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손님과 어머니]로 유명한 '주요섭'의 작품중에 『추물(醜物)』이란게 있다. 이 작품속의 여자주인공은 언청이로 굉장한 추물이라 사람들의 놀림을 받는다. 그런 여자가 하루는 물장사와 관계를 가져 임신을 하게 되는데, 오죽하면 사람들은 저런 추물에게도 남자가 있구나, 하고 또 놀려댄다. 그런 놀림 속에서 여자는 반드시 예쁜 여자아이를 낳아 보란듯이 살아보겠다고 결심에 결심을 하는 것이다. 아! 그런데 운명이란 얼마나 잔인한가. 그녀는 바라던대로 딸을 낳았지만, 그 딸 역시 언청이었던 것이다. 이에 사람들은 '추물이 추물을 낳았구나!'라고 또 놀려댄다. 그녀는 자신의 아이를 바라보며 '저것이 자라나면 또 그러한 쓰라린 인생을 보내겠지.' 란 생각으로 그 아이를 죽일 생각도 했다가 그래도 크면 좀 인물이 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중학생때 이 작품을 읽다가, 이 작품이 전해주는 슬픔과 아픔과 잔인함과 비뚤어진 유머에 꽤 놀랐던 기억이 있다. 나는 그래서 그 당시에 이 작품을 두번이나 읽었고, 친구들에게도 만나기만 하면 혹시 이런 작품을 아느냐며 줄거리 얘기하기에 바빴다. 정말 인상깊은 작품이었다. 그런데, 내가 요즘 읽은 창비세계문학의 단편집 스페인,라틴아메리카편의 『날 죽이지 말라고 말해줘!』를 읽다보니, 이 주요섭의 [추물]이 생각나는 작품들이 몇개 있더라. 아프고 무섭고 슬프고 쓸쓸하고 잔인한 소설들.  



 

  

 

 

 

 

 

-'이그나시오 알데꼬아'의 『영 산체스』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방은 지하실의 겨드랑이처럼 찝찔하고 시큼하고 달착지근한 냄새를 풍겼다.(p.34)

 그러더니 다시 이런 구절이 나와서 본격적으로 슬프게 한다. 

빠꼬는 누이동생이 억세게도 운이 나쁜 여자라고 생각했다. 그녀에게 예쁜 구석이라곤 오직 목소리뿐이었다. 이따금 그녀를 바라보고 있으면 슬퍼졌다. 못생긴, 아니 어쩌면 지독히도 못생긴 얼굴에 촌스러운 몸뚱이. 뱃살은 불룩하게 부풀어올랐고 엉덩이는 펑퍼짐하다 못해 거의 네모에 가까웠다..... 자기가 못생겼다는 것을 의식하는, 못생긴 여자. 자신의 추한 외모에 굴욕당한 여자. 자신의 추한 외모 때문에 절망한 여자. 그는 가난한 여자에게 예쁘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생각했다. 좋은 직업은 물론 심지어 성공적인 결혼에 이르기까지 여자의 삶을 향상시킬 모든 가능성은 미모에 달려 있었다. 못생기고 가난한 여자는 가난하고 힘없는 남자에 비견되었다.(p.47) 


친구의 아들은 이제 막 다섯살이 되었는데, 그 아이가 나를 보고 예쁘다고 했다. 다른 친구들과 함께 있었는데 나만 예쁘다고 했다. 내가 놀랐던 건, 나는 예쁘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성인 남자들에게는 예쁘다는 말을 듣는 여자사람이 전혀 아닌데, 다섯살짜리 어린 남자아이가 나에게 예쁘다고 했다. 나는, 그러니까, 어린 아이에게 먹히는 얼굴인건가! (물론 그마저도 장담할 수 없다. 다른 어린아이들은 안그랬다. -.-) 

그래서 나는 이런 구절, 못생긴 여자들에 대해 설명하는 구절에 대해서는 한없이 슬퍼진다. 마치 내 얘기를 하는 것 같아서.

 

-'오라시오 끼로가'의 『목 잘린 암탉 』 

사실은 이 작품에서 가장 많이 추물을 생각했다. 이 작품속에서 '마치니 페라스 부부'의 첫째 아들은 태어난지 20개월이 된 어느날 밤, 끔찍한 경기를 하고 나더니 바보가 되었다. 둘째 아이는 18개월째에 첫째아이와 똑같은 경기를 앓고 바보천치가 되었다. 그리고 다음에 태어난 그들의 쌍둥이 아들들은 차츰차츰 두 형의 전철을 되풀이했다. 그들은 지능과 정신, 본능까지도 잃고 만 바보 4형제가 되었다. 집안 분위기는 침울해지고, 부부는 서로를 원망하는 가운데, 이들에게도 새로운 희망이 생기려는지 막내 딸아이가 태어난다. 혹시 오빠들과 같은 증상이 일어날까 부부는 전전긍긍하지만 네살이 될때까지 그 딸아이게는 문제가 나타나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 딸아이는 이 부부에게 마냥 희망을 줄 수 있을까?  

이 소설이야말로 가장 충격적이고 무서운 결말을 가지고 있어서 내내 [추물]이 생각났고 도리스 레싱의 [다섯째 아이]도 생각났다.  

 

이 단편집 속에 실린 단편들이 슬프고 아픈건 단순히 [추물]을 생각나게 하기때문만은 아니다. 내가 창비세계문학에서 가장 먼저 스페인,라틴아메리카 편을 골라집게 된건 제목 때문이었다. "날 죽이지 말라고 말해줘!" 그래서 이 책을 펼쳐서는 사실 이 제목의 단편을 가장 먼저 읽어보았다. 이 제목을 접했을 때 내가 기대했던 건 대체 무엇이었을까? 그게 무엇이었든, 이런 시작이 아니었던 건 분명하다.  

   
  "후스띠노, 날 죽이지 말라고 말해줘! 어서 그들에게 가서 전해줘. 자비를 베풀어달라고. 그렇게 말해줘. 제발 죽이지 말아달라고."(p.213)  
   

  
그러니까 내게 가장 관심을 받았던 이 제목에는 어떤 깊은 은유나 비유가 들어있을 거라고 생각했지 이렇게 처음부터 대놓고 직접적으로 '날 죽이지 말라고 말해줘!'라고 할 줄은 몰랐다는 말이다. 자, 그렇다면 이 소설에서 이렇게 외친 이 남자는 결국 죽었을까? 
 
 
이 단편집 속에서 내가  좋아했던 건 '후안 호세 아레올라'의 『전철수』다. 이 책의 각 단편마다 시작하기 전 작품해설이 쓰여져 있는데, 이걸 읽고 나면, 얼마전 Jude님이 리뷰에 쓰셨던것처럼 스포일러를 만날수도 있고, 또 해설이 의도한대로 읽게 된다. 그래서 나는 몇편쯤 해설을 먼저 읽었다가는 안되겠구나 싶어서 작품을 다 읽고 해설을 읽는다. 그렇게 읽으면 해설은 때때로 내가 놓친걸 얘기해준다. 그래서 내용 자체만으로도 좋았지만(사실 내용은 유머로 받아들이면서도 힘들고 한숨이 나온다), 해설을 읽으면 끄덕끄덕 하게된다.  


작품에서 서술된 상황은 관행적인 질서와 존재에 대한 일체의 논리적,현실적 개념에서 벗어나 과장되고 그로테스크하고 터무니없는 세계로 들어간다.(중략) 우선 여기에서 비유와 전형은 부조리와 한계를 지닌 보편적 인간조건과 현실을 가리키며, 기차여행은 인생여정에 상응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겉만 그럴싸한 현실의 환상에 사로잡힌 터무니없는 기획의 집행자, 전횡적 권력에 의해 우연과 기만에 내던져진 여행자라는 멕시코인의 존재방식의 표명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p.224)

  
 
가장 마음에 드는 단편을 꼽아보라면 '아우구스또 몬떼로소'(아유, 이름이 왜이렇게 어려운거야 ㅜㅡ)의 『일식』과 '루이사 발렌수엘라'의 『검열관』인데,   


『일식』은 단 한장짜리 단편으로 상대가 나보다 열등하다는 생각을 당연하게 하고있다가 결국 죽음을 면치 못하는 신부가 나온다. 신부는 원주민 마야족을 대하며 그들을 무시하고 경멸감을 가지고 있다가 결국은 '격렬하게 피를 뿜게'되는데, 이 한장이 던지는 메세지가 의미심장하다. 이 작품이 던지는 메세지는 내가 퍽 좋아하는 바다. 그렇다면, 
 
『검열관』은 어떤가! 
 
이 단편집중 내가 최고로 삼는 작품이 바로 이 작품인데, 일전에 나는 '윌리엄 골딩'의 『파리 대왕』을 읽으면서, 무인도에 떨어진 아이들이 시간이 흐르면서 어떻게 달라지는 가를 보고, 인간이 서로 다투고, 자신이 상대의 위에 서려고 하는 모든 것들이 결국은 본능인건가 싶어졌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이 검열관은 그 『파리대왕』을 생각나게 하면서 사실은 아주 많은 부분을 영화『타인의 삶』을 생각나게 한다. '후안'은 자신이 보낸 편지가 검열되는건 아닐까 내내 고민하다가 아예 자신이 검열관이 되어 그 편지가 검열되어 보내지지 않는걸 막고자 한다. 처음에는 검열관으로서의 일이 자신의 편지를 보내기 위함이니 안심하다가, 그는 점점 더 그 일에 빠져들게 되고,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빨리 승진을 하게 된다. 그러다 점차 업무에 심취하게 된 나머지 그를 검열국까지 오게 한 숭고한 임무를 망각하기까지 한다. 이제 그에게 닥쳐올 사건은 무엇일까. 
 
