 그가 야속했다.(pp.62-63) 


 그런 그에게 죽음이 닥쳐온다. 그리고,  

   
  임종을 앞에 두고 시도했던 준과의 전화는 끝내 불통이었다. (p.71)    
   

왜 죽음의 순간에 가장 기억하고 싶은 사람을 곁에 두는게 이렇게 어려운걸까? 『위대한 개츠비』에서 개츠비는 '데이지'를 찾기 위해 언제나 파티를 하고, 개츠비의 파티에는 언제나 사람들이 몰려든다. 그러나 정작 개츠비의 장례식에는 그 파티에 참석했던 그 누구도  오질 않는다. 나는 이 『요절』을 읽으면서 위대한 개츠비를 떠올렸다. 고등학교를 졸업했다는 것까지 신문에 기사가 날 정도로 세상을 떠들석하게 했던 나혜석의 죽음의 순간이 외로웠던 걸 읽으면서는 특히 더했다.  

정말 찌질한게 사람인지 사랑인지 알 수가 없다.

 

오늘 냉장고 안에 들어있던 메론을 꺼내 먹으면서 불현듯 깨달은건데, 나는 메론보다 메론맛 아이스크림을 먼저 먹어봤다. 메론맛 아이스크림을 먹고야 비로서 아, 메론은 이런 맛이겠구나 했다. 방금전 메론을 한입 베어 물면서 음, 역시 그 아이스크림과 맛이 같아. 했다. 망고맛 쥬스를 마셨는데 아직 망고를 먹어보지 못한 것 같다. 아냐, 먹어봤던가? 이건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어쨌든 내가 하고 싶었던 얘기는 그게 아니고,  

나이가 들면서 점차로 경험들도 하나씩 늘어간다는 얘기다. 그러니까 메론을 먹을 수도 있다는 뭐 그런 얘기. 

그런데 이석원은 나이 들면서 할 수 없는 것들도 늘어간다고 얘기하고 있다.  

미국의 프로야구선수가 오랫동안 마이너리그를 전전하다 
서른이 넘어서 메이저리그 데뷔를 하게 되면 신문에 나게 돼. 
그야말로 신문에 날 일이라는 거지. 
하지만 나이 마흔에 데뷔하는 사람을 본 적 있니? 
그건 생물학적으로 불가능하잖아. 
요즘 사람들의 평균 수명을 대략 여든이라고 봤을 때 이제 겨우 
반환점을 돈 나이에 불과한데도 40이란 숫자는 이처럼 
여러 가지 것들을 포기하게 만들어. 
어느새 명예퇴직을 권고 받을 수 있는 나이이기도 하고 
로맨틱 코미디를 보면서 언젠가 나도 
주인공이 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도 접어야 해.
(보통의 존재, 113)

무슨말인지는 알겠는데, 나도 끄덕거리기는 하는데, 쳇, 나는 그래도 꿈꿀테닷. 

이 책 『보통의 존재』가 내게 보통 이상이 되어주지 못했다는 사실에 나는 당황했다. 제목부터 어쩐지 내 기대에 부응하는 책이 되어줄 것 같았는데! 나는 '언니네 이발관'의 노래를 들어본 적이 없지만, 이 책을 읽고나면 그 음반을 사고싶어질지도 모르겠다고 기대했는데, 다 읽고 나서도 나는 여전히 그의 노래를 듣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이 책  『보통의 존재』는 내게 그저 보통의 존재였다. 그렇다고 해도 눈에 띄는 구절, 격하게 공감하는 구절이 없을수야 없지. 

두려움 

 

세상의 수많은 두려움 중에서  
아주 일상적으로 언제나 마주치는 것. 
 

