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9월부터 2007년 9월까지 약 1년 동안 EBS-TV <60분 부모> (목요일편) ‘심리학습클리닉’ 프로그램 사례를 보면 초등학생 자녀들은 ‘공부’에 대해 거의 한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나를 가장 화나게 하는 것은? 공부

나는 공부가? 싫다

나를 가장 슬프게 하는 것은? 엄마가 ‘공부해라!’

내 소원이 마음대로 이루어진다면? 공부가 없어졌으면 좋겠다

아이들에게 공부란 바로 이런 대상이다. 공부해라, 공부해서 남 주나, 공부해야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어른들의 말은 순전히 어른들의 생각, 아이들은 결코 이 말에 100% 설득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가 만난 대다수 아이들은 한 마디로 공부에 대한 동기와 의욕이 없었다. 그들은 공부 때문에 슬프고 공부 때문에 속상하고 공부 때문에 화가 난다고 했다. (6-7쪽)

 

아이들은 공부를 싫어한다. 물론, 공부가 항상 즐거울 수는 없는 일이다. 배워야하고, 익혀야하고, 거기에다가 우리나라에서는 많이 외워야하니, 공부가 참,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새로운 것을 알아갈 때의 기쁨을 누리지 못한다면, 그 기쁨을 빼앗긴다면 그건 너무나 애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내 생각에 공부가 정말 싫어지게 하는 말은 바로 ‘공부해라!’인 것 같다. 스스로 해야 재밌는 것이 ‘공부’인데, 스스로 해야 즐거운 것이 ‘공부’인데, 자꾸 '해라, 해라‘ 강요받다보니, 공부가 가장 싫은 것이 되어버린 것이다.

게다가 요즘 아이들의 학습량은 이루 다 말할 수가 없다. 학습 관련 영어, 수학, 논술 학원에 예체능 학원 태권도, 피아노는 기본에 속한다. 주산에, 바둑에, 중국어에, 로봇에, 아이들은 쉼없이 듣고, 또 듣고, 또 듣는다.

‘잠시 쉬고’ 있는 동안이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심리학에서는 이렇게 쉬는 동안을 ‘부화기(incubation period)’라고 부른다. 마치 달걀이 병아리가 되려면 암탉이 스무하루 동안 알을 품고 있어야만 하듯 생각도 품고 있어야 더 나은 생각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우리 아이에게 생각할 틈과 여유를 줘보자. 저학년부터 부모가 관심을 두고 기본 생활습관과 자기 관리법 등을 가르쳐왔다면 아이는 이 틈과 여유를 분명히 의미 있게 써 낼 것이다. (139쪽)

 

학원에 다니지 않는 큰아이는 남는 시간은 자기 마음대로 활용한다. 학교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을 읽거나, 특기시간에 완성못한 스킬 자수를 두거나, 게임을 하거나, 수학문제집을 풀거나.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기는 하지만, 자신이 미리 계획한 그 날 그 날의 학습량은 대체로 지키려 노력하는 편이다. 내가 특별히 도와줄 게 없다.

신경을 써야 한다면, 우리 둘째가 되겠다.

학교 갔다오면 닌자고랑 한 판 놀아야되고, 마법천자문도 쭉 읽어봐야되고, 한자맞추기게임도 해야하고, 아빠랑 장기도 한 판 둬야한다. 그래서, 엄마인 내가 자꾸 나서게 된다.

“숙제는 미리 해 놓고 놀아야지~”

“내일 학교에 특별한 준비물은 없어?” 이렇게 말이다.

이 책에는 아직은 어려 스스로 모든 걸 챙기기 어렵지만, ‘스스로하기’를 배워야 하는 초등학교 저학년을 위한 좋은 TIp이 있다.