자, 이 작품의 해설을 보면,  
 

작가의 정치의식이 잘 드러나 있는 『검열관』에서는 아이러니를 통해 모든 대상을 통제하고 조작하는 권력의 본질을 파헤친다. 권력은 그 희생자들뿐만 아니라 그것을 집행하는 사람들조차 삼켜버린다. 강박적으로 업무에 매달리던 검열관의 터무니없고 불합리한 최후는 정부의 억압적인 통치방식에 대한 통렬한 풍자다.(p.252)

 

이런 작품을 읽게 되다니, 참 고맙고 좋기는 한데, 사실 이런 작품을 쓸 수 밖에 없게 만들었던 사회적 배경이 씁쓸하다. 왜 권력과 정부는 작가들로 하여금 이런 글을 쓰게 만드는걸까.  이런 글을 쓰면서도 아프지 않았을까.  

 

스페인,라틴아메리카 편을 끝내고 어느 나라를 시작할까 하다가, 갑자기 또 피츠제럴드에 대한 사랑이 몽글몽글 피어오른다. 미국을 선택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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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de 2010-01-26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뜬금없는 댓글이지만

다락방님. 저 그 고흐의 아몬드꽃 표지. 그책 오늘 받고야 말았어요. 헉.
다락방님께 경의를;;

다락방 2010-01-26 15:05   좋아요 0 | URL
Jade님. 저는 무쇠팔 무쇠다리. 얼마전엔 율리시스를 집으로 옮기는데 성공했답니다. 토나오는 줄 알았어요. 그러니 저를 우러러보아 주십시오. 움화화핫

... 2010-01-26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스페인/라틴아메리카 편을 가장 먼저 꺼내들었는데요, 할 일이 산더미라 심적부담감땜에 차마 책장을 펼치지 못하겠어요, 엉엉.

"날 죽이지 말라고 말해줘!" 이 작품을 검색해보니 (스페인어는 모르니까, 영어로...) "Tell them not to kill me"더라구요. 어찌나 실망스럽던지요.. tell them not to kill me 가 뭐야,? 뭐야? 뭐냐구!!! 우리 말로는 절규를 하고 있쟎아, 날 죽이지 말라고 말해줘! 라고!!!

미국편은 제가 이미 읽은 게 많아서 가장 나중으로 밀리겠지만, 정말 좋은 작품들이 많다고만 스포일러성 귀뜸~~

다락방 2010-01-26 15:09   좋아요 0 | URL
미국을 먼저 읽을까 폴란드를 먼저 읽을까 이러는데 갑자기 피츠제럴드가 미국속에 포함되어 있는게 아니겠어요? 더 생각할 필요도 없었어요. 아 피츠제럴드 사랑해요. 원래 피츠제럴드가 완전 최고사랑이었는데 작년부터 갑자기 로맹 가리 까지 더해져서 아, 저는 정말이지 누굴 더 사랑해야할지 모르겠어요. 흑.

흐음, 그러게요. 영어제목은 우리나라 제목처럼 절규가 느껴지질 않네요. 우리말로 옮기니까 정말 완전 울트라캡숑멋진 뉘앙스의 문장이 되지 않나요? 일전에 브론테님 포스팅에서도 우리가 이야기 나눈바지만, 정말이지 완전 멋진 제목이에요. 날 죽이지 말라고 말해줘!!

레와 2010-01-26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길게 썼지만, 할 얘기가 더 있는거 같은데, 남은거 같아요.ㅋ


눈 앞에서 글자들이 춤을 추는군요~ 어지러워..@_@

다락방 2010-01-26 15:10   좋아요 0 | URL
사실 이렇게 길게 썼지만 제가 정말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건지 잘 모르겠어요. 이거 읽다가는 이 생각나고, 저거 읽다가는 저 생각 나고...
어떤 얘기는 미처 못다한것 같기도 하고. 맞아요, 정말 그래요. 흐음....

머큐리 2010-01-26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긴글을 읽기를 굉장히 힘들어 하는데 말입니다... 다락방님 글은 무척이나 술술 잘 읽힌다 이 말이죠...그니까 드뎌 글쓰기 관련 책들을 읽고 단련하신 내공이 드러나는 겁니까?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건가요?) 더불어 또 책 하나 보관함에 넣었다구욧!!

다락방 2010-01-26 15:12   좋아요 0 | URL
아, 그러니까 제가 말이죠, 요즘 빈곤모드인지라 아직 글쓰기 관련 책을 한권도 못산게 아니겠습니까!! 게다가 읽을 책은 산더미같고 말이죠. 그래서 글쓰기 관련 책은 몇개월 지나서..... ( '')

잘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머큐리님.
:)

머큐리 2010-01-26 15:24   좋아요 0 | URL
흠...굳이 글쓰기책은 안사셔도 될 듯 합니다. 쿨럭...

다락방 2010-01-26 15:25   좋아요 0 | URL
아닙니다. 꼭 살겁니다! 꼭 읽어볼겁니다!! 불끈!!

비로그인 2010-01-26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젊은 여자의 미모는 남자의 재력에 비견할 만한 재산이라는 글을 보았어요. 18세부터 20세까지는 여자로, 그것도 아주 아름다운 여자로 살고 싶다는 어느 미청년 작가의 글도 보았고. 아름다움은 하나의 재산인 것 같아요.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무서운 것은, 예쁜 여자가 자신이 예쁘다는 것을 깨닫는 그 순간이지요. 그 순간 미모는 무기가 되거든요.

다락방 2010-01-26 15:14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말이죠, 제가 너무 심하고 잔인하게 휘두를까 걱정되서 신은 제게 그 '미모'라는 것을 주지 않기로 하신 것 같단 말입니다. 제가 의외로 착하고(응?) 여려서(응?) 무기를 마구 휘두르지 않을 수 있는데, 그러니까 제게 '미모'라는 무기쯤은 주셔도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텐데 말입니다.
저는 예뻐도 겸손할 자신이 있으니 정말 예뻐도 되는데 말입니다!! (어쩐지 화를내고 있다.)

비로그인 2010-01-26 17:02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예뻐요!

다락방 2010-01-26 17:04   좋아요 0 | URL
Jude님! 저 왜 이 댓글이 무섭죠? ㅎㅎ
제가 받아본 댓글 중 가장 무서운 댓글이에요. ㅎㅎ

다락방 2010-01-26 17:10   좋아요 0 | URL
다시 또 쌍커풀 수술에 대한 욕망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보조개도 좀 팔까...하는 생각도 들고..( '')

비로그인 2010-01-27 10:48   좋아요 0 | URL
제 주위 성형인께서 눈, 코, 다 고친 다음 '여자는 피부다!'를 외치더이다. 우리 일단 피부부터 어떻게 좀 해보자구요. 술, 담배 다 끊고 염소 엑기스를 마시며.......

무해한모리군 2010-01-26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운 것들이 성격마저 좋을 수 밖에 없는 환경을 생각하니 목이 메이는군요.. 쩝쩝쩝..

다락방 2010-01-26 16:33   좋아요 0 | URL
미는 부의 원천이면서 동시에 지식의 원천이고..

저의 아버지께서는 늘 예쁜 여자가 팔자가 세다고 하시면서, 그래서 니 팔자 세지는걸 볼 수가 없어서 이렇게 낳아논거다, 하시더군요. 팔자는 살아봐야 알지. orz

아시마 2010-01-26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요섭의 <추물>은 저도 아주 생생하게 기억나는 작품이예요. 음식을 먹는데 토끼처럼 흐물흐물(오물오물?) 먹는다는 이웃 할아버지의 말을 칭찬으로 받아들이는 여주인공. 이번에 중국편을 읽고도 그랬지만, 국가색, 민족색보다 근대라는 시대성이 앞서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한국의 근대 태동기의 작품과 닮은 구석이 많아서 놀랐었어요.

근데 다락방님도 제가 읽은 것과는 전혀 다른 작품을 읽었으면서도 한국 근대기의 작품과 연관지어 연상을 하셨다니^^
그러나 저러나 개인적인 사유로, 정말 책 안사야지 결심한 직후에 이 페이퍼를 읽고나니 다락방님이 무척 미워집니다. ㅠ.ㅠ 창비 문학전집 나머지 8권을 지르게 된다면, 그건 전적으로, 전적으로! 다락방님 탓이니 그리 아세요.

ps. 재벌남은 언제 만나실 건가요오오? 제 기도빨이 약한가요? ㅠ.ㅠ

다락방 2010-01-27 08:43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저도 어제 아시마님의 창비문학전집 중국편에 대한 리뷰를 읽었답니다. 그러면서 많은 부분 공감했던게, 새로운 작가보다는 기존에 좋아하던 작가의 작품을 선택하게 된다, 는 거였어요. 저 역시 그렇거든요. 아시마님은 중국 작가는 잘 모르신다고 하면서도 위화와 쑤퉁을 다 읽으셨잖아요. 저는 창비전집중에서 중국을 가장 나중에 읽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어쩐지 만나기 무서운거 있죠.

그나저나 아시마님, [추물]을 아시는군요! 전 이작품 얘기할때 상대도 알았던 적이 한번도, 단 한번도 없어요. 어찌나 안타깝던지요. 이 미치도록 아프고 슬픈 작품을 대체 왜 읽지 않은거야, 하고 절규라도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아시마님이 읽으셨다니. 아, 정말 반가워요. 감동의 눈물이 ㅠㅠ 문득 생각나는건데요 아시마님. [추물]얘기 하다보니깐 말예요, 혹시 '밀란 쿤데라'의 [농담] 읽으셨나요? 전 생뚱맞게도 [추물]과 [농담]도 어느면에서 닮아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농담]은 제가 완전 사랑하는 작품이에요.


에 그리고 마지막으로,
대체 기도를 하시긴 한건가요? 네? 그렇다면 저는 도대체 왜 아직도 여전히 못생기고 가난한채로 지내고 있는건가요? 네? 대답 좀 해보세요!!!

순오기 2010-01-27 0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페이퍼는 항상 지름신을 동반하지요.^^
추물과 라틴문학~~ 다락방님 페이퍼 제목도 기막히게 멋지네요.

