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터랑 제목만으로도 이 영화는 당연히 보고 싶은 영화였다. 나는 이 영화에 대한 정보를 전혀 알지 못하는 채로 무조건 예매를 했고 무조건 극장엘 갔다. 때때로 그렇게 아는게 없는채로 포스터와 제목이 주는 느낌만으로 선택하게 되는 영화들이 있는데, 그런 영화들을 보고 성공했다고 느낄때는 세상에, 그보다 더한 만족감은 없다.  

 

 

 

 

 

그런영화들을 당장 꼽아보자면, 

[줄위의 종달새]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여름휴가] 

이 두 영화도 아무것도 모르는채로 포스터와 제목만 보고, 그리고 거기에서 느끼는 내 직감만 가지고 극장에 갔다가 전혀 후회하지 않았던 영화들이다. 

 

 

 

 

자, 다시 [당신을 오랫동안 사랑했어요] 

이 영화는 남녀간의 사랑이야기가 아니다. 그러니 여기서 말하는 당신은 이성의 당신이 될 수 없다. 이 영화속의 줄리엣은 살인을 저질러서 15년간 형을 살다 나왔고, 줄리엣의 동생은 그런 줄리엣이 다시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힘써 도와주고자 한다. 어색하고 낯선 환경과 관계들 속에서 줄리엣이 가족들과 그리고 새로 만나게 된 사람들과 소통하는 장면, 그리고 그 모든것들에 적응하는 순간들 그 하나하나가 참으로 소중하고 아름답다. 이 영화를 갖고 싶어질 만큼. 

이 영화의 감독은 소설을 두권 낸 작가라고 한다. 이 영화는 그 작가의 감독 데뷔작. 

 이런 영화를 만들어내는 감독이 쓴 책은 도대체 어떨까 궁금해진다. 

 

 

 

그리고 어두운 극장안에서 내 핸드폰을 꺼내 메모하게 만들었던 화가 '에밀 프리앙'. 영화속에서 줄리엣은 '에밀 프리앙'의 [고통]이란 작품 앞에 멈춰서서 한참을 바라본다. 그럴 수 밖에 없는 작품. 

 

 

 

 

 

이 화가의 다른 작품을 좀 더 살펴보면, 

 

눈을 배경으로 한 젊은 낭시여인 

 

그림자를 드리우다 슬픔에 빠진 아이 

 

아, 정말 좋았고 뭔가 뿌듯해진다. 필립 클로델을 그리고 에밀 프리앙을 더 알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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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당신을 오랫동안 사랑했어요-
    from aimer 2010-03-24 11:34 
       제목만으로도  마음이  무너진다.  `당신을  오랫동안 사랑했어요`.  하지 않았던, 아니 다 하지 못했던, 할 수 없었던 말.  발화되지 않고   누군가의  가슴속에  오래도록  살아 숨쉬었던  감정.  그것이  애착이든  과잉된 집착이든,  오랜 
  2. 당신을 오랫동안 사랑했어요 와 문자메세지
    from 마지막 키스 2010-04-07 09:16 
    어제 이 영화를 보았다는 친구로부터 문자메세지를 받았다. 좋았다고, 무척 좋았다고. 이 영화속에서 주인공이 내쉬는 공기도, 이 영화속에서 주인공이 감명받던 그림도 다 좋았다고. 무엇보다 이 영화를 보고 좋다고 같이 공유할 수 있는 내가 있어서 좋았다고. 주변에 이 영화를 본 사람은 나 뿐이라고 했다. 덩달아 나도 기분이 좋아졌다. 내가 무척 좋아하는 이 영화를 그 친구도 같이 좋아해줘서. 어쩐지 으쓱해진달까. 그 친구보다 먼저 보고 먼저 좋다
  3. 내게는 하나의 작은 우주
    from 마지막 키스 2010-04-25 21:29 
    을지로 전주집 삼겹살집에서는 파절이 위에 계란 노른자를 띄워준다. 계란 노른자를 젓가락으로 톡- 터뜨려서 파절이와 함께 섞고, 그 파절이와 함께 구워진 삼겹살을 먹으면 한없이 고소하다. 익힌 콩나물과 양념한 부추무침도 함께 내어주는데, 그것들까지 삼겹살과 한데 구워, 상추에 고기며 마늘, 파절이, 콩나물과 부추를 넣고 쌈을 싸면 한 입 가득이다. 때때로 너무 커서 숨이 넘어갈 것도 같다. 그런데 그 맛이 일품이라, 나는, 도무지 그 삼겹살집을 끊을래야
 
 
얼룩말 2010-02-14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필적 고의에 의한 여름휴가...포스터.. 밑에 있는 여자의 모습..너무나 예쁜...
정말 최고

다락방 2010-02-14 20:25   좋아요 0 | URL
[타인의 삶]에도 나왔던 배우죠. 전 미필적 고의에 의한 여름 휴가가 영화 자체로도 참 좋았어요. 젊고 발랄한 여자 아이에게 그 미묘한 신경전을 느끼는 나이든 여자의 섬세한 감정이라니! 그것도 남자 때문에 말이죠. 아- 정말 좋은 영화였답니다.

얼룩말 2010-02-14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머리칼과 저 원피스와.. 아.. 나도 저렇게 되고 싶은..

다락방 2010-02-14 20:25   좋아요 0 | URL
원피스는 저의 로망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Kir 2010-02-14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가 나온다는 이유만으로도 보고싶어요.
'잉글리쉬 페이션트'를 보고 홀딱 반했거든요...

다락방 2010-02-14 20:26   좋아요 0 | URL
Kircheis님도 보시면 정말 후회하지 않으실 영화에요. 장면장면이 다 좋았어요. 어울리지 않는 듯한 코트를 입고 거리를 걷는 모습도, 계속해서 담배를 피워내는 모습도, 책을 읽는 모습까지. 포스터가 정말 대단하지 않습니까!!

치니 2010-02-14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슈린의 아기라는 책을 오랫동안 보관함에만 담아두었는데, 이 작가가 감독이 된 거군요. 흠흠. 기대 되네요 ~

다락방 2010-02-14 20:27   좋아요 0 | URL
전 모르는 작가였어요. 이런식의 감동을 주고 이런식의 이야기를 하는 작가라면 읽어도 좋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지 뭡니까. 치니님, 정말 좋은 영화에요!

