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읽는 여성 철학사
리베카 벅스턴.리사 화이팅 외 지음, 박일귀 옮김 / 탐나는책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래전 중/고딩 시절에 여성 철학자를 배운 기억이 없다. 여성 독립운동가도 유관순 열사밖에 몰랐다. 훌륭한 여성 독립운동가가 그렇게 많은 줄은 시간이 한참 지나고 나서야 알았다. 앞으로도 여성사 책을 다양하게 내줬으면 좋겠다. 나도 독자로서 할 수 있는 일을 할 테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중학교 1학년 첫 학기 첫 시험 때 딱 한 번 90점대 점수를 맞아본 이후로 영어에 좋은 기억이 별로 없다. 하지만 그것이 마지막, 점수는 계속 떨어져 고등학교 때는 아예 바닥을 기어서 흔히 말하는 영포자가 됐다. 그 후로도 영어를 잘하고 싶은 욕심이 전혀 없었다. 영어를 못하는 걸 운명처럼 받아들였다. 대학 때 있었던 영어 교양 수업은 기초 수준이라 그런지 열심히 하다 보니 그럭저럭 통과했고, 학부를 마칠 때엔 꼭 따야 하는 토익 점수를 간신히 넘겨 졸업에 성공했다.


이 후로 영어와는 별다른 인연이 없다가 학부 졸업하고 2년 반 뒤에 대학원에 들어가면서 인연이 시작됐다. 입학 경쟁률이 높아서 다른 데처럼 높은 토익이나 토플 점수를 요구했다면 불가능했겠지만, 그렇지는 않아서 영포자가 대학원 석사 과정에 들어가는 것이 가능했다. 대학원에 들어가면서 난생 처음으로 기숙사라는 곳에 살아봤는데, 두 번째 학기 때 룸메이트가 외국인이었다. 그리고 같은 방은 아니었지만 같은 건물에 네팔 사람도 있어 가끔 우리 방에 놀러 왔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나는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지금도 카톡으로 연락하는) 튀르키예인 친구를 만나게 됐으니, 외국어 공부에 자극을 받기에 상당히 좋은 환경이 조성됐다. 나의 룸메이트는 무려 5개 국어(스페인어, 포르투갈어, 영어, 나머지 2개는 까먹었다)를 이해하는 언어 능력자에 아들 하나를 둔 언어능력자였다. 거기에 한국어는 해당하지 않았기에 나는 간단한 영어 회화는 직접, 좀 어려운 대화는 파파고에 의존해 간간히 대화를 시도했다. 


그 친구가 한국어를 조금이라도 할 줄 알았거나, 내가 영어 회화를 기본이라도 했다면 친해졌을 수도 있겠으나, 둘 다 아니라서 아쉽게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여기가 외국도 아닌데 내가 전공 공부 대신 영어 공부에 열을 올릴 수도 없었다. 영어 못해도 그냥 들이대는 성격도 아니고. 거기다가 카톡으로 사귄 튀르키예인 친구는 한국어를 너무 잘했다. 결국 나보다 먼저 대학원 학기를 마친 룸메이트는 고향인 아프리카 모잠비크로 돌아갔다.


그러다가 아마도 이 책들을 만나면서 영어 공부에 다시 불이 붙었던 것 같다.





영어를 잘하고 싶다면 영어책 한 권을 씹어먹어보라는 MBC 김민식 PD, 고등학교를 중퇴한 후 방황하다가 영어로 된 외화를 미친듯이 보다가 영어를 깨치고 미국 명문대에 입학했다는 신왕국의 이야기는 이 책을 읽던 당시에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래서 한동안 유명한 영어 교육 유튜브 채널도 구독해서 열심히 보고, 외화도 같은 영화를 몇 번이고 반복해서 봤던 기억이 난다. 그때가 최소 4년 이상은 됐으니 꾸준히 했더라면 꽤 늘었을 터인데 늘 오래 못 가는 게 문제다. 영어 교육 유튜브 채널은 지금도 가끔 보긴 한데 그때만큼은 아니다.