거절당하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 (p.308) 

나도 거절에 대한 두려움을 아주 심하게 가지고 있다. 나는 그래서 누군가에게 먼저 만나자고 제안하는 것이 꽤 힘들다. 상대가 아니, 라고 말을 했을 때, 그 때 나는 대체 뭐라 말해야 할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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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12월예정]재고소진(읽을 예정) 목표 리스트
    from 마지막 키스 2009-12-15 00:11 
    저는 일단 소심하게 12월에 읽을 한달분만 작성해볼게요. (이것도 못할 확률이 커요. 저는 걸핏하면 술마시러 다니는 직딩 ㅜㅡ)
 
 
... 2009-12-15 0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씨, <보통의 존재>가 지금 제게 오고 있는 중인데 다락방님에게 보통이상이 되어주지 못했다는 사실에 저는 매우 당황스러워요 --;; 그리고 방명록에 썼듯이 이 음침한 월요일에 이런 슬픈 이야기라니요.... 제가 웃겨 달라고 했쟎아요!!!!

참 그런데, 상대의 대답이 아니,가 될수 있는 질문은 뭐가 있죠? 싫어, 는 알겠는데...
또 한가지, 찌질한 건 사랑일거예요. 사람이 찌질해선 정말 곤란해요....


다락방 2009-12-15 00:21   좋아요 0 | URL
브론테님, 브론테님을 웃게 해드리기 위해서 방명록에 답글을 마악- 달았는데 말이죠, 이게 또 달고 나니깐 이것도 슬픈 이야기인가 싶어져요. 아씨...다른 웃긴게 뭐가 있을지 다시 생각해 봐야겠어요.
보통의 존재는 너무 걱정 안하셔도 될 것 같아요, 브론테님. 왜냐하면 다른 많은 분들은 보통의 존재를 보통 이상으로 읽으신 것 같더라구요. 보통 이상이 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건 저 뿐인듯요.

상대의 대답이 아니, 가 될 수 있는건 참 많지요. 그것은 싫어, 와 는 묘하게 다른 듯 같으니까요. 나랑 사귈래? 라고 물어봐도 싫어, 라고 할수도 아니, 라고 할수도 있잖아요. 나를 좋아하니? 라고 물어도 싫어해, 라고 할수도 있지만, 아니 좋아하지 않아, 라고 할 수도 있구요. 아 적다보니까 슬퍼져요. 정작 찌질한 건 저로군요. ㅜㅡ

... 2009-12-15 00:27   좋아요 0 | URL
두번째 질문에 (나를 좋아하니?) 대한 대답으로 "아니"는 정말이지 너무너무너무 슬퍼요. "사랑하니"도 아니고 고작 "좋아하니" 일뿐인데....
(답글 달고 오는 길이예요)

기억의집 2009-12-15 0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쎄... 제가 알고 있는 다락방님은 결코 미워할 수 없는 그런 분인데, 어디 가서든지 사랑 받을 거 같아요. 입에 침 발린 소리가 아니라 ..진짜로! 저도 알라딘과 예스 양다리 거주 한 오년차라서, 왠만한 커뮤니티보다 두 커뮤니티 관련 정보는 빠삭한데, 전 다락방님 같은 블러거을 본 적이 없어요. 이렇게 해도, 저렇게 해도 참 이뻐요. 참 밉게 보이지 않는 비결을 타고 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니깐요(결코 침 안 발랐어요^^). 그래서 왜 거절당할 것을 먼저 걱정할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걱정마삼~~

저..저 화가 알아요. 덥수룩한 머리에 곱추 화가, 비극의 삶을 살다간 화가죠! 예전에 학원이라는 문예잡지가 있었는데 그 잡지에 저 사람 소개한 적이 있었어요. 곱추화가라서 기억이 아직도 나요^^

다락방 2009-12-15 13:50   좋아요 0 | URL
기억의집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기억의집님의 이 댓글은 완전 소중하잖아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음, 제가 그런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말씀하신 것처럼 일어나지도 않은 일, 일어나지 않을지도 모를 일을 '먼저 걱정'하는 것 말입니다. 이게 현재 제가 하고 있는 일에도 악영향이에요. 일적이라기 보다는, 사서 걱정을 하다보니 스트레스를 곱절로 받고 있고. 막상 닥치면 해결하지 못할 일은 없는데도 언제나 발만 동동구르고. 좀 대범해지고 싶고 쿨-해지고 싶은데 제게는 참 먼 이야기 같아요.
사람에 대한것도 마찬가지라서, 날 좋아한다고 해도 그게 진짠지 아닌지 어떻게 알어, 혹은 쉽게 변하겠지, 라고 지레짐작해서 무슨 말이든 하기가 주춤거려지는 것 같아요. 바보같아요, 전. 헤헷 :)