프레이야 2010-02-14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신을 오랫동안 사랑했어요!!
락방님, 전 이 영화를 저번 금요일저녁 유로시사회로 봤어요.
혼자서 무작정 가까운 예술관에 가서요.
무지하게 끌렸던 작품이었거든요. 역시 참 좋았어요.
에밀프리앙의 저 그림앞에서도요, 마지막 "나 여기 있어요"에서도요,
툭 끊듯 끝나버리는 여운이 깊고 길었어요.
설날 오후 시댁에서 아버님 컴으로 요런 서재질을^^
설날 떡국은 드셨어요? 다락방님 ^^

다락방 2010-02-14 20:30   좋아요 0 | URL
나이 먹기 싫어서 떡국도 안먹으려고 했는데, 아 그만 먹고 싶어져서 먹어버리고 말았답니다.
전 이제 제부랑 술 마실 일만 남았어요. 하하하하

저는 제대로 감동할 줄 아는 사람을 정말 존경하고 좋아하는데요, 이 영화속에서 줄리엣이 저 [고통]이란 그림앞에서 멍하니 서있을때, 오- 정말 좋았어요. 그 그림앞에 서있는 줄리엣과, 줄리엣을 멈추게 한 저 그림이 정말 대단히 좋았답니다.
조금씩 조금씩 그녀가 모두에게 그리고 이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걸 볼 수 있어서 안도했어요. 줄리엣에게 아이들을 맡기는 걸 몹시 싫어했던 레아의 남편이 "줄리엣에게 부탁하지."라고 말할때의 그 가슴벅참이란!!

에밀 프리앙의 그림은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다 정말 좋더군요!

hnine 2010-02-14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영화 아직 대전에서도 상영하고 있는데 교통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지금 몇 주째 눈독만 들이고 있어요.
그래서 저는 사실 내용을 쪼~금은 알고 있는 상태이지만 다음 주에도 계속 상영하는지 당장 체크해봐야겠네요.
저 여배우는 정말 안어울리는 배역이 없는 듯 해요. 'Keeping Mum'이라는 영화에서의 코믹한 배역은 또 얼마나 잘 어울리던지요.

다락방 2010-02-14 20:31   좋아요 0 | URL
hnine님, 보시면 정말 후회하지 않으실 영화에요. 그러니 저는 교통이 불편한것쯤은 감수하고라도 상영하고 있다면 챙겨 보시라고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영화를 보시게 된다면, 영화속의 줄리엣에게 다시 한번 반하고 말거에요. 저는 영화속에서 그녀가 안경을 쓰고 일을 하는 모습조차도 멋있게 보이더라구요.

마노아 2010-02-14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소개해준 영화 다 보고 싶어요! 제목이 주는 울림도 깊은데 그림이 주는 감동이 또 있네요. 다락방님이 미로 스페이스를 사랑하는 걸 이해할 수 있어요!!

다락방 2010-02-14 20:34   좋아요 0 | URL
그런데 미로스페이스가 영업이 종료되서 극장이름도 바뀌고 그러는 것 같더라구요.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 말입니다. 사실 저는 미로스페이스 보다는 씨네큐브를 더 사랑했지만, 아시다시피 거기는 이미 재단이 바뀐 상황. 안가려고 했지만...그랬지만......보고 싶은 영화를 씨네큐브에서만 할 때는 어쩔수가 없어요. 흑.

[줄 위의 종달새]는 40년도 더 된 영화라서 보면서 지루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어요. 그렇지만 [미필적 고의에 의한 여름 휴가]는 언젠가도 말씀드렸지만 섬세한 여성의 감정묘사가 뛰어난 작품이에요. 점점 나이들어가는 제 자신을 돌아보게 만들었죠. 나도 젊고 어린 여자들에게 묘하게 긴장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서 말이에요.

전 그림을 모르고 아는 화가도 없지만 에밀 프리앙은 궁금해졌어요. 영화를 본다면요 마노아님, 왜 줄리엣이 저 그림앞에 멈춰설 수 밖에 없는지 가슴으로 다가올거에요.

2010-02-14 20: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14 20: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15 18: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15 20: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0-02-14 2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영화 보고싶었는데 다락방님의 리뷰를 읽으니 이젠 너무 절실히 보러가고싶군요. 술마시자는 약속은 많은데 왜 잔잔한 영화 보자는 사람은 없는건지.. ^^;

다락방 2010-02-14 20:38   좋아요 0 | URL
그렇다면요, Manci님.
혼자 보러 가는 것도 방법이지요. 사실 이런 영화를 볼 때는 혼자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영화에 충분히 몰입할 수 있고 혼자서 초조해하다가 안도하다가 눈물을 흘리는 것이 꽤 만족스러울테니 말예요. 그리고 장담하건데,Manci님은

이 영화 분명 좋아하실겁니다, 분명!!

L.SHIN 2010-02-14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밀 프리앙'
덕분에 나도 좋은 화가를 알게 되었군요. 사진으로 찍은 듯한 섬세함 그리고 그 안에 실어 있는 감정들.
아름다운 그림들입니다.

다락방 2010-02-15 17:58   좋아요 0 | URL
저도 저 [고통]을 보는 순간 너무 좋아서, 뭐랄까, 그 안에 고통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것 같아서 재빨리 가방에서 핸드폰을 꺼내 메모해 두었어요. 저는 그림에 대해서 모르기 때문에 영화를 보고 극장을 나서면 그 화가의 이름과 그림의 제목을 잊을까 두려웠거든요.

네, 정말 아름다운 그림들이에요.

blanca 2010-02-14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밀 프리앙의 그림....전율이 오네요...그림이상의 그림, 실재의 재현 이상의 재현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 주는 것 같은.

다락방 2010-02-15 17:59   좋아요 0 | URL
저는 프랑스 영화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이 영화는 참 좋았어요. 에밀 프리앙은 프랑스의 화가더군요. 저 역시 저 [고통]이란 그림이 참 좋았답니다.

... 2010-02-14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영화 볼거예요, 볼거랍니다, 곧! 그런데.... 대체 어디서 하죠?

다락방 2010-02-15 17:59   좋아요 0 | URL
윽, 저는 미로스페이스에서 보았는데 글쎄요, 대체 어디서 하는걸까요? 미로스페이스에서도 특별상영으로 보여준 것 같던데 말입니다. 끙.

니나 2010-02-15 0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일 당장 보리랏, 불끈! 락방님 감사 :-)
미로스페이스에서 해요!!!
내일 안하네요. 힝. 언제본담 ㅠ.ㅠ

다락방 2010-02-15 18:00   좋아요 0 | URL
그래서 오늘은 무슨 영화를 보셨나요, 니나님??

니나 2010-02-16 07:27   좋아요 0 | URL
술마셨어요 ㅋㅋ

다락방 2010-02-16 08:39   좋아요 1 | URL
아 좋았겠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카스피 2010-02-15 20: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근데 저 포스터의 여자 주인공이 누구인가요? 제 기억에 톰 크루즈 주연의 미션 임파서블1에 나오는 에반 헌터의 팀원중 하나였던것 같은데 맞는지 모르겠네요^^

다락방 2010-02-15 20:22   좋아요 1 | URL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라는 영국 배우구요, 제가 본 그녀의 영화로는 [쇼퍼홀릭], [라르고 윈치], 프랑스 영화 [발렛] 등이 있네요. 필모그라피에 [미션 임파서블]은 뜨질 않는데요, 미션 임파서블1은 본지가 하도 오래되어 톰 크루즈의 팀원이 누구였는지는 전혀 생각나질 않고, 톰 크루즈가 얼굴 가면 벗기던 장면만 생각나네요. ㅎㅎ

비로그인 2010-02-17 08: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위에서 세번째 그림, 너무 맘에 드네요. 새벽 한 시 즈음. 평소보다 훨씬 좁아보이는 둥근 어깨, 마주 하는 거리에는 수 많은 말들이 오고가는, 그런 그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어쩌면 새벽 한 시에 그림들을 다시 봐서 그런지도 모르겠네요. 즐겁고도 황홀한 꿈길 되세요 다락방님~^^

다락방 2010-02-17 08:20   좋아요 1 | URL
바람결님, 아침 08:04에 왜 꿈길 되라는 댓글을 남기신걸까요? 일어나서 활동해야 할 시간이잖아요!
저는 당연하게도 사무실에 출근해 있습니다. 즐겁고 황홀한 꿈길을 다녀오고 싶었지만 지난밤 어떤 꿈을 꾸었는지는 기억도 나질 않네요. 뭔가 꾸긴 꿨는데.