그 뒤로는 무수히 많은 시도를 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영어판과 한국어판을 도서관에서 같이 빌려와서 집에서 열심히 해석하기도 했고. 여기는 책 소개를 하는 공간이니까 각설하고 내가 여태껏 읽은 영어책을 생각나는 대로 말해보겠다.





영어 알려주는 남자, 유튜버 영알남이 유튜브에서 한 이야기를 책으로 엮은 책이다. 난 유튜브에서 먼저 보고 책을 나중에 샀었다. 요즘엔 어쩐지 유튜브에서 영어를 잘 안 알려주는데, 어쨌든 그 덕분에 영단어에 접근하는 눈이 트였다. 영단어 하나에 들어있는 수많은 뜻 하나 하나를 외우는 게 아니라 '영단어에 있는 그림을 이해해야 한다' 라고 그는 말한다. 이를 테면 이런 식이다.


"for는 당연히 '~를 위해' 라고 생각하실 겁니다. 그런데 이렇게 외워버리면 for의 의미 중 반만 알게 되죠. for의 그림은 보다 입체적입니다. '주고 받는 교환'의 그림이죠. 한쪽만 주는 것이 아니라, 주는 것에 대한 대가가 따르는 그림이에요. 무언가를 받을 때는 그에 대한 대가가 따르잖아요? 이렇게 상호 주고받는 것이 for의 그림입니다."


우리말 '가다'도 사전을 찾아보면 10개가 넘는 뜻이 있지만, 우리가 그 많은 뜻을 다 머릿속에 집어넣고 사는 게 아닌 것처럼. 우리말 '가다'는 아마 어떤 곳으로 이동하는 그림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그 하나의 그림을 가지고 물리적인 뜻으로도, 추상적인 뜻으로도 잘 응용해서 다양한 뜻으로 파생된다고 한다. 무슨 말인지 모를 수도 있겠지만 자세한 건 책에 나온다. 유튜브로 보는 게 더 빠르긴 한데 여긴 책을 소개하는 공간이니까. 유튜브에서 보고 싶은 사람은 영알남 '영단어'라고 검색해서 시청하면 이해할 수 있을 거다.




옛날에 전자책으로 1권을 샀는데, 2권 3권도 나왔는지는 방금 알았다. 책 제목은 김영철이 진행하는 라디오 <김영철의 파워FM> 속 코너 이름을 그대로 따왔다. 그 코너가 지금은 없지만 거기서 타일러가 고정 게스트로 나와서 미국식 영어를 소개했었다.



한 권은 '어원 사전'이고 다른 한 권은 '표현 사전'이라고 되어 있지만 둘다 영숙어의 어원을 소개한 책이다. 이 나이에 다시 입시를 준비할 것도 아닌데, 영단어를 단어장에 있는 데로 달달 외우는 건 너무 노잼이라 어떻게 하면 좀 더 재밌게 익힐 수 있을까 해서 샀었다. 사실 끝까지 제대로 읽어보진 못하고 알라딘에 중고책으로 팔았지만, 책이 별로라서 그렇게 한 건 아니다. 서가에 있는 책을 대량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었던 적이 있었는데 이 책들도 그때 같이 팔았다. 언젠가 다시 사서 볼 생각이다.



비교적 최근(?)에 읽었다. 여태까지 읽어온 언어(혹은 영어)를 다룬 책 중에서 제일 재밌었던 것 같다. 영어를 둘러싼 언어의 세계를 재미나게 풀어낸 책이다. 본문에서 꼭 영어만을 이야기하진 않지만, 이 책의 완독한 입장에서는 책 제목을 '영어의 탄생'이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영어와 영단어가 어떻게 지금의 모습으로 변화했고, 앞으로 어떻게 변해갈지 영어의 역사를 다룬 대목이 가장 핵심적이고 재밌었다. 내가 메모해둔 구절 몇 개만 소개하고 이 책 소개는 마무리하겠다.