다락방 2010-01-27 08:44   좋아요 0 | URL
제가 어찌 감히 저런 제목을 상상이나 했겠어요. 책에서 인용한거지요. 문장이 아주 멋져서 말이죠. 헤헷 :)

기억의집 2010-01-27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추물 끔찍하게 읽었던 거 기억나요.
아, 다락방님이 저 기억의 저편 속에 숨겨져 있던 기억을 끄집어내주네요.
그 때 추물을 읽고 주변 사람들의 놀림에 더 분노했지요.
근데 생가해보면 어린 나이에 뭘 알겠어요. 지금 다락방님의 글로 새롭게 읽으니
더 비극적이란 생각을 지울 수 없네요.
왜 저렇게 태어났을까하는. 그래서 저는 신데렐라 이야기를 좋아하는 거 같아요^^

흐흐, 저도 더 키가 컸으면 좋겠고
더 이뻤으면 좋겠고
더 몸매가 잘 빠졌으면 좋겠고
더 부자였으면 좋겠어요^^

다락방 2010-01-27 09:33   좋아요 0 | URL
당시에는 꽤 허무했었던 기억이 나요. 유머로도 읽히고 말이죠. 그런데 지금은 어른이 되서인지 아주 슬프고 무서워요, 그 현실이. 게다가 그 소설이 더 아픈이유는 말이죠, 물장사와의 관계가 그저 단지 관계였을 뿐 애인 사이라거나 부부사이가 아니잖아요. 그래서 그 여자는 그날의 기억만으로 평생을 살아야 하고 혼자 외로워야 하고 혼자 그 아이를 키워야 하고..그런걸 생각하면 정말 가슴이 막히는거에요. 현실이 이렇게 잔인하다니, 못생기고 돈 없는 여자에게 더 잔인한 이 현실이라니!! 하면서 말이죠.

기억의집님도 읽으셨다니, 반가워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음, 그런데 저는 이렇게 아픈 소설들을 읽으면서 생각하는 걸 즐기는 것 같아요. 제게는 신데렐라의 유리구두도 없고 또 유리구두가 있어서 벗겨져 있다고 해도 그 구두의 주인을 찾고 싶어할만한 왕자가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어요.


저는 말이죠, 모두의 심장을 녹이지 않아도 되니까,
특정한 사람의 심장을 녹일 수 있는 그런 아주 미친듯이 근사한 미소를 갖고 싶어요. 아니면 한번 보면 결코 잊을 수 없는 맑은 눈동자라든가. 제 눈은 언제나 알콜에 취해 흐리멍텅...orz

비로그인 2010-01-27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연한 이야기지만, 각국의 단편들이 그 나라의 역사와 너무 맞닿아 있어서 슬펐어요. 잘 사는 나라의 풍요로운 파티, 한동안 나라를 잃었던 이들의 넝마주이. 이런 것들 앞에서 전 늘 마음이 아픕니다.

다락방 2010-01-27 13:19   좋아요 0 | URL
저는 말이죠 Jude님,
제가 작가라면(아니니까 하는 말입니다) 제가 살고 있는 이 나라의 역사와 맞닿은 이야기를 쓸 수 없을 것 같아요. 저는 좀 떨어져서 전혀 다른 얘기를 할 것 만 같아요. 그래서 그 작가들이 대단하다고 생각되어져요. 저는 좀 이기적이라면 그래서 복잡한 일 따위는 나몰라라 하고 싶다면 그들은 그렇질 않으니까요. 그 속으로 뛰어들어 뭔가 부딪쳐보고자 하니까요. 아마 제가 영화 [타인의 삶]을 보고 그렇게 좋아하는건, '밀란 쿤데라'의 [농담]을 그다지도 좋아하는건, 그들이 제가 도저히 할 수 없을거라 생각되어지는걸 너무나 잘 표현했기 때문일거에요.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죠!
 

- 이 책을 HGW XX/7 에게 바칩니다 

 

나는 언제나 이런 한 문장을 꿈 꾸었다. 간단한 문장, 여러사람이 등장하지 않고 단 한명만이 등장하는 그런 헌사. 책이든 앨범이든 그리고 영화든, 그것들에 헌사가 포함되어 있을때 감사해야 할 사람이 수십명이라면 그 헌사의 가치는 그 사람수대로 나눠지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그것들은 내게 그다지 감동을 주지 않는다. 그러나 단 한명, 단 한명만을 단 한줄로 표현한다면, 세상에 그보다 완벽한 헌사는 없는 것 같았다. 

그 모든 헌사를 나는 2007년, 영화 『타인의 삶』에서 보았다.  

묵묵히 일을 하던 비즐러가 서점에서 누군가의 신간을 발견하고 들어간다. 그 책을 찾아내고 책장을 연다. 오, 그런데 뜻밖에도, 맨 앞장에 비즐러 자신에 대한 헌사가 나온다. 

- 이 책을 HGW XX/7 에게 바칩니다   

이 단 한줄의 헌사에는 모든것들이 담겨져 있다. 책을 쓴 사람과 책장을 연 사람, 그 둘은, 서로가 서로의 눈을 보며 그간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단 한번도 말한적이 없지만, 이 문장만으로 그들은 서로의 사정을 알고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당신이 나를 위해 애써줬다는 것을 알고있다'는 것을 다 읽어낼 수 있다. 그 문장을 발견한 비즐러에겐 그 순간 어떤 감정들이 찾아왔을까. 수십수백가지의 생각, 수십수백가지의 감정. 그 모든것들이 그에게 찾아왔을것이고, 그리고 또 그 순간, 아 이제 됐다, 의 안도감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받고 싶은 것, 혹은 내가 쓰고 싶은것도 이런것이다. 단 한줄로 써버렸지만 모든것들이 담긴 것. 그래서 헌사를 바치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가 그 한줄만 읽고도 모든 행복과 모든 슬픔 또 모든 위로와 모든 격려를 알아챌 수 있는 그런 것. 

 

그런 헌사를 나는 오늘 아주 오랜만에, 정말 오랜만에 만났다. 

 

내게 목소리와 만년필을 돌려준 내 친구 다니엘에게.
그리고 우리 둘에게 목숨을 돌려준 베아트리스에게.
   

이 헌사에 그 모든 것이 담겨있다는 걸 다니엘은 알고 있다. 파리의 소인이 찍힌 소포지만, 생소한 이름이지만, 그저 가볍게 몇장을 넘겨보려 했지만, 누가 어떤 말을 하는지 알 수 있었던 문장이었으니까.

그날 옛 알다야 저택을 돌아보고 서점으로 돌아오니 파리의 소인이 찍힌 소포가 도착해 있었다. 거기에는 보리스 소렌이라는 사람이 쓴 『바다 안개의 천사』라는 책이 들어 있었다. 새책들이 언제나 가지고 있는 그 신비한 향기를 맡으면서 가볍게 몇 장을 넘겨보다가 내 눈을 사로잡는 첫 문장을 읽기 위해 시선을 고정시켰다. 나는 즉시 누가 그 책을 썼는지를 알게 되었다. 그래서 첫 페이지로 돌아가 내가 어렸을 때 그토록 사모하던 그 만년필의 파란색 선으로 씌어진 다음과 같은 헌사(獻辭)를 발견했다. (2권 p.390) 

 

 

 

  

 

2권의 1/3쯤까지 읽었을 때만 해도, 이 책은 재미는 있지만 왜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칭송하는지 잘 알 수가 없었다. 그러면서 어쩌면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다른 이야기 혹은 다른 사연이 숨겨져 있을거라고 막연한 기대도 했다. 그리고 읽어가면서 나는 아, 역시! 하고 갑자기 이 책을 읽는데 속도를 붙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나는 2권을 읽다가 한번, 눈물이 고였고 계속 읽다가 다시 한번, 이번엔 눈물을 닦았다. 

 

사무실 책상 위에는 수첩과 펜들 그리고 물이 들어있는 머그컵, 일을 하기 위한 각종 서류들이 쌓여있어 지저분하다. 업무용 다이어리는 구겨진 채 펼쳐져 있고 오전에 받은 우편물은 뜯지도 않았다. 펜을 서랍에 넣는 대신, 물을 마시는 대신, 서류를 정리하는 대신, 우편물을 뜯어 보는 대신, 나는 바람의 그림자를 읽었고 눈물을 닦았다. 그리고 정말이지 멋진 헌사를 보았다고 감동하고 있다. 

지금 끓어오르는 이 모든 감정들을 무시한 채로 퇴근시간까지 남은 세시간을 일에 집중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제길, 이래서 사람은 부자로 태어나야 해. 부자로 태어나서 회사따위 다니지 않고 집에서 책만 읽어야 한다고. 책 읽은 후에 일을 해야 하다니, 비극이다. 

뭐, 사무실에서 책을 읽지 않고 일을 했으면 이런 일은 없었겠지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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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재고소진] 1월달에 읽을 책
    from 마지막 키스 2010-01-19 15:25 
    벌써 11일째 지나가버리고 있지만, 어쨌든 남은 1월동안 이 책을 읽겠습니다.
  2. 옮긴이의 말
    from 유리동물원 2010-01-19 15:53 
    스페인어로 된 명작인 [돈키호테]와 [백년 동안의 고독]의 첫문장은 모두 '기억하다'라는 동사로 시작하고 있다. "나는 아직도 아버지가 '잊혀진 책들의 묘지'로 나를 처음 데리고 갔던 그 새벽을 기억한다"로 시작되는 [바람의 그림자]가 독자들에게 그 '기억'의 고전들처럼 오랫동안 추억되길 기원한다. 그리하여 기억되는 동안에는 계속 살아있는 거라는 누리아의 말처럼 오랫동안 남아있기를.
  3. 어쩌면 전부일지도 모를, 단 한 문장
    from 마지막 키스 2011-06-27 09:12 
    '나보코프'의 『절망』을가방에 넣고 외출해야 겠다고 생각했던 그 당시, 나는 꽤 절망적인 상황이었다.이 책을 챙겨 가면서도 내가 읽지는 못할거라는 생각을 했었다. 어쩌면 나는 많은 시간을 멍하니 보낼거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지하철 안, 자리에 앉아 가방에서 책을 꺼내어 첫장을 넘겼을 때, 나는이런 문장을 보았다.나의 아내에게 바친다흰 여백에 쓰여진 단 한줄의 헌사. 간결한 단 한줄의, 단 한명에 대한 헌사는 언제나 내 마음을 흔든다. 마음이 술렁술
 
 
2010-01-19 15: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머큐리 2010-01-19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의 그 기분을 200% 공감해요..ㅎㅎ 바람의 그림자를 읽고 일을 한다는 건....비극인거죠??