그치만 잠은 오늘 또 잘거니까요, 그때 즐겁고 황홀하고 행복하고 아름다운 꿈을 꾸어야겠어요. 미리 인사드릴게요, 바람결님. 오늘밤에 안녕히 주무세요!! :)

비로그인 2010-02-17 13:40   좋아요 1 | URL
아.. 8시 4분에 뭔가 한글자 수정했더니 새벽 1시에 남긴 흔적이 사라지는 거였네요.

열쇠들을 많이 맞이하시는 꿈자리 되시길 "꼭" 빌겠습니다. ㅎ

다락방 2010-02-17 13:46   좋아요 1 | URL
아, 저도 추측은 했습니다. 새벽 한시에 남겼으나 여덟시에 무언가 수정을 하신게 아닐까 하고 말이지요. 어제 페이퍼도 야심한 밤에 쓰셨으니 제게 남기신 댓글도 야심한 시간에 쓰셨을텐데 했습니다.

점심은 맛있게 드셨습니까? :)

에이바 2016-10-12 13: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2010년의 다락방님께 새삼 반하는 날이에요! 저도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 팬이라 이 영화를 보게 됐는데 필립 클로델도 알게 돼 행복해요. 막 그러잖아요. 자식을 먼저 보낸 부모는 평생 그 감옥에서 나갈 수 없다던가.... 정말 좋은 작품이에요.

다락방 2016-10-12 13:35   좋아요 1 | URL
마지막 장면에, `나 여기 있어요` 라는 대사를 하고 끝나잖아요. 그 장면도 좋더라고요, 저는.
그리고 동생부부가 언니에게 아이를 맡기고 외출하기로 결정하기 바로 직전의 그 숨막힌 긴장도요.
 

요즘 읽고 있는 책은 창비세계문학의 일본편 『이상한 소리』다. 그중에 '미야모또 유리꼬'의 [가난한 사람들의 무리]라는 단편을 읽고 있는 중인데(아직 다 못읽었다), 이 책속의 화자인 여자주인공을 보면서 내내 휘모리님이 생각났다. 

책속의 여자는 끊임없이 가난한 사람들을 어떻게 도울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이것이 잘하는 일일까를 고민하고 뜻대로 되지 않아 속상해하기도 한다. 여자의 고민도 고민이지만, 그 고민하는 모습 자체가 내게는 참 인상깊었다. 무언가를 하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는 모습, 그 자체로 뜻깊은게 아닐까 생각도 하면서. 물론 그 고민이 조금 더 나은 결과를,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의 행복을 가져다준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겠지만. 어쨌든 그 모습이 휘모리님을 닮았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 생각은 사라지질 않았다.  

내 미소는 꽃미소일까 아니면 살인미소일까만을 생각하며 사는 내게 조금 더 나은 삶을 생각하며 사는 여성들은 부러움과 존경의 대상이다.

 

 

그리고 오늘 아침 라디오에서는 James Blunt 의 『You're beautiful』이 나왔다.  

 

 

내가 알고 있는 가장 아름다운 남자가 생각났다. 너무 아름다워서 다가가기 힘든 남자. 조금만 덜 아름다웠으면 좋겠다고 생각되는 남자. 멋진 남자라곤 텔레비젼에 나오는 남자들만이 전부인 요즘,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 꽤 근사한 남자를 보았다. 모델인건가 싶을만큼 훌륭한 외모를 갖추고 있었는데 시선을 의식해서인지 후드티의 모자를 둘러쓰고 있었다. 난 그 남자를 다시 한번 쳐다볼까 하다가 말았다. 왜냐하면 나는 너보다 더 멋진 남자를 알고 있단 말이다, 짜샤.

 

그리고 목도리. 

목도리를 둘러주는 행위는 아주 은밀하고 다정한 행동이다 

라고 나는 생각한다.  

 

어제. 

한 남자가 가던길을 돌아서 한 여자에게 갔다. 남자는 여자와 같이 있기를 원했고 여자는 남자에게 가라고 했다. 남자는 여자에게 자신의 목도리를 둘러주었다. 다음날 아침 여자는 자신이 하고 있는 목도리가 누구의 것인지 알지 못했다. 취했던 까닭이다. 여자는 출처를 알 수 없는 목도리를 버리려 했다. 나는 여자에게 어제 그 남자가 너에게 되돌아갔다는 얘기를 해주었다. 그제서야 여자는 어제 남자의 행동을 생각해냈다. 남자의 오늘 메신저 대화명은 버림받은 남자, 다.   

나한테 왔었으면 최소한 버림받지는 않았을텐데. 바보.

 

말랑말랑하고 하얀, 깨물면 과즙이 입가로 잔뜩 흘러 내리는, 복숭아를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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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2-12 0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전 질투와 그리움에 얼굴이 초록빛이 되어버릴 것 같아요.

다락방 2010-02-12 09:18   좋아요 0 | URL
Jude님, 질투와 그리움이라면 제가 현재 가지고 있는 감정의 모든것이군요. 저 역시 그렇답니다.

비로그인 2010-02-12 09:32   좋아요 0 | URL
각각 대상이 다른 질투와 그리움인데요, 그리움을 즐길 수 있지만 질투는 너무 버거워요. 낯설고 무서운 경험이에요.

다락방 2010-02-12 09:33   좋아요 0 | URL
저도 질투가 저를 파괴할까봐 이를 악물고 견뎌내는 중입니다. 그놈의 질투라니. 하아- 한숨만 나와요.

Arch 2010-02-12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키츠, 그의 친구 찰스 웬트워스 딜크에게 보낸 편지

쾌락에 대한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인데,

이 순간 나는 한 손으로는 글을 쓰고

다른 한 손으로는 숭도 복숭아를 입으로 가져가고 있다네.

정말 얼마나 맛이 있는지.

부드럽고, 걸쭉하고, 질척거리고, 즙이 새어나오고.

그 맛있는 살이 마치 축복받은 커다란 딸기처럼 내 목 안에서 녹는다네.

서재 결혼시키기 139p

난 복숭아하면 이 구절밖에 안 떠올라요.

비로그인 2010-02-12 10:48   좋아요 0 | URL
어므낫 마치 농익은 연서 같아요!