웽스북스 2009-12-15 0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망고젤리 안에 망고 있잖아요 (아 찌질하다 웬디씨 ㅋㅋㅋㅋㅋ)

다락방 2009-12-15 13:51   좋아요 0 | URL
앗! 그렇다면 저는 이미 망고를 먹어봤군요!!!!!!!!!!!!!!!!!!!!!!!!!!
저 쫌 부자인가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Mephistopheles 2009-12-15 0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0이란 숫자에 포기하지 않는 것도 있습니다..분명....^^

다락방 2009-12-15 13:51   좋아요 0 | URL
저는 아무리 40이 된다고 해도 식욕이 줄어들 것 같지가 않습니다, 메피스토님. ㅎㅎ

뷰리풀말미잘 2009-12-15 0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통 검지손가락으로 이마를 꼭꼭 찔러주면서 어쭈. 죽을래? 니가 그렇게 잘났어? 말해봐. 응? 이라고 말하지 않나요? 전화라면 검지손가락을 활용하지는 못할테니까. 훗- 하는 비웃음 정도로 대체하면 되고요.

다락방 2009-12-15 13:54   좋아요 0 | URL
음, 그보다는요, 뷰리풀말미잘님.
애초에 멸치를 먹으러 가자고 말을 꺼내면 아니, 라고 말할 수 없지 않을까요? :)

섬사이 2009-12-15 0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0이 넘으니까 어쩐지 빨간색 떡볶이 코트나 멜빵 청바지를 입기가 어색해져요.
40이 넘으니까 시어머님이 담가놓은 김치를 넙죽 받아오기가 죄송해져요.
40이 넘으니까 놀이동산에서 바이킹이라도 타고 나면 멀미나고 어지러워요.
40이 넘으니까 춤을 춰도 흉해 보여요.
40이 넘으니까 거절을 당해도 "싫으면 관둬라~"식의 배짱이 생겨요.
40이 넘으니까 그깟 사랑따위!하고 코웃음치게 돼요.
갑자기 다락방님의 마흔이 궁금해져요.
다락방님 마흔이 넘을 때까지 저 계속 여기 들락거려도 되는 거죠?
(다락방님이 얼른 마흔되기를 바란다는 거, 절대 아니에요. 글을 쓰다보니 어째 좀 이상해진 듯..^^;;)

다락방 2009-12-15 13:57   좋아요 0 | URL
섬사이님의 이 댓글을 읽으니 저도 갑자기 제 마흔이 궁금해집니다. 제 마흔은 어떨까요? 음, 마흔이 되도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채로 이렇게 살고있으면 어쩌죠? 무언가 하나쯤 이루어놓아야 하는거 아닐까요? 두렵기도 하네요.

네네네네 섬사이님. 제가 마흔이 넘어도, 눈 감는 날까지 여기 있도록 할테니 계속 들락거려주세요. 그래서 지금처럼 다정한 댓글로 대화해요, 우리.
:)

기억의집 2009-12-16 11:08   좋아요 0 | URL
전 그래서 요즘 반바지 살까말까 고민 좀 했어요. 이 나이에 왠 반바지냐 싶어서..약간 뻥 좀 쳐서 한달 가량 고민한 거 같아요...그러다 주책이지! 그저께 반바지 주문했어요. 50 넘으면 절대로 못 입을 거 같아서... 감정이 무뎌지긴 하지요. 나이 들수록!