메르헨 2010-01-19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는 말이죠. 유명하다는 책을 좀 기피하는 경향이 있어서요.
근데 다락방님 서재에 오면 꼭...장바구니에 담게 되더이다.^^

비로그인 2010-01-19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 게 파우, 익스익스 지븐'이렇게 읽지요. 전 스캔을 뜨거나 임시문서를 저장할 때 이젠 늘 hgw xx7로 저장합니다. 다른 이들이 그냥 그 이름만 보고 이젠 제 것인줄 알더라구요. 하지만 그 의미는 아무도 모를 듯 해요.

치니 2010-01-19 15:51   좋아요 0 | URL
멋지다, 주드님! ^-^

비로그인 2010-01-20 10:19   좋아요 0 | URL
헤헷 저 영화를 보고는 그러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뮌헨'이 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모범 사례였다면 타인의 삶은 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완벽한 사례였지요.

순오기 2010-01-21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나는 일을 마치고 와서 이 글을 보니까 다행이네요.
집에 오면 알라딘에서 노느라 책을 잘 안 읽어서 아예 출근할 때 한 권 가져가서 읽고 와요.
대개 동화책이라 금세 읽지만 쓰는 일은 또 쉽지 않아요.

이런 헌사를 받는 대단한 책은 꼭 봐줘야 하는데...

마노아 2010-01-19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뜨거운 감상이, 이 책에게 바치는 가장 훌륭한 헌사가 될 거예요!

... 2010-01-19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혹시 옮긴이의 말도 읽으셨나요? 이 책은 옮긴이의 말도 끝내주는데... 제가 알려드리죠.

습관 2010-01-19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이런,

저 '타인의 삶'DVD를 주문했어요.

이건 전혀 계획에 없던 건데...어...


종혁 2010-01-19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 이거 반드시 읽어야 겠다고 다짐하고 나갑니다 :)

기억의집 2010-01-19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제가 지금까지 본 멋진 헌사는 이거 였어요. 그림책중에서 <할아버지의 붉은 뺨>이라고 있는데..거기에서 글작가는 <내 친구 유리처럼 이야기 들려주기를 좋아하는 모든 사람에게> 라고 했고요. 그린이는 <'현실'에 저항하고 판타지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에게> 라고 했지요. 멋지죠! 다락방님이 말하는 단 한사람을 위한 헌사는 아니지만... 전 저게 저한테도 해당되서 너무나 행복한 헌사였어요^^

전 오늘 남극의 쉐프보고 왔어요^^ 친구들이랑 막걸리 한잔 들이키고....^^

마늘빵 2010-01-19 1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영화 또 보고 싶네...

비로그인 2010-01-20 10:20   좋아요 0 | URL
영화가 찍을 수 있는 가장 완벽한 마침표.

Mephistopheles 2010-01-19 2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슬픔도 기쁨도 아닌 정체불명의 눈물이 주룩주룩 흘렀던 영화.

비연 2010-01-19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타인의 취향과 바람의 그림자. 정말 제 마음에 구멍 뻥 뚫고 지나간 작품들이죠.
생각할 때마다. 님의 페이퍼같은 글들을 읽을 때마다 가슴 한구석 저릿저릿한.

무스탕 2010-01-19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이 영화를 보려면 DVD 밖에 방법이 없는건가요..
참 나, 헌사에 홀려 책 보고 싶다고 생각하긴 또 첨이네요 ^^

프레이야 2010-01-19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타인의 삶, 이 영화 정말 최고에요.
나도 그런 짧으면서도 최고의 헌사를 받고 싶어요.
아, 그러고보니 받은 적이 있어요.
눈을 감아도 빛나는 이에게..^^

섬사이 2010-01-20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좋다! 나도 읽고 또 봐야겠다~

레와 2010-01-20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보니 또 보고싶군요..

Kir 2010-01-21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타인의 삶 저녁에 다시 봐야겠네요. 다락방님 페이퍼를 읽고 나니, 또 보고 싶어요.
<이래서 사람은 부자로 태어나야 해. 부자로 태어나서 회사따위 다니지 않고 집에서 책만 읽어야 한다고. 책 읽은 후에 일을 해야 하다니, 비극이다> 이 부분에 고개를 끄덕거리다, 마지막 문장을 읽고 웃어버렸어요. 실례가 될지도 모르지만, 다락방님은 참 귀여우세요^^ 물론, 바람의 그림자를 읽고 일을 해야한다는 건 비극이지만요...
 

 

 

 

 

『포르투갈 내게로 오다』라는 책을 읽다가 문득,

간혹 남자들이 땀 흘리는 모습을 보면 섹시하다든가, 남자들의 땀냄새를 맡으면 성적 충동을 느낀다든가 하는 여자들이 있는데, 난 아니다. 난 전혀 그렇지 않다. 난 땀냄새를 단 한순간도 섹시하다고 느껴본 적이 없다. 땀냄새는 단지 땀냄새일뿐 내겐 전혀 섹시하게 어필하지 않는다. 땀 흘리는 모습도 마찬가지. 가끔 화보상의 멋진 남자들이 땀 흘리는 모습을 근사하게 보여주곤 하지만, 나는 땀 흘리는 남자에 대한 환상 같은건 없다. 땀 흘리는 남자는 내 로망이 아니다. 전혀. 

나는 역시 땀냄새 보다는 향수 냄새가 좋다. 나는 땀냄새보다는 차라리 진한 향수냄새를 선호하는 편이다. 오래전 일인데, 데이트를 하기 위해 약속 시간을 잡는데, 상대방이 내 예상보다 한시간 늦게 약속시간을 잡자고 했다. 퇴근하고 바로 약속장소로 오면 이시간이면 충분할텐데 왜그럴까, 싶었지만 여튼 알았다고 했다. 그리고 시간이 되어 나가보니 그는 퇴근한 후에 집에가서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향수를 뿌리고 나와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쿠, 좋아라.  

모름지기 남자란, 그 정도의 준비를 하고 여자를 만나야 하는 법.  

그건그렇고, 

향수냄새가 아니라면 아릿하고 달콤한 비누 냄새도 괜찮다.   

포르투갈하면 지금도 코끝에 와 닿는 세 가지 내음이 있다. 그 중 첫째가 거리에 솔솔 피어나는 빨래 향기이다. 골목을 걷다 보면 어느 곳이건 창가에 빨래를 널어서 말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창가에 걸린 덜 마른 빨래가 바람에 솔솔 흔들리면 청결한 세제 냄새가 바람을 타고 골목에 퍼진다. 세월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소박한 거리를 걷다보면 코 끝에 향긋함이 전해진다. (중략) 

이 비슷한 내음이 포르투갈 남자들에게서 풍긴다. 리스본 거리에서, 혹은 포루투 해변에서, 시골마을 가게에서 만났던 할아버지와 아저씨들에게서 뜻밖에도 아릿하고 달콤한 비누 냄새가 났다. 향수와는 다른, 청결함이 느껴지는 내음이다.(pp.47-48)

아릿하고 달콤한 비누 냄새, 향수와는 다른 청결함이 느껴지는 내음. 캬~ 좋다.  

나는 말을 함부로 하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말을 함부로 하기 때문에 상대로 하여금 나는 하찮은 인간인가, 하는 의심을 품게 하는 사람을 결코 좋아할 수가 없다. 나는 예의를 갖춘 사람이 좋다. 예의 바른 행동, 예의 바른 말은 상대로 하여금 내가 퍽 괜찮은 사람이구나, 하는 느낌을 준다. 냄새도 그렇다. 좋은 냄새가 나면 그만큼 상대에게 예의를 갖추는 것 같다. 나는 당신에게 좋은 향기를 맡게 하고 싶어요. 내게서 좋은 향이 났으면 좋겠어요. 

사실, 그렇게 깊은 의미를 두진 않는다 해도 비누 냄새는, 비누 냄새, 그 자체로 로망이다. 왜 '강신재'의 『젊은 느티나무』에서는  

   
 

그에게선 언제나 비누냄새가 난다 

 
   

는 문장으로 그 설레이는 소설이 시작되지 않는가! 아, 그 소설을 읽는 내내 그 두근거림이란!! 뭐,『젊은 느티나무』에서 나를 왈랑(마노아님 단골표현)거리게 했던건 단지 비누 냄새 뿐만이 아니었다. 

   
 

오빠, 그는 내게 무리와 부조리의 상징이었다. 

 
   

무리와 부조리의 상징! 아, 나는 정말이지 이 말이 너무 좋아서 한동안 메신저 대화명에 '무리와 부조리의 상징'이라고 써놓고 헬렐레 거렸다.  

   
 

우리에게 방법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야. 미국엘 가든지.. 

 
   

아! 끝까지 사람 설레이게 하는 저 오빠의 말. 아 물론 책을 보고 쓴게 아니라 그저 생각나는 대로 인용한거라 문장은 조금씩 틀릴 수 있다. 어쨌든 다시 『포르투갈 내게로 오다 』로 돌아가 보면 이런 문장이 나온다. 

키 작은 녹색 문과 빨래의 색감이 너무 예뻐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빨래를 걷으러 나온 집 주인, 마리아를 만났다. 그녀는 고향인 스페인에서 이곳으로 건너와 일하고 있으며, 예전에는 북부도시인 브라가에서 일했단다. 그녀의 남편인 레오 역시 이곳에서 같이 일하고 있다고.(p.130)

우오우오우오우어우ㅇ\잉9해쟈게ㅛ에재ㅛㅐ%%%% 좋겠다. 남편이 '레오'라니! 레오라니!! 마리아는 전생에 지구를 구한걸까? 어떻게 레오를 남편으로 맞을 수 있을까? 나는 다시 태어나면 지구를 구하겠다. 반드시 구하겠다! 