다락방 2010-02-12 09:34   좋아요 0 | URL
Arch 님, 읽으면서 어어, 이것은 서재 결혼시키기? 했습니다. 제게도 인상깊은 구절이에요. 부드럽고 걸쭉하고 질척거리고 즙이 새어나오고- 네, 지금 제가 먹고 싶은 딱 바로 그거에요!


Jude님, 아직 [서재 결혼시키기]를 읽어보지 않으셨나요? ㅎㅎ

Arch 2010-02-12 09:49   좋아요 0 | URL
쥬드님, 잘 익었죠~ 서재 결혼시키기는 꼭 읽으셔야해요. 그거, 서재 사람들 필독서인거 몰랐어요? 히~ (혼자 정함)
아, 아주 맛있는 복숭아랑(지금 나오나) 목도리라니! ^^

다락방 2010-02-12 09:51   좋아요 0 | URL
서재 결혼시키기-채링크로스84번지-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건지 아일랜드 감자껍질파이 클럽

이렇게 네권이 셋트라고 나는 늘 생각해요.(역시 혼자)

Arch 2010-02-12 09:54   좋아요 0 | URL
'세상은 언제나 금요일은 아니지'도 넣어주세요.

다락방님, 필독서 리스트 하나 만들어봐요. ^^ 부제는 다락방 혹은 아치 혹은 누구누구 혼자만 생각하는 이렇게.

마늘빵 2010-02-12 10:05   좋아요 0 | URL
난 다락방님이 여기에 새벽 세시를 넣었으면 다른 세 권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응.

건지 아일랜드 책 목록에 안 나와요.

비로그인 2010-02-12 10:21   좋아요 0 | URL
에에에 저 서재 결혼시키기 읽었어요, 읽었어요! 십여년 전에 읽었어요! 어쩐지 알라딘 동네에 다 소문난 거 같아서(저 사람 그 책도 안읽었다잖아 수근수근) 이렇게 외치는데, 저 학교 다닐 때 3학년 땐가 읽었으니 거의 7년 전쯤 읽었다구요, 읽었어요!

저 그리고 호어스트의 귀여운 책들도 다 읽었다구요!




아...이쯤하니 처절하다..먼 산..

Arch 2010-02-12 10:22   좋아요 0 | URL
쥬드님 요새 컨셉이 귀여움이면 나랑 겹치는데 ^^

다락방 2010-02-12 10:35   좋아요 0 | URL
Arch님/ 흐음, 그런 리스트라..오케바리. 만들어 볼게요. [세상은 언제나 금요일은 아니지]는 저는 재미있게 읽긴 했지만 필독할만큼은 아녔어요. 집에 있는 것 같은데 한번 다시 들춰봐야겠어요.


아프락사스님/ http://www.alad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3342113
이 책이 인터넷서점 검색 안되네요. 절판이라고 중고샵에서도 18,000원에 팔리고 있더군요. 오호라- 읽고 싶으면 얘기해요. 내가 우리 만날때 들고 나가서 빌려줄게요. 읽고 돌려주면 되요.



Jude님/ 기억 안나기로 치자면 저는 어디가서 탑먹을거에요, 정말. 저는 은희경의 [마지막 춤을 나와 함께]를 오프라인 서점에서 사가지고 와서 집에서 읽다가 어어, 이거 읽은거잖아 했답니다. 전 정말 생각 없이 사는것 뿐만 아니라 멍청하기까지 하다니깐요. 에잇.

무해한모리군 2010-02-12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전 늘 뭘 먹을까만 고민하지만 그래도 다락방님 페이퍼에 내 이름이 나오다니 감격!

다락방 2010-02-12 09:42   좋아요 0 | URL
휘모리님 페이퍼 읽고 왔더니 혀 생각 밖에 안나요. ㅎㅎ

무해한모리군 2010-02-12 09:57   좋아요 0 | URL
사실 소설에선 혀만한 크기의 그 문제의 과자가 혀에 닿는 느낌을 묘사해요.
무서진 견과류의 느낌, 밀가루의 느낌 이런거요 ㅎㅎㅎ

다락방 2010-02-12 10:51   좋아요 0 | URL
조경란의 [혀]는 혹시 읽어보셨나요, 휘모리님?

정말 일하기 싫어서 돌아버릴 것 같아요. 뭐, 하고 있지도 않지만. ( '')

무해한모리군 2010-02-12 11:20   좋아요 0 | URL
조경란의 혀를 보고 제가 생각난다는 지인 두명의 전화를 받기는 했습니다만..
읽어봐야할까요 ㅎㅎㅎ

섹스보다 맛난거 먹는게 더 좋다가 저의 모토입니다 ㅋㄷㅋㄷ

다락방 2010-02-12 11:27   좋아요 0 | URL
맛난거 먹고나서 하는 섹스는 지구 최강이죠.

뷰리풀말미잘 2010-02-12 11:54   좋아요 0 | URL
출출할때까지 하고 맛난 걸 먹는게 더 좋지 않을까요.

다락방 2010-02-12 13:46   좋아요 0 | URL
아, 그것도 썩 좋은 방법이로군요!

마늘빵 2010-02-12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아프다.

다락방 2010-02-12 10:51   좋아요 0 | URL
응. 나도 아파요.

뷰리풀말미잘 2010-02-12 11:54   좋아요 0 | URL
미, 미잘이다.

다락방 2010-02-12 13:47   좋아요 0 | URL
♡.♡

기억의집 2010-02-12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휘모리님이 연상된다는 말에 저도 함 읽어봐야겠어요. 어떤 내용일꼬, 궁금하네.
글구 나 맨날 틱톡 들을려고 시도때도 없이 여기 오는 거 있죠. 아무래도 몽키가서 다운 받아야할 가봐요^^

다락방 2010-02-12 10:53   좋아요 0 | URL
이 댓글 읽는 순간 틱톡이 머릿속에서 막 울려요. 좀전까지는 유 아 뷰티풀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헷 :)

Mephistopheles 2010-02-12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다락방님..복숭아와 혀의 상관관계는 어찌되는지 셜명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다락방 2010-02-12 10:54   좋아요 0 | URL
일단,
하얗고 말랑말랑하고 즙이 많은 복숭아의 껍질을 벗겨서 혀로 한번 핥아보세요. 제 설명은 그 뒤에 해드리죠. 훗 :)

L.SHIN 2010-02-12 1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응, 내가 다락님을 왜 좋아하는지 이제야 정확히 알게 되었어요.
처음엔 이유도 몰랐어요. 그냥 좋더라구요. 마치, 제 시간 되면 엄마가 '와서 아이스크림 먹어라~' 하듯
나는 다락님 페이퍼가 뜨면 부리나케 달려와서 있다가 흡족하게 돌아가곤 했죠.

오늘 다락님의 페이퍼를 읽다 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드는 거에요.
'어떻게 이 사람은 이렇게 모든 걸 사랑하며 살 수 있지? 매일 아침 들려오는 음악이 무엇이든 간에-
읽는 책 마다 이런 아름다운 의미를 찾는 건, 도대체 얼마만큼 지구에서 살아야 얻을 수 있는 걸까, 나는.'