벽의 왼쪽에는 과제 수행 전, 오른쪽은 과제 수행 후로 구분할 수 있도록 링을 걸 수 있는 자리 두 개를 만들어주자. 아이가 하루 동안 해야 할 일을 색종이에 각각 적어서 코팅카드를 만들어준다. 예를 들어 학교숙제-빨간색, 일기-파란색, 준비물 챙기기-노란색, 책가방 챙기기-초록색 등으로 색을 구분한다.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모든 카드는 왼쪽 (과제 수행 전) 자리에 걸려있다. 하나씩 과제를 마칠 때마다 스스로 카드를 오른쪽 자리로 옮기도록 한다. 잠자기 전에 왼쪽에 걸려 있는 카드가 하나도 없으면 칭찬스티커를 준다. (124쪽)

 

며칠 전에도 담임선생님이 숙제로 내주신 학습지 한 장이 없어져 온 집안을 다 찾았던 일이 있었다. 둘째는 분명 자기가 학교에서 그 학습지를 가져왔다고 하는데, 나는 그것을 둘째 가방에서 본 일도, 꺼낸 일도 없었다. 매일 내가 둘째의 가방을 챙겨주다 보니 생긴 일이었다. 그래서, 그 다음날부터는 학교에서 다녀온 후, 알림장과 소식을 전하는 L자 파일을 같이 확인하기로 했다. 이 책에서 제안한 방법을 쓰면 둘째에게 책임감을 심어줄 수도 있고, 스스로 하는 습관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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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상호대차로 책을 대출했다.

일반적으로 책의 표지는 반질반질한데, 이 책은 약간, 아주 약~간 질감이 느껴졌다. 색상은 화면으로 볼 때보다 옅은 것 같았다. (이건 인터넷으로 옷 사고 나서 상품후기에 주로 쓰는 말인데... 쩝...) 책을 잡았을 때의 느낌도 좋아서, 이 책도 새 책처럼 깨끗한 편이었지만, 완전 새 책을 잡았을 때의 느낌은 더 좋았으리라 상상할 수 있었다.

책을 펼치고, 뭘 먼저 읽을까.

‘패니와 애니’, 이게 이 책 제목이니까, 제일 대표적인 건가보네, 이거 읽을까.

‘목사의 딸들’, 이 제목 다락방님 페이퍼에서 본 거 같네, 이거 읽을까.

‘당신이 날 만졌잖아요.’ 이것도 다락방님 페이퍼에서... 헉.

이게 뭐야, ‘당신이 날 만졌잖아요.’

뭐..... 이를 테면,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아, 이거 읽어야겠다.

유리창 너머, 아롱이가 헤엄쳐, 헤엄쳐 내게로 온다. 당당하게도 아롱이는 등에 보조판을 떼고서 내게로 오고 있지만, 그것을 자유형이라 부르기에는 아롱이가 너무 자주, 일어선다. 아롱이가 내게 온다. 걸어서 온다. 손을 한 번 흔들어 준다. 오른손 엄지로 ‘최고’라고 말해준다. 아롱이가 뒤를 돈다. 아롱이가 헤엄쳐 선생님께로 간다. 나는 다시 ‘당신이 날 만졌잖아요’를 읽는다.

"난 너와 말하고 싶지 않아.“ 그녀는 그를 외면하며 말했다.

“하지만, 내 몸에 손을 얹었잖아요.” 그가 말했다. “그러지 말아야 했어요. 안 그랬다면 나도 이런 생각을 했을 리가 없으니까. 나를 만지지 말아야 했어요.” ...

“돈 때문이 아니라면 왜 나를 괴롭히는 거야. 난 네 어머니뻘이라고 해도 좋을 나이야. 어떤 면에서는 이제껏 네 어머니였어.”

“그건 문제가 안 돼요.” 그가 말했다. “머틸다 사촌은 내게 어머니가 아니었어요, 결혼해서 캐나다로 나가요 - 그게 좋을 거예요 - 날 만졌잖아요.”

그녀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면서 몸이 떨렸다. 갑자기 분노로 얼굴이 붉어졌다.

“이건 너무 망측해!“ 그녀가 말했다.

“뭐가요?” 그가 반박했다. “당신이 날 만졌잖아요.” (213쪽)

 

아주 잠깐, 순간이었지만, 그 때의 느낌을 잊지 못하는 남자와 그 모든 상황을 애써 외면하려는 여자의 모습이 가감없이 그려지고 있다.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만졌는지에 대해서는 책에 자세히 나와있다.

작품해설을 읽어보니, 로런스(창비쪽 로렌스)는 이 단편을 남자주인공의 이름과 똑같이 『헤이드리언』 으로 바꿔달라고 출판 직전에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고 한다. (작품해설, 335쪽) 내 생각에도 이 제목이 훨씬 낫다. “당신이 날 만졌잖아요.”