다락방 2009-12-16 13:56   좋아요 0 | URL
50이 넘어도 반바지 입으면 안될까요? ㅜㅜ
물론 저는 지금도 반바지는 입지 않지만 말입니다. ㅎㅎ

나이 들수록 감정이 무뎌지긴 하나요? 사랑에 대해서라면 저도 그런것 같긴 한데, 다른 감정에 대해선 그렇지도 않은 것 같아요. 요즘엔 걸핏하면 눈물이 나서. orz

무해한모리군 2009-12-15 0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은 먼저 제안을 하면 잘 받아들이지 않을까 으흐흐.. 그......렇다면

다락방 2009-12-15 13:57   좋아요 0 | URL
앗....................
그...그....그.....그게............................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무슨 제안을 하실려고 이러실까 ㅎㅎ)

2009-12-15 08: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2-15 13: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네꼬 2009-12-15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절대로 절대로 거절하지 않을게요. (뭐 설마 나를 두려워하진 않겠지만.) 그나저나 언제나 이렇게 다정이 넘치는 독서라니. 놀라울 뿐이오.

다락방 2009-12-15 13:59   좋아요 0 | URL
제 독서는 네꼬님의 리뷰에 비하면 새발의 피죠. 아무것도 아니에요, 아무것도.
나는 네꼬님의 리뷰를 읽고 오늘도 다시 한번 [우아한 거짓말]에 대해 생각했는걸요!

거절하지 않을게요, 란 말이 네꼬님. 엄청난 위로가 되고 힘이 되요. 나의 좋은 친구 네꼬님 :)

레와 2009-12-15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등감은 전혀 지치지 않고 분열, 증식한다.'

쿵-!!


나도 절대절대 거절하지 않을껀데..(네꼬님 따라해서 미안 ^^;)

다락방 2009-12-15 14:00   좋아요 0 | URL
이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
우리 말이죠, 레와님. 서로 거절하지 않는 사이로 오래오래 함께 지내요!! :)

네꼬 2009-12-16 10:08   좋아요 0 | URL
레와님은 귀여우니까 따라해도 돼요. (히히. 편애.)

다락방 2009-12-16 13:56   좋아요 0 | URL
ㅎㅎ
레와님은 귀엽다기 보다는 섹시한쪽이에요!! ㅎㅎ

레와 2009-12-17 09:03   좋아요 0 | URL
귀엽 섹시, 나 이런 단어 너무 좋아~~!! 으흐흐흐흐~

2009-12-15 14: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2-15 14: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09-12-16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무살은 술마시고 통곡해도 귀여운 나이지만 마흔살은 혀만 꼬여도 추해보이는 것 같아요. (네, 제 얘깁니다. 물론 혀만 꼬일 정도까지만 마시는 것도 아니지요. -_-;;)

그런데요. 그 누가 다락방님을 거절할 수 있겠어요? 이렇게 귀엽고 다정하신 우리 다락방님. ^^

다락방 2009-12-16 15:48   좋아요 0 | URL
저는요, 문나잇님. 이제 술을 많이 못마시겠어요. 다음날까지 너무 힘들어져서 말예요. 급격한 체력저하랄까. 이렇게 늙는거구나 싶어요. ㅎㅎ 나이들수록 술은 줄어드네요. 줄이고 싶은게 아닌데 지가 알아서 혼자서 줄어요 ㅋㅋ

2009-12-17 08: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2-20 20: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2-17 14: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2-20 20: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2-18 14: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크아이즈 2009-12-30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문장이 읽기 쉽고 소탈하면서도 (6)만약 누군가에게 제목을 보여주더라도, '체홉을 읽고 있는걸 보니 별 이상한 사람은 아니겠군.' 하고 여겨질 확률이 높다. - 이 부분 공감해요. 나들이 할 때 책 한 권은 꼭 챙기는데 다음엔 체홉 전집으로 제 가방 안이 바뀌어도 좋겠네요. 좋은 정보 감사드려요.

다락방 2009-12-30 18:11   좋아요 0 | URL
네, 팜므느와르님. 좋은 정보를 드릴 수 있다니 저도 기쁩니다.
:)
 
마음이 어지러울땐 무슨 책들을 읽으시나요?

마음이 어지러울때는 잘 모르겠으나, 저는 요 며칠 힘들게 하는 책 몇권을 읽고 냉큼 '소피 킨셀라'의 책을 집어 들었어요. 마침 얼마전에 친구가 선물해줬지 뭡니까!