욕심이 생겼답니다.
저도 [소삼천국]에 가입해서 그 왈랑왈랑 거리는 분위기에 함께 있고 싶다고 -

다락방 2010-02-12 14:39   좋아요 0 | URL
L.SHIN님.
우연이죠, 우연. 제가 찾지 못하는 것을 L.SHIN님이 찾으실 수도 있고 L.SHIN님이 찾지 못하는 것을 제가 찾을 수도 있고 말입니다. 우리는 서로 다른걸 생각하고 다른걸 보고 있으니깐요. 저도 제 자신을 잘 몰랐는데, 네, 저는 어쩌면 정말 모든걸 사랑하며 사는걸지도 모르겠어요. 흐음, 그렇지만 사랑하지 않는 것들의 리스트를 대라면 또 그것도 댈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소삼천국에 가입하는 건 전혀 어렵지 않아요. 조건은 단지 하나, 삼겹살과 소주를 사랑하기만 하면 된답니다. 삼겹살과 소주를 사랑하는게 너무나 매력적인 이유는, 한우와 양주보다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에요. ㅎㅎ 삼겹살과 소주여, 영원하라!!

고마워요, L.SHIN님.

L.SHIN 2010-02-12 17:06   좋아요 0 | URL
소주, 못 마시지만, 그 왈랑 분위기에 합체할 수만 있다면 마시다 기절하면 될 뿐이고!
삼겹살은 열심히 먹을 수 있는데 말이죠. 으흣-!

Kir 2010-02-12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지 않아도 창비 전집 지르고 싶어서 손이 덜덜거리며 떨리는 걸 참고 참고 또 참느라 힘든데, 아~ 다락방님 이러시면 정말이지 곤란해요; 애도하는 사람도 출간 전부터 지르고 싶었던 걸 꾹꾹 참는 와중에 다락방님이 올리신 페이퍼 읽고 좌절했는데, 어흑ㅠㅠ

+) 다락방님이 언급하신 세트 4권 다 저도 좋아하는 책이군요, 이런 기분좋은 뿌듯함이라니~^^

다락방 2010-02-12 15:41   좋아요 0 | URL
오옷- 정말요? 그 셋트를 완독하신 분이시라면 거의 완벽에 가까운 사람이라고 해도 좋을겁니다. 후훗.
창비 전집은 지르셔도 후회가 없을 거에요. 잘 만들어진 책이더라구요. 단편을 읽는 재미가 아주 쏠쏠합니다. 히힛

가격이 너무 부담스러우면 뭐 한권씩 지르셔도 되지 않을까요? 하핫 (아 이런거 옆에서 충동질 조장하면 안되는건데요, 그쵸?)

2010-02-12 20: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14 00: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니나 2010-02-13 2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말랑해, 촉촉해, 향긋해
근데
조금 추워져요,

다락방 2010-02-14 00:31   좋아요 0 | URL
응 니나님.
삶이 원래 그렇지요. 말랑했다가 따뜻했다가 금세 추워지기도 하고, 다 그렇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니나님!!
 

난 살짝 똘끼가 있어서(응?) 가끔 또라이짓을 하곤 하는데, 오늘 출근길, 강남역에 내려 지하철역을 걸어오면서는 노래를 불렀다. 조용하게- 

아침에 문득 눈뜨고 바라보니 눈부신 햇살~ 

아니 왜? 우산을 들고 질퍽거리는 눈을 맞으며 출근했는데, 에잇 왜 아침부터 귀찮게 눈이람, 했는데 입에서는 눈부신 햇살 어쩌고 하는 노래가 나왔을까. 아마 제목이 텅.빈.마.음. 이어서 였는지도 모르겠다. 나만 멜랑꼴리해질 순 없다. 

 

난 너를 느끼네 내 텅빈 마음 속 

 

 

미련없이 그대를 떠나보낸 내 마음속엔
오늘은 왜 이리 허전할까요 알 수 없어요

아침에 문뜩 눈뜨고 바라보니 눈부신 햇살
내곁에 잠든건 지나간 추억 너무 허탈해

그대 그 미소 그때 그 마음 되살아나서 날 부르네
두근거리는 내 작은 맘으론 붙잡을 수 는 없지만

그대 그 미소 그때 그 마음 되살아나서 날 부르네
난 너를 느끼네 내 텅빈 마음 속.  

 

 (앞에 다큐멘터리 스러운 부분 좀 지나면 노래 나옴 1:33쯤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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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0-02-14 00:32   좋아요 0 | URL
저는 현재 연휴중 하루를 써버리고 몹시 아쉬워서 잠도 못 이루고 있어요,바람결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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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나의 기본적인 생각과 이 책속의 애도하는 사람의 마음이 정확하게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에선 일치하는데, 그는 살아생전 무슨 일을 했든 이미 죽은 사람을 누군가는 사랑했었다는 걸로 애도하고 싶어하고, 누군가 한명은 당신을 기억한다, 고 애도하고자 한다. 주변에서는 그가 나쁜 사람이었다면? 많은 사람들로부터 원망만 받다가 죽었다면? 이라고 언제나 반박하곤 하지만, 애도하는 사람은 그래도 그에게는 어느 한사람 쯤은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을 것이고, 아주 어릴적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어느 한 사람에게는 사랑받기도 했을 거라는 거다. 

한 사람안에 좋은것도 나쁜것도 다 들어있다면(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이 애도하는 사람의 말은 맞다. 그리고 이미 죽은자에 대해서 '당신을 기억하는 사람이 단 한사람이라도 있다'고 애도하는 거라면 이건 충분히 의미있는 일이다. 나와 일치하는 부분은 바로 여기, 상대를 기쁘게 해주기 위한 말, 상대를 행복하게 해주기 위한 말은 가능한 하는게 좋다, 는 쪽이다. 참지 말고 숨기지 말고. 싫어한다고 원망한다고 하는 것 보다는 좋아한다고 기억하고 있다고 잊지 못한다고 말하는 쪽이 듣는쪽과 말하는 쪽이 조금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그러나 내 생각이 옳은지는 잘 모르겠다. 나는 늘 그렇게 살아온다고 했으면서도 그게 잘한건지는 여전히 확신할 수가 없다. 

 

좋아한다고 말하지 못하는 감정이 짝사랑이 아닐까. 아주 오래전 대학 다닐때, 고등학교 동창을 만난적이 있다. 성형수술이나 다이어트에도 둔감한 나는 상대의 작은 변화는 좀처럼 눈치 채지 못하는 편인데, 이 친구는 만나자마자 깜짝 놀랄 정도로 달라져 있었다. 원래 살이 찐 타입이 아니긴 했지만 볼 살 만큼은 통통해서 제법 귀여웠는데, 정말이지 말 그대로 홀쭉해져서 내 앞에 나타난 것이다. 어디 아프냐, 대체 왜 그렇게 살이 빠진거냐고 묻는 내게 그 친구는, 

짝사랑을 앓고있다고 답했다. 

짝사랑? 짝사랑 때문에 앓고 있어? 그게...살이 빠지는 일인거야? 그래? 