"흔히 쓰는 영어 단어 가운데 최소한 절반 가까이가 앵글로색슨어가 아닌 다른 언어에서 유래했다. 이처럼 영어는 여기저기서 단어를 엄청나게 빌려 온 언어 가운데 하나지만, 다른 언어들도 외국어의 어휘를 차용하는 데 크나큰 열성을 보였다. 아르메니아어는 전체 언어 가운데 토착어에서 유래한 것의 비율이 겨우 23퍼센트이고, 알바니아어는 그 비율이 겨우 8퍼센트다." (126쪽)


영어는 정말 거의 모든 언어에서 단어를 가져왔다. shampoo(샴푸)는 힌디어에서, chaparral(덤불)은 바스크어에서, caucus(간부회의)는 엘곤퀸 인디언 언어에서, ketchup(케첩)은 중국어에서, potato(감자)는 아이티 원주민 언어에서, sofa(소파)는 아랍어에서, boondocks(산림)는 필리핀의 타갈로그에서, slogan(구호)은 게일어에서 가져왔다. 이를 능가하는 절충주의는 아마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영어는 이런 일을 수 세기 동안이나 계속해왔다. 보와 케이블에 따르면, 16세기만 해도 무려 50가지 언어로부터 단어를 차용했다고 한다." (122쪽)


"때로는 혼란을 조장하기에 딱 알맞게 똑같은 단어가 상충하는 의미를 갖기도 한다. 이런 종류의 단어를 모순어라고 한다. sanction이라는 단어는 어떤 일을 할 수 있도록 '허락받는 것(재가)'과 '금지당하는 것(제재)'을 모두 의미할 수 있다. cleave라는 단어는 뭔가를 '절반으로 뚝 자른 것(쪼개다; 가르다)'과 '서로 붙이는 것(부착하다; 고수하다)'을 모두 의미할 수 있다. sanguine한 사람은 '성미 급하고 잔인한' 사람이거나 '차분하고 쾌활한' 사람일 수 있다. 뭔가가 fast한 것은 어딘가에 '딱 붙어 움직이지 않는 것'이거나 '재빨리 움직이는 것'을 말한다. 문을 bolted하면 '잠갔다'는 뜻이지만, 말馬이 bolted하면 '달려 나갔다'는 뜻이다. 회의를 wind up했다면 그걸 '끝냈다'는 뜻이요, 시계를 wind up했다면 그걸 '움직이려고 태엽을 감는다'는 뜻이다. ravish는 '강간한다'는 뜻이지만, 이와 동시에 '황홀하게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117쪽)


이렇게 단어가 풍부한데도 영어 사용자는 단 하나의 단어에 그야말로 갖가지 의미의 은하계를 부여하는 특이한 성향, 즉 영어를 배우는 외국인의 입장에서는 환장할 만한 성향이 있다. (…) 한 단어가 여러 가지 의미를 갖는 것을 '다의성'이라고 하는데, 이런 경우는 아주 흔하다. (…) 하지만 다의성의 황제라고 할 만한 단어는 분명 set일 것이다. 얼핏보기에는 전혀 두드러진 구석이 없는 단음절어, 생물로 말하자면 단세포동물에 해당하는 듯하지만 이 녀석은 무려 명사로 58가지, 동사로 126가지, 분사 형용사로 10가지의 용례가 있다. 워낙 의미가 다양하고 제각각이다 보니,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서는 이 녀석을 모조리 설명하는 데 무려 6만 단어를 사용한다. 웬만한 단편소설 한 편 분량이다. 외국인의 경우, set의 의미를 파악할 때야말로 진정 영어를 아는 것으로 생각하면 되겠다. (115쪽)





얘들은 가장 최근에 읽은 책. 이 두 권은 수험서는 아니지만 수험서처럼 공부하는 마음으로 매일 조금씩 천천히 읽고 있다. 『대한민국 영문법 0교시』는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었고, 『신기하게 영어 뇌가 만들어지는 영문법』은 대출해서 읽다가 반납 기한까지 다 못 읽을 것 같아서 아예 구매를 해서 요즘도 읽고 있다. 『대한민국 영문법 0교시』은 그야말로 완전 왕초보가 읽어야 할 책이다. 한국어와 어순이 완전히 다른 영어식 어순에 적응할 수 있게 친절하게 우리를 안내한다. 