나는 몇해전 뉴욕에서 영화 『폴링 인 러브』에서 로버트 드니로와 매릴 스트립이 마주쳤던 서점 RIZZOLI BOOKSTORE에 들렀던 적이 있다. 



(사진은 서점 홈페이지에서 가져옴) 

그런데 이 책을 보니 포르투갈의 Lello(렐루) 서점도 한번 꼭 가보고 싶어졌다. 





이 책은 여행기인만큼 당연히 사진도 엄청 많은데 음식들에 대한 설명뿐 아니라 음식에 대한 사진까지 첨부한건 윽, 돌아버리겠더라. 특히 내가 이것만큼은 먹어보고 싶은걸, 했던건 '프란세시냐'.  

가장 기본적인 프란세시냐는 식빵 두 쪽 사이에 소시지, 햄, 스테이크등을 끼워 넣고 그 위에 피자치즈를 씌우고 소스를 끼얹어 구운 것이다. 그 위에 달걀 프라이까지 얹어 주기도 한다. 온갖 재료들이 치즈를 씌운 식빵 사이에서 맛깔진 소스와 함께 촉촉히 녹아내리는 맛의 풍부함이 일품이다.(pp.219-220) 

 
 

(책 속의 사진과는 약간 다르다. 책 속의 사진이 좀 더 근사한데...이 사진은 검색해서 찾은사진.) 

 

책을 읽다가 남자를 생각했고, 남자의 향기를 생각했고, 서점을 생각했고, 칼로리 대박인 맛있는 음식을 생각했다. 그러므로 이 페이퍼는  

결혼 예정인 오즈마님께 바친다. 오즈마님 단 한분께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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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날씨가 좋아서 자꾸 니 생각이 나.
    from 마지막 키스 2012-03-02 09:58 
    가장 기본적인 프란세시냐는 식빵 두 쪽 사이에 소시지, 햄, 스테이크등을 끼워 넣고 그 위에 피자치즈를 씌우고 소스를 끼얹어 구운 것이다. 그 위에 달걀 프라이까지 얹어 주기도 한다. 온갖 재료들이 치즈를 씌운 식빵 사이에서 맛깔진 소스와 함께 촉촉히 녹아내리는 맛의 풍부함이 일품이다.(pp.219-220) 며칠전 회사동료 E 양이 사직서를 냈다. 쉬고 싶다고 했다. 몇 년간 직장생활을 하면서 얼마나 지쳤을까. 그녀를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았다. 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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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0-01-16 21:57   좋아요 0 | URL
글을 쓸때는 말이죠, L.SHIN 님. 특히 감정과 생각이 많이 들어가는 문장들이 있잖아요. 물론 앞뒤 문맥으로도 그런 생각들을 강조하게 되긴 하겠지만, 어쨌든 특히 마음이 담긴 문장. 지금 L.SHIN 님이 말씀해주신 문장, [ 모름지기 남자란, 그 정도의 준비를 하고 여자를 만나야 하는 법. ]이 제게 그런 문장이었어요. 그런데 그걸 짚어주시다니! 이럴때 바로 글 쓰는 기쁨이 느껴지는게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로 기쁜데요! 헤헷

리졸리북스토어는 몇층이었는지 기억이 희미하네요. 2층까지 올라갔던건 확실한데 3층도 있었던가..갸웃갸웃. 분위기가 참 좋은 서점이에요. 여기의 교보문고 처럼 넓고 환하고 북적이는게 아니라 정말 조용하고 한적한 서점이었죠. 네, 아늑해서 좋은 곳이었어요. :)

2010-01-16 10: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16 21: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10-01-16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제가 좋아했던 사람이 특정 향수를 늘 뿌렸었는데요. 가까이 가야만 살짝 풍기는 그 향이 참 좋았어요. 헤어진 후에 길을 걷다가 옆에 스쳐지나던 사람에게서 그 향기가 나서 나도 모르게 놀라 돌아보곤 마음이 아팠죠. 지금은 뭐, 지나간 얘기지만. ^^;
방금 오즈마님 결혼 축하댓글 쓰고 왔는데 다락방님 페이퍼에 또한번 뭉클. 다락방님. 사랑합니다! 와락. ;;;

다락방 2010-01-16 21:51   좋아요 0 | URL
맞아요, 문나잇님. 그게 뭔지 너무나 잘 알아요. 그리고 가끔은 그냥 걷는데 무심코 공기중에 그의 향기가 떠돌기도 하잖아요. 그것이 진짜로 나는 것인지 아니면 내 상상이 만들어낸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럴땐 정말 숨이 턱 막히죠.
그리고 가끔 너무 좋은 향기가 나는 남자면 뒤돌아 보게 되요.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되고 말이죠. 향기만으로도 일단 매력적이 될 수 있다니! 정말 근사하지요!

문나잇님, 나 사랑하는건 약도 없다는 말, 혹시 들어봤어요? 흐흣

헤스티아 2010-01-18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이예요 ^^
저는 지난주에 결혼하고 신혼여행에서 돌아왔어요^^ 주말은 친청과 시댁에서 보내고
어제(일요일)밤에 저의 신혼집인 성남에 도착해서 오늘 첫번째 하루가 시작 되었어요~
아침 6시30분에 일어나서 고작 한거라곤.. 빨래 2번을 돌리고(세탁기를 처음 써봐서요. 화장실이 난리가 났어요 ㅎㅎ)
점심먹고 아침은 신랑만 차려주고 ~ ^^ 이거밖에 안했는데 벌써 4시예요. ㅠㅠ
오늘 저녁에는 뭔가 특별한 음식을 차려주려했는데 아무래도,, ㅠㅠ 냉장고에 있는 각종김치들과(어른들이 많이 싸주시더라구요) 계란을 이용한 요리 ㅋㅋ 를 해 먹어야할듯 해요.

저도 제 남자에게서 뭔가 나뭇잎,숲속의 신선함 그런 냄새가 나요 ^^ 저에게서는 어떤 향이 나는지 물어봐야겠어요 ^^
아직은 즐거운 신혼이지만 앞으로도 늘 즐거운 가정을 이룰 수 있게 다락방님이 빌어주세요 ^0^

다락방님 페이퍼 덕분에 저도 이런 긴 덧글을 남기게 되었네요 ^^

다락방 2010-01-18 16:14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며칠전에 헤스티아님 생각을 했었어요. 결혼하셨을텐데, 신혼여생에서 돌아오셨을까, 아님 아직 신혼여행중이실까, 뭐 이런것들 말예요. 신혼여행은 즐거웠나요? 어디어디 갔었어요? 밤에는 로맨틱하게 분위기도 잡고 그랬나요?

신랑되시는 분이 헤스티아님에게선 어떤향이 난다고 말씀하실지 저도 무척 궁금해요. 대답을 듣게 되시면 제게도 살짝 알려주세요. 헤스티아님은 어떤향이 나는 분일까요? 흐흣.

네 언제나 신혼인것처럼 늘 즐거운 가정 이루시라고 제가 빌어드릴게요. 그러니 계속 행복하게 지내세요! 결혼도 축하드려요!! :)

기억의집 2010-01-19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 페이퍼에다 지난 토욜 늦은(?) 새벽에 덧글 달았는데.... 제가 막 댓글저장 하려고 눌렀는데 알라딘에서 점검한다고 뜨더라구요. 그래도 설마 저장을 눌렀는데...라고 생각했는데 그 설마가 사람 잡네요. 덧글이 없어졌어요. 흑흑^^

다락방님의 인기를 실감나는 하는 덧글들...^^

그 때 뭐라도 썼나면요, 전 남편의 스킨향기만으로 만족한다고 썼는데... 근데 저 한테는 파하고 마늘 냄새 나요. 언제반찬할 때 사용하는 양념이 손에 배더라구요. 다락방님한테는 무슨 향기가 날까? 이렇게 썼거든요^^

다락방 2010-01-21 11:13   좋아요 0 | URL
제가 말이죠, 기억의집님. 단 하루도 향수를 뿌리지 않은 날이 없거든요. 그런데 이상하게 향수 냄새가 제게서 나질 않아요. 사람들은 제게서 향수 냄새가 나질 않는대요. 일전에 무슨 만화책을 보니까 유독 체취가 강한 사람은 향수 냄새마저 다 흡수해버려 체취만 나게 한다던데, 저는 제 체취가 혹은 제 피부가 모든 향수를 먹어 치우는건 아닐까 늘 그렇게 생각하고 있답니다. 친구들은 향수를 '많이' 뿌려보라고 하던데, 어떻게 많이 뿌리라는건지, 원.

결론은 향수냄새가 나요, 라고 쓰고 싶지만 좋은 향기는 내게서 나질 않아요, 가 되어버렸어요. 흑 ㅜ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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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긋기- 그저 지나치기엔 아쉬워서

오늘 휘모리님의 페이퍼를 읽다가 갑자기 . 

가끔 책들을 읽다 보면 그 안에 누군가 시를 지었다든가, 혹은 누군가의 시를 인용했다든가 하는 부분들이 나온다. 그리고 그 시들이 소설보다 더 가슴을 울릴때도 있다. 

 

내게는 무척 재미없었던 소설 [프랑스 중위의 여자]에서도 시가 나오는데 이 시는 이 소설 한권보다 도 훨씬 좋았다. 

 

 

떨리는 한숨이 가슴을 채우고
두 손이 우연한 만남에 떨리고
두 사람의 맥박과 신경이
감미로운 통증으로 두근거릴 때,
전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마주치던 두 눈이
서로 수줍어하며 눈길을 피하다가
황홀하고 의식적인 합일점을 찾을 때,
이 흥분과 깨달음은
하늘의 천사가 부르는 사랑의 전주곡인가?