상대는 같은과 선배라고 했고, 그 선배와 조금이라도 같이 있고 싶어서 그 선배가 참여한 동아리에도 들었다고 했다. 시사토론인가 하는 동아리였는데 사실 갈 때마다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고 그저 그의 얼굴을 보러 가는 거라고도 했다. 그렇다면 너는 그 선배와 친해? 아니. 연락은 하는 사이야? 동아리 모임 한번 빠졌더니 왜 빠졌냐고 전화는 한번 왔었지.  왜 좋아한다고 고백하지 않아? 그 선배는 여자친구가 있어. 그래서 이제 동아리도 안나가려고. 

오! 이런 빌어먹을 짝사랑 같으니라고! 

짝사랑을 해보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마는, 이 짝사랑이 혼자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골병들게 만든다. 영화 『500일의 썸머』에서도 남자가 썸머를 혼자 좋아하기 시작하는 그때, 썸머는 인식하지도 못하고 있는데 남자는 집에 돌아와서 온갖 감정의 기복들을 겪어낸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내게 인사를 건넸지, 나를 좋아하는거 아닐까? 아, 왜 이런 행동을 하지? 우리는 끝났어. 타인이 보기에는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그는 이미 그녀와 나 사이는 끝났다고 괴로워한다. 오- 스투핏 짝사랑. 이 영화가 좋아지기 시작한건 아마 그때부터였는지도 모르겠다. 누구나가 다 하고 있는 고민을 그가 하고 있어서. 내가 겪었던 감정과 상황을 그가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어서. 영화속에서 결국 그가 썸머와 사랑을 시작했을 때는 거리의 모든 사람들이 함께 웃어 주고 함께 춤 춰주지 않았던가! 

 

 

사실 짝사랑의 고민은 끝이 없다. 이렇게 말하는 건 날 좋아하는게 아닐까? 이렇게 행동하는 건 선을 넘지 말라는걸까? 문제는 상대는 전혀 의미 없이 던지는 말과 행동에 끊임없이 집착한다는 거다. 짝사랑에 빠져있는 친구들이 상대의 한마디 말로 고민을 털어 놓을때, 나는 대체 그 의미없는 말에 왜 그런 생각을 하는거냐고, 그건 그저 지나가는 말이라고 몇번 대꾸해준 적이 있는데, 나 역시 타인으로부터 그런 말들을 들을까 두려워서-착각은 아름다운 거니까!- 아무 말도 하지 못한적이 여러번이다. 역시 '어쩌면 실현될 수 있다'는 꿈을 꾸게 만드는 상대보다는, 삼겹살을, 소주를, 순대국을, 오이지를 짝사랑하는 쪽이 백번 낫다. 그러니까 나로 말하자면, 

 

말하긴 뭘 말하냐. 관두자. 하아- 

 

자학의 밤을 보내고 났더니 아침에 라디오에서는 이 노래를 들려준다. 

 

 

그러니까 자학의 밤을 보내고 아침을 맞은 사람에게 좀 가혹한 노래가 아닌가. 자학의 밤을 보낸 사람에게 이런 노래를 들려주는 라디오는 옳은 행동을 한것이 아니다. 자학의 밤을 보낸 사람에게 출근하라는 것 역시 옳지 못하다. 세상이 이렇게 돌아가서는 안되는거다. 자꾸 이러면 정말 죄다 불질러 버릴테다. 

그때, 짝사랑을 앓고 있는 그 친구에게 나는 왜 '사랑이 너를 찾아올거야'라고 말해주지 못했을까?  Love will find you.

 

 

  

결국 이놈의 라디오가 겁났나보다. 내가 이 세상을 불지를까봐. 그래서 결국은 이런 노래로 마무리를 했는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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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0-02-10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이 처먹고 지나온 세월을 뒤돌아보면 짝사랑은 나의 전유물....이다..라고 확신하고 있었지만. 그런 종류의 사랑으로 나 역시 충분히 가해자의 입장이 되었던 적이 몇번은 있었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되었다죠.(철들기 시작하는 중 아니면 왕자병 초기증상..)

다락방 2010-02-10 17:10   좋아요 0 | URL
저도 정말이지 신기하게도 제가 그런 대상이 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고보면 그놈도 참..특이한 놈이에요. 여튼, 저는 그당시에 그걸 알 수 밖에 없었는데, 이 놈들은 고백형이었던거죠. 몇번 안되는 경험인데, 그들은 모두 울었어요. 그런데 저는 그 울음에도 아랑곳하지 않았죠. 시간은 흘렀고,

이제는 제가 울 차례인가봐요.

비로그인 2010-02-10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짝사랑을 무척 즐겨요. 그 대상이 가수이든, 제 곁의 지인이든, 표현하지 못해 끙끙댄다기 보다는 짝사랑하는 내 마음의 상태, 그 사람의 호흡결에 쓰러져 버리는 내 모습이 참 좋아요. 그래서, 내가 누군가를 좋아하는데 그도 마침 나를 좋아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그건 기적이라고 말해버리는 것이지요.제 생애 진정한 그런 기적은 딱 두 번 있어 봤습니다. 동시에 서로가 서로를 짝사랑하는 것이요. 내가, 혹은 그가 나를 먼저 좋아하고 끊임없이 집적거려서(!) 사랑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의 호흡결에 소스라치게 놀라는, 그런 짝사랑의 겹침. 함께 해야 더 좋은 길이긴 한데, 혼자라도 나쁘진 않아요.

다락방 2010-02-10 12:54   좋아요 0 | URL
맞아요, Jude님이 말씀하시는 그것은 기적이 맞습니다. 그래서 좀처럼 일어나기 힘든 일인거지요. 물론 그 감정상태를 충분히 즐길 수 있다면 좋겠지만 가끔은 그 감정 때문에 몹시 힘들기도 하잖아요. 그리고 그럴때는 지쳐버리고 말지요.

여기는 여전히 비가와요, Jude님.

라로 2010-02-10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애도하는 사람 읽고 싶어요~~~~. 저는 초등학교 1학년때 처음으로 짝사랑을 했는데 아직도 자기연민에 빠질때면 그때의 그 짝사랑의 감정이 기억나는거 있죠!!!!!!!ㅠㅠ
전 초등학교 1학년때로 거슬러 올라가서 그 감정의 치유를 해야하는 걸까요??????ㅎㅎ

다락방 2010-02-10 12:56   좋아요 0 | URL
그러고보니 저는 초등학교2학년때부터 짝사랑을 했던 것 같네요. 게다가 짝사랑을 참 잘도 했던것 같아요. 어릴적에 제가 즐기는 건 확실히 연애보다는 짝사랑쪽이었던 것 같습니다. ㅎㅎ

음, 자기연민에 빠질때면 그때의 짝사랑 감정을 떠올리는게, 치유할만한 감정은 아닌 것 같은데요, nabee님. 그걸 치유해버리면 자기 연민에 빠질때 마땅히 떠올릴 다른 감정이 없잖아요. 설사 있다고 해도 짝사랑보다는 좀 후진 감정일 것 같아요.