 

 

 

 

이 책이 얼마나 말이 안되느냐 하면 말이죠, 글쎄 스물다섯의 여성이 되는일도 하나도 없고 부모님께는 빚까지 진 상태에서 회사 출장을 다녀오다가 비행기 옆자리에 앉은 남자에게 '이 비행기 안에서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자신의 비밀을 다 말해버리거든요. 그런데 글쎄 그 남자가 자신이 '마케팅 보조'로 일하는 회사의 '회.장.님.' 아니겠어요? 

풉- 

[쇼퍼홀릭]에서도 여자가 빚더미에 쌓여있는데 재벌 남자를 만나더니 이 책에서도 엄청난 재벌을 만나네요. 저는 살면서 구경도 못해본 재벌들이에요. 그래서 건성건성 읽고 있는데, 아 글쎄 오늘 읽은 부분에 이런 게 나와요. 여자 주인공이 재벌 남자주인공과 처음으로 섹스를 하기 전, 그 흥분되는 상황의 장면입니다. 

"잠깐만요." 난 간신히 말한다. "잠깐만요, 잭. 당신한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뭔데?" 잭은 다급하게 흥분된 눈으로 날 본다. "뭔데, 뭔데?" 

"난 아무런 테크닉도, 기술도 없어요." 난 탁한 목소리로 속삭인다. 

"뭐가 없다고?" 잭은 몸을 살짝 떼고 날 본다. 

"기술요! 특별한 기술이나 테크닉 따윈 모른다고요!" 난 변명조로 말한다. "그 왜 있잖아요, 아마 당신은 수천만 명도 넘는 슈퍼모델이나 체조 선수 같은 여자들과 잤을 거 아니에요? 뭐 다들 특이하고 놀라운 자기만의....." 난 잭의 표정을 보며 말꼬리를 흐린다. "아니에요." 난 얼른 입을 다문다. "상관없어요. 조금 전 얘기 잊어버려요." 

"아니, 난 흥미가 동하는데." 잭이 묻는다. "그럼 엠마가 생각하고 있었던 테크닉이란 건 어떤 건데?" 

아아, 왜 난 바보같이 입을 열었을까. 왜? 

"아무 생각 없었어요!" 얼굴이 뜨겁게 달아오른다. "내 말의 요점이 그거라고요. 난 아무런 테크닉이고 기술도 없다구요." 

"그건 나도 마찬가지인데?" 잭이 지극히 진지한 표정으로 말한다. "특이한 기술 같은 건 하나도 모른다고."

 

아 글쎄, 지하철에서 이 장면을 읽는데 너무 웃긴거에요. 잔뜩 흥분해가지고서는 테크닉이 없다고 고백하는 모양새라니! 나도 나중에 이 방법을 써먹어 볼까, 테크닉이 없다고 고백해볼까, 생각하니 자꾸만 웃겨서. 

요즘 계속 울게하거나 혹은 우울하게 하는 책들만 읽다가 이 말도 안되는 소설을 읽으니 어찌나 웃기던지요. 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여자주인공이 원하는 모든걸 다 들어주는 섹시한 세계적재벌은 좀...그래요. 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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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12월예정]재고소진(읽을 예정) 목표 리스트
    from 마지막 키스 2009-12-13 20:31 
    저는 일단 소심하게 12월에 읽을 한달분만 작성해볼게요. (이것도 못할 확률이 커요. 저는 걸핏하면 술마시러 다니는 직딩 ㅜㅡ)
 
 
turnleft 2009-12-10 0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렇게 환상적 만남이 있었음 좋겠는데, 이코노미 석에 앉아서는 택도 없는 이야기더라구요.. ㅠ_ㅠ

다락방 2009-12-10 08:48   좋아요 0 | URL
저는 부산갈때 비즈니스석 앉았는데 눈 떠보니 착륙했었구요(잤어요 orz), KTX특실 탔을때는 할아버지 할머니만 가득하더군요. 이책은 소설이죠, 소설. 완전 울트라 '환상'소설. ㅎㅎ

무해한모리군 2009-12-10 09:01   좋아요 0 | URL
옆사람을 미워하지 않게만 되도 다행이죠 --;;

다락방 2009-12-10 13:29   좋아요 0 | URL
전 얼마전에 KTX에 옆자리에 앉은 남자사람분이 노트북을 열고 오감도를 보는데 참..거시기 했어요. 저는 이미 그 영화를 봤기 때문에 어느 부분에서 야하겠구나, 하고 짐작하고 있었는데(흘끔흘끔봤죠) 그 분은 모르니까 그런 장면 나올때마다 화들짝 놀라서는 다른 파일을 여시는데. 하하하핫. 제가 뭘 어째야 할지. 하하하핫.