아니면, 달빛 아래 숨 쉬는 모든 것들이
그토록 쉽사리 배울 수 있는 속된 가락인가?
-아서 H.클러프, 제목 없는 시(1844)
(p.321)

나는 시 조차도 빨리 읽어버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보다 감상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래서 남들이 좋다고 하는 시집을 읽어도 감흥이 덜하곤 한다. 그런데 가끔 읽고 있는 소설 속에 이런 시 들이 나오면, 내게는 시집 한권보다 더한 느낌을 준다. 아마 그 시가 나오기 전과 후의 내용들을 파악하고 읽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 시 속에 담겨진 감정을 짐작할 수 있을테니. 

계속 이어서, 이 책에는 이런 시도 나온다. 

그대를 볼 때마다
목소리는 나오지 않고,
내 혀는 비틀거리고,
가느다란 불길이 내 팔다리에 스며들고,
내면의 천둥 소리가 내 귀를 멀게 하고,
내면의 어둠이 내 눈을 멀게 한다.(p.325)

자, 나는 X를 좋아한다. 그러나 X는 좀처럼 내 서재에 와주질 않는다. 그러나 X는 Y의 서재에는 종종 간다. 나는 Y도 좋아하지만, 아주 가끔은,  X의 글을 보고 싶고, X의 흔적을 발견하고 싶어서  Y의 서재에를 간다. 소설을 읽으면서 그 안에 인용된 시 들을 보고 짜릿해 하는건, 마치 이와 같지 않은가!  

 

소설 속에 인용된 시 들을 보며 처음으로 아름답다고 느꼈던 것은  A.S. 바이어트의 [소유]이다. 

  

 

여자들은 변한다고들 말합니다. 그렇지요.
그러나 그대는 변화 가운데서도 늘 변하지 않습니다.
샘물에서 나와 마침내 잔잔한 웅덩이에 안기는
떨어지는 폭포수의 수많은 물방울들처럼
그대는 처음부터 끝까지 거듭 새로 태어나고
끊임없이 움직이는 존재이옵니다
그리고 그대는 그 형태를 움직이고 유지케 하는
힘입니다. --그래서 나는 그대를 사랑합니다

-R.H. 애쉬, 『아스크와 엠블라Ⅷ』(하권, p.56)

위의 시를 지은 애쉬는 이 책속의 남자 주인공이다. 그는 이미 결혼한 남자인데, 자신의 아내가 아닌 다른 여자를 사랑하게 된다. 

그렇다면 사랑은
전기 충격과도 같은 흥분이나
대지 내부의 뜨거운 불길이
화산 폭발로 분출되며 발하는
천둥 소리와 같은 굉음,
그 이상이 아닌가요?
우리는 자동 인형인가요
아니면 천사와 같은 존재인가요?

-R. H. 애쉬 (하권, p.78)

그래서일까, 이 책 속에 인용된 시들도 아름답지만, 문장 자체로도 탄성을 자아낼 만한 것들이 수두룩하다. 

   
  사람이 쓴 글씨 가운데 어떤 것은 1년이 지나든 5년이 지나든 혹은 25년이 지나든 계속 어떤 이의 마음을 뒤틀리게 만들기도 한다(상권, p.287)
 
   

 나는 몇년이 흐른 지금도 누군가 내게 건네준 어떤 쪽지의 글씨를 물끄러미 들여다 보곤 한다. 

물론, 이 책속에서 가장 아름다운 문장, 이 책을 가장 아름답게 완성시켜 준 문장은 애쉬가 한 소녀를 만나서 전하는 말이다.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이 책의 내용을 알지 못한다면, 이 책속의 애쉬와 소녀의 관계를 알지 못한다면 제대로 감동할 수 없는 바로 이 문장. 

   
  "네 이모님한테 말 좀 전해 주려무나. 네가 어느 시인을 만났는데, 그 아저씨가 사실은 무정하지만 아름다운 여인을 찾고 있다가 너를 만나게 되었다고 말이다. 그리고 그 여인에게 경의를 표하고, 그녀를 더 이상 괴롭히지 않으며, 이젠 새로운 곳의 숲과 초원을 찾아 떠나는 중이라고 말이다." (하권, P.536)
 
   

아! 나 시 얘기 하고 있었는데 왜 갑자기 소유 예찬론으로..o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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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0-01-11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나 제게 소유는 재미없었어요 ㅎㅎㅎ

다락방 2010-01-11 11:59   좋아요 0 | URL
전 소유 완전 사랑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2010-01-11 13:34   좋아요 0 | URL
그러나 저는 소유를 읽어보지 않았어요.
그러나 저는 프랑스 중위의 여자도 읽어보지 않았어요.

다락방 2010-01-11 13:36   좋아요 0 | URL
브론테님은 어쩐지 [프랑스 중위의 여자]도 읽고 재미있다고 하실 것 같아요! [소유]는 더 말할것도 없고!

레와 2010-01-11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귀들이 하나같이 전부, 내 가슴을 퍽퍽 때리요.

=.=

다락방 2010-01-11 17:07   좋아요 0 | URL
이 페이퍼 적으면서 [소유]를 다시 읽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불끈!

습관 2010-01-11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유"

무척 재밌게 읽었었으며, 책이 어느 책 꽂이에 있는지도 잘 알고 있는데,

내용이 전혀 기억나지 않는 이건 뭐란 말입니까??

ㅎㅎ

다락방 2010-01-11 17:07   좋아요 0 | URL
습관님, 저는 그런책이 한두권이 아닙니다만. ㅋㅋㅋㅋㅋ

비로그인 2010-01-11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유, 무척 고통스럽게 읽었는데 참 좋았어요. 너무 좋으면 전 리뷰를 쓰질 못하는데 소유가 그랬어요. 그 부분들을 정말 예리하게 짚어내셨군요. 심지어 저는 `난 하찮은 일을 하러 가야 해'라고 그 남자의 부인, 발이 말하던 그 대목까지도 좋았어요. 그런 한숨섞인 자조적인 목소리에서 나오는 둘의 관계가 슬퍼서요.


그리고 이 소설을 알게 된 건 순전히 다락방 님 덕분이었지요. 리뷰를 써보라는 권유에도 못쓴 것은, 순전히 `너무 좋아서', 책과 나 사이의 간격이 사라져버려서, 였습니다.


그런데 프랑스 중위의 여자, 재미없던가요? 정말요? 저 정말 미친듯이 감동하며 읽었어요 흐흑

다락방 2010-01-12 08:39   좋아요 0 | URL
프랑스 중위의 여자는 리뷰를 보니 다들 재미있다고들 하던데, 저는 너무나 너무나 지루한 책읽기였어요. 다 읽고 나서 만세를 외칠 지경이었다니깐요. 대체 왜 그런건지...Jude님이 감동하며 읽으셨다니 윽, 제가 뭘 놓친걸까요? ㅠㅠ

[소유]를 다 읽으셨군요! 선물하고서도 혹 고통스런 책읽기가 되면 어쩌나 마음 졸였거든요. [소유]를 몇몇 친구들에게 선물했는데, 사실 다들 잘 읽지를 못하더라구요. 팔랑팔랑 넘어가는 책장은 아니라서 그럴지도요. 읽으셨다니, 좋으셨다니, 다행이에요. 얼쑤~ 히히

비로그인 2010-01-12 08:50   좋아요 0 | URL
그런 책이 있어요. 고통스럽고 즐거운 독서. 아주 술술 넘어가지 않는데, 문장 하나하나가 발목을 잡고 늘어지기 때문이지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도 그랬고 바람의 그림자도 그랬어요. 오로지 고통만 있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나를 뜨겁게 만드는 독서. 그래서 참 고마웠는데, 뒤늦게(정말 늦죠!) 고맙다는 인사를 남깁니다.

다락방 2010-01-12 08:54   좋아요 0 | URL
아~ 이 세상에 읽을 책은 얼마나 많은가요! 아 막 의욕이 불타올라요. 바람의 그림자 어서 읽어야지. 만들어진 신도 어서 읽어야지. 소유는 다시 읽을까? 프랑스 중위의 여자도 다시 한번 읽는게 낫지 않겠어? 아흑, 전 뭘 어째야 할까요.

마노아 2010-01-11 1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행기에 싸들고 갈 책으로 프랑스 중위의 여자를 고르려다가 저번에 재미 없었다고 하신 게 생각나서 제외시켰어요. 안 그래도 긴 시간 동안 화딱지가 나면 어쩌나 싶어서요.^^ㅎㅎㅎ
전 이 책의 리뷰를 읽은 적도 없는데 중고샵에서 보고는 그냥 충동 구매했어요. (>_<)

다락방 2010-01-12 08:35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 위에 ▲ Jude님이 쓰신 댓글 좀 보셔요. 프랑스 중위의 여자를 미친듯이 감동하며 읽으셨대요!! (전 재미없어 했는데!!)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마노아님, 그러니 신중히 선택하세요. 마노아님의 공항에서의 긴긴 시간을 알차게 채워줄 만한 책을 잘 고르셔야 할텐데 말이죠!

비로그인 2010-01-12 08:51   좋아요 0 | URL
저거 재미있다니깐요 재미있어요 재미있어요, 마노아 님 으흐흑(발목잡고 늘어지며 한 팔 뻗고 흐느낀다)

다락방 2010-01-12 08:53   좋아요 0 | URL
아 마노아님. Jude님이 심지어 발목잡고 늘어지며 한 팔 뻗고 흐느끼기까지 하셨어요. [프랑스 중위의 여자]도 한번 고려해보세요. 네? ㅎㅎ

마노아 2010-01-12 12:03   좋아요 0 | URL
아아, Jude님이 이렇게 흐느끼시는데, 제가 어찌 내치겠어요!
제 커리어가 허용할 수 있는 공간이 더 있다면 옷 한 벌 대신 프랑스 중위의 여자를 가져가겠어요. 절대 중간에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충성!!(>_<)

다락방 2010-01-12 12:51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마노아님 충성!!