2. 안나카레니나 설문이후 나는 문학동네 <안나 카레니나>를 구입했다. 이 자리를 빌어 나의 물음에 성실히 응해주신 하이드님다락방님께 감사~~~~

문학동네판에는 영화교환권이 1장 들어있었다. 책 사이에 끼워놓아 한 동안 잊어버렸다가 확인해보니, 집 주위 영화관에서는 이미 상영이 끝난 상태였다. “어머나! 표를 날리게 생겼네.” 다행히, 충무로 대한극장에서는 아직도 상영 중이었다. 급하게 교환권으로 예매를 하고, 영화를 보러 시내에 나갔다.

자리에 앉아 팝콘을 한참 ‘폭풍흡입’ 하고나서야, 나는 내가 영화관에 혼자 왔다는 걸 실감했다. 아, 처음인가, 영화 보러 혼자 온 거? 생각 좀 하려는데, 영화가 시작됐다. 영화는 재미있었다. 스토리가 극장식으로 전개돼, 내용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 더 재미있게 봤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으로 영화를 만든다는 게 얼마나 쉽지 않은 일일까. 이미 자신의 역할을 한 배우들이 있는데 연기한다는 게 얼마나 쉽지 않은 일일까. 사람들은 자꾸 비교하게 될 테니까. 나도 ‘안나’역에 ‘키이라 나이틀리’가 어울린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녀가 자신만의 ‘안나’를 그려낸데는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나의 관심은 역시 브론스키.  

 

이 정도 외모로 꼬셔주시면, 안 넘어가기 어렵다는 소박한 깨달음.

또 한 가지 깨달음. 오만과 편견에서 키이라 나이틀리의 상대배우였던 이 분.

 

 

이 영화에서는 안나의 오빠 오블론스키로 등장. 외모로 봤을때 유사점을 찾기 매우 어렵지만, 본인은 영화를 보며, 악센트로 알아냈다는. 조금 아쉽.

3. 저번주에는 알라딘서재에 <안나 까레니나>에 대한 페이퍼가 꽤 올라왔다.

나는 아직 문학동네 <안나 카레니나>를 사놓고 읽지도 않았는데, ‘박형규 교수’의 <안나 까레니나>라니. 게다가 저 표지 좀 봐라. 아, 어떻게 해.

아침부터 신랑한테 <안나 까레니나>를 보여줬다. 신랑이 말했다.

“야, 책 사는 게 취미냐? 책은 읽어야지. 집에 있는 책 다 읽었어?”

“자기야~~ 진정해. 책 다 읽고 나서 책 사는 사람이 어딨냐? 그리고, 여기는 (컴퓨터를 가르키며) 나보다 심한 사람들 엄~~청 많아.”

“쳇!”

그리고는 출근해버린 당신이었다. 그런데, 아롱이가 자유형인지, 걸어서인지 내게로 오던 그 시간에 신랑한테서 전화가 왔다.

“자기야, 내가 자기가 쓸데없는 짓 할까봐 그러는 건데.”

‘쓸데없는 짓? 뭐? 뭐 어떤거?’

“<안나 까레니나> 그거 생겼다. 자리 비웠다 오니까, 책상에 하나 올려져있네. ***님이 **들한테만 하나씩 돌리신거 같애. 러시아나 프랑스 문학 그 쪽을 좋아하시거든. 아무튼 이따 그거 가져간다.”

내참, 세상에... 신랑이 안 사준다니, 다른 사람이 사서 준다. 뭐, 이런 경우가 있다니. 나는 감사하고, 기쁘고, 벅차다. 신랑은 책을 건네며 “이건 뭐야, 이건 뭐, 주석이다, 주석”했지만, 나는 책을 품에 꼭 껴안았다.

아, 아름다워라. 아름답도다. 착용샷 한 장 올리시고~~

 

 

이제 읽기만 하면 되겠다. 우하하. 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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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3-04-21 2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런 안나 카레니나가 있다는 건 단발머리님덕에 처음 알았어요. 뭐, 저는 문동으로 갖고 있는터라 다시 구매할 것 같진 않지만 말예요.