『신기하게 영어 뇌가 만들어지는 영문법』은 앞의 책보다는 한 걸음 더 나아갔지만 영어 무식자인 내가 보기에 이 책도 난이도가 그렇게 어려운 책은 아니다. 자동사, 타동사, 수동태, to 부정사, 분사구문 들을 초보자들을 위해 정말 쉽지만 깊이 있게 내용을 전달한다.


두 권 다, 수험서가 아니라서 그렇기도 하지만 암기식이 아니라 어원을 설명함으로써 왜 문법이 지금과 같은 형태가 되었고 우리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이야기해준다. 역사와 어원 이야기 좋아하는 내겐 이만한 영문법 책이 없다. 전치사를 사전에 나오는 개별적인 뜻보다 단어의 그림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한 대목은 앞서 언급한 영알남의 해설과 다르지 않았다. 이 책의 저자도 원래 유튜버라서, 책의 각 챕터마다 유튜브 영상으로 통하는 QR코드가 있다. 책과 유튜브 영상을 함께 보면 더 좋을듯하다. 


단기간에 성적을 최대로 내길 목표로 하는 수험생에게는 적절하지 않다. 하지만 취미로 영어를 공부하거나, 아직 학생이라도 여유가 좀 있어서 차근차근 기초부터 천천히 재밌게 영어를 익히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좋은 영어 교재가 될듯하다. (알라딘에서 후기를 보니까 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가 이 책으로 영어공부를 재밌게 한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이달의 마이페이퍼'에서 상금으로 받은 적립금 3만원에 본래 갖고 있던 마일리지를 조금 보태서 주문했다. 오늘 아침에 주문해서 책이 오길 기다리고 있다. 앞에서 소개했던 『걸어다니는 표현사전』, 『걸어다니는 어원사전』처럼 어원을 소개하지만 숙어는 아니고 일반 단어다. 의도한 바는 아니었으나 이 책 두 권 다 내가 좋아하는 인문학이 주제라 더 재밌을 것 같다. 원래는 이 책 두 권만 짤막하게 이야기하려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 엄청 길어졌다. 아무리 책 좋아하는 알라디너라도 재미도 없는 긴 글을 끝까지 읽는 사람이 있을까 모르겠다. (혹시 읽으셨다면 감사합니다. ㅠ)


마지막으로 아직 사지도 읽지도 않았는데 일단 눈여겨본 책들만 덧붙이는 것으로 끝 맺으려 한다. 언젠가 나도 영어를 잘하는 날이 오길 바라면서. (마지막 한 권은 영어 책은 아니지만 영어도 어쨌든 '언어'이긴 하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새로 읽을 책을 빌리러 며칠 전에 동네 도서관에 갔다가 신간도서 서가에 있어서 빌려왔다. 출간일 기준으로도 올해 6월이니 아직 나온 지 반년도 안 된 따끈따끈한 신간이다. 책 제목은 '여성 철학사'라고 되어 있지만, 내용을 대강 봤을 땐 '여성 철학자'라는 제목이 더 정확하다. 원제도 『The philospher queens:철학자 여왕들』이라고 되어 있다. 



책에서는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동·서양의 저명한 여성 철학자들을 다루고 있다. 내가 여기서 한 번이라도 이름을 들어본 철학자는 '해나 아렌트(보통 '한나 아렌트'라고 부르는 바로 그 사람이다)'뿐이다. 철학에 친숙하지 않은데도 남성 철학자들은 의외로 많이 알고 있다, 열 손가락을 두 번 꼽고도 모자랄 정도로.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는 잘 모르고 이름만 익숙하단 게 함정이지만, 그래도 익숙한 이름의 많음과 거의 없음은 천양지차다. 이런 사람이 나만은 아니었는지 책의 공동 저자들은 자신들이 만난 시민들이 여성 철학자의 이름을 단 한 명도 말하지 못했다고 한다. 