카스피 2010-02-10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찌보면 제일 순수한 사랑같기도 하면서 어찌보면 제일 바보같은 사랑 같기도 하지요^^

다락방 2010-02-10 12:56   좋아요 0 | URL
그렇죠. 순수하고 바보같고 멍청하고 자학하고 혼자서 울다가 웃다가. 하핫. 맞아요.

기억의집 2010-02-10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도하는 사람 재밌어요. 저 책 가격대가 너무 쎄서 망설이고 있는데.
전 짝사랑은 학창시절에 해 본 것밖에 없어서.....^^
누군가 난 널 기억해 좋아했어,라고 한다면 그 보다 더 좋은 말은 없겠죠. 특히나 한때 짝사랑했던 사람한테 들으면.

그나저나 저 틱톡은 지난 번에 빌보드 1위했다고 해서 들었는데
다락방님이 올려주니깐 더 좋아졌어요.

다락방 2010-02-10 12:58   좋아요 0 | URL
가격대가 정말 세요, 세. 저도 아무생각없이 질렀다가 뒤에 책 가격보고 기절했어요. 어휴- 두께는 또 어떻구요! 그렇지만 재미있었어요. 저는 좋았답니다. 시원스레 별 다섯을 주지는 못하겠지만 별 넷은 확실해요. 그리고 읽다가 울어버리기도 했어요. 아이참..

그나저나 저 틱톡이 꽤 유명한 노래인가보군요! 오늘 출근길 지하철에서 라디오로 듣다가 어어, 뭔노래야 하고 아침에 부랴부랴 검색해보았는데 말입니다. 기억의집님이 좋다니, 저도 좋아요. 오늘은 기억의집님 페이퍼도 읽어서 더 좋았어요. :)

L.SHIN 2010-02-10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예전에도, 지금도 짝사랑에 빠졌어요.
아마 앞으로도 돌아오지 않는 대답을 기대하며 사랑에 빠져 있을 거에요.
H는 내가 좋아하기도 전에 죽어버려서, 사후에 짝사랑에 빠졌었죠.
S는 꿈에까지 나왔었지만, 원래 이 시대 사람이 아니었어요.

나는 지구와도 사랑에 빠졌답니다.
그런데 지구가 슬플 때 안아줄 수 있을 정도로 내가 크지 않아서 속상해요.
가슴으로 딱 한 번, 안았던 기억 밖에 없네요.

다락방 2010-02-10 12:59   좋아요 0 | URL
저도요, L.SHIN님. 저도 예전에도 지금도 짝사랑에 빠졌어요. 짝사랑은 약도 없는 것 같아요. 그런데 약이 있다면 너는 먹을래? 하고 물어보면 저는 아니- 라고 답할 것 같긴 해요.

저도 속상해요, L.SHIN님.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제가 가야할지 모르겠어서요.

L.SHIN 2010-02-10 13:34   좋아요 0 | URL
저도 누군가 '약 먹을래?'하면, '아니, 먹어서 잊어버리느니 차라리 아플래'하고 대답하겠어요.

레와 2010-02-10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사랑은 다 좋더라.. 불륜빼고! ㅎ


다락방 2010-02-10 17:42   좋아요 0 | URL
사실 사랑하는 그 순간만큼 재미있는게 없죠. 막 에너지가 넘치고 ㅎㅎ

섬사이 2010-02-10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어느 드라마에선가
"짝사랑은 사랑만 하고 밥은 해주지 않아도 되니까 더 좋은 거야"했던 게 기억나요. ^^

다락방 2010-02-10 17:43   좋아요 0 | URL
오호- 명답이로군요! 그것은 밥하는 괴로움을 아는 사람들이 하는 말일까요? 일단 열심히 짝사랑중이라면 기꺼이 밥을 해주고 싶어할 것 같은데 말입니다. 후훗 :)

비로그인 2010-02-10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가 날 짝사랑해주는 것도 참 좋을 것 같아요.

다락방 2010-02-10 17:43   좋아요 0 | URL
좋지요, 암요 좋고말구요! 누가 날 짝사랑해준다면 어쩐지 하늘을 나는 기분일 것 같은데요. 매일매일이 신나고 말입니다. 유후~

2010-02-10 21: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11 08: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11 13: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11 13: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12 11: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 2010-02-11 0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ONE LAST CRY!!!! (의도적인 대문자 나열임) One last cry before i leave it all behind...Gotta get over you. 엉엉엉 맨정신을 가지고 아침 댓바람부터 들어도 울적한 이 노래를 우울한 밤에 듣게 되다니요, 나빠요. 다락방님!

전 한때 Westlife 와 Boyzone의 아일랜드 남정네들을 짝사랑했었다는... Westlife 새앨범 나온거 알죠?

다락방 2010-02-11 08:42   좋아요 0 | URL
잘못했어요 브론테님 잘못했어요.
맞아요 one last cry는 맨정신에 들어도 완전 울적 멜랑꼴리 ㅠㅠ
제가 나빠요 제가 나빠요.

전 한때 테이크댓을 짝사랑했었지요. Babe 와 Pray를 부르는 그들이 엄청 좋았어요. westlife 새앨범 나온건 당근 모.릅.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핫

머큐리 2010-02-11 0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아직도 난 짝사랑 중이에요...ㅎㅎ

다락방 2010-02-11 08:41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누구를요? ㅎㅎ
 

브론테님! 어제 신문을 보다가 사고 싶어져서 보관함에 넣은 책은 이것입니다. 

 

 

 

 

 

 

 

[경향신문] 2010년 02월 05일(금) 오후 05:37

매직 토이숍…앤젤러 카터 | 창비

영국의 페미니즘 작가 앤젤러 카터(1940~92·사진)의 대표작 <매직 토이숍>이 출간됐다. 카터는 포스트모더니즘을 대표하는 작가로 불리며 다양한 장르를 혼종한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선보였다. 고딕소설, 판타지, 동화, 신화, 공상과학 영화 등 다양한 요소를 뒤섞어 현실 세계의 부조리와 억압을 형상화한 그의 작품들은 ‘마술적 리얼리즘’으로 불린다.


 
카터의 출세작이 된 <매직 토이숍>은 마법과 같은 풍부한 상상력으로 현실을 비트는 작가의 장기를 잘 맛볼 수 있는 소설이다. 사춘기 소녀의 고통스러운 성장을 그린 소설은 동화와 신화적 주제나 상징을 통한 초현실적 요소를 이용해 여성에게 가해지는 억압을 섬뜩하게 그려냈다. 95년 주인공의 이름을 딴 <멜라니>란 제목으로 나왔다가 절판된 소설이 이번에 새로운 번역으로 출간됐다.

소설의 주인공은 열다섯살 소녀 멜러니다. 이제 막 피어나기 시작한 사춘기의 멜러니는 ‘여성’이 되어가는 자신의 몸을 바라보며 행복한 상상에 젖는다. 한밤중 엄마의 웨딩드레스를 몰래 입고 정원으로 은밀한 모험을 감행한 멜러니는 실수로 문을 잠그는 바람에 몰래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려다가 나뭇가지에 긁혀 상처를 입고 웨딩드레스는 갈가리 찢기고 만다. 자신의 피로 얼룩져 찢긴 채 엉망이 된 웨딩드레스. 그것은 멜러니의 행복한 상상이 산산조각났음을 알리는 전조와 같다. 다음날 멜러니에게 부모가 여행 도중 비행기 사고로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멜러니는 두 동생과 함께 런던에서 장난감 가게를 하고 있는 외삼촌 필립의 집으로 가게 된다.