하하하하. [당신이 날 만졌잖아요]를 읽었을 때의 제 기분이 막 생생히 생각나요. 훗

단발머리 2013-04-24 12:48   좋아요 0 | URL
안나 카레니나는 완전 밀려 있어서, 올해 안에 읽는 것이 목표입니당*^^*

'목사의 딸들'도 너무 좋던데요. 근사한 페이퍼를 쓰고 싶은데, 뭐, 이건 제 자신이 감동의 물결에서 도무지 빠져나올수가 없어서....

저는 책을 빌려서 읽었거든요. '당신이~' 제일 좋지만서도, '목사의 딸들'도 좋으니, 책을 살까~~ 생각중입니다. 헤헤.
 

 인류의 운명에서 이 한 사람의 과도한 무게는 평형을 깨뜨리고 있었다. 이 사람은 혼잣몸으로 전 인류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단 한 사람의 머릿속에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는 인류의 모든 활력, 한 인간의 두뇌에 떠오르는 세계, 만약 그것이 지속된다면, 그것은 문명의 파멸을 초래하리라. 부패하지 않는 최고의 공정성을 위해 재고할 때가 와 있었다. 정신계에도 물질계와 같이 일정한 중력 관계가 있는데, 그 기초가 되는 원리와 요소가 아마 불만을 표했으리라. 연기를 뿜는 피, 넘쳐 나는 묘지들, 눈물을 흘리는 어머니들, 이런 것들이 그것을 웅변으로 옹호한다. 대지가 너무 무거운 짐으로 시달릴 때에는 어둠의 신비로운 신음 소리가 있어서 그것이 심연에서도 들린다. (54쪽)

 

이 부분을 읽고, 나폴레옹의 ‘워털루 전쟁’을 떠올릴 사람이 얼마나 될까. (당연히, 이 작품을 읽은 사람은 논외로 해야 한다, 아무렴.) 1815년 6월 18일, 결전의 날, 전쟁터와 프랑스군 그리고 연합군의 이모저모를 설명하던 작가는 패전의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된 협곡에서 벌어진 뒤부아 여단의 ‘생매장 사건’에 대한 설명과 묘사를 마친 뒤, 이 단락을 썼다. 그가 보기에 ‘워털루 전투’는 하나의 전투가 아니다. 그것은 평형이 깨진 정신계의 중력관계가 원래의 자리로 찾아가려는 신성한 과정이다.

 

 

그것은 세계의 얼굴을 바꾸는 것이다. (55쪽)

 

작가의 위대함이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역사적 사건에 대한 철학적 판단. 역사적 사실에 대한 극히 주관적 해석을 풀어내지만, 읽는 이로 하여금 고개를 주억거릴 수 밖에 없게 하는 것. 그것은 진짜 작가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그 사람이 진짜 위대한 작가다.

예포에는 여러 가지 뜻이 포함되어 있다. 군주에 대한 예절, 군대의 의례, 떠들썩한 예의의 교환, 예의범절의 표시, 정박지와 성채의 의식, 매일 모든 요새와 모든 군함에서 맞는 일출과 일몰, 항구의 열고 닫음 등등. 문명사회는 도처에서 스물네 시간마다 쓸데없는 대포를 15만 방이나 쏜다. 한 방에 6프랑이라 한다면, 하루에 90만 프랑이, 한 해에 3억 프랑이 연기로 사라지는 셈이다. 그것도 한 가지 항목만으로 그렇다. 그 동안에도 가난한 사람들은 굶어 죽어 가고 있다. (114쪽)

 

작품 속에서 작가는 어떻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낼까. 작가의 목소리는 어느 정도 크기여야할까. 메조피아노 정도가 적당할까, 아니면 메조포르테? 내가 보기에 ‘빅토르 위고’는 스스로 ‘포르테‘ 정도의 목소리를 내기로 선택한 것 같다. 그래도 싫지는 않다. 입을 열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크고 작은 사안마다 모두 다 옳은 말씀이다.

그는 그녀를 마구 흔들었다.

그녀는 깨지 않았다.

“죽었을까!”하고 그는 말했다. 그리고 그는 일어섰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떨면서.

더없이 무서운 생각들이 그의 머릿속에서 뒤죽박죽 지나갔다. 가지가지의 끔찍한 억측들이 한 무리의 목수의 여신들처럼 우리를 에워싸고 우리 두뇌의 벽을 맹타할 때가 있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문제인 때 우리들의 조심성은 온갖 터무니없는 생각을 지어낸다. (277-8쪽)

 

내가 좋아하는 부분은 이런 부분이다. 그러니까, 사족 없이 상황과 장면을 보여주다가 이렇게 한 마디를 툭 던져놓는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문제인 때 우리들의 조심성은 온갖 터무니없는 생각을 지어낸다.