"일례로 《철학: 100명의 주요 사상가들(Philosophy; 100 Essential Thinkers)》(2002)에는 메리 울스턴크래프트(Mary Wollstonecraft)와 시몬 드 보부아르(Simone de Beauvoir) 두 명의 여성만 등장한다. 《위대한 철학자들: 소크라테스부터 튜링까지(The Great Philosophers: From Socrates to Turing)》(2000)에는 여성 철학자가 단 한 명도 언급되지 않는다. 이 책은 현대 철학자가 집필했음에도 불구하고 모두 남성 철학자만 다뤘다. 제목을 말 그대로 《철학의 역사(The History of Philosophy)》(2019)로 내세운 A. C. 그레일링(Anthony Clifford Grayling)의 책에서도 여성 철학자를 찾아보기 힘들다. 세 쪽 반에 걸쳐 '페미니즘 철학'을 간략히 소개한 곳에서 여성 철학자는 마사 누스바움(Martha Nussbaum) 한 명만 등장할 뿐이다."(7~8쪽)


비단 철학서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많은 경우에 남성은 기본값이고 여성은 직업 앞에 '여성'이나 '여'라는 수식어나 접두사가 붙는다. ('간호사' 같은 여초 직업은 대체로 여성이 기본값으로 쓰여서 여자 간호사는 수식어 없이 '간호사'라고만 부르고 남자 간호사는 '남자 간호사'라고 부를 때가 많지만 그것도 바람직하진 않다고 본다) 여성 철학자들만을 다룬 책을 '여성 철학사'라고 부른다면 남성 철학자들만을 다룬 책은 '남성 철학사'라고 해야 하는데, 어째서 아무 수식어 없이 '철학사'가 되는 것인지. 철학을 전공하는 여성이 남성보다 더 적지도 않은데 말이다.


이런 마당이니 (철학을 전공하지 않은) 보통 사람들이 여성 철학자들을 거의 모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수 있다. 이 책은 그러한 배경 속에서 나왔다. 내가 전공자는 아니지만, 나한테도 어렵지 않아서 철학 혹은 여성 철학사 입문서로 적당해 보인다. 아직 우리에게 낯설지만 인류에 공헌해온 여성 철학자들을 이 책을 통해서 함께 만났으면 좋겠다.
















독일에 태어난 여성 철학자 '한나 아렌트'가 쓴, 저서들. 『인간의 조건』과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은 원서(번역본 포함)를 직접 읽어본 적은 없는데, 워낙 유명해서 주워들은 이야기들만 조금 있다. 인류사에 존재하는 모든 고전은 그걸 직접 읽은 사람은 별로 없고, 읽은 사람한테서 전해 들은 걸로 마치 그 책을 다 아는 것처럼 느끼게 되는 법인듯하다. 철학은 아니지만 나도 명색이 인문학 전공자(역사) 출신이니 언젠가는 꼭 한번 읽어보고는 싶은데 미루어둔 지가 적어도 10년은 넘었다. ㅋㅋㅋㅋ 죽기 전엔 읽으려나. 입문서 ≫ 해설서 ≫ 원서 순으로 조금씩 가다 보면 언젠가는 읽겠지.



한나 아렌트처럼 이름이 곧바로 떠오르진 않았지만, 내가 이름을 기억하는 유일한 한국의 여성 철학자는 '임윤지당'이다. 여러 철학자들을 함께 다룬 책에서 이 이름을 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그냥 이름만 알 뿐이지 그가 어떻게 살았는지, 무엇을 남겼는지는 하나도 모른다. 임윤지당은 놀랍게도 조선의 성리학자다. 신사임당 모녀(신사임당의 딸도 그림을 잘 그렸다고 한다. 관련 논문도 있는데 이름을 까먹었다)처럼 그림을 그리거나, 허난설헌처럼 시를 쓴 것도 아니고 성리학을 연구했다.