필립의 집은 음산하고 기괴하기 짝이 없다. 잿빛 런던, 금방이라도 뭐가 튀어나올 것 같은 어두컴컴한 집에서 멜러니는 ‘푸른 수염의 사나이’를 떠올린다. 필립은 가족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가부장적이고 포악한 인물이며, 그의 아내 마거릿은 다정다감하지만 결혼식 날부터 벙어리가 되어버린 여인이다. 마거릿의 두 동생 중 하나인 핀은 더럽고 천해 보이지만 알 수 없는 매력을 풍기며 멜러니에게 치근덕거리고, 그나마 정상적으로 보이던 프랜은 자신의 누나와 은밀한 관계를 가져왔음이 밝혀진다.


필립은 가부장의 폭력을 상징적으로 극대화해 보여주는 인물로 가족들을 꼭두각시처럼 조종하려 든다. 여자들에게 바지를 못 입게 하고, 아내에게는 목을 꼭 죄는 은목걸이를 족쇄처럼 채운다. 멜러니에게는 연극에서 백조로 변한 제우스에게 강간당한 뒤 아폴로와 아프로디테를 낳는 레다 역을 시킨다.

멜러니는 “이게 나일 리가 없어. 진짜의 나는 아니야!”라고 자신을 부정하면서도 가출한 소녀가 되는 상상이나 핀과 연애놀음을 연기하면서 현실을 버텨나간다. 멜러니는 필립이 강요하는 여성상을 따르면서도 현실과 부딪치며 갈등을 일으키는데, 소설은 폭력적인 남성과 꼭두각시처럼 복종하는 여성의 모습을 통해 가부장제를 비판한다. 여성성 역시 연극 무대에서 짜여진 각본에 따라 연기하게 되는 허구의 규범일 뿐임을 보여준다.

카터는 동화를 페미니즘적 관점에서 다시 쓰는 작업을 벌이기도 해 최근 그가 쓴 세계 동화집 <여자는 힘이 세다>가 국내에서 출간되기도 했다. 20세기의 페미니즘 소설이 자칫 낡아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소설은 사춘기 소녀의 불안한 내면과 성장 과정을 그린 보편적 성장소설로도 손색이 없다. 지난해 내한공연을 한 영국의 인기 팝가수 미카(Mika)는 카터의 <매직 토이숍>에서 영감을 얻어 청소년기의 꿈과 불안을 노래한 ‘We are golden’을 만들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페미니즘 작가의 책이라고 하니 Arch님이 읽으셔도 좋겠구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제가 아직 읽어본건 아니지만 말입니다.

 책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마지막에 빨간글씨 인용처럼 MIKA  가 [We are golden]를 만들때 이 책을 읽고 영감을 받았다고 해서 더더욱 관심이 가는 책인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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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리풀말미잘 2010-02-07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저렇게 내용을 다 말해주는 독후감을 보면 책을 읽을 의욕이 반으로 줄어요. 내용을 다 아는 책을 읽는건 좀 지루하지 않아요?

다락방 2010-02-07 22:15   좋아요 0 | URL
책은 내용으로도 읽지만 문장으로도 읽으니깐요. 그리고 저 사람이 요약한 내용 말고도 내가 볼 수 있는 다른 많은 것들이 그 책안에 있을테니깐요. 저 책 한권은 저 요약 하나가 다가 아닐테니깐요. 나는 그래서 내용을 다 알아도 책을 보고 내용을 다 알아도 영화를 봐요. 나한테만 오는 뭔가 다른게 있을 것 같아서요.

다락방 2010-02-07 22:16   좋아요 0 | URL
그리고요 말미잘님, 어제 할라피뇨 먹다가 말미잘님 생각나서 사진 찍어 왔어요. 이미 Arch님의 설명으로 알았겠지만, 그래도.


뷰리풀말미잘 2010-02-07 23:08   좋아요 0 | URL
아주 어릴때 셀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을 읽었어요. 이제는 내용도 가물가물한데 아주 지루했던 책으로만 기억이 남아있어요. 그런데 가끔 다락방님이 언급하고 인용하는 그 책의 구절들이 기가막히게 환상적이라서, 급기야 얼마전에 그 책을 지르고 말았답니다. 그런데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 때문인 다시 읽을 생각은 안 들어요. 만약 다락방님이 그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인용한다면 저는 트라우마 없이 그 책을 완독할 수 있을텐데요. ㅎㅎ 뜬금없는 결론이지만 책은 누가 쓰느냐에 따라서 못써도 볼만한 책과 잘 써도 별로인 책이 있는거 같아요.

저걸 덩어리째 먹기도 하지요? 무지무지 맵구요. 매운건 잘 안 먹는데 가끔 먹으면 입맛이 살더라구요.

다락방 2010-02-08 14:08   좋아요 0 | URL
흐음..

1. 페이퍼로 처음부터 조금씩 인용해간다.
2. 말미잘님 방명록에 한페이지씩 옮긴다.
3. 책을 읽어 녹음한 테입을 말미잘님께 보내준다.(더-리더 처럼)
4. 만나서 얼굴 가리고 한장 읽어준 뒤 뒤돌아 사라진다. (이러면 책 다 읽을때까지 만나야 한다)
5. 손글씨로 한장씩 써서 매일매일 우편으로 부친다.

이외에 더 좋은 무슨 방법이 있을지 계속 고민해볼게요.

메르헨 2010-02-08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미잘님 말씀처럼...다락방님께옵서 글을 조금씩 올려주시면 한 권 읽는건 문제도 아닐듯...^^

다락방 2010-02-08 14:08   좋아요 0 | URL
아 어쩐지 제가 계속계속 올려야 할 것 같은 분위기로 몰리고 있군요. 흐흣

... 2010-02-08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였군요! 주문은 벌써 하신건가요? (6개월 후라고 했잖아요!!!!)) 다락방님의 평이 좋으시다면 저도 뒤따르겠어요. 흐흐흐. 참, <애도하는 사람>은 어땠어요?

다락방 2010-02-08 14:10   좋아요 0 | URL
이사람이, 날 뭘로 보고! 아직 주문 안했죠. 6개월!6개월!!

애도하는 사람은 조만간 또 페이퍼를 쓸까 아님 홈피 리뷰로 쓸까 할건데(그냥 넘어갈 수 없어서요) 전 좋았답니다. 아 글쎄 어젯밤에 마저 읽다가 눈물을 또르르 흘리지 않았겠어요? 생뚱맞게 아, 내가 좋아하는 누군가가 아프면 어떡하지? 뭐 이런 생각도 들고 말이죠. 좋았어요. 별 다섯을 줄까말까 고민할만큼 좋았어요. 그런데 왜 선뜻 다섯을 준다고는 말 못하겠는지. 흐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