이런 식으로 말이다.

내가 <레 미제라블>을 읽는 것을 보고, <레 미제라블>을 읽기 시작한 친한 언니가 <레 미제라블>을 다 읽었다고 했다.

“얼마나 울었던지~” 언니가 말했다.

“아, 그래요?” 내가 말했다.

나도 울 수 있을까? (이게 당최 무슨 말씀?) 아니, 울게 될까? 자못 궁금해진다.

그나저나, 내가 <프라하>에 잠깐 다녀오긴 했지만, 아, 그래도 그렇지. 언니, 빨리 읽으셨네~~ 언니 왈, 3권부터 로맨스가 나와. 팍팍 넘어가지. 2권이 고비인거 같애. 아, 나도 살짝 숨겨진 협곡 지나왔구나. 이제부터는 완전 평야다.

이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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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3-04-17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2권초반(저는 민음사가 아니라 펭귄으로 읽었지요)에 엄청 더디게 넘어갔던 기억이 있어요. 그 때 전투 얘기가 하도 나와가지고. ㅎㅎㅎㅎ 그래도 그 부분을 읽는게 떼나르디를 이해하게 도움을 주죠. 3권, 그대를 알고부터 사랑은 시작되고~ 전진, 전진!!

단발머리 2013-04-17 14:27   좋아요 0 | URL
그대를 알고부터 사랑은 시작되고~~~~

너무 기대되는되요. 빅토르가 말하는 사랑이라~~~
그리구 매우 신납니다. 헤헤...
늦게 가는데도 매우 신나는 이 특이한 마음가짐이란~~~

 

 

2권을 읽기 시작하면서 많이 망설였다. 작품 뒤의 해설을 읽을까? 말까? 읽을까? 말까? 결국에는 읽지 않고 2권을 마쳤는데, 해설을 미리 읽었어도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2권을 마쳤다는데 큰 의의를 둔다.

그 대목에서 시모니니는 비로소 탁실의 부탁을 받고 위고와 블랑의 편지를 날조했던 사실을 기억해 냈다. 보아하니 탁실은 그 사실 자체를 잊어버린 게 분명했다. 거짓말을 다반사로 하다 보니 자기 자신을 속이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는지, 그는 마치 그 편지들이 진짜인 것처럼 진심의 빛이 어린 눈으로 말하고 있었다. (513쪽)

거짓말을 계속 하다보니, 자기가 어디까지 거짓말을 한 건지도 모르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주인공도 거짓말을 하고 있고, 기타 등장인물들도 거짓말을 하고 있다. 가공의 인물 시모니니도 거짓말을 하고 있고, 역사적으로 실재했던 인물들도 거짓말을 하고 있다. 모두 다 거짓말쟁이다.

시모니니는 거기에서 빅토르 위고와 마주친 적도 있었다. 그건 위고가 사망하기 조금 전의 일이었는데, 살아 생전에 이미 하나의 기념비처럼 우뚝한 존재가 되어 있던 그는 나이와 상원 의원의 직무와 뇌 충혈의 후유증 때문에 매우 지친 기색을 보이고 있었다. (583쪽)

매우 지친 기색의 ‘빅토르 위고’의 다섯권짜리 소설을 읽어오다가 급하게 ‘프라하’로 넘어와버린 본인은 ‘위고’의 등장에 적잖이 놀라고 말았다. 그래, 위고는 실제 인물이었지, 하면서 말이다.

작품 내 여러 사건 중, 그래도 조금 알고 있는 사건은 ‘드레퓌스 사건’이다.

『이미 맞춤한 후보자를 물색해 두었습니다. 드레퓌스 대위라는 자인데, 당연히 알자스 출신이고 수습 요원으로 방첩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부유한 여자하고 결혼한 데다 호색한의 면모를 보이고 있어서 동료들이 하나같이 그를 아니꼽게 여기죠...』 (636쪽)

책을 읽다가 인터넷 검색으로 확인도 해 보았다. 늦은 나이에 웬 공부?