세실 2009-12-10 0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 그런 꿈도 꾸긴 했었는데 당췌 뱅기 탈 일이 없었네요.
원래 저런 남자들이 순진한 여인들에게 매력을 느낀다고 하잖아요. 누가? TV드라마에서 ㅎㅎ

다락방 2009-12-10 13:31   좋아요 0 | URL
그들이 원하는 '순진한' 여인이란 초절정 미녀여야겠죠? 하하하핫
이런 '환상'소설은 말도 안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읽는동안은 참 재미있어요. 저 역시 엉뚱하게 헛된 희망도 가져보고 말이죠. 하하하핫

L.SHIN 2009-12-10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랄까, 90년대 히트 쳤던 [할리퀸] 문고 같네요. ^^
하지만 할리퀸 보다는 좀 더 현실적인 대화..
그런데 엠마는 어떻게 펄스트 클래스에 앉았을까, 아니면 회장님이 비즈니스 클래스에 앉았을까? (갸우뚱)

다락방 2009-12-10 13:22   좋아요 0 | URL
와- 아주 날카로운 지적이세요. 엠마는 사실 일반석에 앉아야 하죠. 그런데 그날 엠마의 일진이 아주 안좋았던걸 알고 스튜어디스가 본인의 재량이로 등급업을 시켜줬어요. 그래서 전세계일류 재벌남 옆에 앉을수 있었던거죠. 흐흣

L.SHIN 2009-12-10 16:38   좋아요 0 | URL
훗, 그렇군요.
그렇다면 저도 펄스트 클래스에 앉고 싶을 때는 스튜어디스 앞에서 뗑광을 부리면 되나요? (히죽)

다락방 2009-12-11 13:00   좋아요 0 | URL
하루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그래서 내가 얼마나 지쳐있는지를 강하게, 아주 강하게 어필하면 좀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요? 아, 그런데 책에서 그러는데요, 비스니스석에 남는 자리가 있을때만 가능하답니다. 흐흐흐흣

2009-12-10 09: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2-10 09: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와 2009-12-10 15:45   좋아요 0 | URL
나 부끄럽다.. 락방!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순오기 2009-12-10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비야씨도 참혹한 구호현장에선 머리를 비우기 위해
이런 말도 안되는, 어쩌면 이보다 더 황당무계한 연애소설을 읽는다고 하던데요.ㅋㅋ
인생은 소설보다 더한 소설이니까 말이 안 될거도 없잖아요.^^

다락방 2009-12-10 13:19   좋아요 0 | URL
저도 기분이 구릴때 가끔 로맨스 소설을 읽어요. 정말 제가 처한 현실을 다 잊고 몰입하게 되더라구요. 이런 남자는 없을거야, 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렇지만 만나고 싶다, 라는 환상을 갖게 되죠. 하하하핫
네, 인생은 소설보다 더한 소설이니까 말이 안될것도 없죠. 이 소설보다 더 극적인 일이 제게 없으리라고 누가 확신하겠어요. 흐흣

아시마 2009-12-10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주인공이 원하는 건 뭐든지 다 들어주는 섹시한 세계적 재벌, 난 완전 좋은데요. ㅎㅎㅎ
저 쇼퍼 홀릭도 안봤는데, 이 글보니 소피 킨셀라 한번 읽어볼까봐요.
뭐, 섹시한 세계적 재벌이 내 앞에 나타나기만 한다면야 냅다 물고서 저렇게 앙징한 대사 백만스물두개쯤도 날려줄 수 있다구요, 난.
일단 나타나는 게 관건. 난 준비가 되어있는데 말이죠. ^^