비로그인 2010-01-12 15:06   좋아요 0 | URL
에헤헤헤 저의 추천을 뿌리치지 않으시다니 감사감사. 모쪼록 마음에 드시길(내가 쓴 것도 아닌데) 바랍니다.

뷰리풀말미잘 2010-01-11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지만 시 중의 시는 다락방님의 시. 글씨 중의 글씨는 다락방님의 글씨에요.

2010-01-12 08: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12 13: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12 14: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0-01-12 0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댓글들을 위로 쳐다보다가(모두들 다 미남미녀들만 대화를 나누고 있군요! 헤헷 사진의 주인공,본인들은 이 사실, 평싱 모를 거에요)

다락방 2010-01-12 08:55   좋아요 0 | URL
Jude님. 우리는 오늘도 출근해서 일을 하지 않는채로 여기와 있군요! 아, 저 일해야 하는데 말이죠!! ㅎ

비로그인 2010-01-12 09:17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의 이런 댓글이 또 공감하는 댓글 달고 앉은 저는 뭡니까 ㅋㅋㅋㅋ

다락방 2010-01-12 09:27   좋아요 0 | URL
가만히 보면 제 서재에 오시는 분들중에 일 안하시는 분 몇 있는것 같아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
전 지금 심지어 머릿속으로 할 일을 그려놓고서는 따뜻한 녹차 마시며 댓글 달고 있어요. 타부서 직원이 준 빵을 좀 먹어볼까 싶기도 하고.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핫

바밤바 2010-01-12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후배가 사준 커피를 마시며 이 글을 보고 있는데. 남자 후배가 사준거라 그런지 그닥 감동은 없네요. ㅎ

다락방 2010-01-12 10:58   좋아요 0 | URL
오, 이런! 제가 만약 남자 후배가 사준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면 그 자체로 감동이었을텐데 말입니다. 훗

기억의집 2010-01-12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하루종일 인터넷 하단에 알라딘 띄어놓고 있죠?
전 프랑스 중위의 여자, 영화는 더 잼없게 봤어요. 메릴 스트립만 아니였다면 확 뒤집어 엎어버렸을거야.
그녀를 좋아하다보니, 억지로 억지로 진짜로 억.지.로 졸린 눈을 부며가면서 본 기억이 나네요^^

다락방 2010-01-12 11:03   좋아요 0 | URL
전 지금은 심지어 인터넷창은 알라딘만 띄어놓고 있어요. 머릿속으로는 오전중에 무슨일을 끝내고 오후엔 이 일을 하고, 이렇게 계획하고 있으면서 말이죠.
프랑스 중위의 여자가 영화로도 있군요! 명성이 자자해서 영화로 만들어졌던 거겠죠? 그나저나 메릴 스트립이라니! 도저히 안 볼 수가 없잖아요. 저는 책 읽다가 정말 던져 버릴뻔 했어요. 대체 그 지겨운걸 왜 끝까지 읽었나 몰라요 ㅜㅡ

기억의집님, 영화보고 또 글 좀 써주세요, 네?네?

저 기억의집님 글중 [로앤오더]랑 [아바타] 페이퍼는 별찜 되어 있어요!! ㅎㅎ

기억의집 2010-01-13 09:27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도 새해 시 써 주세요^^ 하핫!

다락방 2010-01-13 12:37   좋아요 0 | URL
아...그....그게 그러니까........시.........써야죠, 하핫 ( '')

2010-01-12 13: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12 13: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10-01-12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X는 마태우스고 Y 는 부리라는 설이 있더군요. 흐음...

다락방 2010-01-12 13:31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굉장히 유력한 설이로군요!!
 

나는 많은 것들을 모르는 채로 살아왔고 지금도 역시 그러하다. 단언하건데 내게는 분명 지적인 '허영심'이 존재한다. 지적 허영심은 지적 욕구와는 다르다. 나는 단지 '허영심'만을 가지고 있을 뿐. 내게 지적 허영심이 왜 문제인가, 하니, 나는 그 허영심을 가득 채우기 위해 어떤 노력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 사람들이 상대의 나쁜 점을 보고 맹렬하게 비난 하는건 내 속에 채우지 못한 그런 욕망이 있어서일테고, 대부분 사람들이 힘차게 상대의 삶을 응원하는것도 역시 내 속에 채우지 못한 그런 욕망이 있어서일테다. 그래서 나는,  

 

 이 책속의 바르톨로메에게 힘찬 응원을 보냈다. 바르톨로메는 보통 사람들보다 훨씬 키가 작은 난쟁이다. 식구들조차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고 싶어하지 않는, 그저 감추고만 싶은 그런 사람. 제대로 식구로 인정 받을 수 없는 구성원. 그런 그가 글을 알게 되고, 책을 읽을 수 있게 되고, 그 책속의 내용을 깨닫게 되는 부분에서는 와- 감동, 그 자체다. 바르톨로메가 돈키호테를 읽었다. 그리고 좋아했다. 나는 바르톨로메가 글을 알게 되는 그 순간, 책을 읽는 그 순간만큼은 그의 옆에 있고 싶었다. 그리고 내가 가진 책을 자꾸만 자꾸만 빌려 주고 싶었다. 당신처럼 책을 읽는 걸 좋아한다면, 내 책을 아낌없이 빌려줄게요, 그리고 응원할게요.  이 책을 친구에게 추천하는데 친구가 이 책의 내용이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다. 그래서 나는 답했다. 

"응. 바르톨로메는 정말이지, 개가 아니야!" 

 

 이 책속에 담긴 열 일곱편의 삶에서는 유독 서민님의 글만 유머가 존재한다. 삶이란 그리도 치열하고 맹렬한 것인걸까. 혹은 진지한 것인걸까. 어째서 다른 분들은 유머를 그 삶속에 섞지 않은걸까. 살짝 유감인데, 어쨌든, 가장 인상깊은 삶은 '안건모'님의 삶이었다. 버스운전사의 삶을 살다가 지금은 '작은책'의 발행인이 된 분이신데, 이분 역시 높은 학력을 가진것도 아니고 사회에 대해 많은 부분들을 알지 못하는 채로 지내다가 우연히, 정말 우연히 [쿠바와 카스트로]라는 책을 보면서 세상을 다시 보게 된다. 잘 알지 못하거나 잘못 알고 있던 것들에 대해 서서히 눈을 뜨게 되고 깨닫게 된다. 누가 강요한 삶이 아니었다. 본인 스스로가 선택한 삶이었다. 그가 다시 알아가는 그 모든 과정들은 그 스스로 해낸 것이었다. 이 책속의 어떤 이야기들은 나랑 너무 동떨어진 것 같아서 크게 공감하지 못했는데, 안건모님의 삶 만큼은 응원을 해 주고 싶었다. 여기에서 이렇게 작게 응원하는 것이 그다지 힘이 되진 못할지라도, 나는 응원하고 싶다. 

 

그러다가 문득 이 영화가 떠올랐다. 

 

중학생 시절에 본 영화라 뚜렷한 기억은 남아있질 않다.  내겐 좀 벅찬 영화였던 건지도 모른다. 중간에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는 지루했다는 생각도 했던 것 같다.  

영화속의 변호사는  아버지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열심히 아버지를 변호한다. 아버지가 유대인 학살을 일삼은 나치였다는 시민권 박탈과 헝가리 본국 송환과 응징의 대상인 그 잔인한 학살자라는 누명을 변호하는데 성공한 그녀는, (메피스토님의 리뷰 보고 잘못된 내용을 수정함-글쎄, 열다섯살에 본 영화라니깐요!!)영화의 마지막에 뮤직 박스 속에서 사진을 발견하게 된다. 그 사진속에는 자신이 알지 못하는 아버지가 있다. 자신이 그토록 애써서 변호한 그 모든것들이 거짓이었다고 말하는 사진. 그녀는 자신의 눈으로 그 사진을 보기 전까지 사람들이 혹은 세상이 아버지에게 하는 말들을 듣지 않았다. 아주 자주, 우리는 우리가 가진 생각을 바꾸기를 거부한다. 잘못 알고 있는것을 바로잡는게 자존심 상하는 일이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언제나 몰랐던 것을 알기 위해 노력하고 잘못된 것을 바로 시인할 수 있는 사람들을 꽤 존경하고 응원하게 되는 것 같다. 

 

일전에 외국어에 아주 능통한 친구에게 어떻게 그렇게 외국어를 잘하느냐고 물었는데, 그 친구는 내게 "열심히 달달 외웠다'"고 했다. 너무나 단순한 대답, 너무나 명료한 대답. 그렇지, 달달 외우는 것 말고 무슨 수가 있겠어. 결국 그 친구는 자신이 원하는 외국어 몇개쯤은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내 지적 허영심은 여기서도 어김없이 튀어나온다. 나는 수십개의 외국어를 하고 싶지만, 그 외국어를 알기 위해 어떤 노력도 하지 않는다. 그저 먼산 보듯 할뿐. 머저리. 빵꾸똥꾸. 

 

며칠 내내 바빴다. 정신이 없었다. 사실 지금도 해결해야 할 일이 산더미이다. 그런데, 그런데, 그런데, 그런데, 오오- 회장님이 안계시는 꿀같은 시간이다. 에헤라디여~ 얼쑤. 나는 또 모든 일을 미루고(며칠동안 정말 집중해서 일만했고, 저녁엔 술을 마시고 했다) 잡념에 빠져든다. 역시, 돈만 많으면 회사고 뭐고 다 때려치고 싶다. 

  

제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섹스샵을 열게요. 당신은 뉴질랜드 목동을 하세요. 우리 가끔 플로리다 주립대학 도서관에서 만나요. 육개월에 한번쯤. 

 

 You call it love 가 듣고 싶어지는 맥빠지는 오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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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0-01-08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ttp://blog.aladdin.co.kr/mephisto/895779

벌써 이 영화 리뷰를 쓴게 4년전 이야기라니..허허...