<드레퓌스 사건>

유대인 출신의 포병 대위 알프레드 드레퓌스가 독일 대사관에 군사 정보를 제공한 혐의로 체포되었다가 12년만에 무죄로 판결된 사건.

독일과의 전쟁(1870~1871)에서 지고 반독일 감정이 잔재하고 있던 1894년 10월, 프랑스 참모본부에 근무하던 유대인 출신의 포병 대위 알프레드 드레퓌스(Dreyfus, Alfred: 1859-1935)가 독일 대사관에 군사 정보를 제공한 혐의로 체포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당시 비공개로 진행된 군법 회의에서 그는 별다른 물증이 제시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종신형을 선고받는다. 당시 민족주의가 발흥하면서 유럽 사회에 팽배해진 반유대주의라는 사회적 편견이 드레퓌스를 스파이 사건의 주범으로 몰아간 것이다.

이후 프랑스 군 수뇌부는 사건의 진범이 드레퓌스가 아닌 다른 사람이라는 확증을 얻었으나 진상을 밝히길 거부하고, 오히려 사건을 은폐시키려 했다. 그러자 드레퓌스의 결백을 믿고 재심을 요구하던 가족은 1897년 11월 진범으로 알려진 헝가리 태생의 에스테라지 소령을 고발한다. 하지만 프랑스 군부는 형식적인 신문과 재판을 거쳐 그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석방함으로써, 이 사건의 진상은 묻혀지는 듯 했다.

그런데 재판 결과가 공개된 직후인 1898년 1월 13일, 소설가 에밀 졸라가 '나는 고발한다'라는 제목으로 드레퓌스에게 유죄 판결을 내린 프랑스 군부의 의혹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사설을 <로로르(L'Aurore·여명)>지(紙)에 게재하면서 상황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에밀 졸라는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서한 형식의 이 글에서 드레퓌스의 결백과 에스테라지의 유죄를 조목조목 따진 뒤, "드레퓌스는 정의롭지 못한 힘에 의해 자유를 빼앗긴 평범한 시민입니다. 전 프랑스 앞에서, 전 세계 앞에서 나는 그가 무죄라고 맹세합니다. 나의 40년 간의 역작, 그 역작으로 얻은 권위와 명성을 걸겠습니다. 그가 무죄가 아니라면 내 전 작품이 소멸돼도 좋습니다." 라고 했다. 그러나 졸라는 군법회의를 중상모략했다는 혐의로 기소돼 영국으로 망명해야 했다.

이 사건 이후 '드레퓌스주의자'의 반정부 투쟁이 전개됐으며 내각은 사실상 해체됐다. 그리고 드레퓌스 사건 발생 12년 만인 1906년 7월 12일, 프랑스 최고재판소는 드레퓌스 재심에서 그에게 무죄판결을 내렸다. <네이버, 시사용어사전, 2005>

 

작품 뒤, 옮긴이의 설명이 유익했다.

다시 말하면, 허구와 사실이 뒤섞일 때 나타나는 독자들의 혼동과 오해, 악을 고발하기 위해 악인의 관점을 취하는 전략의 효과와 부작용, 거짓을 해부하기 위해 그 형성 과정을 재구성하는 일의 위험성, 독자가 작가의 의도에 반하여 작품을 해설할 가능성 등 많은 문제가 이 논쟁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옮긴이의 말, 772-3쪽)

척 재미있었던 건 확실하다. ‘시모니니‘라는 인물 자체가 주는 즐거움이 매우 컸다. 하지만, ‘움베르트 에코’라는 세기의 철학자, 가장 권위있는 기호학자, 역사학자, 미학자 그리고 전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는 소설가가 마련한 한 편의 거대한 세계를 누비기에는 나는 너무나 외소했다. 거인 나라의 ‘걸리버’라고나 할까. 나의 무식함을 확인하는 적절하고, 그러면서도 즐거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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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3-04-15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외소하기 때문에 못 읽을것 같아요. 엄두가 안나요. 그나저나 에밀 졸라 멋진 분이시네요! 저는 드레퓌스 사건 지금 이 페이퍼 보며 처음 알았어요, 단발머리님.

단발머리 2013-04-16 08:39   좋아요 0 | URL
ㅋㅎㅎㅎㅎㅎ 외소한 걸로 치면 제가 최고예요.
알라딘서재 글 읽으면서 느낀 건데요.
저한테는 아직도 '처음'이 많은 거 있죠. 처음 보는 책, 처음 보는 작가, 처음 보는 책읽기 고수들...