다락방 2009-12-10 13:05   좋아요 0 | URL
아시마님. 최근 3개월간 알라딘 구매금액 보면 아시마님이야 말로 재벌을 만나신건 아닌가 싶어지던데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전 쇼퍼 홀릭은 영화로 봤고 소피 킨셀라 책은 [워커홀릭]이랑 지금 이책 [당신만 아는 비밀]을 봤는데요, 읽는 동안에는 재미있어요. 말도 안되는 남자들이 자꾸 나와서 좀 찜찜하지만요. 그런데 말이죠, 에이, 이런 남자가 어딨어, 없어 없어 이러면서도 사실 그런 남자들을 좀 만나보고 싶긴 해요. 하하핫

아시마 2009-12-10 15:03   좋아요 0 | URL
ㅎㅎㅎ 제가 재벌을 만난 거라면, 남편을 충무공이라 지칭하겠습니까. 제가 걍 잔다르크하죠. 하다못해 유관순이라도.

다락방 2009-12-10 15:12   좋아요 0 | URL
ㅎㅎ 아시마님. 좀 기다려 보세요. 제가 재벌을 만날테니까요. (응?) ( '')
제가 재벌 만나게 된다면 가끔 아시마님께 책도 사 드리고 그러지요. ㅋㅋ

... 2009-12-10 18:17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저도 책 막 사주실거죠? (괜히 친한척...)

다락방 2009-12-10 18:28   좋아요 0 | URL
브론테님은 고서점 하나 차려줄게요. 설사 장사가 잘 안되도 먹고 살만큼 돈 줄테니 직장 때려치고 책이나 봐욧!!

물론, 제가 재벌을 만난다면 말이죠. 지금 때려치면 클나요!

아시마 2009-12-10 20:14   좋아요 0 | URL
나, 나는 책 가끔(여러번) 사주는 거 말고, 한방에 알라딘을 통째로 사줘요! 아니지 아니지, (급 흥분 모드다) 알라딘은 필요 없고, 알라딘에서 파는 모든 책을 한권씩 죄다, 죄다, 죄다!!! 사줘요!
재벌이라면 뭐, 할 수 있잖아? 응? 무슨 재벌이 말야, 쪼잔하게 가끔 사주고 그냐, 응? 응?
음, 나도 음, 양심은 있으니까, 음, 초중고 참고서는 안사줘도 되요.(우와, 나 되게 양심적이지?)
다락방님, 그럼 내가 기다릴게~ 맨날 맨날 빌어도 줄게. 원하는 건 뭐든지 다 들어주는 초 울트라 왕 섹시한 세계적, 아니 우주적 재벌 만나라고. 응? 응?

다락방 2009-12-10 23:49   좋아요 0 | URL
음..그래요. 알겠어요. 알라딘에 새책 나올때마다 무조건배송 하도록 내가 다 조치해 놓을테니까 초절정섹시재벌남 만나게 해달라고 반드시,간절히 빌어줘야 해요, 아시마님! 꼭이요!! ㅎㅎ

... 2009-12-10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멀리 댓글 확인하러 온 1인, ㅋㅋㅋ

원래 킨셀라 시리즈에 관심이 전혀 없었는데, 어떤 블로거가 이 책에 대해 자세히 소개한 글을 읽었었어요. 생전 처음 만나는 낯선 이에게 이번 한번이외에는 다시는 만나는 일이 없을 거라는 가정하에 (곧 죽을 테니까) 우리는 의외로 털어놓고 싶은 말이 많지 않을까, 란 그 가정이 흥미로웠어요.

기분은 확실히 업 되겠군요! 마음이 어지러울땐 킨셀라를?

다락방 2009-12-10 13:06   좋아요 0 | URL
브론테님이 원하시면 제가 다 읽고 보내드릴 마음이 있어요! 어때요?

... 2009-12-10 14:24   좋아요 0 | URL
사실은 그 블로거 글 읽고 원서를 사뒀어요 (지금 어디에 박혀 있는지는 아무도 몰라요... 저도 몰라요...)