'피는 물보다 진하지만 그보다 정의가 앞서야 하는 거야.'

영화 속 주인공 제시카 랭의 이혼한 남편이 지나가듯 던졌던 이 한마디가 영화의 모든 것을 설명해주고 있죠.

다락방 2010-01-08 17:30   좋아요 0 | URL
DVD구해서 다시 한번 봐야겠어요. 지금 다시 보면 다른것들이 눈에 들어올지도 모르겠어요. 메피스토님의 리뷰를 읽고 제 페이퍼의 틀린 내용을 수정했습니다. :)

메르헨 2010-01-08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안보이셔서 궁금했어요.^^ 그분이 부재중이시군요. 오호호호
저 위에 영화 쫌~ 보고 싶은걸요.
흠...좀 찾아보라고 해야겠군요.
날이 여전히 아주 많이 대따 춥습니다.
따땃한 하루 되시길 바래요.
전..아침에 버스를 한..30분 기다리다 동태 되었습니다.ㅜㅜ

다락방 2010-01-08 17:31   좋아요 0 | URL
의욕 없는 오전을 보내고 오후엔 단순작업 좀 했어요. 아무것도 하기 싫고 생각하기도 싫어서요. 그러다보니 어느덧 퇴근시간이에요. 아웅~ 전 이제 삼겹살 먹으러 갑니다~~

무스탕 2010-01-08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은 본점이고 분점은 어디다..?
서울 목동이 1호점?

근데 중학교때 본 영화가 아직도 생각이 난다면 참 인상깊게 봤나봐요. 난 작년에 본 영화도 가물거리는데..;;;

다락방 2010-01-08 17:33   좋아요 0 | URL
네, 무스탕님. 뮤직박스안에서 아버지의 죄를 드러내는 사진들을 발견하는 그 장면이 아직도 머릿속에 있어서. 졸면서 봤다고 생각했는데, 그 장면이 정말 인상 깊었나봐요. 웬걸요, 저 역시 대부분의 것들을 다 기억하지 못하는걸요. 영화든 책이든 그게 뭐든 orz

서울 목동에 분점 1호점을 내면, 무스탕님, 놀러오실건가요? ㅎㅎ

마노아 2010-01-08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섹스샵을 열게요. 당신은 뉴질랜드 목동을 하세요. 우리 가끔 플로리다 주립대학 도서관에서 만나요. 육개월에 한번쯤.

요 문구는 다락방님이 쓰신 거예요? 아, 너무 맘에 들어서 콩닥콩닥 했어요. 이런 감성으로 이런 페이퍼를 쓸 수 있는 다락방님이라면 지금 그대로 충분히 좋아요. 회장님은 자주 출타하셔야 해요.^0^

다락방 2010-01-08 17:34   좋아요 0 | URL
저도 써놓고 악, 정말 낭만적이다, 하고 생각했어요. 실은, 누군가의 글을 읽었는데 뉴질랜드 목동을 하고 싶다는 부분이 있었거든요. 플로리다 주립대학 도서관의 청소부도 하고 싶다고 했고 말이죠. 문득 그 글을 읽다가 써버린 문장이에요.

저도 써놓고 콩닥콩닥 했는데 마노아님도 콩닥콩닥이라니! 아흑. 제가 의도한바대로 읽어주셔서 그저 고마울 따름이지요. 삼겹살 사랑 ♡

비연 2010-01-08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심히 달달 외웠다"..정말 맘에 와닿는 말입니다! (일어 외우느라 애쓰고 있는 1인)

다락방 2010-01-08 17:35   좋아요 0 | URL
아 비연님. 저도 비연님처럼 여행 다니려면 (응?) 외국어 좀 공부 하고 달달 외우고 해야 할텐데 말입니다. 하루하루 사는게 그저 게으르기만 해서... orz

프레이야 2010-01-08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회장님이 안 계시는 꿀같은 시간~ ㅎㅎ
다락방님 올해도 상큼한 문장들, 반가워요.
해피 뉴 이얼~~

다락방 2010-01-08 17:41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새해엔 지금보다 더 자주 뵈어요!(새해 하고도 벌써 7일이나 지나버린 8일째로군요!)
저도 반가워요!
:)

L.SHIN 2010-01-08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였더라. 아, 그래요 지난 달, 12월 13일이군요.
그 때 어떤 택시를 탔습니다. 이미 그 택시에는 날 기다리던 사람이 조수석에 타고 있었죠.
내가 올 때까지 두 사람이 나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했었나 봅니다. 느닷없이 택시기사가 나한테 친근한 척
너스레를 떨더군요. 그 사람이 알고 있는 나에 대한 정보는 '책 많이 읽는 사람'뿐이었으니 주구장창 아는 척을
하는 거에요. 난 뒷자석에 앉아서 적당히 맞장구 쳐준 것 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내릴 때, 그는 내게 손을 내밀며

"악수 한 번 합시다. 나중에 인연이 되서 만나면 아는 척 좀 해요"

나는, 타인이 내게 먼저 인연 운운하는 것을 처음 보았어요. 그 택시기사는 '아마추어' 책벌레가 된 듯 한데,
'책을 전혀 읽지 않을 것 같은 직업군'이라는 일반적인 사회의 시각을 깨트린 사람이었습니다.
나는 그가 책을 읽는 것에, 그리고 자신이 읽은 것에 대해 누군가와 대화하고 싶어한다는 그 작은 욕구가 마음에
들었고 보기 좋았습니다. 그 사람도 나중에 작은 책을 내지 말란 법은 없으니까요.(웃음)

다락방 2010-01-08 17:42   좋아요 0 | URL
끄덕끄덕.

'나는 그가 책을 읽는 것에, 그리고 자신이 읽은 것에 대해 누군가와 대화하고 싶어한다는 그 작은 욕구가 마음에 들었고 보기 좋았습니다.'

네네, 그렇지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책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예뻐 보이지요. 그분이 더 많은 책들을 접하고 더 많은 이야기들을 할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활자유랑자 2010-01-08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갑자기 "바르톨로메는 개가 아니다"라는 문장이 머리에서 맴돌았어요. 실은 그 책을 읽지 않았지만. 문학MD님한테 메신저로 "바르톨로메는 개가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어요. 문학MD님은 "응"이라고. (개가 아니니까요)

뉴질랜드 목동은 이나중 탁구부를 본 이후로 저의 로망..

다락방 2010-01-08 17:45   좋아요 0 | URL
문학MD님과 심지어 메신저 친구인 알라딘인문MD님.

알라딘인문MD님은 바르톨로메는 개가 아니다를 읽으셔야 하고요, 또한, 바르톨로메에게 알라딘인문MD님이 알고 계시는 이 세상의 모든 좋은 책들을 소개해주실 의무가 있어요. 전 그렇게 생각합니다!!

씨익 :)


(저는 이나중 탁구부를 보았는데 왜 뉴질랜드 목동은 생각나지 않는 것일까요? 생각나는 건 오로지 풋고추 서브- 뿐. 켁.)

향편 2010-01-08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맞네요.... "바르톨로메는 개가 아니야"
저도 무슨 내용이냐? 물었을 때, 그렇게 설명들었어요. 바르톨로메는 개가 아니라고.....

다락방 2010-01-08 17:50   좋아요 0 | URL
네, 향편님. 정말 바르톨로메는 개가 아니라니까요. 헤헷 :)

다크아이즈 2010-01-08 2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섹스샵을 열게요. 당신은 뉴질랜드 목동을 하세요. 우리 가끔 플로리다 주립대학 도서관에서 만나요. 육개월에 한번쯤.

아윽, 이 문구 번역소설에서 따온 거냐고 여쭤볼랬는데, 마노아님이 선점했네요. 세상에나, 다락방님이 왜 알라딘에서 이처럼 추앙받는지 알겠어요. 혹, 제가 다른 버전으로 노래하더라도 표절이라고 시비하지 말아주세요. 넘 감각적이고 매혹적인 문장이에요. 감사해요. 이런 살아있는 글 읽게 해줘서.

다락방 2010-01-09 00:36   좋아요 0 | URL
팜므느와르님. 사실은요, 저도 써놓고 스스로 감동한 문장이에요. 아~ 너무 낭만적이야! 하면서 말이죠! 히히.

네네, 다른 버전으로 노래하더라도 표절이라 시비하진 않겠지만 어떤 버전으로 표현하실지는 몹시 궁금해요. 아흑. :)
그 문장을 짚어내주셔서 제가 더 고마워요, 팜므느와르님. 사실은 그 문장 때문에 페이퍼 쓴거거든요. 순전히 그 문장 넣으려고요.

순오기 2010-01-09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르톨로메는 개가 아니다, 사계절출판사 1318시리즈에서 순오기가 최고로 치는 책이에요.
어머니독서회를 처음 열던 2006년에 토론도서로 정했는데 모두가 찬사를 보냈던 책이었지요.
엄마는 리뷰도 안 쓰고,우리 아들(푸른학)이 썼지만...
돈키호테를 제대로 읽어낸 바르톨로메를 응원해요. 나도 돈키호테를 제대로 읽고 싶어요~

다락방 2010-01-09 00:38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이라면 돈키호테를 읽어내는 것 쯤은 아무것도 아닐 것 같은데요! 저는 몇년전에 돈키호테를 읽고서는 돈키호테를 읽은 남자랑 결혼할테야, 라고 생각했었어요. 글쎄요,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네요.

바르톨로메는 개가 아니다, 정말 재미있게 읽은 책이었어요.

아~ 주말이에요! 즐겁게 지내세요!

... 2010-01-09 0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이 응원하고 있을동안 저는 다락방님의 회장님께 제보하겠어요. 회장님이 안계신 시간이 꿀같데요 @.@ ~~흐흐흐.

다락방 2010-01-09 11:20   좋아요 0 | URL
어므낫 브론테님! 브론테님이 제보하시면 저는 알라딘에 들를 수가 없단 말예요! 그렇다면 브론테님께 땡스투를 드릴 수도 없어요. 그래도 좋아요? 네? 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