조선의 사대부 여성들도 성리학을 배우긴 했겠지만, '학자'라고 불릴 정도면 단순히 학문을 익히기만 한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견해를 분명히 갖고 있었다는 뜻이다. 여필종부를 강조했던 성리학에 무슨 매력을 느껴서 그렇게 깊이 공부했을까 자못 궁금하다. '이달의 페이퍼 선정'으로 저번에 받은 적립금 3만원으로 무슨 책을 살까 아직 고민 중인데 얘도 일단 담아둬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민중의 이름으로 - 가짜 민주주의, 세계를 망쳐놓다
이보 모슬리 지음, 김정현 옮김 / 녹색평론사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자는 대의제가 근대 은행 제도와 결합해서 과두제를 확립해온 과정을 상세히 밝히고, 현대에도 실존하는 진짜 민주주의를 현실화한 민주 공동체와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는 다양한 민주주의 실험을 다룬다. 더 나은 사회를 향해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길 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방세계의 선거대의제 체제를 가리켜 ‘민주주의‘라고 부르는 것만큼 잘못된 일은 없다. 이 부적절한 명칭(혹은 환상)은 1800년경부터 사회 일반에 정착되기 시작했는데, 실은 그 전까지 선거대의제는 민주주의와 정반대의 것을 뜻한다고 인식되고 있었다. 원래 민주주의란 시민들이 다음의 세 가지 방식으로 통치행위에 참여하는 것을 뜻했다. 즉 특정 안건에 대해서 혹은 공직자 임명에 대해서 직접 투표하여 결정하는 것, 스스로 비상근 공무원으로서 복무하는 것, 그리고 추첨으로 선발된 기관(예를 들면 배심원)으로서 정치에 참여하는 것이다. 이러한 정치참여의 실천들은 모두 선거대의제와는 상반되는 것이다. - P14

선거를 통해서 구성된 정부는, 민주정이 아니라 ‘과두정‘이라고 인식되었다. 과두정은 ‘민중에 의한 통치‘가 아니라 ‘소수에 의한 통치‘를 뜻한다. 그 차이는 명백하면서도 기초적이다.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통치하고자 한다면, 그 일이 부담스러운 일일지언정 우리 자신이 통치에 직접 참여해야 한다. 그러나 만약 우리를 대신할 사람을 선발하여 그들로 하여금 통치하게 한다면 그것은 스스로 통치하는 것이 아니며, 곧 민주주의가 아니다. - P14

‘민주적 대의제‘에서 정당정치가 무엇을 의미하는가 하는 것은 상당히 명백하다. 대표자들은 더이상 민중을 대리하지 않는다. 이들은 자신들의 ‘자리‘를 보장해주는 권력자들을 위해서 민중과 교섭하는 사람들이다. 유권자들은 물론 정당 후보에게 투표해야 할 ‘의무‘는 없다. 원한다면 무소속 후보에게 표를 줄 수 있다. 그러나 특별한 예외가 있기는 하지만, 후보자들이 정당 인식표를 달고 있지 않는 한 누구에게 표를 던져야 할지 유권자들이 제대로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 - P30


댓글(2)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북다이제스터 2022-11-10 12: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선거는 민주적인가>란 책에도
선거는 귀족정을 만드는 수단이고
정당은 파벌 정치라고 설명한 글이 떠오릅니다.
진정한 민주주의는 ‘제비뽑기’ 이외는 없다는 설명도 기억납니다. ^^

꾸준하게 2022-11-10 14:22   좋아요 1 | URL
『축! 국회의원에 당첨되셨습니다』라는 책에서 국회의원을 추첨으로 뽑자는 제안이 나와요. 국내 실제 사례로는 국회의원까지는 아니지만 녹색당에서 대의원을 추첨으로 뽑고 있어요. 단지 일시적 실험만이 아니라 거의 10년째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북다이제스터님께서 소개해주신 책도 나중에 읽어볼게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