그 블로거가 Candace Bushnell도 추천하던데... 아마도 칙릿에 주력하는 블로거였던듯...추천에 낚여 Lolly Winston의 Good Grief 도 샀어요. 음, 이건 조금은 더 현실적이에요. 남편을 잃은 여자주인공이, 재키 케네디 류의 우아한 과부가 되고 싶었는데, 바램과는 달리 엉망진창인 과부가 되는 설정? 교보 가판대에서 7740원에 세일하길래 덥썩 짚어들었어요...ㅎㅎㅎ

... 2009-12-10 13:27   좋아요 0 | URL
참, 좋은 답글 고마워요, 다락방님.
생각해보니 마음이 어지러울때 다락방님의 페이퍼를 읽어보는 것도 괜챦을 듯? ^^*

다락방 2009-12-10 13:33   좋아요 0 | URL
엉망진창 과부가 되는 설정이라니! 오옷, 재미있을 것 같네요. ㅎㅎ

브론테님이야 책을 엄청나게 읽으시니 제가 따로 더 추천해드릴 책은 없지만, 혹시라도 울적하고 마음이 어지럽고 그렇다면 또 어떤 책이 좋을지 제가 책을 읽으면서 언제나 염두에 두겠어요. 불끈!

2009-12-10 15: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2-10 23: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2-11 10: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9-12-10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 님, 다락방 님! 그냥 이렇게 한 번 불러보고 싶었어요. 제가 요즘 종종 자주 이렇게 실없어 진답니다.

다락방 2009-12-10 23:54   좋아요 0 | URL
저는 말이죠, Jude님.
Jude님이 다락방님, 하고 불러주시면 참 좋아요. 아주 많이 좋아요.
그래서 이제는 에드워드를 봐도 새벽 세시를 봐도 떠오르던 Jude님이 늑대인간을 봐도 떠올라요.
:)

무스탕 2009-12-10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읽고 '저런 대사는 지금 신랑한테 날리면 다 헛거자나 ㅠ.ㅠ' 하고 있는 전 뭡니까... -_-

2009-12-10 17: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09-12-10 23:54   좋아요 0 | URL
ㅎㅎ
헛거라고 해도 날릴만한 대상이 있다니 오!! 뭔가 멋지잖아요, 무스탕님!! ㅎㅎ

지나가다 2009-12-10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지나가다, 라는 아이디라서 놀라셨죠?
하지만 지나가다,가 아닌 건 아시죠?
저도 그 부분에서 많이 뿜었습니다. 아마 다락방 님이 그 부분에서 뿜을 것 같았습니다. :-)
즐겁게 웃으셨다니 기쁩니다.

다락방 2009-12-10 23:51   좋아요 0 | URL
저 오늘 회사에서 일 끝내고 끝까지 다 읽었어요. 아 끝에 살짝 찡-한 부분 있었어요. ㅎㅎ
저도 섹시재벌남 만나고 싶어지지 않겠어요? ㅎㅎ

섬사이 2009-12-11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정말 웃기네요..
오랜만에 하이틴 로맨스의 한 토막을 읽은 것 같은 느낌도 들고.
(하이틴 로맨스에도 저렇게 재미있는 대목은 없을 듯 한데.. 그쵸?)
"난 아무런 테크닉도 기술도 없다구요~"이 말을 어디다 써먹어 볼까요?
욕실 변기 닦을 때, 써먹어 볼까...
"냄푠, 난 아무런 테크닉도 기술도 없다구요.. 해줘요.. ^^"

다락방 2009-12-11 12:59   좋아요 0 | URL
욕실 변기 닦을 때! 아주 기막힌 아이디어에요, 섬사이님!!
그런데 남편분도 저 위에 남자처럼 같이 "그건 나도 마찬가지인데?" 라고 하면 어쩌죠? 흐흐

전호인 2009-12-11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은 에피소드가 벌어질 듯한 책이네요.
유머러스함 그 유혹 떨치기 쉽지 않습니다. ㅎㅎ

다락방 2009-12-11 17:07   좋아요 0 | URL
재미있게 팔랑팔랑 잘도 넘어가는 책이랍니다. :)

2009-12-12 15: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2-12 15: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2-12 17: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2-12 18: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2-14 18:5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