어제밤에는 다락방님 제안대로 '시' 한 편을 읽고 자려했는데, 실패했어요.
오늘밤에는 도전해볼려고요. 오늘밤은 진짜 '봄밤'이 될 수 있을까요? *^^*
 

 

 

 

 

 

1. 짧지 않은 인생

인생을 사노라면, 여러 가지 즐거움이 있다.

너무 어렸을 때는 좋았던 것도, 즐거웠던 것도 잘 기억이 나지 않고. 중학교 정도는 되야 기억이 나는데...

중학교 2학년, 중간고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가벼운 발걸음이 주는 즐거움.

수업진도를 모두 마쳐서 선생님도 우리도 할 일 없는 2월의 어느 날, 좋아하는 책을 맘껏 읽을 때의 즐거움.

모의고사를 마치고 영화를 보러 걸어가는 길, 인사동 거리의 북적거림이 주는 즐거움.

날아가는 버스 안에서 ‘키에누 리브스’의 ‘스피드’를 재현하는 친구의 활달한 몸짓을 바라볼 때의 즐거움.

70도 경사길을 모두 올라가 매점에서 삼각형 커피우유에 빨대를 꽂아 시원한 첫 모금을 들이켰을 때의 즐거움.

사람 없는 3층 도서관에서 책을 뒤적이며 시간을 보낼 때의 즐거움.

연애하는 즐거움.

첫 딸을 낳았을 때의 즐거움.

아들을 낳았을 때의 즐거움.

남편과 둘이서 백화점 쇼핑 갈 때의 즐거움.

남편 몰래 동서랑 둘이서 백화점 쇼핑 갈 때의 즐거움.

모닝커피를 마시며 친한 언니들과 수다 떨 때의 즐거움.

조용히 혼자 책을 읽을 때의 즐거움.

이런 즐거움이 있다.

그리고, 요즈음...

난 이런 즐거움에 산다. 크큭.

 

 

 

 

 

 

2. 어제는 하루 방문객이 400명을 넘어서 깜짝 놀랐다.

어제, 그제 전쟁난다더니만, 전쟁은 알라딘서재 내 방에서 났네. 이게 무슨 일인가. 이유를 찾지 못 하던 중, 눈에 들어오는 연두색 책 한 권.

아~~ 이 책 때문 아닐까.

 

 

 

 

 

신하균, 이민정 주연의 <내 연애의 모든 것>. 텔레비전이 없으니 컴퓨터로 봐야 되는데, 500원씩 내면서, 시간 들이면서 볼 만한지 어떤지는 아직은 모르겠고, 그래도 궁금하기는 하고. 아...

 

 

이 책을 읽을 때 나는 너무 행복했다. 뭐, 또 다른 말이 필요하겠나. 교훈을 얻기 위해, 지식을 얻기 위해, 책을 읽는다지만, 사실 ‘책읽기의 즐거움’을 빼어 버리면, ‘책읽기’의 매력은 반의 반, 그 반의 반으로 절감되고 말 것이다.

이 책은 재미있고, 신나고, 웃긴다. 그 뿐 아니다. 사랑에 대한 깊은 통찰을 마주할 때, 나도 모르게 ‘나도...’라고 혼잣말 하게 된다.

다른 사람들은 어쩐지 모르겠지만, 내 경우 여러 번 읽게 되는 책은 대부분 '소설'이다. 전혀 알지 못 하던 새로운 지식을 깨우치게 되는 책이나, 가슴 따뜻한 에세이도 두 번은 읽게 되지 않는다. 첫 번째 읽을 때와는 달리 깨달음 내지 감흥이 적어지거나, 아니면 없다. 하지만 소설은 다르다. 이미 다 알고 있는 이야기인데도, 소설을 잡고 읽기 시작하면 나는 다시 ‘소설 속에서’ 길 잃은 아이가 되어, 작가의 손에 잡혀 이리저리 끌려다닌다.

소설은 그것 하나로 이미 ‘완전한 세계’다.

이 책을 다시 읽고 싶다. 이미 두 번이나 읽었는데, 아니 세 번인가. 한 번 더 읽고 싶다.

한 번 더 ‘책 읽는 즐거움’에 빠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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